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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논검5[중신통왕중양편] - 19편 (19/60)

2026-09-30 18:55:31 조회 13
그녀의 말이 없었어도 모용준은 지금 지청과 목우가 심하게 정신을 잃어 가고 있음을 간파해 냈다. 목우가 바닥으로 쓰러지더니 미친 사람처럼 발작을 해댔다. "아, 으! 으윽!" 그는 자신의 팔과 다리를 보이는 대로 물어뜯으며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개나 돼지처럼 바닥에 납짝 엎으려 마구 짖어대기까지 했다. "공자님, 어서 해독제를!" 소리친 것은 지청이었다. 그는 어느정도 정신을 회복했는지 비칠거리면서도 애써 자세를 잡으려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녀가 모용준을 불렀다. "자, 어서 이리와 해독제를 가져 가시지요. 제 품안에 있는데 직접 가져 가세요." 모용준이 그녀 앞으로 다가가려는데 주정이 만류했다. "공자님, 조심하세요. 저들에게는 백해(百解)라고 불리는 약이 있는데 다른 불순물이 조금만 섞였어도 해독이 되지 않는답니다. 저 년이 그것을 던져 줄지도 몰라요." 그때 정충이 자신의 앞가슴을 확 풀어헤쳤다. 육감적인 젖가슴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녀의 젖가슴은 매우 컸으며 탐스러워 누구라도 만져 보고 싶은 충동이 일 정도였다. 그런데 그녀의 젖가슴에 서서히 영상이 나타나는 게 아닌가. 아름다운 소녀들이었다. 소녀들은 몸을 유유히 움직이면서 정충의 젖가슴 위에서 뛰어 놀았다. "이게 바로 백해라는 겁니다. 이걸 보면 세상의 어떤 독이라도 다 해독할 수 있지요." 이렇게 소리치며 갑자기 주정의 몸이 공중으로 치솟았다. 그는 사태를 잘 알고 있었기에 보고만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너무 거리가 멀어 모용준을 빼내 올 수가 없었다. 이미 모용준은 그녀의 마수에 걸린 상태였다. 그녀에게로 끌리 듯 다가온 모용준 얼굴 앞에서 그녀가 젖꼭지를 홱 비틀어 버렸다. 그녀의 유두로부터 희디흰 액체가 모용준의 얼굴을 향해 뿜어져 나왔다. 제11장 미녀 정충의 음모 "앗!" 모용준은 눈앞으로 뿌연 액체가 쏟아지는 것을 느끼곤 얼른 몸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은 상태였다. 다행히 뒤늦게나마 몸을 돌리는 바람에 그녀의 분비물은 얼굴을 피해 옷에 떨어졌다. 그녀의 유두에서 뿜어진 그 젖 같은 분비물이 닿자 곧 옷이 새카맣게 변해 버렸다. 그는 정충이 몸에 독을 품고는 암기(暗器)를 쓰고 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놀랐다. 모용준은 옷이 타들어가자 얼른 바닥에 몸을 굴렸다. "공자님, 난 당신을 죽여야겠어요. 그리하여 다시는 강남에 모용이란 인물을 찾아볼 수 없게 만들겠어요. 그러면 천하의 무림이 얼마나 조용해지겠어요?" 정충의 자신만만한 소리를 무시하며 모용준이 고개를 돌려 자기 무리를 찾았다. 이미 모용세가 사람들은 약왕문 무리들에게 잡힌 뒤였다. 모용준이 정충의 젖가슴에 허물어지자 모두들 전의를 상실해 버린 것이다. 한 사내가 쓰러져 있는 모용준에게로 다가오며 생포된 토끼를 대하는 맹호처럼 여유를 부렸다. "모용 공자, 그대가 우리 약왕문 손에 죽게 되었는데 어떤 방법으로 죽고 싶은지 말해 보라구?" 정충이 모용준의 대답을 들을 필요가 없다는 투로 외쳤다. "운무를 뿜어라!" 이 수림 속에는 지나는 그림자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한 사람도 없었다. 만일 생명이 있는 것이 부시럭댔다가는 끝장이었다. 수림은 바람결에 옆사람의 머리칼 날리는 소리마저 들릴 정도였다. 정충이 곧 사람들에게 지시를 해 풍막을 세우게 했다. 이 풍막속에다 모용준을 가두었다. 정충이 손을 들어 약왕문 무리들에게 다른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이들은 곧 모용세가의 사람들을 데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혼자 남은 정충이 모용준에게로 다가오며 미소를 띄웠다. 그것은 예전 명기가 지니고 있었던 맑고 사랑스런 미소는 아니었다. "공자님, 당신은 내가 당신 밑에서 비녀 노릇을 할 때의 일들을 기억하시겠죠?" "듣기 싫다!" 모용준은 두번 다시 그같은 일들을 떠올리고 싶지가 않았다. 명기는 허깨비에 불과한 현실인데 과거 속의 일을 생각해서 무엇하리. 그 기억 속의 모습들은 모두 거짓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당신이 훌륭한 군자인 줄로만 알았어요. 그런데……. 후후, 나중에 당신이 색마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지하궁 밀실에서 당신이 벌인 해괴한 짓을 난 다 알고 있어요." "그래서 넌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지. 너무 많은 것을 안다는 것은 곧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이치와 같으니까." 정충은 조금도 물러서지를 않았다. "내가 당신을 따랐더라면 필경 목숨을 잃었을 거예요." 허공으로 눈길을 던지던 그녀가 갑자기 모용준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내가 당신의 비녀 노릇을 하면서 매일 어떤 궁리를 했는지 아세요? 나는 그곳에서 당신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죠. 그렇기에 지금 당신을 내 치마 속에 엎드려 있는 신하로 만들 수 있는 거." "넌 나의 궁녀들보다 못한 요물이다." "호호호, 공자가 나와 살을 섞어 보지도 않고 어떻게 장담을 하죠?" 모용준이 코웃음을 치자 그녀가 달려들었다. 그녀는 모용준의 타들어간 옷을 부욱 찢어 멀리 내던졌다. 순식간에 모용준은 알몸 이 된 채로 그녀 앞에 서 있는 꼴이 되고 말았다. "사내들이란 옷을 벗고 나면 모두 이런 모습인가요?" "계집 역시 마찬가지지." 그러자 정충이 요란스럽게 웃어젖히며 상체를 앞으로 내밀었다. "그럼 여기를 다시 보시오!" 그녀의 풍만한 젖가슴으로 눈길을 던진 모용준은 눈을 꿈벅였다. 그녀의 젖가슴에는 아까 비쳤던 그림 외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모용준은 그녀가 무엇을 보라고 했는지 얼른 감을 잡지 못했 다. 그런데 정충이 나머지 옷까지 벗어 버리는 게 아닌가. 모용준의 두 눈은 얼음 속에 담긴 듯 일시에 굳어 버렸다. 그녀의 몸에는 온통 문신으로 뒤덮여 있었는데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아찔한 현기증에 시달리며 모용준은 가쁘게 숨을 내쉬었다. 특히 그녀의 국부에 그려진 것은 자세히는 보이지 않으나 전체적으로 검은 빛깔을 한 문신이었다. 모용준이 그녀의 국부 쪽으로 던진 시선을 오랫동안 거두지 못한 채 넋을 놓았다. 그녀가 눈치를 채고는 좀더 가까이 모용준에게로 걸어왔다. 국부에 새겨진 것은 술병 같았다. 갑자기 술을 마시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그는 술냄새에 쏠리듯 손을 뻗어 그 술병으로 짐작되는 것을 잡으려 했다. 그녀가 얼른 모용준의 손을 뿌리치며 물었다. "당신은 무엇을 좋아하죠?" 모용준이 그녀의 얼굴과 국부를 번갈아 살피기 시작했다. 방금 전 그녀가 말한 것에 한 가지 떠오른 게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이때서야 모용준은 그녀의 국부에 새겨진 형상을 정확히 보게 되었다. 바로 수많은 남녀가 한데 모여 있는 문신이었다. 그 그림을 이루고 있는 선들은 아주 정교하면서도 환상적인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모용준이 신기한 눈으로 그 그림을 바라보았다. "공자님은 매일 마주앉은 채로 저를 괴롭혔어요. 그때마다 저의 그곳은 축축히 젖어 샘이라도 이를 듯하였지만 공자님은 조금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어요. 전 오늘을 기다렸는지도 몰라요." 정충이 한쪽에 대고 소리치자 자그마하게 생긴 계집애가 쪼르르 달려 나왔다. "너의 그 음생산(陰生散)을 가져다 먹이거라!" 계집은 꽤나 아름답게 생겼는데 깨끗한 처녀인 듯했다. 그런데 이같은 청초한 계집에게 무슨 음생산이란 약이 있다는 말인가? 모용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눈길로 그 계집애를 주시했다. 계집이 잠시 망설이자 정충이 다그쳤다. "다시 말해야 알겠느냐?" 계집이 작은 얼굴을 힘없이 숙이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몸을 숙여 그 약을 꺼내려고 했다. 정충이 냉랭한 어조로 계집에게 덧붙였다. "부끄러워할 것 없다. 모용 공자가 얼마나 많은 여인들을 다루어 냈는지 넌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다." 계집이 하반신을 굽혀 국부에서 작은 알약을 꺼냈다. 정충의 손바닥 위에 그 알약을 건네주며 계집이 홍조를 띤 얼굴을 숙였다. "됐다. 모용 공자는 필시 너를 잊지 않을 거다." 갑자기 계집이 꿇어앉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정충에게 간청했다. "모용 공자님을 꼭 한 번만 노리개로 삼으세요!" 그러자 정충이 비꼬듯 계집을 쏘아보았다. "모용 공자는 존귀한 분이신데 너까지 수청을 들게 할 것 같으냐?" 그녀가 말을 끝내자마자 손을 날려 계집의 머리를 강타했다. "아악!" 계집의 머리와 눈에서 피가 ㅆ구쳤다. 옆으로 쓰러졌던 계집이 기다시피 하며 애원을 했다. "절 죽여 주세요!" 정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정충이 왜 계집의 목숨을 이처럼 쉽게 빼앗으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정충이 살며시 모용준 곁으로 다가오며 속삭였다. "공자님, 이건 약왕문의 진귀한 약 중 하나인데 음생산이라 부르지요. 이 약은 열여덟 살 되는 계집애가 흘리는 월경을 백 가지 약초와 섞어 환을 지은 것입니다. 계집애들이 하루 동안 음기를 모았다가는 다음날 배출하곤 하는데 음기가 이 환약에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사내에겐 그만이랍니다. 사내가 이 약을 먹게 되면 한평생 자기가 탐내던 여인만을 기억할 수 있게 되지요." 모용준은 기겁을 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약을 먹고 안 먹고의 문제를 떠나서 정충이란 한낱 여인에 불과한 상대에게 이같은 수모를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난 먹지 않겠다!" 그러자 정충이 아주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어서 드세요. 이걸 드시면 당신은 오로지 나만을 기억하게 될 거예요……." 모용준이 그녀를 뿌리쳤다. 그녀가 모용준의 겨드랑이를 끼고 다른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눌렀다. 그리곤 빠른 동작으로 모용준의 입 속에 약을 밀어 넣었다. 목구멍에 통증을 느끼며 모용준은 어쩔 수 없이 환약을 받아삼키고 말았다. 그 환약의 효과가 곧 나타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는데 차츰 뱃속에서 불이 붙는 듯하더니 눈앞으로 불꽃이 튀는 것 같았다. 눈앞에 있는 정충이 기막힌 미인으로 비친 것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는 손을 내밀어 정충을 만져 보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아무리 손을 뻗어도 정충이 잡히지 않았다. "명기!" 모용준이 잔뜩 풀린 눈으로 묻자 그녀가 대답했다. "그래요. 제가 명기예요." 모용준은 어느새 명기와 나누었던 예전의 시간으로 돌아가려 했다. "명기야, 가서 바둑판을 가져오렴?" 정충이 곧 바둑판을 대령했다. 받침대가 옥으로 되어 있는 바둑판이었다. "그것 참 훌륭한 옥이로구나!" 명기가 한껏 웃음을 터뜨리며 모용준의 어깨로 얼굴을 묻었다. 곧 그녀의 부름에 따라 풍막 밖에 있던 한 계집이 두 개의 옥으로 된 술잔을 쟁반에 담아 들고 들어왔다. 모용준이 다시 술잔을 보고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이곳엔 훌륭한 물건들이 많군!" 그녀는 투명한 옥잔에 포도주를 따랐다. 피처럼 붉고 진한 포도주가 잔에 가득 넘쳤다. "술마시기 시합을 해요. 지는 사람이 벌주로 한 잔을 더 마시는 겁니다." "허허, 그건 내가 그대에게 가르친 것인데 다시 내게 쓰려는 건가?" 모용준은 명기와 바둑을 두기 전 지금처럼 술을 놓고 내기를 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모용준의 가슴은 새롭게 바뀌어 가고 있었다. 알몸인 그녀를 마주하는 모용준의 시선은 종잡을 수 없이 오락가락했다. "공자님, 제가 당신과 바둑을 둘 때는 이처럼 알몸으로 마주하지는 않았지요. 공자님은 한평생 잊지 못할 시합을 하게 될 겁니다." "그대가 날 이리로 오게 한 것만으로도 난 한평생 잊지 못할 것이야." 정충이 고개를 슬쩍 돌리며 야릇한 미소를 보였다. 모용준이 손을 들어 바둑알 하나를 집었다. 그 바둑알은 새카만 것이었는데 제법 무거웠다. 모용준이 바둑알을 성목(星目)에 딱 하고 놓았다. 모용준은 바둑을 둘 때면 다른 일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아무리 눈앞의 명기가 갖은 교태를 부린다 해도 모용준은 눈 하나 꿈적하지 않았다. 모용준은 명기 앞에서만큼은 어엿한 공자였다. 다만 지하 궁전에서만 제왕 노릇을 했던 것이다. 정충이 입을 열었다. "공자님, 당신은 일찍이 저에게 은혜를 베푼 분이에요. 당신에게 기회를 주겠는데 만일 당신이 절 이기게 되면 당신의 일행을 돌려보내 드리겠어요. 하지만 당신이 진다면 끝장이에요. 당신은 살 길을 잃어버리게 되는 거죠." 두 사람의 바둑을 두는 속도가 차츰 빨라졌다. 모용준의 눈빛이 서서히 변해 갔다. 그는 지금 몹시 애를 먹고 있는 상태였다. 한 절반쯤 바둑판을 채웠을 때 다시 속도가 주춤해졌다. 모용준이 신중하게 바둑판을 내려다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녀의 바둑 솜씨에 모용준은 속으로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그렇다면 그동안 이 여인은 내 앞에서 자기의 실력을 감추고 있었단 말인가? 나에게 그동안 일부러 져 주다가 오늘에서야 진짜 실력을 보이려는 것이리라.' 모용준은 정신을 바싹 차리려고 했다. 아직 두 사람 중 누구도 완벽한 승리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모용준이 바둑알 하나하나에 신경을 집중하자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셔 버렸다. "음." 모용준은 바둑판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온몸에 퍼져 있던 기를 끌어 모았다. 막상막하의 승부가 이어졌다. 그런데 그같은 팽팽한 긴장을 깬 것은 정충이었다. "이리 오너라!" 그녀가 계집을 불렀다. 아까 제 가랑이 속에서 환약을 꺼냈던 계집이었다. "이 공자님께 풍류를 알려 드려야겠다. 나는 지금 바쁘니 네가 대신 공자님과 어울리거라!" 계집이 고개를 들어 모용준을 바라보았다. 계집 역시도 모용준에 대한 명성은 이미 알고 있는 터였다. 비록 볼품없는 난쟁이에 불과하지만 강남의 모용세가 공자님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그녀가 곧 머리를 끄덕이며 정충의 분부에 따르겠다고 했다. 모용준은 계집의 눈빛에는 신경을 쓰지 않은 채 바둑에만 몰두해 계집이 천천히 무릎을 꿇고는 그에게로 다가오는 것도 몰랐다. 계집이 모용준의 몸을 핥기 시작했다. "호호호, 그렇게 해서야 되겠느냐?" 정충이 간드러진 웃음을 뿌리더니 곧 정색하며 계집에게 일렀다. "값지고 기름진 물고기도 비늘을 벗겨야 먹을 수 있는 법. 아무리 향기롭고 아름다운 석류도 그 속을 열어 봐야 비로소 열매를 얻는 법이다." 그 말에 계집이 일어서더니 옷을 벗었다. 모용준의 눈앞에는 매끄러운 윤기를 자아내고 있는 여체가 둘씩이나 놓여져 있는 판이었다. "그대의 바둑 솜씨는 안 되겠어. 그만 돌을 놓지?" 모용준이 애써 눈앞의 어른거림을 부정하려고 딴전을 피웠다. 그러나 정충은 대꾸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내저었다. 계집이 다시 무릎을 꿇고는 모용준에게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모용준의 눈동자 에 계집의 목덜미에 난 부드러운 솜털이 들어와 박혔다. 계집의 입술 끝이 몸에 닿자 모용준의 가슴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다시 정충의 목소리가 꿈결처럼 들려 왔다. "당신은 수많은 여인들을 다루어 왔을 텐데 주저하지는 않겠지요?" "그렇다!" 모용준은 자신의 말에 스스.로가 꿈틀 놀라고 말았다. 그는 자신을 쉽게 조정할 수 없는 상태로 빠져들어 갔다.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있는 계집을 향해 말했다. "넌 더욱 힘을 써야 할 것이다." 계집이 혼자만의 묘한 얼굴을 지었다. '내가 장문인의 뜻을 받들지 못하면 약왕문의 징벌을 면하지 못 하겠지?' 계집의 입술은 더욱 집요하게 움직였다. 모용준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자극에 몸을 비비 틀며 신음하기 시작했다. 쾌감에 몸을 내맡기게 된 모용준은 더는 바둑판에 정신을 모을 수가 없었다. 바둑보다는 지금 자신의 몸에서 일기 시작한 불을 어서 꺼야겠다는 마음에 확확 가슴이 달아올랐다. 모용준이 일그러진 얼굴을 들어 정충을 바라보았다. "그대가 날 이기고 싶다면 내가 져줄 수도 있다. 그러니 어서 이 계집을 물리쳐라!" 그녀가 대답 없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모용준이 발끈 달아 올라 바둑돌을 집어 던졌다. "날 이렇게 시달리게 할 바엔 아예 졌다고 소리치겠다!" "당신이 이러시면 당신의 부하들은 살아 남을 수 없어요."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모용준은 바둑판에 시선을 집중할 수 없어 몸을 연신 뒤척였다. 그녀가 피식 웃었다. "난 사내들이 한번 자리에 앉으면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는다고 한 말을 믿지 않기로 했지요. 오늘 보니까 천하의 모용 공자도 별 수가 없군요." 모용준은 진퇴양난 속에 갇히고 말았다. 어찌 계집의 집요한 손길을 받으며 제정신으로 바둑을 둘 수가 있단 말인가? 인간으로 아니 사내로서는 견뎌 내기 힘든 고초였다. "이건 공정하지가 못한 승부야!" 모용준이 목청을 높였지만 그녀는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계집 역시도 자신의 일에 열중이었다. 급기야는 모용준의 깊은 곳을 향해 입술을 움직이려 했다. 모용준이 완강한 자세로 음탕한 그물에 걸려들지 않자 다시 손을 들어 명령했다. "이리 오너라!" 그러자 다른 계집이 나타났다. "넌 지금부터 나를 어루만지거라. 그래야 공평할 테니까." 그녀의 명령에 계집이 정충의 몸에 찰싹 달라붙었다. 싱싱한 잎에 앉아 갉아대는 송충이처럼 계집은 몸을 있는 대로 구부렸다가 폈다 하면서 정충의 몸을 혀로 핥았다. 정충은 조금도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바둑을 두기 시작했다. 모용준의 바둑은 점점 수세에 몰렸다. "이건 공평하지가 못해!" 바둑돌을 집으려다 손을 부들부들 떨고 마는 모용준을 본 그녀가 계집을 물리쳤다. 그리곤 이번엔 사내를 불러들였다. 사내가 안으로 들어서며 휘둥그래진 눈으로 살피더니 곧 몸을 돌리려 했다. "게 섰지 못할까?" 정충의 앙칼진 목소리가 사내의 목덜미를 거머쥐었다. "그댄 날 싫어하는가?" 정충의 독기 어린 물음에 사내가 벌벌 떨었다. "제가 어찌 감히……." "그렇다면 어서 내게 입을 맞춰라." 사내는 약왕문 분단(分壇)의 단주로 정충을 두려워하고 있는 반면 경모하고 있기도 했다. "녹 단주(鹿壇主), 그대는 평소에 나를 좋아하지 않았는가?" 정충의 물음에 사내가 별안간 무릎을 꿇으며 고개를 숙였다. "노여워하지 마십시오. 전 장문님을 지금껏 공경해 왔습니다." "호호호, 바보 같으니. 바로 그 때문에 내가 그대를 부른 것이라고." 사내는 내심 기뻐하면서도 지금의 상황에 매우 당황하고 있는 중이었다. 계집이 모용준에게 해괴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판국에 어찌 자신이 또 정충의 몸에 손을 댈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이곳에서 어찌……." 녹 단주가 망설이자 정충이 따끔하게 꾸짖었다. "하라면 하는 것이지 웬 말이 그리 많소?" 잠시 우물쭈물대던 녹 단주가 정충의 하반신에 얼굴을 파묻고 말았다. 정충의 입술 사이에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여인의 교성이 터지자 모용준의 가슴엔 더욱 큰 불덩이가 내려앉는 듯했다. '저 여인의 교성에 삭신이 다 녹아 드는 것 같구나. 이제 바둑을 더는 둘 수가 없다.' 그러나 정충은 몸을 외로 꼬면서도 모용준에게 다그쳤다. "자, 공자님이 두실 차례예요." 모용준이 급하게 바둑알을 집어 들었다. 모용준의 손은 심하게 떨고 있어 바둑알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겨우 바둑알을 내려놓자 이번엔 정충이 두었다. 모용준의 눈은 두려움으로 가득했다. 자신은 계집의 혀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데 정충은 여전히 정확 한 수로 맞서고 있는 게 아닌가. 몇 번의 소가 오고 갔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모용준은 더욱 위기에 몰려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졌소. 난 수많은 여인들과 상대를 해 보았지만 그대와 같은 수단을 부리는 여인은 처음이오. 난 끝내 그대의 손에 죽을 수 밖에 없는 것 같으니 어서……." 정충이 모용준에게로 가까이 왔다. 그녀는 대답 대신 모용준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이 몸에 닿을 때마다 모용준은 불에 덴 듯 심하게 몸을 움츠렸다. 마치 흡혈박쥐의 이빨이라도 달린 듯 그녀의 손길이 몸에 닿자 온몸의 피가 빠져 달아나는 기분이었다. "제게 복종을 하시겠어요?" 그녀가 속삭이듯 혹은 비웃듯 모용준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내 복종하지. 물론이고말고." 모용준이 눈을 감은 채 고개를 주억거리자 그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손가락을 내밀었다. 그 손가락 끝에는 정욕에 굶주린 몰골로 몸을 떨고 있는 한 사내가 걸려 있었다. 바로 모용준이었다. "좋아요. 그렇다면 당신을 죽여야겠어요!" 정충이 사람을 시켜 모용세가의 사람들을 끌어냈다. 지청과 주정 그리고 목우 등이 힘없이 모습을 드러냈라. 모용준이 이들을 향해 무기력한 시선을 던졌다. 이들의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였다. 이들을 끌고 들어온 한 건장한 사내가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목소리로 쩌렁쩌렁 외쳐 댔다. "이자들이 방 단주(方壇主)를 죽이고 또 그의 사람들을 죽이려 했는데 형제들이 왜 가만있겠습니까?" 그자가 정충에게 알리자 그녀가 슬쩍 입술을 틀어 미소로 답했다. 그녀가 지청에게로 슬그머니 다가갔다. "당신은 훌륭한 사내예요. 우리 약왕문의 단주 노릇을 할 의향은 없나요?" 그러자 지청이 의외로 순순히 그녀의 말에 복종하려 했다. "할 생각이 있습니다." 지청의 반응에 게름칙한 기운을 발견했는지 그녀가 눈빛이 날카롭게 빛을 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