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논검5[중신통왕중양편] - 43편 (43/60)
나를 죽이러 왔소이까?" 모용준의 말에 좌중에서 또 한 번 크게 술렁거렸다. 금나라의 철의법왕이란 말 때문이었다. 철의법왕이 뒷짐을 지며 코웃음을 쳤다. 무심이 받아쳤다. "그대를 죽일 사람은 없소이다. 다만 우린 그대의 얄팍한 속임수를 들춰내고 싶을 따름이지." "어허, 그럼 나보다 진실을 더 잘 알고 있는 모양인데 대신 말해 주겠소?" "내 입이 열리는 순간부터 당신의 입장이 말이 아닐 텐데 관두겠소." "허튼 소리가 나올 게 분명하니 그리 하는 게 좋을 것이오." 그러자 강호객들 중 하나가 호기심이 동해 일어섰다. "무심 공자, 할말이 있으면 우리가 다 알아들을 수 있게 툭 털어 놓으시오!" 무심이 빙긋 미소 지으며 모용준을 슬쩍 훔쳐보았다. "모용준, 이제 내 입이 터지면 당신은 망신살이 뻗치겠지?" "흥, 주둥이를 놀리는 건 그대의 마음이지만 모가지만은 여기에 남기고 가야 할걸!" 곧 모용준이 곁에 있던 지청에게 재빨리 일렀다. "자네 넷은 저 무심이 꽁무니를 빼지 못하도록 지켜 서게!" 지청을 비롯한 나머지 가신들이 짧게 예를 올리고는 득달같이 달려가 무심을 둘러쌌다. 무심이 상체를 젖히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핫! 난 달아나지 않을 데니 마음놓게. 진실이란 어떻게 해서든지 밝혀지는 법. 나 혼자가 아니라 여기에 있는 법왕님과 귀낭자도 함께 본 것이오." 이들이 조평이 죽어 자빠지는 자리를 목격했다는 말에 좌중은 한껏 긴장했다. 철의법왕이 이윽고 앞으로 나섰다. "조평이 웬 낯선 사내와 함께 모용준의 막사로 들어섰을 때 그의 가슴에 단검을 박은 사람이 있었소. 그게 바로 모용준이오!" "아니, 그럴 수가!" "누구 말을 믿어야 하지?" "사실이라면 모용준은……." 여기저기서 강호객들의 말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제 보니 조평을 죽인 건 모용준이었구만!" 누군가 좌중의 의견을 한데로 모으려는 듯 외쳤다. 모용준이 슬쩍 몸을 돌리며 철의법왕을 응시했다. "그대마저 나를 악인으로 몰아세우니 이거 술 한잔 톡톡히 내야겠군. 그러나저러나 그대들은 여기가 어딘 줄이나 알고 와 떠드는 것이오?" 모용준의 말에 세 사람이 잠시 주춤했다. 앞뒤를 맞춰 보면 사실 이들이 나타날 자리가 아니었다. 그때서야 이런 사실을 새삼 깨달은 강호객들도 웅성웅성 불만의 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나무아미타불!" 소림의 지비 대사가 훌쩍 몸을 날리더니 철의법왕 앞에 섰다. "금나라가 송나라의 강호를 강점하였으니 우리의 원수가 되었소. 오늘 소승은 법왕과 더불어 무예를 겨뤄 보고자 하오." 철의법왕이 높을 가늘게 떴다. "대사의 재간으로 어찌 이 노승을 당해 내리오? 대사의 처신은 무릇 부처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오. 이토록 사악한 길에 몸을 담고 있으니 어찌 부처님을 섬긴다 할 수 있겠소이까?" "뭣이오? 소승이 사악한 길에 들어섰다고?" "대사는 참선은 하지 않고 땅덩어리나 탐내고 눌러앉을 자리나 넘보고 있으니 이 어찌 사악한 짓이 아니겠소?" "그렇다면 양손에 송나라 백성들의 피를 잔뜩 묻히고 있는 그대는 무슨 불법을 닦으셨소?" "허허허, 노승은 환희선(歡喜禪)에 들고 무망불(無妄佛)을 깨쳤거늘 인명을 해치든 말든 너 같은 놈이 무슨 상관이냐?"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철의법왕이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날아올랐다. 공중으로 치솟은 그는 곧장 지비 대사를 향해 내리꽂혔다. 철의법왕의 소맷자락에서는 돌풍이 터져 나왔다. 이에 굴하지 않은 지비 대사 역시 높이 뛰어오르며 소맷자락을 휘날리며 맞섰다. 반으로 접혔다 곧게 펴지는 소맷자락은 얼핏 춤이라도 추는 것 같았다. 그러나 어떠한 철퇴나 검보다도 무서운 괴력을 지닌 무기였다. "얏!" 철의법왕의 왼쪽 소맷자락이 부챗살처럼 펼쳐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오른쪽 소맷자락이 지비 대사의 면상을 강타했다. "야압!" 지비 대사도 쉽게 물러설 수 없다는 듯 강력하게 맞받아쳤다. 엉거주춤 몸을 뒤로 뺀 그가 오른쪽 소맷자락에서 갈고리 같은 손가락을 뽑아 들었다. 그것으로 철의법왕의 명치를 향해 내질렀다. "퍼, 퍽!" 두 사람이 공중으로 치솟아 엇갈릴 때마다 살기가 튀었다. 다시 아래로 내려온 두 사람은 원을 그리며 서로를 주시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은 지비 대사가 좀 밀리고 있음을 알았다. 지비대사가 대력금강지(大力金剛指)에 혼신의 힘을 다 불어넣어 내밀었지만 철의법왕은 그것을 간단히 막아내었다. "부처님 가라사대, 무조(無阻), 무란(無欄)하면 무심지경(無心之境)에 이를 수 있다고 하였도다!" 철의법왕이 이렇게 불법을 뇌까리자 지비 대사도 한입 가득 물고 있던 피를 꿀꺽 삼키고는 입을 열었다. 그는 철의법왕에게 당한 것을 숨기려고 계속 피를 머금고 있던 중이었다. "부처님 가라사대, 무욕(無欲), 무식(無識), 무지(無知)이면 부처님의 경지에 들어설 수 있도다!" 두 사람은 도통한 고승이면 이를 수 있는 극경(極境)을 말하고 있었다. 철의법왕은 세상의 모든 일에 달관하고 통달하면 무심의 경지에 이를 수 있고 그것이 곧 극경이라 보았다. 한편 지비 대사는 모든 욕망을 버리고 모든 일에 무심하면 무지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는데 이것이 극경이라 여겼다. 모용준이 철의법왕에게 불현 물었다. "한마디 여쭐 말씀이 있소?" "하하하,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소. 공자는 나의 도움을 받아 천하를 차지하고 싶은 것이 아니오?" 모용준이 상기된 얼굴로 머리를 흔들었다. "법왕님은 왜 남의 가슴에 못을 박는 말씀을 하시오. 저희 모용씨 가문의 선조 되시는 모용복 어르신께서는 대연국을 되찾기 위해 노심초사하시다 미쳐 버리셨소. 그 후부터 저희 모용씨 가문에서는 그런 허황한 꿈을 꾸는 사람은 없소." 모용준은 눈물이 많은 사내였다. 자신의 말에 스스로가 서글퍼져 눈물을 짜냈다. 모용준이 말한 미치광이 공자의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이 공자는 날마다 무덤 위에 앉아 아이들을 시켜 자기에게 절을 하게 했다. 그러면 아이들은 "폐하, 소신들의 절을 받으시옵소서!"하고 허리를 굽혔다. 공자는 싱글벙글 웃고는 아이들에게 엿가락 하나씩을 쥐여 주곤 했다. 공자는 평생 장가를 가지 못했는데 우연히 아벽(阿碧)이라는 비녀와 살을 섞고 아들을 보게 되었다. 말하자면 모용준은 바로 그 미치광이 공자의 피를 물려받은 증손자가 되는 셈이었다. 모용준은 자기가 볼품없는 난쟁이로 태어난 것은 대연제국을 되찾으려다 미친 그 공자의 한을 물려받은 것이라 믿었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강호객들이 측은한 눈길을 모용준에게 던졌다. 훌쩍이던 모용준이 서서히 고개를 쳐들고는 더욱 애처로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대송의 쌀을 먹고 대송의 물을 마시며 자란 대송의 백성일 뿐이오. 나는 바로 어버이 같은 대송의 국호 회복을 위해 이 작은 몸뚱어리나마 바치고자 할 뿐인데 왜 그 옛날 대연국을 들먹여 충정을 헐뜯는단 말이오?" 모용준의 눈에선 다시 눈물이 흘렀다. 이 광경을 보던 강호객들의 가슴도 무거워졌다. "우리도 대송의 백성이다. 개만도 못한 금나라 족속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자!" 급기야는 이렇게 이구동성으로 결의를 다지게 되었다. 무심이 모용준에게 피식 냉소를 던지며 지껄였다. "모용 공자, 실로 옛말이 맞는군. 호랑이도 언젠간 시라소니를 낳는다더니 과연 명성이 드높던 모용세가에서도 당신과 같은 인물을 만들었지 않은가." 이 말에 가뜩이나 불만이 쌓여 가던 강호객들은 우―하고 들고 일어났다. "저 놈들의 목을 부러뜨립시다!" 강호객들이 병장기를 틀어쥐며 앞으로 나서려고 했다. 사기가 오른 모용준이 손을 들었다. "여러 형제들! 내 말을 들어 보시오!" 그러자 누군가 모용준의 말을 잘랐다. "모용 공자는 팔짱을 기고 구경이나 하시오. 우리가 저 놈들을 요절낼 것이오." 모용준이 유유히 팔을 내저었다. "왜들 이렇게 흥분을 하시오? 여기는 금나라 땅이 아니라 대송의 땅이오. 그것도 대송 의군의 대본영이란 말이오. 철의법왕이든 금나라 족속이든 이곳에 온 이상 함부로 돌아갈 수는 없소. 그러니 도리를 짚어 가며 죽여도 늦지 않을 것이외다!" 강호객들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 두리번거리자 다시 모용준이 말을 이었다. "우리는 금나라 오랑캐들과는 한치의 땅이라도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오. 또한 그 놈들은 개나 돼지를 잡듯 눈에 띄는 족족 내쳐야 할 것이오. 허나 이 철의법왕 패거리들은 금나라에 얹혀 살고는 있지만 원래는 강호 출신이오. 그러니 강호의 법대로 해야 합니다." 이번엔 철의법왕에게로 시선을 돌린 모용준이 말했다. "강호 무림의 법대로 점잖게 무공을 겨룹시다. 만약 우리 사람들이 진다면 그대들을 순순히 돌려 보내겠지만 반대가 되면 모두들 목을 내놓아야 할 것이오!" 철의법왕이 비장한 각오를 다지듯 이렇게 응수했다. "좋도록 하시오!" "하지만 오늘은 날도 저물고 모두들 시장할 테니 결판을 후일로 미루는 게 어떻소?"' 그러나 모두들 모용준의 태도에 의구심이 생겼다. 왜 일을 미루는 것인지 왕중양을 비롯한 강호객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심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법왕님, 수효만 봐도 우리가 불리하니 후일로 미루자는 말에 응하는 게 좋을 것 같소이다." 귀낭자도 거들었다. "그래요. 아무 때면 어때요. 저 놈들의 버릇만 고쳐 주면 될 테니까." "좋다!" 철의법왕이 소맷자락을 휘저으며 휭하니 날아갔다. 그의 뒤를 따라 두 사람도 몸을 날렸다. 멀리 사라지는 이들을 물끄러미 보던 지비 대사가 불만을 터뜨렸다. "모용 공자, 저 놈들을 왜 곱게 돌려보내는 잣이오? 쇠뿔은 단 김에 빼랬다고 오늘 손을 써 아예 끝장을 내지 않고 이 무슨 알 수 없는 처사요?" 쌀쌀맞은 눈빛을 한 모용준이 크게 좌중을 둘러보았다. "여러분의 기분을 상하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해 철의법왕과 대적할 사람이 어디 있단 말이오?" 한풀 꺾인 몰골로 모두들 옆사람의 눈치를 살피는데 지비 대사가 염불을 읊었다. "나무아미타불……." 고개를 든 지비 대사가 조용히 뇌까렸다. "방금 소승이 법왕과 더불어 한판 겨루어 보았지만 확실히 뛰어난 무공이었고. 그러나 소승은 목숨을 걸고 싸울 각오가 돼 있소." "대사님의 굳은 결의는 높이 사지요. 허나 승산이 있는 싸움이겠소?" 모용준의 일침에 지비 대사의 고개가 다시 숙여졌다. "승산은 없지만……." "그런데 어찌 맞붙겠다는 말씀이오?" 모용준의 행동거지가 차츰 사람들의 눈에 가시로 박혔다. 점점 하는 짓이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오늘 이 자리에서 함께 힘을 모아 그들과 맞선다면 승산이 있었겠지요. 하지만 그만큼 우리 쪽에서도 손해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니 후일을 도모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후에 감쪽같이 없애 버리도록 합시다." "철의법왕은 금나라의 기인이라 알려져 있소. 또한 금세 무림의 고수인데 무슨 수로 놈을 칠 수 있단 말이오?" 누군가 큰소리로 물어 왔다. 모용준은 그 말에 대꾸는 하지 않고 그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제26장 피를 부르는 사람 사자우는 침대에 앉아 담화라는 계집을 탐닉하고 있었다. 그는 담화를 자기 무릎 위에 올려놓고 실컷 주무르며 음탕하게 웃어댔다. 벌써 반나절이나 계집의 젖가슴이 흐물흐물해지도록 놀았지만 좀체 싫증이 나지 않는 모양이었다. 쉽게 손에서 뗄 수 없는 놀잇감처럼 사자우는 더욱 집요하게 계집의 젖가슴을 주물러댔다. 담화는 맹수의 발톱에 잡힌 어린 양처럼 오들오들 떨면서 사자우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이 능글맞은 사내는 모용준과 같은 난쟁이지만 분명히 그완 다르다고 생각했다. 모용준은 그녀를 옥처럼 여기며 옷을 조심스레 벗기고 살갑게 애무를 해 주지 않았던가? 또한 그는 그녀의 볼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속삭여 주기도 했었다. "요 깜찍한 것아, 조물주께서는 나더러 가지고 놀라고 네 년을 만들었을 게 분명하다." 그럴 때마다 담화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에 담뿍 싸이곤 했었다. 그러면서도 모용준은 담화의 어린 정조를 함부로 짓밟으려는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런데 사자우는 전혀 다른 사내였다. 처음부터 옷을 찢을 듯 와락 벗기고는 억센 손으로 마구 주물러댔다. 사자우의 투박하고 못이 박인 손이 몸에 닿을 때마다 담화는 몸을 사렸다. 그의 손이 마 치 짐승의 더럽고 매서운 발처럼 여겨져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사자우가 다시 야들야들한 담화의 알몸을 탐욕스럽게 훑었다. "담화야, 내 너를 만나 이토록 즐거운 시간을 보내니 원이 없구나!" 혼자 지껄이던 사자우가 다시 두더지 앞발 같은 손으로 담화의 봉긋한 젖무덤을 덥석 쥐었다. 담화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토했다. 그러자 사자우가 밀가루 반죽을 하듯 더욱 재게 손을 놀리며 떠들었다. "옳거니, 바로 이런 소리야. 계집이란 이렇듯 나긋나긋 아양을 떨어야 한다. 좀더 크게 소리를 내보라구. 더 크게!" 사자우는 담화의 젖가슴 사이에 코를 박고는 마구 비벼댔다. 담화가 양손을 들며 빌었다. "제발 안 돼요. 안 돼요. 전 너무 어리다고요!" "어리긴 뭐가 어려? 이 젖가슴을 보니 어린아이 대여섯은 족히 먹이고도 남겠는데. 이 어른이 너를 보다 성숙한 여인으로 만들어 줄 테니 걱정 말라구. 이히히히……." 사자우가 손바닥으로 담화의 음부를 툭툭 쳐 가며 아주 만족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아이구, 신바람이 저절로 나는구나. 이 세상에 나와 궁합이 잘 맞는 여인이 있을 줄이야 내 어찌 알았으랴!" 담화를 번쩍 안아 올려 자기 무릎 위에 앉혔다. 순간 사자우의 몸이 담화의 가랑이 사이로 깊숙이 박혔다. "아악!" 담화가 살이 찢어지는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비명을 내질렀다. 담화는 어린 나이에 비해 가슴은 제법 풍만한 상태였지만 그곳은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난쟁이이긴 하지만 흥분하면 제법 큰 물건이 되는 그것을 사정없이 질러 넣었던 것이다. 여자의 비명 소리에 이 객주에 묵고 있던 사람들이 방문을 열고 튀어나와 두리번거렸다. 그중 중년의 사내가 주인을 불러 놓고 채근했다. "어서 가 보시오. 아마도 저 방에서 사람을 매달아 죽이려는 것 같소." 그가 사자우가 묵고 있는 방을 가리키자 주인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렸다. "손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저 방의 손님을 잘못 건드렸다가는 경을 치게 되외다." 그러나 면상이 도마처럼 각이 지고 넓죽하게 생긴 사내 하나가 성큼 나섰다. 그가 주인을 흘겨보며 따져 물었다. "아니 당장 사람이 죽을 판인데 어찌 모른 척할 수가 있소?" 그가 사자우가 있는 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문을 요란스럽게 두드렸다. "이봐요, 방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소? 어서 문을 열어 보시오!" 한창 계집의 몸을 탐닉하고 있던 사자우로서는 김이 팍 새는 노릇이었다. 발끈 화가 치민 사자우의 고함이 튀어나왔다. "썩 꺼지지 못할까! 이 방 근처에 얼씬하는 놈은 모두 산송장을 만들어 줄 것이다!" 문을 두드린 사내 역시 무림의 호걸이라 순순히 물러서지는 않았다. "곱게 문이나 열 것이지 웬 잔말이 그리 많아! 이 철퇴나 받아랏!" 품속에서 주먹만한 철퇴를 꺼낸 그가 문짝에 내리찧었다. 문짝에 구멍이 휑하니 뚫리면서 철퇴가 방으로 날아들었다. 그만 기분을 망친 사자우가 핏발을 세웠다. "나를 건드리는 자는 죽음뿐이다.!" 날아든 철퇴를 발로 차 버렸다. 문밖에 서 있던 사내가 뚫어진 구멍으로 안을 들려다보는 순간 무언가 시커먼 것이 눈앞으로 달려 들었다. 엉겁결에 내민 손도 소용이 없었다. 철퇴는 사내의 손목을 꺾으며 곧장 가슴팍에 와 박혔다. "욱!" 푹 꺼져 들어간 가슴을 부여잡고 사내가 그대로 허물어졌다. "저 방에는 필시 악마가 들어 있는 게 틀림없어!" 이렇게 소리친 다른 사람들은 혼비백산하여 제 방으로 들어가더니 안으로 문을 잠그기에 바빴다. 사자우가 조금 전 벌어진 일은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열을 올리며 담화의 몸에 자신을 밀착시켰다. 그러나 담화는 아랫배가 끊어지고 전신이 뻣뻣하게 굳어지는 것 같아 계속 비명을 내질렀다. 아픔을 이기지 못하고 몸을 이리저리 틀자 사자우가 더욱 흥분을 하며 지껄였다. "좋아, 그대가 소리를 지르며 몸을 비비틀수록 기분이 더욱 나는 법이라구. 어서 더 해!" 사자우는 담화의 겨드랑이를 꼬집고 긁으며 못살게 굴기 시작했다. 담화는 기진맥진하여 더는 몸부림을 칠 기력도 없었다. 담화가 그의 손목을 움켜쥐며 애원을 했다. "정말 아파요. 이제 그만 하세요……." "흐흐흐, 내게는 천하에 없는 묘방이 있으니 걱정 말고 나를 잘 받기란 하라구!" 그러면서 엉덩이로는 연신 담화의 복부를 향해 방아질을 하고 양손으로는 젖가슴을 주물렀다. 문짝에는 바람구멍이 뚫렸지만 어느 누구 하나 들여다보는 이 없었다. 담화는 이제 숨소리조차 내지 못할 정도였다. 아무런 소리가 들려 오지 않자 사자우가 짜증을 냈다. "왜 가만히 있는 거야? 어서 소리를 지르고 몸을 틀어야 내가 기분이 나지. 안 되겠군. 진주분이라도 먹여야 목청이 트이겠어." 담화가 고개를 한쪽으로 떨구며 의식을 잃고 말았다. 그녀의 턱을 잡고는 좌우로 흔들던 사자우가 혈도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악!" 의식을 되찾은 담화는 악몽에 빠진 자신을 발견하고는 다시 비명을 토했다. 사자우가 이빨을 내보이며 좋아했다. "좋은 계집이라면 첫째로 목청이 고와야 하지. 그리고 웃을 줄 알아야 해. 또한 사내의 몸에 친친 감겨 드는 기술이 뛰어나야 하거든. 마지막으로는 암고양이처럼 성을 낼 줄 알아야 해. 알겠어?" 담화의 오똑한 코를 살짝 비틀었지만 그녀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하하하핫!" 다시 사자우가 늦추었던 방아질에 열중하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등뒤에서 박수 소리와 함께 웃음이 터졌다. "선배님께서도 계집을 꽤나 밝히시는군요!" 얼른 돌아보니 뚫어진 구멍으로 모용준의 얼굴이 보였다. 사자우가 웃으며 반겼다. "마침 잘 왔네. 구경꾼이 없어 쏠쏠한 재미가 달아나려던 참이었는데 어서 들어와 감상이나 하라구." 얼마나 몸이 작았던지 모용준은 사내가 만들어 놓은 그 구멍을 통해 안으로 손쉽게 들어왔다. 창 쪽으로 다가가 벽에 몸을 기대며 모용준이 씨익 웃었다. "계속 재미를 보시지요. 난 옆에서 구경이나 할테니." "그래, 실컷 구경하라구." 싱글벙글해진 사자우는 담화를 이리저리 뒤집고 돌리고 하면서 욕심을 채워 갔다. 모용준이 차를 한잔 따라 마시며 중얼거렸다. "자고로 어진 선비들은 적막공산의 외로운 무덤에 묻히고 말았으되 천하의 절색들을 꽃가지처럼 꺾은 진시황의 이름은 천세만세 전해지리……." 한껏 흥이 오른 사자우가 담화의 몸 위에서 방아개비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렴, 그렇구말구. 헌데 그대는 점점 나를 닮아 가는군. 아마도 그대를 내 제자로 삼아야겠어." "천만의 말씀. 선배님이야말로 이 모용준의 제자가 되어야 할 것이오." 모용준이 제 멋에 겨워 키득거리고 있는데 씽 하고 옥비녀가 날아들었다. 순식간에 모용준의 머리카락이 잘려 나갔다. 사자우가 담화의 머리에 꽃혀 있던 옥비녀를 뽑아 날린 것이었다. 깜짝 놀란 모용준이 한쪽으로 몸을 사리며 볼멘소리를 내질렀다. "아니 미쳤소? 왜 나를 죽이려 하오?" "허튼소리! 누가 내 사부가 되겠다는 거냐?" "이거 내가 모르고 실언을 했으니 용서하시오.'" 모용준이 눈웃음을 섞어 가며 어물쩡 넘기자 사자우도 더는 따지지 않았다. 담화가 숨을 할딱거리며 모용준에게 애걸을 했다. "공자님……." 그러나 모용준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오늘따라 네 몸이 탐스럽게 보이는구나. 그분은 귀하신 몸이니 잘 모셔야 한다." 그렁그렁한 눈을 거둔 담화가 다시 사자우에게 매달렸다. "내일부터 잘 모실 테니 오늘은 이만……." 담화의 하복부에서 새빨간 피가 흥건히 배어 나왔다. 이를 본 사자우가 더욱 미친 듯이 몸을 놀렸다. "아무튼 고마워. 이렇게 어여쁜 계집을 주었으니. 으흐흐……." 담화는 결국 다시 혼절을 하고 말았다. 모용준이 눈가에 그늘을 만들며 사자우를 달랬다. "선배님, 조금 더 다루다가는 계집이 죽고 말 것이오." "젠장, 진탕 놀아 볼 생각이었는데……." 아쉬운 듯 몸을 뗀 사자우가 담화를 한번 내려다보았다. 그리곤 그녀의 혼수혈(昏睡穴)에 손가락을 튀기고 나서 침대에서 내려왔다. 두 사람이 마주하자 모용준이 먼저 말을 꺼냈다. "조평이란 자를 제거하는 데 큰 도움을 주셔서 고맙소이다." "그만한 일 가지고 뭘 그러나? 태도를 보니 또 부탁이 있는 모양인데 맞나?" 사자우가 능글맞은 웃음을 보이자 모용준이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바싹 들이밀었다. "강호의 호걸이랍시고 우쭐대는 자들을 보면 입맛이 써서 영……." "어떤 놈들인가? 내 모조리 목을 비틀어 버림세." 짐짓 땅이 꺼져라 한숨을 부려 놓은 모용준이 더욱 나지막이 속삭였다. "일조일석에 그 놈들을 다 제거해 버릴 수는 없겠지만 그 중의 한 놈의 입은 급히 막아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큰 우환거리가 될 성싶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