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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논검3[북개홍칠공편] - 36편 (36/66)

2026-09-29 07:55:13 조회 30
둘째는 이 숨겨진 무기를 사용하려 했다. 살을 미운산에게로 동시에 날리기만 하면 꼼짝없이 당하게 될 위기였다. "너희들은 가만히 있거라! 나 혼자서도 얼마든지 물리칠 수 있다." 하며 미운산이 막 몸을 쓰려는 사내들을 향해 외쳤다. 사내들이 안타까운 몸짓을 추스리며 다시 원래의 자세로 되돌아갔다. 순간 미운산이 회오리처럼 몸을 굴려 둘째에게로 접근해왔다. 그리곤 얼른 장을 날려 쇠솔을 아래로 쳐지게 만들어놓았다. "아니" 둘째가 당황하며 쇠솔을 다시 치켜들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그러나 미운산이 뿜었던 장의 위력을 갑자기 뒤집어 쇠솔을 둘째에게서 떨어뜨렸다. 쇠솔이 멀찌감치 날아가버리자 둘째가 허둥대기 시작했다. "향용유회" 법수 앞에서는 둘째의 쇠솔도 소용이 닿지를 못했다. 둘째가 몸을 재빨리 돌려 미운산에게로 장을 뻗었다. "얍!" 그러나 가만히 선 채로 당할 미운산이 아니었다. 바닥을 박차고 훌쩍 오른 미운산이 공중에서 몸을 굴렸다. 소용돌이를 만들듯 미운산의 몸은 빠른 속도로 회전해갔다. 그런데 한가지 미운산이 실수를 하고 말았다. 둘째의 공격을 피하는 바람에 그만 미립과 미기에게서 너무 벗어나고 말았던 것이다. 미운산은 자세를 가다듬으며 비로소 깨달은 사실에 화가 치밀었다. 미립과 미기는 놈들의 손에 이미 갇혀버힌 뒤였다. 이때 누군가 손뼉을 치면서 크게 웃어대는 것이었다. "호호호!" 미운산은 가슴으로 훅 하고 끼얹져지는 차가운 물줄기에 놀라고 말았다. 마치 불통 속에 들어있다 다시 얼음물로 뛰어든 상태처럼 온몸의 땀구멍들이 일제히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훌륭해요! 과연 미방주의 '심용재연(沈龍在淵)' 법수는 대단하군요. 위장을 하고 있다가 중요한 때를 기다려 몸을 펴는 그 모습이 마치 용이 구천으로 날아오르는 광경과도 흡사하군요! 호호호......" 미운산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방금전 자신의 온몸으로 번져오던 그 냉기의 발산지를 곧 찾아낼 수가 있었다. 그곳엔 바로 가짜 미립이 서 있었다. 한무리의 여인들에 의해 둘러싸인 채 그녀가 서서히 걸어오고 있는 중이었다. "미방주, 어때요, 당신이 걱정할까봐 저들을 보냈는데." 미운산이 냉소를 씹으며 대꾸했다. "관심을 써줘서 고맙군." 그러나 미운산은 알고 있었다. 그녀가 호락호락 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미운산은 짧게 주위를 둘러보았다. 대세가 비록 그녀의 무리 쪽으로 기울고 있다 해도 아직은 낙담하게 못 되었다. 열세이긴 하지만 자신은 아직 살아있다는 사실에 한가닥 위안을 삼기로 했다. 가짜 미립이 지껄였다. "미방주, 당신이 개방총부에서 슬그머니 빠져나온 뒤 무사할 거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내가 당신을 이렇게 찾아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했을 것이다. 호호호, 그러나저러나 우리들이 나누었던 정분은 대단하지 않았나요?" 결국 미운산을 깔보고 있는 투였다. 미운산이 근엄한 얼굴빛으로 말했다. "난 그대에게 벗어나려고 하지 않았어. 그대와 내게 씌워진 운명의 구름들은 변하질 않아. 누군가는 죽고 또 누군가는 살아남아야 하지." "호호호! 미립아, 네 애비가 하는 말을 들어보렴. 운명은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데 과연 내 운명은 어느 쪽일까?" 미립은 미운산을 바라보았다. 전에는 볼 수 없었던 나약함과 함께 아주 단호한 위풍을 동시에 찾아볼 수가 있었다. 미립은 속으로 부디 아버지가 단호한 위풍을 잃지 말고 행동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한편 묘대야를 비롯한 다섯 요리사들은 속으로 놀라움을 감추고 있는 중이었다. 미운산의 무예는 확실히 소씨 거렁뱅이나 홍칠공보다는 월등 나았기 ㄸ문이었다. 더군다나 미운산의 다리에 대한 어리석은 믿음에 다시 한 번 후회가 됐다. 그런 속임수를 미리 알았더라면 이렇게 당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을 제각기 가슴에 담았다. 미운산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말했다. "나는 그대를 오래 기다렸지. 당신을 기다리는 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 당신은 모르고 있을 거요.그러나 당신은 끝내 돌아와주지 않았지." 그러자 그녀가 웃었다. "호호호! 내가 어찌 당신의 곁을 떠날 수 있겠어요. 당신은 급한 성미 때문에 일을 자초한 것이라고요. 내가 당신 곁을 떠났어도 항상 며칠 후면 돌아오지를 않았던가요?" 두 사람간에 오고가는 말 속에는 날카로운 비수가 숨겨져 있었다. 겉으로는 오해를 풀고 서로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정을 교류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지만 속내는 그것이 아니었다. 그녀는 속으로 그점에 대해 너무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미운산은 확실히 대단한 인물이다. 하지만 저 사람은 왜 자기의 모습을 찾으러 하지 않는지 모르겠군. 만일 저 사람이 내 말만 잘 듣었더라면 천하의 무림은 벌써 내 손에 쥐어졌을텐데......' 잠시 눈을 감은 채 고심을 하던 그녀가 미운산을 향해 미소를 보냈다. "미운산, 당신은 나의 말을 들어야 해요." "하하하, 그대가 내 딸과 아들을 곱게 놓아주기만 하면 그렇게 하리라." "그런가요?" 짧게 물음을 토한 그녀가 다섯 요리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미립아가씨와 미기도련님을 잘 돌봐드려라!" 갑자기 태도가 달라진 그녀를 바라보는 미운산의 눈가엔 심상치 않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미운산이 소리쳤다. "잠깐!" 하며 미운산이 앞으로 나서려고 하자 묘대야와 둘째 그리고 세째가 앞을 가로막았다. 다섯째가 저울추를 휙휙 돌리면서 기분 나쁜 웃음을 흘렸다. 그러더니 곧 그것을 미기의 목에 감아 매달았다. 한편 세째는 얼른 미립의 뒤로 자리를 옮겼다. 이 다섯 형제들 중 가장 음흉한 자이기도 한 세째의 움직임을 주시하던 미운산이 움찔했다. 저울추를 목에 달게 된 미기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미기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미운산을 불렀다. "아, 아버지! 아......버......지!" 미기는 곧 기절을 할 지경에 이르렀다. 미운산이 그녀에게 소리쳤다. "네년이 저 다섯놈을 시켜 나를 해치려 들지만 어림도 없는 일이다. 네년이 허튼수작을 한다면 난 가만히 있지를 않겠다!" 그말에 모두는 경계의 눈빛을 만들었다. 미운산이 결국 목숨을 걸고 나선다면 피를 튀기는 혈전은 피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이 안에 있는 모두가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종국을 맞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때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왔다. "와하하하!" 모두들 웃음소리가 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미운산, 네 놈이 그 잘난 재간을 뽐내겠다고? 하하하, 가소로운 일이다!" 하며 사람들의 머리 위로 훌쩍 날아드는 검은 그림자가 있었다. 바닥에 소리없이 내린 사내, 거대한 체구에 걸맞지 않게 그 동작은 매우 가벼워보였다. 사내는 몸집이 우람했으며 한손엔 독사장을 들고 있었다. 미운산이 웃으며 받아쳤다. "하하하! 어느 놈인가 했더니 바로 너였구나!" 일찌기 임안에는 또 한사람의 서역고수가 와 있었는데 바로 독사장을 쓴다는 말을 들었었다. 미운산이 첫눈에 그를 알아본 것도 그런 소문 때문이었다. 그 독사장 안에는 아주 강한 독성을 지닌 작은 뱀 두 마리가 있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상대와 격투를 하는 도중 그는 독사장 속에 감춘 독사를 쓰는 게 특기이기도 했다. 그 독사에 물리는 날에는 끝장이었다. 구양봉을 알아본 미운산이 다시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네 놈이 천하에서 으뜸 가는 악한으로 자청하는 놈이렷다!" 구양봉이 어깨를 으쓱 하며 대꾸했다. "그래 맞다. 이놈아 잘난 체 하지 말아라! 네놈이 오늘 날 이기지 못하면 자식들과 함께 합장묘를 쓰게 될 줄 알아라!" 곧 독사장을 휘두르며 접근해 오는 구양봉의 눈에선 살기가 뿜어나왔다. 미운산은 갑작스런 구양봉의 공격에 약간 당황했다. 그러나 물러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용팔장을 자랑하는 미운산으로서는 그와 맞대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미운산의 강용팔장은 홍칠과는 달리 법수가 아주 매서웠고 힘이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장을 날릴 때마다 마치 우뢰가 천지를 진동하는 듯하여 모두들 그 소리만 듣고도 머리를 숙인다는 정도였다. "얍!" 구양봉이 휘두른 독사장을 피하면서 미운산이 예의 장법을 구사했다. 깜짝 놀란 구양봉이 몸을 비틀거리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미운산의 장법이 이처럼 놀라운 위력을 발휘하자 구양봉은 한편 흥미가 풀풀 생겨나기도 했다. 독사장을 바닥에 꽉 내려꽂았다. 보통의 흙으로 된 바닥이 아니었는데도 독사장은 아주 간단히 박히고 말았다. 그것만 보더라도 구양봉의 힘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바닥은 거대한 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좋다! 네놈과 기꺼이 장법으로 맞서주마!" 하며 고함을 내지른 구양봉이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구양봉은 남과 싸울 때 주로 두가지의 신공(神功)에 치중했다. 한가지는 개구리공이었고 다른 한가지는 그가 독자적으로 수련했다는 봉황력이었다. 그는 미운산이 만만치 않은 상대인 것을 깨닫고는 더욱 신이 나서 어서 한판 겨루고 싶어했다. "간다!" 구양봉은 육중한 몸을 큰 보폭에 싣고는 번개같이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틈만 생기면 장을 날려왔다. 크르릉! 한차례의 돌풍이 미운산을 살짝 비켜나갔다. 구양봉의 장법 역시도 위력이 강했다. 그런데 한가지 구양봉이 장법을 구사하는 자세는 독특하게 보였다. 그는 두 손을 수평으로 쳐들고 머리를 앞으로 내민 상태에서 개굴개굴 하고 요란한 소리를 내지르는 것이었다. 바로 개구리공을 구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개굴! 개굴! 개굴!" 세번 소리를 낸 구양봉이 갑자기 입을 다물고는 다시 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그런데 또 기이한 장면이 펼쳐졌다. 그가 끌어모은 기는 가슴으로부터 차츰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더니 아랫배가 갑자기 터져나갈 듯 부풀어오르는 것이었다. 마치 개구리의 그것과 흡사했다. "개굴!" 또 개구리 소리를 내지른 구양봉이 장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미운산은 구양봉과 제법 먼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그다지 우려하지는 않았다. 미운산 역시 속으로 구양봉의 모습을 놓고 흥미로워 했다. 서역의 무예란 참으로 괴상망측하다는 생각에 웃음이 나올 뻔했다. 장법치고는 너무 기이한 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미운산의 여유로운 생각은 곧 끝이 나고 말았다. 갑자기 거리를 좁혀온 구양봉이 일격을 날리는 것이었다. 미운산이 몸을 잔뜩 낮추고는 돌풍을 피했다. 그런데 어느새 미운산의 머리를 뛰어넘은 구양봉이 등쪽으로 사뿐히 내리며 장법을 가해왔다. 뒤를 돌아본 미운산은 주춤했다. 크르릉! 거센 광풍이 몰려오자 미운산이 다시 자세를 낮추려고 했다. 그러나 어느새 그 광풍에 걸리고 말았다. 미운산이 미끄러지듯 뒤로 밀려갔다. "음......" 순간 기혈(氣血)이 들끓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아 이미 내상을 입었음을 미운산은 감지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미운산이 얼른 "강용팔장" 법수 중 "항용유회" 법식으로 구양봉과 대적하고 나섰다. "얏!" 그러자 구양봉이 이번엔 바닥에 납짝 엎드리는 것이었다. 그 바람에 미운산의 공격은 빗나가 맞은편 담장만 요란하게 부셔졌다. 다시 미운산이 공격을 가하자 이번엔 구양봉이 머리를 쳐들고는 개굴 하는 소리를 냈다. 그리곤 반격을 해오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겨우 구양봉의 공격을 피한 미운산은 당황했다. '저놈의 공격은 정말 까다롭구나! 이 일을 어쩐담...... 그렇다. 놈이 다시 기를 모으기 시작할 때를 엿봐 공격을 하면 되겠구나!' 다시 미운산의 항용유회 법식이 구양봉을 향해 뿜어졌다. 크릉! 크르릉! 두 사람의 장력이 맞부딪칠 때마다 요란한 굉음이 터졌다. 더군다나 체구가 우람한 구양봉의 위력 또한 만만한 것이 아니었다. 미운산이 선제공격을 퍼부으면 그것을 맞받아치는 구양봉의 장력은 실로 가공할 만했다. 구양봉의 쌍장으로는 거센 내력이 밀물처럼 용솟음쳐 나왔다. 마치 바다의 물을 일순간 육지로 옮겨놓을 만큼 엄청난 힘이었다. 자신의 강용팔장을 쉽게 막아내는 구양봉을 보자 미운산은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무예를 감당해낼 만한 사람은 없다고 자부해왔던 터였다. 그런데 서역에서 왔다는 구양봉이 맞수가 될 줄은 미처 몰랐다. 드높은 하늘에 매달린 구름과 땅 위의 산맥들마저 뒤흔들 만한 장력이 한참 오고갔다. 두 사람은 온힘을 다해 자신이 지닌 내력을 뿜어대고 있는 중이었다. 미립은 아버지가 차츰 몰리는 것 같아 마음 속으로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미운산에게로 소리를 치는 것이었다. "그만 두세요! 보아하니 아주 힘겨워하시는 것 같은데 제가 구양선생에게 당신을 용서해달라고 청을 드리리다." 그러나 미운산의 귀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구양봉과 결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판국에 들릴 리가 만무였다. 그러자 그녀가 다시 소리쳤다. "당신의 귀여운 아들을 보세요. 당장 당신의 눈앞에서 죽게 되었는데 아무런 상관도 없다는 말인가요!" 그러더니 곧 미기를 붙잡고 있는 다섯째에게 눈짓을 보냈다. 다섯째가 곧 미기의 목을 비틀기 시작했다. "악! 아버지!" 미기가 비명을 터뜨리자 그 때서야 미운산이 고개를 돌렸다. 막 미기가 있는 쪽으로 다가서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구양봉의 쌍장에서 내뿜어진 괴력이 자신을 치는 것이었다. "아악!" 미운산은 무려 일곱보나 뒤로 밀려나갔다. 미운산이 위기에 처한 것을 본 미립이 말했다. "미기야! 아버지가......" 그러나 차마 미립은 말을 끝까지 이을 수가 없었다. 생각같아서는 미기에게 어떤 고통이 있더라도 아버지를 끝까지 싸우게 해야한다고 외치고 싶었다. 그러나 바로 눈앞에 있는 동생 미기 역시도 몹시 괴로워하고 있었기에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어린 미기가 미립의 의도를 간파했는지 불현 이를 악물고 눈을 부릅 뜨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그녀가 말했다. "오호, 과연 미운산의 자식들 답구나!" 하면서 다섯째에게 더 매서운 눈초리로 신호를 보내왔다. 미기의 얼굴색은 차츰 어둡게 변해갔다. 어느새 미기의 앙다물어진 작은 입에서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도 미기는 조금도 굴하지를 않았다. 튀어나가려는 비명조차 이빨로 강하게 물어버리고는 더 결사적으로 버텨내는 듯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로구나! 미운산의 아들이 되기에 조금도 부끄럽지가 않아!" 진심으로 감탄을 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미기의 의연한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 아직 정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는 미운산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내가 손을 쓰면 당신의 목숨은 끝이 나요. 하지만 난 당신을 쉽게 죽이고 싶지가 않아요. 호호, 지금부터 아주 흥미로운 놀이를 할 생각이죠." 그러더니 그녀가 구양봉이 꽂아둔 독사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독사장을 뽑은 그녀가 다시 미운산에게로 왔다. "호호호!" 그녀가 독사장을 미운산의 다리쪽으로 갖다대었다. 그녀가 손으로 가볍게 몇번 흔들자 작은 독사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곧 그 뱀들은 미운산에게로 옮겨오려 했다. 그런데 뱀의 동작이 어설프게만 보였다. 바로 그녀를 뱀들이 알아본 것이었다. 구양봉이 아닌 것을 알아차린 뱀들이 쉽게 그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뱀들은 독사장 자루를 통해 열심히 들락날락거렸지만 쉽게 미운산에게로 옮겨가지는 않았다. 그녀가 난처해진 얼굴로 구양봉을 바라보았다. "구양선생, 뱀을 미방주의 몸에 기어오르게 하려면 어떤 방법을 써야하나요?" 그러나 구양봉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주지를 않았다. 사실 구양봉은 그녀의 행동에 화가 났던 것이다. 독사로 그렇게 간단히 미운산을 죽일 것 같으면 무엇 때문에 자신이 지금 혈투를 벌이고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서였다. "구양선생!" 그녀가 다시 애원을 하듯 구양봉을 응시했다. 쓴웃음을 짓고 난 구양봉이 입술을 천천히 오무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재빨리 휘파람을 두번 불었다. 그러자 작은 독사들이 순식간에 미운산의 바지가랑이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것이었다. "읍!" 미운산이 갑자기 굳어졌다. 잠시 구양봉의 공격 ㄸ문에 정신을 가다듬고 있는 틈을 타 당하고 만 결과에 울분이 터졌다. 독사가 다리로 붙자 미운산의 가슴은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구양봉의 독사는 대단한 독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었다. 또 한번 미운산이 당황을 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구양봉의 다시 미운산을 향해 회심의 일격을 날려보냈다. 미운산은 꼼짝 못하는 사이 이번엔 더 멀리 뒤로 나동그라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구양봉이 비로소 양 손을 거두고는 거만하게 웃어젖혔다. "와하하하! 그럼 그렇지. 역시 이 구양봉 나으리가 천하의 으뜸이라구!" 이곳에 모여있는 모든 이들은 한결같이 구양봉의 위력에 입을 다물 줄 몰랐다. 속으로 벌벌 떠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황궁의 요리사들 역시 무예가 약한 편은 아니었지만 구양봉을 보자 얼른 꼬리를 감추기에 바빴다. 더군다나 장법 말고도 무서운 독사장을 갖고 있는 구양봉에게 섣불리 덤볐다가는 죽음 뿐이라는 사실을 새기는 듯한 모습들이었다. "아버지!" 미운산이 쓰러지자 미립이 목을 놓아 울부짖기 시작했다. 미기는 다행히 풀려났지만 이미 사색이 다 된 얼굴이었다. 끝까지 강한 의지를 보여주긴 했지만 아직도 입술 사이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미기도 엎드린 채 울기 시작했다. "노독물 네 이노옴! 너야말로 천하에서 가장 가소로운 인물이구나!" 모두들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 잔잔하면서도 섬뜩한 소리에 사람들은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허둥대기 시작했다. 더욱 당황하게 된 것은 목소리는 들렸으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리저리 살펴보던 구양봉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런 소리를 낼 만한 사람은 없었다. 부드럽게 들려왔으나 분명 그 속에는 대단한 공력이 숨겨져 있음을 구양봉은 느낄 수가 있었다. 구양봉이 손을 내저으며 소리쳤다. "누구냐! 썩 나오지 못하겠느냐? 누군가 감히 이노독물에게 그같은 말버릇을 보이느냐!" 이번엔 다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하하하!" 사람들은 더욱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노독물, 너보다 나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다시 말소리가 이어졌다. 사람들은 쉽게 그 위치를 잡아낼 수가 없어 서로의 얼굴만 멀뚱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오로지 구양봉만이 보이지 않는 상대와 맞서고 있는 형편이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감지한 구양봉이 받아쳤다. "천하의 무림 중에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누구더냐?" 구양봉의 판단으로는 목소리가 처마 쪽에서 나는 듯했다. 처음 그 목소리가 들려왔을 땐 뜨락 저편 담장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어느새 돌변하고 말았다. 스스스...... 매우 빠르게 풀잎 위를 스쳐가는 습한 동물처럼 그런 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이유는 그가 경공으로 쏜살같이 날아다니며 말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바로 대협 왕중양이지." 다시 말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머리 위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했다. 이 말에 구양봉이 치를 떨며 소리쳤다. "뭐라고? 왕중양!" "하하하,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그 사람말고 너를 거꾸려뜨릴 수 있는 인물이 또 있으니까." "또 누구냐?" 구양봉이 허공에 대고 다시 외쳤다. "화산의 무예시합이 곧 시작될 것인데 바로 그곳에 가려는 모든 사람들이다. 네놈보다는 모두 뛰어난 무예를 갖고 있지." "그들은 모두 거북이나 마찬가지다. 네놈 역시 거북이일터 어서 나와라. 내 네놈을 뒤집어놓아 거북이처럼 죽을 때까지 버둥거리게 만들 것이다!" "하하하! 네놈이 원한다면 소원을 들어줄밖에." 순간 어디선가 미풍이 불어왔다. 그러더니 후드득! 새가 날개터는 소리와 함께 그가 모습을 나타냈다. 사람들의 시선이 먹이를 발견한 독수리처럼 일제히 그에게로 날아가 박혔다. "아니!" 기풍 당당하게 걸어오는 사내는 의외로 서른살 안팎의 젊은이였다. 자주색 겉옷을 걸치고 손에는 옥피리를 들고 있었다. "저건!" 구양봉은 다시 한 번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외마디 감탄에 스스로 놀라고 말았다. 바로 동해 도화도 도주인 황약사였다. 황약사는 강호에서 이름을 드높히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는 혼자서 태호방을 소멸시키고 대력(大力) 허패(許覇)를 굴복시킨 장본인이었다. 또한 태호의 응취봉(鷹鷲峰) 아래에 시까지 새겨놓은 것으로 유명했다. 무림의 사람치고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그의 대호가 동사(東邪)인 것도 익히 알고 있는 처지였다. 구양봉의 두 눈은 공포심으로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인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역시 이름이 알려진 노독물 구양봉인지라 무작정 무릎을 꿇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황약사, 네놈이었구나! 마침 잘 와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적수가 없어 심심하던 차였는데 네놈의 재간을 어디 한번 구경해보자꾸나! 하하하!" "으윽!" 바로 이 순간이었다. 멀찌감치 떨어져 있던 미운산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고 만 것이었다. 쓰러진 미운산은 머리를 땅에 둔 채 두 다리를 허공으로 쳐들었다. 그 괴상한 행동을 목격한 모든 사람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