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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논검2부[동사황약사편] - 42편 (42/59)

2026-09-24 21:27:20 조회 25
당신이 보기에 내가 나쁜 사람이야, 좋은 사람이야?" 노인은 이러지도저러지도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매초풍이 다시 말했다. "난 노인장의 몸을 좀 빌려 쓰자는 것뿐이야. 다른 건 필요없고 머리만 있으면 된다구." 노인은 그 말을 듣고 벌벌 떨며 대답했다. "쓰……쓰십 ……시오." 매초풍은 진현풍을 불렀다. "이리 와서 날 좀 도와줘요. 내 일이 끝나면 당신도 해야잖아요." 매초풍의 말이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진현풍이 머리를 끄덕이며 다가왔다. "난 노인장의 머리만 쓸 테니까 다른 데는 저 사람한테 빌려 주라구. 저 사람은 오장육부가 필요하거든." 공포에 질린 노인은 아무 말도 못하고 온몸을 사시나무 떨듯 했다. 매초풍은 머리를 풀어헤치고 싸늘하고 매서운 눈초리로 노인을 노려보더니 승냥이 울음 소리 같은 무서운 소리를 냈다. 노인은 비명을 질렀다. 매초풍은 노인이 다시 소리를 지를 틈을 주지 않고 갈고리 같은 손을 뻗어 그의 머리를 천천히 움켜쥐었다. 머리에서 뿌지직 소리가 나자 노인은 소름 끼치는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매초풍은 태면하게 손가락 끝을 노인의 두개골에 천천히 찔러 넣었다. 매초풍이 노인의 머리에 박았던 손을 뽑자, 노인은 짤막한 비명을 지르더니 눈을 부릅뜨고 죽어 버렸다. "어서 가서 저 젊은 남자를 끌어 와요. 다시 해 봐야겠어요. 노인이라 두개골이 맥없이 부서져서 틀렸어요." 매초풍은 계속 투덜거렸다. "그러게 내가 뭐했어요? 건장한 사람을 잡아 오랬잖아요! 저렇게 힘도 못 쓰는 영감을 잡아 오니까 손써볼 새도 없이 죽어 버리지……." 그러자 진현풍은 젊은 남자 한 명을 끌어다 매초풍에게 주었다. 앳된 얼굴의 젊은이였다. "어쭈, 잘생겼는데. 내가 처녀라면 한번 유혹해 볼 텐데 말이야." 젊은이는 매초풍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보며 다리를 후들후들 떨고 있었다. "어때, 젊은이, 내가 맘에 들어?" 매초풍이 젊은이에게 묻자 진현풍이 벌컥 화를 냈다. "사매!" 그러자 매초풍이 쏘아붙였다. "왜 그래요?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을 시샘이라도 하는 거예요? 한심하게 그러지 말고 구경이나 해요." 그리고는 다시 젊은이를 향해 물었다. "말해 봐, 내가 맘에 들어?" 그러나 겁에 질려 바지에 오줌을 싸고 있는 젊은이의 귀에는 그런 말이 들어오지 않았다. "넌 여자가 다정하게 구는 것도 모르는 바보 천치로구나. 우리 남편을 봐. 생긴 건 별로지만 나한테는 아주 살뜰하지. 전에도 늘 다정하게 대해 줬어. 도화도에 있을 땐 제일 크고 좋은 복숭아를 따서 내게 주었지. 왜 그랬는지 알아?" 그러나 정신이 나간 젊은이는 이 악마 같은 여자를 쳐다보며 눈도 깜박이지 못했다. "그거야 나한테 잘 보이느라고 그랬지. 나한테 잘못 보였다가 나 말고 다른 여자와 살아야 할까 봐 겁나서 그랬던 거라구. 알아?" 여전히 젊은이가 대꾸도 못하고 멍청히 서 있자, 매초풍은 진현풍에게 말했다. "이 남자 이거 남자 구실도 못하는 물건 아냐? 나를 보고 찍소리도 못하는 걸 보니……." 매초풍은 다시 젊은이 쪽을 쳐다보았다. "이봐, 난 미인이야. 남자가 미인의 손에 죽는 것보다 더 영광스러운 일이 어디 있어? 그런데 넌 내 얼굴에 관심이 없나 보구나. 날 잘 보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대단한 미인이라는 걸 알텐데. 난 나를 깔보는 사람은 누구든 죽이는 여자야!" 매초풍이 손가락을 매처럼 치켜 들고 그에게 다가가자 남자는 비명을 지르며 기절해 버렸다. "이런 한심한 인간 봤나. 손도 안 댔는데 제풀에 덜컥 기절하다니!" 매초풍은 손을 거두며 투덜거렸다. 매초풍은 언제나 산 사람을 상대로 무공을 수련했다. 그래야 자기의 구음백골조가 사람의 두개골에 얼마나 깊이 들어가는지, 또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수련한 결과 손가락 끝이 즉시 상대방의 머리를 파고들기는 했으나, 아직도 움켜쥐자마자 상대방을 죽이지는 못했다. 손으로 움켜쥐자마자 상대를 죽이려면 산 사람으로 실험해야 했다. "이 남자는 아무래도 바보야. 내 얼굴을 보고도 마음이 동할 줄 모르니 말이에요. 말해 봐요. 내가 예쁘지 않아요?" "물론 당신은 예뻐. 그러나 그 모양을 하고 서 있는데 정신이 남아 있겠어?" 진현풍의 말에 매초풍이 얼른 대꾸했다. "좋아요. 깨어나면 좀 다정하게 굴어야지." 그들 둘은 앉아서 그 남자가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정신이 든 젊은이는 자기가 아직도 이 악마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또 벌벌 떨기 시작했다. "겁내지 말아요. 내가 아주 부드럽게 해 줄게. 내가 당신 이마에 입을 맞춰 준다니까." 하지만 그 따위 말이 귀에 들어올 리 만무했다. 이제 젊은이는 혼비백산해서 새된 소리를 질러댔다. "아이, 그러지 말아요. 사람들 놀라겠네." 매초풍은 이런 수작을 하면서 손을 뻗어 남자의 머리를 움켜잡았다. 그녀는 다섯 손가락을 깊이 넣지 않고 한마디 정도만 박아 넣었다. 때문에 죽지도 못한 남자는 악악 비명을 질렀다. "이거 왜 이래? 손가락을 콱 박아 넣어 찍소리도 못하고 죽게 하면 좋겠어?" 매초풍은 성난 얼굴로 투덜거리며 진현풍을 바라보았다. "이 사람 가슴에 두어 장 먹여 봐요. 최심장이 얼마나 수련되었는지 봅시다." 매초풍의 말에 진현풍은 어깨를 으쓱하며 남자에게 다가섰다. "아무래도 내가 더 세지." 그리고는 남자의 가슴을 겨냥하여 한 장 갈겼다. 남자의 가슴에서 퍽! 소리가 나더니 다시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진현풍과 매초풍이 쪼그리고 앉아 남자의 가슴을 살펴보니 앞가슴이 우묵하게 패어 들어가서 속이 텅 빈 것처럼 보였다. "안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아야지." 매초풍의 말에 진현풍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남자의 배에다 손을 찔러 넣더니 뱃가죽을 찢어 갈랐다. 그리고는 염통, 쓸개, 간, 허파 따위의 내장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얼핏 보기엔 모두 정상으로 보였다. 그러나 달빛을 빌려 유심히 보니 오장육부에 가느다란 금이 가 있었다. 파열된 것이다. 매초풍과 진현풍은 자기들의 무공이 아직도 멀었다는 것을 느끼고는 개탄했다. 단번에 상대방의 오장육부를 박살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정도의 무공으로 사부님을 만났다간 우린 영락없이 죽을 거야. 도화도에 가서 《구음진경》상권을 손에 넣어야 하는데……. 그러면 우리는 그야말로 천하 무적일 텐데…….' 매초풍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악귀들아! 하늘이 도와 결국 네 놈들을 찾았구나!" 제27장 다시 도화도로 매초풍과 진현풍이 고개를 돌리니, 첫눈에 형제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꼭 닮은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키가 작고 뚱뚱했으며, 한 사람은 훤칠하고 야윈 편이었다. 뚱뚱한 사람은 손에 구리 몽둥이를 쥐고 있었고 야윈 사람은 무쇠로 된 지팡이를 들고 있었다. 진현풍이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뚱뚱한 사람이 대답했다 "우린 비천신용(飛天神龍) 가벽사(柯酸邪)와 비천편복(飛天 福) 가진악 (柯鎭惡)이란 형제다!" 야윈 편인 가진악이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흑풍쌍살이냐?" 진현풍이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그렇다." 그러자 비천신용 가벽사가 껄껄 웃었다. "잘됐어! 우리 형제는 진작부터 네 놈들을 찾고 있었다. 천하의 무림을 위해 화근을 없애 버리겠단 말이다!"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형제는 몽둥이와 지팡이를 들고 흑풍쌍살에게 달려들었다. 흑풍쌍살이 악독하고 잔인한 짓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자자하여 사람마다 이를 갈고 있던 터였다. 가벽사 형제는 흑풍쌍살을 없애서 무림이 편안해지도록 하겠다는 생각으로 이들을 찾아 다녔던 것이다. 비천신용 가벽사가 소리쳤다. "오늘 내 몽둥이 맛을 좀 보아라!" 매초풍이 날카롭게 외쳤다. "네 놈이 날 치겠다구? 네까짓 게 날 치겠다는 거냐?" 두 형제는 매초풍, 진현풍과 일전을 벌였다. 그런데 싸울수록 점점 더 힘에 겨웠다. 그들의 무예는 흑풍쌍살보다 한 수 아래였던 것이다. 더구나 구음백골조와 최심장은 당해 내기가 어려웠다. '흑풍쌍살의 무예가 참으로 대단하구나. 잘못하다가는 이 연놈들에게 당하겠어.' 이렇게 생각한 비천편복 가진악은 쇠지팡이를 빗발치듯 휘둘러 대면서 매초풍을 공격했다. 진현풍이 그것을 보고 큰소리로 말했다. "이 망할 마누라야! 그렇게 진짜로 덤비지 말고 대충 대처하라구. 내가 이 놈을 죽여 버린 다음 임잘 도울 테니까!" 매초풍은 갈고리 손가락으로 가진악을 공격하면서 질세라 욕설을 퍼부었다. "빌어먹을! 자기나 잘할 일이지 왜 나까지 참견하는 거예요?" 그들 부부는 이렇게 입씨름을 하면서도 그 법수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가벽사 형제는 점점 형세가 불리해지는 것을 확실히 느꼈다. 가진악이 형에게 외쳤다. "형님, 어서 몸을 피해요!" 오늘은 이만 하고 후일 다시 사람을 모아 흑풍쌍살을 혼내 주자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매초풍이 코웃음을 쳤다. "흥! 가긴 어딜 간단 말이냐?" 그녀는 큰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가진악의 얼굴을 공격했다. 가진악은 매초풍의 구음백골조가 끔찍한 수법이라는 걸 알고 있었으므로 얼른 뒤로 몸을 피했으나 그녀의 오른쪽 손이 갑자기 법수를 바꾸어 자기의 쇠지팡이를 잡으리라곤 생각조차 못했다. 오른손으로 가진악의 지팡이를 빼앗은 그녀는 왼손으로 그의 머리를 움켜잡으려 했다. 가진악이 그 기미를 알아채고 재빨리 몸을 피했으나 그만 그 악마 같은 손가락에 눈을 긁히고 말았다. 가진악은 모진 비명을 지르면 서 멀리 피했다. 가벽사는 동생의 비명 소리를 듣고 큰소리로 물었다. "동생, 어떻게 된 일이야?" 가진악의 눈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이 년이 내 눈을 할퀴었어요, 형님! 아무것도 안 보여요." 비천신용 가벽사는 동생을 구하려고 얼른 몸을 솟구쳤다. 그러나 그 순간 무서운 장이 그의 둥에 떨어졌다. 그 장이 어찌나 빠르고 강한지 비천신용 가벽사는 입으로 피를 토하며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쓰러지면서 소리를 질렀다. "동생, 빨리 피해라!" 쓰러졌던 가벽사는 얼른 몸을 일으켜 다시 구리 몽둥이를 휘두르며 외쳤다. "동생, 빨리 몸을 피해!" 매초풍이 쓴웃음을 지으며 비아냥거렸다. "그 따위 실력으로 우리 흑풍쌍살을 죽이겠다구?" 그녀는 가진악에게 연거푸 공격을 퍼부었다. 진현풍과 매초풍은 번개같이 움직이는 가벽사의 몽둥이를 피하면서 함께 몸을 훌쩍 날렸다. 가벽사는 손으로 동생을 밀어냈다. "빨리 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둘 다 죽는다!" 매초풍이 차갑게 내뱉었다. "안 될 말씀! 너희 둘 다 여기서 죽어야 해!" 그녀는 마귀 같은 손가락을 뻗었다. 짝!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다섯 손가락이 가벽사의 머리에 박혔으나 가벽사는 워낙 용력이 대단하여 중상을 입고도 죽지 않았다. 그는 매초풍의 어깨를 움켜잡고 소리를 질렀다. "네 년이 날 죽이면 나도 널 죽일 테다!" 그는 품속에서 비수를 꺼내 들더니 매초풍에게 마구 휘둘렀다. 매초풍은 손을 내밀어 가벽사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녀는 선뜩한 칼날을 보고 감히 그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매초풍은 다른 한 손을 가벽사의 머리 속에 집어 넣으려 했지만, 한 손으로 가벽사의 손목을 틀어쥐고 있으려니까 아주 힘들었다. 그녀는 진현풍에게 또 욕설을 퍼부었다. "망할 인간 같으니, 어서 날 도와주지 않고 뭐 해요?" 그녀는 가벽사가 구음백골조 법수에 걸려들었는데도 죽지 않고 이처럼 기세가 사나운 것을 보고 속으로 은근히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진현풍은 동생인 비천편복 가진악을 공격하다가 아내의 욕설을 듣고 몸을 돌려 가벽사의 등을 향해 장을 날렸다. 그러자 가벽사는 머리가 뒤로 꺾인 채 입으로 피를 분수처럼 내뿜으며 소리쳤다. "동생, 빨리 도망가라!" 가진악은 형님의 목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뛰어갔으나 형님은 이미 숨진 뒤였다. 형님이 죽었다는 걸 확인한 그는 얼른 몸을 날려 도망가 버렸다. 진현풍은 그가 도망가는 것은 보지도 않고 매초풍을 보살폈다. 죽은 가벽사가 두 손으로 여전히 매초풍의 어깨를 꽉 틀어쥔 채 놓지 않고 있었다. 진현풍이 가벽사의 손가락을 하나하나 부러뜨리고 나서야 매초풍은 풀려났다. 그녀는 독살스럽게 말했다. "놈이 내 구음백골조에 눈을 다쳤으니 소경이 될 거예요." 진현풍과 매초풍은 가벽사의 시체를 숲 속에 버려 둔 채 가진악을 찾아 한참 동안 헤맸으나 찾아낼 수가 없었다. 매초풍과 진현풍은 자신들이 《구음진경》하권을 훔쳐 도화도에서 달아난 것으로 시작된 일이 강호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다. 그들이 바란 건 오로지 황약사에게 붙잡히기 전에 하루빨리 《구음진경》상권을 손에 넣어 스승의 무공을 뛰어넘자는 것뿐이었다. 두 사람은 평강이란 도시에 도착하여 도화도까지 갈 배를 구하는 일을 의논했다. 그들이 얘기하고 있는데 한 노인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바다에 나가 노실 손님이십니까?" "네, 우리 부부는 난생 처음 바다를 본답니다. 바다에 나가 뱃놀이를 하는 게 소원이었지요." 진현풍의 대답에 노인이 말했다. "배를 타시려면 돈을 내셔야지요. 그러면 내 배로 두 분을 모시고 경치를 구경시켜 드리리다." 진현풍이 잠시 망설이자 매초풍이 답답하다는 듯이 물었다. "저 사람이 뭐라는 거예요?" "제기랄, 돈을 내야 바다로 데리고 나가겠대." "그럼 어서 돈을 줘요." 진현풍은 품에서 가벽사의 몸에서 뒤져 낸 은전을 꺼내 노인에게 내밀었다. "이거면 되겠소? 은전은 후하게 드릴 테니 우릴 도화도까지 데려다 주시오." 도화도란 말에 노인은 기겁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도화도? 지금 도화도라고 했소? 거기라면 은전 아니라 금덩이를 줘도 못 가겠소. 제발 농담 마시오." 기분이 상한 진현풍은 노인에게 을러댔다. "뭐? 그럼 안 가겠다는 거요?" 진현풍의 험악한 기세에도 노인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안 가겠소." 진현풍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노인을 위협했다. "내가 시키는 대로 안 하면 후회할걸." 그가 가까이 대 놓은 노인의 배에 가볍게 장을 날리자 갑판이 산산조각 났다. 그러자 노인은 두 사람을 설득하려는 듯이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아무래도 젊은 양반들이 잘 모르는 모양인데, 도화도란 데는 갈곳이 못 되오. 그 섬엔 성미가 사악한 자가 살고 있어서 거기 갔다가 살아서 나온 자가 없소. 거길 가는 건 죽으러 가는 셈이란 말이오." 진현풍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윽박질렀다. "잔소린 그만 하고, 가겠소, 안 가겠소?" 노인은 할 수 없다는 듯이 쯧쯧쯧 혀를 찼다. "정 그렇다면 가겠소. 하지만 섬에 닿으면 당신들끼리 섬에 오르시오. 알았소?" 진현풍이 고개를 끄덕이자, 노인은 집에 대고 소리쳤다. "둘째야, 셋째야! 이리 나오너라!" 그러자 초가집에서 두 사람이 걸어 나왔다. 그들은 진현풍과 매초풍을 찬찬히 뜯어보더니 노인에게 물었다. "아버님, 무슨 일이십니까?" "이분들이 도화도에 가시겠단다." 노인의 대답에 그들의 얼굴이 대번에 굳어졌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알아듣도록 말했지만 저분들은 기어이 가시겠다는구나." 그러자 젊은이가 두 사람 앞으로 나섰다. "어느 곳이든 갈 수 있지만 도화도만은 안 됩니다." 매초풍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우린 꼭 도화도에 가야 해요. 가겠어요, 안 가겠어요?" "못 갑니다."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매초풍은 그의 머리를 움켜쥐어 구음백골조를 사용하려 했다. 그러나 젊은이도 무예를 아는지 번개같이 뒤로 물러섰다. 그는 가소롭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당신들이 감히 도화도엘 가겠다는 거요? 그곳에 가면 황 도주가 당신들을 가만 놔두지 않을텐데." 매초풍과 진현풍은 놀라 흠칫 뒤로 물러나며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요?" 그 젊은이는 쓴웃음을 지을 뿐 대답하지 않았다. 진현풍이 매초풍에게 속삭였다. "여보, 내막을 환히 아는 걸 보니 사부님께서 우릴 붙잡으라고 보낸 사람들이 아닐까?" 그러나 매초풍은 고개를 저었다. "사부님처럼 자존심이 대단한 분이 자기 문하의 일에 남이 참견하도록 하진 않으셨을 거예요. 어쨌거나 이 놈들은 없애 버리면 그만이라구요." 그들 두 사람이 노인과 젊은이를 공격하려는 순간, 초가집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나오는 사람이 있었다. "진현풍, 매초풍, 내가 누구인지 보아라!" 비분에 가득 찬 표정을 한 사람이 수레에 앉아 있었다. 바로 육승풍이었다. 진현풍 부부는 깜짝 놀랐다. 육승풍이 이곳에 있는 걸 보니 사부님도 가까운 곳에 계신 것이 틀림없었다. 두 사람은 사위를 둘러보며 겁에 질려 부들부들 떨었다. 매초풍이 먼저 입을 열었다. "육 사제, 사부님은 어디 계세요?" 육승풍은 다짜고짜 욕을 퍼부었다. "네 년이 감히 사부님을 만나 보려구? 사부님께서 보시면 네 년은 더 처참한 죽음을 당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사부님을 대신하여 네 년을 잡으러 왔다. 우선 네 년의 다리 힘줄을 끊어 맛을 좀 보여 줘야겠다!" 육승풍도 곡영풍과 마찬가지로 사부님한테 다리 힘줄을 끊겼다는 것을 이들 부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매초풍은 황약사와 육승풍을 이간시키려 했다. "육 사제, 그분은 제자에게도 그처럼 가혹한 분이에요. 자기 제자에게도 잔인하기 짝이 없는 그분이 밉지 않으세요? 육 사제, 우리와 함께 도화도로 가서 복수하지 않을래요?" 육승풍은 그녀의 말에 더욱 화를 냈다. "매초풍, 네 년은 일말의 양심도 없구나. 사부님께서 널 구해 주지 않았더라면 네 년이 오늘까지 목숨이 붙어 있었겠느냐? 사부님의 은혜는 생각지도 않고 《구음진경》을 훔쳐 도망가다니……. 네년 때문에 우리 형제 네 사람이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아느냐? 내 오늘 네 년의 다리 힘줄을 잘라 내어 도화도로 끌고 가지 못하면 사람이 아니다!" 진현풍은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육승풍, 그까짓 재주로 우리 부부를 죽이겠다는 거냐?" 진현풍과 매초풍은 육승풍에게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초가집의 문짝과 창문들이 활짝활짝 열리더니 안에서 수십 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들 모두 손에 칼을 들고 있었다. "흑풍쌍살, 꼼짝 마라!" 달려 나온 사람들이 진현풍과 매초풍을 물샐틈없이 둘러쌌다. 육승풍이 대노하여 부르짖었다. "진현풍, 매초풍, 순순히 포박을 받아라! 내가 너희들의 다리 힘줄을 끊은 다음 사부님께 끌고 가겠다. 사부님께서 자비심을 베풀어 너희들을 용서하실지도 모르지!" 그 말에 화가 난 진현풍은 다짜고짜 몸을 날려 육승풍한테 달려들었다. 그러자 육승풍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10여 명의 사내들이 진현풍에게 덤볐다. 초가집 앞은 삽시에 아수라장이 되어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진현풍이 어찌나 귀신같이 몸을 놀리는지 그 많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눈 깜짝할 사이에 육승풍에게 접근했다. 그러나 몸집이 커다란 사나이가 진현풍 앞을 막아 서며 굵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러나라!" 진현풍은 그 엄청난 몸집의 사나이를 보고도 전혀 당황하지 않고 덤벼들었다. 그러자 커다란 사나이가 몇백 근의 장을 휘둘렀다. 그는 자신의 장을 맞은 진현풍이 나가떨어질 줄 알고 더 이상 손을 쓰지도 않았다. 그러나 진현풍은 끄떡도 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그에게 장을 날렸다. 커다란 사나이는 눈이 휘둥그래져서 두 손으로 진현풍의 어깨를 움켜쥐려 했으나 목에서 꾸르륵꾸르륵 소리를 내더니 입과 귀로 피를 흘리며 풀썩 고꾸라져 버리고 말았다. 육승풍이 놀라서 소리쳤다. "조심해라! 이게 바로 최심장이란 법수다. 놈의 몸에 부딪쳐서는 안 돼!" 사람들은 몸집이 커다란 사나이가 진현풍의 장에 맞아 너무나 쉽게 죽어버리는 것을 보고 몸을 사렸다. 그 덕분에 흑풍쌍살의 형세가 한결 유리해졌다. 상대방이 목숨을 걸고 덤벼들면 두 사람이 그에 대적하느라 손을 쓸 틈이 없을 테고, 그 와중에 누군가의 칼에 찔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러나 모두들 겁이 나서 저마다 몸을 사렸으므로 두 사람은 운신의 폭이 훨씬 넓어졌다. 그들 부부가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법수를 쓰자 순식간에 두 사람이 쓰러지고 말았다. 한 사람은 매초풍의 손에 걸려 머리에 다섯 개의 구멍이 났고, 다른 한 사람은 진현풍의 장에 맞아 어깨뼈가 부서진 것이다. 매초풍은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모진 욕설을 퍼부었다. "육승풍, 사부님이 네 발의 힘줄을 끊었다면 나는 네 놈의 심장을 뽑아 줄테다!" 육승풍은 수레에 앉은 채 몸을 전혀 움직이지 않았는데 그의 주위에는 네 사람이 호위하고 있었다. 육승풍이 입을 열었다. "《구음진경》을 훔쳐 도화도에서 도망간 것만 해도 큰 죄를 진 것이니 강호에서 착하게 살아갈 일이지, 어찌 그토록 잔인하게 무고한 사람들을 죽인단 말이냐! 한꺼번에 여든한 사람이나 죽이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