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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논검1부(서독구양봉편) - 7편 (7/64)

2026-09-24 21:22:51 조회 16
동료들은 은근히 쾌재를 불렀다. "묘 형, 그까짓 일로 너무 속 썩이지 마시오. 기껏해야 국 한 그릇 아니오? 내일 또 맛있게 만들어 황제께 올리면 그만 아니오." 한 사람이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셋도 그 말이 옳다고 떠들었다. 그러나 묘수인주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은 내가 갖은 애를 다 써서 만든 것이오. 그 재료를 장만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시오? 도린어(倒鱗魚 ; 물고기의 일종)도 그렇지만 천산에서 나는 녹초를 얻기가 얼마나 어려웠는 줄 아시오? 고생고생하여 겨우 그것밖에 못 얻었는데 또 어디 가서 얻는단 말이오." 그 말에 나머지 네 사람의 얼굴에 놀란 빛이 흘렀다. 묘수인주가 그 희귀한 재료를 장만하느라 무진 애를 쓴 것은 황제의 마음을 즐겁게 해주고 상을 타려는 욕심에서 그리 한 것인데 하늘이 돕지 않아 헛고생만 하지 않았는가! 한편 묘수인주의 뇌리에는 의심이 떠나지 않았다. 갑자기 손이 뜨끔하더니 누군가 그 국그릇을 채 갔던 것이다. '필시 이들 중에 고수가 있어. 소리도 없이 감쪽같이 그 국그릇을 가져갔거든. 내가 오늘 크게 당했어. 내가 이 녀석들을 잘못 보았군.' 그러나 묘수인주는 그 말을 입 밖에 낼 수 없었다. "제기랄, 다 내 탓이오. 내 운수가 사나워 이렇게 되었지. 난 여러분들이 가져 갔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자, 여기서 웅성거릴 것 없이 모두들 나갑시다." 네 사람은 묘수인주의 말이 거짓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묘수인주는 여전히 그들을 의심하고 있었지만 여기서 나가지 않으면 누가 원앙오진회를 가지고 나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네 사람 다 켕기는 것이 없었다. "그럽시다. 묘수 형 말대로 모두 나갑시다." 그들은 쾌활하게 말하고는 우르르 몰려 나갔다. 주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구양봉은 돌아온 홍칠과 함께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들보 위에 너무 오래 쪼그리고 앉아 있어서 허리가 아팠다. 그래서 그들은 아래로 내려와 허리를 폈다. 그러다가 구양봉은 홍칠의 손에 커다란 식함이 들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게 뭐요?" 구양봉의 물음에 홍칠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 "소리치지 마. 이게 바로 저 녀석들이 찾던 원앙오진회라는 거야." 그 식함이 홍칠의 손에 있는 것을 보고 구양봉은 깜짝 놀랐다. "아니, 그건 왜?" 구양봉의 물음에 홍칠은 히죽 웃었다. "내가 먹어 봐서 알지만 묘수인주가 만든 요리는 정말 별미라네. 자네는 먹어 보지 못했으니 그 맛을 모를 거야. 계집을 얻으려면 오월 계집을 얻고, 사나이를 얻으려면 비단옷 입은 사나이를 얻고, 요리를 먹으려면 묘수인주가 만든 요리를 먹고, 남과 싸우려면 홍칠이를 불러 와라! 자넨 이런 말을 못 들었지?" 구양봉은 그 말에 웃었다. 그 말은 홍칠이가 만들어 낸 우스갯소리지만 어쨌든 묘수인주의 솜씨가 대단하다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자, 말은 그만하고 어서 맛이나 보자구." "나도 함께 먹자구요?" "왜, 이 좋은 걸 안 먹으려나? 먹기 싫으면 그만둬. 음식도 먹을 줄 모르는 딱한 사람 같으니. 자넨 무슨 재미로 사나?" "그럼 나도 먹겠소." 구양봉도 달려들어 맛을 보았다. 원앙오진회는 참으로 별미였다. 매끌매끌하면서도 시원하고, 고기 같으면서도 야채 같고, 입에 들어가면 박하처럼 싸하니 녹아 버리는 것이었다. 목으로 넘기면 마치 부드러운 미인의 손이 내장을 골고루 쓰다듬어 주는 것 같아 얼마나 시원하고 야릇한지 몰랐다. 그러면서 몸이 약간 떨렸는데 그 떨림이 또한 아주 상쾌했다. 도대체 어째서 상쾌한지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온몸이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홍칠과 구양봉은 기분이 좋아서 서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말은 하지 않았다. 아니, 몸과 마음이 너무 황홀해서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한참 만에야 진정이 되자 홍칠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이렇게 기막힌 음식은 처음이지?" "언제 이런 걸 먹어 봤겠습니까? 이렇게 맛있는 건 생전 처음이죠. 그런데 이 음식 이름이 뭐죠?" "아까 못 들었나? 원앙오진회라고 하잖아. 이건 다섯 가지 독이 든 물건으로 끓인 국이야." "그런데 어떻게 끓인 걸까? 나도 이런 국을 끓일 줄 알면 좋겠는데. 매일 이런 국만 먹고 살면 한이 없겠어요." "그러려면 저 묘수인주를 시켜야 하는데 자네에게 그런 재주가 있나? 저 묘수인주는 임안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사인데 오기가 대단하거든. 황제를 시중 들라면 몰라도 자네 같은 걸 시중 들라고 하면 그는 화가 나서 죽어 버릴 거야." 그때 구양봉은 갑자기 졸음이 오는 것을 느꼈다. "홍칠공님, 홍칠공님은 졸리지 않습니까?" 홍칠은 눈이 게슴츠레해지는 구양봉을 보고 깔깔 웃었다. "잠이 온다구? 자기만 해 봐, 자네를 버리고 갈 테니까. 황제한테 붙잡혀도 나를 원망하지 말라구." 홍칠이 농담을 한다는 걸 알면서도 무술이 짧은 구양봉은 어쩐지 으스스했다. "아무리 담이 크다 한들 이런 데서 잠잘 수야 있겠소? 그러다가 어선방의 주자들에게 들키면 나를 잡아 국을 끓일지도 모르는데." "그러면 참 좋겠다. 자네 고기로 국을 끓이면 맛이 좋을 거야. 난 아직 인육탕은 못 먹어 봤거든. 분명히 별미일 거야." 구양봉은 농담인 줄 알면서도 정말 자기 고기로 인육탕을 만들어 묘수인주 같은 사람들이 맛을 보면서 할 말들을 생각하니 소름이 끼쳐 머리칼이 쭈뼛쭈뼛 일어서는 것 같았다. 하지만 몰려오는 잠을 참을 수가 없었다. 드디어 구양봉은 옆으로 덜컥 쓰러지더니 코를 골기 시작했다. "구양봉, 구양봉! 일어나! 자다가는 죽는다." 그러나 구양봉은 곯아떨어져 깨어날 줄을 몰랐다. 그런데 구양봉을 흔들어 대던 홍칠이도 정신이 아찔하면서 머리가 무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거 야단났네.' 홍칠이는 가슴이 섬ㅉ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차디찬 웃음 소리가 들려 왔다. 그 바람에 홍칠이는 가슴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홍칠이 앞에 다섯 명이 다가섰다. 황제의 어선방에서 일하는 다섯 고수들 즉, 묘수인주 묘 나으리, 천도만과(千刀萬過) 과 나으리, 유소화작(油燒火炸) 허 나으리, 백수십권(百手十拳) 우 나으리, 일지칭(一枝秤) 평 나으리 등이었다. 이들은 황제가 가장 총애하는 심복들이었다. 이들이 없으면 황제는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을 테니 황제 노릇도 못할 것이었다. 그래서 이 다섯 나으리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황중의 대신들보다도 세도가 당당했다. "감히 황궁 안으로 기어들다니? 네 놈들은 대체 뭐하는 것들이냐?" 구양봉파 홍칠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홍칠은 가슴이 철렁했지만 겉으로는 태연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우리가 누구냐구요? 저희는 홍안루(鴻雁樓)의 요리사들입니다. 어르신들의 요리 솜씨를 몰래 배워 가려고 이렇게 황궁까지 들어왔습니다. 사실 출중한 요리 솜씨가 없으면 강호에서 살아가기가 어렵거든요. 어르신들 솜씨만 배워 가면 평생 걱정이 없겠는데 말입니다." 홍칠이의 말은 지극히 간곡했다. 다섯 사람은 그 말을 믿는지 잠시 말이 없었다. 만약 이들이 진짜 홍안루에서 온 요리사들이라면 요리 솜씨를 배우려고 황궁에 잠입했다는 것도 일리가 있었다. 강호에서는 누구든 자기만의 뛰어난 재주가 있어야 살아갈 수 있으며, 요리사들도 특기가 있어야 했다. 홍안루 요리사라면 나름대로 빼어난 솜씨가 있겠지만, 더 배우려면 이 황궁의 어선방을 빼놓 고는 달리 없을 것이다. 그러니 황궁에 잠입할 용기를 낼 수도 있었겠지. 다섯 명의 나으리들은 홍칠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잠시 말이 없었다. 불안했던 구양봉도 태연자약한 홍칠을 보고 용기를 좀 찾았다. '이 거지를 따라 황궁으로 들어온 것부터 황당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홍칠이한테 얕잡아 보여선 안 되지.' "그런데 자네 이름이 뭐지?" "홍안루에 있는 소(蘇)씨 성 가진 거렁뱅이, 소씨 거렁뱅이입니다." 소씨 거렁뱅이는 강호에서 유명한 인물이었다. 그는 거렁뱅이로 여기저기 떠돌아 다니다가 홍안루 주인의 마음에 들어 굉장한 대우를 받으면서 그곳 주자로 일하게 되었다. 이 소문이 한때 강호에 자자했으므로 황궁의 다섯 주자들도 그를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홍칠은 자기가 소씨 거렁뱅이라고 말을 해놓고 보니 이 다섯 주자들이 소씨 거렁뱅이를 알고 있지나 않은지 슬그머니 근심이 되 었다. 그런 눈치만 보이면 재빨리 내빼야 했다. 구양봉이 짐이 되겠지만 짐이 되더라도 데리고 달아나야 했다. 여기서 혼자 죽게 할 순 없었다. "그래, 네가 정말 소씨 거렁뱅이냐?" 묘수인주가 따져 물었다. 홍칠은 이를 사려 물었다. '이왕지사 이렇게 된 일, 끝까지 버티는 게 상수다.' "참, 내가 소씨 거렁뱅이가 아니면 대체 누가 소씨 거렁뱅이겠소?" 그 말을 곧이들었는지 다섯 주자는 서로 바라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이왕 황궁에 들어왔으니 우리한테 솜씨를 좀 보여 주시지. 요리 솜씨가 제법이라면 살려 보낼 수도 있다." 묘수인주의 말에 홍칠은 가슴이 철렁했다. 거리에서라면 이깟 다섯 주자쯤 손쉽게 해치우련만, 장소가 장소인 만큼 그들이 맞붙으면 그 소리를 듣고 궁내 대도시위들이 무리로 달려올 게 뻔한 일이었고, 그러면 그와 구양봉은 해를 입기 십상이었다. "잠깐 내 말 좀 들어 보십시오. 저희에게 무슨 솜씨가 있다고 이러십니까? 따지고 보면 우린 동업자들이니 앞으로 친하게들 지냅시다. 오늘 이렇게 몰래 들어온 것은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겠습니다." 그러면서 홍칠은 구양봉에게 어서 내빼자고 눈짓을 하고 자기부터 달아나려 했다. 그러나 다섯 주자들이 얼른 앞을 막아섰다. "이봐, 이왕 왔으니 우리에게 솜씨 한번 보여 줘야지." 묘수인주의 말이었다. "왜 이러시오? 이 어선방 안에서 붙어 보자는 겁니까? 정말 해 보고 싶으면 밖에 나가 해 봅시다. 내가 겁이 나서 이러는 줄 아시오?" 묘수인주는 홍칠의 말에는 끄떡도 하지 않고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여기 들어올 재간이 있으면 나갈 재간도 있을 테니 어디 그 솜씨를 한번 부려 봐라. 그래야 여기까지 기어든 보람이 있지." 그는 말을 마치자 손을 번뜩하더니 무엇인가를 집어 던졌다. 특수한 시력이 없는 구양봉은 번개같이 날아오는 그것이 몰래 던지는 흉기인 줄 알았으나 그것은 요리를 볶는 데 쓰는 국자였다. 구양봉은 자기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국자를 피할 재간이 없었다. 그런데 다행히 홍칠이가 그 국자를 손에 척 받아 쥐었다. "그래, 기어코 해 보자는 거요?" "듣자니 소씨 거렁뱅이가 '강산이개(江山易改)'를 잘 만든다더군. 수고스럽지만 그 요리 맛 좀 보자." 다섯 주자 중 누군가 말했다. 홍칠과 구양봉은 그제야 그들이 싸우자는 것이 아니라 요리 솜씨를 보려는 의도임을 알았다. 하지만 구양봉은 그게 더 걱정이었다. 싸움을 하면 홍칠이 얼마간 막아내겠지만 황제의 요리사 앞에서 요리 솜씨를 보이다니, 이건 싸움보다 더 어려운 일이 아닌가? 다섯 주자들은 홍칠을 지켜 보며 이 소씨 거렁뱅이라는 자가 요리 솜씨를 발휘하기를 기다렸다. 홍칠은 하는 수 없이 국자를 들고 느릿느릿 부뚜막으로 다가갔다. 그는 부뚜막 위의 물건들은 보지도 않고 국자를 탕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수건." 홍칠이 수건을 찾자 다섯 주자 중 하나가 수건을 척 펼쳐 들더니 그것을 물에 헹구어 물방울이 떨어지기도 전에 작 펴서 돌렸다. 한 순간 젖은 수건이 공중에서 날면서 수많은 물방울이 천장에 뿌려졌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한 방울도 튀지 않는 것이었다. 너무 젖지도 마르지도 않은 적당한 수건이 되자 그 사람은 그것을 거두어 홍칠에게 던져 주었다. "자, 수건 갑니다." 홍칠은 손을 뻗어 그 수건을 턱 잡더니 다시 던졌다. 수건은 공중에서 뱅그르르 돌며 이쪽에 있는 여러 사람에게 날아오더니 도로 그에게 날아갔다. 이것이 아주 어려운 재주라는 것을 알고 다섯 주자들은 그에게 갈채를 보냈다. 과연 듣던 대로 소씨 거렁뱅이 솜씨였다. 수건 던지는 솜씨만 봐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언제나 연기와 불에 그을려야 하는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은 손이 기름 범벅이라 수건을 잘 받아 쥐지도 못했고 비틀어 짜기는 더욱 어려웠다. 그런데 소씨 거렁뱅이의 솜씨는 얼마나 멋들어지는가! 수건을 쥐거나 짤 필요도 없이 공중에 던져 돌리면서 얼굴과 손을 갖다 대면 된다. 정말 편리한 방법이었다. 그제야 다섯 주자들이 비로소 이 소씨 거렁뱅이를 믿는 성싶었다. 국자를 던지는 그들의 솜씨와 마찬가지로 소씨 거렁뱅이의 수건 던지는 솜씨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다섯 주자의 욕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천하에 이름이 높은 소씨 거렁뱅이의 요리 솜씨를 보지 않고는 속이 근질거려 견딜 수가 없었다. 홍칠의 수건 던지는 솜씨에 다섯 주자들이 박수갈채를 보내자 구양봉은 또 새로운 근심이 생겼다. 글쎄, 수건 던지는 솜씨는 멋들어졌지만 이제 국자를 쥐고는 어떻게 할 셈인지 난감한 일이었다. "이것 참, 아무래도 한번 해 봐야겠군. 그렇지 않으면 용서해 주시지 않을 것 같으니……." 홍칠은 다섯 주자한테 억지로 몰려 하는 수 없이 솜씨를 보인다는 뜻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말에는 이렇게 된 것이 은근히 기쁘다는 기색도 담겨 있었다. 홍칠이는 요리감을 한줌 척 쥐고 말했다. "그럼 주제넘지만 이름 높은 다섯 나으리들 앞에서 잔재주를 피워 보겠습니다." 그는 요릿감들을 솥에 넣어 날쌔게 요리를 볶아 대기 시작했다. 불이 이글이글 타는 부뚜막에서 국자 부딪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더니 홍칠은 삽시간에 요리 한 가지를 볶아 냈다. 홍칠은 아까 다섯 주자가 하던 것처럼 국자를 다섯 주자들에게 던져 빙그르르 들게 했다. 기름이 지글지글 끓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풍겨 왔으나, 다섯 사람은 그 요리의 과정을 일일이 볼 수가 없었다. 홍칠은 다시 탁자 위로 국자를 던져 국자 안의 요리가 접시에 딱 알맞게 부어지게끔 재주를 부렸다. 그런데 그 솜씨가 묘수인주의 솜씨보다 더 정확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다섯 명은 부지중에 환성을 질렀다. 묘수인주는 홍칠이 만든 요리를 맛보더니 그를 뚫어지게 보았다. 구양봉은 가슴이 철렁해서 생각했다. '저 묘수인주의 눈빛으로 보아 아무래도 요리 맛이 틀린 것 같은데……. 홍칠이가 홍안루의 소씨 거렁뱅이가 아니라고 저렇게 쏘아보는 거야.' 그런데 묘수인주가 갑자기 소리쳤다. "그 맛 참 좋다!" 세상에! 저 묘수인주가 봉사란 말인가? 홍칠이 솜씨와 소씨 거렁뱅이의 솜씨를 가려 내지 못하다니. 구양봉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네 사람도 그 요리를 입에 넣고 약 먹듯 씹어 삼켰다. 한 사람은 씹다가 손바닥에 뱉어 내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기까지 했다. "자네가 만든 요리는 강산이개가 틀림없어. 확실히 소씨 거렁뱅이 솜씨군. 그런데 자네가 진짜 소씨 거렁뱅이인가?" 묘수인주가 느닷없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그럼 좋아. 이제 그만 가 보게." 그 말을 들은 구양봉의 얼굴에 희색이 돌았다. 어쩌면 홍칠이가 진짜 소씨 거렁뱅이인지도 모르지. 홍칠이라는 이름이 가명이고. 에라, 이름이 무슨 상관이냐. 가짜고 진짜고 간에 황궁을 벗어나게 되었으면 그만이지. 둘은 바삐 걸어 나갔다. 그런데 그들이 문가에 다다랐을 때 뒤에서 벼락치는 소리가 났다. "게 섰거라!" 할 수 없이 둘은 우뚝 섰다. 구양봉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제발 무슨 변이 없어야 하는데……. 묘수인주의 생각이 변했다면 야단이다. "소씨 거렁뱅이가 홍안루 사람인 것도 사실이고 네가 만든 강산이개 요리도 틀림이 없다만, 너는 소씨 거렁뱅이가 아니다." 구양봉은 무엇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했다. 그런데 홍칠은 태연하게 몸을 돌리며 물었다. "내가 소씨 거렁뱅이가 아닌 줄 어떻게 아셨습니까?" 제5장 칼과 국자 홍칠은 이번엔 정말 제대로 걸렸구나 생각하면서도 짐짓 얼굴에 웃음을 띠고 다섯 사람을 향해 말했다. "소씨는 거렁뱅이 출신이고 보다시피 나도 거렁뱅이입니다. 소씨의 '강산이개' 요리가 뛰어나다고들 하지만 내가 만든 요리도 그에 못지않구요. 소씨도 나도 같은 거렁뱅이인데 뭐가 달라 내가 소씨 거렁뱅이가 아닌지 말해 보십시오." 묘수인주가 침묵을 지키고 있자 옆에 서 있던 둘째 나으리가 입을 열었다. "형님, 이 놈 영 마음에 안 드는데 혼쭐을 내줄시다." 홍칠은 둘째 나으리가 이가 갈리도록 미웠다. '이 녀석, 이 홍칠 할배가 어떤 사람인지 네까짓 놈이 어찌 안단 말이냐? 먹고 놀기 좋아하는 것과 제멋대로 하길 즐기는 것을 제외하곤 이 칠공은 천하에서도 제일 훌륭한 호인이란 말이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홍칠은 온 얼굴에 웃음을 바르고 둘째 나으리한테 말했다. "이분은 틀림없이 둘째 나으리군요. 황궁의 다섯 나으리가 모두 대단한 분들이란 소문을 듣고 난 꼭 이곳에 와서 다섯 나으리들을 뵈려 했었지요." 사람이란 누구나 자기를 칭찬하는 말을 듣기 좋아하게 마련이다. 둘째 나으리도 예외가 아니었다. 자기를 추켜 주는 말을 듣자 내심 흐뭇하여 얼굴 근육이 절로 풀어지면서 한 가닥 웃음이 피어났다. 그는 홍칠에게 말했다. "우리들이 비록 황궁의 요리사이긴 하지만 강호의 동업자들은 모두 우리 체면을 봐 준다. 네가 누구인지 어서 말해라." 홍칠은 썩 내키지 않았으나 자기 이름을 알려 주고 말았다. "난 거지 무리에 속하는 사람인데 이름은 홍칠이고, 모두들 홍칠공이라 부릅니다." 홍칠의 이름을 듣자 다섯 사람은 깜짝 놀랐다. 홍칠공이라면 거지 무리의 장로(長老)로서 나이는 젊지만 강호에서 꽤나 명망 있는 사람이 아닌가? 그는 거지 무리에서 유일하게 젊고 재능 있는 자였다. 강호의 인물들은 모두 마대를 여덟 개나 달고 다니는 그를 알고 있었다. 그가 진짜 홍칠공이라면 명성이 소씨 거렁뱅이보다 높으면 높았지 결코 낮지는 않을 텐데 하필이면 소씨로 가장할 건 뭐란 말인가? 셋째 나으리가 한마디 물었다. 훨씬 온화해진 말투였다. "당신은 무엇 때문에 소씨로 가장했소? 그리고 강산이개 요리 솜씨는 어디서 배운 거요." 홍칠은 솔직히 말했다. "소씨 거렁뱅이는 나의 사부요. 난 사부님한테서 배웠소." 다섯 사람은 내심 몹시 감탄했다. 소씨만한 스승이라면 홍칠과 같이 뛰어난 제자가 나오게 마련이지! 그 스승에 그 제자라더니, 과연! 홍칠은 구양봉을 힐끔 보고는 내심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예실력은 보잘것없지만 그는 시종 당황한 기색 하나 없이 태연자약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비록 무예는 시답잖지만 상황에 대응하는 능력이 대단하군. 게다가 이 사람은 무엇이든 빨리 깨치는 총기가 있어! 이후 적당한 기회를 만난다면 필시 무림의 기재(奇才)가 될 수 있겠어?' 이때 줄곧 말이 없던 다섯째 나으리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홍칠이라 했지요?" 홍칠은 그를 눈여겨보고 나서 그가 다섯 사람 중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짐작하고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그렇소, 내가 바로 홍칠이오." "나도 당신이 홍칠이란 걸 믿소. 홍칠이 아니라면 어떻게 그같이 훌륭한 실력을 갖고 있겠소?" 네 사람 모두 머리를 끄덕이면서 다섯째 동생의 말에 동감을 표했다. 홍칠이가 아니고서는 누구도 그렇게 완벽한 솜씨를 갖지 못할 것이다. 강산이개 요리를 만들 때 몇 가지 동작은 상당히 높은 기교가 필요했던 것이다. 다섯째 나으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신은 소씨 거렁뱅이처럼 요리 만들기에만 마음이 끌린 사람 같지 않구려. 당신은 한 가지 일에만 전념할 사람이 아니라서 한 자리에 오래 붙박여 있지 못할 거요, 안 그렇소?" "다섯째 나으리, 난 정말 요리 기술을 배우러 왔소. 이건 거짓이 아니오." 이 말을 하면서 홍칠은 내심 부끄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만약 이들에게 들통이 나지 않았다면 그는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찌 차마 음식을 훔쳐 먹었다고 사실대로 말한단 말인가? 총명한 다섯째 나으리는 그의 의중을 꿰어 보았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신이 정말로 우리의 요리 솜씨를 보러 왔다면 몰래 숨어 들어 올 필요가 없었지요. 한마디 말만 했어도 우리들이 모셔 들였을 테니까요. 하지만 우리들이 발견했을 때 당신은 천장에 매달려 있었으니 이해가 안 가는군요." 다섯째 나으리의 말은 분명 홍칠을 공격하는 말이고 홍칠도 그것을 빤히 알고 있었으나 짐짓 어리둥절한 기색으로 물었다. "다섯째 나으리, 그 말이 무슨 뜻이오?" 다섯째 나으리는 되받아 말했다. "제 말은 당신이 이곳에 음식을 훔쳐 먹으러 왔단 말씀입니다. 홍칠공의 식탐이 대단하다는 걸 모르는 이가 어디 있소?" 이 말을 듣고도 홍칠은 성을 내기는커녕 허허 웃으며 말했다. "다섯째 나으리, 당신 말대로라면 천하가 이 홍칠이 먹보라는 걸 안단 말이오?" "그럼요. 당신은 먹는 욕심이 대단한 사람이니 황궁의 요리를 탐내는 게 당연하다 이 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