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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명]풍운무림 제1권 (전3권) - 24편 (24/45)

2026-09-24 08:59:34 조회 12
황금서생(黃金書生)! 이 이름은 전염병같이 중원천지로 퍼져 나갔다. 남자인지, 그도 아니면 여자인지조차 알려지지 않은 신비의 중원제일상인(中原第一商人)! 혹은, 나이가 얼마나 먹었는지도 모를 신비인물이 그였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도 사람들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황금신(黃金神)이었다. 인간의 심리를 철저히 파악하여 인간 위주의 상술을 펼쳐 나간다. 또한, 철저히 인간을 신용했다. 대부분의 부호들이 벌어들이기만 했지, 쓸 줄은 모르는 세태 속에 황금서생은 과감히 거금을 풀 줄도 알았다. 부모(父母) 없는 고아(孤兒)와 의탁할 곳이라곤 없는 불쌍한 노인들을 위해 천애원(天愛院)이란 곳을 지어, 고아와 무의탁 노인들이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기까지 했던 것이다. 황금서생의 명망은 그렇게 욱일승천한 기세로 중원상계(中原商界)를 뒤엎어 갔다. 사실 그런 상황이 전개되기까지는 이제껏 무림역사상 전무(全無)했던 한 가지 엄청난 기사(奇事)가 숨겨져 있었다. 제12장 천고비급(千古秘及)이 황금(黃金) 일 냥(兩)? 구룡대표국(九龍大驃國). 중원무림에서 가장 큰 표국(驃局)이었다. 소속된 표사(驃士)만도 근 삼만(三萬)이 넘었다. 그 어떤 표물(驃物)일지라도 맡기기만 하면 고객이 원하는 시각에 정확히 운송해 주는 구룡대표국에 대한 신뢰감은 절대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관(官)에서조차 중요한 공물(供物)은 구룡대표국을 이용할 정도였으니, 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그곳으로 한 사람이 찾아들면서 중원무림에서 단 한 번도 없었던 기상천외한 일이 발생하게 되었다. 무적표황(無敵飄皇) 백무결(白武潔)! 구룡대표국의 국주(局主)였다. 그의 독문무공은 비표술(飛飄術)이었다. 그것은 천라비표류(天羅飛飄流)는 천 개의 비표(飛飄)를 끊임없이 날릴 수 있는 비술(秘術)이었는데, 이제껏 무적표황 백무결은 백 개 이상의 비표를 날린 적이 없었다. 상대가 그가 백 개를 날리기도 전에 이미 고슴도치가 되어 죽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사실상 무림과는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는 상태였지만, 취옥성을 창건했던 취옥대검호 나후장천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기인 중의 기인이었다. 한데, 그런 그가 떨고 있었다. 경악과 불신에 찬 눈으로 수중에 들린 책자를 내려다보는 그의 몸이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선풍비표해(旋風飛飄解)… 조사이신 선풍노조(旋風老祖)님께서 창안하셨지만 돌아가시면서 유실되었던 것인데……." 그의 손에 들린 책자의 겉면엔 분명 그런 글귀가 쓰여져 있었다. 선풍노조 백천풍(白天風)! 그는 칠백 년 전의 기인(奇人)이었다. 무려 일만 자루의 비표를 가지고 다녔다는 전설적인 인물로서, 그와 마주치는 적은 비표의 돌개바람이 휘몰아치는 가운데 처참한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일평생 적수가 없었다고 알려진 전설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십 년간의 무림행도를 무적행로(無敵行路)로서 마감하고서는 적수가 없음을 한탄하며 무림에서 은퇴를 해 버리고 말았던 인물이었다. 무적표황 백무결은 그런 선풍노조 백천풍의 적통후예(適統後裔)였다. 선풍노조 백무결이 무림에서 은퇴하여 어디론가 은거해 버린 이후, 지상최강의 비표술의 정수도 아울러 무림에서 실전(失傳)되고 말았다. 사실상 당금의 무림에서 비표술로 최강이라는 무적표황 백무결이 지니고 있는 실력은 그 옛날 선조가 지니고 있던 위력의 십분지일(十分之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런데 몽매에도 그리던 선풍비표해의 비급이 무적표황 백무결의 손에 들려 있었던 것이다. "이, 이걸 누가 가져왔더냐?" 백무결은 황급히 수하를 닥달했다. "예, 젊은 청년이온데……." 구룡대표국의 총관(總官)을 맡고 있는 백무결의 오른팔이나 다름없는 신산수재(神算秀才) 구양수(丘陽首)는 주군의 화급한 물음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대답했다. "빨리, 빨리 그분을 안내해라. 아니, 내가 가도록 하마!" 백무결은 신산수재 구양수를 밀치고는 성큼성큼 객청(客廳)으로 나아갔다. "여천후라는 장사꾼이외다." "오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백무결은 황금의 동공을 지닌 금의미청년을 보자, 단번에 그의 두 손을 맞잡으며 흔들었다. "하핫! 그게 공짜가 아님은 아시겠지요?" "암요. 알다마다겠소이까? 하지만 본가(本家)에서 이보다 더 귀한 매물(賣物)은 없소이다. 무엇이든 말씀만 하시지요. 백모의 목숨이라도 원하신다면 기꺼히 드리리다." "국주의 목숨을 어찌 이 책 한 권에 비하겠습니까? 그저 간단한 도움을 바라고 있을 뿐입니다." 여천후는 자리에 앉으며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중원으로 곧장 직행했던 여천후였다. 한데, 그가 처음으로 나타난 곳이 바로 구룡대표국인 것은 무슨 이유에선가? "말씀해 보시구려. 공자의 부탁이라면 어떤 것이라도 최우선으로 들어 드리겠소이다." "구룡대표국의 지국(支局)은 얼마나 됩니까?" "정확히 중원전역에 천칠백삼십 개의 지국이 있소이다만." "우선 이걸 구룡대표국의 전인원을 동원해 중원천하에 뿌려 주시겠습니까?" "……?" 백무결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여천후가 내민 서찰을 받아 들었다. <중원무림인(中原武林人)에게 고(告)함. 황금(黃金) 한 냥(兩)으로 무림백강(武林百强)에 속할 고수가 될 기회를 잡고 싶지 않소이까? 절정검결(絶頂劒訣), 범천대수인(梵天大手印), 축융화보(祝融火譜), 절천무적도경(絶天無敵刀經), 전진천도해(全眞天道解), 만수제령공(萬獸制靈功), 달마삼검예(達摩三劒藝), 태청보록(太淸寶錄), 구절묵룡신전(九絶墨龍神典)……. 구룡대표국의 전 지국에서 백강비급서표(百强秘及書表)를 황금 한 냥에 판매하오. 상기(上記)한 비급 중 서열에 따라 추첨(抽籤)을 통해 당첨(當籤)된 무림인에겐 비급을 증정하는 바이오. 백강비급서표를 사 갈 때는 이름과 소속을 반드시 기록하여야만 하오. 사 간 사람과 서표(書表) 번호를 대조해서 틀린다면 당첨은 무효가 되고 다시 추첨할 것이니, 혹시라도 서표를 강제로 강탈한다면 하나마나가 될 것이오. 추첨식은 무당파(武當派)에서 무당장문인인 태극천도자(太極天道子)의 입회 아래 거행할 것이며, 당첨자 발표는 구룡대표국의 모든 지국에 팔월 팔 일 개최할 것임을 선포하는 바이오. 황금(黃金)의 왕(王)> "이, 이게 도대체?" 무림역사상 들어 보지도 못했던 기상천외한 일에 백무결은 여천후를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천후는 빙긋 웃으며 준비해 가지고 온 금궤(金櫃)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금박(金箔)을 씌운 금궤는 휘황한 금룡(金龍)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여의주(如意珠)를 몇 바퀴 돌리자 저절로 금궤의 윗부분이 열렸다. 그 안엔 수십 권의 서책(書冊)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이게 설마… 여기 이름이 적힌 그 전설적인 비급들이란 말이오?" "그렇습니다." "세상에……." 백무결은 입을 쩍 벌린 채 망연자실하고 말았다. 그 중 맨 위의 절정검결이 어떤 것인가? 사백 년 전, 천하제일검왕(天下第一劒王)이라 불리웠던 절정검왕(絶頂劒王)의 검학(劒學)인 절정십팔풍(絶頂十八風)이라는 고금십대검법(古今十大劒法)에 당당히 들어가는 검결이었다. 그 가치는 결코 선풍노조 백천풍이 남긴 선풍비표해에 떨어지지 않는 절세의 비급이었다. 뿐인가? 범천대수인은 오백 년 전 천축(天竺)의 대뇌음사(大雷音寺) 칠대(七代) 장문인인 범천대선사(梵天大禪師)가 남긴 천축무림 최강의 수결(手訣)이다. 축융화보라는 것은 구백 년 전, 신강무림에서 무적으로 군림하던 축융화신(祝融火神) 화극(火克)의 독문화공(獨門火功)이 담긴 최강의 화공이 아니던가? 만수제령공에는 말 그대로 만 가지 동물과 심령을 교환하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칠백 년 전의 기인(奇人)인 수왕(獸王) 소상영(蘇翔英)의 능력이 담겨 있었다. 전진천도해는 어떤가? 무당파와 더불어 도가(道家)의 양대산맥으로 군림하지만, 무림에는 절대로 나서지 않는 신비도맥(神秘道脈)인 전진파(全眞派)의 장생천도술(長生天道術)이 담긴 비급이었다. 여하튼 한 가지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금궤에 들어 있는 백 권의 책은 그 중 어느 것 하나라도 무림으로 유출된다면 피보라를 일으킬 정도로 값진 것이다. "그런데… 이 귀한 것을 고작 황금 한 냥에 넘기겠단 말입니까?" 백무결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여천후를 바라보았다. "아니, 아마도 황금 백만 냥쯤은 간단히 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여천후는 신비로운 미소를 머금으며 자신 있게 말했다. "황금 백만 냥? 농담하십니까? 아무려면 이 비급들이 값진 것이라 해도 황금 백만 냥에 살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외다. 그럴 만한 재력을 지닌 사람도 없을 테지만, 도대체 누가 이걸 믿고 황금을 투자하겠소이까?" "재수만 좋으면 전설 속의 무공을 익혀 단번에 무림고수의 반열에 들 수 있는데, 황금 한 냥이면 거저가 아니겠습니까?" "허어……." 백무결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당장문인이신 태극천도자 어르신께선 세수(歲壽) 구십을 넘기신 무림원로이신데, 이런 장난 같은 일에 나서 주실지 모르겠소이다." "태청보록을 그냥 드린다고 하면 아마 거절하시진 못하실 것입니다." 여천후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거야 그렇지만." 백무결도 마지못해 동조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확신하는 기색은 결코 아니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누가 이런 일을 벌여 본 적이 있었느냔 말이다. "하지만 공자의 부탁이니 들어 드리긴 하겠소이다. 공자의 뜻대로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은 일단 시작되었다. * * * * - 황금 한 냥에 무림의 백강좌(百强座)에 들 수 있는 기회이니, 구룡대표국에서 백강비급서표(百强秘及書表)를 사라! 기가 막힐 일이었다. 가공할 무공이 담긴 비급은 형제 간에도 보여 줄 수 없는 무림의 금기사항이었다. 무림이란 원래 강함만을 추구하는 비정(非情)의 세계가 아니던가? 만일 다른 무인(武人)이 무공을 수련하는 장면을 엿보기만 해도 그런 인물은 무림공적(武林共敵)이 되어 지탄의 대상이 되고야 만다. 제아무리 많은 황금이라도 자신의 절기(絶技)와는 바꾸지 않는다. 경국(傾國)의 자태를 지닌 미인(美人)이 알몸으로 유혹을 하며 애원한다 해도, 자신이 지닌 절기를 한 초식(招式)도 넘겨 주지 않았다. 강자(强者)만이 존재(存在)할 수 있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세상! 한데, 그런 무림의 거부할 수 없는 불문율(不文律)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인물이 출현한 것이다. 무인이라면 누구나 군침을 흘리며 연성하길 원하는 그런 엄청난 무공이 실린 비급을 황금 한 냥을 주고, 서표(書表)를 구입한 사람에게 추첨을 통해 당첨되면 넘겨 준다는 소문은 중원무림 전역에 폭풍을 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남았다. 처음엔 믿지 않았었다. 그렇지만 서표를 판매하는 곳이 다른 곳도 아닌 구룡대표국이었다. 신용(信用)으로만 따진다면 중원에서 가장 확실한 곳이 아닌가? 가장 결정적인 믿음은 무당파의 장문인인 태극천도자가 추첨을 주관한다는 사실이었다. 취옥성의 등장 이후, 구파일방(九派一幇)은 중원무림의 수호자라는 이름이 유명무실해진 상태였다. 소림사와 더불어 중원백도무림(中原白道武林)의 양대산맥(兩大山脈)을 이루어 왔던 중원도가(中原道家)의 성역이 무당파였다. 소림사는 중원불가(中原佛家)의 다른 세력을 규합하여 천불성련(千佛聖聯)을 조직한 후, 그 수장으로서 취옥성의 육전(六殿) 중 천불전으로 활약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무당파는 무림의 일에 크게 관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영향력은 과거에 비해 축소된 바가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당파를 눈 아래로 둘 수 있는 인물이나 세력은 그 누구도 없었다. 그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태극천도자(太極天道子)! 그가 무당파의 현임장문인으로 있기 때문이었다. 당금의 나이는 아흔아홉으로, 백수(百壽)를 눈앞에 둔 무림의 원로 중 한 사람이었다. 그의 무공도 무공이지만 그의 고매한 인품과 살신성인의 도리를 말없이 실천하는 행동력은 전무림인들의 존경을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물욕(物慾)과는 거리를 두고 있던 태극천도자였지만, 무당파의 창건조사인 삼풍진인(三豊眞人)의 혼(魂)이 담겨 있는 태청보록(太靑寶錄)을 그냥 좌시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그는 무림 역사상 없었던 해괴한 일에 참관인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 * * * "네놈의 머리는 황금을 버는 데는 진짜 기가 막힐 정도구나." 옥황노야 사파륭은 여천후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여천후는 싱글거리며 입을 열었다. "백 권의 비급은 할아버지가 제게 주신 것이니, 소유권을 요구하실 권리는 없으신데요?" "그래도 그렇지! 네놈이 무공을 수련하는 데 보탬이 되라고 준, 구주종횡가에서 천 년간 모아 온 비급을 그렇게 팔아먹어? 고이얀 놈." 짐짓 옥황노야 사파륭은 눈을 부라렸다. "그것들의 내용은 이미 소손의 머릿속에 다 들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것은 소손이 알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공 열 가지 중에 팔아먹은 비급에 있는 무공은 한 가지도 없다는 것이죠. 쓸모 없는 것을 썩혀 둔다는 것은 죄악이에요. 가치가 있을 때 얼른 얼른 팔아먹어야죠." 막힘 없는 여천후의 말에 사파륭은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 얼마나 벌었느냐?" 고작 그런 물음밖엔 나오지 않았다. "황금으로 삼백팔십이만 냥이오." "그, 그렇게 많이?" 사파륭은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황금 한 냥(兩)의 금액은 보통의 백성이 열흘 정도는 무위도식(無爲徒食)할 수 있는 가치가 있었다. 중원의 한 성도(城都)에서 가장 큰 부자는 황금 오십만 냥 정도를 지닌 인물이었다. 중원 십삼 개 성(省)의 각 성에서 최고의 부호(富豪)는 황금 백만 냥을 넘을 정도였다. 여천후는 단숨에 비급을 판매한 황금으로만 중원에서 가장 황금이 많은 부호 열 명에 끼이는 재력가(財力家)가 되어 버린 것이다. "중원무림에 무림인의 숫자가 그리도 많았단 말이냐? 삼백팔십만 명이 넘다니……." "한 명의 무림인이 평균 열 장은 사 갔더군요. 옥룡서생(玉龍書生) 군옥당(君玉當)이라는 탐화랑객(探花郞客)은 황금 일만 냥을 풀었을 정도였으니까요." 문득, 사파륭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네게 준 비급은 네겐 겨우 무공의 기초를 연마하는 수준이지만 성정(性情)이 포악한 흑도인(黑道人)에게 들어간다면 그 폐해가 적지 않다. 그것은 생각해 보았느냐?" "그건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요." 여천후는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흑도인이거나 백도무림에 속해 있는 자라도 평판이 나쁜 위인들의 서표는 추첨함 속에 넣기 전에 조금씩 구겨 놓았거든요. 태극천도자라는 분은 결벽증 같은 것이 있어서 지저분한 꼴은 못 보시는 노친네라더군요. 성품은 좋은데 무공이 약한 호걸(豪傑)들 서표는 깨끗하니, 아마 그것들만 뽑았을 겁니다." "쯧, 사기(詐欺)를 치지 않았느냐?" 사파륭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혀를 찼다. "이번 한 번만 편법을 쓴 것뿐입니다." 문득, 사파륭은 정색을 하면서 차분한 어조로 훈계를 늘어놓았다. "사람들은 말이다. 피땀을 흘려 노력(努力)하여 부자가 된 사람은 존경하지만, 기회를 좋게 잡아 졸부(猝富)가 된 사람은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어쨌든 너는 중원상계(中原商界)에서 대표적인 졸부가 되었으니, 앞으로 장사를 하는데 많은 질시를 받게 될 게야. 이번 일은 아무래도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한 것 같구나. 나와 상의를 하고 일을 벌이지 않고서……." "소탐대실이 아니라, 사소취대(斜少取大)입니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얻었단 말이냐?" "비록 졸부라는 일시적인 불명예를 얻었지만, 얻은 황금이 어디로 쓰여졌는지를 안다면 앞으로 많은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 "황하(黃河)와 장강(長江) 유역의 백성들은 매년 홍수 피해를 입지요. 그들을 위해 백만 냥을 썼습니다. 버려진 고아(孤兒)들과 의지할 곳 없는 노인(老人)과 몸이 불편한 불구인(不具人)을 위한 사업에 백만 냥이 들어갔지요. 몸이 아파도 돈이 없어 의원(醫院)에게 한 번 가 보지도 못하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중원 십삼 개 성마다 무료의원(無料醫院)을 여는 데 팔십이만 냥이 투입되었습니다. 나는 한 푼도 챙긴 것이 없다구요." 여천후는 두 팔을 벌린 채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물론 손해 본 것도 없어요. 비급은 원래 할아버지 것이었는데 그걸 팔아서 남은 이익금으로 좋은 일을 했으니 아마도 앞으론 장사하는 데 매우 유용한 후광(後光)이 될 것 같지 않습니까?" "……." 옥황노야 사파륭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여천후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이내 긴 장탄식을 토해 냈다. "이제 중원의 황금은 오 할이 네 수중에 들어오겠구나. 무서운 놈!" "글쎄요, 제 생각엔 칠 할 정도가 아닐까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금귀(金鬼)가 씌여 있는 놈인 게야. 너는……." "그래서 황금충(黃金蟲) 아닙니까? 황금의 벌레!" "그래, 그래, 몽땅 가져가라."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듯, 사파륭은 손을 흔들고 말았다. 번뇌혈봉황 요화란이 실내로 들어온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노야(老爺), 잠시 지하실로 내려와 보셔야……." 그녀는 사파륭에게 말하다가 여천후를 발견하자, 안색을 환하게 밝혔다. "요염한 누나, 한 달 동안 잘 있었어?" 여천후는 그녀에게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문제가 있으면 그 놈과 상의해라." 사파륭은 천천히 실내를 빠져 나갔다. 요화란의 복장은 사뭇 달라져 있었다. 터질 듯한 몸의 굴곡이 드러난 옷을 입고 있던 그녀였지만 지금은 포대자루처럼 풍성하기 이를 데 없는 마의(麻衣)를 걸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여천후는 알고 있었다. 풍성한 마의 한 꺼풀 안에는 천하에서 가장 탄력 넘치는 알몸이 꿈틀거리고 있음을……. "어디 얼마나 커졌는지 한 번 볼까?" 여천후의 손은 망설임 없이 그녀의 앞섶으로 쑥 들어갔다. 터질 듯한 수밀도의 촉감이 그의 손 안 가득 차올랐다. "언제 만져도 좋아, 누나의 가슴은." 여천후는 아예 앞섶을 좌우로 젖혀 버렸다. 거대한 살 덩어리 두 개가 튀어 나왔다. 여천후는 그것을 두 손으로 움켜쥐며 작은 유실(乳室)을 입 안으로 빨아들였다. "흑! 천후, 천예부인(千藝婦人)이 지하석전(地下石殿)에서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고……." "지금 내게는 화란누나의 가슴을 만지는 것보다 급한 일은 없어." 여천후는 요화란을 채근했다. "어쩌지?" "뭐가… 요?" "누나의 옷을 홀랑 벗겨 버리고 싶은데, 가슴에서 손을 떼기가 싫은걸?" "……!" 멈칫하던 요화란은 이내 그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천후, 이… 이곳은……." "왜? 누가 올까 봐서?" 요화란은 물러서려 했으나 그녀는 뒤에 있던 의자에 앉은 자세에서 묶이고 말았다. 손(手), 사내의 두 손이 의자의 손잡이를 꽉 잡았고 그의 얼굴이 요화란의 동공으로 급속히 확대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흡!" 요화란는 뜨거운 입술이 부딪치며 부드러운 설육(舌肉)이 침입해 들자, 그대로 온몸의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을 느끼며 코 먹은 비음을 토했다. 아울러 그녀의 팔은 흰 뱀(白蛇)처럼 사내의 목을 휘감았다. 문득, 여천후가 입술을 떼어 냈다. "천후!" 여인의 봉목은 풀어져 있었다. 무엇인가 뜨거운 열망을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찌익-! 여천후은 요화란의 앞섶을 길게 찢어발겼다. 순간, 흘러내리는 투실투실한 육질 덩어리! 두 개의 거대무비한 유방은 서로 한치의 틈도 없이 맞붙어 있었다. 여인의 가슴 전체를 덮고도 모자라 겨드랑이마저 가려 버릴 정도로 큰 유방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결코 추하지 않았다. 앞으로 한 자는 족히 튀어 나온 그 팽팽한 탄력성은 크되, 그 원형을 조금도 잃지 않고 있었다. 풍요로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을 다 품어도 차지 않을 듯 무한함을 지닌 대지의 젖가슴이 거기 있었던 것이다. 여천후는 그 풍요로운 수밀도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화란누나의 가슴은 언제나 푸근해." 마치 어린아기가 어머니의 젖을 빠는 듯했다. 여천후는 연분홍색의 오똑하게 솟은 유실을 깊숙이 베어 물었다. "아……!" 요화란은 여천후의 머리를 보듬어안으며 교음을 토했다. 한데, 어느 한순간. "악! 아… 아……." 여인은 교구를 떨며 봉목을 하얗게 치떴다. 이빨(齒), 여천후의 이빨이 그녀의 유실을 잘근 깨물고 또 다른 유방은 두 개의 손에 장악되어 주물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두 손이 덮었어도 그 거대한 수밀도는 삐죽 튀어 나와 있었다. 그리고 그 횟수가 더해 갈수록 여인은 증폭되는 환희의 물결에 미칠 지경으로 몸부림쳐야 했다. 하지만 여인은 그 손길을 거부하지 않았다. 여천후은 점점 유방을 떠나 얼굴을 밑으로 내려갔다. 두 손으로 연신 유방을 주무르며, 부드러운 복부를 지나 배꼽을 혀로 간지른다. "천후… 아!" 요화란은 지그시 눈을 감은 채 교구를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