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태극문 - 48편 (48/87)
중인들은 영문을 몰라 두 눈을 부릅뜨고 장내를 주시했다. 주르르.... 물러난 매일립의 입가로 한 줄기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매일립이 쇄겸도로 막 번우량의 뒷통수를 찌르려는 순간 그 는 돌연 한가닥의 막강한 기운이 자신의 가슴을 짓누르는 것을 느꼈다. 그 기운은 너무도 돌발적이고 갑작스럽게 나타났기 때 문에 매일립이 황급히 몸을 빼냈으나 심맥(심맥)이 진동되어 내상을 입게 된 것이다. 매일립은 두 눈을 번뜩이며 번우량을 노려보았다. 번우량은 여전히 그 자리에 미동도 않고 서 있었다. 하나 매 일립의 날카로운 시선은 그의 오른쪽 손가락중 세 개가 이상한 모양으로 구부러져 있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달걀을 집으려는 듯 구부러진 채 모아져 있는 세 개의 손가락! 매일립은 그것을 보고 있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것은 혹시 고심종(고심종)이란 수법이 아니오?" 번우량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귀하의 안목은 과연 날카롭구료. 이것이 바로 고심종이오." 고심종은 지공(지공)도 아니고 조공(조공)도 아닌 기이한 수 법이었다. 이것은 세 개의 손가락에 각기 서로 다른 공력을 끌어모아 그것을 융합해서 발출시키는 것으로 흔적도 없고 소리도 없는 무형(무형)의 내가공력이다. 하나 세 개의 융합된 기운이 서로 강하게 회전하고 있기 때 문에 상대방에서는 설사 안다고 해도 그 소용돌이치며 빠르게 회전하는 기운에 심맥이 진동되어 치명적인 내상을 입고 마는 무시무시한 내가수법(내가수법)중 하나였다. 그것이 마치 가슴(심)속에 있는 종(종)을 두드리는(고) 것과 비슷하다고 하여 고심종이란 이름이 붙게 된 것이다. 이 고심종 수법은 그 위력만큼이나 익히기가 어려워 지난 수 십 년간 소림사 내에서도 완벽하게 터득한 사람이 없었다. 매일립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쓰윽 닦으며 양 손으로 수중의 쇄겸도를 움켜잡았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서 구름같은 기세가 피어올랐다. 그 기세 는 먼저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강맹한 것이었다. 우우웅.... 그의 쇄겸도가 거의 느낄 수 없을만큼 부르르 떨리며 기이한 소음을 내기 시작했다. 그 음향은 마치 피를 부르는 죽음의 사 신(사신)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이상한 공포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었다.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조자건이 담담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매일립이 드디어 그 수법을 쓰려는군." 사마결은 흠칫하여 물었다. "파멸도말이오?" "그렇소." "그렇다면 이제 그가 파멸하든 당신의 친구가 파멸하든 양단 간에 결판이 나겠구료."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결은 그의 안색을 살피다가 다시 물었다. "그런데도 당신은 별로 걱정스런 표정이 아니구료." 조자건은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번우량은 잘 해낼거요. 그리고 내가 걱정한다고 될 일이 아 니지 않소?" 그 음성을 듣고서야 사마결은 조자건도 가슴을 졸이고 있다 는 것을 깨달았다. 단지 그것을 내색하지 않을 뿐이었다. 번우량은 조금도 가슴을 졸이거나 긴장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의 표정이나 태도는 처음과 전혀 달라지지 않아서 그가 앞으 로 닥칠 무시무시한 일격을 알고 있는지 조차 의문스러울 정도 였다. 하나 매일립은 알 수 있었다. 우두커니 서 있는 번우량의 허술한 듯 늘어뜨려져 있는 양 손에 서서히 어떤 가공할 기운이 모여들고 있다는 것을... 그 기운은 점점 강력해져서 눈으로 보고 있기만 해도 전신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매일립은 자신이 끌어올린 파멸도의 기운이 번우량의 양 손 에 모여진 기운과 허공에서 부딪쳐 작은 소용돌이를 이루는 것 을 보았다. 그의 뇌리에 문득 자신이 처음 파멸도를 익혔을때의 광경이 떠올랐다. 그는 원래 보잘 것 없는 떠돌이 낭인무사(낭인무사)였다. 명문세가의 출신도 아니고 남들처럼 훌륭한 사부를 두지도 못했다. 그의 사부는 홍광(홍광)이란 이름없는 삼류무사였는데 어느 날 피투성이가 된 채 매일립을 찾아와 불쑥 하나의 너덜너덜한 양피지조각을 내밀었다. 그것이 전설로만 알려진 파멸도의 비급임을 알았을때 그는 얼마나 놀랐던가? 홍광은 우연히 그 도보(도보)를 발견하고 다른 사람들의 맹 렬한 추적을 뿌리치고 그에게 달려왔던 것이다. 한 번 펼치면 반드시 상대를 죽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자 신이 죽고 만다는 죽음의 도법! 홍광은 그것을 익힐지 말지를 전적으로 매일립의 결정에 맡 긴 후 숨을 거두었다. 그는 싸늘하게 식어가는 사부의 몸을 내 려다 보면서 파멸도의 도보(도보)를 손에 들고 또 얼마나 망설 였던가? 이것을 익히면 강호를 진동시키는 무서운 도객(도객)이 될 수가 있다. 반면에 자신보다 강한 자를 만나면 도저히 물러날 여지가 없이 자신은 한줌 고혼(고혼)으로 화해 버리고 말 것이 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한 달동안이나 진지한 고민에 빠져 들었다. 그는 그동안 벌판을 미친 듯이 뛰어다녔고 황야(황야) 에서 며칠간이나 노숙(노숙)을 하기도 했었다. 동해(동해)의 차가운 바다속에 뛰어들어 숨이 막힐때까지 물 속에 들어가 있기도 했다. 하나 자신이 어느 길을 택해야 하는지는 이미 알고 있었다. 처음 파멸도보(파멸도보)를 받아 들었을때 부터 그는 이미 자신이 가야할 길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한 달의 방황이 끝난 후 그는 주저없이 파멸도보를 집어들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갔다. 그로부터 오 년 후, 그가 다시 산을 내려왔을때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아무도 그의 쇄겸도를 막아내는 사람이 없었다. 한때나마, 정말 한때나마 매일립은 자신의 파멸도를 꺾을 자 는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환상을 갖게 되었다. 하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에 불과했다. 파멸도는 비록 천하에 으뜸가는 절세의 도법(도법)이 분명하 지만 절대무적(절대무적)은 아니었다. 이제 그것이 증명될 것 이다. 번우량의 양 손에 모여든 기운은 소림사 내에서도 아직까지 아무도 익힌 사람이 없다는 사자모니인(사자모니인)이 분명했 다. 자신의 파멸도가 과연 그 절세무적이라는 사자모니인을 깰 수 있을까? 아니, 사자모니인 뒤에 숨겨진 천룡대협의 가공할 힘을 당해 낼 수 있을까? 매일립의 메마른 얼굴에 희미한 웃음이 떠올랐다. 지난 시절을 후회하지 않는다. 파멸도를 익히기 전의 그는 아무데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떠 돌이 낭인무사(낭인무사)에 불과했었다. 아무도 그를 주시하거 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이 없었다. 파멸도는 그런 그에게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명예를 가져다 주었다. 비록 그 파멸도로 인해 자신이 파멸속으로 빠져든다고 할지 라도 지난 몇 년간은 정말 멋진 시간들이었다. 그는 강호무림 의 우상이 되었으며 천하에서 가장 강한 열 명의 고수중 하나 로 손꼽히는 존재가 되었다. 자신을 향해 퍼부어지던 그 많은 찬사와 경탄의 시선을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매일립은 한 달의 방황끝에 끝없이 넓은 동해바다를 보면서 자신이 부르짖었던 외침을 다시 한 번 마음속으로 외쳐댔다. -후회하며 평생(평생)을 보내느니 하루를 살더라도 제왕(제 왕)처럼 살고 싶다!! 그 순간 매일립은 번우량을 향해 달려들며 전력으로 파멸도 를 펼쳐냈다. 오는 도중 사마결은 조자건에게 물었다. "당신은 그와 오랜 친구라면서 왜 그를 만나지 않는거요?" 조자건은 한동안 아무런 대꾸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그러다 가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내가 이곳에 있는 줄을 알면서도 나를 찾아오지 않았 소. 왜냐하면 그는 반드시 무림대회에서 우승하고 싶었고 나를 만나게 되면 자신의 마음이 산란해 질까봐 두려웠던 거요." ".......!" "그러니 나도 또한 무림대회가 끝날때 까지는 그를 심란(심 난)하게 만들고 싶지 않소. 그는 이번 대회에 전력을 다하고 있소." 사마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서로 보고 싶어하면서도 만나면 심란해질까봐 만나지를 못 한다니...당신들은 참 이상한 사람들이구료." 이번에는 조자건이 침묵을 지켰다. 사마결은 그를 지켜보다가 돌연 히죽 웃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 아니오?' "뭐가 말이오?" "그 동해쇄겸도 매일립 말이오. 천룡대협의 주먹에 피를 토 하며 쓰러지면서도 그의 얼굴표정은 아주 평온해 보였소. 마치 세상 일에 더이상 아무런 여한(여한)도 없는 사람처럼 말이 오." 조자건은 아무 대꾸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한참 후, 그는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나직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여한이 있을 수 없겠지. 파멸도를 익힐 때부터 이미 그는 오늘과 같은 날이 오리라는걸 알고 있었으니까..." 제30장 배 후 인 물 일, 구 용 백로주(백로주)의 모래사장은 유달리 새하앵다. 백로주는 금릉에 면해 있는 장강(장강) 유역의 커다란 모래 사장이었다. 넓은 갈대밭에 유달리 백로들이 많이 모여들어 이 런 이름이 붙게 되었다. 조자건이 사마결과 함께 백로주에 나타났을 때 구룡편 응천 성은 벌써 와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조자건이 침상에서 일어난지 삼 일째 되는 날이었다. 그의 앞으로 한 장의 배첩이 날라왔다. 약속을 잊지 않았겠지? 오시(오시)에 백로주에서 기다리고 있겠소. 응천성. 조자건은 그 배첩을 받자 두 말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마결은 그 배첩에 적힌 말이 도데체 무슨 뜻이냐고 물었 다. 조자건이 사실대로 말하자 사마결은 펄쩍 뛰며 버럭 소리 질렀다. "뭐라고? 아니 그런 몸으로 구룡편 응천성하고 비무를 하겠 단 말이오? 당신 정말 죽으려고 환장했소?" 하나 잠시 후 그는 억지로 조자건을 따라 이곳 백로주까지 따라온 것이다. 응천성은 독수리같이 날카로운 눈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조자건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자건의 안색은 아직도 약간 창백했고, 옆구리는 비록 뼈가 굳긴 했으나 앞으로 몸을 숙일 때마다 심각한 통증이 뒤따랐 다. 귀왕령에 격중당한 오른쪽 뺨과 어깨에는 시퍼런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세 개의 독질려를 맞은 왼쪽 팔은 여전히 붓기가 빠지지 않고 있었다. 조자건의 몸중 유일하게 멀쩡한 곳이 있다면 바로 그의 두 눈 뿐이었다. 그의 두 눈은 마치 푸릇푸릇 자라나는 풀잎처럼 싱싱했고 활 력에 넘쳐 있었다. 그 눈을 보고 있으면 그 싱싱함과 활력이 그대로 전해져 올 것만 같았다. 조자건은 그런 눈으로 응천성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당신도 무사했구료." 응천성은 이 사람이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오늘 그와 비무를 하기 위해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이 다. 이것은 어쩌면 서로의 생사(생사)를 걸만큼 중대하고 격렬한 대결이 될 지 모른다. 아니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자신이 무사하게 화신묘를 벗어난 것이 몹시 다행스럽고 기쁘다는 표정이었다. 응천성은 물론 별다른 부상없이 집마부의 추적을 뿌리치고 화신묘를 벗어났다. 조자건이 사라지자 그들은 분노를 참지 못 하고 맹렬한 공격을 가했으나 그들을 격퇴시키는 것이라면 모 를까 단순히 몸을 빼내 피하는 것은 응천성에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아직 당신에게 고맙다는 인사조차 하지 못했소." 조자건이 다시 웃으며 말했으나 응천성의 음성은 찬 바람이 불 정도로 싸늘한 것이었다. "그럴 필요없소. 그 일은 어차피 당신이 내 조건을 수락함으 로서 없었던 일이나 마찬가지니." 조자건은 담담하게 중얼거렸다. "없었던 일이나 마찬가지일지 몰라도 아주 없었던 일은 아니 지." 응천성은 눈을 번쩍 빛내며 조자건을 응시했다. 하나 그는 아무 말도 없이 오른손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의 강인한 오른팔에는 독사처럼 섬찝한 빛을 뿌리는 검은 색 채찍이 칭칭 감겨 있었다. 그것은 바로 비무를 시작하자는 무언(무언)의 표시였다. 조자건은 수중의 나무막대를 오른쪽 어깨에 걸쳐맨 채 느릿 느릿 그의 앞으로 가서 우뚝 섰다. 사마결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런 조자건의 뒷모습을 바라 보고 있었다. 이곳에 오기전에 그는 조자건에게 응천성과의 비 무를 방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는 벌써 조자건을 말렸을 것이다. 그가 신경쓰는 것은 비무의 승패(승패)가 아니었다. 조자건 의 생사(생사)가 염려스러운 것이다. 이기는 것은 고사하고 단지 그가 살아나기만이라도 하면 다 행이라고 생각했다. 허리만 조금 구부려도 통증이 오는 몸으로 는 절대로 응천성의 구룡편을 받아낼 수 없었다. 조자건의 마음은 의외로 아주 편안했다. 그는 자신이 몸 상태에는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단지 일전 에 보았던 응천성의 눈부신 채찍솜씨만이 뇌리에 떠올랐을 뿐 이다. 저 독사의 혓바닥처럼 날카로운 채찍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 가? 오직 그 생각만이 그의 머리를 사로잡고 있었다. 쉬악! 마침내 응천성의 구룡편이 예리한 파공음을 내면서 날아들었 다. 구룡편은 길이가 무려 일 장(일장)이 넘었다. 남만(남만)의 오지에서만 서생하는 묵린사(묵린사)의 껍질을 철심목(철심목)의 수액(수액)에 한 달동안 담궜다가 꺼내 만든 것으로 질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강도나 탄력등이 다른 채찍 들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탁월했다. 특히 구룡편은 모두 아홉 개의 매듭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매듭마다 각기 다른 절학 (절학)들이 숨겨져 있어 누구도 그중 두 개 이상을 받아내지 못한다고 했다. 지금 조자건을 향해 날아들고 있는 구룡편은 그 속도가 비할 데 없이 빠를 뿐 아니라 칼날같이 예리해서 마치 한 가닥 흑선 (흑선)이 쏘아져 오는 것 같았다. 조자건의 몸이 왼쪽으로 기우뚱했다. 아주 간단한 동작이었는데 구룡편의 채찍끝은 아슬아슬하게 조자건의 관자놀이 바로 밑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 그 순간, 파르르... 분명히 스치고 지나간 듯 하던 구룡편이 가늘게 진동하면서 그대로 조자건의 목을 휘감아오는 것이 아닌가? "앗?" 구경하고 있던 사마결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경악성이 터 져 나왔다. 그때 조자건의 신형이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그 신형이 어찌나 빨랐는지 마치 허깨비를 보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였다. 구룡편은 간발의 차이로 조자건의 발밑 허공을 가르며 지나 갔다. 조자건은 허공에 몸을 띄운 상태 그대로 응천성을 향해 날아갔다. 용협십이로중의 용주약랑(용주약랑)이라는 신법이었 다. 스아악! 응천성이 오른손목을 슬쩍 흔들자 구룡편이 기이한 파공음을 내며 살아 있는 한 마리 뱀처럼 조자건의 몸을 따라갔다. 조자 건은 신룡번운(신룡번운)의 식으로 몸을 뒤집으며 나무막대를 휘둘렀다. 팟! 한 줄기 빛살같은 광채가 응천성의 가슴팍을 노리고 날아들 었다. "일심향불(일심향불)이구나!" 응천성은 신음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며 오른손 을 세차게 떨쳐냈다. 파파파파... 시커먼 편영(편영)이 구름처럼 일어나며 조자건의 하반신을 뒤덮을 듯 밀려들었다. 조자건은 허공에서 몸을 뒤집은 상태에 서 두 다리를 오무리는 신기(신기)를 보였다. 하나 그때 그는 하마터면 허공에서 그대로 떨어질 뻔 했다. 두 다리를 오무릴 때 옆구리에서 심각한 통증을 느꼈던 것이 다. 너무 격하게 몸을 움직이는 바람에 부러졌던 갈비뼈 부위 가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음....!) 조자건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오무렸던 두 다리를 박차고 응천성을 향해 비호같이 달려들었다. 그의 손에 들린 나무막대 는 여전히 일심향불의 자세를 흐트리지 않고 있었다. 응천성은 조자건이 설마 이토록 기묘한 몸놀림으로 자신의 편영을 뚫고 들어올 줄은 몰랐는지라 안색이 딱딱하게 굳은 채 옆으로 몸을 피했다. 그러나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 가슴을 노리고 날아드는 단순한 일심향불의 초식이건만 두 걸음이나 옆으로 움직였는데도 여전히 가슴부위가 상대의 공세에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응천성은 할 수 없이 다시 세 걸음이나 몸을 날렸다. 그러자 일심향불의 초식이 갑자기 횡소천군(횡소천군)으로 변하며 그의 옆구리를 쓸어왔다. 그 초식의 변화가 어찌나 빠 르고 날카롭던지 응천성은 가슴이 써늘해졌다. "멋진 초식이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한 마듸 탄성을 터뜨리며 더 이상 피하 지 않고 수중의 구룡편을 천룡조진(천룡조진)의 식으로 휘두르 며 맞서갔다. 핑! 핑! 핑! 마치 활시위를 당기는 듯한 파공음이 연신 터져나왔다. 그것 은 그만큼 지금 구룡편이 움직이는 속도가 가공스럽다는 것을 나타내 주는 것이었다.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거두며 피하려 했으나 갑자기 무슨 생 각이 들었는지 피하지 않고 그대로 횡소천군을 계속 전개했다. 파팍! 나무막대와 구룡편이 정면으로 격돌하며 무시무시한 경기가 사방으로 폭사되었다. 두 사람은 각기 손목에 엄청난 통증을 느꼈다. 하나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나무막대에 부딪쳤던 구룡편이 빙그르 돌며 나무막대를 휘감 더니 마치 움직이는 생명체처럼 나무막대를 타고 주르르 올라 오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나무줄기를 타고 올라오는 한 마리 검은 뱀과 조금도 다를바가 없었다. 이것이 바로 응천성이 천하에 자랑하는 구룡편수법중에서도 무섭기로 유명한 등룡구주(등룡구주)였던 것이다. 파르르륵.... 구룡편은 엄청난 속도로 나무막대를 거슬러 올라가 조자건의 손목쪽으로 다가왔다. 그와함께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거의 들 고 있지도 못할 정도로 엄청난 압력과 무게를 느꼈다. 이 수법의 무서운 점은 구룡편이 상대방의 병기를 휘감으며 다가오기 때문에 떨쳐 버릴 수도 없고 달리 피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병기를 떨어뜨렸다가는 독사의 머리처럼 쳐들린 구룡편의 채찍이 조금도 용서없이 가슴으로 파고들어 그대로 궤뚫어 버리고 만다. 그야말로 피할 수도 없고 물러날 수도 없는 살인적인 초식이 었다. 조자건은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오른손을 불쑥 내밀어 나무막대로 응천성을 향 해 찔러갔다. 파팟! 그의 손목을 노리고 올라오는 구룡편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 며 순식간에 구룡편의 채찍끝이 나무막대를 타고 올라 그의 손 목을 휘감아왔다. 순간, 덥썩! 조자건은 왼손으로 구룡편의 채찍끝을 움켜 잡았다. 파르르.... 채찍이 세차게 떨리며 그의 손바닥이 파열되어 피가 주르르 흘러내렸다. 하나 조자건은 움켜잡은 구룡편을 놓지 않고 자신 의 앞쪽으로 끌어당기며 나무막대로 여섯 개의 작은 고리를 그 려댔다. "어엇?" 응천성은 설마 조자건이 자신의 왼손을 희생해 가면서까지 구룡편의 공세를 봉쇄할 줄은 몰랐는지라 다급한 경호성을 터 뜨리며 구룡편을 세차게 잡아당겼다. 핑핑! 구룡편이 팽팽해지며 날카로운 파공음이 울려퍼졌다. 조자건 의 왼손은 구룡편을 통해 전달되는 막강한 경기에 의해 이미 피투성이로 변한지 오래였다. 하나 그 순간 조자건이 펼친 조운육환(조운육환)의 기세는 이미 응천성의 전신으로 육박하고 있었다. 응천성은 사력을 다 해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올랐다. 퍽! 퍽! 네 개의 고리는 아슬아슬하게 그의 몸을 비켜갔으나 남은 두 개의 고리는 그의 양쪽 옆구리를 그대로 강타해 버렸다. "우욱!" 응천성은 하늘이 노래지는 고통을 느끼고 몸을 비틀거렸다. 목구멍속으로 핏물이 확 솟구쳤으나 그는 억지로 눌러 삼키며 오른손을 풍차처럼 마구 돌렸다. 구룡편이 또아리를 튼 뱀처럼 꼬아지며 무시무시한 경기가 피어올랐다. 조자건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구룡편의 채찍끝 을 잡고 있던 왼손을 놓았다. 파파파파파.... 주위 사방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구룡편의 그림자에 가 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철 벽(철벽)을 연상시키는 구룡편의 시커먼 편영뿐이었다. 이것이 바로 구룡편법중에서 가장 무서운 노룡진구주황(노룡 진구주황)이었다. 그 엄청난 기세는 천하의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았 다. 조자건은 주저없이 그 폭풍치는 편영속으로 뛰어들었다. 파팟! 그의 양쪽 소매가 너무도 막강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걸레 조각처럼 찢겨졌다.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수평(수평)으로 누인 채 앞으로 곧장 찔러갔다. 쭈아악! 마치 비단폭이 찢어지는 듯한 음향이 터지며 그토록 가공할 기세로 몰아쳐 오던 채찍의 그림자가 쫙 갈라지며 그 사이로 응천성의 모습이 드러났다. 그것은 그야말로 일검으로 검은 바다를 가르는 듯한 장엄한 광경이었다. 응천성의 얼굴에 한 줄기 기이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것이다....바로 이 초식에 할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 그 순간 응천성은 몸을 세차게 회전시켰다. 핑그르르... 그의 몸이 엄청난 속도로 돌면서 일장이 넘는 길다란 구룡편 의 채찍이 그의 몸에 바짝 감겨 들며 한 자 정도만 남게 되었 다. 응천성의 몸은 구룡편에 칭칭 감겨 마치 검은 채찍으로 된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았다. 그와 함께 그의 몸은 회전하는 속도 그대로 조자건을 향해 날아들었다. 한 자 밖에 남지 않은 구룡편의 채찍끝이 회전하 는 그의 몸과 함께 무시무시한 경기를 뿌려댔다. 콰콰콰콰.... 그것은 마치 사람과 채찍이 하나의 소용돌이를 이루어 돌진 해 오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스치기만 해도 전신이 그대로 갈 라터져 버리는 죽음의 소용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