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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태극문 - 46편 (46/87)

2026-09-23 18:02:56 조회 6
조그만 돌 조각조차도 그에게는 커다란 바위처럼 느껴졌다. 이미 눈은 보이지 않았고 귀조차 어두어졌는지 아무런 소리 도 들리지 않았다. 한걸음 한 걸음 내딛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들 수가 없었다. 얼마나 걸어 갔을까. 그는 돌연 한 사람의 몸에 부딪쳤다. 그 사람은 그에게 무슨 말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의 의식은 자꾸만 흐려져갔다. 조자건은 안간힘을 다해 눈을 크게 떴다. 상대방의 얼굴은 분명히 눈앞에 있는데 똑똑히 보이지 않았다. 상대방은 갑자기 음성을 높여 외쳤다. "맙소사...지금까지 당신을 찾고 있었소. 도데체 이게 어떻 게 된 일이오?" 조자건은 그 음성을 듣자 얼굴에 웃음을 띄었다. "당신은...알고 있소?" 상대방은 그에게 물었다. "무얼 말이오?" 조자건은 잘 굴러가지 않으나 뚜렷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 목소리는...이제까지 내가 들어본 것 중에서 가장 멋 진 목소리였소...." 그의 얼굴에 빙그레 미소가 떠올랐다. "나는 하마터면 그 목소리를 영원히 못듣게 되는줄 알았 소...."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는 사마결의 품속으로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이, 약 성 사천당문은 사천성(사천성) 성도(성도)에 세력을 둔 무림세 가였다. 그들은 혈족(혈족)외에는 전혀 다른 제자들을 받지 않아 문 하제자들이 많지 않았으며 직계후손은 그 수가 더욱 적어 오십 명도 채 되지 않았다. 하나 지난 수백년 동안 이 가문(가문)은 강호무림에서 누구 도 침범할 수 없는 혁혁한 명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그것은 이들의 독술과 암기가 너무도 가공스럽기 때문이었 다. 그들의 암기는 모두 일곱 가지였지만 강호에 알려진 것은 그 중 세 가지였다. 그것은 독질려, 육혼망(육혼망), 그리고 단혼 사(단혼사)였다. 그 세가지만으로도 강호인들은 사천당문이란 말만 들어도 혼비백산했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그들의 암기를 맞으면 죽음을 기다릴 수 밖에 없었다. 그중 어느 것에라도 단지 스치기만 해도 상처가 썩어들어가 고 마침내는 극심한 고통과 함께 죽음에 빠져들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해약(해약)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보다 더 어려웠 다. 특히 얼마전에 사천당문의 현 가주인 천수비호 당력이 특수 한 암기 하나를 개발한 후로는 아무도 감히 그들의 비위를 건 드릴 담량을 지닌 사람이 없었다. 그 암기의 이름은 귀왕령이라 했다. 귀왕령은 먼지같이 미세한 분말로 이루어져 있어 일단 발출 되면 피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흡입하기만 해도 그 치명적인 독기에 그대로 감염되고 만다. 귀왕령의 해독약은 사천당문에서도 단지 당력밖에는 알지 못 하기 때문에 격중된 사람은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도리 밖에는 없었다. 상처가 안으로 썩어 들어가 온 몸에서 고름이 나오고 마침내 는 고통스런 죽음이 찾아오는 것이다. 그 악독한 독기는 천하 의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 조자건은 죽지 않았다. 그가 당한 상처를 생각한다면 그것은 믿어지지 않는 일이었 다. 몽롱한 의식속에서 그는 자신이 거센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 에 떠 있는 돗단배처럼 계속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뿐이 었다. 그러다 그가 깨어났을 때 그는 자신이 푹신한 침상에 편안하 게 누워 있음을 알았다. 사마결은 바로 그의 침상앞에 서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마결의 얼굴에는 일종의 흥미롭고도 엄숙한 표정이 있어서 원래부터 이상하게 생긴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었다. 그는 조자건이 눈을 뜬 것을 보자 마치 어린애처럼 활짝 웃 었다. 그는 눈을 껌벅거리며 말했다. "당신은 알고 있소?" 조자건은 바싹 말라있는 입술에 침을 축이며 미약한 음성으 로 물었다. "무얼 말이오?" 사마결은 즉시 그의 말을 받았다. "당신의 눈빛은 내가 본 것중에서 가장 멋있는 것이오." 그의 눈동자에는 밝은 광채가 번쩍이더니 어린애보다 더 유 쾌한 웃음이 떠올랐다. "나는 하마터면 당신의 눈빛을 영영 못보게 되는줄 알았었 소." 조자건은 인삼과 제비집으로 끓인 연자탕을 먹기 시작했다. 연자탕은 달았지만 그의 입은 구토를 하리만치 썼다. 연자탕 을 먹고나서야 그는 다소 몸이 개운해지는 것 같았다. 연자탕은 훌륭한 솜씨에 의해 끓여진 것이었다. 그가 있는 반안의 장식도 연자탕과 같이 짜지도 않고 싱겁지 도 않게 간결하고 적당했다. 한눈에 보아도 주인의 고아한 풍 취를 느낄 수 있었다. 조자건은 방안을 두리번거리다가 물었다. "이곳은 어디오?" 사마결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이곳은 열 두번째 집이오." 열두번째 집이 무슨 뜻일까? 조자건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마결은 다시 말했다. "나는 당신을 데리고 열 두군데나 뛰어다녔소." 사마결은 조자건을 데리고 밤새 미친 듯이 말을 몰았다. 그 래서 조자건은 자기가 줄곧 바다에 떠 있는 느낌이 들었던 것 이다. 그는 조자건의 독상을 치료해 줄만한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열 한 명이나 찾아갔었다. 그러나 그들은 환자가 사천당문의 암기를 맞은 것을 알자 단지 미안하다는 한 마디를 할 뿐 이었 다. 그래서 그는 최종적으로 조자건을 데리고 이곳으로 온 것이 다. 사마결은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아직까지 살아있는지 이유를 알고 있 소?"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모르오." 사마결의 표정은 자못 심각해졌다. "첫째 당신은 어깨에 귀왕령을 맞고 다시 왼팔에 독질려를 맞는 천하에 둘도 없는 행운을 잡았기 때문이오." 그의 어조는 농담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귀왕령과 독질려는 천하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맹독(맹 독)을 띈 암기들이오. 그중 하나만 맞았으면 당신은 벌써 한 줌의 피고름이 되었을거요. 다행인지 불행인지 두 개의 암기에 격중되어서 두 개의 독기(독기)가 서로 몸에서 견제를 했던거 요. 하지만 귀왕령의 독기가 더 지독해서 나중에는 독질려의 독을 뚫고 전신으로 퍼져나갔소. 물론 그 속도가 많이 느려지 기는 했지만..." 사마결은 진지한 음성으로 말을 계속했다. "둘째로 이곳 주인이 마침 천지(천지)부근에서 캔 칠엽연국 화(칠엽연국화) 한 그루를 가지고 있었으며 또한 천하에서 제 일가는 의술(의술)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오." 칠엽연국화는 천지에서만 나는 특수한 꽃이었다. 이것은 모두 일곱송이로 되었는데 잎사귀는 연꽃을 닮았고 줄기는 국화를 닮아서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칠엽연국화는 천년(천년)에 한번만 꽃을 핀다고 하는데 그 꽃은 천하에서 제일가는 해독(해독)의 성약(성약)이었다. 그것 은 무엇보다도 진귀한 약재로서 아무리 억만금을 주어도 얻을 수 없는 무가지보(무가지보)였다. 이곳의 주인이 낯선 사람에게 그런 진귀한 보물을 제공하다 니 기이하기 이를데 없는 일이었다. 사마결의 말은 계속되었다. "셋째 당신의 기본적인 체력이 남들보다 훨씬 뛰어나서 용케 도 이곳까지 올동안 귀왕령의 독기를 견뎌냈기 때문이오. 그리 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사마결은 메마른 얼굴에 비씩 웃음을 흘렸다. "이곳의 주인이 당신을 반드시 살리고 싶었기 때문이오." 조자건은 마침내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곳의 주인은 대체 누구요?" 그 말에 대답을 한 것은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 "나다." 조자건은 소리가 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입구쪽에 한 사람이 우뚝 서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푸른 학창의를 입고 이마에는 네모난 관(관)을 쓴 중년 인이었다. 중년인은 머리가 살짝 희끗하고 차림새가 깨끗했다. 얼굴은 준수하고 입가에는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고 있어 누가 보기에 도 호감을 느낄 만한 인상이었다. 조자건은 한동안 중년인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이었군요." 중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외에 누가 귀왕령과 독질려의 독기를 해독시킬 수 있겠느 냐?" 그의 말은 얼핏 들으면 건방지고 일면 광오하기까지 했었지 만 조자건이나 사마결은 조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충분하 다고 생각할 것이다. 아니,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당금 천하에서 오직 그 뿐이라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그의 이름은 약성(약성) 난자림(난자림)이라고 했다.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당금 천하의 제일가는 신의(신의)였 다. 또한 조립산의 유일한 친구이기도 했다. 난자림은 조자건에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사마결이 데려온 사람이 너라는걸 알았을때 내가 얼마나 놀 랐는지 아느냐? 나는 그동안 줄곧 너를 찾고 있었다." 그의 음성은 비록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는 말로 표현못할 뜨 거운 감정이 숨겨져 있었다. 조자건 또한 그를 보자 한동안 감회에 사로잡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사실 난자림을 그리 많이 만나지는 못했다. 조립산은 항상 천하를 정처없이 떠돌고 있었고, 난자림 또한 자신의 거처에서 좀처럼 나오는 법이 없어 그들이 함께 어울릴 기회란 좀처럼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난자림에 대해서는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난자림과 조립산은 이십 여년동안 사귀어온 사이였다. 그들은 교우관계가 넓은 사람들도 아니었고 여기저기에 친분 관계를 쌓을만큼 한가한 사람들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서 로를 더욱 소중하게 여겼다. 조자건은 몇 번인가 조립산을 따라 난자림을 만난 적이 있었 지만 그때마다 그들이 몇 마디 말을 주고 받는 장면을 보지 못 했다. 그들은 만나면 그저 술잔을 앞에 놓고 술을 마실 뿐이었다. 남들처럼 웃거나 떠들지도 않았고 시시한 농담을 지껄이지도 않았다. 간혹 한 두 마디 선문답(선문답)같은 말을 주고 받을 뿐 묵묵히 술만 마셨다. 그리고는 또 말없이 헤어질 뿐이었다. 어렸을때 조자건은 그들의 이런 모습을 무척 이상하게 생각 했었다. 하나 자신도 나이를 먹게 되자 그는 그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비단 이해할 뿐 아니라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들은 말이 필요치 않는 사이였다. 아무런 말이 없이 그저 마주보고만 있어도 서로의 마음을 알 수 있는 그런 사이였다. 언젠가 한 번 조자건은 조립산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난자림은 어떤 사람인가요?" 조립산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는 친구로 사귀어도 될만한 사람이다." 조립산은 난자림의 성격이나 인간성, 행실에 대해서는 일언 반구도 말하지 않았다. 그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믿 을 수 있는 사람인지 그렇지 못한 사람인지 전혀 언급하지 않 았다. 하나 조자건은 조립산의 짧은 말속에서 난자림이란 인간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 난자림을 조자건은 오 년만에야 비로소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난자림은 그동안 조금도 변한 것 같지 않았다. 하지만 난자 림이 본 조자건은 지난 몇 년사이에 많이 변해 있었다. 그는 조자건을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가 불쑥 물었다. "너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 그의 짧은 질문속에는 여러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었다. 조립산이 화군악에게 패해 죽은 후 조자건은 어떤 삶을 살아 왔을까? 그는 지난 세월동안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강호에 전혀 모습 을 나타내지 않았던 것일까? 그리고 그는 대체 무슨 이유로 그런 지독한 상처를 입게 되 었는가? 묻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난자림은 짤막하게만 물었을 뿐이 었다. 조자건의 대답 또한 짤막했다. "해야할 일을 했습니다." 그의 짧은 대답속에도 여러가지 뜻이 함축되어 있었다. 그는 그동안 빈둥거리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형의 죽음을 단 한 시도 잊어본 적이 없었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적 이 없었다. 난자림은 이해를 했다. 그는 비록 조자건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못했지만 일전에 조립산이 그에 대해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건은 성질이 조금 고약한 면이 있지만 한 가지 좋은 점을 가지고 있네. 그것은 절대로 실없는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 이지. 그가 어떤 일을 했다고 말하면 그건 틀림없이 그 일을 해치웠다는 것을 뜻하네. 조립산 자신도 결코 실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난자림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조자건의 짧 은 대답에도 수긍을 하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대신 물어본 사람은 사마결이었다. "당신은 대체 어떻게 해서 사천당문과 시비가 붙게 되었소? 귀왕령은 그들도 무척 귀하게 여겨서 여간해서는 사용한 일이 없는데..." 조자건은 그 말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사실은 그도 그것이 궁금했다. 그는 지금까지 사천당문과 아무런 은원관계가 없었다. 그들 을 만난 적도 없었고 원한을 맺을 만한 어떤 일도 한 적이 없 었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를 공격했다. 악독한 암기를 써서 그를 사경(사경)에 몰아 넣었다. 그 빚은 꼭 갚고야 말 것이다. 사마결은 조자건이 아무런 말이 없자 그의 안색을 살피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당신은 이제 어떻게 할 셈이오? 무림대회도 물 건 너가 버렸는데..." 조자건은 퍼뜩 정신이 들어 급히 물었다. "무림대회는 어떻게 되었소?" 사마결의 음성은 왠지 퉁명스러워 보였다. "물론 정상적으로 진행중이오. 하지만 이제는 당신과는 상관 없는 대회가 되어 버렸소." 조자건의 안색이 가볍게 굳어졌다. "그럼..." 사마결은 문득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은 삼일동안이나 혼수상태에 있었소. 그리고 결선 이차 전은 어제부터 시작되었소." 그의 음성은 표정만큼이나 무거운 것이었다. "당신은 기권패가 되었단 말이오." 제29장 절 대 고 수 일, 일 환 한동안 장내에는 무거운 침묵이 깔려 있었다. 그 침묵을 깬 사람은 난자림이었다. 그는 조자건의 어깨를 두드리며 그를 위로하듯 말했다. "몸만 건강하다면 화군악에게 도전할 기회는 앞으로도 얼마 든지 있을거다." 조자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사마결이 입을 열었다. "당신이 결선이차전에 나오지 않은 이후에 여러가지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소. 그래서 모두들 당신이 나타나지 않은걸 더욱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소." 조자건은 사마결을 바라보았다. "이상한 일들이라니...?" "당신이 기권패를 당해 절정검 사공척은 싸우지도 않고 삼차 전에 진출하게 되어 있었소 그런데 갑자기 그도 또한 무림대회 에 더 이상 출전하지 않겠다고 선포해서 사람들을 놀라게 했 소." 조자건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사공척이? 그가 왜 그런 짓을 했단 말이오?" "그건 오히려 내가 당신에게 묻고 싶었던 말이오. 사공척이 갑자기 출전을 포기한 것은 당신이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던 것 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뭐 짐작가는 일이라도 있 소?" 조자건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가 눈을 반짝 빛 냈다. 그는 문득 사공척이 무림대회에 참가한 진정한 이유는 혹시 자신과 겨루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만약 그랬다면 자신이 나타나지 않음으로서 목표가 없어진 사공척이 더 이상 무림대회에 참가할 의욕을 상실한 것도 충분 히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사마결은 조자건이 무슨 말이라도 할 줄 알고 한참을 기다렸 으나 그가 아무런 말이 없자 다시 말을 계속했다. "또 한 가지 이상한 것은 구룡편 응천성도 또한 결선일차전 에 나타나지 않아 기권패 당했다는 것이오. 그는 유력한 우승 후보중 한 사람이었는데 그가 갑자기 출전하지 않아 많은 사람 들이 의아해 하고 있소." 그 말을 듣자 조자건은 문득 응천성의 안위가 궁금해졌다. 응천성은 과연 무사히 집마부의 추적을 뿌리치고 몸을 빠져 나갔을까? 그와 함께 여러가지 의문들이 조자건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응천성은 대체 무엇때문에 그와 비무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 일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하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그를 위 해 집마부의 고수들을 막아서게 한 것일까? 그리고 그는 대체 어떻게 그때 그 장소에 나타날 수 있었을 까? 요 며칠새 그에게 벌어진 일들은 모든 것이 의문점 투성이였 다. 그리고 의문은 많았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하게 알 수 있 는 것이 없었다. 하지만 조자건은 결코 조급해 하거나 초조해 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리 복잡하고 기괴한 일이라 할지라도 그 이면에 숨 은 뜻을 알고 나면 의외로 단순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번 일도 한 가지 실마리만 주어진다면 충분히 해명할 자신이 있었 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응천성을 직접 만나보면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이제 무림대회의 향배도 대충 윤곽이 드러났겠구 료?" 의외로 사마결은 고개를 내저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소. 비록 당신과 사공척등 몇 사람 이 출전을 포기했지만 또 다른 의외의 인물들이 속속 나타나 누가 우승할지는 아직도 오리무중이오." 그의 눈에는 흥미진진한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얼마전까지만해도 사람들은 절정검 사공척이나 무형륜 위불 군중에서 우승자가 나오리라고 생각했었소. 하지만 이제는 아 니오. 모두들 이번 무림대회에는 천기일환(천기일환)과 천룡대 협(천룡대협)중 한 사람이 우승할거라고 말들을 하고 있소." 그 말을 듣자 조자건은 자신도 모르게 불쑥 되물었다. "그들도 출전했소?" 사마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예선에 참가하지 않고 바로 결선에 나타났소. 그래 서 더욱 사람들의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소." 그들의 출현은 사마결의 말보다 훨씬 더 충격적인 것이었다. 천기일환은 우내십대기문병기중에서도 서열 일위(일위)에 꼽 히는 인물이었다. 그에 대한 내력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아 숱한 의문과 화제 를 불러 일으켰었는데 그는 결선일차전의 삼일째 되는 날 모습 을 드러냈다. 그날은 공교롭게도 조자건이 화신묘에서 암습을 받은 다음 날이었다. 차창! "크윽!" 화산파(화산파)의 대표로 출전한 일자매화검(일자매화검) 사 운평(사운평)이 놀라운 솜씨로 관동(관동)의 고수인 창룡도수 (창룡도수) 곡자강(곡자강)을 쓰러뜨린 후 주최측의 다음 출전 자를 알리는 목소리가 길게 들려왔다. "다음은 괄창산(괄창산)의 반칠검객(반칠검객) 뇌일봉(뇌일 봉)과 이십사대문파중 천기문(천기문)의 대표간의 대결이오!" 천기문이란 말에 중인들 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 다. "천기문? 그런 문파도 있었나?" 중인들중 거의 대부분이 천기문이란 이름을 오늘 처음 듣게 되었다. 그런데도 천기문은 무림을 대표하는 스물 네개 대문파 의 하나에 속해 예선을 참가하지 않고도 결선에 고수를 내보내 게 되었으니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 다. 대위에는 어느 새 반칠검객 뇌일봉이 우뚝 서서 상대가 올라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뇌일봉은 전력(전력)이 몹시도 특이한 인물이었다. 그는 원래 무당파(무당파)의 촉망받는 속가제자였다. 그의 사부는 무당사자(무당사자)중의 우두머리인 청송자(청 송자)였다. 청송자는 무당 비전(비전)의 칠성검법(칠성검법)을 완벽하게 터득한 절세의 검객으로, 그가 칠성검법을 휘두르면 허공에 진짜 일곱 개의 별모양이 나타나 상대를 쓰러뜨린다고 알려져 있었다. 뇌일봉은 청송자가 거둔 열 두명의 제자들중에서 금새 두각 을 나타내었다. 하나 이십 세가 되는 해 봄에 그는 파문(파문) 을 당했다. 그것은 그가 청송자의 면전에서 칠성검법에 몇 가지 단점이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자존심강한 청송자는 자신이 아끼 던 제자가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광경을 보고 진노를 금 치 못했다. 결국 뇌일봉은 한쪽 팔이 잘려진 채로 청송자의 문 하에서 쫑겨나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칠년 후, 강호무림에는 외팔이 검객 한 명이 나타 났다. 그는 외팔로 신랄하고 절묘한 검법을 펼쳐 순식간에 무림에 혁혁한 명성을 날리게 되었다. 얼마 후 그는 단신홀몸으로 무 당산에 올라가 청송자를 격패시켰다.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청송자가 파문시킨 과거의 제자 뇌일 봉임을 밝히고 자신이 익힌 검법은 칠성검법을 물리치기 위해 서 스스로 만들어낸 반칠성검법(반칠성검법)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반칠검객이라고 불렀다. 그의 반칠성검법은 비단 칠성검법뿐만 아니라 천하무림에 산 재한 거의 모든 도가검법(도가검법)의 극성(극성)이 되는 것이 었다. 청송자가 쓰러진 후 무당에서는 몇 명의 뛰어난 검객들을 파 견하여 뇌일봉에게 복수를 하려 했으나 번번히 실패하고 말았 다. 나중에 그가 괄창산에 거처를 정하고 무림에 좀처럼 모습 을 드러내지 않게 된 후에도 그의 명성은 조금도 떨어지지 않 고 있었다. 뇌일봉이 이번 무림대회에 참가한 이유는 무당에서 이번 대 회에 우승하면 과거의 모든 은원(은원)을 잊겠다는 통보를 해 왔기 때문이었다. 뇌일봉은 항상 무당파에 파문당하고 자신의 손으로 사부를 쓰러뜨렸던 과거의 일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있 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모든 과거의 허물을 벗고 싶었던 것 이다. 뇌일봉이 한참동안 서 있었는데도 대 위로 올라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점차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고 뇌일봉의 안색 또 한 조금씩 찌푸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