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태극문 - 44편 (44/87)
조자건은 조용하게 물었다. "그들이 나를 만나 무슨 말을 하라고 했느냐?" "오...오빠..." "괜찮다. 말해 보아라." 진봉은 그의 부드러운 음성에 용기를 얻은 듯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그들은 오늘 삼경까지 오빠를 화신묘(화신묘)로 오라고 했 어요. 그렇지 않으면 큰오빠를 죽일거래요..." 조자건은 한동안 묵묵히 허공을 응시했다. 그러다가 돌연 무 거운 탄식을 토해냈다. "내가 너희들 남매에게 너무 큰 화(화)를 끼쳤구나..." 진봉은 애처러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오빠....그곳에 가지 마세요. 가면 오빠는 죽어요..." 조자건은 담담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는 죽지 않는다. 아마 조금 곤경에 처하겠지. 하지만 내 가 가지 않는다면 네 큰오빠는 진짜 죽는다." "하...하지만..." "세상이란 이렇다. 하기 싫은 일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 허다하지. 너도 그건 알고 있을거다." 진봉의 몸이 싸늘하게 식었다. 조자건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항상 어렸을때의 네가 좋았다. 천진난만하고 티 하나 없이 깨끗한 네가 참 좋았다." "저...저는 지금도..." 그녀는 지금도 자기는 천진하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하지 못 했다. 할 수가 없었다. 그는 이해한 다는 듯이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발그레한 뺨 을 쓰다듬었다. "나쁜건 네가 아니라 세상이다. 착하고 천진난만한 너를 가 만 놔두지 않는 세상이 나쁜거란다." 이어 그는 그녀를 가만히 안고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갖다 대었다. 그녀는 굳은 듯 꼼짝도 않고 그의 품에 안겨 있었다. 조자건은 조용히 그녀의 이마에서 입술을 떼었다. 그런다음 나무막대를 들고 방을 벗어났다. 그는 두 번 다시 뒤돌아 보지 않고 어둠속으로 사라져갔다. 진봉은 사라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서 있었 다. (그는 알고 있었어...알고 있었어...) 그녀는 이렇게 중얼거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어둠속에서 한 사람이 불쑥 튀어나왔다. 그는 백의를 입은 준수하기 그지없는 젊은 청년이었다. 백의 미남자는 우두커니 서 있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가느다란 옆구리를 끌어안았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있지?" 그녀는 고개를 들어 백의청년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 었다. "그는 내가 자신을 배반한걸 알고 있었어요. 내가 자기를 사 지(사지)로 보낸다는걸 알고 있었어요..." 그녀는 갑자기 격한 음성으로 소리쳤다. "그런데 그는 왜 그곳에 간 거지요? 내가 자신을 일부러 죽 음의 장소로 보낸다는걸 알면서도 그는 왜 그곳에 간거지요?" 백의청년은 그녀의 말에 조금도 놀라지 않았다. 그는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를 매어 달았다. "그로서는 가지 않을 수가 없지." 그녀는 무슨 말이냐는 듯 그를 돌아보았다. "그는 설사 당신 말이 모두 거짓이라고 해도 그곳에 갔을거 야. 왜냐하면 만에 하나 정말로 그곳에 진표가 있을지도 모르 니까." 진봉의 몸이 격하게 떨렸다. 백의청년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 다. "하하...나는 그와 같은 사람의 성격을 환히 궤뚫어 보고 있 다. 그는 비록 다른 모든 점에는 완벽할 정도로 강하지만 인정 (인정)에는 약하지.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함정은 바로 이 인 정을 이용한 함정이다. 이번에야 말로 그는 이 함정에서 살아 나오지 못할 것이다." 진봉의 낮빛이 창백하게 변하며 다시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 렸다. 백의청년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반항하지 않고 그의 품에 안겼다. 하나 그녀의 눈에서는 더욱 많은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그녀는 그런 눈으로 백의청년을 바라보았다. "나...나는 당신때문에 너무 많은걸 잃었어요...나의 가족도 친구도...그리고 나를 가장 믿어주던 오빠까지 모두 저버렸어 요. 그러니 당신은 나를 버리면 안돼요..." 백의청년은 묵묵히 그녀를 내려다 보았다. 그녀의 눈물가득한 얼굴에는 한 줄기 결연한 표정이 떠올랐 다. "나는 당신때문에 모든걸 희생했으니 당신은 나를 결코 버려 선 안되요...만일 당신이 나를 버린다면...나는 당신을 죽이고 나도 죽어버릴거에요." 백의청년의 눈꼬리가 차가워졌다. 하나 이내 그는 다시 미소지으며 그녀의 몸을 바싹 끌어안았 다. 그런다음 그녀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소근거렸다. "나는 당신을 배반하지 않아. 내가 그럴리가 있겠어? 당신은 벌써 우리들의 새 귀염둥이를 잊었단 말이오?" 그의 말에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그쳤다. 동시에 엷은 미소 가 떠올랐다. 그것은 마치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가고 다시 찬 란한 해가 떠오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의 미소는 행복에 찬 것이었다. 그녀는 무의식중에 손으로 자신의 배를 쓰다듬었다. 백의청 년은 자신의 손을 가만히 그 위에 올려 놓았다. "앞으로 태어날 우리들의 귀염둥이를 위해서라도 당신은 그 런 생각을 해서는 안되오. 나를 믿어요. 알았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요. 당신만 믿을께요." "그래. 그래야지." 백의청년은 그녀의 몸을 바짝 끌어안았다. 그녀는 비에 젖은 한 마리 참새처럼 그의 품속으로 깊숙히 파고 들었다. 과자옥은 그녀를 안으며 어둠속에서 하얗게 웃었다. 이, 당 잔 화신묘(화신묘). 화신묘는 금릉의 서쪽, 우화대(우화대)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었다. 이곳은 화신(화신)을 제사지내는 사당으로, 매년 입춘 (입춘)이 되면 봄이 오길 기다리며 이곳에서 성대한 제사가 벌 어지곤 한다. 삼경무렵. 조자건은 천천히 화신묘의 앞으로 다가갔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오늘따라 구름이 많이 끼어서 달 도 보이지 않았다.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든 채로 느릿느릿 화신묘 안으로 들어 갔다. 탁! 그가 들어서자 화신묘의 문이 저절로 닫혔다. 하나 그는 조금도 신경쓰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걸어갔다. 화신묘 안은 보기보다는 상당히 넓직했다. 오랫동안 사용하 지 않은 듯 여기저기에 거미줄이 가득했으나 주변에 놓여진 집 기며 가구들은 제법 고급스러운 것들이었다. 주위에는 여전히 아무런 인기척이 없었다. 조자건은 화신묘의 중앙대청을 가로질러 갔으나 나타나는 사 람은 없었다. 대청을 지나자 화신묘의 본원(본원)이 모습을 보였다. 본원은 화신의 초상(초상)과 위패를 모신 곳으로 화신묘에서 가장 중요한 곳이었다. 본원의 입구에 한 사람이 우뚝 선 채 걸어들어오는 조자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속에서 그자의 안광이 훤하게 비치는 것으로 보아 내공 력이 막강한 고수임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장대한 체구에 금빛 곤룡포를 입고 규룡(규룡)의 수염 을 기른 노인이었다. 규염노인의 횃불같은 시선은 조자건의 얼굴에 고정된 채 움 직일 줄 몰랐다. 조자건 또한 규염노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한동안 두 사람은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노인의 시선은 마치 상대의 가슴을 그대로 관통이라도 할 듯 강력하기 그지 없었다. 반대로 조자건의 시선은 고여있는 물처 럼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데 먼저 시선을 돌린 것은 의외로 규염노인이었다. 규염노인의 눈쌀이 살짝 찌푸려졌다. "정력(정력)이 대단하군. 젊은 나이에 이런 정력을 갖고 있 는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다." 노인은 솔직히 감탄을 했다. 조자건은 여전히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규염노인의 시선이 다시 그를 향했다. "네가 조자건이냐?"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당신은?" "나는 집마부의 오대호법(오대호법)중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구루마존(구루마존) 백리장독(백리장독)이다. 내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느냐?" 조자건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이 세상에서 당신 이름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거요." 물론 무림인이라면 구루마존 백리장독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구루마존 백리장독은 이미 사십 년전에 무림에서 그 모습을 감춘 일대마두(일대마두)였다. 당시 그의 무공은 정말로 대단 해서 아무도 그의 손에서 십 초 이상을 버틴 사람이 없다고 한 다. 그는 너무도 많은 악행(악행)을 저질러서 구파일방(구파일 )의 합공을 받게 되었는데 오일동안 대 격전을 치루고도 살 아남았다. 오히려 그를 합공했던 구파일방이 많은 절정고수들 을 잃고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 그 뒤로 그가 신비스럽게 사라지지 않았다면 구파일방은 그 의 손에 호된 경을 치루었을 것이다. 그 백리장독이 사십 년만에 집마부의 오대호법중 하나의 신 분으로 다시 나타난 것이다. 백리장독은 자신의 이름을 듣고도 조금도 놀라지 않는 눈앞 의 이 사나이가 무척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너는 본 부의 추살령을 세 번씩이나 피한 유일한 인물이다. 그래서 노부가 직접 나선 것이다. 너는 노부의 손에 사십 년만 에 죽는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다." 그의 말과 동시에 주변의 어둠속에서 하나 둘씩 검은 그림자 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들이 나타나는 데도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것은 그만큼 그들의 경공이 탁월하다는 뜻이었다. 조자건의 마음은 무거워졌다. 경공이 탁월하다는 것은 몸이 가볍다는 뜻이고 몸이 가볍다 는 것은 곧 그만큼 칼이 날카로운 것을 나타낸다. 그것은 그가 오랜 동안의 경험으로 터득한 것이었다. 어둠속에서 허깨비처럼 모습을 드러낸 인영들은 모두 칙칙한 검은 흑의를 걸친 중년인들이었다. 그 수는 무려 열 여덟 명에 달했다. "이들은 지옥다라십팔도객(지옥다라십팔도객)이라고 한다. 얼마전에 네 손에 쓰러진 무정구도수 따위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실력을 가지고 있지." 열 여덟 명의 지옥다라십팔도객! 확실히 그들은 풍기는 위세가 기도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나 조자건은 그들은 쳐다보지도 않고 백리장독을 향해 물었다. "사람은 어디에 있소?" 백리장독은 두 눈에 기광을 번뜩이고 있다가 슬쩍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본원의 안쪽이 환해지며 그 안이 들여다 보였다. 조자건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가볍게 흔들렸다. 본원의 가운데 매어 달려 있는 두 개의 인영을 발견한 것이 다. 그들은 일남일녀(일남일녀)였다. 그들의 의복은 심한 고초를 당한 듯 여기저기가 찢겨지고 군데군데 피가 묻어 있었다. 머 리는 잔뜩 헝클어져 얼굴을 온통 가렸고 몸은 힘없이 축 늘어 져 있었다. 그중 여인이 주위가 이상함을 깨달았는지 고개를 쳐들었다. 조자건은 그녀가 진표의 여동생인 진결임을 한 눈에 알아보 았다. 진결의 시선도 그에게로 향했다. "조대가(조대가)..." 그녀의 입에서 애잔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조자건은 아 무 말도 하지 않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진표는 이미 의식을 잃어버렸는지 축 늘어진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자건은 일부러 진표를 바라보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가 이미 죽어버린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불이 다시 꺼지며 본원은 칠흑같은 어둠으로 되돌아왔다. 백리장독은 조자건의 안색을 살피며 입을 열었다. "네가 죽든 살든 그들은 이곳을 살아서 나갈 것이다. 하나 앞으로 영원히 보거나 듣거나 말하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은 그들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였다. 조자건은 아무 말없이 나무막대를 든 채 앞으로 걸어갔다. 백리장독의 오른손이 슬쩍 쳐들렸다. 순간, 스스슥! 어둠속에 허깨비처럼 나타났던 지옥다라십팔도객이 그를 향 해 벌떼처럼 덤벼들었다. 그들의 손에는 맹독을 칠한 독도(독도)가 시퍼런 빛을 뿌려 대고 있었다. 조자건은 망설임없이 그들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세차게 나무막대를 휘둘렀다. 그는 이미 오늘 크게 살 계(살계)를 깨기로 결심했기 때문에 사용하는 초식 하나하나가 살인적인 위력이 있었다. 파파팍! 매서운 검풍이 어둠을 뚫고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었다. 지옥다라십팔도객은 풍차처럼 서로의 몸을 교대로 회전하며 빗발치듯 도기를 퍼부었다. 쿠쿠쿵! 검풍과 도기가 격돌하자 화신묘가 금시라도 무너질듯 뒤흔들 렸다. 조자건은 막강한 압력을 느끼고 뒤로 주춤 물러났다. 출도한 이후 그가 물러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제아무리 조자건일 지라도 열여덟 명의 절정고수들이 동시에 퍼붓는 공세에는 당 할 재간이 없었다. 하나 조자건은 멈추지 않고 다시 신형을 날렸다. 어둠속에서 그의 눈이 무섭게 번뜩거렸다. 파파파팟! 이번에도 역시 수십, 수백가닥의 도기들이 그물처럼 그의 전 신을 에워쌌다. 조자건은 그 도기의 그물속으로 뛰어들며 복마 검법의 다섯 초식을 연거푸 펼쳐냈다. 역벽화산부터 조운육환까지의 다섯 초식이 줄기줄기 뻗어나 왔다. 그 위력은 과연 대단했다. 팍! "크악!" 지옥다라도객중의 하나가 미처 그 막강한 공세를 감당하지 못하고 나무막대에 옆구리를 강타당한 채 일장이나 나가 떨어 졌다. 그는 그대로 즉사했는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자건 또한 가슴팍 옷자락이 길게 찢겼다. 하나 머뭇거릴 사이가 없었다. 쉬이이이! 다시 열 일곱개의 독도가 그를 향해 짓쳐들었다. 조자건은 입을 굳게 다문채 수중의 나무막대를 풍차처럼 휘둘렀다. 휘리리링! 그의 나무막대가 거의 보이지도 않게 선회하며 주위에서 연 거푸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크윽!" "아아악!" "케엑!" 순식간에 십칠도객중의 다섯 명이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조자건이 방금 펼친 것은 복마검법중의 일성엄월(일성엄월) 이었는데 그 가공할 위력은 정녕 믿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한꺼번에 다섯 명이나 쓰러지자 나머지 지옥다라도객들은 당 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자건은 그것을 놓치지 않고 그들사이 로 뛰어들며 나무막대를 좌에서 우로 그어댔다. 파파팍! "크아악!" 마치 합장하는 듯한 음향과 함께 다시 네 명의 인물이 피떡 이 되어 날아갔다. 중인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시시한 횡소천군(횡소천 군) 일식에 절정고수 네 명이 쓰러지는 광경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가 그러할 것이다. 이제 남은 사람은 불과 여덟 명 밖에 없었다. 열 여덟로도 그를 당해내지 못했는데 여덟 명이 어떻게 그를 감당해 내겠는 가? 쉬아앙! 그의 손에 들린 공포의 나무막대가 기이한 파공음을 내며 날 아들자 남은 여덟 명의 도객들의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뒤덮 혔다. 바로 그 순간, "끝장이다!" 날카로운 폭갈과 함께 무언가 가공할 기운이 조자건의 등판 을 향해 날아들었다. 조자건은 그 기운을 피하려 했으나 그 기 운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빠르게 날아왔는지라 미처 피할 사이 가 없었다. (이렇게 된 바에는....) 조자건의 눈가에 결연한 표정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피할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더욱 사납게 남은 여덟 명의 도객들을 향해 덮쳐가며 나무막대를 휘둘렀다. 콰쾅! 폭음이 터지며 그의 등짝이 걸레조각처럼 터져나갔다. 하나 그 순간 조자건은 다시 다섯 명의 도객을 고혼(고혼)으로 만들 수 있었다. 그 결과는 그의 예상보다 훨씬 심각했다. "울컥...."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피를 게워냈다. 조금전 그는 자신의 불괴연혼강기를 믿고 위험한 도박을 했 었다. 그러나 상대의 강기의 위력이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엄 청난 것이어서 불괴연혼강기의 막강한 위력으로도 심각한 내상 을 입는 것을 피할 수가 없었다. 조자건은 한바탕 피를 토한 후 오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백리장독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 다. "이렇게 강한 반탄지기(반탄지기)를 지닌 호신강기가 있다 니..." 그의 오른손은 퉁퉁 부어 올라 있었다. 조금전 그에게 무서운 일격을 가한 인물은 다름아닌 백리장 독이었다. 하나 백리장독 또한 조자건의 불괴연혼강기를 감당 하지 못하고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나 있었다. 그가 놀란 마음을 추사릴 사이도 없이 조자건이 입가의 피를 닦지도 않고 그에게 날아들었다. 쑤아앙! 그의 나무막대에서 엄청난 검기가 뻗어 올라왔다. 백리장독의 눈가에 경련이 일어났다. "이놈! 정말 대단하구나...어디 누가 이기나 해 보자!" 그는 사나운 폭갈을 터뜨리며 당년에 천하를 공포에 떨게 했 던 자신의 독보적(독보적)인 쇄심마장(쇄심마장)을 펼쳐 맞서 갔다. 그의 쇄심마장은 마도의 칠대장력(칠대장력)중에서도 일 이위를 다투는 패도무쌍한 절기였다. 당년에 백리장독이 쇄심마장을 펼치면 아무도 제대로 받아내 는 사람이 없었다. 살아남은 세 명의 도객들도 이판사판이라고 생각했는지 눈에 불을 켜며 조자건에게 덤벼들었다. 조자건의 나무막대에서 거의 이 장에 달하는 엄청난 검기가 뻗어나와 쇄심마장과 세 개의 도가 뿜어내는 도기와 정면으 로 격돌했다. 꽈르르릉! 슈파파파팍! 경천복지할 굉음이 터지며 엄청난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화 신묘의 지붕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크아악!" 그 순간 백리장독은 허리와 왼팔에 이검(이검)을 강타당하고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삼 장밖으로 나뒹굴었다. 세 명의 도객 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하고 말았다. 조자건 또한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이미 심각한 내상을 입은데다 다시 백리장독의 쇄심마 장을 옆구리에 정통으로 가격당해 갈비뼈 세 대가 부러졌다. 그의 안색은 백지장처럼 창백해 있었고 입으로는 실날같은 핏줄기가 연신 흘러내렸다. 그러나 조자건은 바닥에 쓰러지기는 커녕 오히려 몸을 벌떡 일으켜 앞으로 달려나갔다. (지금이 아니면 진표를 구할 기회가 없다..!) 그는 쓰러져 있는 백리장독은 쳐다보지도 않고 본원속으로 뛰어들어갔다. 움직이기만 해도 부러진 갈비뼈가 가슴을 압박해서 숨쉬기조 차 힘들 정도로 고통스러웠으나 그의 행동은 여전히 비호처럼 빨랐다. 희끄레한 어둠속에서 허공에 매달려 있는 두 개의 물체가 눈 에 들어왔다. "조...조대가...." 허공에 매달린 인물중 조금 작은 몸집의 인영이 그를 알아본 듯 힘겹게 신음을 토했다. 조자건은 그 음성이 진결의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는 급히 달려나가 그녀를 풀어내렸다. 그녀는 완전히 기진한 듯 그의 품속으로 무너져 내리듯 쓰러 지며 양 손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크...큰오빠도...빨리..."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몸을 날려 진표를 구하려했 다. 한데 그때 그는 자신의 양 팔을 잡은 진결이 그 팔을 놓지 않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바로 그 순간, 쉬익! 허공에 매달려 있던 진표의 인영이 번개같이 그의 머리위로 떨어져 내리며 소매를 떨쳐냈다. 그러자 무언가 깨알같은 것이 조자건의 머리위로 우박처럼 떨어져내렸다. 조자건은 진결의 손을 세차게 뿌리치며 사력을 다해 바닥을 뒹굴었다. "음..." 참으려고 했지만 그의 입술을 뚫고 미약한 신음이 흘러나왔 다. 그는 몇 가닥의 깨알같은 것이 얼굴과 어깨부근에 박히는 것 을 깨달았다. 동시에 불이 환하게 켜지며 낭랑한 음성이 들려왔다. "크하하...과연 이번에는 피하지 못했군." 장내에는 다시 세 명의 인물이 나타났다. 조자건은 느릿느릿 몸을 일으켰다. 그의 시선은 자신을 암습 했던 인물을 향해 있었다. "당신은 진표가 아니로군." 그 인물은 히죽 웃으며 산발한 머리를 뒤로 쓸어넘겼다. 그 인물은 과연 진표가 아니었다. 싸늘하면서도 냉혹한 인상 의 중년인의 얼굴이 나타났다. 중년인은 그를 보고 웃었다. 그것은 마치 시체를 본 독수리 를 연상케 하는 웃음이었다. "너는 이미 나의 귀왕령(귀왕령)에 격중되었다. 너는 앞으로 한 시진을 넘기지 못하고 핏물로 화해 버릴 것이다." 귀왕령이란 말에 조자건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귀왕령은 천하에 산재한 수많은 암기(암기)들 중에서 가장 악독한 것이었다. 이것은 마치 깨알처럼 작고 미세한 분말로 이루어져 있었는 데 그것중 단 하나만 격중당해도 그것은 피부를 뚫고 인체로 침입을 한다. 그리고 맹렬한 독성(독성)을 발휘하여 사람을 즉 사시키는 것이다. 귀왕령은 그 독성이 너무도 지독하고 크기가 미세해서 당금 무림에서는 오직 한 집단만이 자유로이 사용할 수가 있었다. "귀하는 사천당문(사천당문)에서 나왔소?" 냉혹한 표정의 중년인은 싸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바로 당잔(당잔)이다." 당잔! 그는 사천당문의 문주인 천수비호(천수비호) 당력(당력)의 둘째아들이었다. 당력에게는 모두 세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들중 무림에 가 장 큰 명성을 날리고 있는 사람이 바로 당잔이었다. 당잔의 암 기를 사용하는 솜씨는 당력에 못지 않았고, 독랄하고 잔인한 마음씨는 당력을 능가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와 함께 새로 나타난 세 명의 인물들도 천천히 조자건의 앞으로 다가왔다. "하하...조자건. 이런 날이 있을 줄 몰랐겠지? 명년 오늘이 바로 네 제삿날이다." 나타난 인물들은 모두 조자건이 처음 보는 얼굴들이었다. 중앙에 선 인물은 짙은 남색 장포를 입은 수려한 용모의 중 년인이었다. 손에 철골섭선(철골 선)을 들고 있었는데 청수한 용모의 한 가운데 기이한 사기(사기)가 이글거리고 있어 왠지 섬찝한 느낌이 들었다. 그 옆에는 죽립을 쓴 건장한 체구의 사나이와 키가 크고 비 쩍 마른 허름한 복장의 대한이 서 있었다. 그들중 입을 연 사람은 중앙에 있는 남색장포를 입은 중년인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