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태극문 - 43편 (43/87)
그 순간, 척! 그는 무언가 차가운 것이 자신의 목덜미에 닿아 있음을 깨달 았다. 팽립의 얼굴이 경련을 일으켰다. 어느 사이에 조자건의 나무막대가 그의 목아래 천돌혈(천돌 혈)을 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천돌혈은 인체의 치명적인 사혈 (사혈_)중 하나로 조금만 세게 눌러도 그대로 즉사하고 마는 급소중의 급소였다. 팽립은 눈가를 실룩거리며 조자건을 바라보았다. 조자건의 왼손은 피투성이였다. 파운도가 거의 한 치나 박혀 시뻘건 선혈을 뿜어내고 있었다. 하나 잘려지지는 않았다. 팽립은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파운도는 왠만한 금석(금석)도 두부처럼 잘라버리는 신병(신 병)이었다. 게다가 그가 펼친 단악도류에는 가히 천근의 힘이 담아 있었다. 천근의 힘이 담긴 파운도라면 능히 금강동인이라도 잘라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피와 살로 이루어진 육수(육수)로 그 파운도를 막아 낼 줄이야... 그 순간 팽립은 가문의 영광도...가주에의 꿈도 모두 사라져 버렸음을 깨달았다. 그는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혀를 깨물었다. 이, 검 "잘 잤소?" 조자건이 방문을 열고 나가자 언제나처럼 사마결은 미리 나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밤은 모처럼 푹 잤소." 사마결은 히죽 웃었다. "공력은 회복되었소?" "구할(구할)쯤." "손은 좀 어떻소?" 사마결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그의 왼손을 바라보았다. 조자건도 시선을 내려 자신의 왼손을 내려다 보았다. 그의 왼손은 붕대로 칭칭 감겨 있었다. 조금만 움직여도 심각한 통증이 뒤따랐다. 하나 조자건은 별반 표정없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양호하오. 보름정도 치료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 을거요." 사마결은 한동안 그의 왼손을 보고 있다가 어처구니 없다는 웃음을 흘렸다. "정말 당신같이 무모한 사람은 처음 보았소. 그걸 맨손으로 잡다니...그러다가 손이 잘려지기라도 했으면 어쩔뻔 했소?" "그때 내겐 다른 방도가 없었소. 그리고 그 전에 나는 그의 칼을 몇 번 맞아 보았는데 그 정도면 내 손이 충분히 감당해 주리라고 믿었소." 조자건의 말에 사마결은 아연한 표정이었다. "아니 그럼 칼의 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일부러 맞았단 말 이오?" 조자건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놀란 토끼같은 표정을 짓지 마시오. 그중 한 번은 정말 피하다가 맞은 것이고 나머지 세 번은 칼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기 위해서 살짝 몸을 스쳐 보았던 거였소." 사마결은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공력도 없는 상태에서 상대의 무지막지한 공세를 피하기도 정신없었을텐데 칼의 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일부러 몸에 맞 았다는 것은 그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그는 마치 봉신방(봉신방)에 나오는 신화속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처럼 우두커니 조자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자신도 모르게 불쑥 물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처음부터 팽립을 그런 방법으로 상대하려 고 생각했었단 말이오?" 조자건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말대로 초식의 변화만으로는 팽립같은 고수를 쓰러뜨릴 수 없소. 그래서 약간의 모험을 감수하기로 마음먹었던 거요." "약간의 모험이라고? 하마터면 손이 잘려질 뻔 했는데 그걸 약간의 모험이라고 하는거요?" 사마결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빽 질렀다. "하하...아뭏든 내 손은 아직 내 몸에 붙어 있지 않소." 조자건이 웃으며 왼손을 들어보이자 사마결은 퉁명스럽게 내 뱉었다. "그거야 당신 뼈다귀가 원체 단단해서 그런거지..." 조자건은 말없이 빙그레 웃었다. 사실 그의 뼈다귀가 남들보다 유달리 단단한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철벽무적 악교가 고심참담한 끝에 완성한 불괴연혼강 기의 위력 때문이었다. 악교의 불괴연혼강기가 다른 호신강기와 가장 크게 다른 것 은 내공을 끌어올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그 위력이 지속된다는 데 있었다. 다른 강기무공은 제아무리 위력적인 것이라 할지라도 내공이 소멸되면 그에 따라서 강기 자체도 없어지지만 불괴연혼강기는 그렇지 않았다. 내공을 펼치든 펼치지 않든 그것은 항상 존재해서 그의 몸을 보호해 주었다. 조자건은 불괴연혼강기의 위력을 믿었기 때문에 왼손을 내놓 고 도박을 해 볼 결심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불괴연혼강기는 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들이 웃고 있을때 한 사람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형님. 여기 계셨군요. 한참을 찾았읍니다." 조자건은 그를 돌아보다가 눈을 반짝 빛냈다. 그를 본 채 활짝 웃고 있는 인물은 다름아닌 진표의 둘째 동 생 진승남이었던 것이다. 사마결은 어제의 일을 떠올렸는지 그를 보는 표정이 냉랭해 졌다. 하나 조자건은 반갑게 그를 맞았다. "승남이구나. 여긴 어쩐 일이냐?" 진승남은 오히려 되물었다. "큰 형님하고 결이 누님이 여기 오지 않았읍니까?" 조자건은 담담한 표정을 잃지 않았다. "그들은 오지 않았다. 봉아만 어제 밤에 여기 왔었다. 그런 데 왜그러느냐?" 진승남은 움찔하여 안색이 변했다. "봉아만 혼자 왔읍니까?" "그렇다." "이거 이상하군요." 진승남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큰형님하고 결이누님, 봉아는 벌써 십 여일전에 형님께 간 다고 집을 나갔었읍니다. 그런데 큰형님하고 결이누님은 아직 안 오시고 봉아만 혼자 왔다니 그럴리가 없는데..." 진승남은 문득 생각이 난 듯 다시 물었다. "그런데 봉아는 어디 갔읍니까?" 조자건은 차마 그에게 봉아가 자신에게 독수(독수)를 썼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잠시 나갔다 온다고 나가더니 그 후로 소식이 없 다." 진승남은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어디 간단 말은 없었읍니까?" "진표를 찾으러 간다고 했다." "그럼 큰 형님은 대체 어딜 가신거지?" 진승남은 인상을 찡그리며 생각에 잠기다가 번쩍 고개를 쳐 들었다. "아...혹시 거기 가신게 아닐까?" 조자건은 귀가 번쩍 뜨여 그를 바라보았다. "짐작이 가는데라도 있느냐?" 진승남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군데 알아볼 데가 있읍니다. 제가 빨리 다녀보고 오지 요." "나도 같이 가겠다." 조자건이 따라 나서려 했으나 진승남은 벌써 사람들 틈속으 로 사라지고 있었다. "걱정마십시오, 형님! 큰형님이 혹시 찾아오실지 모르니까 형님은 여기 그냥 계십시오." 진승남의 음성이 멀리서 들려왔다. 조자건은 그를 따라가려다 그의 말이 일리가 있음을 알고 몸 을 멈추었다. 한동안 그는 입을 굳게 다문채 아무런 말이 없었다. 사마결 이 이상해서 그를 쳐다보니 그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 다. 사마결은 그를 만난지는 얼마되지 않았으나 그가 이토록 심 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처음 보았다. 그는 새삼 진표에 대한 조자건의 우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진정으로 걱정하고 있구나...) 조자건은 걱정될 뿐만 아니라 불안하기 조차 했다. 그는 진 표남매에게 무언가 불길한 일이 닥친 것만 같아 가슴이 답답해 졌다. 그들 남매에게 무슨 일이 닥치긴 닥친 것 같은데 그게 대체 무슨 일인지 모른다는 것이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사마결은 그의 걱정을 덜어주려는 듯 그의 어깨를 툭 쳤다. "갑시다. 다른 사람들이 싸우는걸 실컷 구경하고 나면 아마 그들이 돌아올거요."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하나 그의 안색은 종내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무림대회 결선의 일차전은 모두 육십 사명이 진출해 있었다. 그들이 두 사람씩 겨루기만 해도 모두 서른 두 번의 격전이 벌 어진다. 그래서 주최측에서는 일차결선을 여덟 조(조)씩으로 나눠어 사일(사일)에 걸쳐 벌이도록 하였다. 오늘 벌어진 첫 대결에서는 강남의 전통적인 명문(명문)인 남궁세가(남궁세가)의 젊은 가주인 백포옥검(백포옥검) 남궁화 룡(남궁화룡)이 강동(강동)의 호걸인 벽력신창(벽력신창) 율무 천(율무천)을 꺾고 승리를 거두었다. 두 번째 대결할 인물들이 대위로 올라오자 사마결은 심호흡 을 했다. "이번 격전은 정말 볼만 할걸세." 조자건도 이번 대결은 흥미가 일었다. 먼저 대 위로 올라온 사람은 체구가 거대한 홍포인이었다. 홍포인은 머리를 산발한데다가 전신에 피처럼 붉은 색 장포를 걸치고 있었기 때문에 흡사 지옥에서 튀어나온 염라대왕처럼 으시시한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홍포인의 오른손에는 기이한 모양의 병기가 쥐어져 있었다. 그것은 크기가 두 자쯤 되는 도끼였는데 날이 한쪽이 아닌 양쪽으로 나 있었다. 게다가 자루마저 시뻘게서 보기만 해도 왠지 섬찝한 느낌이 들었다. 사마결은 그 홍포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 자가 바로 염왕부(염왕부) 희대목(희대목)이오. 저자의 염왕부는 정말 무섭소." 조자건은 물론 희대목에 대해서 많은 소문을 들어서 잘 알고 있었다. 희대목은 천부(천부)의 신력(신력)을 타고난 데다가 흉성(흉 성)이 있어서 강호에 출도하면서 부터 사방으로 피를 뿌리고 다녔다. 그의 손에 들린 도끼가 번쩍일때면 반드시 누군가가 한줌 고혼이 되어 사라져 갔다. 출도한 지 불과 일 년만에 그는 무려 오백 칠십 명을 살해하 여 전무후무한 살명(살명)을 날렸다. 사람들은 그를 만나느니 지옥의 염라대왕을 만나는게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가 사용하는 도끼를 염왕부라고 불렀다. 나중에 그의 염왕부가 우내십대기문병기중의 하나로 불리워 졌을때도 누구 하나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희대목의 앞으로 다가오는 인물은 푸른 청삼을 입은 준수한 청년이었다. 청년의 눈초리는 별빛처럼 차고 맑았으며 전신에서 풍기는 기상은 고아하면서도 싸늘한 것이었다. 그는 바로 절정검 사공척이었다. 사공척은 무적검수맹의 대표로 출전(출전)한 것이다. 우내십대기문병기중의 하나와 무적검수맹의 제일가는 실력자 가 맞붙게 되자 싸우기도 전부터 장내는 뜨거운 열기속으로 빠 져들어갔다. 희대목은 살기가 일렁이는 눈으로 사공척의 준수한 얼굴을 주시했다. 그는 얼굴이 희멀겋게 잘생긴 놈만 보면 괜히 살심 이 돋았다. 이 놈은 유달리 준수했다. 게다가 또한 고수였다. 그것이 희대목의 살기를 더욱 자극했다. 상대의 잘생긴 얼굴을 짓이기고 가슴을 갈라서 그 피를 마시 고 싶었다. 상대의 힘줄을 끊고 그가 고통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면서 통쾌한 웃음을 날리고 싶었다. 그러려면 우선 자신의 염왕부로 이 놈의 절정검을 꺾어야 한 다. 아무리 살인(살인)밖에 모르는 희대목이라도 그런 것은 알고 있다. 그는 수중에 들고 있는 염왕부를 들어 왼손을 갖다 대었다. 단순히 닿기만 했는데도 그의 왼손은 쩌억 갈라져 핏물을 뿜 어내고 있었다. 희대목은 흘러내리는 피를 입으로 가져가 쓰윽 햐았다. 진한 피비린내가 그의 후각과 미각을 진동시켰다. 피냄새는 항상 그를 흥분시켰다. 강한 자와 겨루기 전에 이렇게 스스로의 피를 맛보는 것은 희대목의 오래된 습관이었다. 이렇게라도 해서 피맛을 보기 전에는 도저히 싸울 기분이 나 지 않는 것이다. 피맛을 보자 희대목의 눈가에 떠오른 살광(살광)이 더욱 짙 어지며 전신에서 가공할 기운이 꾸역꾸역 피어 올랐다. 그 기운은 사공척으로서도 처음보는 대단한 것이었다. 희대목이 피에 미친 살인광(살인광)이라 할지라도 그의 막강 한 공력만큼은 솔직히 사공척도 감탄을 했다. (이 놈은 야수다! 피에 굶주린 야수...!) 사공척은 천천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갔다. 그가 허리에 차고 있는 연검(연검)은 상심검(상심검)이라는 것으로 날카롭기가 천하제일이었다. 상심검의 손자루를 가볍게 쓰다듬자 사공척은 마음이 차분하 게 가라앉았다. 언제였던가...그가 제일 처음으로 상심검을 뽑던 날, 그는 그 날이 너무 날카로워서 하마터면 검을 떨어뜨릴 뻔 했었다. 그의 사부는 그것을 보고 껄껄 웃었으며 사공척은 어 린 나이에도 수치심을 느꼈었다. 하나 이제 검을 떨어뜨리는 일 따위는 두 번 다시 없을 것이 다. 그리고 그의 손에서 검을 떨어뜨리게 할 사람도 결코 존재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놈!" 사나운 폭갈소리와 함께 먼저 손을 쓴 것은 희대목이었다. 희대목의 염왕부는 눈부신 속도로 허공을 압축해 들어가며 사공척의 미간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속도는 가히 눈으로 보 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이며 거칠 것이 없다는 기세였다. 순간 사공척은 번개같이 상심검을 뽑아 휘둘렀다. 챙! 고막이 떨어지는 듯한 쇳소리가 들리며 염왕부와 상심검은 허공에서 정면으로 격돌했다. 누구도 물러나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그들은 무서운 안광으로 서로를 노려보다가 누가 먼 저랄 것도 없이 맹렬하게 덤벼들었다. 파파파팍! 슈슈슉! 장내는 온통 그들이 뿌려대는 도끼그림자와 검풍에 가려 아 무 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들의 대결은 그야말로 용호상박(용호상박)! 한 치 앞도 볼 수 없을 만큼 치열해서 누구도 어느 쪽이 우세한 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사마결은 한동안 눈에 불을 켜고 장내의 격전을 주시했으나 그들의 격전이 엄청나게 살벌하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도무지 누가 더 우세한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조자건을 돌아보며 물었다. "조형은 누가 더 유리한 것 같소?" 그는 요즘 한 가지 이상한 버릇이 생겼는데 그건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무턱대고 조자건에게 물어본다는 것이다. 조자건 도 오늘만큼은 신통치 않은 것 같았다. "모르겠소." 그가 고개를 흔들자 사마결은 히죽 웃으며 다시 장내를 주시 했다. 장내의 격전은 그야말로 점입가경(점입가경)이었다. 보이느니 시퍼런 빛을 뿌리는 도끼그림자와 매서운 검기를 뿌려대는 검광(검광)뿐이었다. 격전은 한없이 계속될 것 같았 다. 하나 어느 한 순간에 너무도 간단하게 끝이 나 버렸다. 돌연, 금시라도 사방을 짓이길 듯 하던 도끼와 검광이 씻은 듯이 사라져 버렸다. 중인들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니 두 사람은 어 느 새 손을 멈춘 채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희대목은 오른손에 염왕부를 든 채 숨을 헐떡거리고 있다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애송이놈! 이렇게 질질 끄는건 아주 질색이다. 단번에 결판 을 내자!" 사공척은 사양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나도 마침 슬슬 지겨워졌던 참이오." "그래 배짱 한 번 좋구나...내가 이번에 펼칠 것은 대월회 (대월회)라는 것인데 이거라면 네 놈의 심장을 갈라 버릴 수 있을 것이다." 희대목은 대월회 수법에 몹시 자신을 가지고 있는 듯 했다. 사공척은 수중의 상심검을 비스듬히 떨구은 채 냉정한 음성 으로 말했다. "대월회인지 소월회인지 어서 빨리 펼쳐보구려. 그렇게 떠들 면서 하루를 보낼 셈이오?" 희대목의 눈에서 시뻘건 혈광(혈광)이 가닥가닥 뿜어나왔다. 그는 마음속의 살심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몸을 부들부들 떨 다가 돌연 수중의 염왕부를 그대로 사공척에게 집어 던졌다. "대월회---!" 엄청난 호통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쾌쾌쾌쾌! 그가 내던진 염왕부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하면서 사공척 을 향해 날아갔다. 도끼가 회전하면서 내는 소리만 들어도 중 인들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이것은 얼핏 보기엔 단순한 수법같았지만 그 속에는 천부의 신력을 지닌 희대목의 필생(필생)의 공력과 무궁무진한 변화가 숨어 있었다. 희대목은 지금까지 단 한 번 이 대월회 공력을 펼쳤을 뿐이 다. 그것으로 그는 막북(막북) 최고의 고수들인 천산오자(천산오 자) 다섯 사람을 단숨에 도륙했다고 한다. 알려진 바로는 당시 천산오자 다섯 사람의 시체는 모두 가슴부터 배까지가 대야만 한 구멍이 뚫린채 똑같은 위치에 쓰러져 있다고 했다. 사공척은 슬쩍 보기만 해도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대월회의 가공할 위력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는 침중한 안색으로 허리 를 약간 구부리며 수중의 상심검을 비스듬하게 세워 잡았다. 그 특이한 자세를 보자 조자건의 안색이 가볍게 변했다. "검강(검 )이다....!" 그의 입에서 신음같은 소리가 흘러나올 순간, 스으으....! 비스듬하게 세워진 상심검에서 한 줄기 칠색 광채가 피어올 랐다. 그것은 마치 허공을 가르는 무지개처럼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며 다가오는 염왕부를 향해 쏘아져 갔다. 콰콰쾅! 천 개의 벼락이 일시에 치는 듯한 엄청난 굉음이 터져나왔 다. 동시에 그토록 가공할 위세로 다가들던 염왕부가 산산히 박살나며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크아악!" 하나의 인영이 입으로 피분수를 토하며 십 여장밖으로 나가 떨어졌다. 중인들이 놀라 보니 피바다속에 누워서 꿈틀거리고 있는 인 영은 다름아닌 희대목이었다. 희대목의 몸은 몇 번이나 일어나려고 바둥거리다가 그대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안력이 예리한 사람이라면 그의 전신이 부 서진 염왕부의 파편으로 잔뜩 뒤덮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 그의 직접적인 사인(사인)은 가슴에서 아랫배까지 길게 그어진 끔찍한 상처였다. 잘려진 상처 사이로 그의 내장이 삐 져나오고 있었다. 사공척의 안색은 조금 창백했다. 그는 몸을 우뚝 세우고 상심검을 거두었다. 그제서야 중인들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열렬한 환호성을 보 내기 시작했다. "우와....최고다...!" "과연 절정검답다! 사공척 만세!" 우뢰같은 환호성은 한참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사마결 또한 뜨거운 박수를 보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정말 굉장하군. 그가 설마 전설로만 알려진 검강을 익혔을 줄은 몰랐소." 사마결의 놀람은 당연한 것이었다. 검강은 아직 단 한 번도 무림에 나타난 적이 없는 신비의 무 공이었다. 이것은 검을 절정으로 연마한 고수들에게만 익힐 수 있다고 했으나 그 수준이 너무도 심오하고 어려워 지난 세월동안 아무 도 검강을 완벽한 수준으로 펼쳐내는 사람이 없었다. 이것은 무형(무형)의 검기(검기)를 유형화(유형화)시켜 쏘아 보내는 것으로, 검경(검경)과도 엄연히 구별이 되는 초상승의 검학(검학)이었다. 그 위력은 가히 명불허전(명불허전)이었다. 사마결은 박수를 치다 말고 문득 생각이 난 듯 물었다. "그런데 참...이번 대전의 승자는 당신과 겨루기로 되어 있 지 않았소?"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사마결의 얼굴이 조금 변했다. "그렇다면 당신의 다음 상대는 바로 사공척이겠구료." "그렇소." 사마결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당신은 사공척의 저 검강을 막을 자신이 있소?" 조자건은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러다가 담담 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건 겨뤄봐야 알겠소." 사마결은 다시 불안해졌다. 그는 조자건이 대체 무슨 수로 저 무시무시한 검강을 막을 수 있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그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조자건은 사공척과 겨룰 운명에 있지 않았다. 그날 밤 진봉이 다시 조자건을 찾아왔던 것이다. 제27장 절 대 함 정 일, 인 정 조자건이 저녁을 먹고 잠자리에 들려 할 때였다. 문이 소리없이 열리며 그녀가 안으로 들어왔다. 조자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한 음성으 로 말했다. "네가 왔구나." 그 음성에는 그녀를 꾸짖거나 책망하는 빛이 조금도 담겨 있 지 않았다. 그녀는 와락 눈물을 흘리며 그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흑흑....오빠...미안해요...제가 잘못했어요." 조자건은 한 마리 참새처럼 자신의 품속에서 슬프게 울고 있 는 진봉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는 말없이 진봉이 실컷 울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는 여자(여자)의 심리(심리)를 잘 알고 있었다. 여자란 제 아무리 무섭고 놀라운 일을 많이 겪었어도 한 번 실컷 울고 나 면 냉정을 되찾기 마련이다. 진봉은 그의 가슴옷자락을 온통 눈물로 적신 후에야 고개를 쳐들었다. "오빠....저를 미워하시죠...제가 밉죠..그렇죠?"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네가 밉지 않다. 내가 왜 널 미워하겠느냐?" 진봉은 배꽃같은 얼굴을 눈물로 적신 채 눈을 크게 떴다. "정말 저를 미워하지 않으세요?" "그렇다." 그녀는 조자건의 말을 믿었다. 조자건은 아직까지 그녀에게 단 한 번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나는 단지 네게 그런 짓을 시킨 사람이 미울 뿐이다." 조자건의 담담한 말에 그녀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녀는 다시 흐느끼며 그의 품속에 얼굴을 쳐박았다. "흐흑...오빠...용서하세요. 하지만 큰오빠가...큰오빠가 가..." 조자건은 급히 물었다. "큰오빠가 어찌 되었느냐?" 진봉은 반쯤 더듬거리고 반쯤 울먹이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들이...큰오빠를 잡고 오빠에게 약을 먹이라고 했어요... 만일 듣지 않는다면 큰오빠를 죽일거라고...그래서...흐흑.." 그녀의 말은 가닥가닥 끊어졌지만 조자건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조자건의 눈에서 무서운 빛이 번뜩이고 지나갔다. "그들이 누구냐?" 진봉은 흐느끼는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들은 집마부의 고수들이에요...큰오빠와 저는 이곳으로 오다가 장강을 건널때 그들에게 사로잡혔어요..." 조자건의 눈빛이 유난히 번쩍거렸다. 그는 잠시 침음하다가 물었다. "그들이 네게 무어라고 했느냐?" 진봉은 움찔하여 고개를 쳐들고 그를 올려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