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태극문 - 40편 (40/87)
고검령은 내심 번개같이 생각을 굴렸다. (이 자의 정체가 누구이지 모르겠으나 그때 일을 알고 있는 이상 살려둘 수 없다. 마침 얼마전에 월영도법을 모두 완성했 으니 이 자를 상대로 시험해 볼까?) 그의 눈가로 점차 진한 살기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월영도법은 청해지방에서 전설처럼 전해내려오는 도법으로 달그림자가 번뜩이면 상대의 혼(혼)은 어느 새 구천(구천)을 헤맨다고 하는 무서운 도법이었다. 고검령은 우연한 기회에 친구 한 사람이 월영도법의 비급을 입수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몰래 그 친구를 살해한 후 월영도 법의 비급을 훔쳐 이곳으로 달아났던 것이다. 그 후 그는 십 여년동안 월영도법을 익히기 위해 밤마다 수련을 계속했으며 얼마전에야 비로소 그 도법을 모두 터득할 수 있었다. 고검령은 슬쩍 오른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그의 허리에는 금빛 찬란한 요대가 매어져 있었다. 요대는 폭이 조금 넓었는데 자세히 보면 중앙에 손잡이처럼 되어 있는 문양이 돌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검령의 손은 그 손잡 이를 살짝 움켜 쥐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흑의사내는 묵묵히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을 뿐 그가 있는 곳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흐흐...이 놈! 월영도의 아래서 처음으로 죽는 영광을 누리 게 해주겠다!) 고검령은 살소(살소)를 흘리며 연도(연도)의 손잡이를 잡아 다녔다. 채앵!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그의 허리띠가 칼로 변하며 시퍼런 도기를 뿌려냈다. 고검령은 칼을 뽑는 여세를 이용해 비호같이 흑의사내에게 달려들며 칼을 그어댔다. "이 놈! 이것이 바로 월영도중의 월몽영(월몽영)이다!" 스스슥! 붉은 노을 사이로 마치 달그림자를 연상케 하는 초생달 모양 의 도영(도영)이 나타났다. 그 도영은 눈부신 속도로 우두커니 서있는 흑의사내를 향해 날아들었다. 흑의사내는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떨어지는 석양만 쳐다보고 있었다. 막 달빛 그림자가 그의 미간을 가르고 지나가려는 순간, 흑의사내의 손은 허리춤에 매어져 있는 녹슨 칼의 손자루를 잡아갔다. 동시에, 번--쩍! 무언가 뇌전(뇌전)같고 섬광(섬광)같은 것이 그의 허리춤에 서 찬연히 피어 올랐다. 고검령은 엄청난 광경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 피처럼 붉은 노을을 뿌리며 서산너머로 떨어지고 있던 석양 이 뇌전같은 섬광에 의해 잘라지는 광경을 본 것이다. 그 섬광 은 태양을 갈랐고, 달그림자를 갈랐으며, 그의 머리마저 함께 가르고 지나갔다. "크아악!" 처절한 비명이 노을너머로 터져나왔다. 고검령은 머리통이 완전히 잘려나간 채 몸뚱아리만 비틀거리 며 서 있었다. 잘려진 목에서 시뻘건 선혈이 분수처럼 솟구치 고 있었다. 주인잃은 몸뚱아리는 몇 번을 휘청거리다가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쿵! 진한 피비린내가 주위를 진동시켰다. 흑의사내의 허리춤에는 여전히 칼집도 없는 녹슨 칼이 처음 의 상태 그대로 매어져 있었다. 그는 목이 분리된 고검령의 시 체는 쳐다 보지도 않았다. 그의 시선은 노을 너머 남쪽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자건. 이번에야 말로 너를 이렇게 베어줄테다...." 그는 거의 알아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리며 천천히 걸 음을 옮겼다. 그의 신형은 나타날 때와 마찬가지로 피빛 노을을 받으며 서 서히 사라져갔다. 그의 신형이 사라져간 남쪽. 그곳은 바로 무림대회가 열리고 있는 금릉이 있는 곳이었다. 무림대회 칠일(칠일)째. 오늘은 예선이 열리는 마지막 날이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초반벽두부터 강호의 이름난 절정고수들이 속속 등장했으며 그들의 실력만큼이나 열기 또한 뜨거웠다. 이날 중인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끈 인물은 단연 구환도(구 환도) 철독행(철독행)이었다. 철독행은 사실 그리 유명한 고수는 아니었다. 광동(광동)지 방에서 약간의 명성은 떨치고 있었지만 강호무림의 절정고수의 반열에 올라서기에는 많이 미흡한 인물이었다. 한데 지난 몇 년간 그의 무공은 그야말로 눈부시게 발전해 있었다. 그의 첫 상대는 절강(절강)의 호걸인 반룡곤(반룡곤) 하일존 (하일존)이었는데 철독행은 단 일초만에 그의 반룡곤을 부러뜨 려 세인들을 놀라게 했다. 하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반룡곤을 무너뜨린 그에게 도전한 인물은 강호의 유명한 살 성인 냉면인도(냉면인도) 이잔심(이잔심)이었다. 이잔심은 철 독행보다 열 배는 더 유명한 인물이었는데 손속이 잔인하고 무 공의 위력이 끔찍할 정도로 악독해서 그와 겨루어 살아난 사람 이 없다고 했다. 하나 이잔심은 더 이상 남을 해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철독행의 구환도에 단 오 초를 견디지 못하고 도하고혼 (도하고혼)이 되고 만 것이다. 사람들은 그때처럼 놀란 광경은 본 일이 없다고 떠들어댔다. 세번째로 싸운 인물은 이잔심의 친구이며 자신도 역시 강호 무림에 악명을 자자하게 떨치고 있는 유령무영귀(유령무영귀) 전무영(전무영)이었다. 전무영은 손속도 잔인하지만 신법 하나만은 강호에서 세 손 가락안에 드는 절정고수였다. 철독행은 세 번의 칼질만에 그의 두다리를 잘라버렸다. 이제는 아무도 철독행을 광동에서 온 촌놈이라고 놀리는 사 람이 없었다. 사람들은 강호무림에 또 하나의 무시무시한 도객 (도객)이 나타났다고 떠들었으며 그에게 최고의 찬사를 보내기 에 바빴다. 사마결은 철독행이 주위의 엄청난 환호를 들으며 대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보며 감탄을 했다. "엄청나게 발전했군. 예전에는 그냥 평범한 고수였는데..." 조자건은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저 자를 알고 있소?" 사마결은 히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삼 년전에 한 번 만난 일이 있소. 그때는 오늘처럼 강하지 않았었소. 내가 몇 수 접어두고 겨루어도 이길 정도였으니까. 한데 오늘 보니 전혀 딴 사람이 된 것 같소." 조자건은 잠시 침음하다가 다시 물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오?" "글쎄...나도 잘은 모르오. 아뭏든 무림에 이름을 날리고 싶 은 생각은 굴뚝 같았는데 실력이 모자라서 고민하고 있었소. 제법 의지도 굳고 재질도 있는 것 같은데 익힌 도법이 별볼일 없어 이류고수 축을 벗어나지 못했었소. 그런데 그건 왜 물으 시오?" "그는 몹시 흥미있는 무공을 사용하고 있소." 사마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엇이오?" "그가 사용하는 도법은 한 가지 검법을 도(도)로 운용한 것 이오." 사마결은 다시 물었다. "그게 무엇이오?" 조자건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였다. "무결검법(무결검법)." 그 말에 사마결은 깜짝 놀랐다. "아니 무결검법이라면 칠십 년전의 화씨세가(화씨세가)가 사 용하던 바로 그...."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화씨세가의 독문검법(독문검법)이오." 이, 섬 광 사마결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화씨세가는 칠십 년전에 천하제일가문(천하제일가문)으로 명 성을 떨쳤었다. 그들의 무공은 전혀 흠잡을데가 없고 전문적으 로 상대의 헛점만을 노리기 때문에 당시 무림에서는 아무도 그 들의 무공을 당해내는 사람이 없었다. 당시 그들이 사용하던 검법은 너무나 완벽한 것이었기 때문 에 사람들은 그것을 무결검법이라고 불렀다. 물론 나중에 그들의 검법은 태극문의 창시자인 태극천자 위 지독고에 의해 깨어졌지만 그들의 무결검법만은 지금도 가끔씩 노강호(노강호)들의 입을 통해 거론되고 있었다. 사마결의 얼굴에 의혹의 빛이 가득 떠올랐다. "그게 정말이라면 이상한 일 아니오? 철독행이 어떻게 화씨 세가의 무결검법을 익힐 수가 있단 말이오?" 사마결이 의아심을 갖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화씨세가의 유일한 후계자는 물론 당금천하의 제일고수인 무 적초자 화군악이었다. 하나 화군악이 사용하는 검법은 당년에 화씨세가가 명성을 날렸던 무결검법이 아니었다. 그는 순전히 스스로의 각고(각 고)에 의해 만들어낸 검법을 사용했는데 아무도 그 검법의 내 력이나 이름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무명검법(무명검 법)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화군악이 무결검법을 익히지 않았는지 아니면 알고 있으면서 도 사용을 안하는 것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단지 화군악마저 무결검법을 사용하지 않으므로서 지난 칠십 년간 강호에는 어느 누구도 무결검법을 익혔다거나 본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그것이 화씨세가와는 전혀 무관한 철독행에 의해 펼 쳐졌으니 사마결이 놀라고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대체 철독행은 누구에게서 무결검법을 배웠단 말인가? 가장 가능성이 농후한 사람은 화군악이었다. 하나 이것도 장 담할 수는 없었다. 화군악은 지난 몇 년간 무적검수맹의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 한 만화원에 틀어박혀 단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온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만화원의 경비는 철통같아서 외인(외인)들은 절 대로 그 안으로 들어가기는 커녕 접근조차 할 수가 없다. 만에 하나 접근했다 할지라도 화군악이 무엇때문에 무결검법 을 전수해 주겠는가? 아니 화군악이 무결검법을 알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다고 화군악이 아닌 다른 사람은 더더욱 생각할 수 없 다. 무엇보다도 화씨세가의 인물들중 지금 현재 살아있는 사람은 화군악이 유일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화군악인가?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기에는 의문점이 너무나 많았다. 사마결이 골머리를 싸매고 있자 조자건은 피식 웃으며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너무 그렇게 머리를 굴릴 필요는 없소. 그가 누구에게서 배 웠건 무결검법을 익힌 것은 분명하고 그렇다면 언젠가는 자세 한 내막을 알게 될거요." 사마결은 찌푸렸던 눈쌀을 펴며 히죽 웃었다. "조형도 알다시피 나는 궁금한게 있으면 참지 못하는 성미아 니오? 다음에 철독행을 만나게 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내 막을 알아내고야 말테요." 조자건은 아무 말없이 빙그레 웃기만 했다. 사마결은 다시 그를 빤히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나의 무림제일통(무림제일통)이란 별호는 당신이 가져야 할 것 같소. 아무리 봐도 나보다 아는게 더 많 은것 같으니 이거 참 창피막심하구료." 조자건은 가볍게 웃었다. "무공방면에 대해서는 아마 그럴지도 모르오. 나는 어려서부 터 온갖 종류의 무공을 두루 보아왔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는 남들보다 조금 안목이 넓은 편이오. 하지만 그외에 다른 방면 에 대해서는 당신이 더 전문가가 아니오?" 사마결은 껄껄 웃었다. "하하...그렇지도 않다면 나는 아마 홧병이 나서 돌아버리고 말았을거요." 그들이 대화를 주고 받는 동안에 대위에서는 다시 격전이 계 속되고 있었다. 이번에는 멀리 신강(신강)에서 온 오행마자(오행마자) 좌대 괴(좌대괴)가 선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좌대괴는 두 사람의 절 정고수를 간단히 격파하고 입가에 득의만면한 미소를 지어 보 였다. "흐흐...중원(중원)에는 약골(약골)들만 모인 모양이군. 이 래서야 싱거워서 어디 싸울 맛이 나겠나?" 그가 오만무도한 웃음을 짓고 있을때 한 사람이 천천히 대위 로 올라왔다. 올라온 인물을 본 좌대괴의 눈쌀이 가볍게 찌푸려졌다. 그는 짙은 회삼을 입은 아주 뚱뚱한 몸매의 청년이었다. 청 년은 어찌나 뚱뚱했는지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보는 사람 이 다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게다가 양쪽 소매는 터무니없이 넓어서 뚱보청년이 그 넓은 소매를 펄럭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조차 했다. 좌대괴는 어처구니가 없어 낄낄거렸다. "흐흐...중원에 아무리 인재가 없어도 이런 뚱뚱보까지 나와 설치다니...정말 한심하군." 그가 비웃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뚱보청년은 계속 다가와 서 그의 일 장 앞에 우뚝 섰다. 그런 다음 좌대괴의 얼굴을 빤히 응시했다. 그 시선을 받자 좌대괴는 문득 가슴 한 구석이 서늘해져왔 다. 그 시선에는 무어라 딱 꼬집어 표현할 수 없는 야릇한 냉 기(냉기)가 어려 있엇던 것이다. 좌대괴는 눈썹을 곤두세우며 물었다. "네 놈은 누구냐?" 뚱보청년은 아무 말이 없었다. 단지 그는 얼굴에 기이한 미 소를 머금을 뿐이었다. 글쎄...이것도 웃음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의 얼굴의 다른 부분은 전혀 움직이지 않은 채 입부근의 근육이 가느다란 선을 만들어 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다 른 어떤 웃음보다도 괴이하고 음산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것 이었다. 뚱보청년의 입가에 떠오른 웃음을 보자 좌대괴는 더욱 기분 이 나빠졌다. (이런 찢어죽일 놈이...) 좌대괴는 마음속에 살심이 들끓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벼락 같은 일장(일장)을 내갈겼다. 꽈르릉! 그의 손에서 오색기운이 담긴 강력한 장력이 뿜어나왔다. 바 로 좌대괴가 자랑하는 오행마장(오행마장)이었다. 오행마장은 다섯 가지의 상이한 기운이 담겨 있어 정면으로 격중당하면 누구도 살아남지 못하는 무서운 위력을 가지고 있 었다. 뚱보청년은 천천히 양 손을 들었다. 그가 손을 들어올리자 넓은 소맷자락이 활짝 펼쳐져 그의 손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바로 그 순간, 좌대괴는 문득 뚱보청년의 소맷자락 사이에서 무언가 빛나는 물체가 번뜩이는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크기가 어른의 손바닥만했는데 너무도 내뻗는 빛이 강렬해 정확한 모습을 알 수가 없었다. 단지 좌대괴는 그것이 둥그런 모양을 하고 있어서 륜(윤)같 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좌대괴가 죽기전 마지막으로 떠올린 생각이었다. 번쩍! 무언가 눈부신 섬광이 번뜩하자 좌대괴의 입에서 처절한 비 명이 터져 나왔다. "크아악!" 그는 무엇이 어찌된 영문인지도 모르고 이마가 쩌억 갈라진 채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의 갈라진 이마에서 나 오는 선혈이 바닥을 시뻘겋게 물들이고 있었다. 중인들은 너무도 놀라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중 어느 누구도 뚱보청년이 무슨 수법을 사용해 좌대괴 를 쓰러뜨렸는지 아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그들이 본 것이라 고는 뚱보청년이 천천히 양 손을 들어 올렸고 그 순간 섬광이 번뜩이며 좌대괴의 이마에서 피분수가 솟구쳐 올랐다는 것 뿐 이었다. 사마결 또한 좌대괴가 어떻게 쓰러졌는지 알지 못했다. 그는 혹시나 하여 조자건을 돌아보며 물었다. "당신은 그가 무슨 수법을 썼는지 알아 보았소?"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보지 못했소." "그가 사용한 것은 륜이었을까?" "모르겠소." 사마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륜이라면 발출되는 음향이라도 들렸을텐데 분명 아무런 소 리도 들리지 않았지 않소?" "들리지 않았소." "그렇다면 륜이 아니라면 대체 그 섬광은 무엇이었을까?" 조자건의 대답은 짤막했다. "모르겠소." 사마결은 그가 너무나 간단하게 대답하자 히죽 웃으며 말했 다. "짐작가는 거라도 있으면 말해보시오. 나는 도무지 모르겠으 니." "없소." "그렇다면 당신은 만약 그 자와 만난다면 어떻게 대비할 생 각이오?" 사마결이 농담조로 물어보자 그때서야 조자건은 정색을 했 다. "내겐 하나의 신조가 있소." "그게 무엇이오?" 조자건의 눈빛은 혜성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한다는 것이오." 사마결은 그의 말을 듣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이내 쓴 웃음을 머금었다. "그것 참 편리한 신조구료. 하지만 저 위불군이란 놈이 사용 하는 수법은 무언가 예사롭지 않은게 있음이 분명하오." 이어 그는 슬쩍 조자건의 눈치를 살피며 말을 계속했다. "당신이 무림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언젠가는 그와 반드시 격 돌해야 하는데 그와 만날 것이 걱정이 되지 않소?" 처음으로 조자건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내가 이번 무림대회에서 우승할 것 같소?" "당신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당신이 무림대회에 참가 한 목적도 바로 그게 아니오?" 조자건은 오히려 되물었다. "내가 무림대회에 참가한 목적이 우승하기 위해서라는걸 당 신이 어떻게 아오?" 사마결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당연한거 아니오? 당신은 이번 대회에서 우승해서 화군악과 겨루어 형님의 복수를 하려는게 아니오?" 의외로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무언가 잘못 생각하고 있구려. 내가 무림대회에 참 가하는 목적은 우승하기 위해서가 아니오." 사마결은 의혹에 가득찬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럼 당신의 목적은 무엇이오?" 조자건의 음성은 아주 담담했다. "내 무공에 남아 있는 헛점을 없애기 위해서요. 무림대회에 는 당금강호의 최절정고수들이 모두 참가할테니 그들과 겨루다 보면 헛점들을 한 가지씩 없애 나갈 수 있을거요. 단지 그 헛 점들을 없앨 수만 있다면 무림대회의 우승 따위는 누가 차지해 도 상관없소." 사마결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 당신은 화군악과 겨루지 않을 셈이오?" 조자건의 눈빛은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유성)을 닮았다. "단 한군데라도 헛점이 있는 상태에서 화군악에게 도전한다 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를바 없소. 나의 최선의 목적은 바로 내 무공에 남아 있는 헛점들을 완벽하게 없애는 것이오." 그는 나직하나 힘있는 음성으로 말을 맺었다. "화군악에게 도전하는 것은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요." 칠일간의 예선은 모두 끝이 났다. 예선을 통과한 사람은 모두 스물 여덟 명이었다. 예선에 참 가한 엄청난 숫자를 생각한다면 그 수는 너무나 적은 것이었 다. 하나 그만큼 예선을 통과한 인물들의 실력은 뛰어난 것이었 다. 예선을 통과하지 않고 바로 결선에 진출한 인물들은 스물 네 개 대문파와 열 두개 무림세가의 대표 서른 여섯 명이었다. 그 들과 예선을 통과한 스물 여덟 명은 공정한 추첨을 통해 상대 를 결정했다. 조자건의 첫 상대는 열 두 무림세가중 하나인 하북팽가(하북 팽가)의 오호단문도(오호단문도) 팽립(팽립)이었다. 팽립은 비록 하북팽가의 제일가는 고수이며 강호무림에서 손 꼽히는 도객(도객)이지만 조자건의 상대는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사마결의 생각이었다. 사마결은 조자건이 팽립을 꺾고 이차전에 진출하는 것은 식 은 죽 먹기보다 쉬운 노릇이라고 믿고 있었다. 하나 세상일이란 종종 예상을 빗나가기 마련이다. 특히, 한 사람을 향해 치밀한 안배(안배)가 준비되어 있다면 더욱 앞일을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제25장 천 용 대 협 일, 연 분 무적검수맹의 후원에는 일반인들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요지가 몇 군데 있었다. 비단 일반인 뿐만 아니라 무적검수맹 의 인물이라 할지라도 특수한 신분이 아니면 출입을 할 수가 없었다. 취의청(취의청)도 그런 곳중의 하나였다. 이곳은 무적검수맹의 수뇌인물들이 밀담을 나누는 장소이기 때문에 왠만한 신분의 인물은 접근조차 할 수가 없었다. 취의청은 크기가 이십 여장쯤 되는 넓다란 대청이었는데 평 상시는 주위에 삼엄한 경비가 처져 있어 사람의 모습도 잘 보 이지 않았다. 그 취의청에 지금 조촐한 연회가 베풀어지고 있었다. 상석(상석)에는 의당 앉아 있어야 할 무적검수맹의 맹주인 낙영신검 궁소천 대신 한 명의 늙은 노승이 앉아 있었다. 노승의 주름지고 진물이 뚝뚝 떨어지는 눈은 지그시 감겨 있 었다. 노승은 바로 소림사의 최고어른인 백결대선사였다. 궁소천은 백결대선사의 우측에 앉아 있었다. 그 옆으로는 수석집법인 철선새제갈 소동루와 철검백건대의 대장인 절정검 사공척, 소상검객 서문유룡 등이 있었고, 왼편 으로는 몇 명의 여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게중에는 궁소천의 딸인 궁아영과 사공척의 동생인 사공릉, 그리고 사공척의 사문어른인 조추향의 모습도 보였다. 그들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는 몇 명의 승인(승인)들이 앉 아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마치 석상처럼 단정한 자세로 앉아 있 는 네 명의 젊은 승려들이었다. 네 명의 승려들은 한 눈에도 신태비범한 모습들이었다. 하나 같이 두 눈에 신광(신광)이 잘 갈무리되어 있고 태도도 단정하 면서도 절도가 있었다. 이들은 소림사의 일대제자들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사대금강 (사대금강)이었다. 소림 사대금강의 명성은 대단해서 당금 무림의 최절정고수들 에 못지 않았다. 그들은 소림의 일대제자들중에서도 가장 재질이 뛰어난 백 명중에 다시 선발된 인물들로 비단 재질이 탁월할 뿐 아니라 소림에서 정혈(정혈)을 다 바쳐 키워서 일신의 공력들이 상상 을 불허할 정도라고 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고개를 숙인 채 술잔을 기울이고 있는 황의인이 있었다. 우연인지는 모르나 사대금강은 그 사람을 호위하듯 양쪽에 두 명씩 앉아 있었다. 그의 머리는 잔뜩 헝클어져 있었고 입고 있는 황의는 허름하 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하나 그를 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감히 함부로 하기 어려운 위엄을 느낄 것이다. 그는 단순히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데도 태산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무림의 최고배분인 백결대선사와 무적검수맹의 맹주인 궁소천의 앞임에도 꺼리낌없이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그런 데도 누구도 그를 버릇없다고 꾸짖지 않았다. 감히 꾸짖을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서 어느 누가 감히 천룡대협(천룡대협)을 꾸짖을 수가 있단 말인가? 꾸짓는 것은 고사하고 그를 바라보는 중인들의 눈에서는 한 줄기 흠모의 빛마저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