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무협지]태극문 - 38편 (38/87)

2026-09-23 18:02:56 조회 10
사내는 그녀를 보챘다. "잘 안들려요. 어땠어요? 당신도 좋았어요?" 여인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어렸다. 그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품속으로 파고 들었다. 그제서야 사내는 활짝 웃으며 그녀의 몸을 바짝 끌어안았다. 여인은 사내보다 나이가 많았다. 그래도 그녀가 어리광을 부 리면 사내는 더할 나위없이 흡족한 기분이었다. 그녀에게는 연상(연상)의 여인이 주는 푸근함과 요염함, 그 리고 또 어떤 때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청초함이 있었 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은 그녀에게 너무도 잘 어울리는 것이었 다. 그는 그녀를 보기만 해도 흥분이 되고 가슴이 울렁거렸다. 때로는 자신이 어떻게 그녀같은 여자를 소유할 수 있었는지 의 아할 지경이었다. 그는 그녀가 부탁하면 지옥의 불속으로도 뛰어들 각오가 되 어 있었다. 그녀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무슨 일이든 할 결심이 었다. 하늘의 별을 따오라고 해도 따올 것이고 자신의 심장을 꺼내 달라면 꺼내줄 수도 있었다. 다행히 그녀는 그런 무리한 요구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단지 아주 가벼운, 그가 전혀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는 일 만을 부탁했다. 그리고 그가 그 부탁을 들어주면 그녀는 그에 대한 보답을 반드시 해 주었다. 그 보답은 그의 마음에 꼭 들었으며 그에게 가장 큰 기쁨의 순간이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일전에 그녀가 부탁한 일을 완수해 놓고 그 댓 가를 받았다. 그는 더할 나위없이 만족했으며 세상의 모든 것 이 온통 자신의 것인듯한 기분이 들었다. 여인은 그의 얼굴에 만족한 웃음이 가득하자 자신도 따라 웃 었다. 그 웃음은 마치 철모르는 어린이를 데리고 노는 어른의 웃음같았다. 하나 그녀는 웃을때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었기 때문에 그는 그 웃음을 볼 수가 없었다. 봤다해도 그는 이상하게 생각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에 비하면 확실히 그는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다. 비단 나이가 어릴 뿐 아니라 생각하는 수준이나 세상의 경험 에서 많은 차이가 났다. 단지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이렇게 옷을 모두 벗고 정사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그는 더욱 더 이 시간이 기다려지는지도 몰랐다. 최 소한 그녀와 관계를 하고 있을 때면 그는 그녀에 대한 열등감 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그녀를 정복했다는 기분에 사로잡히곤 했다. 그 기분은 정사 자체가 주는 쾌감보다 오히려 더욱 진한 쾌 감을 그에게 선사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잠시 그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있다가 그의 귓가로 입 술을 가져갔다. 그녀는 그의 귓볼을 살짝 깨물며 소근거렸다.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그 음성을 듣자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는 그 부탁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어떤 부탁이든지 상관이 없었다. 물론 그는 그 부탁을 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또 그에 대한 보답을 해 줄 것이다. 그것으로 그만인 것이다. "그 사람을 한 번 더 만나줘..." 그녀의 음성은 끈적끈적한 교태가 담겨 있어서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그는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꿈꾸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조자건 말입니까?" "그래. 그 자를 만나서..." 그녀는 그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소근거렸다. 그는 한동안 묵묵히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였 다.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군요. 그렇게 하겠어요." 여인은 다시 요염하게 웃으며 부드러운 손으로 그의 가슴을 쓰다듬다가 배를 지나 아랫도리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는 한창때의 젊은 나이였다. 비록 조금전에 일을 치루었으나 그녀의 부드러운 손길을 민 감한 부분에 느끼자 다시 흥분이 되고 격앙되었다. 그는 감았 던 눈을 번쩍 뜨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의 번쩍거리는 눈빛을 보고는 이내 그의 욕구를 짐 작했다. 그녀는 야릇하게 웃으며 그의 마음대로 하라는 듯 두 눈을 살포시 내려감았다. 진승남은 힘차게 그녀를 끌어안았다. 육호(육호)에게. 귀왕령(귀왕령)을 가지고 금릉(금릉)으로 올 것. 일호(일호). 제23장 화 도 무 도 일, 위 기 무림대회 오일(오일)째 되는 날, 마침내 조자건은 대회에 참가를 했다. 상산(상산)의 고수인 철금도(철금도) 만대균(만대균)이 두 번째 도전자를 물리치고 군웅들의 환호성을 받고 있을 때 조자 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나가려오?" 사마결의 물음에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무대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조자건이 비무대 위로 올라가자 유난히 파란 하늘이 그의 눈 을 찔렀다. "정말 좋은 날씨로군." 조자건은 천천히 숨을 불어내며 중얼거렸다. 만대균은 그가 올라올때 부터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주시하 고 있었다. 그는 상대를 유심히 살펴보았으나 처음 보는 얼굴 이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이 두 명의 고수들을 연파(연파)한 것을 보고도 도전해 올 정도라면 한 가닥 하는 인물임이 분명한데 도무지 낮이 선 것이다. 게다가 수중에 들고 있는 것은 목검(목검)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 엉성하게 깎은 나무막대뿐이었다. 백의사내는 그 나무막 대를 오른쪽 어깨에 척 걸쳐맨 채 느긋한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일장앞에 다가선 백의사내는 가볍게 포권을 했다. "낙양의 조자건이오." 그 말에 만대균은 흠칫 놀랐다. 그는 새삼스런 시선으로 조자건의 전신을 쭈욱 흙어보며 물 었다. "당신이 요즘 강호에 혁혁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일수풍운 조자건이오?"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대균의 얼굴에 긴장한 표정이 떠올랐다. "당신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소. 당신은 평범한 초식만을 사용하여 고수들을 물리친다는데 그게 사실이오?" 조자건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건 겪어보면 알게 될거요." 만대균은 한동안 그를 뚫어지게 주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 다. "좋소. 그럼 나는 손을 쓸테니 귀하는 준비하시오." 그는 수중에 들린 철금도의 손잡이를 힘껏 움켜 쥐었다. 그의 철금도는 강철에 오금(오금)을 섞어 만든 것으로 무게 는 육십 근이나 나갔다. 단단하기가 이루 말할데 없는데다 중 량이 엄청나게 무거워서 만대균이 이 철금도를 세차게 휘두르 면 아무도 감히 정면으로 맞받는 사람이 없었다. 조자건은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수중의 나무막대를 오른쪽 어깨에 걸쳐맨 채 우두커니 서 있을 뿐이었다. 만대균은 철금도를 휘둘러 조자건의 어깨를 공격했다. 쾌액! 무시무시한 도풍이 일어나며 육십 근에 달하는 철금도가 조 자건의 상체를 휩쓸듯 다가왔다. 철금도가 막 조자건의 어깨를 박살낼 듯 다가온 순간 , 스읏! 조자건은 뒤로 물러나기는 커녕 오히려 앞으로 한 발 다가서 며 왼손을 쭉 내밀었다. 그의 공격은 만대균처럼 그렇게 위력적이지 않았으나 그 시 기가 아주 적절하여 만대균의 철금도가 휘둘러지는 공간과 공 간 사이를 교묘하게 뚫고 들어갔다. 찌직! 옷이 찢어지는 음향이 들리며 철금도의 도영이 씻은 듯 사라 졌다. 중인들이 놀라 보니 만대균은 가슴팍 부근 옷자락이 길게 찢 어진 채 얼굴을 붉게 상기시키며 뒤로 물러나 있었다. 만대균은 철금도를 든 채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조금전 조자건이 사용해서 그의 옷 을 찢은 수법은 자신도 익히 알고 있는 비화수(비화수)중의 철 수개화(철수개화)였던 것이다. 시시하기 짝이 없는 철수개화 초식이 어찌 자신의 철금도를 뚫고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그는 아무리 생각해 보았으나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하나 한 가지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상대가 손에 사정을 보지 않았다면 자신은 이번에 큰 낭패를 면치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음....내가 졌소." 결국 만대균은 땅이 꺼져라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패배를 시 인하고 물러났다. 중인들 틈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들은 왜 갑자기 만대균이 맥없이 물러나는지 몰라 자기들 끼리 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떠들고 있었다. 사실 조자건이 펼친 수법은 너무도 평범하여 어떤 신기한 절 학을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었다. 게 다가 승부가 너무 빨리 끝나버려 싱겁기조차 했다. 어쨌든 그는 일승(일승)을 거두었으니 두 번 더 승리를 하던 지 북이 다섯 번 울릴 때까지 상대가 나타나지 않으면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상대가 좀처럼 올라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주최측에서 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둥! 둥! 세 번의 북이 울리도록 비무대위로 올라오는 사람은 없었다. 한데 막 네 번째의 북이 칠 순간, 휘익! 갑자기 비무대의 저멀리에서 하나의 인영이 눈부신 속도로 허공을 날아 대위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 인영이 날아온 거리는 삼십 여장은 족히 되어 보였다. 그 기경(기경)할 신법에 주위에서 우뢰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우와....굉장하다...!." "정말 멋진 신법이다...!" 장내는 다시 요란한 함성으로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조자건은 나타난 인영을 보았다. 그 인영은 조자건과 눈이 마주치자 냉랭한 미소를 머금었다. "내가 당신에게 도전하는게 뜻밖이오?" 조자건은 솔직히 시인을 했다. "그렇소." 나타난 인영은 오만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에도 말했다시피 당신은 그동안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나지 못해서 실력에 비해 명성이 지나치게 높았소. 그러니 내가 오 늘 무림이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란 사실을 똑똑히 알게 해 주겠소." 입꼬리를 가늘게 하여 웃고 있는 인물은 다름아닌 용호풍운 필 손중화였다. 손중화의 용호풍운필은 강호무림에서 가장 무서운 열 가지 기문병기중의 하나로, 특히 빠르고 변화무쌍해서 방비하기 어 렵다고 알려져 있었다. 조자건은 팔괘주에서 처음 손중화를 보았는데 그때부터 손중 화는 그에게 못마땅한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흥미로운 빛을 감추지 못했다. 한쪽은 요즘 혜성처럼 나타나 강호를 술렁이게 하고 있는 신 비(신비)의 고수요, 다른 한 쪽은 우내십대기문병기중의 하나 로 이미 그 명성이 중천에 떠 있는 해를 능가할 정도로 눈부신 절정고수. 결선에서 붙어도 시원찮을 두 절대고수가 예선의 첫관문에서 격돌하게 되었으니 중인들은 더욱 흥분되고 열광할 수 밖에 없 었다. 손중화는 팔짱을 낀 채 조자건의 앞으로 다가와서 우뚝 섰 다. "흐흐...자. 이제 당신이 자랑하는 그 나무토막으로 재주를 마음껏 부려보시지." 그는 아예 병기를 꺼낼 생각도 하지 않고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사실 그는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다. 그의 용호풍운필은 이런 나무토막같은 것으로는 결코 막을 수 없는 절세의 신병(신병)이었다. 게다가 조자건의 수법이란 것도 하나같이 평범하기 그지 없는 것으로 단지 그 초식의 절 묘한 묘용(묘용)만으로 상대를 격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 각했다. 그 정도의 수법이라면 굳이 자신의 독문병기를 꺼낼 필요도 없이 맨 손으로 충분히 격파할 자신이 있었다. 그는 오늘 수많은 군웅들이 보는 앞에서 이 얄미운 녀석의 콧대를 산산히 짓밟아줄 요량이었다. 이상하게도 조자건만 보 면 그는 괜한 질투심이 끓어 올랐다. 자신도 그 이유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다만 조자건을 쓰러 뜨리고 그의 일그러진 얼굴을 두 발로 짓밟은 다음 통쾌한 웃 음을 터뜨리고 싶은 심정 뿐이었다. 이제 그 순간도 머지 않았다. 조자건은 그의 이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표정한 얼굴 로 서 있었다. 그는 상대의 조롱섞인 눈빛을 보고도 격동되지 않았다. 오히 려 마음은 한결 차분해졌다. 그는 요즘 누구에게도 말 못할 한 가지 고민을 가지고 있었 다. 그 고민은 그로서는 무척 심각한 것으로서 그때문에 그는 몇일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운 적도 있었다. 하나 오늘 운이 좋다면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을 발견할 수 있 을지도 모른다. 스윽! 조자건의 신형이 붕새처럼 허공을 날아 손중화에게로 접근해 갔다. 동시에 그의 수중에 들려 있던 나무막대가 기이한 호선을 그 리며 손중화의 콧등을 향해 날아갔다. 손중화의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지금 조자건이 시전한 수법은 복호장(복호장)중의 호소산림 (호소산림)을 검으로 펼친 것이었다. 한데 그 위력이 자신의 예상보다 훨씬 뛰어났다. 평범한 호소산림이 분명한데 노리는 방위가 여섯 군데가 아 닌 무려 스물 네 군데에 달했다. 그 방위를 다 막으려고 했다 가는 손이 열 개라도 부족할 판이었다. 할 수 없이 손중화는 옆으로 몸을 움직여 그 공세속을 빠져 나왔다. 그가 펼치는 보법은 칠성연환보(칠성연환보)라는 것인데 현 문(현문)의 절학중에서 최고수준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분명히 손중화는 다섯 번이나 몸의 자세를 변화시켜 조자건 의 호소산림 공세를 빠져나왔건만 여전히 조자건의 나무막대는 그의 콧등을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지?) 손중화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시 칠성연환보를 펼쳐 허깨 비같은 몸놀림으로 조자건의 옆으로 돌아섰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분명 손중화는 이장(이장)이나 이동해서 조자건의 우측에 가 있었건만 그 나무막대는 이미 그의 콧등의 바로 앞까지 다가와 있지 않은가? 손중화의 안색이 차갑게 굳어졌다. 그는 더 이상 지체하지 못하고 오른쪽 소매를 세차게 떨쳤 다. 팟! 그의 소매에서 무언가 예리한 섬광이 피어나오더니 그의 콧 등으로 날아들고 있는 나무막대를 그대로 강타했다. 정작 이상한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분명 반으로 싹둑 잘라져야할 나무막대는 온데간데 없이 사 라져 버리고 손중화의 소매에서 나온 섬광만이 헛되이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는 것이었다. "엇?" 손중화의 입에서 처음으로 나직한 경호성이 흘러나왔다. 손중화는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조 자건을 주시했다. 조자건은 어느 새 일 장뒤로 물러난 채 조용히 서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 들린 나무막대는 여전히 오른쪽 어깨에 걸쳐 져 있어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는 전혀 손을 쓰지 않고 손 중화 혼자 이리뛰고 저리뛴 것으로 알았을 것이다. 손중화는 한동안 날카로운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다가 고 개를 끄덕였다. "당신의 조금전 검을 수발(수발)하는 동작은 정말 놀랍군. 내가 당신을 조금 잘못 생각한 것 같아." 그의 눈에 싸늘한 냉기가 피어 올랐다. "하나 나로 하여금 용호풍운필을 꺼내게 했으니 당신은 앞으 로 크나큰 댓가를 치루게 될거요." 그의 손에는 기이한 모양의 붓이 들려져 있었다. 붓의 겉표 면에는 용과 호랑이가 뒤엉켜 있는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한 쪽끝에 가느다란 실이 매어져 손중화의 손목과 연결되어 있었 다. 손중화는 천천히 수중의 붓을 들어 조자건을 가리켰다. "나의 신룡풍운구절(신룡풍운구절)을 맛보고 나면 차라리 죽 는게 낫다는 생각을 하게 될걸." 그가 손을 쳐듬에 따라 붓에서 기이한 서광(서광)이 흘러나 오기 시작했다. 그 빛은 점차 강해지더니 종래에는 마치 횃불 을 켠 듯 환하게 밝아졌다. 찰나, "신룡출운절(신룡출운절)--!" 예리한 음성과 함께 풍운필이 사방으로 사나운 빛을 뿌리며 조자건의 전신을 향해 날아들었다. 조자건은 전신으로 심한 압박을 느꼈다. 그것은 출도후 처음 으로 부딪쳐 보는 강력한 경기(경기)의 소용돌이였다. 그는 피하기는 커녕 그 빛의 소용돌이속으로 몸을 던지며 수 중의 나무막대를 세차게 휘둘렀다. 파파파팍! 복마검법중의 역벽화산(역벽화산)이 펼쳐지며 소용돌이의 한 가운데가 쫘악 갈라졌다. 그 사이로 언뜻 손중화의 놀람에 찬 얼굴이 드러났다. 그는 자신의 절세의 신룡출운절을 조자건이 역벽화산으로 뚫 고 들어오자 두 눈에 신광을 번뜩였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수중의 풍운필을 번개같이 회전시 키며 신룡풍운구절중의 창응절(창응절)과 박운절(박운절)을 연 거푸 전개해 냈다. 슈슈슈슉! 주위 사방이 온통 필영(필영)으로 뒤덮히며 조자건의 소맷자 락이 압력을 견듸지 못하고 터져 나갔다. 조자건은 팔뚝이 훤 히 드러난 채로 다시 복마검법중의 팔방풍우(팔방풍우)와 개창 망월을 휘둘러 맞서갔다. 팔방풍우는 이름 그대로 여덟 군데의 방위를 완벽하게 제어 하는 초식이었다. 변화가 간단하면서도 초식의 앞뒤가 잘 조화 를 이루어 빈틈이 없었다. 개창망월은 주로 상대의 상체를 공격하는 초식인데 지금 조 자건이 펼치는 개창망월의 공세는 손중화의 상체 서른 두 개 대혈을 모두 노리고 있어 피하기가 불가능해 보였다. 팔방풍우와 개창망월을 동시에 펼쳐내니 두 초식이 상호 보 완되어 더욱 위력이 강맹해졌다. 파파파... 비무대는 온통 붓그림자와 막대그림자에 가려 아무 것도 보 이지 않게 되었다. 손중화는 자신이 펼친 창응절과 박운절이 복마검법의 두 초 식에 막혀 더 이상 앞으로 전진하지 못하는 것을 깨달았다. 그 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조자건의 발밑으로 몸을 던지며 풍운필 을 세차게 위로 휘둘렀다. 그 날렵하고 매서운 솜씨에 조자건은 촉망중에도 감탄이 흘 러나왔다. 조자건은 지금 손중화의 상체를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 체쪽의 수비가 아무래도 약간 허술해져 있었다. 그 미세한 틈 을 손중화는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팟! 손중화의 분뢰절(분뢰절)이 발밑에서 위로 솟구쳐 오자 조자 건은 뒤로 몸을 뉘이며 번개같은 발길질을 해 댔다. 허공에 그 의 발그림자가 수십 여개가 나타났다. 원앙각(원앙각)이란 수법이었는데 손중화는 단순한 원앙각으 로 마흔 여덟 개의 발그림자를 그려내는 사람을 생전 처음 보 았다. 그는 내뻗던 풍운필을 옆으로 돌리며 비스듬히 누운 상태에 서 오른손을 앞으로 쭉 내뻗었다. 쾌액! 그의 수중에 있던 풍운필이 한 줄기 섬광이 되어 조자건의 목덜미를 향해 날아갔다. 이것은 신룡풍운구절중에서도 위력이 놀라운 비홍절(비홍절)이란 수법이었다. 손중화는 출도한 이래 이 초식을 펼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 다. 그만큼 갑작스럽고 예측하지 못한 일격이었다. 조자건이 원앙각을 채 다 뻗기도 전에 손중화의 풍운필은 어 느 새 그의 목덜미에 거의 닿아 있었다. 절대절명의 순간, 조자건의 몸이 밑으로 푹 가라앉았다. 손중화는 인간의 몸이 이토록 빨리 가라앉을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의 풍운필은 조자건의 머리털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 갔다. 우수수... 잘라진 머리카락 몇 개가 허공에서 너풀거렸다. 하나 놀라운 일은 그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분명 조자건을 스치고 지나갔던 풍운필이 허공에서 급격하게 회전하며 다시 조자건의 뒷통수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그것은 회선절(회선절)이란 초식이었는데 풍운필에 연결된 천잠사를 조종하여 공격하는 초상승의 무공이었다. 비홍절과 회선절을 연거푸 전개하는 이번의 공격은 그야말로 가히 살인 적인 위력이 있었다. 그때 조자건은 천근추(천근추) 공력을 이용하여 몸을 최대한 아래로 굽힌 상태였기 때문에 도저히 몸을 솟구쳐 피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아앗?" 대 아래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마결을 비롯한 중인들의 입에 서 자신도 모르는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손중화의 입꼬리에 회심의 미소가 스치고 지나갔다. 조자건의 뒷통수가 풍운필의 예리한 광채에 그대로 궤뚫릴 순간, 조자건은 몸을 굽힌 상태에서 폭발치듯 몸을 쭉 뻗으며 앞으 로 폭사해 나갔다. 그것은 마치 활시위를 최대한 잡아 당겼다 가 놓아 화살을 쏘아내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쑤악! 조자건의 신형은 그야말로 빛살과 같은 속도로 앞으로 치달 려갔다. 그 속도의 가공함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 였다. "저...저럴수가..." 손중화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올 때는 이미 조자건의 신형 은 풍운필의 공세범위를 벗어난 후였다. 그토록 무서운 위력으로 날아들던 회선절의 공세는 폭발치듯 뻗어나간 조자건의 몸을 따라잡지 못하고 허공을 한 바퀴 돈 후 손중화의 손으로 회수되었다. 손중화의 눈꼬리가 실룩거렸다. 조자건이 방금 펼친 신법은 강호상에서 전설로만 전해내려오 는 궁신탄영(궁신탄영)이라는 것이었다. 이 신법은 사실 익히기는 아주 쉬웠다. 몸을 최대한 구부렸다가 펼치며 그 탄력을 이용해 앞으로 치 달려 나가면 되는 것이다. 하나 지난 오랜 세월동안 강호무림에는 이 신법을 펼친 사람 이 아무도 없었다. 이론상으로는 간단했지만 그것을 완벽하게 시전하려면 고무줄같은 유연성과 초인적인 반사신경, 그리고 엄청난 체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체내의 힘을 한 곳에 응집했다가 단 일순 간에 폭발시키듯 배출해 내야 된다는 점이었다. 자칫 잘못하다 가는 오히려 체내의 기혈(기혈)이 역류해 치명적인 내상을 입 기가 일쑤였다. 오직 단 한 순간을 위해서 모든 힘을 모았다가 일시에 힘을 방출한다는 것은 고도의 집중력과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손중화의 오만함이 가득하던 눈가에 한 줄기 불안의 그림자 가 떠올랐다. 그는 아직까지 단 한 번도 조자건이 자신의 적수가 될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조금전의 격돌로 그는 상대가 결코 자신의 하수(하수)가 아님을 절실히 깨달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