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무협지]태극문 - 37편 (37/87)

2026-09-23 18:02:56 조회 9
"그런데 왜 그가...." 신주홍안의 음성은 물흐르듯 고요하기 조차 했다. "그는 절대로 내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해요. 그에게 호화단을 해체하고 내 곁에서 떠나라고 강요한다면...그는 아마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말 거에요." 그녀의 음성은 나직했으나 사마결은 그것이 결코 과장된 말 이 아님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그는 문득 조금전에 보았던 하후태세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는 비록 하후태세의 속마음까지는 알 수 없었으나 상황은 충분 히 이해가 갔다. 아울러 한 여자의 힘이 이토록 거대한가 하고 생각했다. 하후태세같은 절세의 호남아가 여인에 대한 정(정)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비천한 신분이 되어서라도 그녀의 곁에 머물러 있으려 하는 그 애절한 마음을 알 것도 같 았다. 한동안 장내에는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침묵을 깬 사람은 의외로 조자건이었다. "나는 이만 가겠소."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사마결이 말릴 사이도 없이 몸을 돌려 밖으로 걸어갔다. 사마결은 깜짝 놀라 그를 제지하려 했으나 어느 새 조자건의 몸은 아래층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사마결은 그야말로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그는 조자건이 왜 갑자기 아래로 내려가는지 몰라 어리둥절 하다가 신주홍안을 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아무래도 이쯤에서 나도 가야 할 것 같소. 오늘 시간을 내 주어서 정말 고마웠소." 사마결이 포권을 하자 신주홍안은 나직하게 웃었다. "호호...별말씀을. 그보다 어서 가보세요. 친구분이 이대로 사라질지 모르니." 사마결은 대충 인사를 하고는 허겁지겁 루각을 내려갔다. 그들이 모두 사라지자 신주홍안은 어둠속에서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불쑥 입을 열었다. "그가 나를 알아보았을까요?" 그녀의 음성은 허공에 대고 묻는 것 같았다. 하나 그녀의 말 이 끝나자마자 하나의 음성이 들려왔다. "글쎄. 모르겠소. 알아봤을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겠지." 동시에 휘장앞에 하나의 인영이 나타났다. 그 인영은 그야말로 바람처럼 나타났다. 그는 누런 황의를 걸친 우람한 체구의 사나이였다. 황의사나 이의 체구는 무척 거대해서 보통 사람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큰 것 같았다. 등을 돌리고 있어서 얼굴을 알아볼 수는 없었으나 그의 굳건 한 등만 보아도 이 사나이가 얼마나 패도무쌍한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특히 사나이가 나타날 때의 갑작스런 동작은 이미 오래전에 절전(절전)된 것으로 알려진 불문(불문)의 부동명왕보(부동명 왕보)임이 분명했다. 신주홍안은 여전히 휘장뒤에 단정히 앉은 채 황의장한을 주 시했다. "그가 나를 알아보았다면 왜 아는 척을 하지 않았을까요?" 황의장한은 잠시 허공을 올려보다가 나직히 말했다. "아마 당신과 같은 이유가 아닐까?" "나하고 같은 이유라고요?" 황의장한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은 그 전부터 그를 그렇게 만나고 싶어 했으면서도 왜 조금 전에 그에게 자신이 누구라고 밝히지 않았소?" 신주홍안은 황의장한의 갑작스런 질문에 당황한 듯 일시 아 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녀는 돌연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두려웠어요." 황의장한은 눈빛을 빛내며 물었다. "뭐가 두려웠다는 말이오?" 신주홍안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를 만나면 내 마음이 흔들릴 것 같았어요." 황의장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를 뚫어지게 주시했다. 그녀는 잠시 침음하다가 말을 계속했다. "그를 보게 되면 나는 도저히 무도(무도)에 집중할 자신이 없을 것 같았어요. 그게 두려웠어요." 황의장한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아마 그게 두려웠을거요. 그래서 그토록 빨리 이곳을 나갔던거요." 신주홍안은 한동안 어둠속에 가만히 앉은 채 그의 말을 음미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황의장한을 바라보았다. "당신은...당신은 왜 그를 만나지 않았지요? 당신도 그를 무 척이나 만나고 싶어 했잖아요?" 황의장한은 말없이 허공을 응시했다. 한참동안이나 그런 자세로 서 있던 황의장한은 나직한 탄식 을 토해냈다. "그렇지. 나도 그를 만나고 싶었소. 정말 만나고 싶었소..." "그런데 왜..." "나는 조금전 당장이라도 뛰어나가 그를 부둥켜 안고 싶었 소. 그에게 그동안 어디 쳐박혔다 이제야 나타났느냐고 소리치 고 싶었소. 하지만 나는 할 수가 없었소." 신주홍안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황의장한은 다시 무거운 탄식을 토해냈다. "그건 그때 문득 노조종(노조종)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소. 노 조종은 내가 이번 무림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하길 바라시오. 나 는 그 분의 기대를 저버릴 수가 없소. 아울러 나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하신 사문(사문)의 어른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수 없 소." "......." "조자건이 이곳에 온 것은 무림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요. 그렇다면 그와 나는 어쩌면 서로 병기를 맞대고 겨뤄야 할지도 모르오. 그리고 그럴 가능성은 다른 누구보다도 많소." 신주홍안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무림대회에 참가했을 때 두 사람중 한 사람이 중 도에 탈락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격돌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실력으로 보아 그들을 물리칠 수 있는 사 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 그를 만나게 되면 나중에 그와 겨룰때 내 마음이 약해질 것이 걱정되었던 거요. 그와 겨루긴 내키지 않는 일이 지만 노조종과 사문의 어른들을 실망시킬 수는 없소. 절대로 없소." 그의 음성에는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신주홍안은 한동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우리 세 사람은 서로 만나는 것이 두려웠던 거로 군요. 그토록 만나고 싶어했던 사람들이 막상 만날 때가 되니 까 두려워서 피해야 하다니 참으로 묘하군요." 황의장한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아마 우리는 너무 많은 짐을 지고 있는 것 같소. 우리 뿐만 아니라 모용수도 그렇고 위지혼도 그렇고...그 짐이 없어질때 까지 우리는 서로에게 거북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거요." "그 짐이 없어지려면 한 가지 방법밖에는 없어요." 황의장한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바로 화군악을 물리쳐야지. 하지만 그건 절대로 쉬 운일이 아니오." 신주홍안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들은채 어둠속에 앉아 있었다. 황의장한 또한 그말을 끝으로 허공을 올려본 채 무거운 침묵 을 지키고 있었다. 하나 어둠속을 응시하는 그의 입에서는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비단 쉽지 않은 일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영원히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지." 제22장 음 모 중 첩 일, 쾌 도 조자건은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방문을 열고 나오자 밖에는 어느 새 사마결이 그를 기 다리고 있었다. 사마결은 그를 보자 히죽 웃었다. "잘 잤소?" 조자건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잘잤소." 사마결은 그의 소매를 잡아 끌었다. "그럼 어서 갑시다." "어딜 간단 말이오?" "어디긴. 빨리 아침을 먹고 남들보다 먼저 가야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할거 아니오? 설마 어제처럼 자리가 없어서 비무대는 보이지도 않는 뒷자리에 앉아 있을거요?" 사마결의 재촉에 조자건은 쓴웃음을 머금으며 그의 뒤를 따 라갔다. 무림대회 삼일(삼일)째. 무림대회의 열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종산 뿐만 아니라 금릉일대와 강소성 전체가 연일 계속되는 고수들의 격 전에 온통 환호하고 술렁거리고 있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이 싸우는 듯 흥분해서 승패가 갈라질 때마 다 덩달아서 일희일비(일희일비)했다. 그때문에 자칫 늦게 갔다가는 대회를 구경하기는 커녕 인파 에 떠밀려 쫏겨나기 십상이었다. 무림대회가 벌어지는 종산 일대에는 수많은 간이음식점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커다란 천막을 하나 세우고는 간단한 식사와 술상을 차려 허기진 무림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이른 아침인데도 음식점들마다 사람들로 붐벼서 빈 자리를 찾기가 힘들 정도였다. "제길...빨리 먹고 가야되는데..." 사마결은 꽁지에 불붙은 망아지마냥 안절부절하다가 마침 멀 지 않은 곳에서 여러 명의 인물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자 반 색을 하며 그곳으로 갔다. "갑시다. 저기 자리가 비었구료." 조자건은 피식 웃으며 그를 따라 빈자리가 난 곳으로 향했 다. 마침 식사를 마치고 나오던 서 너명의 인물들이 그들쪽으로 나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잠시 자리를 비키느라 옆에 서 있었다. 저희들끼리 히히덕거리며 걸어오고 있는 사람들은 모 두 세 명이었는데 배불리 먹었는지 포만감 가득한 표정들이었 다. 사마결과 조자건은 그들이 어서 지나가기를 기다리며 우두커 니 서 있었다. 한데 그들이 막 조자건의 앞을 지나칠 때였다. 그들중 가장 뒤에서 지나가던 장한이 발을 헛디뎠는지 비틀 거리며 조자건쪽으로 쓰러졌다. "어이쿠!" 조자건은 무심결에 손을 내밀어 그를 부축하려 했다. 바로 그 순간, 번쩍! 그의 품을 향해 쓰러지던 장한의 왼손에서 눈부신 섬광이 번 쩍이며 조자건의 허리를 향해 폭사되어 오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제일 앞을 지나가던 장한은 섬전같이 몸을 돌리 며 그에게 열 두개의 비도(비도)를 던져냈고, 가운데의 장한은 갈쿠리같은 손으로 조자건의 면상을 찍어왔다. 그들의 공격은 마치 자로 잰 듯 정확하고 빨랐다. 게다가 너무도 돌발적이고 그 속도와 배합이 완벽했는지라 천하의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찰나, 빙글! 조자건의 몸이 빠르게 한 바퀴 돌았다. 그와 동시에 세 가닥 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연거푸 터져나왔다. "크윽!' "켁!" "아악!" 사마결이 놀라 눈을 부릅뜨고 앞을 보니 조자건을 암습했던 세 명의 장한들이 각기 피를 뿌리며 비틀거리고 서 있었다. 누 구도 무엇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조금전 조자건은 번개같이 몸을 돌리며 그 탄력을 이용해 자 신의 품속으로 파고들던 장한의 아랫배를 발로 가격하고, 연이 어 양 손으로 자신의 전신을 핍박해 오는 열 두개의 비도를 모 두 받아낸 후, 양쪽 팔꿈치로 두 장한의 면상을 가격했던 것이 다. 설명은 길지만 그것은 그야말로 눈을 한 번 깜박거릴 사이에 벌어진 일인지라 중인들이 볼때는 조자건이 몸을 돌리는 순간 그들 세 장한이 저절로 물러난 것 같은 착각이 들 수밖에 없었 다. 아랫배를 강타당한 장한은 이미 숨이 끊어졌는지 입으로 폭 포수같은 피를 게워내며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나머지 두 장 한중 한 명도 두개골이 깨어져 즉사했고, 열 두개의 유엽비도 (유엽비도)를 날렸던 장한만 입으로 피를 흘리며 간신히 서 있 었다. 그는 경악에 가득찬 눈으로 조자건을 바라보며 더듬거렸다. "우...우리들의 암습은 완벽했는데...어...어떻게..." 조자건은 언제 손을 썼는냐는 듯 숨결 하나 흐트리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들의 암습은 확실히 완벽했소. 하나 결정적인 순간에 기(기)가 흐트러져 내게 살기(살기)를 감지할 여유를 주었소." 장한은 눈을 부릅뜨고 조자건을 노려보다가 피를 게워내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크으...저...정말 강하구나..." "집마부에서 나왔소?" "그...그렇다...우리는 팔대혈살중의...." 그는 채 말을 끝맺지도 못하고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조자건은 묵묵히 싸늘하게 식어가는 세 구의 시신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사마결이 다가오며 그에게 물었다. "괜찮소?"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마결은 새삼 감탄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정말 대단하구료. 이번 공격은 너무 빨라서 나도 제대로 보 지 못했소. 당신의 반사신경이 빠른건지 내 눈이 느린건지 모 르겠소." 사마결은 히죽거리다가 진지한 표정이 되었다. "그나저나 이런 식으로 집마부에서 끈질기게 나온다면 보통 성가신 일이 아니겠는데....밥 한 번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 야 원..." 사마결은 나직히 혀를 찼다. 그의 말마따나 집마부의 추살령은 확실히 집요한데가 있었 다. 정식으로 도전해 오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 틈에 섞여서 암 습을 계속해 온다면 조자건으로서도 반드시 모든 공격을 피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만은 없었다. 하나 조자건은 조금도 불안해 하거나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이런 것 또한 비무행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가다듬 는 좋은 기회로 생각되었다. 실력을 쌓는데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아직도 자신의 형님이 해준 말을 똑똑이 기억하고 있었 다. -길이란 사람이 만든 것이므로 한 가지가 아닌 여러 가지의 길이 있을 수 있다. 어떤 길을 가든 처음의 뜻을 굽히지만 않 는다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이 말을 평생 잊지 않을 것이다. 칼(도). 이 칼은 무척 특이했다. 칼의 폭이 비정상적이라 할만큼 좁다랬고 끝은 갈쿠리처럼 날카롭게 구부러져 있었다. 날이 하나인 것으로 보아 칼(도)임이 분명한데 얼핏 보면 마 치 한 자루 검(검)처럼 얇고 길다랬다. 하나 도신(도신)에서 흘러나오는 빛은 차갑기가 빙굴(빙굴) 속의 얼음같았다. 이 칼의 이름은 쇄겸도(쇄겸도)라 했다. 쇄겸도는 중국의 검과 동영(동영)의 도의 장점만을 흡수해서 만든 병기인데 모양이 기이한 만큼 익히는 방법 또한 까다로워 서 당금 무림에서는 이 쇄겸도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 다. 있다면 오직 한 사람, 매일립(매일립)뿐이었다. 동해쇄겸도(동해쇄겸도) 매일립(매일립)! 그의 동해쇄겸도는 물론 우내십대기문병기중의 하나였다. 그의 동해쇄겸도 아래에서 아직까지 오 초이상을 견뎌낸 사 람은 없었다. 하나 그는 강호무림의 이십 사개 거대문파의 제자도 아니었 고 무림세가의 자손도 아니었다. 때문에 그는 무림대회의 예선에 참가해야만 했다. 그와 처음 겨룬 사람은 강남의 유명한 고수인 일검진천남(일 검진천남) 서문승(서문승)이었다. 엄밀히 말하면 서문승에게 매일립이 도전한 격이었다. 서문승이 두 명의 도전자를 물리치 고 득의양양해 하고 있을때 매일립이 비무대위로 올라왔기 때 문이다. 뜻하지 않게 그의 도전을 받게된 서문승은 사실 몹시 기분이 언짢았다. 그는 매일립이 하고 많은 인물을 놔두고 자신에게 도전하는 것은 완전히 자신을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그의 생각은 옳지 않았다. 상대가 서문승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어도 매일립은 도전했을 것이다. 상대가 누구던 매일립은 지금 손을 쓰고 싶었고 그때 마침 재수없게 서문승이 걸려든 것 뿐인 것이다. 서문승은 안광을 번뜩이며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매일립을 뚫 어지게 응시했다. 매일립은 깡마른 몸매에 늑대와 같은 강팍한 얼굴을 하고 있 었다. 얼굴표정은 아주 차가워서 마치 얼음속에서 갓 튀어나온 사람같았다. 쇄겸도를 움켜 잡고 있는 그의 손가락은 유달리 길고 가느다 랬다. 하나 한 점의 살도 없이 오직 뼈와 근육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딱딱해서 오히려 한층더 강인해 보였다. 매일립은 칼집도 없이 쇄겸도를 오른 손에 든 채 한 발 한 발 서문승을 향해 다가왔다. 그가 다가옴에 따라 서문승은 한 줄기 기이한 압력이 자신을 향해 밀려옴을 느꼈다. 그 압력은 처음에는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미약했으나 점차 강대해져서 나중에는 제대로 서 있기 조 차 힘들 정도로 그의 전신을 핍박해 왔다. 서문승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는 이대로 있다가는 자신이 손도 써보지 못하고 매일립의 무형지기(무형지기)에 의 해 쓰러질 것임을 알아차리고 먼저 출수(출수)를 했다. 팟! 파팟! 그의 손에 들린 장검에서 세 가닥의 눈부신 검광(검광)이 폭 사해 나와 매일립의 가슴팍 삼개대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의 이 수법은 형광삼섬(형광삼섬)이란 초식인데 빠르고 날 카롭기가 천하의 어떤 절기에 못지 않았다. 허나 그의 검은 채 끝까지 펼쳐지지 않았다. 서문승은 검을 내뻗다 말고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 보았다. 어느 사이엔가 그의 가슴에는 쇄겸도의 예리한 칼날이 깊숙 이 박혀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이 언제 자신의 가슴을 뚫고 들어왔는지는 서문승 조차 알지 못했다. 그는 멍청하게 쇄겸도를 내려보고 있다가 서서히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은 밑둥이 부러진 고목처럼 스르르 쓰러져 바닥에 누 워 버렸다. 그제서야 매일립은 그의 가슴에 꽂힌 쇄겸도를 뽑았다. 팟! 쇄겸도가 뽑히자 서문승의 가슴에서 핏줄기가 분수처럼 솟구 쳐 올랐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다. 중인들은 한 줄기 무거운 분위기에 짓눌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그러다 누군가 박수를 치자 장내는 이내 환호와 탄성의 소리 로 뒤덮혀 버렸다. "우와...최고다....!" "과연 동해쇄겸도다....!" 사마결 또한 자신도 모르게 손뼉을 마주치며 조자건을 돌아 보았다. "저런 쾌도(쾌도)는 생전 처음 보았군. 정말 빠르지 않소?"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비단 빠를 뿐 아니라 대단히 위험하구료." 사마결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위험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오?"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저 자의 도법은 전혀 수비는 도외시한채 오직 상대를 쓰러 뜨리기 위해 공격만 생각하는 것이오. 저런 식으로 공격해서 상대를 쓰러뜨리면 다행인데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오히 려 자신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될거요." "그렇소? 난 전혀 그런걸 못느끼겠는데...." "그건 저 자의 출도술(출도술)이 너무 빠르고 그 기세가 강 맹하기 때문에 그것에 현혹되어 그 뒤의 헛점을 미처 보지 못 했기 때문이오. 저건 아주 맹목적일 정도로 무섭고 위험한 도 법이오." 사마결은 호기심어린 어조로 물었다. "그럼 당신은 저 자의 도법이 무엇인지 안단 말이오?" "저건 파멸도(파멸도)라는 것이오." "파멸도?" 사마결은 금시초문인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계속했다. "이 도법은 비록 위력이 뛰어나고 사납지만 아무도 익히려는 사람이 없소." "그건 왜 그렇소?" "상대를 죽이지 못하면 반드시 자기가 죽게 되기 때문이오. 파멸도란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도법을 펼치면 상대를 파멸시키 든지 아니면 자신이 파멸하든지 반드시 양단간에 결단이 나기 때문이오. 세상에는 상대를 죽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많지 만 자기가 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소. 그래서 아직 아무 도 이 도법을 익히지 않았던거요." "하지만 매일립은 그 도법을 익혔지 않소?" "세상에는 종종 예외적인 사람이 있으니 그도 그런 사람중 하나일거요. 그가 저 도법을 익힌 이상 반드시 자기 자신의 목 숨을 내놓을 각오가 되어 있을거요." 조자건의 음성은 담담했지만 사마결은 그 말을 듣자 왠지 소 름이 오싹 끼쳤다. 목숨을 내놓을 각오로 도법을 펼치는 사나이! 상대가 죽지 않으면 자신이 죽는다는걸 뻔히 알면서도 칼을 휘두르는 사람의 심정은 과연 어떠할까? 그리고 그런 무모함으로 덤비는 사나이를 무슨 수로 막을 수 있단 말인가? 사마결은 다시 고개를 들어 비무대의 중앙에 우뚝 서 있는 매일립을 바라보았다. 더 이상 도전자가 나타나지 않아 매일립은 예선을 통과한 상 태였다. 환호하는 군웅들의 함성과 내리쬐는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대위에 서 있는 매일립의 표정은 얼음장을 씌운 듯 무표정한것 이었다. 그는 너무도 냉혹해 보였고 너무도 당당해 보였다. 하나 사마결은 왠지 그가 측은해 보였다. 그 차갑고 무표정한 얼굴 뒤에 숨어 있는 또다른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언젠가...언젠가는 반드시 자기보다 강한 상대를 만나서 피 를 뿌리게 될 자신의 운명(운명)을 알고 있는 사나이의 고독 (고독)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운명을 피할 수도 없지만 그는 결코 피하려 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 파멸도를 익힐 때 그는 이미 자신의 목숨을 내 놓았기 때문이다. 기다림이란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어쩌면 매일립은 자신을 파멸시켜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과연, 누가 그의 마지막 상대가 되어 그를 파멸시켜 줄 것이 가? 이, 지 시 정사(정사)는 뜨거웠다. "헉헉..." 사내는 맹렬히 정상을 향해 줄달음치고 있었다. 사내의 등을 부둥켜 안은 여인의 팔에도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뱅어같이 희고 고운 손은 사내의 등 구석구석을 어루 만지고 있었다. 그 손길은 너무도 자극적이고 교묘해서 사내는 더욱 더 흥분되어 아랫도리를 세차게 움직였다. 어느 한 순간, "허억!" 사내의 몸이 부르르 떨리며 격한 전율을 일으켰다. 여인도 그의 몸을 꼬옥 끌어안고 같이 진동을 맞추었다. 사내의 몸이 축 늘어졌다. 여인은 사내의 가슴으로 파고 들며 손으로 그의 몸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어때...?" 여인은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은근한 어조로 물었다. 사내는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입가에 만족한 미소를 가득 머 금었다. "너무 좋았어요. 당신은?" 여인은 배시시 웃으며 어리광을 부리듯 사내의 가슴에 얼굴 을 기댔다. "나도..." 그녀의 말꼬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