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무협지]태극문 - 29편 (29/87)

2026-09-23 18:02:56 조회 12
"이 분들은..." 사마결은 히죽 웃었다. "음...인사가 늦었군. 내가 먼저 소개하지. 이 사람은 철면 천조(철면천조) 담중악(담중악)이란 인물이오. 별호대로 낮짝 이 아주 두꺼우니 두 분은 조심하는게 좋을거요." 청의중년인은 껄껄 웃었다. "하하...아무렴 내 낮짝이 자네보다 두껍겠나?" 사마결이 장난스럽게 소개했지만 철면천조 담중악은 결코 만 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담중악은 호북성(호북성) 제일의 고수 로 특히 철담협골(철담협골)로 이름이 높은 일대의 호걸이었 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인물됨이 공정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협의심이 강해 무림내에서의 명망(명망)이 아주 드높았 다. 사마결이 무어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금의청년이 실없는 웃 음을 날리며 엉거주춤 일어났다. "반갑습니다...본 공자는 파금궁의 정각입니다." 담중악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이제보니 파금왕의 고자(고자)이신 정공자이셨구료. 만나게 되어 반갑소." 정각은 담중악이 자신을 치켜세워주자 기분이 좋은 듯 얼굴 에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이어 담중악의 시선은 지금까 지 말없이 앉아 있는 백의청년에게 향했다. "이 분은...?" 백의청년은 담담하게 포권을 했다. "조자건이라 하오." 담중악의 눈이 커지며 짤막한 경호성이 터져 나왔다. "아...귀하가 바로 조자건이었구료." 그의 조자건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전의 정각을 대할때와 천 양지차가 있었다. 조자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를 아시오?" "나는 요즘 귀하에 대한 소문을 많이 들었소." 조자건은 방긋 웃었다. "내가 이름난 사람이 되었다니 정말 뜻밖이오." 한 사람이 유명해지기 시작할 때는 자신은 그 사실을 모르기 마련이다. 그것은 이름이 몰락하기 시작할 때 그 자신이 모르 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담중악은 관심있는 눈으로 조자건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나는 처음에 어떤 괴인이 종남산에서 무적검수맹의 집형전 고수들을 혼내주고 파금왕의 집회에 나타나 소란을 벌였다는 말을 듣고 반신반의했었소." 조자건은 여전히 담담하게 웃으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 다. 담중악의 말은 계속되었다. "그뒤에 들리는 소문으로는 섬서성(섬서성)과 하남성(하남 성)일대에서 무명(무명)의 고수 하나가 뭇 고수들을 연파(연 파)하여 그 일대가 시끌벅적하다고 했소." 조자건은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고 담중악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얼마전에 듣기로는 집마부의 십대고수중 두 사람과 셋째 총관인 백면령관 백운교마저 누군가의 손에 쓰러졌다고 하더군. 이게 모두 당신의 솜씨요?" 조자건은 비로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담중악은 그를 빤히 주시하며 하다가 길게 숨을 들이켰다. "그래서 모두들 당신이 위험한 인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소. 당신은 무림에 나타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당금 강호에서 가장 거대한 세력중 세 군데와 맞닥뜨렸고 아무도 당신의 진실 한 무공내력을 모르기 때문이오. 아마 이토록 짧은 시간에 당 신처럼 무림을 소란스럽게 만든 사람은 당년의 화군악외에는 일찌기 없었을거요." 옆에서 듣고 있던 사마결이 불쑥 입을 열었다. "그래서...그게 뭐 잘못되기라도 했단 말인가?" 담중악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옛부터 나무가 크면 바람이 많이 불고 배가 넓으면 풍랑을 피하기 어렵다고 했소. 귀하같이 너무 짧은 시간에 명성을 얻 는다면 필시 그걸 두려워 하는 사람도 생기는 법이오." "강호에서 실력있는 사람이 명성을 얻는 것은 당연한데 자네 의 말대로라면 신진고수는 누구도 절정고수가 될 꿈을 버려야 겠군그래." 사마결이 반쯤 빈정거리는 투로 말했으나 담중악은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은 그게 아닐세. 지금 당금 강호에는 두 가지 이상기 류가 흐르고 있네." 사마결은 흥미를 느끼고 담중악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번 금릉에서 열리는 무림대회는 무적초자 화군악에게 도 전할 도전자를 고르는게 그 목적이네. 지난 몇년간 강호의 거 의 모든 무림인들은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경주해 왔네. 그런데 이때에 과거의 화군악처럼 고수들을 연파 하는 새로운 실력자가 나타나 보게. 그들은 그동안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 두려워 전전긍긍하게 될걸세." 담중악은 눈을 빛낸 채 말을 계속했다. "즉 그들은 기존의 고수들외에 새로운 신진고수가 나타나 자 신들을 누르고 무림대회에서 우승하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까봐 노심초사하고 있네. 또 한 가지 기류는...." "그게 뭔가?" "아무도 제 이(제이)의 무적초자가 나오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일세." 담중악의 음성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과거에 무적초자 화군악이 무림에 나타났을때 모든 무림인 들은 그에게 절대적인 성원을 보냈었지. 허나 그 결과는 그를 아무도 넘볼 수 없는 무(무)의 신(신)으로 추앙한 것 밖에 되 지 않았네. 무림인들의 꿈이라면 누구나가 천하제일고수가 되 는 것인데 무적초자 화군악이 나타남으로서 그 꿈이 사라지게 된 것이지." "......." "그런데 다시 화군악같은 초절정고수가 나타난다고 생각해보 게. 다른 사람들이 그들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있을 수 있겠나? 아마 그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단순한 들 러리에 불과한 신세가 되어 버릴걸세. 그러니 모든 무림인들은 더이상 초강(초강)의 무인(무인)이 나타나는 것을 바라지 않 네. 신(신)은 하나면 족하다는 얘기지." 사마결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무림대회는 무엇때문에 여는가? 화군악을 상대할 만한 고수가 등장하는걸 바라지도 않으면서..." 담중악의 입가에 가느다란 미소가 떠올랐다. "그건 신(신)을 위한 자리가 아닐세. 인간들을 위한 자리이 지." "그게 무슨 말인가?" "사람들은 누가 우승을 하던 화군악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네. 그들은 그저 자기들 중에서 제일인자가 누구 인가를 알고 싶을 뿐일세. 화군악은 도저히 넘을 수 없는 신적 (신적)인 존재이니 제외하고 나머지 인간들중에서 누가 제일 강한 고수인가를 가려내고 싶었던 걸세." 사마결은 인상을 찡그리며 투덜댔다. "되게 복잡하군그래." "복잡하지. 하지만 이해는 할 수 있지 않나?" 사마결은 물론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그도 무림인(무림인)이기 때문이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가 천하제일고수가 되기를 바라지만 천 하제일고수가 탄생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참으로 묘한 인간 심리의 모순(모순)이었다. "흠...하지만 만약 그래도 화군악에 필적할 만한 고수가 나 온다면...? 그래도 사람들 생각이 그럴까?" 담중악은 사마결의 질문에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긴 표정 이었다. 그러다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그건 잘 모르겠군. 원래 인간의 마음속이란 도저히 측량할 수 없으니 말일세. 하지만 한 가지는 단언할 수 있지." "그게 무엇인가?" 담중악은 단호한 음성으로 잘라 말했다. "이 세상에는 결코 화군악만한 고수가 두 번 다시 나오지 않 을걸세." 제17장 쌍 검 비 연 일, 소 여 한동안 주위는 무거운 침묵이 이어졌다. 담중악의 말은 지금 현재 모든 무림인들의 생각을 대변한 것 이나 마찬가지였다. 중인들이 각기 다른 상념에 잠겨 있을 때 갑자기 주루 한쪽 이 소란스러워지며 앙칼진 여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뭐라고? 본 아가씨의 성격이 어쨌다고?" 낭랑한 남자의 웃음소리가 그 뒤에 이어졌다. "하하...낭자만큼 성격이 급한 사람은 처음 보았다고 했소. 어찌 전후사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화부터 내는거요?" 사마결은 그 음성이 귀에 익음을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때 그는 담중악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고 그를 바라보 았다. "왜 그러나?" 담중악의 얼굴에는 고소(고소)가 떠올라 있었다. "만나기로 한 사람을 찾았네." "그게 누군가?" 담중악은 쓴웃음을 흘리며 짤막하게 말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말괄량이지." 이어 그는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던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사마결은 호기심을 느끼고 그가 가는 곳으로 시선을 고정시 켰다. 그곳은 주루의 중앙부근에 있는 커다란 원탁이었다. 원탁의 중앙에는 백의를 입은 준수한 청년이 앉아 있었고 그의 맞은편 에는 짙은 청의경장(청의경장)을 한 십 칠팔세 가량의 미소녀 가 아미를 치켜뜬 채 백의청년을 쏘아보고 있었다. 청의소녀는 등뒤에 쌍검(쌍검)을 교차로 메고 있었는데 귀여 우면서도 암팡진 모습과 몹시 잘 어울려 보였다. 청의미소녀는 가느다란 허리에 양 손을 척 올린 채로 백의청 년을 노려보며 싸늘한 냉소를 날렸다. "흥! 전후사정이 어쨌다는 거에요? 이 복잡한 주루에서 당신 혼자 넓은 탁자를 차지하고 있길래 합석을 하자고 했는데 당신 이 그걸 거절했잖아요?" 백의청년은 빙그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거절한게 아니라 낭자의 양해를 구한거요. 나는 원래 다른 사람과 함께 있으면 식사를 못하는 성격이라 식사하는 동안만 은 누구와도 합석하기 싫었소." "그 말이 그 말 아니에요? 당신은 이곳이 당신 안방이라도 되는양 위세를 떨고 있는데 난 당신같은 사람은 딱 질색이란 말이에요." 청의미소녀는 날카롭게 쏘아붙였으나 백의청년의 느긋한 태 도는 변하지 않았다. "허허...낭자께서 나를 싫어해도 할 수 없소. 아뭏든 이 자 리에 앉고 싶으면 내가 식사를 끝낸 후에 오도록 하시오." 이어 그는 청의미소녀의 대답은 듣지도 않고 술잔을 기울이 며 식사를 계속했다. 백의청년의 느물느물한 모습에 청의미소 녀는 화가 왈칵 치밀어 오르는지 양쪽 눈썹이 하늘로 치켜 올 라가며 귀여운 코가 찡그려졌다. (뭐 이런 자식이 다 있어...?) 그녀가 참지 못하고 막 발작하려 할때 갑자기 누군가가 그녀 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릉아(능아)야! 여기 있었구나." 청의미소녀는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다가 등뒤의 인물을 보자 눈이 동그래지며 얼굴에 환한 빛이 가득 떠올랐다. "어머, 고모부!" 그녀의 뒤에 서서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 사람은 철면천 조 담중악이었다. 청의미소녀는 담중악의 소매를 잡고 투정부 리듯 말했다. "어디에 계셨었어요. 이 릉아가 얼마나 찾았다고..." "허허...나도 널 찾느라고 애좀 썼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당체 찾을 수가 없더구나." 담중악은 어리광을 부리듯 자신의 팔에 매달려 있는 청의소 녀를 귀엽다는 듯이 쳐다보며 빙그레 웃었다. 그러다가 그의 시선이 천천히 백의청년에게로 향했다. "릉아야. 그런데 이분 소협(소협)과는..." 청의소녀의 눈썹이 다시 곤두서며 무언가 앙칼진 음성이 터 져 나오려 했다. 그때 누군가가 불쑥 나서며 백의청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자네로군. 여긴 왠일인가?" 백의청년은 자신의 앞에 나타난 인물을 올려다 보다가 입가 에 가느다란 미소를 매달았다. "하하...사마형(사마형)이 여기 오는데 나라고 오지 말라는 법이 있소?" 사마결은 심드렁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자네같은 절세고수와 나같은 무명소졸을 같이 비교할 수 있 나." "허헛! 이거 왜 이러시오. 누가 천하의 평지풍파객을 무명소 졸이라고 하겠소. 아무래도 내가 그때 말없이 사라진게 당신 심기를 건드린 모양이구료. 그건 사과드리겠소." 웃고 있는 백의청년은 다름아닌 조화무쌍혼원패 과자옥이었 다. 과자옥은 일전에 조자건을 사마결에게 소개하고는 자신은 갑 자기 훌쩍 떠나버려 사마결을 어리둥절하게 했었다. 그런데 돌 연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으니 인연치곤 묘한 인연이었다. 과자옥은 문득 생각난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조형은...." 주위를 둘러보던 과자옥은 한쪽에 앉아 있는 조자건을 발견 하고는 활짝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하하...조형. 이곳에 계셨구료. 오랜만이오." 조자건은 담담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벌써 한 두달이 흘렀군. 그동안 잘 있었소?" 과자옥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조자건을 바라보았다. "나야 그렇소만...사별삼일(사별삼일)이면 괄목상대(괄목상 대)라더니 요즘 조형의 위명은 천하를 진동시키고 있더구료." 조자건은 아무 말없이 빙긋 웃기만 했다. 담중악은 담소를 나누는 조자건과 과자옥을 바라보다가 사마 결을 향해 슬쩍 물었다. "저 자는 누군가?" 사마결은 씹어뱉듯이 짤막하게 말했다. "과자옥일세." 담중악은 흠칫 놀랐다. "아니 그럼 저 자가 우내십대기문병기중에서도 조화가 무쌍 하기로 유명한 혼원패의 주인이란 말인가?" "왜 아니겠나. 그런데 자네가 만나기로 한 사람이 바로 이 아가씬가?" 담중악은 한동안 흥미어린 눈빛으로 과자옥을 바라보고 있다 가 고개를 끄덕이며 청의미소녀를 불렀다. "그렇네. 릉아야. 이리와서 고모부의 친구분께 인사드려라." 청의미소녀는 못마땅한 눈으로 과자옥을 꼬나보고 있다가 담 중악의 음성을 듣자 급히 고개를 돌려 사마결을 바라보며 인사 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사공릉(사공릉)이에요." 사마결은 그녀의 이름을 듣자 눈빛을 반짝 빛내며 그답지 않 게 빙그레 웃었다. "아. 이제보니 쌍검비연(쌍검비연) 사공낭자였구료. 난 사마 결이란 사람이오." 청의미소녀는 방긋 웃었다. "대명은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마대협은 정말 소문처럼 그렇게 쓸데없이 풍파를 일으키실 분 같지는 않군요." 사마결은 그녀의 당돌한 말에 쓴웃음을 머금었다. 쌍검비연 사공릉은 강호에 출도한지는 얼마되지 않지만 요즘 한창 명성을 얻고 있는 신진 여고수(여고수)였다. 그녀는 별호 처럼 쌍검을 잘 쓰고 한 마리 제비처럼 신법이 표홀해서 누구 도 무시할 수 없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사공릉의 초롱한 눈이 과자옥의 앞에 앉아 있는 조자건에게 로 향했다. "그런데 저 분은....?" 담중악이 당황하여 뭐라고 하려는데 사마결이 무심코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사람은 조자건이라고 나의 동행이오." 순간 사공릉의 눈꼬리가 쭈욱 치켜 올라갔다. "조자건? 그럼 저 사람이 가는 곳마다 풍운을 일으킨다는 그 조자건인가요?" 사마결은 그녀의 음성이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움찔했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그렇소." 그가 순순히 시인을 하자 사공릉은 암팡진 표정을 지으며 조 자건에게 다가갔다. 사마결이 영문을 몰라 할 때 옆에 있던 담 중악이 쓴웃음을 지으며 다가왔다. "이거 일이 이상하게 꼬이는군. 이렇게 될까봐 내가 그녀를 데리고 이곳을 먼저 나가려고 했는데..." "아니 그녀가 조자건과 무슨 원수라도 졌나? 갑자기 왜 저러 지?" 담중악은 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말일세. 그녀에게는 오빠가 하나 있는데..." 조자건은 누군가가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기색을 느끼고 고개 를 돌려 보았다. 그의 눈에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청의소녀의 모습이 들어왔다. "당신이 조자건인가요?" 청의소녀, 사공릉이 당돌한 표정으로 묻자 조자건은 어리둥 절했으나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조자건이오. 그런데 낭자는...?" 사공릉은 조자건의 물음에는 대꾸도 없이 냉랭한 음성으로 다시 물었다. "당신이 일전에 종남산에서 무적검수맹의 고수들을 혼내주었 다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그건 왜 물으시오?" "묻는 말에만 대답해요. 그런 적이 있어요, 없어요?" 그녀가 막무가내로 다그치자 조자건은 내심 어이가 없었다. 그는 짐짓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담담하게 말했다. "생각해 보니까 그런 적이 있는 것도 같군." 사공릉의 눈꼬리가 냉엄하게 올라갔다. "흥! 과연 건방진 작자로군. 당신은 어서 내 검을 받을 준비 나 하세요." 그녀가 금시라도 출수할 듯 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기겁 을 하고 물러났다. 과자옥 또한 흥미있는 눈으로 두 사람을 지 켜보고 있었다. 조자건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낭자는 무적검수맹에서 왔소?" "그런거나 마찬가지에요. 당신은 내 손이 악랄하다고 탓하지 말고 빨리 무기를 꺼내세요." 조자건은 빙긋 웃으며 양 손을 들어보였다. "내 무기는 여기 있는 이 두 손이오. 그런데 낭자는 무적검 수맹에서 무슨 직책을 맡고 있소?" "그건 알거 없어요. 그럼 나는 출수하겠으니 당신은 각오해 요!" 그녀는 싸늘하게 외치며 번개같이 양 손으로 어깨에 멘 쌍검 의 검자루를 잡아갔다.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담중악은 그녀를 말리려 했으나 무슨 생각에서 인지 말리지를 않고 우두커니 그 녀가 손을 쓰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줄곧 조자건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그 는 조자건의 무공이 소문처럼 그렇게 대단한지 직접 보고 싶었 던 것이다. 쐐액! 그녀의 손이 검자루에 닿았다 싶은 순간 돌연 눈부신 섬광이 피어 올랐다. 어느 사이에 그녀의 어깨에 십자로 걸려 있던 쌍 검이 뽑혀 나오며 조자건의 양쪽 어깨를 향해 쏘아져 오는 것 이다. 그녀의 이 한수는 만화적성(만화적성)이라는 것이었는데 빠 르고 날카롭기가 섬전과도 같았다. 눈깜박할 새 그녀의 쌍검은 조자건의 양쪽 견정혈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사공릉은 조자건이 피할 기색도 없이 우두커니 있자 회심의 미소를 떠올렸다. 허나 그때 조자건의 양 손이 미미하게 움직 이는 것을 그녀는 미처 보지 못했다. 팟! 돌연 검광이 씻은 듯이 사라지며 짤막한 경호성이 터져나왔 다. "앗?" 사공릉은 양 손을 내뻗은 채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서 있었 다. 그녀의 손에 들린 쌍검은 정확하게 조자건의 견정혈에 닿 아 있었다. 허나 안력이 예리한 사람이라면 그녀의 검이 조자건의 몸에 서 거의 한 치의 간격을 두고 허공에 멈춰 서 있는 것을 알아 차릴 수 있을 것이다. 두 개의 검은 두 개의 손가락 사이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느 사이엔지 조자건은 양 손을 들어 각기 검지와 중지로 그녀의 쌍검을 잡아낸 것이다. 사공릉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안색이 핼쓱하게 변한 채 자신 의 쌍검을 간단하게 잡고 있는 조자건의 양 손을 쳐다보고 있 었다. 그녀의 쌍검은 북해(북해)에서 나는 한철(한철)로 제련된 것 이어서 날카롭기가 그지없었다. 그런데도 조자건은 마치 장난 감 검을 잡은 듯 태연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몇 번이나 검을 뽑으려 했으나 조자건의 손가락은 쇠 로 만든 집게인 듯 요지부동이었다. 조자건은 자신의 손에서 검을 뽑으려고 애쓰는 그녀의 얼굴 을 바라보며 빙긋 미소지었다. "이 검은 당신같이 귀여운 아가씨가 쓰기에는 너무 날카롭 군. 그렇게 함부로 검을 휘두르다가 누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 쩌려고하오?" 그는 손가락사이에 잡은 검을 놓아 주었다. 사공릉은 제 힘을 주체 못하고 휘청 한 걸음 물러나다가 급 히 몸을 고정시켰다. 그녀는 안색이 여러 차례 변한 채 조자건 을 노려보다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당신은 너무 건방지군요! 이 아가씨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알아요?" 그녀는 뾰쪽한 외침을 토하며 다시 쌍검을 매섭게 휘둘러왔 다. 파팟! 이번에 그녀는 상대의 무공이 자신의 예상보다 뛰어남을 깨 닫고 전력을 다했기 때문에 처음의 공세에 비할 바가 아니었 다. 이번에 그녀가 펼친 것은 만화검법(만화검법)중의 절초인 만화토금(만화토금)으로서 변화무쌍하면서도 사납기 그지없는 초식이었다. 과연 그녀의 몸은 검광에 가려 보이지도 않은 채 매서운 검 풍(검풍)이 조자건의 주위를 싸늘하게 엄습해왔다. 조자건은 그 자리에 가만히 앉은 채 그녀의 검초가 변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우수(우수)를 검광 안으로 쑥 집어 넣었 다. 마치 장난을 하듯 가벼운 동작이었다. 허나 그 결과는 그렇 지가 않았다. "앗?" 검광속에서 그녀의 다급한 외침이 터져나오더니 요란한 금속 성이 터져나왔다. 째쨍! 중인들이 놀라 보니 사공릉은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채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나 있었다.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쌍검은 예 리한 빛을 잃고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다. 사공릉은 경악과 불신의 눈으로 멍하니 조자건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금전 조자건은 그녀의 엄밀한 검세를 뚫고 들어와 그녀의 왼손에 있는 장검을 오른쪽의 장검으로 끌어당겼던 것이다. 그 힘과 위세가 어찌나 대단했던지 그녀는 꼼짝못하고 수중의 두 검을 서로 세차게 부딪혔고 그 여파를 이기지 못해 두 검을 모 두 떨어뜨렸던 것이다. 말로는 간단한 것 같았지만 그 속에 깃든 속도와 변화의 가 공함은 가히 그녀로서는 상상도 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검을 집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조자건 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자건은 언제 손을 썼느냐는 듯 담담한 안색으로 빙그레 미 소지었다. "당신은 내 적수가 못되오, 귀여운 아가씨. 그러니 가서 다 른 사람을 불러오시오." 사공릉은 안색이 핼쓱하게 변한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갑 자기 그녀의 눈가에 표독한 빛이 떠올랐다. "좋아! 기다려라. 네게 뜨거운 맛을 보여줄 사람을 데려 오 겠다!" 그녀는 사납게 소리치더니 돌연 몸을 날려 주루밖으로 달려 나갔다. "엇? 릉아야. 기다려라!" 담중악은 그녀가 이리도 급하게 사라질 줄은 몰랐는지라 다 급한 표정으로 그녀를 제지하려 했으나 이미 늦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