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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태극문 - 77편 (77/87)

2026-09-23 17:59:50 조회 6
그것이 아직 완쾌되지 못한 몸때문인지 아니면 영원히 무공 을 쓸 수 없다는 난자림의 말 때문인지는 몰랐지만 서문금룡은 그의 얼굴에 떠오른 기색을 보고 그가 결코 이대로 주저앉지는 않을거라고 확신했다. 지금 모용수는 침상에 누운 채 멍하니 천정을 올려다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별다른 표정이 떠올라 있지 않아서 서문금룡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짐작할 수 없었다. 서문금룡은 그의 생각을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몸을 돌려 밖 으로 나가려 했다. 그때 모용수가 조용히 그를 불렀다. "형님." 서문금룡은 급히 그에게로 다가왔다. "수야. 괜찮느냐?" 모용수는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견딜만 합니다. 아랫 배가 조금 아프군요." "그래도 천만다행으로 장검이 내장을 건드리지는 않았다고 하더구나. 상처가 아물면 괜찮아 질 것이다." 모용수는 파리한 안색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형님에게 이런 처량한 꼴을 보여드려서 죄송합니다." 서문금룡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아니다. 너는 정말 최선을 다했다. 그들이 배반하지만 않았 으면 너는 멋지게 일을 해치웠을 것이다." 모용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게 무슨 말이냐?" 모용수는 마른 침을 삼킨 후 허공을 응시하며 조용한 음성으 로 입을 열었다. "저는 그동안 저의 두뇌만으로 충분히 화군악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화군악을 상대하는 일 뿐만 아니고 다른 모든 일도 제 머리로 감당할 수 있다고 믿었었지요. 그래 서 전 항상 쉬운 길로만 갔습니다." 서문금룡은 그를 다독거렸다. "머리가 좋아서 남들보다 쉬운 길을 택한 것이 뭐가 잘못이 란 말이냐?" 모용수는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잘못이었습니다. 저는 항상 어떤 일이 닥 칠때마다 쉽게 그 일을 빠져나갈 궁리만 했어요. 그래서 결국 진짜 어려운 일이 닥치자 그걸 뚫지 못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던 겁니다." 모용수는 길게 한숨을 불어내었다. "무림인이라면 모름지기 무공(무공)이 그 뿌리가 되어야 하 거늘 저는 무공보다는 오히려 기계(기계)에만 더 신경을 썼어 요. 제가 만약 무공이 화군악에 버금갔거나 그와 엇비슷한 수 준만 되었어도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겁니다." 서문금룡은 나직히 침음하다가 말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화군악과 비슷한 수준의 고수는 존재하 지 않는다. 너만한 무공의 소유자도 결코 다섯 손가락을 넘지 않을 것이다." 모용수의 눈이 유달리 반짝거렸다. "한 사람 있습니다. 화군악에 견줄 수 있는 사람이." 서문금룡은 흠칫 놀라 모용수를 바라보았다. "그런 사람이 어디 있느냐?" 모용수는 잠시 허공을 응시한 채 무언가 생각에 잠겨 있었 다. 그러다가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정면으로 그 난관(난관)을 뚫고 나 가려고 했습니다. 나는 한때는 그가 왜 그렇게 힘들고 어려운 길로만 다닐까 하고 비웃은 적도 있었지요. 하지만 지금 생각 해 보니 비록 당시에는 어렵고 힘들었더라도 그가 지나온 길이 바로 지름길이었습니다. 나는 그걸 몰랐던 겁니다." "누구냐? 그 사람이?" 모용수는 짤막하게 말했다. "조자건." 서문금룡은 화들짝 놀라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외쳤다. "뭐라고? 그 자의 무공이 정말 그처럼 대단하단 말이냐? 나 는 믿지 못하겠다." 모용수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형님은 제 말을 믿으셔야 됩니다. 그 자에 대해서 저 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요. 화군악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그건 바로 조자건 뿐입니다." 서문금룡은 불신(불신)에 가득찬 표정이었으나 모용수의 안 색을 살피고는 그의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모용수의 안색은 유달리 진지했던 것이다. 모용수는 자타가 공인하는 천하제일의 기재이니만큼 남달리 사람을 보는 안목(안목)이 예리했다. 서문금룡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다시 한 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그 자가 화군악과 견줄 수 있을 정도의 인물이냐?" 모용수의 눈가에 반짝하는 빛이 떠올랐다. "그가 어느 정도였냐면 말이죠. 예전에 처음 그를 보았을 때 부터 저는 도저히 무공으로는 그를 능가할 자신이 없었어요. 제가 두뇌를 쓰기 시작한 것도 무공으로는 그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걸 알았기 때문이죠." 모용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저는 그가 무림에 출도한 이후부터 계속 그의 일거수일투족 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 최고의 무도(무도)를 추구 하기 위해 험한 가시밭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그가 중도에 포 기하지만 않는다면 그는 언젠가는 반드시 최고의 무도에 도달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는 결코 포기할 줄 모르는 사람 이에요." 서문금룡은 그를 쳐다보다가 나직히 한숨을 내쉬었다. "네 말대로라면 너는 영원히 그들을 이길 수 없다는 뜻이 아 니냐? 그렇다면 너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할 셈이냐?" 모용수는 비록 웃고 있었지만 그의 눈에는 한 줄기 강렬한 빛이 뿜어나오고 있었다. "저는 물론 이제 앞으로는 그들을 당해낼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저를 이렇게 만든 그 자들에게는 아직도 뜨거운 맛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서문금룡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너는 이런 몸으로 아직도 그들에게 복수를 하려고 하느냐?" 모용수의 입꼬리가 위로 슬쩍 치켜올라갔다. 서문금룡은 그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렸을때 부터 모용수와 거의 함께 자라다시피 했기 때 문에 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이런 표정을 짓게 되 면 절대로 그의 결심을 바꿀 수 없었다. 모용수는 담담하게 웃었다. "나는 비록 무공을 펼칠 수 없지만 두뇌는 멀쩡합니다. 그리 고 나는 그들을 위해서 아직 한 수(수)를 남겨 두었어요." 서문금룡은 귀가 번쩍 띄였다. "그게 정말이냐?" 모용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그들에게 접근하기만 하면 나는 단번에 그들에게 치명 타를 먹일 수가 있어요. 그리고 그 일은 결코 어려운게 아니에 요." "하지만 나 혼자서 어떻게...." "형님은 나를 한 사람에게 데려다 주기만 하면 되요. 그러면 그 사람이 나를 도와줄 겁니다." 서문금룡은 자신도 모르게 급히 물었다. "그가 누구냐?" 모용수의 눈빛이 별빛처럼 반짝이며 조용한 음성이 흘러 나 왔다. "천룡대협." 순간 서문금룡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뭐라고? 너 지금 제 정신이냐? 그는 너를 만나면 찢어 죽이 려고 할텐데...." 서문금룡이 안색이 변해 소리칠수록 모용수의 얼굴은 담담해 졌다. "나는 물론 그를 함정에 빠뜨렸지만..." "단순히 함정에 빠뜨린게 아니다. 너는 그를 거의 생매장시 킨거야. 그는 결코 너를 용서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모용수는 빙긋 웃었다. "그는 나를 도와줄 겁니다." 서문금룡은 그의 자신있는 태도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어째서?" 모용수의 눈빛에 칼날같이 예리한 빛이 번뜩였다. 그는 한동안 천정을 응시하고 있다가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누가 백결대선사와 혜정장문인을 살해했는지를 간절히 알고 싶어하니까요." 이, 흉계(흉계) 위불군은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채 몸을 딱딱하게 굳혔다. 그는 도저히 자신의 눈앞에 펼쳐져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찌 환우쌍마가 한 사람의 손에 쓰러질 수 있단 말인가? 하나 관(관)속에 들어있는 두 구의 시신은 분명한 환우쌍마 였다. 자신을 키워주고 가르쳐준 두 명의 사부가 처참한 시신이 된 채 관속에 누워 있는 광경을 본 위불군의 눈에서는 끔찍한 살 광(살광)이 뿜어나오고 있었다. 관옆에 서 있던 육진천이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 다. "그 자의 무공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고강했네. 우리 들로서는 도저히 그 자를 막을 수가 없었네." 그는 위불군의 표정을 살피며 신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 자를 죽여 두 분 부주(부주)의 원수를 갚아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우리의 무공으로는 자칫 희생(희생)만 커질 것 같 아 걱정일세." 위불군은 한동안 무서운 눈으로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냉랭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 자는 지금 어디에 있소?" 육진천의 눈에서 기광이 번쩍였다. 하나 위불군은 등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눈에 떠오른 이상한 빛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자는 다시 금릉쪽으로 돌아간 것 같네. 사람을 풀어 그 자의 뒤를 쫑을까도 생각해 봤지만 괜히 그 자에게 경각심만 불러 일으킬 것 같아 하지 않았네." 위불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소. 그 놈은 내가 맡을테니 당신은 이곳 일에나 신경을 쓰시오." 육진천은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정말 그 자를 상대할 자신이 있나?" 위불군의 뚱뚱한 얼굴에 차가운 미소가 떠올랐다. "그 놈은 결코 조마경의 살인광선을 피할 수 없소. 나를 만 나는 순간이 그 놈의 마지막이 될 것이오." 이어 그는 휑하니 몸을 돌려 그대로 걸어나갔다. 육진천은 기광이 일렁이는 눈으로 그의 몸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 있다가 그의 몸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서야 입 가에 기이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때 그윽한 사향냄새가 나며 하나의 인영이 그의 앞에 나타 났다. 육진천은 그 사향냄새 만으로도 나타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아차린 듯 표정이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어때요? 일이 계획대로 잘됐지요?" 입가에 요염한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다가오는 인영은 다름 아닌 화호 여소쌍이었다. 육진천은 말없이 서 있다가 그녀의 몸이 가까이 다가오자 번 개같이 손을 내뻗어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녀는 피하기는 커녕 오히려 요란한 교소(교소)를 터뜨리며 그의 품속으로 안겨왔다. "호호...성급하기는...아직 사람들 눈이 있어서 안돼요." 육진천은 그녀의 허리를 바싹 끌어안은 채 그녀의 얼굴을 빤 히 내려다 보았다. "내가 그리웠지 않았나?" 그녀는 짐짓 눈을 흘기며 그의 가슴을 가볍게 쳤다. "그립기는...그보다 어때요? 내 연기가 완벽했어요?" 육진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얼굴을 묻 었다. "매우 훌륭했어. 위불군은 까맣게 속아 넘어가더군." "호호....사형은 너무 오만하고 조마경에 절대적인 자신을 가지고 있어 남들이 감히 자신을 속이지 못할거라고 믿고 있어 요." "철부지같은 생각이로군." "그가 순진한거죠. 그는 최소한 당신같은 능구렁이는 아니에 요." "흐흐...남에게 속는 순진한 바보보다는 차라리 남을 속이는 능구렁이가 더 낫지.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그의 커다란 손이 그녀의 탐스런 둔부를 우왁스럽게 쥐어잡 았다. 그녀의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눈가에 축축한 색기가 감돌 았다. 그녀는 그에게 달콤한 웃음을 보냈다. "물론이에요. 그렇지 않았다면 내가 왜 당신을 좋아했겠어 요?" 그녀의 몸이 뼈마디가 없는 듯 부드러워지며 입가에서 뜨거 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육진천은 아무 말도 없이 미친 듯이 그녀의 몸을 탐닉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은 거칠 것이 없다는 듯 그녀의 전신을 구석 구석 어루만지고 있었다. 그녀의 반달처럼 둥그런 눈이 감겨지며 고혹적인 입술이 살 짝 벌어졌다. "아아..." 그녀는 잠깐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나중에는 오히 려 몸을 활짝 연 채 그의 애무에 전신을 맡겨버리고 황홀감에 도취해 있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그녀의 눈이 부릅떠지며 입가에서 짤막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악!" 그녀의 입에서 시뻘건 핏물이 울컥 솟아올라왔다. 그녀는 멍하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 보았다. 육진천의 오른손은 어느 새 그녀의 가슴을 깊숙히 관통하여 등쪽으로 뚫고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육진천을 올려다 보았다. "왜....왜 나를...." 육진천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냉혹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너는 너무 남자를 밝혀서 믿을 수가 없다. 그러니 장래에 우환(우환)이 되기전에 미리 제거하는게 낫지." 그녀는 입으로 폭포수처럼 선혈을 내뿜으며 그를 노려보았 다. "나...나쁜 자식....나..나를 이용만 해먹고...." 육진천의 입꼬리에 냉랭한 미소가 감돌았다. "너도 네 입으로 남에게 속는 것은 순진하고 어리석은 일이 라고 하지 않았느냐? 너도 결국은 순진한 철부지였을 뿐이다." 그녀의 눈에서 독살스런 빛이 흘러나오며 육진천을 향해 손 을 들어 올렸다. 하나 육진천은 차가운 미소를 날리며 그녀의 가슴에 박혀 있던 손을 세차게 비틀었다. "아악!" 그녀의 입술을 뚫고 처절한 비명이 새어나왔다. 동시에 그녀의 몸은 벼락을 맞은 듯 부르르 떨리다가 힘없이 축 늘어졌다. 육진천은 그제서야 그녀의 가슴에 박힌 팔을 빼내어 그녀의 옷자락에 피묻은 팔을 쓱쓱 닦았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싸늘히 식어가는 그녀의 몸을 내려보 며 음산한 웃음을 날렸다. "네 몸매는 그런대로 쓸만하지만 색기가 너무 강해서 별 재 미가 없었다. 그러니 나를 원망하지 말고 바람기많은 네 몸뚱 아리를 원망해라." 그때 장내로 한 명의 인물이 불쑥 들어왔다. 그는 지부수사 갈홍립이었다. "구호당주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는 수중에 하나의 편지를 든 채 안으로 들어오다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여소쌍의 시신을 발견하고는 몸을 움찔했다. 하나 그의 얼굴에도 곧 싸늘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이 계집은 혼자 똑똑한 척 날뛰더니 결국 이런 꼴이 되고 말았군요." 육진천은 말없이 손을 내밀어 편지를 건네 받았다. 편지에 적힌 글은 짤막했다. 칠호(칠호)에게. 집마부의 고수 오십 명을 엄선해서 무적검수맹으로 속히 오 시오. 소림외가 고수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소. 구호당주. 편지를 읽은 육진천의 입꼬리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궁소천이 꽤나 다급했던 모양이군. 그는 비록 자신이 일호 를 물리치고 구호당주가 되었다고 좋아하겠지만 일호에 비하면 겁많은 늙은이에 지나지 않는다." 갈홍립은 조심스런 음성으로 물었다. "가시겠습니까?" 육진천은 잠시 허공을 응시한 채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가 고 개를 끄덕였다. "일호가 없어진 마당에 궁소천마저 쓰러진다면 구호당은 그 대로 무너지고 만다. 그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 "하지만 언젠가는 궁소천도 제거해야하지 않겠습니까?" "물론이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그를 도와야 한다. 그를 제 거하는 일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갈홍립의 얼굴에 스산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렇다면 이번에 그를 도와서 소림외가와 일호를 완벽하게 소탕하는 일이 먼저겠군요." 육진천의 입가에도 한 줄기 차가운 미소가 그어졌다. "그렇지. 궁소천이 그들을 모두 없애고 안심하고 있을 때 우 리가 그를 제거하고 무적검수맹과 구호당을 차지하게 되는 것 이다." "정말 완벽한 계획입니다." "흐흐흐..." 육진천은 허공을 올려다보며 음산한 웃음을 날렸다. 조자건이 돌아온 것은 그날 밤이 깊어서였다. 사마결은 막 잠자리에 들었다가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고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눈을 부릅떴다. "아니 이게 어찌된 일이오?" 조자건의 전신은 유혈이 낭자했다. 그의 안색은 백지장같이 창백했고 입과 코로 연신 시커먼 선 혈을 흘러내리고 있었다. 게다가 입고 있는 옷은 갈라지고 헤 져 누더기와 다를 바가 없었다. 조자건은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간신히 그의 앞까지 다가와 푹 쓰러졌다. 사마결은 엉겁결에 그의 몸을 받아들고 급히 침상위에 뉘였 다. 그는 조자건의 맥문을 잡아 보다가 심각한 안색이 되었다. 맥이 금시라도 끊길 듯 미약하게 뛰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 가 진력은 이미 바닥이 났는지 몸을 건드려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야말로 움직이는 시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사마결은 조자건의 무공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가 이와같은 중상을 입은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하나 눈앞에 벌어진 사실을 어찌 믿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조자건은 이미 정신을 잃었는지 그가 몇 번 몸을 흔들어도 눈조차 껌벅거리지 않았다. "큰일났구나..." 사마결은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마냥 안절부절 못하다가 눈을 반짝였다. '그렇지...난선배(난선배)를 찾아가야 겠구나.' 그는 문득 약성 난자림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깨닫 고 황급히 그를 부르기 위해서 방문을 나섰다. 평상시라면 조자건을 데리고 갔을텐데 그의 상세가 너무도 심각하여 조금이라도 움직였다가는 그대로 숨이 끊어지고 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방문을 나온 사마결은 빠른 몸놀림으로 난자림이 있는 동쪽 을 향해 질풍처럼 달려나갔다. 한데 그가 약 백 여장쯤 달려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려 할 때 였다. "어딜 그리 급하게 가시오?" 한 줄기 낭랑한 음성과 함께 어둠속에서 하나의 백영이 불쑥 나타났다. 사마결은 움찔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 었다. 나타난 인물은 안면이 많았던 조화무쌍혼원패 과자옥이었던 것이다. "자네였군. 깜짝 놀랐네." 과자옥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하하....천하의 사마결 답지 않게 그렇게 놀라다니 무슨 일 이라도 있소?" "어둠속에서 귀신처럼 불쑥 나타나는데 안 놀랄 사람이 어디 있겠나? 그 보다 자네 참 잘왔네." 사마결은 갑자기 반색을 했다. "어서 빨리 내 방으로 가주게." 과자옥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서두르시오?" 사마결은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지 빠른 목소리로 말했다. "조자건이 지금 몹시 위독한 상태라네. 내가 가서 약성 난자 림을 데리고 올테니 그동안 그의 상세를 좀 지켜봐주게." 과자옥의 눈이 어둠속에서 유난히도 반짝거렸다. "조형이 위독한 상태라니...그게 무슨 말이오?" 사마결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쳤다. "아이구...지금 말할 시간도 없네. 자칫 하다간 그는 이대로 숨이 끊어지고 말걸세. 어디서 그런 부상을 당했는지 거의 기 식이 엄엄한 상태일세." 과자옥의 얼굴에 한 줄기 기이한 빛이 떠올랐다. 하나 주위가 워낙 어두었던데다 사마결은 마음이 급해서 미 처 그의 기색을 살피지 못했다. "어서 가보게. 나도 곧 그리로 갈테니." 이어 그는 과자옥의 어깨를 두드리며 몸을 돌려 달려나갔다. 그의 몸이 사라진 순간 과자옥은 어둠속에서 하얗게 웃었다. 그는 잠시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가 낄낄거리며 어둠속으로 몸을 날렸다. 사마결이 밖으로 나가자 그제서야 조자건은 천천히 눈을 떴 다. 그는 사마결의 당황해 하는 모습을 떠올리고는 솔직히 그에 게 일말의 미안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그를 속이지 않고는 과자옥을 유인할 수가 없었다. 사마결이 만약 진상을 알았다면 아무리 태연한 척 내색을 해 도 약삭빠른 과자옥의 눈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조자건은 사마결마저 속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과자옥은 자신이 진표를 구하기 위해서 집마부로 간 것을 알 고 있을 것이다. 그는 자신이 그곳에서 죽었으면 하고 바랐겠 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그의 소식을 듣기 위해 사마결에 게 접근할 것이다. 그리고 사마결에게서 그가 지금 제대로 몸조차 가눌 수 없는 위독한 상태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그는 반드시 마지막 우환을 제거하기 위해서라도 직접 나타 날 것이다. 그리하여 자신의 손으로 직접 조자건의 숨통을 끊으려 할 것 이다. 그래서 조자건은 자신의 몸을 걸고 도박을 했다. 그의 몸은 실제로 처참하게 짓이겨진 상태였다. 그는 물론 스스로의 손으로 그렇게 했다. 이렇게 하지 않았다가는 눈이 날카로운 사마결을 속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그에게는 천하제일의 호신강기인 불괴연혼강기가 있 었다. 불괴연혼강기는 비단 호신(호신)뿐만 아니라 상처를 회 복하는데에도 천하제일의 위력이 있었다. 조자건은 진기(진기)를 거의 여섯 바퀴나 돌려서야 겨우 끊 어질 뻔 했던 심맥을 잇고 바닥까지 내려가있던 내공력을 회복 할 수 있었다. 그는 그런 상태로 침상위에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주위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이따끔씩 울어대던 밤벌레의 울음소리조차 그쳐 기이한 적막 이 감돌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방문이 소리없이 열렸다. 그리고 과자옥의 모습이 문앞에 나타났다. 삼, 복수(복수) 과자옥은 방문가에 선 채 신중한 눈으로 침상위에 누워있는 조자건을 응시했다. 조자건은 여전히 미동도 않은 채 죽은 듯 그 자리에 누워 있 었다. 과자옥의 시선은 줄곧 조자건의 얼굴에 고정되어 있었다. 조자건의 안색은 시체처럼 파리했고 입과 코에서는 아직도 가느다란 핏줄기가 내비쳤다. 과자옥은 무려 일각(일각)동안이나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선 채 조자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런다음에야 비로소 안으로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와서도 그는 좀처럼 침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갑자기 그의 오른손이 허공에 쳐들려졌다. 쾌액! 그의 손에서 하나의 혼원패가 눈부신 속도로 조자건을 향해 폭사되었다. 혼원패를 날리면서도 그의 몸은 문밖으로 향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