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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태극문 - 76편 (76/87)

2026-09-23 17:59:50 조회 7
수석총관인 육진천으로부터 이부주인 개벽권마 악붕이 살해 되었다는 말을 듣고 허겁지겁 이곳 필살옥까지 달려온 그는 망 연자실해 있었다. 그는 도데체 전귀와 악붕이 살해된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악붕은 고사하고 전귀가 누구인가? 자신조차 두려워 마지 않던 악마의 초식, 아염인을 만든 절 세의 검객이 아닌가? 대체 누가 아염인을 뚫고 전귀를 죽일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악붕은...? 그의 천하무적인 구절분뢰마권을 깨뜨릴 인물이 당금 천하에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그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전귀와 악붕은 싸늘한 시신이 되에 그의 눈앞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살해한 인물은 거대한 석문을 산산히 박살낸 채 장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의 머리위에는 돌 부스러기가 수북했고 어깨와 옷에는 떨 어져내린 먼지들이 쌓여 있었다. 하나 그 무엇으로도 그의 두 눈가에 번득이는 무서운 안광을 가리지는 못했다. 신문병은 그와 눈빛이 마주치자 한 줄기 기이한 전율을 느끼 고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는 칠십 평생 이렇게 지독한 살기를 뿜어내는 사람을 처음 보았다. 또한 이렇게 젊은 나이에 이와같은 무공을 지닌 인물 도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조자건도 신문병을 보았다. 신문병은 짙은 남색 장포를 입고 몸이 비쩍 마른 초라한 모 습의 노인이었다. 하나 이 노인은 지난 삼십 년간 강호무림에서 천하제일마(천 하제일마)로 불리우던 인물이었다. 개벽권마와 그를 가리켜 쌍마라고 불렀으나 악붕은 그에 비 길 바가 못되었다. 조마 신문병! 일명 마중마(마중마)라고 까지 불리웠던 집마부의 실질적인 제일인자가 드디어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신문병의 천마십팔조(천마십팔조)는 무림역사상 맨 손으로 하는 무공중 가장 강한 것중의 하나라고 알려져 있었다.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어깨에 걸쳐맨 채 주저없이 그의 앞으 로 걸어왔다. 신문병의 안색이 조금 변했다. 그는 조자건의 살기가 왜 이렇게 강렬한지 그 이유는 알지 못했다. 하나 이대로 그의 살기가 기세화(기세화)하는 것을 보고만 있다가는 나중에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 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는 슬쩍 옆을 돌아보며 고개짓을 했다. 휘휘--휙! 다섯 명의 고수가 허공을 그림처럼 날아 조자건에게로 다가 갔다. 그들은 신문병의 개인호위들로 수신오위(수신오위)라고 했 다. 수신오위 한 사람 한 사람의 공력은 집마부의 절정고수들인 오대호법이나 십대고수에 조금도 못하지 않았다. 더구나 그들 은 오마색명진(오마색명진)이라는 특이한 합벽진을 연성하여 그 위력이 능히 강호일절(강호일절)이라 할 만 했다. 조자건은 그들이 채 땅에 내려서기도 전에 출수를 했다. 지금 그의 마음은 살기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그것을 발산 하지 않았다가는 그 자신이 그 살기에 질식해 버리고 말 것이 다. 쾌애액! 그의 나무막대는 마치 죽음을 부르는 뇌전(뇌전)처럼 무시무 시한 속도로 쏘아져나갔다. 수신오위 다섯 사람은 한 눈에 그 검세속에 담긴 막강한 힘 과 살인적인 기운을 감지해 내고 안색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그들은 미처 진세(진세)를 갖출 여지도 없이 황급히 몸을 날 려 일단 조자건의 가공할 공세를 피하려 했다. 하나 조자건의 공세는 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빨랐다. 빠악! 괴이한 음향이 흘러나오며 수신오위중 가장 신법이 떨어지는 호위(호위) 양중신(양중신)이란 인물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나 무막대에 머리를 정면으로 강타당하고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양중신의 무공은 오대호법중 누구와 겨루워도 손색이 없는데 조자건의 일초를 감당하지 못하고 죽고 만 것이다. 다른 네 사람은 경악과 공포로 안색이 새파랗게 질린 채 허 겁지겁 그를 향해 손을 내뻗었다. 꽈르르릉! 그들의 손에서 여덟 줄기의 매서운 강풍이 쏘아져 나왔다. 하나 그때 조자건은 그들을 덮쳐가며 팔방풍우와 풍소낙엽, 횡강절두의 세 초식을 연거푸 펼쳐내고 있었다. 쏴아아아.... 마치 수 천개의 칼날이 동시에 날라오는 듯한 착각이 들었 다. 장내의 어디를 둘러보아도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시퍼런 나무막대의 그림자뿐이었다. 그 엄청난 나무막대의 공세앞에 사위(사위)가 펼쳐낸 여덟 가닥의 강풍은 폭풍앞의 산들바람에 불과했다. 콰콰쾅! 폭음이 울리며 처절한 비명소리가 연거푸 터져나왔다. "크아악!" "케엑!" 표위(표위)와 응위(응위)가 각기 옆구리와 가슴팍이 피떡이 된 채 오 장이나 날아갔다. 한 눈에 보아도 그들이 즉사했음을 알 수 있었다. 간신히 살아남은 용위(용위)와 랑위(낭위)는 사색이 된 채 전력을 다해 뒤로 물러나고 있었다. 하나 살기에 가득 찬 나무 막대는 그들마저 용서하지 않았다. 휘이익! 나무막대가 허공에서 기이한 호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그들의 얼굴에 죽음의 그림자가 가득 떠올랐다. 그 속도와 방위는 그들로서는 도저히 막을 수도 피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용위와 랑위가 마지막으로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나무막대가 날아오는 모양이 꼭 시시한 복마검법중의 개창망월을 닮았다는 것 뿐이었다. 죽는 순간에도 그들은 우스운 생각이 들었다. 이런 천하무적의 절초를 개창망월 따위와 비교했다니...우리 들이 어찌 개창망월에 죽을 수 있단 말인가? 퍽! 퍽! 두 개의 둔탁한 음향이 들리며 그들의 머리는 수박처럼 박살 이 난 채 사방에 질펀한 뇌수를 흩뿌렸다.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의 시선은 불신과 공포에 가득 찬 채 피바다속에 우뚝 서 있는 조자건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자건이 그들을 향해 날아가서 다섯 사람을 모두 쓰러뜨릴 때까지 겨우 숨 한 번 내쉴 시간밖에는 소요되지 않았다. 그 짧은 순간에 절정고수 다섯 명이 제대로 대항조차 해 보지 못 하고 모두 피를 뿌리며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것은 실로 전혀 뜻밖의 일이었다. 수신오위의 무공은 설사 당년의 화군악이 온다 해도 이처럼 쉽게 허물어질 정도로 약한 것이 아니었다. 신문병 조차도 그 들을 쉽게 이긴다고 장담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들은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하고 너무도 맥없이 조 자건의 손에 당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조자건의 무공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그의 무공이 지금 급작스럽게 높아졌다고 생각할 것이다. 확실히 조자건에게는 그런 점이 보였다. 사실 지금까지 조자건은 성격적으로 정정당당하고 대의(대 의)를 추구하는 면이 농후했다. 따라서 그가 시전하는 무공도 되도록이면 살상(살상)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전개되고는 했었 다. 그런데 전귀와 악붕같은 초절정고수들과 거듭된 흉험한 격전 을 하고 절친한 친구인 진표의 비참한 죽음을 목격하게 되자 그의 마음속에는 예전에 없던 강한 살심(살심)이 들끓어 올랐 다. 그 살심은 그의 무공중에서 가장 취약했던 살기(살기)를 보 완해 주었기 때문에 그의 무공이 갑자기 향상된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다시 말하면 그가 지닌 헛점중 성격적으로 충후(충후)했기 때문에 발생했던 몇 가지 헛점들이 그가 강한 살심을 품음으로 해서 저절로 해소되었다는 것이다. 절정(절정)의 검객이 되려면 비정(비정)한 마음을 갖고 있어 야 한다는 말이 있다. 무사(무사)는 절대로 다정하면 안되는 것이다. 최소한 다른 사람과 싸울때만큼은 천하에 둘도 없는 비정한 인간이 되어야 한다. 적에게 인정(인정)을 가지게 되면 손이 느려지고 결국 절정 의 무공을 시전하는데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조자건의 무공은 또 다른 경지에 접어들었 다고 할 수 있었다. 수신오위의 다섯 사람을 모두 쓰러뜨린 후에야 조자건은 마 음속의 살기를 어느 정도 억제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주위에 널려진 다섯 구의 처참한 시신을 내려다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이렇게 독한 살수(살수)를 쓰다니...' 그때 한 사람이 그의 앞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신문병은 그의 이 장 앞으로 다가와서 우뚝 서며 차가운 음 성으로 말했다. "정말 굉장한 솜씨로군. 게다가 독한 솜씨야...자네가 조자 건인가?"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당신이 신문병이오?" "노부가 바로 조마 신문병이다. 그리고 지금은 집마부를 통 괄하고 있지." 조자건을 응시하는 신문병의 눈은 독수리의 그것처럼 날카롭 게 번뜩이고 있었다. "노부는 너처럼 기세가 센 사람을 두 번째 보았다. 너는 마 치 당년의 화군악을 보는 것 같다." 조자건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신문병은 그를 빤히 주시하고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무림에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우리 쌍마는 화군악에게 도전 했었다. 결과 악붕은 구 초만에 패하고 나는 십 오초를 버텼 다. 하지만 우리는 죽지 않고 살아 나올수 있었지. 너는 그 이 유를 아느냐?" "모르오." 신문병의 눈가에 흐르는 기광이 더욱 짙어졌다. "그것은 우리가 그에게 오 년내로 그에 필적(필적)하는 고수 를 키워 반드시 복수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화군악은 무 공에 미친 승부사(승부사)이기 때문에 자신의 적수가 생긴 다 는 말에 우리를 죽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비사(비사)였다. 사 년전, 화군악이 천하제일의 고수에 올랐을 때 많은 무림 인들이 쌍마를 욕했다. 이유는 그들이 화군악의 비무첩을 받을 것이 무서워 꽁무니를 뺐다는 소문이 들렸기 때문이다. 강호무림의 최고고수가 죽음이 두려워 싸워보지도 않고 도망 쳤다는 것은 무림인들에게는 치욕스러운 일이었다. 하나 진상은 그러하지 않았다. 쌍마는 결코 죽음이 두려워 피한 졸장부들은 아니었다. 그들은 마도의 제일고수들이며 천하마도인(천하마도인)들의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런 그들이 어찌 죽음 따위를 무서 워 하겠는가? 그들은 비무첩을 받기도 전에 화군악을 먼저 찾아갔었다. 그곳에서 그들은 합공(합공)을 할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어 쩌면 승리를 낚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화군악을 찾아간 것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그렇게 승리를 얻었더라도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 다. 하나 그들은 정정당당히 일대일의 승부를 고집했다. 대신에 하나의 조건(조건)을 내걸었다. 만약 자신들이 패하면 반드시 오 년안에 그에게 대항할 수 있는 절정고수를 키우겠다는 것이었다. 화군악은 쾌히 승락을 했다. 비무의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그들은 둘다 최선을 다했으나 패하고 말았다. 화군악은 그들의 약속을 믿고 그들을 죽이지 않았다. 때문에 그들은 화군악과 겨루워 목숨을 건진 최초이자 유일 한 인물들이 된 것이다. 화군악에게 패한 후 그들은 절치부심하여 인재를 찾아 천하 를 뒤지고 다녔다. 하나 화군악과 필적할 만한 기재는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발 견할 수가 없었다. 설사 그만한 기재를 발견한다고 해도 불과 오년만에 어떻게 화군악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그 오년동안 화군악의 무공은 또 얼마나 발전할 것인 가? 그때 그들은 생각했다. -일인(일인)의 힘으로 화군악을 능가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강호제일의 집단을 만들어 그에게 대항하리라. 마도최고의 집단인 집마부는 실로 이러한 그들의 염원에 의 해 탄생된 것이다. 쌍마는 때로는 회유로 때로는 협박으로 고수들을 포섭해서 단시일내에 강호최고의 마도집단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그때 신문병은 우연히 과거 청성연기사가 만들었다는 전설의 조마경을 발견했다. "조마경을 발견한 노부는 뛸듯이 기뻐했다. 이것이라면 충분 히 화군악을 꺾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지. 그래서 제법 기재 (기재)가 출중한 위불군을 제자로 삼아 조마경으로 화군악을 꺾게끔 했다." 신문병의 얼굴이 갑자기 딱딱하게 굳어지며 눈가에 스산한 빛이 감돌았다. "그런데 그 놈은 무림대회의 결승에서 조마경을 쓰지 않아 패하고 말았다. 무림대회에서 반드시 우승해서 화군악을 물리 쳐야만 하거늘 그 놈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우리의 염원을 스 스로 저버렸던 것이다." 신문병은 잠시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가 다시 조자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모습은 다시 침착과 안정을 되찾은 것 같았다. 조자건을 바라보는 눈빛에 한 줄기 담담한 빛이 흘러나왔다. "사실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이기도 하다. 조마경같은 마물(마 물)을 이용해 승리를 거두었더라면 떳떳한 기분은 아니었을 것 이다. 너는 노부가 보기에 화군악에 필적할 수 있는 당금무림 의 유일한 인물이다. 너는 화군악과 겨룰 의향이 있느냐?" 조자건은 물론 의향이 있었다. 의향뿐만 아니라 그것은 그의 필생(필생)의 염원이기도 했 다. 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으나 신문병은 그의 얼굴에서 그 의 마음을 읽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너라면 악붕이나 나도 기대를 해 볼만 하겠다. 하지만 결코 자만하지 마라. 너는 과거의 화군악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사 년간 그가 얼마나 더 발전했는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 다. 네가 그와 대등한 수준에 오르려면 적어도 일 년(일년)이 란 시일이 더 소요될 것이다." 그의 음성은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를 대하는 듯 부드럽고 자 상하기 조차 했다. "그러니 너는 일 년내로는 절대로 화군악과 겨뤄서는 안된 다. 만약 그가 너를 찾아온다 해도 일단은 피해야 한다. 그래 야 후일을 기약할 수 있다." 조자건은 그의 태도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 지 잠시 망설였 다. 그는 신문병이 피땀을 흘려 세운 집마부를 거의 송두리째 뒤 흔들어 놓았다. 뿐만 아니라 그의 오랜 친구이며 함께 집마부를 세웠던 악붕 을 살해한 인물이었다. 그런데도 신문병의 태도는 마치 오랜 정성끝에 키운 제자를 처음 무림에 출도시키는 사부처럼 진중(진중)하고 온화했다. 어쩌면 신문병은 조자건을 통해 자신의 염원을 달성하는 것 으로 이미 만족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가 적이든 친구든 상관없이 화군악을 물리칠 상대가 있다 는 것만으로도 그는 흥겨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신문병은 모든 것에 초연한 모습이었다. "노부의 말을 명심해라. 화군악과 싸우게 되면 절대로 그의 기세에 눌려서는 안된다. 그의 기세는 실제로 그와 겨뤄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가공한 것이다. 그래서 대부 분의 고수들은 그와 겨루기도 전에 기세에 압도당해 제대로 대 항조차 하지 못한다." 그는 기이한 빛이 일렁이는 눈으로 조자건을 바라보았다. "앞으로 일 년동안은 오직 무도에만 전념해야 한다. 네가 스 스로의 무도상(무도상)을 확고하게 정립한 후에야만이 비로소 화군악과 자웅(자웅)을 겨뤄볼 수 있다. 그 전에는 어림도 없 다."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신문병은 각별한 시선으로 그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다가 갑자기 뒷짐을 풀며 앞으로 한 발 나섰다. "이제 너같은 고수를 보았으니 노부에게는 한 가지 염원만이 남아 있다." 그의 음성은 냉정할 정도로 침착했다. "악붕과 나는 비록 같은 날 태어나지는 못했지만 한 날에 죽 기로 약속을 했었다. 그가 오늘 죽었으니 나도 오늘 죽고 싶 다. 그리고 이왕이면 미래의 천하제일고수의 손에 죽고 싶다." 조자건은 말없이 신문병을 바라보았다. 신문병의 눈빛은 티하나 없이 맑고 깨끗했다. 그에게는 죽음을 두려워 하는 빛도, 형제처럼 친한 아우가 죽은 슬픔도, 분노도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소망을 이루고 이제 더 이상 이 세상에 아무런 여한도 없는 사람처럼 한없이 담담한 모습뿐이었다. 조자건은 차마 그의 마지막 염원마저 무너뜨릴 수가 없었다. 신문병과 악붕은 모두 진정한 마인(마인)들이었다. 그들은 각기 자신이 추구한 바를 위해 최선을 다한 인물들이 었다. 죽어가는 순간에도 졸장부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했던 악 붕...아우를 살해하고 자신이 피땀흘려 일으킨 집단을 뿌리째 뒤흔들어 놓은 최대의 적(적)을 단순히 화군악과 겨룰 수 있다 는 한 가지 만으로 모든 감정을 풀어버리는 신문병... 이들은 결코 간악한 술수(술수)를 쓰는 효웅(효웅)이나 뒤에 서 남을 헐뜯는 소인배들과는 전혀 다른 마도인들이었다. 최소한 그들은 자신의 영혼앞에 떳떳할 수 있는 것이다.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늘어뜨린 채 신문병의 앞으로 다가왔 다. 신문병은 이미 양 손에 공력을 가득 돋운 채 기다리고 있다 가 그가 가까이 오자 전력을 다해 양손을 휘둘렀다. "천마영세(천마영세)!" 그의 갈쿠리같이 모아진 손이 번개처럼 뻗어오며 천마십팔조 중의 가장 무서운 초식이 뿜어져 나왔다. 조자건은 그 손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다만 신문병의 눈을 물끄러미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신문병의 눈은 그를 보면서 웃고 있었다. 그 웃음속에는 믿음과 격려가 담겨 있었다. '잘하게...후배!' 조자건의 눈가에도 엷은 웃음이 떠올랐다. '난 최선을 다할거요....선배!' 두 사람의 웃음이 서로 마주쳤다. 그 순간 조자건은 출수를 했다. 조자건이 떠나간 후 지부수사 갈홍립은 육진천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부주(대부주)는 왜 죽는 순간에 그토록 미친 듯이 웃었을 까요?" "그 늙은이 마음속을 누가 알겠는가?" "아뭏든 이것으로 집마부는 우리의 수중에 들어왔군요." 육진천은 눈을 빛내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한 가지 일이 남았네." 갈홍립은 흠칫 놀라 급히 물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위불군. 그가 돌아온 다음에 그로 하여금 조자건을 살해하 게 하고 마지막으로 그를 제거해야 하네. 그래야 집마부를 완 전히 우리 손아귀에 넣게 되는거지." 갈홍립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위불군이 돌아오기만 하면 일은 거의 성사된 것이 로군." 육진천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지." 갈홍립도 음산한 웃음을 터뜨렸다. "흐흐흐..." 두 사람은 서로 마주본 채 득의에 가득 찬 미소를 날렸다. 제48장 이별지야(이별지야) 일, 회생(회생) 그는 그 자리에 꿈쩍도 않고 앉은 채 벌써 몇 시진째 계속 수중의 뭉툭한 금속막대만 쓰다듬고 있었다. 주위에는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래도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앉아 있었다. 그는 약간 마른 몸매에 훤칠한 키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손은 남자의 손 치고는 길고도 갸름해서 예민해 보였 다. 그는 그 예민한 손으로 금속막대를 끊임없이 어루만졌다. 어찌보면 그 일에 자신의 심혼(심혼)을 내건 사람같아 보이 기도 했다. 그를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왜 저처럼 쓸데없는 일에 시간 과 정력을 낭비할까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아는 사람이 보았다면 그가 하는 일이니만큼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스슥... 볼품없는 회색빛 금속막대기를 쓰다듬는 그의 모습은 진지함 을 넘어 차라리 장엄해 보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지 그 금속막대의 크기는 조금씩 줄어들고 있었다. 그가 손으로 쓰다듬을 때 마다 거의 느낄 수 없을 만큼 미약 하나마 금속막대의 표면이 아주 조금씩 없어지는 것이다. 녹아내리는 것도 아니었고 가루가 되어 바닥에 떨어지는 것 도 아니었다. 그냥 완전히 증발(증발)해 버리는 것이다. 그 금속막대가 천하에서 가장 단단한 은정지모로 만든 것임 을 아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이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 다. 하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그 일은 밤을 지나 새벽동이 훤히 터오를때 까지 꼬박 계속 되었다. 그리고 아침이 되었을 때 금속막대의 크기는 어제 밤에 비해 서 확연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아침의 양광(양광)이 눈을 찌르자 그제서야 화군악은 그 금 속막대를 손에 들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다음 몸을 돌려 어디론가로 사라져갔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이제 모두 다했다. 나머지는 이제 하늘 에 맡기는 수 밖에 없다." 난자림은 냉정한 음성으로 말한 후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 다. 서문금룡은 우두커니 그의 뒷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가 그가 사라지자 급히 시선을 돌려 침상위에 누워 있는 모용수를 바라 보았다. 모용수의 안색은 시체처럼 창백했다. 그는 그야말로 죽다가 살아났다. 아니, 그의 목숨은 반쯤 죽 었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대마산수에 가슴뼈가 뭉개지고 옆구리를 장검에 관통당한 데 다가 심맥이 흩어져 대라신선이 와도 살릴 수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용수는 살아 있었다. 이것은 순전히 약성 난자림의 신묘한 의술 때문이며 서문금 룡도 그 점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다. 난자림은 최선을 다해 주었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목숨은 비록 살아날 수 있었지만 모용수는 혼자서는 제 자리 에서 일어날 수도 없는 처량한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의 몸은 도저히 예전과 같이 민첩하고 활력있게 움직여 줄 것 같지가 않았다. 난자림도 그 점에 대해서는 비관(비관)적인 말을 했다. -앞으로 너는 절대로 무공을 써서는 안된다. 만에 하나 무리 하게 진기(진기)를 끌어올리다가 심맥을 건드리기라도 하는 날 에는 내가 아니라 죽었던 화타(화타)가 다시 나타난다 해도 너 를 살릴 수는 없다. 난자림은 자신의 상태를 묻는 모용수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 보며 이렇게 말했던 것이다. 그때 모용수의 낮빛은 유달리 창백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