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태극문 - 73편 (73/87)
이곳이 바로 당금강호의 마도를 석권한 집마부의 총본산이었 다. 조자건은 축융봉의 정상에 우뚝 선 채 눈아래 내려다 보이는 집마부의 거대한 위용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안 어딘가에 자신의 유일한 친구인 진표가 있다고 생각하 니 그의 마음은 잔잔하게 격동되었다. 진표를 잊을 수는 없었다. 그의 불행(불행)은 오직 단 하나, 자신과 친구였다는 것때문 에 시작된 것이었다. 그것이 조자건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자신때문에 그가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 그는 평생 마음의 빚 을 지고 살아야 할 것이다. '제발 살아만 있어주게, 진표...' 조자건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염원했다. '살아있기만 한다면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네를 구해주 겠네!' 조자건은 이렇게 외치며 축융봉 아래로 몸을 날렸다. 집마부의 총단은 광활한 면적에 걸쳐 자리잡고 있었다. 그 넓은 곳에서 지하감옥을 찾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 다. 그래서 조자건은 가장 단순한 방법을 사용했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가장 단순한 것일수록 때로는 다른 어떤 것보다 더욱 효과가 뛰어날 수도 있다. 그가 사용한 방법은 정면돌파(정면돌파),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달라붙는 소소(소소)의 몸을 밀어내며 눈을 살짝 찌푸 렸다. "무슨 일이냐?" 그의 음성은 굉량하기 그지 없었다. 침상밖에는 한 사람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는 푸른 청삼을 입고 체구가 당당한 중년인이었다. 젊었을 적에는 많은 여인의 환심을 샀을 만한 수려한 용모를 지니고 있었다. 청삼중년인은 그를 바라보며 정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누군가가 외삼관(외삼관)을 뚫고 내부로 진입했습니다." 침상위의 인물은 무척 털이 많은 사람이었다. 세상에서 그보다 더 몸에 털이 많이 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이다. 머리 뿐만 아니라 팔과 다리, 가슴, 심지어는 등에도 털이 수북히 나 있었다. 더구나 그는 유달리 팔이 길어서 그를 보고 있으면 마치 아직 진화가 덜된 원숭이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하나 그의 앞에서 아직 그런 말을 한 사람은 없었다. 그의 비위를 건드릴 담량을 가진 사람은 아직 세상에는 존재 하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침상에서 일어나 앉았다. 그는 몸에 옷을 전혀 걸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몸이 송두 리째 드러났으나 가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런 것에는 아예 신경도 쓰지 않는 성격의 소유자같았다. 그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오직 여색(여색)과 살인(살인) 뿐 이었다. 그는 청삼중년인을 바라보며 다시 물었다. "그 놈이 누구냐?" 청삼중년인은 그가 알몸으로 우뚝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도 조금도 눈쌀을 찌푸리거나 이상한 표정을 보이지 않고 담담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것은 그가 침착하고 냉정한 성격의 소유자라는 것을 나타 내 주고 있었다. "조자건입니다." 그는 짤막하게 대답했다. 그 순간 두 가지 일이 일어났다. 털복숭이의 발 아래 누워 있던 소소가 불에 데기라도 한 듯 펄쩍 뛰어 일어났으며, 동시에 그의 눈에서 무시무시한 안광이 폭사해 나왔다. "누구라고?" 청삼중년인의 음성은 물흐르듯 고요했다. "찾아온 인물은 본부(본부)에서 추살령을 발동했던 조자건입 니다." 소소는 안색이 대변해서 털복숭이를 쳐다보았다. 하나 털복숭이는 돌연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 그의 웃음소리가 어찌나 우렁찼던지 그들이 있던 누각이 송 두리째 뒤흔들렸다. 소소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귀를 틀 어막았다. 다행히 그의 웃음은 금새 그쳤다. 털복숭이는 거짓말처럼 웃음을 뚝 그친 채 입가에 스산한 미 소를 떠올렸다. "재미있는 놈이로군. 그 놈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제가 보았을때는 내당(내당)의 당주인 잔결앙신(잔결앙신) 이 그를 막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의 무공으로 보아 내당 을 돌파하고 지금쯤 형당(형당)안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릅니 다." 털복숭이는 잠시 허공을 노려보고 있다가 불쑥 입을 열었다. "그 놈을 그곳으로 유인해라." "그곳이라면..." "필살옥(필살옥)." 청삼중년인의 눈꼬리가 처음으로 파르르 떨렸다. "필살옥이라면 그 악마(악마)...." 털복숭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이곳을 단신(단신)으로 쳐들어 온 것으로 보아 그 놈도 상당히 미친 놈같다. 두 미친 놈이 서로 싸우는 것을 보 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청삼중년인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만약 그 자가 그곳마저 뚫고 나오면 그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털복숭이는 고리눈을 부릅떴다. "절대로 그럴리는 없다. 그놈은 죽었다 깨어나도 그 악마의 검(검) 아래에서 살아나지 못한다." 그 음성에 실린 강력한 힘은 청삼중년인의 입을 다물게 했 다. 문득 털복숭이의 눈가에 악독한 살기가 피어올랐다. 이어 그 의 입을 뚫고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음성이 흘러나오자 청삼중 년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만에 하나 그 놈이 그곳을 살아나온다면 내가 친히 그 놈을 갈기갈기 찢어 죽여주겠다." 청삼중년인은 가느다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그 자로서는 차라리 그 안에서 죽는게 더 낫겠군 요." 털복숭이는 예의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그렇다.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의 광소는 한참이나 계속되었다. 그 바람에 간신히 정신을 차렸던 소소는 더 이상 견디지 못 하고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조자건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주변은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 외다리에 외팔을 한 잔지괴인(잔지괴인)을 물리치고 감옥으 로 보이는 장소로 들어온지가 상당히 되었는데 아무도 그의 앞 을 가로막는 사람은 없었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그는 집마부의 수뇌급 인물로 보이는 절 정고수들을 일곱 명이나 격살했다. 그것이 아마 그들을 두렵게 만들었을까? 하지만 조자건은 결코 그렇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집마부는 이미 그에게 수십 명의 고수들을 살해당했다. 그런 데도 그들은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조금도 멈출줄을 모르고 그에게 덤벼들고는 했다. 그들이 한동안 침묵을 지키는 것은 무언가 흉계를 꾸미고 있 음이 분명했다. 그 흉계가 무엇인지 조자건은 자못 궁금해졌다. 조자건은 천천히 길게 뻗은 통로를 걸어갔다. 이곳이 감옥인 것은 분명했다. 감옥 특유의 쾌쾌한 이끼 냄새와 곳곳에 뚫려있는 좁다란 밀 실(밀실)들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밀실들은 모두 텅텅 비어 있었다. 그것도 금새 비워진 것이 아니라 이미 상당히 오랜 시간동안 아무도 묶지 않았던 듯 거미줄과 먼지가 수북히 쌓여 있었다. 조자건은 밀실들을 하나 하나 확인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러다가 문득 그의 발이 멈춰졌다. 통로는 끝나 있었다. 통로의 마지막 부분은 막다른 벽이었다. 그리고 그 벽의 한 쪽에 커다란 철문(철문)이 있었다. 그 철문은 어찌나 오래되었는지 잔뜩 녹이 슬어 금시라도 부 서질 것 같았다. 하나 조자건은 녹 아래로 거무틱틱한 빛이 보이는 것을 놓치 지 않았다. 이 철문은 비록 만든지는 오래 되었으나 천하에서 가장 단단 한 만년한철(만년한철)로 만든 것임이 분명했다. 이곳에 혹시 진표가 있지 않을까? 조자건은 철문으로 다가갔다. 기이하게도 문고리나 문을 여는 어떤 장치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철문을 힘껏 밀어 보았다. 신기하게도 꿈쩍도 않을 것 같던 철문이 삐꺽 소리를 내며 조금 열렸다. 그것은 사람 하나가 간신히 통과할만큼 좁은 너비였으나 조 자건은 주저하지 않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쿠쿵! 그가 들어가자 철문은 굉음을 내면서 굳게 닫혀 버렸다. 조자건은 조금도 두려워 하지 않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이곳은 하나의 커다란 석실이었다. 반경이 거의 십 장에 가까웠는데 다른 밀실들과는 달리 거미 줄이나 먼지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어디선가 퀘퀘한 악취(악취)가 흘러나왔다. 조자건은 눈을 빛내며 석실의 한쪽 구석을 바라보았다. 있었다. 어두컴컴한 석실의 한쪽 귀퉁이에 하나의 산발괴인이 앉아 있었다. 악취는 바로 그 괴인의 몸에서 나는 것이었다. 괴인이 입고 있는 옷은 어찌나 오래되고 낡았던지 도저히 옷 이라고 부르기에는 민망한 것이었다. 옷밖으로 드러난 괴인의 손과 발은 입고 있는 옷 만큼이나 더러운 것이었다. 게다가 피부가 쩍쩍 갈라져 있어 사람의 손발같지가 않았다. 괴인은 허리까지 내려오는 머리를 산발한 채 두 눈을 감고 있어 용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괴인의 무릎팍위에는 하나의 장검이 놓여져 있었다. 조자건은 천천히 괴인에게 다가가다가 눈을 번쩍 빛냈다. 산발괴인의 오른쪽 소매가 이상하게 허전한 것을 발견한 것 이다. 이제보니 산발괴인은 오른팔이 잘려나간 외팔이였다. 외팔이 산발 괴인! 그는 대체 누구이기에 집마부의 이런 컴컴한 감옥에 갇혀 있 단 말인가? 바로 그때 산발한 괴인의 머리카락 사이로 두 개의 푸르스름 한 인광(인광)이 폭사되어 나왔다. 그것은 인광이 아니었다. 괴인의 두 눈이었다. 한데 사람의 눈빛이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그 푸르스름하고 귀기(귀기)어린 눈빛을 보자 천하의 조자건 도 왠지 섬뜩함을 느꼈다. 그것은 결코 정상인의 눈빛이 아니었다. 순간 괴인은 훌쩍 몸을 일으켰다. 그의 몸을 일으키는 동작은 몹시 특이했다. 분명 무릎 아래는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마치 누군가가 허공 에서 그를 잡아 일으킨 듯 스윽 일어선 것이다. 조자건은 한 눈에 그것이 이미 오래전에 절전된 것으로 알려 진 마도제일(마도제일)의 신법인 부신약영(부신약영)임을 알아 보았다. 산발괴인의 왼손에는 어느 새 무릎팍에 놓여졌던 장검이 쥐 어져 있었다. 문득 산발괴인의 입에서 괴이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키키키키..." 그것은 도저히 인간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할 수 없는 음독하고 광기(광기)어린 것이었다. 동시에 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인광이 더욱 짙어지더니 한 줄기 싸늘한 기세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것은 조자건으로서도 처음보는 가공할 무형지기였다. 조자건은 자신도 모르게 수중의 나무막대를 힘껏 움켜 잡았 다. 순간, "조립산....죽어랏!" 외팔이괴인은 악랄한 괴성을 날리며 수중의 장검으로 조자건 을 찔러왔다. 조자건은 괴인의 괴성에 놀라 몸을 굳혔다.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자신의 형의 이름을 설마 이런 곳에 서 듣게 될 줄이야..... 조자건을 조립산으로 오인하고 살검(살검)을 휘두르는 외팔 이괴인! 그의 정체는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2부 2권 끝> 제46장 환우쌍마(환우쌍마) 일, 살검(살검) 쾌애액! 마치 허공이 찢어지는 듯한 음향이 터져나왔다. 외팔이괴인의 일검은 조자건으로서도 처음 겪어보는 살인(살 인)적이 것이었다. 더구나 그것은 수비는 전혀 생각을 하지 않 고 오직 상대를 죽이겠다는 광기어린 공격이어서 더욱 위력적 이었다. 조자건은 옆으로 이 장쯤 몸을 날렸다. 그 정도 거리면 상대의 공세를 충분히 피할 수 있는 거리였 다. 한데 그렇지 못했다. 외팔이괴인의 장검은 어느 새 이 장 거리를 이동하여 그의 미간으로 거의 육박해 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처음부터 그 가 그쪽으로 움직일 것을 예상하고 미리 앞질러 공격한 듯한 모습이었다. 할 수 없이 조자건은 반룡등공(반룡등공)의 신법으로 허공에 서 몸을 비틀어 다시 삼 장을 이동했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상대의 검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반대방향으로 삼 장 이나 이동했건만 어느 새 그의 검은 조자건의 코앞으로 다가들 고 있지 않는가? 그것은 마치 그의 몸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허깨비와도 같 았다. 그제서야 조자건은 상대의 검세(검세)가 어떤 것인지 알아차 렸다. '이것은 부영수형검(부영수형검)이로군!' 사람이 몸을 움직이게 되면 아무리 경미한 움직임이라도 약 간의 바람을 일으키게 된다. 즉 미약하나마 주변의 공기가 파 동을 치게 되는 것이다. 그 미묘한 공기의 흐름을 따라 공격을 하는 것이 바로 부영 수형검이었다. 따라서 일단 이 부영수형검을 펼치게 되면 상대방이 제아무 리 빨리 움직이거나 신묘한 몸놀림을 보여도 검세는 끝까지 상 대를 따라가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이것을 유령검(유령검)이라고도 불렀 다. 마치 유령처럼 집요하게 사람을 따라다닌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 것이다. 조자건이 알기로 강호무림에서 최근의 백 년동안 이 검법을 익힌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뿐이었다. 그는 바로.... 조자건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수중의 나무막대를 휘둘러 정 면으로 맞서갔다. 그는 역벽화산의 식으로 외팔이가 내찌른 일검을 막으려했 다. 평상시라면 제아무리 막강한 고수의 검법이라도 이 역벽화산 에 충분히 격퇴가 되었다. 그런데 지금 외팔이괴인의 검끝은 역벽화산의 초식과 초식이 휘둘러지는 미묘한 틈새를 너무도 수월하게 뚫고 들어왔다. 스으읏.... 검이 움직이는 순간의 빈공간을 뚫고 조자건에게로 접근하는 검끝은 마치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 다가오는 독사의 머리 같았다. 조자건은 안광을 반짝인 채 검끝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다가 그것이 자신의 미간으로 거의 다가오는 순간 번개같이 나무막 대를 앞으로 찔렀다. 쾌! 일직선(일직선)으로 뻗어나간 나무막대의 끝은 정확하게 외 팔이괴인의 검끝과 허공에서 마주쳤다. 땅! 고막이 찢어지는 듯한 날카로운 음향이 터져나오며 외팔이괴 인의 몸이 움찔거렸다. 처음으로 그의 일검이 중도에서 차단당하고 말았다. 더구나 격돌의 순간 나무막대를 타고 한 가닥 무서운 진기가 흘러들어와 하마터면 검을 놓칠뻔 했던 것이다. "크카카카...." 외팔이괴인은 뒤로 물러나기는 커녕 오히려 괴소를 터뜨리며 조자건을 향해 덤벼들었다. 팟! 팟! 그의 하나뿐인 팔에 들린 검이 질풍처럼 휘둘러지며 차갑고 싸늘한 검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것은 마치 한여름날 창 공에서 피어오르는 뭉게구름처럼 급속도로 사방으로 확산되었 다. 그 속도와 위세는 그야말로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세차게 횡소천군(횡소천군)의 식으로 그어댔다. 파아아.... 구름이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토록 무시무시한 위세로 다가들던 검기의 구름이 쩌억 갈 라지며 그 사이로 외팔이괴인의 모습이 희미하게 드러났다. 조자건은 주저없이 그 틈새로 몸을 날렸다. 파앗! 어깨부근이 검기에 살짝 닿으며 옷이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하나 그때 조자건은 검기를 뚫고 들어가 나무막대를 휘두르 고 있었다. 쑤아앙! 그의 나무막대에서 거의 삼 장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검기가 뿜어나왔다. 그것은 거의 무인지경으로 장내를 휩쓸어버렸다. 파팡! 외팔이괴인이 펼쳐냈던 검기의 구름이 송두리째 무너지며 그 의 입에서 짤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으윽!" 그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오른쪽 옆구리를 나무막대에 강타 당했던 것이다. 그의 누더기같은 옷은 격돌의 여파로 인해 거의 부서져 나갔 고 나무막대에 격중당한 오른쪽 옆구리는 살이 시커멓게 죽어 있었다. 언뜻 보기에도 적어도 세 개 이상의 갈비뼈가 부서진게 확실 했다. 하나 그것은 오히려 외팔이괴인의 흉심(흉심)에 불을 지른 격이 되었다. 외팔이괴인의 눈에서 흘러나오는 푸르스름한 인광이 더한층 진해져서 이제는 아예 두 눈에 시퍼런 광채가 나는 보석을 박 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흉흉한 모습이 되었다. 외팔이괴인은 입에서 피를 질질 흘린 채로 조자건을 노려보 더니 돌연 수중의 장검을 허공으로 번쩍 치켜들었다. 그것은 마치 나뭇꾼이 도끼질을 하는 것처럼 엉성한 동작이 었다. 외팔이괴인이 장검을 도끼처럼 번쩍 치켜든 채 엉성한 모습 으로 다가오는 광경은 우습기조차 했다. 그런데 조자건은 그것을 보고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외팔이괴인이 한 발 한 발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일찍이 본 적이 없었던 살인적인 기운이 요동을 치며 일어나고 있는 것이 다. 그 기운은 실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악랄하 고 끔찍한 것이었다. 주위의 공기조차 싸늘해 진 것 같았다. 외팔이괴인은 마치 등에 만근의 거석을 짊어진 사람처럼 답 답할 정도로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었다. 조자건의 이마에 언제부터인지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는 출도한 이후 처음으로 상대의 공격에 어떻게 대항할지 망설이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상대의 가공할 기운은 점차 강해져서 그는 손조 차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패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먼저 반격을 가했다가는 저 엉성한 듯 쳐들려진 장 검이 떨어지며 상상을 초월할 살인적인 검세(검세)가 퍼부어질 것이다. 그 검세가 일단 발동되면 절대로 피할 수가 없다. 비록 자신이 최고의 속도로 상대의 목을 벤다 할지라도 그때 는 이미 상대의 검에 자신의 몸 또한 궤뚫리고 말 것이기 때문 이다. 이것은 그야말로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무지막지한 수법이었 다. 이와같은 동귀어진(동귀어진)수법은 강호의 무사들이라면 누 구나가 가장 꺼려하는 것이었다. 같이 대항했다가는 상대와 함께 비명횡사하고 만다. 그렇다 고 지레 겁을 먹고 피했다가는 상대의 치명적인 공세에 그대로 당하고 말 것이다. 이 초식의 이름은 아염인(아염인)이라 했다. 자기자신을 더러운 곳으로 끌어들인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이 초식은 자신의 목숨을 도외시한 채 반드시 상대를 베어넘기 고야 말겠다는 필살(필살)의 초식이었다. 매일립이 익혔던 파멸도가 자신보다 고강한 무공의 소유자에 게는 깨어지는 무공인 반면에 이 아염인은 절대로 깨어지지 않 는 무공이었다. 최악의 경우에도 상대와 동사(동사)할 수가 있었다. 그야말로 외팔이괴인과 같은 미치광이가 아니면 절대로 시전 할 수 없고 익힐 수도 없는 절대살검(절대살검)인 것이다. 조자건은 미동도 않은 채 그 자리에 우뚝 서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외팔이괴인은 계속 다가와서 이제 두 사람 의 거리는 채 일 장도 남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과 같은 절대 고수들에게는 그야말로 지척(지척)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조자건의 이마에 맺혀 있는 땀방울이 주르르 흘러내리며 그 중 한 줄기가 조자건의 눈속으로 들어갔다. 조자건의 눈이 무 의식중에 껌벅거렸다. 그 순간 외팔이괴인의 장검이 허공에서 수직으로 떨어져 내 렸다. 콰콰콰콰.... 검이 아니라 거대한 폭포가 떨어져 내리는 듯한 엄청난 굉음 이 울려나왔다. 주위의 모든 것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심지어 공기조차 갈라터지는 것 같았다. 조자건은 전신이 빙굴속으로 떨어지는 듯 주위의 공기가 급 격히 식어가는 것을 느꼈다. 동시에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무 자비한 기운이 허공을 가득 뒤덮으며 자신에게 퍼부어지는 것 을 알았다. 어디를 보아도 피할 곳은 보이지 않았다. 파아아아... 그의 옷이 엄청난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마구 찢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순간 조자건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그 가공할 기운속으로 사 력을 다해 뛰어들었다. 파르르르.. 조자건의 나무막대가 거센 물살을 가르며 전진하는 잉어처럼 팔딱팔딱 뛰었다. 어찌 나무막대가 생명이 있는 물체처럼 뛸 수가 있단 말인 가? 하나 그것은 엄연한 사실이었다. 마치 갓 잡아올린 생선처럼 팔딱팔딱 뛰는 나무막대는 질식 할 듯한 기운을 뚫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더니 돌연 나무막대의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졌다. 파라라라락! 마치 수십, 수 백개의 나무막대가 동시에 뛰놀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나무막대는 거의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사방을 무질서하게 날아가고 있었다. 그 무질서하게 사방을 마구 뛰어다니는 수 백개의 검광(검 광)은 급속도로 수축되더니 한 곳으로 집중되었다. 그것은 격 류를 거슬러 올라간 한 무리의 잉어떼들이 먹이를 향해 한 곳 으로 모여들고 있는 듯한 광경이었다. 꽝! 검광이 집중된 곳이 갑자기 뻥 뚫리며 환해졌다. 동시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싸늘해졌던 주위의 공기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조자건은 천천히 나무막대를 거두며 어느 한 곳을 바라보았 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곳에 하나의 물체가 쓰러진 채 꿈틀거리 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외팔이괴인이었다. 외팔이괴인의 가슴은 뻥 뚫린 채 검붉은 선혈을 폭포수처럼 뿜어내고 있었다. 가슴이 완전히 관통당해 주먹이 들락날락할 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그의 눈빛은 예전과는 다르게 푸르스름한 인 광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맑고 차가운 빛이 조금씩 되살아 났다. 외팔이괴인은 바닥에 누운 채 조자건을 올려다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조금전과같은 광기가 떠올라 있지 않 았다. "너...너는 누구냐?" 외팔이괴인의 입에서 나직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 음성은 비록 미약했으나 냉정하고 굿굿한 사나이다움이 담겨 있었다. 조자건은 그를 내려다보며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나는 조자건이라 하오." "조자건...처음 듣는 이름이군..." "나는 조립산의 동생이오." 순간 외팔이괴인의 몸에 가느다란 경련이 일어났다. "조...조립산의 동생이라고....? 나를 이긴 네가 조립산의 동생이라고?"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외팔이괴인의 얼굴에 격동하는 빛이 가득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