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무협지]태극문 - 67편 (67/87)

2026-09-23 17:59:50 조회 12
그토록 예리하게 빛나던 상심검은 이미 빛을 잃고 있건만 사 공척은 사력을 다해 그 검을 쳐들었다. 세 사람은 우두커니 선 채 그가 전신에 경련을 일으키면서도 악착같이 상심검을 머리위로 치켜드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나....나는 지지 않는다...!" 그는 절규하듯 부르짖으며 머리까지 쳐든 검을 내리쳤다. 그 검이 내리치는 방향은 궁아영쪽이었다. 궁아영은 슬쩍 몸을 돌려 검을 피했다. 사공척의 검은 맥없이 허공을 가르며 지나갔고 그의 몸은 짚 단처럼 바닥으로 쓰러졌다. 한데 그의 몸이 막 바닥에 닿으려할 순간이었다. 돌연 하나의 인영이 창문을 뚫고 장내로 날아들었다. 그 인영이 날아드는 속도가 어찌나 빠르고 경쾌했던지 장내 에 있는 세 사람은 모두 절세고수들이건만 한 줄기 흑영(흑영) 이 히끗거리는 것 밖에는 볼 수 없었다. 흑영의 손이 번뜩인다 싶자 장내에 희뿌연 연기같은 것이 자 욱 피어올랐다. "앗? 오독신무(오독신무)다...!" 과자옥의 입에서 놀란 경악성이 터져나왔다. 세 사람은 황급히 연기의 범위밖으로 몸을 날려 피했다. 찰나 흑영은 바닥에 쓰러진 사공척의 몸을 안고 그대로 천정 위로 날아올랐다. 흑영의 손에서 시퍼런 강기가 솟구쳐 올랐다. 콰아아.... 천정이 박살나며 허공으로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림과 동시에 흑영의 몸은 구멍을 통해 밖으로 사라지고 있었다. 흑영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사공척의 몸을 안고 천정을 뚫고 사라지기 까지는 눈 한 번 깜짝할 새에 불과했다. 그야말로 신기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절묘한 몸놀림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제기랄..." 과자옥은 이를 바드득 갈아붙이며 흑영이 사라진 곳을 향해 몸을 날리려 했다. 그때 궁아영이 손을 들어 그를 제지했다. "쫑을 필요 없어요. 그녀는 이미 멀리 떠났으니." 과자옥은 막 몸을 솟구치려다가 그녀의 음성을 듣자 몸을 멈 추고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라니...그럼 사공척을 구해간 자가 여인이란 말이오?" 궁아영은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당신은 코를 어디다 두고 다니는거에요?" 과자옥은 흠칫 놀라 코를 킁킁 거렸다. 과연 장내에는 미약하나마 그윽한 향내가 풍기고 있었다. 과자옥은 멋적은 웃음을 흘렸다. "갑작스런 일이라 조금 당황한 것 같소. 그런데 왜 쫑지 말 라는거요?" "나는 이미 그녀가 누구인지 정체를 파악했어요. 게다가 사 공척은 아마 죽거나 살아난다해도 폐인(폐인)에 불과할테니 더 이상 우리의 걱정거리는 되지 않아요." 과자옥은 그녀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향내를 맡고 그녀가 누구인지 안단 말이오? 그거 대단하구 료." 궁아영은 싸늘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았다. "나를 믿지 못하는거에요?" 과자옥은 급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있겠소? 나는 단지 사공척을 구해간 그 놀라운 신 법의 여인이 누구인지 궁금할 뿐이오." 궁아영의 두 눈에 기광이 번쩍였다. "이런 짙은 울금향(울금향)의 향수를 쓰는 사람은 오직 조추 음뿐이에요." "조추음? 그녀가 누구요?" "사공척의 사문 어른이에요. 자세한건 나도 몰라요." 과자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당신도 모르는게 다 있소?" 그녀의 눈꼬리가 치켜 올라가며 음성이 다시 싸늘해졌다. "자꾸 나를 놀릴거에요?" 과자옥은 싱겁게 히죽 웃었다. "그럴리가 있소? " 그는 그녀의 싸늘한 눈초리가 두려운 듯 급히 화제를 돌렸 다. "그런데 그 녀석을 해치운 것 까지는 좋은데 앞으로 다른 사 람들에게 뭐라고 말할 셈이오?" 사공척은 무적검수맹에서도 가장 중추적인 세력인 철검백건 대의 대장이었다. 게다가 그는 맹 내외(내외)의 전폭적인 신임 을 얻고 있기 때문에 그가 만약 갑작스럽게 실종되거나 변사체 로 발견된다면 한 바탕 소란을 피할 수 없었다. 궁아영은 이미 생각해 둔 것이 있는 듯 안색이 조금 누그러 지며 즉시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사공척은 사문(사문)의 부름으로 철검백 건대의 대장을 사퇴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고 말할 거에요." 과자옥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과연 절묘한 생각이로군. 그럼 그의 후임자는 결정해 두었 소?" 궁아영은 이번에도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아주 적합한 사람이 한 사람 있어요." 과자옥은 흥미가 이끌려서 자신도 모르게 불쑥 물었다. "그가 누구요?" 궁아영은 대답없이 손뼉을 두 번 쳤다. 짝짝! 그러자 밖에서 한 사람이 안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읍니까?" 바람처럼 장내에 들어와 정중한 태도로 포권을 하는 사람은 청의를 입고 기개가 헌앙한 준수한 미남자였다. 궁아영은 부드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 었다. "지금부터 이 사람이 철검백건대의 새로운 대장이에요." 과자옥은 의외의 사실에 놀라 두 사람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 다가 무언가를 느낀 듯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제보니 당신들은 이미 이런 일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있 었구료?" "사공척이 요즘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이상해서 만약의 경우를 생각해 대비했을 뿐이에요." 궁아영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으나 과자옥은 심상치 않은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당신들 혹시 이미..."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때 그녀가 버럭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생각은 그만하고 어서 당신 할 일이나 하세요!" 과자옥은 공연히 머쓱해져서 머리를 긁적였다. "알겠소. 그럼 뒷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소." 이어 그는 몸을 돌려 대청을 벗어났다. 하나 대청을 나오면서 그는 한 가지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이제 그녀에게는 새로운 노리개가 생겼다는 것을. 그것은 곧 자신은 더 이상 그녀의 침실을 출입할 수 없다는 것을 뜻했다. 그녀의 새로운 노리개의 이름은 소상검객 서문금룡이었다. 제42장 육합복마(육합복마) 일, 무결(무결) 칠흑같은 밤. 아무도 없는 텅빈 객방에 홀로 누운 채 멍하니 천정을 올려 다 보고 있는 기분은 참으로 얄궂은 것이었다. 더구나 창문밖 으로 비라도 내려준다면 더 말할 나위 없으리라. 쏴아아... 밖에는 과연 비가 내리고 있었다. 조자건은 침상에 편안하게 누운 채 빗물이 바닥에 튀기는 소 리를 듣고 있었다. 그는 그대로 공상에라도 잠겨 있고 싶었으 며 그러다가 졸리면 그대로 잠들고 싶었다. 그런데 그럴 수가 없었다. 똑똑... 누군가가 그의 방문을 가볍게 두드렸기 때문이다. 원래 고생문이 훤한 사람은 쉬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법이다. 조자건은 한숨을 불어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들어오시오."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불쑥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머리에 방립을 깊게 눌러 썼는데 입고 있는 흑의는 비 에 흠뻑 젖어 있었다. 그는 천천히 방립을 벗었다. 드러난 얼굴을 보자 조자건의 눈이 더 이상 빛날 수 없을만 큼 강렬하게 반짝였다. "당신은 철독행이로군."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바로 나요." 비를 맞으며 그를 찾아온 인물은 뜻밖에도 구환도 철독행이 었다. 그는 이번 무림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선풍을 일으키며 그야 말로 혜성처럼 등장했었다. 그런데 돌연 결승전을 코앞에 두고 스스로 출전을 포기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의혹과 실망을 안겨 주지 않았던가? 그런 그가 대체 이토록 늦은 밤에 무슨 일로 조자건을 찾아 왔단 말인가? "앉아도 되겠소?" 철독행은 구석에 있는 의자를 가리켰다. "물론이오. 어서 앉으시오." 철독행은 의자에 가서 앉았다. 바닥은 그의 몸에서 흘러내리 는 빗물로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비에 젖은 흑의가 몸에 착 달라붙어 그의 강인한 몸매를 그 대로 드러나게 했다. 조자건은 그를 관심있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멀리서 본 적은 있었지만 이토록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 었다. 가까이서 본 철독행은 생각보다 왜소한 체구였다. 단지 별로 크지 않은 몸이 단단한 근육들로만 뭉쳐져 있어 날렵하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진하게 풍겨내고 있었다. 그 강인함은 얼굴에도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각진 턱과 우 뚝 솟은 콧날, 그리고 날카로운 빛을 번뜩이는 두 눈 등 어디 를 살펴보아도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올 것 같지 않은 단단한 모습이었다. 철독행은 불쑥 입을 열었다.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안할 것이 있어서 왔소." "무엇이오?" "당신과 비무(비무)를 하고 싶소." 참으로 이상한 일이었다. 일전에는 생사지간(생사지간)의 위급한 순간에 응천성이 불 쑥 나타나 비무를 하자고 하더니 오늘은 난데없이 빗속을 뚫고 찾아온 철독행이 비무를 하자고 하는 것이다. 조자건은 눈을 반짝 빛내며 그에게 물었다. "왜 나와 비무를 하고 싶다는거요?" 철독행의 대답은 간단했다. "당신이 강하니까." 조자건은 담담하게 웃었다. "이 세상에는 강한 사람이 많이 있소." "하지만 당신만큼 강한 사람은 별로 없소." 조자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데체 내가 그렇게 강하다고 확신하는 이유가 뭐요?" 철독행은 조자건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나는 이번 무림대회의 처음부터 당신이 싸우는 모습을 유심 히 살펴 보았소. 당신의 무예(무예)는 몹시 특이해서 나를 당 황하게 만들었소. 내가 살펴본 바로는 당신이 펼치는 무공들은 모두 강호무림에서도 가장 흔한 것들이었소. 당신은 그런 별볼 일 없는 무공으로 강호의 절정고수들을 격파했소." 조자건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소. 저런 무공으로 그와같은 위력을 발 휘한다면 실제로 당신이 숨기고 있는 절학들을 사용하면 얼마 나 그 위력이 강대할까 하고 말이오." 조자건은 쓴웃음을 날렸다. "내게 숨기고 있는 절학같은 것은 없소." 철독행은 물러서지 않았다. "있든 없든 마찬가지요. 당신이 그런 삼류무공으로 절정고수 들을 연파하는 한 당신의 무공은 언제까지고 신비스러울 수 밖 에 없는거요." "그래서 나와 비무를 하겠다는 거요?" 철독행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번 무림대회에 출전한 이유는 바로 강한 고수들과 비무를 하기 위함이었소. 중도에 당신을 비롯한 몇몇 고수들이 출전을 포기해서 나는 몹시 초조했었소. 나는 신중히 고려한 끝에 출전을 포기한 몇몇 고수들중 당신을 선택하기로 했소." "그렇다면 당신은 왜 무림대회를 중도에 포기한 것이오?" "나의 상대는 무형륜 위불군이었소. 하지만 그는 자신의 진 정한 무공실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니었소. 그는 오로 지 병기의 우월함으로 승리해왔던 것이오." 철독행의 음성에는 강한 사나이의 신념같은 것이 담겨져 있 어 듣는 이로 하여금 비장한 느낌을 갖게 만들었다. "나는 그가 사용하는 병기가 전설로만 알려진 조마경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병장기의 우세함을 내세우는 인물은 결코 내 목표가 아니오. 그래서 나는 무림대회를 중도에 포기할 수 밖 에 없었소.." 조자건은 철독행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비단 이해할 뿐만 아니라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강한 자와의 승부! 그것은 확실히 조자건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아니었던가. 어쩌면 철독행은 조자건의 또다른 모습인지도 몰랐다. 오직 강한 자와의 승부를 위해서 명성을 날릴 기회를 헌 신 짝 버리듯 하는 그의 모습은 최고의 무도를 위해 모든 것을 바 치는 자신의 모습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그리고 그런 자의 부탁을 어찌 거절할 수 있겠는가? 쏴아아.... 빗발은 더욱 굵어졌다. 조자건은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철독행을 바라보고 빙긋 웃 었다. "오늘에야 나는 빗속에서 싸우는 것에도 나름대로의 풍취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 이렇게 비를 맞고 있으니 마음이 아 주 평온해 지는구료." 철독행은 조금 긴장한 것 같았다. 그는 딱딱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으나 입을 열었을때 나 오는 음성은 의외로 부드러웠다. "확실히 그렇구료. 당신이 비무에 응해 주어서 고맙소." "글쎄....아마 당신이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내 가 당신을 먼저 찾아갔을거요." 두 사람은 허공에서 서로 마주본 채 씨익 웃었다. 철독행은 긴장이 많이 풀린 모습이었다. 긴장을 하고 있으면 몸이 굳어지고, 몸이 굳어지면 빠른 동 작이 나오지가 않는다. 그리고 빠른 동작을 펼칠 수 없으면 자 신의 실력을 마음대로 발휘할 수 없는 법이다. 조자건은 철독행의 몸이 완전히 정상을 되찾은 것을 보고서 야 눈을 빛낸채 입을 열었다. "그럼 슬슬 시작해 봅시다." 나이는 철독행이 더 많았는데도 대적(대적)하는 분위기나 자 세는 조자건이 훨씬 더 능숙해 보였다. 철독행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기이한 눈으로 조자건을 바라보 았다. 그는 문득 이 사람이 여느 고수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사람은 난데없이 불쑥 찾아온 생면부지의 인물을 꺼려하 지 않았을 뿐 아니라 비무를 하자는 무리한 부탁도 흔쾌히 승 락을 했다. 어쩌면 생사(생사)가 걸릴지도 모르는 결전의 순간 을 앞두고 상대의 긴장을 풀어주는 여유도 있었고, 결전이 임 박한 이 순간에도 조금도 흥분되거나 초조한 모습을 보이지 않 았다. 그것은 자신(자신)인가, 아니면 자만(자만)인가? '어쩌면.....' 철독행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동안 찾고 있었던 사람을 이제서야 비로소 발견했을 지 모른다.' 철독행은 심호흡을 했다. 그가 자신이 찾고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이제 곧 결판이 날 것이다. 만일 자신의 무결도(무결도)를 격파할 수 있다면 이 사람은 자신이 애타게 찾았던 바로 그 사람일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 다면.... 이 자는 오늘 반드시 자신의 칼아래 피를 뿌리며 쓰러지게 될 것이다. 그 순간 철독행은 출수를 했다. "차압!" 그의 입에서 한 소리 폭갈이 터져나오며 수중에 들린 구환도 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뽑혀 나왔다. 파아아... 끊임없이 떨어져 내리던 빗방울들이 강력한 도기(도기)에 부 딛쳐 사방으로 비산되었다. 조자건은 한 가닥 예리한 기운이 자신의 양 미간을 향해 짓 쳐드는 것을 느꼈다. 그는 슬쩍 옆으로 몸을 움직여 도기를 피 하며 수중의 나무막대를 앞으로 찔러갔다. 복마검법중의 일심향불 초식이었는데 나무막대가 앞으로 나 감과 동시에 떨어지던 빗발이 옆으로 쫘악 갈라져 일대장관을 연출해 냈다. "굉장한 검기(검기)구나!" 철독행은 한 소리 탄성을 내지르며 구환도를 급히 회수하며 질풍처럼 휘둘렀다. 딸랑...딸랑... 구환도에 걸린 아홉 개의 고리들이 부딪치며 야릇한 소성을 일으켰다. 그 소성은 빗소리에 섞여 듣는 이의 마음을 흔들리 게 하는 기이한 힘을 담고 있었다. 조자건은 주저없이 폭발치듯 다가오는 도기속으로 뛰어들었 다. 쏴아악! 마치 대나무숲에 바람이 스치는 듯한 음향이 들려오며 폭발 치는 도기가 급속도로 수축되었다. 철독행은 상대가 뿜어내는 기세에 자신의 도기가 채 반도 펼 쳐지지 못하고 수그러드는 것을 보고 두 눈에 신광(신광)을 번 뜩였다. 그는 수중의 구환도를 힘껏 움켜잡고 다가오는 조자건의 무 릎쪽으로 몸을 던지다시피하며 칼을 아래에서 위로 섬광처럼 쳐올렸다. 그것은 무결도중의 뇌공격추(뇌공격추)라는 초식이 었다. 이 초식의 무서운 점은 몸을 최대한 수그렸다가 활짝 펴며 그 탄력을 이용해 밑에서 위로 칼을 쳐올리기 때문에 그 속도 가 맹렬할 뿐 아니라 방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떤 초식이던지 아래에서 위로 전개하는 초식은 공격하기도 어렵지만 방비하기 또한 절대로 쉽지가 않았다. 그것은 이 공 격하는 각도가 인체에서 거의 사각(사각)에 가깝기 때문이었 다. 지금도 조자건의 무릎쪽에서 이마를 향해 폭사되어 오는 구 환도의 칼날은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조자건은 옆으로 피하거나 위로 몸을 날리지 않고 오히려 밑 으로 몸을 숙이며 나무막대를 태산압정(태산압정)의 식으로 위 에서 아래로 세차게 내리쳤다. 까깡! 나무막대와 구환도가 부딪쳤는데 어이없게도 불똥이 튀기며 요란한 쇳소리가 울려퍼졌다. 철독행은 손목이 부러지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뒤로 비틀거 리며 물러났다. 하나 구환도와 부딪쳐 허공으로 튕겨져 올랐던 나무막대는 어느 새 그의 콧등을 향해 쏘아져 오고 있었다. 실로 무시무시 한 일격이 아닐 수 없었다. 철독행은 그 일검이 복마검법중의 선인지로임을 보고 그 위 기의 순간에도 어이가 없었다. 도데체 시시한 선인지로의 초식 따위에 어찌 이런 가공할 위력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철독행은 황급히 철판교(철판교)의 신법으로 뒤로 몸을 뉘었 다. 쐐애액! 그의 얼굴위로 나무막대가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철독행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그의 동작이 조금만 늦었어도 그의 머리통은 나무막대에 의 해 박살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하나 철독행은 겁을 집어 먹기는 커녕 오히려 더욱 투지(투 지)가 끓어오름을 느끼고 몸을 벌떡 일으키며 구환도를 맹렬하 게 휘둘러댔다. 파파파파파.... 엄청난 도기가 폭풍치듯 일어나며 주위 사방이 온통 시퍼런 도기와 요란한 방울소리에 휘감겨 버렸다. 그토록 세차게 떨어 져 내리던 빗줄기조차 그 도기의 폭풍에는 접근조차 못하고 멈 춰 버린 것 같았다.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회수하며 그 맹렬한 도기의 폭풍이 자 신의 몸앞으로 다가올때 까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러다가 돌연 나무막대로 허공을 여덟 번이나 거푸 찔렀다. 쏵! 쏵! 쏵! 마치 바닷물이 갈라지는 듯한 음향이 흘러나오며 기경(기경) 스런 일어 벌어졌다. 그토록 엄청난 위세로 다가들던 도기의 폭풍이 여덟 조각으 로 갈라지며 그 안에 있던 철독행의 모습이 환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언뜻 철독행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지는 모습이 보였다. 조자건이 펼친 것은 분명 팔방풍우였다. 팔방풍우로 당년에 화씨세가가 천하를 석권했던 무결검법의 최절초인 폭풍만리(폭풍만리)를 격파했다고 한다면 누구라도 코웃음을 치고 말 것이다. 그런데 그 믿을 수 없는 일이 지금 그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폭풍만리의 도기를 짚단처럼 무너뜨린 여덟 개의 검기는 눈 부신 속도로 그의 전신을 향해 짓쳐들고 있었다. 철독행의 눈가에 기이한 빛이 일렁거렸다. '드디어 이 초식을 사용할 상대를 만났구나!' 철독행의 마음속에는 세찬 격동이 회오리처럼 일어났다. 그에게는 하나의 비장의 절초(절초)가 있었다. 그가 이 초식을 배운 것은 일 년전이었다. 이 초식은 그야말로 완벽해서 모든 무인(무인)들이 간절히도 염원하던 그런 무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그 뒤로 날마나 이 초식을 펼쳐 절정고수를 쓰러뜨리는 꿈을 꾸곤 했었다. 그런 꿈을 꿀때마다 그의 전신은 흥분과 열 정으로 흠뻑 젖었으며 온몸이 마비된 듯한 짜릿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하나 그는 이 초식을 펼칠 만한 상대를 찾을 수가 없었다. 일 년전 이 초식을 그에게 전수해 준 사람에게 그는 한 가지 약속을 했던 것이다. -무결도를 격파하는 사람에게만 이 초식을 시전하겠소! 그는 이 약속을 충실히 지켜왔다. 그동안 그는 많은 고수들과 겨루어 왔으나 누구도 무결도를 꺾은 사람이 없었다. 그는 한때는 자신은 이 초식을 영원히 사 용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그런 데 드디어 무결도를 격파한 인물이 나타난 것이다. 결국 철독행은 일 년만에 자신의 소원을 성취하게 되었던 것 이다. 이, 벽뢰(벽뢰) 철독행은 수중의 구환도를 가슴부위로 끌어 올렸다. 그런다음 서서히 전신의 공력을 끌어올렸다. 팟! 팟! 아직 초식을 전개하지도 않았는데 그의 구환도에서 번갯불같 은 섬광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조자건은 무언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눈을 빛내며 철독행 을 응시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그의 팔방풍우초식은 여전히 철 독행의 전신으로 쏘아져 가고 있었다. 철독행의 구환도가 천천히 앞으로 내밀어졌다. 그의 칼끝이 조자건의 가슴을 가리키는 순간, 츠츠츠츳! 갑자기 그의 칼끝에서 수십, 수 백가닥의 뇌전(뇌전)이 폭죽 처럼 피어올라 순식간에 조자건의 전신을 그대로 뒤덮는 것이 아닌가? "앗?" 조자건은 안색이 변한 채 경악성을 터뜨렸다. 상대의 칼에서 뿜어나오는 섬광의 폭죽에 놀란 것이 아니다. 그 칼끝에서 뇌전이 뿜어나오는 초식이 너무도 눈에 익었기 때 문이었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사 년전, 화산의 선인봉 정상에서 월광(월광)아래 피를 뿌리 며 쓰러졌던 한 사나이를.... 그리고 그를 쓰러뜨렸던 악마같은 그 초식을.... "연환벽뢰(연환벽뢰)...." 조자건의 입술을 뚫고 신음같은 음성이 흘러나왔다. 그렇다. 철독행이 펼친 것은 놀랍게도 사 년전에 화군악이 조립산을 쓰려뜨릴때 사용했던 바로 그 연환벽뢰였던 것이다. 화군악의 무공이 어찌 철독행의 손에서 펼쳐질 수 있단 말인 가? 조자건의 숨결이 그답지 않게 가빠졌다. 연환벽뢰의 가공할 섬광은 어느 새 그의 전신을 완전히 에워 싼 채 짓이길 듯 다가들고 있었다. 치칙! 섬광에 닿지도 않았는데도 그의 옷은 여기저기가 마구 찢겨 져 나갔다. 누가 보기에도 조자건의 전신은 그 수백 개의 섬광에 산산이 짓이겨지고 말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