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무협지]태극문 - 64편 (64/87)

2026-09-23 17:59:50 조회 9
그리고 그들 중 살아서 나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람들은 그녀만한 미모와 무공을 지닌 여고수는 절대로 다 시 나타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나 그 생각은 얼마전에 깨어지고 말았다. 그것을 깬 사람이 바로 신주홍안 섭보옥이었다. 이제 조자건은 단 한 가지를 제외하고는 모든 궁금증이 풀렸 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마지막 남은 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었다. 조자건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위불군이 조마경을 가진 것이 나와 무슨 관계가 있 어서 나를 부른 것이오?" 섭보옥은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되물었다. "당신은 집마부의 추살령을 받고 있지요?" "그렇소. 헌데 그게 이 일과 무슨 상관이 있소?" 섭보옥은 짤막하게 말했다. "위불군은 집마부주(집마부주)의 제자에요." 조자건은 움찔하여 몸이 굳어졌다. 섭보옥은 처음으로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런 다 음 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직위는 집마부의 총순찰(총순찰)이에요. 그는 집마부 주의 명령으로 당신을 죽이려고 하죠." 제40장 절대목표(절대목표) 일, 우승(우승) 위불군은 무표정한 음성으로 불쑥 말을 내뱉었다. "다시 한 번 말해보아라." 그의 앞에 앉은 여인은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사형(사형)...." 그녀의 초생달같은 눈이 구부러지며 위불군에게 애교있는 웃 음을 날렸다. 여인의 미소는 누가 보기에도 감칠 맛 나는 것이 었다. 하나 위불군의 얼굴은 싸늘하게 굳은 채 아무런 움직임도 없 었다. "난 괜찮으니 다시 한 번 말해라." 여인은 할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부님께선 사형(사형)에게 내일 절대로 조마경을 사용하지 말라고 말씀하셨어요." 위불군의 뚱뚱한 얼굴 한 가운데 박힌 두 개의 눈에서 괴이 한 광망이 이글거렸다. "조마경을 사용하지 말고 천기일환과 상대하라고? 결국 나보 고 무림대회에서 우승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거로군." "그런게 아니에요. 사부님께선..." "사매(사매)는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나는 사부님의 뜻을 파 악했으니 그렇게 알고 돌아가거라." 여인은 갑자기 입을 가리고 나직하게 웃었다. "호호...사부님 말씀이 맞군요." 위불군은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부님 말씀이라니..." 그녀는 그의 날카로운 시선을 받고도 얼굴에 생글생글 미소 를 지었다. "사부님께선 사형이 호승심(호승심)이 강해서 필시 못마땅해 할거라고 하셨어요. 하지만 사형에게 조마경을 사용할 기회는 앞으로도 충분하고 또 반드시 사형의 마음에 드는 상대에게 사 용할 수 있으니 그렇게 알라고 하시더군요." 위불군의 눈이 번쩍 빛났다. "내 마음에 드는 상대?"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림대회가 끝난 후 바로 부(부)로 돌아가세요. 사부님께서 아마 자세한 말씀이 있으실 거에요." 위불군은 그녀의 말은 귀에도 들어오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 다. "내 마음에 드는 상대라..." 그는 허공을 올려다 본 채 그 말만 뇌까리고 있었다. 여소쌍은 그를 바라보며 요염하게 웃었다. 모용수는 파란 하늘을 올려다 보며 활짝 웃었다. 드디어 우승(우승)이다! 마침내 그는 무림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이다! 위불군은 십 여초만에 갈비뼈가 부러진 채 대 아래로 떨어져 버렸다. 비무대 주위를 가득 메운 군웅들의 입에서 우렁찬 함성소리 가 터져나왔다. 모용수는 그 환호성을 들으며 입가에 득의한 웃음을 띄운 채 허공을 응시하고 있었다. 이 년(이년)만이었다. 불과 이 년의 짧은 세월동안에 그는 마침내 천하제일고수의 보좌에 오르게 된 것이다. 물론 진정한 천하제일고수로 인정받 기 위해서는 마지막 한 차례의 관문이 더 남아 있었지만 지금 이 순간 그는 진정으로 기뻤다. 그것은 그동안 자신이 펼친 노력과 계산이 완벽하게 맞아 떨 어진데 대한 자부심이기도 했다. 그 짧은 세월동안 그는 천하무림에서 가장 거대한 네 개 세 력의 수뇌인물들을 포섭했고, 치밀하면서도 방대한 조직을 건 설했다. 그동안에 흘린 피와 땀의 댓가를 이제 일부분이나마 보상받 게 된 것이다. 이 자리에 서기 위해서 그는 실로 톱니바퀴같이 완벽한 계획 을 세웠다. 수 십, 수 백번이나 그 계획을 검토하고 수정해서 마침내 한 치의 착오도 발생할 수 없다는 확신이 서자 비로소 그는 그것을 실행에 옮겼다. 그 과정의 어려움이야 이루 말할 수 없었지만 그는 그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마침내 자신의 계획을 달성한 것이다. 그러니 어찌 자랑스럽지 않겠는가? 그가 세운 계획의 요체(요체)는 자신의 적수가 될 만한 고수 들을 사전에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중에는 자신의 동문들도 있었고, 자신이 포섭한 집단의 촉 망받는 제자도 있었다. 계획이 진행되는 동안에 여러 명의 희 생자가 발생했으며 몇 사람의 무서운 적수를 만들기도 했다. 하나 그는 자신이 한 일을 추호도 후회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알고 있었으며 이미 오래전에 그것 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심했었다. 이제 그 목 표의 반은 달성한 셈이다. 나머지 목표도 착오가 생기지 않는다면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계속 일을 주도하는 한 계획에 한 치의 착오도 있을 수 없었다. 화군악 또한 조자건이나 번우량과 마찬가지로 결국은 자신의 계획하에 쓰러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화군악을 쓰러뜨린 다음에야 비로소 그는 아버지인 모용화린의 묘(묘)앞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을 것이다. 모용수는 천천히 방안으로 들어갔다. 진결은 이미 술상을 차려 놓은 채 다소곳이 앉아서 그를 기 다리고 있었다. 모용수는 그녀의 앞에 가서 앉았다. 술은 그가 좋아하는 여아홍(여아홍)이었다. 안주는 모두 네 가지였는데 생선을 고기쌈한 계화어권(계화 어권)과 새우튀김요리인 고려하인(고려하인), 완자볶음요리인 남전환자(남전환자), 그리고 담백하면서도 국물이 얼큰한 국화 과자(국화과자)였다. 모두 그가 가장 즐겨먹은 음식들이었다. 진결은 음식솜씨가 깔끔하면서도 특별히 맵거나 짜지 않아서 그녀가 하는 모든 요리는 그의 입맛에 잘 맞았다. 오늘은 더욱 맛이 좋았다. 그래서인지 그는 평소 두 잔 이상은 마시지 않던 여아홍을 거푸 여덟 잔이나 마셨다. 그녀는 그의 옆에 앉은 채 그의 술잔이 비워지면 술을 따랐 고 그가 술을 마시면 안주를 집어서 그의 입에 넣어 주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았다면 무척 다정스런 한 쌍이라고 생각했 겠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친밀감은 보이지 않았다. 그것은 아마 술을 따르고 안주를 집어 주는 그녀의 동작이 너무나 기계적이 어서 그런 것인지 모른다. 모용수 또한 그것을 모르지 않았을텐데 전혀 개의치않고 맛 있게 받아 먹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두 사람은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순식간에 여아홍 한 병이 바닥이 났다. 그제서야 모용수는 술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그 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다는 것이었다. 표정없는 그녀의 얼굴은 마치 목조인형을 연상케 했다. 모용수는 빛나는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응시하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오늘 내가 우승을 했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당신은 나를 축하해 주지 않을거요?" 모용수가 나직히 묻자 그제서야 그녀의 입이 살짝 열렸다. "축하해요." 그녀의 음성은 얼굴만큼이나 무표정한 것이었다. 모용수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런 축하인사는 안받으니만 못하군." 그녀는 다시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모용수는 그녀를 바라보며 불쑥 물었다. "당신은 알고 있소?" 그녀는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모용수의 준수한 얼굴에 언뜻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오늘이 당신과 내가 만난지 정확히 일 년이 되는 날이오. 그래서..." 모용수는 품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당신에게 줄 물건을 가지고 왔소." 다시 꺼내든 그의 손안에는 진주가 주르르 연결된 목걸이가 들려있었다. "이것은 내가 일전에 당신에게 선물하기로 약속한 것인데 아 직 잊지는 않았겠지?" 진주는 몹시 맑아 소녀의 순결한 눈물과 같았다. 그녀는 그가 내민 진주목걸이를 받아들고 그것을 부드럽게 만지작거렸다. "그것을 목에 걸어보겠소?" 그녀는 말 잘듣는 어린 아이처럼 그가 하라는대로 진주목걸 이를 목에 걸었다. 영롱하게 반짝이는 진주목걸이는 그녀의 새하얀 얼굴과 가녀 린 목에 너무도 잘 어울려 보였다. 하나 모용수는 무언가 하나가 빠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금새 알 수 있었다. 모용수는 혜성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나직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한 번이라도 웃어줄 수 있겠소?" 그림처럼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에서 한 가지 빠진 것은 바로 미소였다. 미소짓는 그녀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볼 수만 있다 면 모용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그의 모든 말에 순한 양처럼 따라주던 그녀였으나 이번에만 은 그의 말대로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표정도 없이 무감 각하게 굳어 있었다. 모용수의 준수한 얼굴에 언뜻 한 줄기 기이한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는 한동안 그녀를 지켜보다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이 아직도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소. 아마 죽이고 싶도록 밉겠지." 진결은 여전히 아무 말이 없었다. 모용수는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의 동생들이 그런 일을 당한건 내 계획에는 없던 일이 었소. 당신이 믿지 않을지 모르지만 나도 그 점에 대해서는 가 슴아파 하고 있소." 진결의 눈은 텅빈 허공에 고정된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모용수는 진결의 그런 모습에 익숙한 지 신경을 쓰지 않고 말을 계속했다. "내가 계획한 일이 모두 이루어지면 나는 그들과 당신에게 응분의 보상을 해줄거요. 그때 가서도 당신이 나를 죽이고 싶 다면..." 모용수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진결의 시선이 천천히 그에게로 향했다. 모용수는 별빛같은 눈으로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나는 기꺼이 당신 손에 죽어 주겠소."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나 그녀의 눈꼬리는 거 의 느낄 수 없을만큼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모용수는 한동안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그의 눈에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감정의 빛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다음 그녀를 남겨 두고 조용히 밖으로 사라졌다. 그녀는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그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그제서야 탁자위로 푹 엎드렸다. 그녀의 가녀린 어깨가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갑자기 그녀는 자신의 목에 걸린 진주목걸이를 떼어내더니 벽으로 집어 던졌다. 주르르... 진주목걸이가 끊어지며 눈물방울같은 진주들이 사방으로 튕 겨져 나갔다. 그녀는 탁자에 엎드린 채로 나직하게 흐느꼈다. "흐흐흑..." 소리죽여 흐느끼는 그녀의 울음소리는 커다란 통곡소리보다 더욱 더 사람의 마음을 가슴아프게 하는 것이었다. 바닥에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는 진주들만이 흐느끼는 그녀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조사(조사) 계절은 여름을 지나가고 있었다. 화군악은 화원의 중앙에 우뚝 선 채 푸른 하늘과 그 속에 떠 다니고 있는 솜털구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위는 성하(성하)의 푸르름으로 물들어 있었고 어디선가 불 어오는 산들바람은 더워진 공기를 식혀주고 있었다. 궁소천은 굳건한 화군악의 등을 바라본 채 정중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무림대회의 우승자는 천기일환으로 결정이 났습니다. 그는 우내십대기문병기중에서도 제일인자(제일인자)로 소문이 났던 절세의 고수입니다." 화군악은 여전히 천공(천공)을 응시한 채 아무런 말이 없었 다. 궁소천은 개의치않고 말을 계속했다. "대협께서 지시하신대로 삼 일후에 그 자와 대결할 수 있도 록 공고를 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궁소천은 품속에서 하나의 물건을 꺼내들었다. "대협께서 부탁하신 은정지모(은정지모)는 어제 밤에 입수를 했습니다." 처음으로 화군악은 몸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화군악의 시선은 한없이 담담했다. 하나 궁소천은 그의 시선을 받는 순간 자신의 몸이 샅샅이 해부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감히 화군악을 직시하지 못하고 허리를 굽히며 손에 들 고 있는 물건을 두 손으로 내밀었다. 화군악은 그가 내민 물건을 받아 들었다. 그것은 크기가 어린아이의 머리통만하고 은빛이 나는 금속덩 어리였다. 전신에서 풍기는 투명한 은색 빛깔이 조금 특이할 뿐 그외에는 어느 대장간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쇳덩 어리같았다. 하나 이것은 절대로 평범한 쇳덩어리가 아니었다. 이것은 은정지모라는 것으로 천하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다. 따라서 이 은정지모를 갈아서 검을 만들면 그것은 천하에서 가장 단단하고 예리한 보검(보검)이 되는 것 이다. 단지 문제라면 은정지모가 너무도 단단하게 응고되어 있어서 이것을 용해시켜 보검으로 제련한다는 것이 하늘의 별을 따는 것 만큼이나 어렵다는 것이었다. 어떤 용광로의 불로도 이 은 정지모를 녹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본다면 이 은정지모는 천하에서 가장 진귀한 물건일 뿐 아니라 천하에서 가장 쓸모없는 물건이기도 했다. 그것을 녹여 용해할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은정지모는 한낮 고철덩어 리에 불과할 뿐이었다. 은정지모를 받아든 화군악은 처음으로 입을 떼었다. "수고했소." 아주 간단한 말이었으나 궁소천은 왠지 뿌듯함을 느꼈다. 그것은 이 말을 한 사람이 보통 인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반인반신(반인반신)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리고 궁소천 이 가까이서 지켜본 바로는 그것은 절대로 과장된 말이 아니었 다. 화군악의 무예는 이미 인간의 경지를 초월한 지 오래였다. 그는 무(무)의 신(신)이 되어 있었다. 그런 무의 신이 은정지모로 신검을 만들어 무엇에 쓰려는지 는 궁소천도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대체 그가 무슨 수로 은정지모를 용해해 보검을 만들려 는지 조차 의문이었다. 이곳에는 마땅한 용광로도 없을 뿐 아니라 보검의 날을 세우 기 위해서 풀무질을 해야할 어떠한 장비도 갖추어져 있지 않았 다. 은정지모는 검을 만드는 것외에는 달리 사용할 용도가 없는 물건이다. 그런데 검을 만드는 도구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 태에서 그는 이것을 어디에 쓰려고 구해달라고 했던 것일까? 화군악은 은정지모를 든 채 다시 몸을 돌렸다. 궁소천은 화군악이 혼자 있고 싶다는 뜻임을 알아차리고 고 개를 숙여 정중하게 포권을 하고는 화원을 빠져나왔다. 화원을 나오자 궁소천의 전신에서 풍기는 기상이 전혀 달라 졌다. 화원안에 있을 때는 정중하면서도 온화한 분위기였는데 지금 은 칼날같은 기세가 그에게서 흘러나왔다. 화원밖에서 한 사람이 그를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를 보자 궁소천은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에 오다니 왠일인가?" 그 사람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가볍게 웃었다. "하하...말로만 듣던 만화원이 어떤 곳인지 직접 보고 싶었 소. 과연 소문대로 경치가 대단하군." 궁소천도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었다. "허허...이제 삼일 후면 그와 겨루게 될텐데 그 새를 못 참 겠나?" 그의 앞에 나타난 사람은 다름아닌 모용수였다. 모용수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게 아니오. 소문에 듣자하니 이곳에 아무도 뚫을 수 없는 금성철벽같은 기관장치가 되어 있다고 해서 사실을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오." 궁소천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자신이 나온 화원을 바 라보았다. 화원은 겉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평화롭고 고요한 정적에 잠 겨 있었다. 누구도 이 안에 천하에서 가장 무서운 기관이 장치 되어 있다고는 믿지 못할 것이다. 모용수 또한 화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물처럼 고요해서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하나 궁소천은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그가 결코 이곳을 단순히 구경하기 위해서 온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모용수는 절대로 목적없이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었다. 모용수는 한동안 화원을 바라보고 있다가 느릿느릿 입을 열 었다. "지시한 일은 알아 보았소?" 궁소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신공원주의 정체는 파악을 했네. 그는 과연 자네의 짐작대 로 몇 년전에 사라진 인풍선(인풍선) 장손무기(장손무기)였 네." 인풍선 장손무기! 이 이름을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경악을 금치 못했을 것이 다. 그도 그럴것이 인풍선 장손무기는 과거의 천하제일고수였던 일협쌍마삼기사절의 우내십대고수중 선절(선절)로 불리웠던 절 세의 고수였기 때문이다. 그의 선법(선법)은 강호무림사상 최고로 알려져 있었고 당시 무림에서는 누구도 그의 이름을 듣고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였다. 그는 화군악이 무림에 나타난 이후 종적이 묘연해져서 많은 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냈는데 무적검수맹의 신공원에 있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궁소천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장손무기는 무척 오만한 인물이었는데 어떻게 신공원의 원 주가 되었는지 모르겠네." 모용수는 담담하게 웃었다. "장손무기의 처가(처가)는 화씨세가의 먼 친척뻘이 되오. 촌 수로 따지면 장손무기는 화군악의 외사촌동서가 되는데 아마 그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거요." 궁소천은 신기한 얼굴로 모용수를 바라보았다. "그건 금시초문이로군. 자네는 어떻게 그런 사실을 알게 되 었나?" "나는 지난 몇 년동안 화군악과 화씨세가에 관한 모든 사실 을 조사했소. 이제는 아마 화군악 자신보다도 내가 더 그와 그 의 가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거요." 모용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으나 궁소천은 새삼 그의 용 의주도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모용수가 세운 계획이 항상 완벽하게 진행되는 것은 물론 그 의 뛰어난 두뇌가 가장 큰 역할을 했지만 바로 이러한 그의 철 저한 사전준비가 밑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초중산의 거처는 알아냈소?" 모용수의 물음에 궁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간신히 알아냈네. 무림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조차 밝혀 지지 않아서 애를 먹긴 했지만 다행히 그를 알고 있는 사람이 있어서 사는 곳을 확인할 수 있었네." "그는 지금 어디에 있소?" "통주(통주)에 살고 있네." "통주라면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군." 모용수는 눈을 반짝인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궁소천은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자신도 침묵을 지켰다. 모용수는 자기가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 누가 방해하는 것 을 제일 싫어했다. 궁소천은 이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생각에서 깨어날 때까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후 모용수는 조용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내일 사람을 보내서 그와 그의 가족들을 모두 이곳으로 데 려오시오." "가족들 전부를 말인가?" "그렇소. 한 사람도 빼놓지 말고." 궁소천은 이유를 묻지 않았다. 모용수의 지시에는 이유가 필 요없었다. 그가 하라는대로 따라 하다보면 언젠가는 그가 계획하는 일 의 전모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비로소 그 의 주도면밀함에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알겠네. 그렇게 하지." 갑자기 모용수의 음성이 한결 진지해졌다. "마지막 안건은 어떻게 되었소?" 궁소천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게 조금 여의치가 않네." 그는 씁쓸한 고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 공손축 늙은이는 신공원안에서 뼈를 묻기로 작정했는지 당체 그 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네. 맹주의 특별지시라고 해도 들은 척도 하지 않더군." "다른 방법을 써 보았소?"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해 보았네. 하지만 그 늙은이의 거처 에는 특별한 기관장치가 되어 있어 강제로 들어가려 했다가는 비명횡사하기 십상이라 함부로 무력을 쓸 수도 없네." 궁소천의 얼굴에는 난감해 하는 표정이 가득했다. 모용수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나직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시오. 유정의(유정의)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그러면 아마 밖으로 나올거요." 궁소천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정의는 아직 죽지 않았다...?" "그렇게 말하면 그 늙은이는 제 발로 걸어나올거요." "알겠네. 그런데 그가 나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나에게 연락하시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모용수의 눈빛이 잔잔하게 허공을 갈랐다. "필시 내일밤부터 모래저녁 사이에 그를 나와 만나게 해야 한다는거요. 더 빨라서도 안되고 늦어서도 안되오." 궁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지." 모용수의 수려한 얼굴에 다시 엷은 미소가 떠올랐다. "이번 일만 제대로 진행된다면 머지않아 우리의 목표는 달성 될 수 있을거요." 궁소천도 입가에 미소를 그려냈다. "자네를 믿네."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서 구호당(구호당)의 우두머리인 일호(일호)를 믿 지 않고 누구를 믿는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