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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태극문 - 62편 (62/87)

2026-09-23 17:59:50 조회 12
만일 그렇다면 그로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이들 개개인만 해도 그로서는 승리한다고 장담할 수 없는 처 지에 삼 인이 합격하여 고금최고의 절진으로 상대한다면 결과 는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이미 조자건이 반쯤 굳어버린 시체로 보일 법 도 할 것이다. 그들 세 사람은 확실히 그러한 능력이 있었다. 조자건은 수중에 들고 있는 나무막대의 손잡이부분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흥분되거나 두려운 마음보다는 담 담한 심정이었다. 이들 세 고수의 합공은 지금까지 그가 싸워왔던 어떤 고수들 과의 격전보다도 흉험할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들의 합공에서 살아날 수만 있다면 자신의 무도는 자연스레 한 단계 정진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고수들과 싸울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 자체 가 행운일 수도 있었다. 적어도 조자건은 그렇게 생각했다. 당력 등 세 사람은 다른 당문의 고수들과는 달리 누런 암기 주머니를 차고 있지 않았다. 독기를 막는 사슴가죽으로 된 가 죽장갑을 끼고 있지도 않았고 특수한 방독기름을 손에 바르지 도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이미 당문의 모든 암기에 발라 있는 맹독에 면역이 되어 있어서 중독될 염려가 전혀 없기 때문이었 다. 네 사람은 한동안 칠흑같은 어둠속에 우뚝 선 채 미동도 않 고 있었다. 쪼로롱! 어디선가 자지 않고 울어대는 밤새의 울음소리만이 들려올 뿐 주위는 적막하기 이를데 없었다. 어느 한 순간, 그들은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파라락! 옷자락 스치는 소리가 연거푸 터져 나오며 장내에 한바탕 회 오리가 몰아쳤다. 조자건은 먼저 자신의 우측에 있는 당종을 향해 몸을 날렸 다. 그의 수중에 들린 나무막대는 한 가닥 유성처럼 눈부신 속 도로 당종의 목덜미를 향해 쏘아져갔다. 하나 당종의 비쩍 마른 신형은 어느 새 그 자리에 없었다. 대신 세 가닥의 뇌전같은 섬광이 조자건의 양쪽 눈과 미간을 향해 날아들고 있었다. 파파팟! 조자건은 황급히 나무막대를 회수하며 머리를 움직여 섬광을 피했다. 그의 관자놀이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세 개 의 섬광은 푸른 빛이 일렁이는 오운공일정(오운공일정)이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슈슈슛--! 쐐애애액! 돌연 세 군데에서 각기 조자건의 상체와 몸통, 하체를 노리 고 빛살같은 암기들이 날아들었다. 인체의 상중하(상중하)를 동시에 노리는 이 공격은 피하기가 몹시 까다로워 조자건은 허 공으로 몸을 날릴 수 밖에 없었다. 공중으로 솟구친 그의 몸이 채 바닥에 내려서기도 전에 다시 한떼의 육혼망이 목덜미를 향해 쏘아져왔다. 사람의 목은 노리기도 힘들지만 그만큼 피하기도 수월치 않 았다. 더구나 허공에 몸이 반쯤 떠 있는 상태에서 피하기란 말 처럼 간단한 것이 아니었다. 조자건은 용협십이로중의 신룡번운(신룡번운)과 용주약랑(용 주약랑)을 연거푸 전개해 간신히 육혼망의 공세를 피했다. 그 런데 바로 그때 어느 사이엔가 그의 코 앞으로 수십 개의 독침 이 들이닥치고 있었다. 그 독침들이 날아드는 속도와 방위는 그야말로 완벽에 가까 운 것이었다. 조자건의 낮빛이 침중해졌다. 어디로 움직여도 그 독침들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던 것이다. 조자건은 제자리에서 빠르게 몸을 돌렸다. 그가 몸을 돌림과 함께 수중의 나무막대가 강력히 회전하며 뻗어나갔다. 파팍! 금시라도 그의 얼굴을 벌집으로 만들듯이 다가오던 독침들이 나무막대의 벽(벽)에 부딪혀 사방으로 튕겨져 나갔다. 하나 조자건이 채 정신을 가다듬기도 전에 다시 십 여개의 독질려가 섬뜩한 빛을 뿌리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야말로 정신 없는 공격이었다. 조자건은 그 자리에서 철판교(철판교)의 신법으로 허리를 뒤 로 제끼며 몸을 비스듬히 뉘였다. 독질려는 이번에도 헛되이 그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런 데 조자건은 몸을 일으킬 수가 없었다. 허공을 바라보며 비스듬하게 누운 그의 얼굴위로 우박같은 깨알갱이들이 자욱하게 떨어져 내렸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당 문의 암기중에서도 강력한 위력을 지닌 단혼사였다. 조자건의 안색이 굳어졌다. 지금 그는 몸을 뒤로 제낀 상태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런데 허공 가득히 단혼사가 그의 몸을 향해 퍼 부어지니 도저히 피할 방도가 보이지 않았다. 처음 조자건이 당종을 공격했다가 세 개의 오운공일정을 피 한 후 지금까지의 과정은 그야말로 한 치의 착오도 없는 톱니 바퀴처럼 정교한 것이었다. 조자건은 그저 피하고 막다가 이런 절대절명의 위기에 까지 몰리게 된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비황진의 무서운 위력이었다. 비황진은 다른 여타 진처럼 어떤 절묘한 초식의 배합이나 강 도높은 빠르기는 없었다. 대신에 이것은 한 치의 빈틈도 없이 정확하고 정교했다. 이것은 상대가 미리 어떤 행동을 할지 철저하게 예상한 다음 공세를 취하기 때문에 당하는 사람은 그저 정신없이 몸을 움직 이다가 영문도 모르는 채 쓰러지고 마는 것이다. 지금도 조자건은 처음 한 번 당종을 공격하기 위해 출수한 이후 도무지 반격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내몰리다 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 반격은 커녕 세 사람의 종적이 어디에 있는지 확인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우박처럼 쏟아지는 단혼사는 거의 조자건의 몸에 닿을 뻔 했 다. 그 순간 조자건의 몸은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아니 쓰 러졌다고 생각되었다. 찰나 빙글!하고 그의 몸이 돌더니 바닥위를 아슬아슬한 높이 로 회전하며 질풍처럼 단혼사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 아닌가? 파파파파.... 그와 거의 동시에 그가 있던 반경 이 장정도의 땅이 단혼사 로 뒤덮히며 시커먼 연기를 피워냈다. 무엇이 타들어가는 듯한 독한 냄새가 주위를 진동시켰다. "앗? 곤지룡(곤지룡)이다..." 어디선가 짤막한 경호성이 터져나왔다. 그 짧은 한 마듸가 장내의 전세를 순식간에 뒤바꿔 놓았다.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회전하며 단혼사의 공세를 벗어난 조 자건의 신형이 회전하는 모습 그대로 경호성이 들려온 것으로 쏘아져 갔던 것이다. 그 기세는 그야말로 가공(가공), 바로 그것이었다. 경호성을 내지른 사람은 당종이었다. 당종은 조자건이 펼친 신법이 강호무림에서 오랫동안 실종되 었던 곤지룡임을 알아보고 엉겹결에 소리를 내지른 것이 자신 의 종적을 그에게 드러낸 결과를 빚게 되자 안색이 대변해 황 급히 몸을 날려 피하려 했다. 하나 조자건이 날아오는 속도가 훨씬 더 빨랐다. 당종은 피하지 못하고 양 손을 질풍처럼 휘둘렀다. 쐐쐐쐐쐐쐐....! 그의 양쪽 소매에서 시뻘겋고 짤막한 십 여개의 홍교전(홍교 전)이 빛발치듯 쏘아져 나왔다. 하나 조자건의 나무막대가 기이하게 흔들리자 홍교전은 힘을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와 함께 나무막대는 어느 새 당종 의 목덜미에 거의 도달해 있었다. 당종의 얼굴에 경악과 공포의 빛이 가득 떠올랐다. 그는 설마 조자건의 공세가 이리도 날카롭고 예리할 줄은 상 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막 그의 목이 나무막대에 그대로 관통되려는 찰나, 쾌애액! 조자건은 무언가 싸늘하고 섬뜩한 것이 자신의 뒷통수를 향 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쏘아져 오는 것을 느꼈다. 그 괴이한 사 람의 마음에 소름을 돋게 하는 파공음만 들어도 이번에 날아오 는 암기가 얼마나 가공할 위력을 담고 있는지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만약 이대로 손을 뻗는다면 비록 당종의 목을 벨 수 있 겠지만 자신 또한 뒷통수가 박살난 채 쓰러지고 말 것은 자명 (자명)한 일이었다. 할 수 없이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회수하며 옆으로 빙글 몸을 돌렸다. 쾌애애애.... 하나의 괴이한 모양의 붉은 금속조각이 엄청난 속도로 그의 뺨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금속조각의 위력이 어찌나 강력했던 지 단순히 스치기만 했는데도 조자건의 뺨이 쭈욱 갈라지며 피 가 흘러나왔다. 조자건은 그 피처럼 시뻘건 금속조각이 바로 당문의 암기중 에서도 가장 사용하기 어렵고 위력이 강대하다는 혈적자(혈적 자)임을 알아 보았다. 혈적자는 비록 그 위력이 천하무쌍이라 할만큼 뛰어나지만 그만큼 수발(수발)하기가 어려워서 당문에서도 제대로 사용할 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당문의 위세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공스러 웠을 것이다. 방금 혈적자를 던져 당종을 죽음의 위기에서 구한 사람은 천 수비호 당력이었다. 그리고 삼인(삼인)중의 마지막 인물인 당후는 어느 새 조자 건의 코앞으로 육박하며 무서운 살수(살수)를 휘두르고 있었 다. 그는 몸이 뚱뚱해서 둔해 보였는데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자 신법만큼은 오히려 다른 두 사람보다 빠른 것 같았다. 파파파팍! 지금도 조자건을 향해 연거푸 열 두 개의 독질려를 발출하는 그의 손길은 거의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조자건은 간신히 혈적자를 피한 직후였기 때문에 도저히 몸을 날려 피할 수가 없었다. 그는 두 눈을 반짝인 채 독질려가 자신의 지척으로 다가올때 까지 우뚝 서 있다가 우렁찬 고함을 지르며 나무막대를 풍소낙 엽(풍소락엽)의 식으로 그어댔다. "이얍!"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따땅! 그토록 살인적인 위력으로 날아들던 열 두 개의 독질려들이 모두 빛을 잃고 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당후는 어처구니가 없는지 더 손을 쓸 생각도 하지 못하고 멀거니 조자건을 바라본 채 서 있었다. 그는 어떻게 평범한 풍 소낙엽이 한꺼번에 무려 열 두 개의 검영(검영)을 그려낼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않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한 줄기 세찬 바람이 나뭇잎을 쓸어버리듯이 너무 도 간단하게 열 두 개의 독질려를 떨어뜨렸던 것이다. 잠시 주위에는 죽음같은 침묵이 흘렀다. 당력 등 세 사람은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고 그 자리에 우뚝 선 채 조자건을 노려보고 있었다. 조자건 또한 나무막대를 비 스듬히 아래로 늘어뜨린 채 중앙에 말없이 서 있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장내에 감돌았다. 한동안 네 사람은 석상처럼 굳어진 채 미동도 않고 서 있었 다. 조자건은 비록 내색하지 않았으나 이번의 그들이 펼칠 공세 가 가히 가공할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세 사람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무형의 기운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살인적인 것임을 알아본 것이다. 조자건은 문득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무슨 이유에서 이 절대절명의 순간에 갑자기 밤하늘을 올려 다볼 생각이 들었는지는 그도 모른다. 단지 그는 갑자기 밤하 늘이 보고 싶었을 뿐이었다. 달도 없는 캄캄한 하늘이었으나 별들은 유난히도 밝게 반짝 이고 있었다. 그 아스라히 반짝이는 별들을 보자 조자건의 마 음속에는 한 줄기 감흥이 일어났다. '저 반짝이는 별들처럼 검을 떨칠 수만 있다면....' 이상하게도 조자건은 이곳이 건곤일척(건곤일척)의 무시무시 한 싸움을 벌이는 격전장이라는 것을 잊어 버렸다. 자신이 지 금 무림사상 최강의 절진과 대치해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 다. 단지 그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의 무리에 에워싸인 듯한 느 낌이 들었다. 그는 몰랐지만 이때의 이 순간은 그의 일생에서 가장 중대한 순간이었다. 이때 그가 느꼈던 감흥이 훗날 그가 고금무적의 절초인 육합 성만조천하(육합성만조천하)를 창안하게 된 시초가 되었던 것 이다. 조자건이 멍하니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을 때 당력등 세 사람은 동시에 출수를 했다. 슈슈슈슈슈..... 그들 개개인의 몸에서 각기 열 여덟 개의 혈적자가 동시에 발출되었다. 기이하게도 혈적자들은 그렇게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불규칙적으로 날아왔다. 밤하늘을 수놓으며 무질서하게 날아가는 수십 개의 혈적자들 은 마치 붉은 색의 꽃송이를 연상케 했다. 하늘가득 떨어지는 듯한 붉은 꽃송이의 비.... 만천화우(만천화우)....! 그것은 바로 당문사상 최고의 암기수법이라는 만천화우였다. 놀랍게도 당력과 당종, 당후는 동시에 만천화우를 전개했던 것 이다. 단 한 사람이 펼쳐도 천하의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는 만천화 우가 세 사람의 손에서 펼쳐지자 그것은 그야말로 일대장관을 이루었다. 밤하늘이 온통 붉은 색의 꽃송이에 뒤덮힌 듯한 착각이 들었 다. 이것이야 말로 비황진에서도 가장 무서운 수법인 폭우혈화 귀견수(폭우혈화귀견수)였던 것이다. 조자건은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의 귓전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수십 가닥의 파공음소 리가 세세하게 들려왔다. 츠츠츠...츠츳... 어떤 것은 빠르고 느리게...어떤 것은 위에서 아래로...아래 에서 위로...제각기 다른 속도와 방위로 날아오는 혈적자의 괴 이한 음향은 듣기만 해도 모골이 송연할 정도였다. 그것은 적 어도 피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라면 도저히 피할 수 없을 것 만 같았다. 조자건은 자신이 눈을 감기 직전에 보았던 그 어두운 밤하늘 에 찬연히 빛나는 별빛들이 떠올랐다. 검은 비단같은 하늘에 점점이 박힌 채 보석처럼 빛나던 별들... 스읏! 손에 들린 나무막대가 자신도 모르게 미끄러지듯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밤하늘을 가르는 유성처럼 허공을 향해 뻗어나 갔다. 당력은 눈을 부릅떴다. '이...이럴수가...' 항상 냉정하고 얼음장처럼 차갑게 가라앉아 있던 그의 두 눈 은 경악과 공포로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사방을 온통 붉은 빛으로 뒤덮으며 조자건의 전신을 향해 불 규칙적으로 날아가던 혈적자들이 조자건이 장난처럼 내민 나무 막대에 부딛쳐 격렬한 파공음을 내며 사방으로 비산(비산)되는 것이었다. 따당! 따따당!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음향이 연거푸 터져나오며 오십 사개 의 혈적자는 모두 나무막대에 격중당해 날아온 곳으로 질풍처 럼 되돌아갔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폭약이 터진 것과 같은 엄 청난 광경이었다. 파팟! "크아악!" "으악!" 당종과 당후는 가공할 속도로 되쏘아져 오는 혈적자들을 피 하지 못하고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들의 몸에는 십 여개의 커다란 구멍이 뚫린 채 시뻘건 선혈을 분수처럼 뿜어내고 있었 다. 당력은 전력을 다해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올랐다. 파파팍! 그를 향해 쏘아져 오는 혈적자중 일부가 그의 다리를 스치며 무릎 아래부분이 선혈로 붉게 물들었다. 당력은 고통도 잊은 채 다시 몸을 비틀며 날아오는 세 개의 혈적자를 간신히 피했 다. 그 순간, ".......!" 그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여덟 개의 혈적자가 허공을 가득 수놓으며 허공에 떠 있는 그의 전신으로 쏘아져 오고 있었다. 그 혈적자의 한 가운데에 나무막대의 뭉툭한 끄트머리가 보였다. 당력은 사력을 다해 양 손을 휘둘렀다. 까깡! 다섯 개의 혈적자가 그의 담뱃대에 부딛쳐 담뱃대와 함께 박 살이 났다. 하나 나머지 세 개의 혈적자가 그의 양쪽 어깨와 갈비뼈를 부수고 지나갔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날아오는 나무막 대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의 목덜미를 그대로 관통해 버렸 다. "끄으으...." 당력의 입이 딱 벌어지며 괴이한 신음이 흘러 나왔다. 그는 눈을 부릅뜬 채 자신의 목을 관통한 나무막대를 바라보다가 천 천히 시선을 돌려 조자건을 응시했다. "이...이게 무...슨 초식이냐....?" 그의 음성은 탁하게 갈라져 있어 잘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조자건은 천천히 나무막대를 거두어 들였다. 그는 잠시 무언 가 생각하는 표정이다가 담담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글쎄...나도 잘 모르겠소. 문득 어두운 밤하늘에 별이 빛나 는(암천성휘) 것을 보고 그렇게 휘둘렀을 뿐이오." 당력의 눈가가 실룩거리며 얼굴에 죽음의 빛이 떠올랐다. "아...암천성휘라....정말 벼...별들이 가득 빛나는 것 같았 어..." 말을 채 마치기도 전에 그의 몸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쿵! 숨이 끊어진 그의 몸이 바닥에 닿는 소리는 흡사 당문의 몰 락을 알리는 조종(조종)과도 같았다. 조자건은 싸늘히 식어가는 당력의 몸을 내려다보며 묵묵히 생각에 잠겨 있었다. 무언가 그의 머리속으로 떠오를 듯 말듯한 희미한 잔상(잔 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하나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려 하 면 그 영상은 이내 흐릿해져 그의 머리속에서 멀어져 갔다. 조자건은 더 생각하는 것을 포기하고 장내를 둘러 보았다. 차갑게 굳어 버린 세 구의 시신이 시야에 들어왔다. 조금전의 살벌하고 흉험한 격전이 떠오르자 그의 손에는 자 신도 모르게 식은 땀이 흘러내렸다. 비황진의 위력은 막연히 소문으로만 듣고 상상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무서웠다. 특히 마지막에 세 사람이 동시에 만천화우수법을 전개해서 펼친 폭우혈화귀견수는 현재의 그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것을 자신이 깨뜨렸다는 것이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았다. 조자건은 자신이 그 수법을 깨뜨릴 때의 상황을 뇌리속에 그 려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그것은 그야말로 죽음을 각오 한 초연(초연)한 심정에서 떠오른 한 가닥 섬광같은 것이었다. 언제 다시 그 심정으로 되돌아가 당시의 섬광을 머리속에 그 려낼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어쩌면 다시 한 번 그런 기회를 맞이할 지 모르고 어쩌면 영 원히 그려내지 못할 지 모른다. 허나 만약 그 섬광을 그려낼 수만 있다면... 그리하여 언제라도 자신이 마음 먹은 대로 펼치고 거둘 수만 있다면.... 그 섬광은 능히 자신을 비추고 상대를 비추고... 천하(천하) 를 비출(조) 것이다! 제39장 양대신경(양대신경) 일, 열정(열정) 조자건이 어깨에 별빛을 가득 받으며 자신의 숙소로 돌아오 고 있을 때였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까지 왔을 때 그는 문득 하나의 인영 이 길옆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흑의를 입고 체구가 커다란 중년인이었다. 흑의중년인을 한 번 힐끗 보는 것 만으로도 조자건은 그가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온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왜냐하면 흑의 중년인의 얼굴이 눈에 익은 것이기 때문이었다. 흑의중년인은 그와 시선이 마주치자 천천히 팔짱을 낀 손을 풀며 앞으로 다가왔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소." 흑의중년인의 음성은 묵직하고 사내다웠다. 그는 바로 호화단의 단주인 일월쌍극 하후태세였다. 신주홍안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그녀의 옆을 결코 떠난 적이 없다는 하후태세가 이곳에 무슨 일로 나타난 것일까? 그 의문은 즉시 풀렸다. "그녀가 당신을 만나자고 하오." 하후태세는 그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삼척동자라도 그가 말하는 그녀가 누구인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자건도 물론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단지 그가 궁금한 것은 왜 그녀가 갑자기 그를 만나려고 하 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그 해답은 직접 가서 그녀를 만나보면 알게 될 것이다. 하후태세는 따라오라는 말도 없이 먼저 성큼성큼 앞으로 걸 어갔다. 그는 조자건이 자신을 따라오리라는 것을 추호도 의심 치 않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것이 세상에서 신주홍안이 만나자고 하는데 거절할 남자는 없을 것이다. 조자건은 묵묵히 등넓은 하후태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한동안 두 사람은 아무런 대화도 없이 어두운 밤길을 나란히 걸어갔다. 조자건은 하후태세의 발길이 금릉의 동북쪽으로 향하는 것을 보고 불쑥 물었다. "그녀는 서하산(서하산)근처에 있소?" 하후태세는 그를 힐끗 돌아보았다. "따라오면 알게 될거요." 그의 음성이나 태도에는 왠지 희미한 적의(적의)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두 사람 사이에 잠시 묘한 침묵이 흘렀다. 돌연 하후태세는 조자건에게로 얼굴을 돌렸다. "당신에게 물어볼 말이 있소." 조자건은 담담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말하시오." 하후태세의 눈은 어둠속에서도 훤히 알 수 있을만큼 강렬하 게 반짝이고 있었다. "당신은 언제부터 그녀를 알게 되었소?" 조자건은 짤막하게 대답했다. "사 년전 부터요." "어떻게 그녀를 알게 되었소?" "그녀와 나는 동문수학(동문수학)한 사이요. 그런데 내가 그 녀를 알고 있다는걸 어떻게 알았소?" 하후태세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대답했다. "그녀가 당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걸 몇 번 들었소." "그녀가 나에 대해 뭐라고 얘기했소?" 하후태세의 눈가에 번뜩이는 안광이 더욱 짙어졌다. "당신이 무척 대단한 인물인 것 처럼 말하더군." 조자건은 빙긋 웃었다. "그렇소?" 하후태세는 웃지 않았다. 대신 그의 얼굴 한 구석에 침울한 기운이 떠올랐다. "나는 지난 일 년동안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쭉 지켜보면서 지내왔소. 그래서 그녀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있게 말할 수 있 지. 그녀가 대단한 인물이라고 말한 것은 정말 대단한 인물이 라는 것을 뜻하오." 조자건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하후태세는 무뚝뚝한 음성으로 말을 계속했다.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당신을 한 번쯤 만나고 싶었소. 그래 서 이번에도 다른 사람을 시키지 않고 내가 직접 온 것이오." "왜 나를 만나고 싶었소?" "그건 내 눈으로 직접 당신을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 오." 조자건은 다시 빙그레 웃었다. "직접 보니 어떻소? 내가 대단한 인물인 것 같소?" 하후태세는 조자건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