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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태극문 - 61편 (61/87)

2026-09-23 17:59:50 조회 6
허나 어느 새 나무막대 하나가 불쑥 나타나 그의 머리통을 정 통으로 가격하고 있었다. 퍽! "크악!" 그는 머리통이 박살난 채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 순간. 슈슈슈슉! 파파파팍! 사방의 어둠속에서 수십 개의 암기들이 융단처럼 퍼부어졌 다. 하나 그때는 이미 조자건의 몸은 허공을 날아 앞으로 이 장 이나 전진한 후였다. "아악!" "케엑!" 다시 두 가닥의 비명이 터져 나오며 피비린내가 코를 진동시 켰다. 어둠속에서 연거푸 터져나오는 처절한 비명소리와 진한 피비 린내가 남아 있는 청의인들을 흥분시켰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수중에 있는 암기들을 집어 던졌다. 파팟! "크악...이럴수가..." "이런 제기랄...어느 쪽으로 던지는거야?" 다급한 비명과 욕설소리가 사방에서 터져나왔다. 그 소리에 더욱 당황한 몇 사람이 사방으로 암기들을 발출하자 장내는 금 새 아수라장이 되었다. 쐐액! 파파파... 암기들이 날라다니는 파공음이 연달아 터져 나오며 진한 독 향(독향)이 화신묘안을 가득 메웠다. 당문의 암기중에서도 독 성이 강한 단혼사가 허공을 마구 날아다니는 바람에 그 안에 뒤섞여 있는 독향이 사방을 진동시키는 것이다. 그 혼란의 와중 어디에도 조자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별안간 날카로운 호통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게 무슨 짓들이냐? 어서 불을 켜라!" 장내의 소란스러움이 급격히 감소되며 누군가가 화섭자에 불 을 당겼다. 주위가 환해지며 장내의 끔찍한 참상(참상)이 드러났다. "앗?" "으음....!" 살아남은 몇몇 중인들은 주위를 둘러보며 경악어린 신음을 내질렀다. 그리 넓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좁지도 않은 화신묘의 대청 안은 온통 아수라장을 이루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청의인들과 팔다리가 잘려진 시체들이 즐비했다. 게중에는 당문의 암기에 격중되어 반쯤 녹아버린 시체도 상 당히 있었다.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사천당문의 최고급 고수들인 이십팔숙이 한 사람을 합공하다 가 거의 몰살당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같은 당문의 암기에 격 중되어 목숨을 잃다니 어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살아남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청의인들의 수는 다섯 명 밖에 되지 않았다. 대청의 중앙에는 머리를 산발한 거대한 체구의 인물이 우뚝 서 있었다. 그의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살기가 번뜩이는 안광이 폭사 되어 나왔다. "이런 병신같은 놈들! 그 놈은 어디로 가고 너희들끼리 싸우 고 있느냐?" 그의 입에서 벼락같은 호통소리가 터져나왔다. 살아남은 다섯 명의 청의인들은 그를 보자 움찔하여 머리를 조아렸다. "대...대공자(대공자)님! 그 자는...." 바로 그때 낭랑한 웃음소리와 함께 하나의 인영이 천정의 서 까래위에서 떨어져 내렸다. "하하...당신들의 무서운 솜씨는 잘 견식을 했소. 정말 안목 이 트이는 것 같았소." 입가에 빙그레 미소를 짓고 있는 인물은 그들이 그렇게도 죽 이려 했던 조자건이었다. 청의인들의 몸이 수치심과 분노로 부들부들 떨렸다. 산발사내는 몸을 떨지 않았다. 다만 그의 산발한 머리카락 사이로 번뜩이는 두 눈의 안광이 더욱 짙어졌을 뿐이다. 그는 조자건의 전신을 날카로운 눈으로 쓰윽 흙어본 후 불쑥 물었다. "네 놈이 조자건이냐?"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당신이 패도무쌍하다는 당패(당패)요?" "흐흐...그렇다. 내가 바로 당패다." 산발사내의 음성에는 강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당패! 당씨삼형제중의 맏이이며 당문에서도 세 손가락안에 드는 절 정고수라는 당패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당패는 냉혹하고 무자비하며 과격한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그는 특히 어려서부터 각종 암기를 다루는데 능숙해서 현재 는 암기실력만 놓고 본다면 당문내에서 아버지인 당력을 제외 하고는 제일가는 실력자였다. 당패는 잔인한 살광이 꿈틀거리는 눈으로 조자건을 응시했 다. "본가의 이십팔숙을 단신으로 궤멸시키다니 과연 소문대로 군. 하지만 내 손에 걸린 이상 살아날 생각은 하지 않는게 좋 을 것이다." 조자건은 수중의 나무막대를 어깨에 걸쳐맨 채 담담한 음성 으로 중얼거렸다. "당신들 형제는 모두 공통점이 하나 있군." 당패는 눈을 번뜩이며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조자건은 빙긋 웃었다. "하나같이 너무 자신들을 과신한다는 거요. 조금전 당신이 했던 말은 벌써 당잔이나 당화가 내게 했던 것이오." 당패의 안광이 어둠속에서도 훤히 볼 수 있을 정도로 무섭게 빛났다. 그는 조자건을 악독한 눈초리로 노려보다가 천천히 양 손을 허리부근으로 늘어뜨렸다. 그의 허리부근에는 사슴가죽으로 만든 불룩한 암기주머니가 매달려 있었다. 그 속에 있는 암기들은 당문의 암기중에서도 정품(정품)중의 정품으로 단순히 스치기만 해도 사람을 절명(절명)케 하는 맹 독이 발라져 있었다. 또한 그의 갈쿠리같이 커다란 손은 특수한 기름이 발라진 채 반질거리고 있었다. 그 기름은 암기의 맹독으로부터 그를 보호 하는 것으로 이 기름을 손에 바르지 않고 정품의 암기를 만지 면 즉시 땀구멍을 통해 독이 스며들어 손가락을 잘라내지 않으 면 안되었다. 당패는 오른손을 가죽주머니안에 집어넣으며 살심이 가득한 미소를 띄었다. "흐흐...뚫린 입이라고 잘도 지껄이는군. 하지만 나를 그 녀 석들과 같은 수준으로 생각했다면 그건 네 놈의 치명적인 착각 이다." 동시에 그는 가죽주머니에 넣었던 오른손을 꺼내들었다. 그가 출수하는 동작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어느새 세 개의 독질려가 조자건의 미간과 목덜미를 향해 날아들고 있었 다. 그 속도는 과연 조자건이 겪었던 당잔이나 이십팔숙의 솜씨 와 비할 바가 아니었다. 조자건은 옆으로 두걸음 재빨리 움직여 독질려를 피했다. 하 나 그 순간 당패의 거대한 몸은 어느 새 허공을 날아 그의 코 앞으로 육박하고 있었다. 쐐쐐쐐쐐! 그의 양 손이 휘둘러지며 다시 일곱 개의 독침과 육혼망이 쏘아져왔다. 그 암기들이 날아드는 방위는 실로 완벽해서 조자 건으로서도 일시지간 피할 곳을 찾지 못할 정도였다. 조자건은 수중의 나무막대를 세차게 흔들었다. 탁! 탁! 탁! 기이한 음향이 터져나오며 그토록 무서운 속도로 날아들던 독침과 육혼망이 나무막대에 부딪쳐 모두 튕겨져 나갔다. 동시 에 그의 나무막대는 그 여세를 몰아 그대로 당패의 가슴팍을 향해 날아갔다. 일심향불이란 수법이었는데 단숨에 일곱 개의 변화를 뿌려 암기들을 떨쳐내고 계속 날아가는 그 광경은 그야말로 경탄스 러운 것이었다. 당패는 허공으로 몸을 솟구쳐 날아오르며 양 손을 맹렬하게 휘둘렀다. 파파파팍! 수 십개의 독질려와 육혼망이 한꺼번에 폭포수처럼 조자건의 전신으로 퍼부어졌다. 조자건은 찔러가던 일심향불의 초식을 금강서벽으로 바꾸어 커다랗게 원을 그렸다. 금시라도 그의 전신을 벌집으로 만들어 놓을 듯 하던 암기들 이 마치 벽에 부딪친 듯 사방으로 비산되었다. 하나 그때 그의 머리위에 올라와 있던 당패의 입에서 냉혹한 음성이 흘러나오며 그의 양손이 활짝 펼쳐졌다. "이 놈! 이제 마지막이다!" 파아아.... 갑자기 허공 가득히 뿌연 안개같은 것이 자욱하게 밀려왔다. 조자건의 눈이 유성처럼 반짝였다.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을 하마터면 저승으로 끌고 갈 뻔 했던 그 악독무비한 귀왕령을... 당패가 뿌린 것은 바로 귀왕령이었던 것이다. 귀왕령은 그야말로 강호무림에서도 두 번 다시 보기 힘든 절 대무쌍(절대무쌍)의 암기였다. 이것은 미세한 분말로 되어 있 어서 흡입하기만 해도 독기(독기)에 감염될 뿐 아니라 그 살포 되는 범위와 속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광대하고 빨라서 일 단 발출되면 상대는 영문도 모르고 쓰러지기 일쑤였다. 더구나 이번과 같이 가까운 거리에서라면 도저히 피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그동안 조자건은 이 귀왕령을 만나면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 하고 나름대로 많은 연구를 해왔었다. 하나 막상 허공 가득히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엄청난 귀왕령 의 위세를 보자 전신이 바짝 긴장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갑자기 조자건은 나무막대를 허공에 떠 있는 당패를 향해 던 지며 양 손을 풍차처럼 마구 휘둘러 댔다. 파파파파팡! 그의 양 손에서는 줄기줄기 끊임없는 장력(장력)이 뿜어나왔 다. 그는 숨 한 번 내쉴 사이에 질풍노도처럼 손을 휘둘러 무려 사십 팔장(사십팔장)이나 퍼부어댔다. 그것은 실로 무림역사상 좀처럼 볼 수 없는 일대장관(일대장 관)이었다. 순식간에 허공으로 퍼부어진 사십팔장은 장력과 장력들이 서 로 부딪쳐 허공에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그 소용돌이는 점차 강력해져서 마침내는 가공할 속도로 회 전하여 주위를 휘감아 버렸다. 자욱하게 밀려오던 귀왕령은 그 소용돌이에 휘말려 씻은 듯 이 사라져 버렸다. 우우웅!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는 소용돌이는 귀왕령을 송두리째 빨아 들이고 그 여세를 몰아 당패와 살아남은 다섯 명의 청의인들을 향해 몰아쳐갔다. "으핫"! "피...피해라!" 당패와 다섯 명의 청의인들은 사색이 된 채 허공으로 몸을 날렸다. 하나 소용돌이는 너무도 빨리 그들의 몸을 휩쓸어 버 렸다. 콰쾅! "크아악!" "케에엑!" 폭음이 터지며 처절한 비명소리가 연거푸 터져나왔다. 다섯 명의 청의인들은 누구 하나 요행을 건지지 못하고 소용 돌이에 휘말려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들중 두 명은 소용돌 이에 강타당하는 순간 심맥이 터져 즉사했으며 나머지 세 명은 용케도 살았으나 그 순간 소용돌이속에 포함되어 있던 귀왕령 의 독기에 그대로 격중되고 말았다. 치치칙.... 매케한 내음과 함께 세 명의 전신이 마구 뒤틀리며 비명소리 가 귀청을 찢을 듯 울려퍼졌다. "끄아아...!" "으아악!" 천하무비의 암기인 귀왕령을 전신에 송두리째 뒤집어 쓴 세 명의 청의인들은 순식간에 시커먼 핏물로 화해 버렸다. 실로 끔찍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무시무시한 맹독의 암기였다. 당패 또한 무사하지는 못했다. 그는 조자건이 집어던진 나무막대를 피하느라 미처 그가 뿜 어낸 장력이 일으키는 소용돌이를 보지 못했다. 나중에야 그것 을 깨닫고 허겁지겁 몸을 날렸으나 완벽하게 피하지 못하고 왼 쪽어깨를 그대로 강타당했다. 쾅! "크윽!" 그는 왼쪽 어깨뼈가 완전히 박살이 난 채 뒤로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하나 그 순간, 쐐액! 그의 뒷통수로 무언가 써늘한 것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 들었다. 그것은 너무도 돌발적이고 빨랐는지라 당패로서는 도 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콱! 그는 그대로 뒷통수를 강타당하고 말았다. 비명소리도 없었다. 당패의 산발한 머리는 박살이 난채 사방 으로 시뻘건 선혈과 뇌수를 뿌려댔다. 머리통이 없어진 그의 거대한 몸은 몇 번인가 휘청거리다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제서야 조자건은 천천히 나무막대를 회수했다. 조금전 당패의 뒷통수를 박살낸 것은 바로 그가 던진 나무막 대였던 것이다. 당패는 비록 처음에 조자건이 던진 나무막대를 피했으나 그것이 허공을 선회하여 다시 그의 뒷통수로 날아들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을 것이다. 이 수법은 일전에 파금왕이 선보였던 회선무궁을 검으로 변 형해 시전한 것이었다. 당시 파금왕의 회선무궁 수법은 조자건 의 간담을 서늘케 하는 것이었는데 조자건은 그 수법을 눈여겨 봐두었다가 실로 시기적절한 때 사용했던 것이다. 조자건이 귀왕령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수법은 복호장중의 와호봉각(와호봉각)이었다. 와호봉각은 빠르기는 하나 한 번에 여섯 장밖에는 발출할 수 가 없는 초식이었다. 하나 조자건은 단숨에 와호봉각을 여덟 번이나 거푸 전개하여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던 것이다. 그가 팔방(팔방)으로 갈겨댄 와호봉각의 경기는 허공중에서 서로 격돌하고 또는 보완되어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형성했다. 그 소용돌이가 일으키는 흡입력에 귀왕령은 미처 완벽하게 펼 쳐지지도 못하고 휘감겨 버렸던 것이다. 조자건은 천천히 장내를 둘러 보았다. 장내에는 한 폭의 지옥도(지옥도)가 펼쳐져 있었다. 수십 구의 시체가 여기저기 널부러져 있었고 시체에서 뿜어 나오는 선혈이 내를 이루고 있었다. 조자건외에는 아무도 살아 있는 사람이 없었다. 사천당문의 최고고수 스물 아홉명이 한 사람에 의해 단 일각 (일각)만에 모두 고혼(고혼)이 되어 버렸다고 한다면 누구도 믿지 못할 것이다. 조자건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그는 비록 그들의 무서운 합공을 물리쳤으나 너무 많 은 사람을 죽여 마음이 무거웠다. 하나 진짜 무서운 적은 아직 죽지 않았다. 조자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피로 물든 화신묘를 벗어났다. 화신묘의 밖을 나오자 칠흑같은 어둠속에 서 있는 세 명의 노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는 느릿느릿 그들을 향해 다가갔다. 그를 본 세 명의 노인은 낮빛이 변해 몸을 딱딱하게 굳히고 있었다. 이, 비황(비황) 세 명의 노인중 중앙에 서 있는 곰방대를 들고 있는 청삼노 인이 불쑥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당패는 어디 있느냐?" 조자건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안에 있소." 청삼노인은 그의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차리고 낮빛이 굳어 졌다. 그의 옆에 있는 남삼을 입은 노인이 경호성을 터뜨렸다. "뭐라고? 그럼 네 놈이 패아를 죽였단 말이냐?"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남삼노인은 눈가를 실룩이며 그를 노려보다가 무어라고 소리 치려 했다. 그때 청삼노인이 예의 무표정한 음성으로 입을 열 었다. "결국 너는 내 아들 세 명을 모두 죽였구나. 그러고도 살아 나길 바라는 것은 아니겠지?" 조자건은 유심한 시선으로 청삼노인을 바라보았다. "그럼 당신이 바로 천수비호 당력이오?" 청삼노인은 무감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노부가 바로 당력이다." 눈앞의 이 강팍한 인상의 노인이 천하인들로 하여금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떨게 한다는 천수비호 당력이었던 것이다. 당력은 원래 당문의 칠대장로(칠대장로)중 한 사람이었다. 그는 당문의 전대가주인 탈혼신군(탈혼신군) 당조경(당조경) 의 사촌동생이었는데 당조경은 신강(신강)의 패자(패자)인 흑 수일사(흑수일사) 마굉(마굉)과 싸우다가 죽었다. 당조경은 마침 아들이 없었기 때문에 그가 갑작스럽게 죽자 당문에서는 후임 가주를 선택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때 두각을 나타낸 사람이 바로 당력이었다. 당력은 단신으로 신강에 쳐들어가 마굉을 죽이고 그의 식솔 서른 다섯 명을 차례로 살해해서 신강땅을 온통 공포에 젖게 했다. 당시 그의 손속이 어찌나 잔인하고 악랄했던지 그 뒤로 신강에서는 사천(사천)이라는 말만 들어도 모두들 벌벌 떨곤 했다. 당조경의 원한을 갚은 공으로 당력은 당문의 문주가 되었다. 그때 그의 나이 오십 이세였다. 문주가 된 후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자신과 함께 칠대장로 에 속한 인물들중 당조경의 친동생 네 사람을 숙청하는 일이었 다. 그는 그들이 자칫 가주의 권위에 도전할까 염려되어 후환을 방지하는 의미에서 모두 처참하게 살해했다. 칠대장로중 살겁 (살겁)을 면한 사람은 당력의 친동생인 당종(당종)과 당후(당 후) 두 사람 뿐이었다. 그 뒤로 그의 권위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 되 었다. 강호인들은 일신에 청색 장삼을 입고, 머리에 흰 수건을 두 르고, 입에 늘 담뱃대를 물고 있는 노인을 보면 그가 당력이든 아니든간에 무조건 멀리 피하곤 했다. 고의든 무의식중이든간에 일단 그의 비위를 건드리는 사람이 있다면 결코 무사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친 혈육조차 마음대로 죽이는 사람의 비위를 거스릴 담량을 지닌 사람은 없었다. 당력의 양 옆에 있는 두 노인들은 그의 친동생들로서 당문쌍 로(당문쌍로)라 불리우는 당종과 당후였다. 남삼노인이 당종이 었고 갈포노인이 셋 중 막내인 당후였다. 조자건을 바라보는 당력의 시선은 단순히 싸늘하다고 말하기 는 힘든 기이한 무언가가 서려 있었다. 그것은 쳐다보기만 해 도 소름이 오싹 끼칠만큼 끔찍스러운 살기였다. 당력의 세 아들은 결국 모두 조자건에 의해 살해되었다. 당 력이 아무리 혈육조차 무시하는 냉혈한이라고 해도 자신의 후 대(후대)가 모두 끊어진 상태에서조차 냉정할 수는 없을 것이 다. 당력은 무표정한 눈으로 조자건을 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오늘 너는 이곳에서 죽는다. 나의 세 아들이 죽은 것보다 몇 배나 더 고통스럽고 처절하게 죽을 것이다. 노부를 건드린 것을 뼈져리게 후회하며 죽어갈 것이다." 그의 음성은 마치 넋두리처럼 나직했으나 기이한 마력이 담 겨 있어 듣는 이로 하여금 왠지 모골이 송연해지도록 했다. 하나 조자건의 표정은 담담하기 그지 없었다. 그는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꽁무니를 빼는 기색이 없이 조용 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당신의 말은 매우 그럴 듯하군. 하지만 사실 나를 먼저 건 드린 것은 당신네들이오." "너와 입씨름하고 싶지는 않다. 단지 너는 이제 그만 죽어줘 야 한다는 것이다." 당력의 고개가 거의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끄덕여졌다. 그와 동시에 당종과 당후가 조자건의 양쪽 뒤로 가서 섰다. 앞에는 당력, 뒤에는 당종과 당후. 세 사람은 삼각형으로 조자건을 에워싸고 있었다. 그의 앞뒤 를 에워싼 이 세 사람은 당금 강호의 오대암기명수(오대암기명 수)에 속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들 중 한 명만 나서도 조자건으 로서는 상대하기 벅찰 정도로 무서운 고수들인 것이다. 당력의 입이 천천히 열려졌다. "노부는 원래 혼자서 너를 상대하려 했다. 노부의 만천화우 수법으로 충분히 너를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 나 방금 생각이 바뀌었다." 조자건은 태연한 음성으로 물었다. "무엇이 당신 생각을 바뀌게 했소?" "너다. 노부는 아직 너같이 냉정한 눈을 가진 자를 만난 적 이 없다." 당력은 조자건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느릿느릿 말을 계속했 다. "노부는 지금까지 많은 자들과 상대해 왔지만 그들중 어느 누구도 대적하기 전에 너처럼 침착하고 자신감넘치는 인물은 없었다. 그런 자신감에 이십팔숙과 당패를 일각만에 물리친 실 력이라면 노부도 결코 완벽한 승산을 장담할 수가 없을 것이 다." 고수들간의 겨룸에서 실력은 물론 중요하다. 하나 더욱 중요한 것이 바로 자신감이었다. 자신감이 없는 상태에서의 겨룸이란 곧 패배와 직결된다. 그 것은 실력 이전의 문제로, 자신감이란 곧 자신이 지닌 실력을 얼마나 완벽하게 펼칠 수 있느냐 하는 뜻과도 상통하는 것이 다. 조자건은 무슨 일이든지 충만한 자신감으로 임한다. 이것은 무림인으로서 누구나가 지니고 싶어하는 장점이다. 당력의 말을 들은 조자건의 마음 또한 무거워졌다. 당력은 자타가 공인하는 불가일세(불가일세)의 고수일 뿐 아 니라 천하무림에 공포스러운 존재인 당문의 당대가주였다. 그 러니만큼 그의 자존심과 자부심은 가히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조자건을 상대하는데 만전을 기하기 위해 자 신의 두 명의 동생과 그를 합공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은 곧 그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조자건을 죽이고야 말겠 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었다. 신분과 체면을 도외시한 채 반드시 조자건을 없애겠다는 무언(무언)의 표시인 셈이었 다. 이것이야말로 당력의 무서운 점이었다. 그는 일단 한 번 목표로 삼은 인물을 없애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무자비한 점이 있는 반면에 순간적인 분노 나 한때의 기분으로 일을 그르치지 않는 신중함도 있는 것이 다. 세 사람이 조자건을 에워싸고 서 있는 위치 또한 매우 교묘 했다. 그것은 얼핏 보기에 단순한 삼재진(삼재진)의 형상 같았으나 삼재진보다 간격이 훨씬 넓었다. 또한 그들의 서 있는 방향이 서로 비스듬하게 엇갈려 교차되는 지점이 없었다. 조자건은 이것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았다. 그는 일전에 사천당문에서 비밀리에 전해 내려오는 비전(비 전)의 절진(절진)에 대한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것의 이름은 비황진(비황진)이라고 했다. 비황진은 대진(대진)과 소진(소진)이 있는데 비황대진을 펼 치기 위해서는 스물 한 명의 고수가 필요했다. 비황대진의 위력은 가히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놀라워서 백 여년 전만 해도 당문의 절정고수들이 비황대진을 펼치면 천하 무림이 온통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당 문의 비황대진을 소림사의 나한진(나한진)과 무당의 양의합벽 검진(양의합벽검진)과 함께 무림의 삼대절진(삼대절진)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하나 더욱 무서운 것은 비황소진이었다. 비황소진을 펼치기 위해서는 당문에 전해지는 모든 암기들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암기의 달인(달인) 세 사람이 필요했 다. 단 세 사람의 암기의 달인이 펼치는 비황진! 그것의 위력은 비황대진을 몇 배 능가할 뿐 아니라 특히 한 사람을 협공하기에는 천하에서 가장 완벽한 것으로서 그 절진 에 갇히면 천하의 어떤 고수라도 견딜 수 없다고 했다. 조자건은 이들이 서 있는 자세가 혹시 대일인합격진(대일인 합격진)으로는 고금사상 최강이라는 그 비황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