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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태극문 - 60편 (60/87)

2026-09-23 17:59:50 조회 8
그리고 당신의 큰 형도 또한 사마결이 쉽사리 꼬리를 잡힐 사람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았을거요." 당화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왜 큰형은 사자림을 택한거죠?" "그래야 그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당문의 가주가 될 수 있을테니까." 조자건의 말에는 깊은 뜻이 있었다. 다행히도 당화는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금새 그 안에 내포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안색이 약간 변해 즉시 말했다. "당신의 말인즉 큰형은 내가 당신의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을 알고 일부러 나를 사지(사지)로 보냈다는 말인가요?" "그렇소. 당신이 사라지면 그는 당연히 아무런 경쟁자도 없 이 당문의 가주가 될 수 있을거요." 당화의 냉정하던 눈빛이 조금 흔들렸다. 하나 이내 그는 냉소를 날렸다. "흥! 큰형이 그렇게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역시 그는 실수한거에요. 당신은 결코 내 적수가 될 수 없으니 까 말이에요." 조자건은 담담하게 웃었다. "만일 그렇게 생각했다면 그는 결코 당신이 화신묘로 가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았을거요. 자신에게 가주에 대한 욕심이 없 다면 모르지만." 당패는 물론 가주에 욕심이 없는 담백한 인물은 절대 아니었 다. 당화는 다시 입가에 차가운 미소를 떠올렸다. "나는 당신의 격장지계(격장지계)에 넘어갈 만큼 어리석지 않아요. 당신은 내 명옥수공을 감당할 수 없어요." 조자건은 차분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또 잘못 생각했소. 당신은 자신의 명옥수가 천하제 일의 무공이라도 되는양 믿고 있는 모양인데 명옥수는 비록 뛰 어난 절기이지만 나는 그보다 강한 무공을 지금까지 여러번 상 대해 왔소." 당화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당신은 정말 허풍이 심하군요." 그는 비록 웃고 있었지만 눈에는 짙은 살기가 감돌고 있었 다. 조자건은 조용하게 물었다. "그렇게 의심이 난다면 왜 직접 손을 써서 확인해 보지 않는 거요?" 그 말에 당화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씻은 듯이 사라졌다. 동시에 그의 얼굴 전체에 흉악한 살기가 감돌며 눈빛에서 냉혹 한 기운이 뿜어나왔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온유하면서도 일면 천진난만한 구석까지 있던 그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무시무시한 모습이었다. 이것이 바로 죽음의 꽃이라고 까지 불리우는 냉혈독화 당화 의 진정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이, 비정(비정) 당화의 입에서 살기가 뚝뚝 떨어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네가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동시에 그의 몸이 희뿌연 그림자를 그리며 조자건을 향해 쏘 아져왔다. 쉬아악! 그의 새하얀 손이 한 줄기 백선(백선)을 그리며 조자건의 미 간을 향해 날아왔다. 조자건은 슬쩍 고개를 옆으로 움직여 그 의 손을 피하며 수중의 나무막대로 재빠르게 당화의 목덜미를 찔러갔다. 조자건의 일식은 비화수중의 수점매화를 검으로 시전한 것이 었다. 이 초식은 비록 변화무쌍한 맛은 떨어졌으나 빠르고 예 리해서 칼날같은 위력이 있었다. 당화는 조자건의 손속이 이리도 빠르고 날카로울 줄은 몰랐 는지라 안색이 약간 변하여 주춤 뒤로 물러서더니 번개같이 쌍 수를 뒤집었다가 떨쳐냈다. 쑤아앙! 명옥수 특유의 희뿌연 경기가 구름처럼 일어나며 조자건의 상반신을 뒤덮어갔다. 하나 그때 빗나간 줄 알았던 조자건의 나무막대가 허공에서 미묘한 변화를 일으키더니 그대로 당화의 목덜미쪽으로 다가오 는 것이 아닌가? 그 변화하는 속도가 어찌나 빠르고 갑작스러웠던지 당화는 자신도 모르게 다급한 경호성을 터뜨렸다. "앗?" 그는 황급히 떨쳐내던 명옥수의 경기를 회수하며 옆으로 빙 글 몸을 돌렸다. 파앗! 나무막대가 아슬아슬하게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당화는 가슴이 섬뜩해졌다. 그런데 그때 더욱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분명히 그의 목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던 나무막대가 허공에서 빙글 선회하며 다시 그의 목덜미를 찔러오는 것이었 다. '이것이 정녕 수점매화란 말인가?' 당화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잠시 멍청하게 서 있었다. 평범한 수점매화가 세 번씩이나 연거푸 허공에서 멈추지 않 고 날아드는 것이다. 그것은 더이상 평범해 보이지 않았다. 당화는 안색이 핼쓱해진 채 양 손을 질풍처럼 휘둘렀다. 파파파팍! 명옥수의 경기가 폭포수처럼 뻗어나왔다. 그것은 순식간에 목덜미쪽으로 날아오는 나무막대와 허공에서 정면으로 격돌했 다. 콰쾅! 경기와 나무막대가 부딪쳤는데 어이없게도 폭음이 터져나왔 다. 당화의 몸이 휘청거리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 순간, 스읏! 조자건의 손에 들린 나무막대가 빙글빙글 회전하며 허공에 여섯 개의 고리를 만들어냈다. 바로 복마검법중의 조운육환이 펼쳐진 것이다. 당화는 미처 몸을 가눌 사이도 없이 자신의 전신이 그 여섯 개의 고리아래 그대로 노출되는 것을 깨달았다. 당화는 전력으 로 몸을 회전시키며 명옥수중의 가장 무서운 수법인 명옥만리 겁(명옥만리겁)을 펼쳐냈다. 파파팡! 명옥만리겁은 과연 그 위력이 놀라워 순식간에 자신을 향해 다가들던 다섯 개의 고리를 격파해 버렸다. 하나 마지막 남은 한 개의 고리는 명옥수공의 경기를 뚫고 들어가 당화의 왼쪽팔 을 그대로 강타해 버렸다. 퍽! "크윽!" 당화의 입에서 짤막한 신음이 흘러나왔다. 조금전의 일격으 로 그의 왼쪽팔은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하나 당화는 그바람에 오히려 살심(살심)이 폭발한 듯 얼굴 이 새하얗게 변했다. 변한 것은 얼굴뿐이 아니었다. 그의 양손과 머리카락마저 마 치 서리가 내린 듯 하얗게 변해 버렸다. 눈깜빡할새 당화의 몸은 설인(설인)처럼 하얗게 변했다. 그것을 본 조자건의 눈빛이 혜성처럼 반짝거렸다. 당화는 지금 본신의 진원지기(진원지기)까지 끌어올려 명옥 수를 극성으로 펼치려는 것이었다. 일단 그의 손이 휘둘러지면 실로 경천동지할 무시무시한 일격이 가해질 것이다. 그 순간 조자건은 천천히 수중의 나무막대를 앞으로 찔렀다. 그가 내뻗은 일검(일검)은 몹시 평범한 것이었다. 그것은 그렇게 빠르지도 않았고 변화무쌍한 점은 전혀 없었 다. 그리고 무슨 가공할 힘을 담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당화는 나무막대가 다가올수록 한 줄기 거대한 압 력이 자신을 짓눌러 오는 것을 느꼈다. 그 압력은 점차 강대해져서 이대로 있다가는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짜부러질 것 같았다. 당화는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치지 않은 오른손을 세차게 휘 둘러갔다. 슈아앙! 마치 회오리가 몰아치는 듯한 음향이 터져 나오며 희뿌연 경 기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그 희뿌연 구름은 천하의 무엇이라 도 간단하게 파괴해 버릴 것만 같았다. 하나 느릿느릿 전진해 오는 평범한 나무막대만은 막을 수가 없었다. 쭈아악! 나무막대와 희뿌연 구름이 부딪치자 명옥수의 경기가 반으로 갈라지며 당화의 몸이 그대로 드러났다. 당화의 새하얀 얼굴에 공포의 빛이 떠올랐다. 그 순간 천근(천근)의 무게를 띤 채 앞으로 전진하던 나무막 대가 세차게 떨리며 처절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으아악!" 당화는 입으로 폭포수처럼 시뻘건 선혈을 내뿜으며 삼 장이 나 날아가 버렸다. 그제서야 조자건은 천천히 나무막대를 거두었다. 지금 그가 펼친 수법은 복마검법의 태산압정(태산압정)을 수 평으로 전개한 것이다. 태산압정은 원래 위에서 아래로 수직으 로 휘두르는 초식인데 그가 옆으로 변형시켜 사용하니 그 위력 이 실로 놀라웠다. 당화는 바닥에 누운 채 필사적으로 일어나려고 발버둥치고 있었다. 하나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그의 입에서는 시커먼 선혈과 함께 잘려진 내장조각이 꾸역꾸역 흘러나왔다. 조자건은 느릿느릿 그에게 다가갔다. "끄으으..." 그를 올려다보는 당화의 얼굴에 회색빛 죽음의 그림자가 어 려있었다. 조자건은 그를 내려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당신의 가장 큰 실수가 무언지 아오?" 당화는 필사적으로 눈을 뜨며 무어라고 입을 열려했다. 말대 신에 선혈이 뿜어나왔다. 조자건은 조용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너무 명옥수에 의존했소. 당신은 진작에 암기를 꺼 내 사용했어야 했소." 당화의 몸이 부르르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그에게 손을 내뻗다가 그대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 확실히 조자건의 말대로였다. 명옥수가 아무리 강하다 해도 당문의 절세무적인 암기보다는 그 위력이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가 만약 명옥수에 의존하지 않고 암기를 펼쳐 공격을 했다면 조자건으로서는 몹시 어려운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처럼 단 삼초만에 피를 뿌리며 쓰러지지는 않았 을 것이다. 하나 본격적인 싸움은 이제부터였다. 당화마저 그의 손에 죽은 것을 알게되면 사천당문에서는 결 코 그를 살려두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당화처럼 무공으로만 상대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정말 무섭고 조자건이 두렵게 생각하는 당문의 암기는 이제 부터 선보이게 될 것이다. 달도 없는 칠흑같은 밤이었다. 칙칙한 어둠에 잠겨 있는 화신묘는 마치 한 마리 괴물처럼 거대해 보였다. 언제부터인지 화신묘의 주위로 모여들고 있는 일단의 무리들 이 있었다. 그들은 머리에 백색 두건을 멘 청의인들이었다. 청의인들의 앞에는 체구가 거대하고 머리를 산발한 사나이가 우뚝 선 채 화신묘를 응시하고 있었다. 청의인들은 화신묘를 완벽하게 에워싼 채 그의 지시를 기다 리는 듯 그를 주시했다. 청의인들의 수는 정확히 스물 여덟 명 이었다. 산발사내의 오른 손이 번쩍 쳐들렸다. 그러자 스물 여덟 명의 청의인들은 소리도 없이 화신묘 안으 로 날아들어갔다. 그들은 순식간에 어둠에 잠긴 화신묘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한동안 산발사내는 청의인들이 사라진 화신묘를 바라보며 말 없이 서 있었다. 그러다 문득 그는 인기척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다. 언제 나타났는지 그의 뒤에서 이장 쯤 떨어진 곳에 한 명의 청삼노인이 조용하게 서 있었다. 청삼노인은 머리에 백색 두건을 하고 손에는 곰방대를 쥐고 있었다. 청삼노인의 얼굴은 매우 강팍한 인상이었다. 매부리코에 눈 매는 독수리처럼 날카로웠고 입술은 비정하리만치 얄팍했다. 특히 어둠속에서 번쩍이는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우면서 도 독사의 그것처럼 섬뜩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그를 보기만 해도 웬만한 담력을 가진 사람은 오금이 저릴 정도로 매서운 인상의 노인이었다. 청삼노인을 보자 산발사내는 다가와서 머리를 조아렸다. "아버님 오셨습니까?" 청삼노인의 시선은 그를 쓰윽 흙기만 했다. 그런데도 산발사내는 흠칫하며 몸을 가늘게 떨었다. 청삼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묵묵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 다. 산발사내의 몸이 점점 더 떨리며 그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 히기 시작했다. 그때 청삼노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 "막내가 그에게 당했다고 들었다. 사실이냐?" 그의 음성은 아무런 표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왠 지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오싹 끼치게 하는 기이한 냉기(냉 기)를 느끼게 했다. 산발사내는 고개를 숙인 채 조심스런 음성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이곳에서 일 리(일리)쯤 떨어진 곳에서 막내의 시신을 발견했습니다." 청삼노인의 눈빛에서 냉혹한 기운이 뻗어나왔다. "너는 왜 막내를 혼자 그에게 보냈느냐?" 산발사내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그...그건..." "막내는 성미가 급하고 너무 오만해서 남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나는 네게 막내 혼자서는 절대로 일을 하지 못하 도록 신신당부를 했거늘 어찌 막내를 혼자 활동하도록 내버려 두었느냐?" 청삼노인의 음성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아무런 빛도 담겨 있 지 않았다. 그런데도 산발사내는 몸을 부르르 떤 채 제대로 대 답을 하지 못했다. "마...막내가 너무 고집을 부려서....." 청삼노인의 눈동자에 이상한 광채가 번뜩였다. "너는 감히 나를 속일 생각이냐?" 순간 산발사내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 자리에 넙죽 업드 렸다. "아....아버님...용서해 주십시오." 청삼노인의 음성은 여전히 조용했으나 그럴수록 산발사내는 더욱 두려움에 떠는 모습이었다. "나는 너를 믿고 막내를 함께 보냈거늘 일부러 그를 혼자 사 지로 보내다니 내가 너를 잘못 보았다." "아....아버님..." "가주 자리가 그렇게 탐이 났더냐?" 산발사내는 고개를 떨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를 내려보는 청삼노인의 눈은 냉혹무비한 것이었다. "가라. 가서 그 놈을 죽여라. 그 놈의 수급을 베어 오지 않 는한 나는 결코 너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청삼노인의 말에 산발사내는 몇 번이고 땅바닥에 머리를 조 아렸다. "가...감사합니다. 아버님! 기...기필코 그 놈을 죽여 막내 의 원수를 갚겠습니다." 산발사내는 말을 마치자 마자 벌떡 일어나더니 비호처럼 몸 을 돌려 화신묘를 향해 날아갔다. 그의 거대한 몸은 한 마리 비조(비조)처럼 단숨에 십 여장을 날아 화신묘의 안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 신법은 그야말로 보 는 사람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하나 화신묘로 사라지는 그의 뒷등을 보는 청삼노인의 눈은 싸늘하기 이를데 없었다. "머저리같은 놈!" 그는 나직하게 중얼거리더니 돌연 뒤를 돌아보았다.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패아(패아)가 그 놈의 수급을 베어 올 것 같으냐?" 그의 뒤에는 언제 나타났는지 두 명의 중노인이 우뚝 서 있 었다. 그들은 각기 크고 작은 인물들이었는데 좌측의 남색 장삼을 입은 노인은 키가 삐쭉하니 크고 깡말랐으며 우측의 갈색 장 포를 입은 노인은 반대로 키가 작달막하고 통통했다. 남색장삼의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패아가 비록 성격이 편협하고 독점욕이 강하지만 무공만큼 은 본가(본가)에서도 다섯 손가락에 드는 고수 아닙니까? 그와 이십팔숙(이십팔숙)이라면 충분히 조자건이란 놈을 해치울 수 있을 겁니다." 청삼노인은 그 말에는 대꾸도 없이 다시 불쑥 물었다. "셋째. 네 생각은?" 갈색장포의 뚱뚱한 노인이 눈을 반짝 빛내며 말했다. "소제(소제)의 생각은 둘째 형님과는 조금 다릅니다. 그 조 자건이란 놈은 절대로 쉽게 볼 상대가 아닌 것 같습니다. 우선 지금까지 그 놈에게 당한 고수들만 봐도 그중 만만한 인물이 하나도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오는줄 알면서도 피하지 않고 대항하는 담력이나 이런 장소를 고른 안목을 보아도 범상치 않 은 놈이 틀림없습니다." 남색장삼의 노인이 눈쌀을 찌푸리며 그를 돌아보았다. "셋째. 너는 그래서 패아가 그의 손에 당하기라도 했으면 좋 겠다는 말이냐?" 갈색장포의 노인은 조금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빙긋 웃기 까지 했다. "둘째형님도 제가 어떻게 그러겠습니까? 저는 단지 그 조자 건이란 놈이 절대 쉽게 생각할 인물이 아니라고 말씀드리는 것 뿐입니다." "나는 그 놈이 패아와 이십팔숙을 당해낼 수 있으리라고는 절대로 믿지 않는다." 그때 청삼노인이 예의 무표정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내 생각도 셋째와 같다. 그 놈은 확실히 보통 놈들과는 다 르다." 남삼노인의 눈에 흠칫하는 기색이 떠올랐다. "큰형님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청삼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놈은 일호가 파놓은 완벽한 함정속에서도 살아난 놈이다. 더구나 귀왕령에 격중된 상태에서도 살아날 수 있었다는 것은 끈질긴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 놈이라면 결코 만만하게 당할 리가 없다." 그때 갈포노인이 그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큰형님께서는 그렇게 생각하시면서 왜 패아를 저곳에 들여 보내셨습니까?" 청삼노인의 눈에서 냉혹한 빛이 흘러나왔다. "나는 패아와 화아를 분발시켜 서로 손을 잡고 그를 상대하 게 하려 했었다. 두 녀석이 함께 행동했으면 조자건은 절대로 살아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패아는 쓸데없는 이기심으로 화아를 죽게 하고 놈으로 하여금 유리한 지역에서 우리에게 맞 서게 했다. 그것은 절대로 용서할 수가 없다." 청삼노인은 한 자 한 자 힘주어 내뱉었다. "자기가 뿌린 씨는 자기가 거두어 들여야 한다. 그것은 누구 라해도 마찬가지다." 그 음성에 실린 냉혹함과 비정함에 남삼노인과 갈포노인은 자신들도 모르게 부르르 몸을 떨었다. 자신의 친아들이라 할지라도 단 한 번의 잘못조차 용납하지 않는 자를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데 그때 문득 청삼노인의 시선이 화신묘로 향했다. 두 명의 노인도 그를 따라 시선을 돌렸다. 어둠에 잠긴 화신묘. 그 안에서 한 명의 인물이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보는 순간 청삼노인과 다른 두 명의 노인은 몸 을 딱딱하게 굳혔다. 제38장 암천성휘(암천성휘) 일, 혈전(혈전) 파팍! 방금전까지만 해도 조자건이 서 있던 자리에 수십 개의 독질 려가 꽂혀 벌집처럼 변해버렸다. 그 순간 조자건의 몸은 이미 허공을 가르고 지나가며 수중의 나무막대를 힘껏 떨쳐내고 있었다. 쾌액!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검이 아니고 나무막대기 때문에 검광은 번뜩이지 않았다. 하나 나무막대에서 뿜어나오는 예기는 검광 을 몇 배 능가하는 날카로운 것이었다. "크악!" 이십팔숙중 한 명이 미처 피하지 못하고 나무막대에 목덜미 를 강타당한 채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때 다시 일곱 개의 육혼망이 섬뜩한 빛을 뿌리며 날아들었 다. 조자건은 빙글 몸을 돌려 육혼망을 피하며 번개같이 삼검(삼 검)을 휘둘렀다. 파팍! 두 명의 청의인이 비명도 없이 피떡이 되어 바닥에 나뒹굴었 다. 그러나 조자건의 몸은 그 순간에 노출이 되어 그의 사방으 로 벌떼같은 암기들이 퍼부어졌다. 쐐쐐쐐쐐....! 그 공세가 어찌나 무섭던지 주위가 온통 암기의 폭풍에 휩싸 인 것 같았다. 조자건은 그대로 바닥을 떼구르르 굴렀다. 빛발치듯 퍼부어지는 암기들중 세 개의 독침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자건은 벌떡 일어나며 나무 막대로 팔방풍우와 일성엄월(일성엄월), 풍소낙엽의 세 초식을 질풍처럼 펼쳐댔다. 파파팍! "크악!" "케에엑!" 다시 세 명의 청의인들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피분수를 뿌 리고 나가 떨어졌다. 그때 갑자기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자욱한 안개같이 것이 그 의 전신을 덮어왔다. "단혼사(단혼사)로구나!" 조자건은 짤막한 탄성을 내지르며 황급히 이 장여나 비스듬 히 옆으로 날아갔다. 파스스스.... 그가 서 있던 자리가 매퀘한 냄새를 풍기며 타들어갔다. 단혼사는 다른 암기와는 달리 발출될 때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기 때문에 이와같은 어둠속에서는 그야말로 가공할 위력을 나타내는 암기였다. 이 독모래에 몇 알만 격중되어도 삽시간에 한줌 피고름으로 변하고 마는 것이다. 하나 조자건이 채 신형을 안정시키기도 전에 다시 열 두개의 독질려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들었다. 조자건은 주저없이 옆에 있는 돌벽뒤로 몸을 날렸다. 파파팍! 열 두개의 독질려는 돌벽에 맞고 뿌연 먼지를 일으킨 채 바 닥에 떨어졌다. 그 순간 돌벽뒤에서 조자건의 신형이 튀어나오 며 엄청난 공세가 사방을 휩쓸고 지나갔다. "크아악!" 합창같은 비명소리가 거의 동시에 터져 나오며 무려 다섯 명 의 청의인들이 피를 뿌리며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어둠속에서 살아남은 청의인들의 입으로 흘러나오는 거친 숨 소리가 들려왔다. 이십팔숙은 사천당문에서도 고르고 뽑은 초일류고수들이었는 데 조자건의 일격에 다섯 명씩이나 쓰러질 줄이야 그들로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조자건 또한 숨결이 가빠지는 것을 느꼈다.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청각에 의지하여 섬전같은 속도로 날아 오는 암기들을 피하기란 그야말로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가 만약 심등대법을 연성하지 않았다면 벌써 한 줌의 피고름으로 변해 쓰러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조자건은 새삼 자신에게 심등대법을 전수해준 독고붕에게 감 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천당문의 암기에 두 눈을 실명(실명)당한 독고붕이 만든 심등대법으로 사천당문의 고수들을 쓰러뜨리게 되었으니 우연 치고는 참으로 공교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나 그만큼 체력과 심력(심력)의 소모가 막대하여 그의 전 신에서도 후줄근한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했다. 쉬앗! 다시 그의 얼굴쪽으로 희뿌연 단혼사가 날아들었다. 조자건은 옆으로 삼장이나 날아 어느 반쯤 부서진 돌벽뒤에 몸을 숨겼다. 주위는 아주 조용했다. 이십팔숙중의 살아남은 십 여명 또한 더이상 함부로 공격하 지 않고 어둠속에 몸을 숨긴 채 그의 종적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조자건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마치 머리속에 등불을 켠 듯 주위경물을 환하게 궤뚫어 볼 수 있었다. '이장 앞쪽에 둘....왼쪽에 하나...그 옆으로 다시 둘...뒤 에 셋...' 그는 자신의 주변 오장 이내에 있는 적들의 종적을 확인하고 는 소리없이 몸을 날렸다. 가장 먼저 그는 왼쪽에 혼자 숨어있는 청의인에게로 다가갔 다. 청의인은 담벽에 몸을 바짝 기댄 채 숨을 죽이고 주위를 두 리번거리고 있었다. 그의 눈에 무언가 희끗한 것이 들어왔다. 그는 반사적으로 품안에 손을 넣어 독질려를 발출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