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무협지]태극문 - 59편 (59/87)

2026-09-23 17:59:50 조회 8
그의 눈부신 솜씨와 악독 한 살수는 누구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을거요." 조자건은 묵묵히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사마결은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말을 계속했다. "당신의 실력을 의심하는건 아니지만 당력은 정말로 무서운 인물이오. 그의 암기는 결코 양 손과 하나의 검만으로는 막을 수가 없는 것이오." 그는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했다. "더구나 당신은 하마터면 당력의 아들인 당잔에게도 당할 뻔 하지 않았소? 당력은 당잔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고수란 말이 오." 조자건은 한참동안 침묵을 지킨 후 비로소 입을 열었다. "물론 나는 그를 경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소. 하지만 그가 두렵다고 피할 생각은 더더욱 없소." 그는 사마결을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더우기 나는 당문에 다섯 알의 귀왕령과 세 개의 독질려를 빚지고 있소. 빚을 졌으면 당연히 갚아야 할게 아니겠소?" 그는 비록 웃고 있었지만 사마결은 그 미소를 보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과 담담한 음성속에 깃들어 있는 강 철같은 의지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마결은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없음을 알고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꼭 그와 겨루어야 겠구료." "그렇소." 조자건은 여전히 미소를 지은채 말했다. "당신이 무얼 걱정하는지는 알고 있소. 당신은 내가 당력과 싸우면 필시 목숨을 잃게 될 거라고 생각하고 있소." 사마결은 부인하지 않았다. 조자건의 안색은 여전히 태연했다. "그러나 안심하시오. 나는 결코 그의 손에 죽지는 않을 것이 오. 그의 손이 아무리 빠르고 그의 암기가 아무리 악독하다 해 도 나는 그를 쓰러뜨릴 것이오." 그의 태도는 침착하고 냉정했다. "나는 자신에 대해 보증을 할 수가 있소. 나는 결코 개죽음 을 당하지 않을 것이며 화군악을 쓰러뜨릴 때까지는 절대로 죽 지 않을 것이오." 그는 이를 갈아 붙이거나 손가락을 깨물어 피로써 맹세를 하 지는 않았다. 그러나 그의 냉정한 태도는 도리어 그의 결심을 더욱 확고하게 나타내 주었다. 사마결은 미소를 지었다. "반드시 그렇게 되길 바라겠소." 사마결은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입을 열었다. "당력은 이번에 필시 당문에서 가장 뛰어난 고수들을 대동하 고 올 것이오. 당신은 그들과 어떻게 싸울 생각이오?" 조자건은 깊은 생각에 잠긴 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사마결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했다. "암기의 고수들과 겨루려면 장소를 잘 물색해야 하오. 내가 알기로는 남쪽의 사자림(사자림)은 공간도 넓고 나무가 많아서 적당한 장소같소." 고수들과의 결투에서 무공이 절대적인 승부의 관건은 아니었 다. 운(운)과 지리적인 이점, 당신의 기분과 체력. 이 모든 것이 승부를 결정하는 요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지리적인 이점은 승부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공간이 넓은 장소라면 물론 암기를 피하기 쉽고 나무가 많으 면 몸을 엄호하기가 편리해서 암기를 사용하는 고수들과 싸우 기에는 절대적으로 유리한 곳이었다. 조자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물론 사자림은 좋은 장소요. 하지만 공간이 넓으면 그만큼 많은 인원으로 공격하는 쪽이 유리하고, 나무가 많으면 검을 휘두르는데 제약을 받게 되오." 사마결은 그의 표정을 살폈다. "그럼 당신은 그곳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오?" 조자건은 간단하게 대답했다. "좋지 않소." 사마결은 눈쌀을 가볍게 찌푸렸다. "그럼 당신은 어디가 좋다고 생각하오?" 조자건의 대답은 간단했다. "화신묘." 사마결은 깜짝 놀랐다. "화신묘? 그곳은 당신이 암습을 받았던 곳이 아니오?" 조자건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전에 그곳에 갔을때 나는 그곳의 지형지물을 자세하게 관 찰했소. 그곳은 장소가 비좁아서 여러 명이 동시에 공격하기가 어렵고 돌벽과 담이 곳곳에 있어서 암기를 피하기에도 적당하 오." 사마결은 잠시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말을 듣고 보니 확실히 그곳은 좋은 장소같구료." "좋은 장소같은게 아니라 가장 적당한 장소요." "그럼 당신은 그들을 그곳으로 유인하겠구료?" 의외에도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아니라 당신이오." 사마결은 흠칫 놀랐다. "내가?" "그렇소. 내가 나선다면 그들은 의심을 품고 화신묘로 오지 않거나 자신들에게 유리한 다른 장소로 나를 끌어들이려 할거 요. 하지만 당신이 나선다면 그들은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고 그곳으로 올거요." 사마결은 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다시 놀라는 표정을 지었 다. "당신은 나보고 그들을 찾아가라는 것이오?" 조자건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렇소." 사마결은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나는 그들로 하여금 나를 의심하지 않고 화신묘로 오게끔 할 수 있소. 하지만 그들이 나중에라도 사실을 알게 되 면 내 이름 또한 그들의 살인명부(살인명부)에 올라가게 될거 요." "당신은 두렵소?" 사마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두렵소." 조자건은 다시 물었다. "그럼 갈 용기가 없다는 것이오?" 사마결은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두려운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나는 갈거요." 조자건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나 그의 눈동자 에는 감격의 빛이 스쳐갔다. 사실 사마결은 조자건과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 그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그런 일을 해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조자건은 당문과 원한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는 본래 아무런 상관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조자건을 좋아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자를 위해 왕왕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하는 수가 있는 법이다. <2 부 1 권 끝> 제37장 당문형제(당문형제) 일, 독화(독화) 황혼무렵. 날씨는 아침과 같이 청량했다.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하자 씻은 듯이 푸르기만 했던 하늘은 황홀하리만치 붉게 물들어졌다. 조자건은 타는듯 붉은 석양을 바라보며 화신묘를 향해 걷고 있었다. 석양노을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웠다. 그 붉게 떨어지는 석양을 보자 조자건은 문득 한 사람의 얼 굴이 떠올랐다. -저 떨어지는 석양을 베는 날, 나는 다시 돌아올 것이오! 그 사나이는 그렇게 말하며 석양을 등지고 떠나갔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아직도 떨어지는 해를 향해 칼을 휘두르고 있는가? 그가 한동안 석양을 바라보며 상념(상념)에 잠겨 있을 때였 다. 문득 그는 길 저쪽에서 한 명의 청년이 그를 향해 다가오 는 것을 보았다. 그는 머리에 하얀 두건을 매고 백삼을 입은 젊은이였다. 나 이는 기껏 스무 살 정도되어 보였는데 이목구비가 청수하게 생 겼고 피부는 붉으스름하면서도 하얗다. 그 청년은 여자보다도 더욱 수줍음을 타는 것 같았다. 조자건과 눈이 마주치자 그의 얼굴이 붉어졌다. 만약 조자건이 날카로운 눈으로 그의 가슴이 평평하고 목젖 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남장여인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백삼청년은 머뭇거리다가 조자건에게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말씀 좀 물어보겠습니다." 백삼청년의 음성은 부드럽고 가늘었다. 그는 무의식적인 듯 손을 들어 이마에 흘러내린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의 손은 길고 뼈마디가 없는 듯 부드럽게 보였다. 게다가 동작 하나하나가 마치 처녀처럼 온유했다. 조자건은 물론 남자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그런 종류의 남자 는 아니었다. 하나 지금 눈앞의 예쁘장한 미남자를 보게 되자 흥미가 솟구 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물어보시오." 조자건이 자신을 관심있는 눈으로 바라보자 백삼청년의 얼굴 이 더욱 붉어졌다. 그는 거의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 근처에 혹시...화신묘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십니까?" 조자건은 찬찬한 눈길로 그를 응시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오. 나는 마침 그쪽으로 가는 길이오." 백삼청년은 기쁜 듯 웃었다. "그것 참 잘됐군요. 그럼 그곳까지 같이 가도 되겠지요?" 그가 웃는 모습은 마치 아름다운 미녀가 교태를 부리는 것처 럼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런 미남자가 부탁을 하는데 거절할 용 기를 가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조자건은 물론 승락을 했다. 이렇게 해서 조자건은 뜻밖의 동행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게 되었다. 불타오르는 석양을 보면서 기이한 아름다움을 지닌 미남자와 함께 걷는 것도 그리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걷다가 조자건은 문득 생각이 난 듯 물었다. "그런데 그곳은 무슨 일로 가려고 하는거요?" 백삼청년은 가늘게 웃으며 대답했다. "만나볼 사람이 있어서 그럽니다." "그렇소? 화신묘는 사람을 만나기는 적당한 장소가 아닌 데..." 백삼청년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사실은 누구를 꼭 좀 만나려고 하는데 그가 어디에 있는지 를 몰라서 형님하고 내기를 했습니다." "형님이 계시오?" "예. 형님은 그 사람이 사자림에 있을거라고 하고 저는 화신 묘에 있을거라고 해서 서로 그쪽으로 가기로 한 거지요."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로 물었다. "만나기로 한 사람과는 친한 사이요?" 백삼청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아직 일면식도 없는 사이입니다." "그럼 그를 만난다고 한들 어떻게 알아보겠소?" 백삼청년의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알아볼 방법이 있습니다." "어떻게 알아본다는거요?" 백삼청년은 조자건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전혀 엉뚱한 말을 했다. "제게는 형님이 두 분이 계십니다." 조자건은 그가 난데없는 말을 하자 침묵을 지키며 그의 말을 듣고 있었다. 백삼청년은 다시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빙긋 웃었다. "그런데 바로 위의 형님이 얼마전에 돌아가셨어요. 남에게 살해된거죠." 조자건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이 살해당했다는 말을 하면서도 백삼청년은 슬픈 기색은 커녕 오히려 활짝 웃었다. "나는 지금 그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이에요. 그 사람은 강 호에서 이름난 고수이기 때문에 나를 보면 결코 피하거나 숨지 않을거에요."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로 물었다. "그가 누구요?" 백삼청년의 얼굴에 떠있는 미소는 마치 철없는 어린아이가 득의양양해 웃는 웃음같았다. 하나 어린아이처럼 순진해 보이 지는 않았다. "조자건." 백삼청년은 짤막하게 말하고는 조자건을 돌아보며 물었다. "당신도 그 사람의 이름은 들어보았겠지요?" 조자건은 별반 놀라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보았소." 백삼청년은 무엇이 그리도 유쾌한지 연신 입가에 미소를 끊 이지 않았다. "그 사람은 요즘 혜성처럼 나타나서 뭇 고수들을 연파한 무 서운 실력자라고 해요. 제 형님이 당한 것도 무리는 아니죠. 그 사람은 항상 백의를 입고 손에는 검도 아니고 칼도 아닌 나 무막대를 들고 다닌다고 해요." 이어 그는 유심한 시선으로 조자건을 응시했다. "당신도 그 사람처럼 백의를 입고 나무막대기를 들었군요." 조자건은 빙긋 웃었다. "내가 그 사람같소?" 백삼청년의 눈가에 묘한 빛이 떠올랐다. "그건 나보다 당신이 더 잘 알거 아니에요? 그런데 당신은 내가 누구인지 궁금하지 않나요?" 조자건은 짤막하게 말했다. "궁금하오." "예전에 어떤 사람이 나에게 이런 평을 해주었어요. 마음이 악랄하고 수단이 잔혹하며 일단 마음을 먹으면 혈육(혈육)도 무시한다." 그는 말을 하고 나서 매우 유쾌하게 웃었다. "그 사람은 나를 잘 보았어요. 그 말은 나를 그대로 나타낸 거에요." 아무리 살펴보아도 눈앞의 이 예쁘장한 미남자는 그렇게 무 서운 인물같지가 않았다. 백삼청년은 의미심장한 눈으로 조자건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내 말이 믿어지지 않나요?"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백삼청년은 싱긋 웃었다. "때로는 내 자신도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아요." 조자건은 돌연 나직한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이제 당신이 누구인지 알겠소." 백삼청년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내가 누구지요?" 조자건은 그를 똑바로 응시하며 담담한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은 죽음의 꽃이라 불리우는 당화(당화)가 아니오?" 백삼청년은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당신의 눈은 날카롭군요. 내가 바로 당화에요." 당화! 이 이름은 아주 단순했다. 그러나 이 이름이 주는 의미는 절대로 단순하지가 않았다. 이 이름에는 피와 죽음과 공포(공포)가 담겨 있었다. 냉혈독화(냉혈독화) 당화! 그는 당력의 세 아들중 막내아들이었다. 하나 그의 명성은 형인 당잔을 훨씬 능가해서 당문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의 원래이름은 당화(당화)였다. 하나 그는 스스로의 이름 을 화(화)에서 화(화)로 고쳤다. 알려진 바로는 그는 하룻밤 사이에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무산(무산)일대에서 상당한 기반을 닦고 있던 천성방(천성 방)은 사소한 시비로 당문의 고수 하나를 살해하게 되었다. 그 날 밤 한 사람이 천성방의 총단으로 찾아왔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 사람들은 천성방이 더 이상 무림에 존 재하지 않게 되었음을 알았다. 방주 이하 거의 모든 식솔들이 피바다속에 잠겨 버렸던 것이다. 그날 밤 살해된 천성방 고수 의 수는 무려 백 마흔 두명에 달했다. 그것이 당화의 솜씨임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얼마 후의 일 이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를 죽음의 꽃이라고 불렀다. 조자건은 그를 유심히 쳐다보다가 물었다. "당신은 정말 하룻밤 사이에 백 마흔 두명이나 죽였소?" 당화는 태연자약하게 대꾸했다. "그것은 거짓말이에요. 나는 단지 백 서른 다섯 명을 죽였을 뿐이에요. 나머지 일곱은 겁에 질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거에 요." 조자건은 다시 물었다. "당신은 그들을 모두 암기로 살해했소?" 당화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자신의 양손을 들어보였다. "그런 자들에게 아까운 암기를 함부로 쓸 수는 없죠. 난 오 직 이 두 손을 사용했을 뿐이에요." 그는 마치 자신의 손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 조자건의 눈앞 에서 천천히 손바닥을 돌려 보았다. 그것은 마치 수집가가 자신이 애써 수집한 조각품을 남에게 자랑하려는 것 같았다. 그의 손은 확실히 조각품같이 선이 우아하고 부드러웠으며, 또한 윤택하고 연약해 보였다. 바로 이 손으로 백 서른 다섯 명을 살해했다고는 아무도 생 각지 못할 것이다. 조자건은 그 손을 보고 있다가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 손을 보니 당신은 명옥수(명옥수)를 익혔구료." 당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두 손을 아래로 내렸다. "당신의 눈은 정말 날카롭군요. 난 확실히 명옥수공을 익혔 어요." 이어 그는 조자건을 쳐다보며 빙긋 웃었다. "난 당신이 좋아요. 당신은 남자답게 생겼을 뿐 아니라 아주 총명해서 이야기가 잘 통해요. 단지 아쉬운 것은..." 그의 눈이 가늘어지며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당신을 내 손으로 죽여야만 한다는 것이죠." 동시에 당화는 출수(출수)를 했다. 팟! 당화의 하얗고 부드러운 손은 빛살과 같은 속도로 조자건의 목덜미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명옥수는 천하에 산재한 수많은 수공(수공)중에서도 가장 특 이한 일종이었다. 이것은 비단 터득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가장 무섭고 음독(음독)한 것이었다. 이 손에 조금이라도 스치게 되면 그 즉시 심맥(심맥)이 절단 당하는 가공할 위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갑자기 조자건의 목을 향해 날아드는 당화의 새하얀 손은 흡사 피와 죽음을 갈구하는 악마의 손짓같았다. 그의 일격은 비단 신속하고 정확할 뿐 아니라 출수하기 전에 는 전혀 눈꼽만치의 기척도 보이지 않았다. 이것이야말로 당화 의 무서운 점이었다. 일단 공격을 하겠다고 작정한 이상 당화는 절대 상대방으로 하여금 어떤 기세를 눈치채게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당화의 일격은 빗나갔다. 조자건의 몸이 어느 새 그의 손을 벗어나 옆으로 두 걸음정 도 이동해 있었던 것이다. 당화는 자신의 일격이 빗나가자 더 이상 손을 쓰지 않고 조 자건을 쳐다보았다. "당신은 과연 만만한 상대가 아니군요. 내 손을 이렇게 쉽게 피한 사람은 당신이 처음이에요." 그의 입가에는 여전히 미소가 떠올라 있었지만 눈빛만큼은 음산한 빛을 뿌리고 있었다.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로 대꾸했다. "당신의 명옥수는 비록 날카롭지만 나를 쓰러뜨리기는 조금 힘이 벅찰거요." 당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럴까요? 하지만 당신이 정말 조자건이라면 절대로 내 적 수가 못되요." "왜 그렇게 생각하오?" 당화의 입가에 예의 야릇한 미소가 떠올랐다. "당신이 둘째형님의 손에 거의 죽을뻔 했다는걸 알고 있기 때문이죠." 그의 음성에는 강한 자신감이 담겨 있었다. 당잔은 비록 그의 형이었으나 무공이나 독랄한 손속에서는 결코 당화에 비길 바가 못되었다. 당화는 비록 드러내놓고 말 한 적은 없었으나 열 명의 당잔이 덤벼도 자신을 이기지는 못 할 거라고 믿고 있었다. 조자건은 어린아이마냥 득의한 웃음을 날리고 있는 당화를 바라보며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나를 만나서 매우 기쁜 모양이구료." 당화는 부인하지 않았다. "솔직히 지금 내 마음은 몹시 흐뭇해요. 당신은 그 이유를 알고 있나요?" "형의 복수를 할 수 있게 되어서 그런것 아니오?" 당화는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입천장이 보이도록 활짝 웃 었다. "하하...당신은 아직도 나를 잘 모르는군요. 내가 그런 일로 기뻐할 사람같아요?" "그러면 당신은 무엇때문에 그렇게 기뻐하는 것이오?" "당신을 죽이면 나는 우리 집안의 다음대 가주(가주)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당화는 방긋 웃으며 말을 계속했다. "이곳에 오기전 부친께서 우리 형제에게 하신 말씀이 있어 요. 당신을 먼저 죽이는 사람을 다음 대(대)의 가주로 삼겠다 는 거였어요. 큰형님과 나는 당신이 우리가 오는 사실을 알면 필시 당신에게 유리한 장소로 우리를 유인할 거라고 생각했 죠." 당화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때 마침 우리는 이 근처에서 사마결의 모습을 보았어요. 그는 사자림쪽으로 가고 있더군요. 우리는 사마결이 당신과 함 께 어울려 다닌다는 것을 알고 있죠. 형님은 즉시 당신이 사자 림에 있을 거라며 그쪽으로 가셨어요. 하지만 나는 생각이 약 간 달랐죠." "어떻게 달랐소?" "나는 사마결이 결코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그는 강호경험도 풍부하고 약삭빠른 인물인데 우리에 게 너무 쉽사리 행적이 드러났어요. 그래서 나는 그가 일부러 우리를 사자림으로 유인하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그렇다면 당 신은 반대로 화신묘에 있을거라고 짐작한 거에요." 당화는 활짝 웃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당신을 만났으니 내 짐작이 옳다는게 증명 된 거에요. 결국 큰형님과의 내기에서 내가 이긴 셈이 되는거 죠." 당화의 큰 형님은 패도무쌍하기로 소문난 당패(당패)였다. 당씨삼형제중 둘째인 당잔을 제외하고 당패와 당화는 어려서 부터 당문의 차기문주감으로 손꼽히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후계자의 지위를 놓고 암중에 치열한 경쟁을 벌였는데 그들의 경쟁은 강호무림상에도 널리 알려진 것이었다. 당화는 마음속의 기쁨을 참지 못하는 듯 소리내어 웃었다. "하하...결국 당신은 나를 가주로 만드는데 일등공신이 된 거에요. 당신은 오늘 여기서 죽겠지만 내가 가주가 되면 당신 의 초상을 모셔놓고 매년 성대한 제사를 올려주도록 하겠어 요." 그는 마치 양을 앞에 둔 호랑이처럼 득의한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런데 조자건의 입가에도 또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웃는 그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호랑이 입으로 들어온 양이라고 할 수 없었다. 도리어 그의 웃음은 호랑이를 닮은데가 있었다. 당화는 곧 웃음을 거두었다. 그리고는 불쑥 물었다. "당신은 왜 웃는거요?" 조자건은 천천히 웃음을 거두며 말했다. "나는 원래 웃지 않을 작정이었소. 그런데 당신을 보니 도저 히 웃음을 참을 수가 없구료." 당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내 어디가 당신으로 하여금 웃음을 참을 수 없도록 만든거 죠?" 조자건은 다시 빙긋 웃었다. "당신은 마치 혼자서 제멋대로 상상하고 낄낄거리는 어린아 이같소. 세상 모든 일이 당신의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이루어 만 진다면 얼마나 좋겠소? 그런 면에서 당신은 아직 풋나기일 뿐이오." 당화의 눈꼬리가 꿈틀거렸다. 그는 여전히 웃고 있었으나 그의 눈가에는 조금씩 살기가 어 리기 시작했다. "당신의 말은 내가 당신을 너무 쉽게 보고 있다는 뜻인가 요?" 조자건은 빙그레 웃었다. "그거야 잠시 후면 밝혀질 일이니 그렇게 신경쓰지 않아도 되오. 그보다 내가 말하려는 것은 당신의 큰 형님에 대한 것이 오." 당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큰 형님?" "당신은 그가 사자림을 택하고 그곳으로 갔다고 말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오. 그도 아마 내가 화신묘에 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오." "그건 왜 그렇죠?" "사자림은 누구나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장소요. 내가 머리 가 단순한 사람이 아니라면 굳이 남들이 예상할 수 있는 곳에 숨을 리가 없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