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무협지]태극문 - 58편 (58/87)

2026-09-23 17:59:50 조회 8
조자건은 절대로 그의 암기(암기)를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일전에도 귀왕령에 격중되고도 살아났잖아요." "하하...귀왕령은 육호에게는 어린 아이 장난감 같은 것이 다. 그는 귀왕령보다 몇 배나 무서운 암기들을 가지고 있다." "소문에 듣기론 조자건의 검법은 몹시 특색이 있고 기이한 위력이 있어서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하던데..." 그는 냉소를 날렸다. "너는 아직 육호의 독특한 암기수법인 만천화우(만천화우)를 보지 못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검으로는 절대로 육호의 암기를 피할 수 없다." 그녀는 비록 눈으로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그 수법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수법을 최고의 경지까지 터득한 사람은 양 손으로 동시에 열 여덟 가지의 암기를 발출할 수 있으며, 그 암기는 상대방의 열 여덟 군데의 요혈을 노릴 수 있다고 했 다. 누구라도 그것을 피할 수는 없었다. "제아무리 빠른 검법을 펼친다 할지라도 빗발치듯 날아오는 만천화우 수법을 막아내지는 못한다." 그가 단정짓듯 말하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조용히 뇌까렸다. "그렇다면 이번에야 말로 조자건은 죽음을 면치 못하겠군 요." 그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바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궁소천과 궁아영은 서로 마주본 채 빙그레 웃었다. 원법은 소림의 사대금강중 가장 미남자였다. 평소의 그는 인물됨이 쾌활해서 항상 준수한 얼굴에 미소를 잃지 않았었다. 한데 요즘들어 그의 얼굴에는 왠지 모를 그늘 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사대금강중의 첫째인 지금강 원령은 그것이 이상해서 그를 은밀히 불렀다. "넷째. 무슨 고민이 있느냐?" 원법은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은...사형께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원법은 그답지 않게 다시 머뭇거렸다. 원령은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했다. "설마 내가 너를 흉수로 지목했던 것에 아직도 서운한 감정 이 있느냐? 그렇다면 내가 사과하마. 그건 정말 나의 큰 실수 였다." 원법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 일은 이미 잊었습니다." "그럼 무엇이냐?" 원법은 갑자기 고개를 번쩍 쳐들고 원령을 뚫어지게 쳐다보 았다. 원령은 그의 눈빛에 몸을 움찔했다. 그 눈빛속에는 칼날같은 예리함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그동안 저는 누가 저에게 그 밀실에 대해서 말했는지 계속 고민해 왔습니다." "그거야 이미 밝혀진대로 대사형의 짓이 아니더냐?" 원법은 고개를 흔들었다. "저도 그런줄로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저에 게 그 밀실에 대해서 말한 음성은 대사형의 음성이 아니었습니 다. 대사형의 음성은 굵직하고 낮게 가라앉았는데 제가 들은 그 음성은 그보다는 조금 높고 가느다란 음성이었습니다." "........" "또 한 가지 의문은 저는 분명 그 음성을 들었는데 저를 제 외한 다른 분들은 모두 그 음성을 듣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저 는 대사형이 흉수로 밝혀진 뒤에도 그 사실이 의아스러워서 계 속 고민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어제 문득 그 음성이 누구의 것 이었는지 깨달았습니다." 원령은 급히 물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이었느냐?" 원법은 원령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의 움 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날카로운 시선이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건 바로 사형의 음성이었습니다." 원령은 놀라기는 커녕 오히려 담담한 눈으로 그를 마주보았 다. "나라고?" "그렇습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 음성은 바로 사형의 것이었습니다." 원법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게다가 저는 왜 남들이 그 음성을 듣지 못했는지도 알아냈 습니다." 원법의 음성은 강한 울림을 담고 있었다. "그건 바로 사형이 제게만 전음(전음)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바로 사형이 제게 밀실에 대해 알려준 인물이란 말입니다." 원령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원법은 금시라도 그의 멱살을 잡듯 바짝 다가서며 소리쳤다. "사형. 대답해 보십시오. 사형이 맞지요? 사형이 맞습니까? 그건 과연 사형이었습니까?" 원령의 얼굴은 무표정해 있었다. 또한 항상 총명하고 지혜로운 빛이 반짝거리던 그의 눈빛도 아무런 빛이 보이지 않게 꺼져 있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내가 바로 네게 전음을 보냈다." 원법의 얼굴에 고통의 빛이 스치고 지나갔다. "결국....사형이었군요. 사형이 왜 그런 짓을...." 원령의 음성은 얼굴에 떠오른 표정만큼이나 무감각한 것이었 다. "그것은 너를 대사형을 옭아매기 위한 미끼로 쓰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그렇다면 대사형은...." 원령은 태연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마땅히 진짜 흉수가 아니지." 원법은 안색이 대변해 그를 바라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물었 다. "사...사형...왜 대사형에게 그런 누명을 씌웠습니까?" 어찌된 일인지 원령은 고분고분 말해 주었다.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원법은 자신도 모르게 물었다. "지시라고요?" "그렇다." "누구의 지시입니까?" "일호다." "일호라니...." 원법이 의혹을 참지 못하고 되묻자 원령은 짤막하게 대답했 다. "구호당(구호당)의 일호다." 원법은 깜짝 놀랐다. "구호당.....그렇다면 사형은...." 그제서야 원령의 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를 보자 원법은 소름이 쭈욱 끼쳤다. 그것은 모골이 송연해질만큼 살기에 가득찬 사악(사악)한 미 소였던 것이다. "내가 바로 구호당의 오호(오호)다." 말과 동시에 원령의 손은 번개보다도 빨리 원법의 가슴으로 다가왔다. 쉬악! 그 속도는 원법이 알고 있는 원령의 무공보다 훨씬 더 가공 스러운 것이었다. 더구나 두 사람의 사이가 너무 가까워서 원법은 사력을 다해 뒤로 몸을 날렸으나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크윽!" 그는 가슴이 화끈거리는 통증을 느끼며 눈을 부릅떴다. 그의 가슴에는 어느 새 원령의 손이 깊게 박힌채 등뒤까지 삐져나와 있었다. 원법의 입이 딱 벌어지며 시커먼 선혈이 뿜어나왔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하니 원령을 쳐다보았다. "사...사형...다...당신이..." 원령의 얼굴에는 냉혹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넷째. 너는 항상 눈치가 너무 빠른게 흠이었다." 이어 그는 원법의 가슴에 박힌 손을 세차게 비틀었다. 그 순간 원법은 도저히 억제할 수 없는 고통을 느끼고 자신 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것이 사대금강중의 제일가는 미남자였던 옥금강 원법의 최 후(최후)였다. 새벽이 어렴풋이 밝아오고 있었다. 조자건은 무언가 인기척을 느끼고 눈을 떴다. 방안은 아직 어두캄캄했다. 창문너머로 조금씩 새벽의 양광 (양광)이 비추고 있었지만 아직 방안을 환하게 하기에는 많이 부족했다. 그 방안의 어두운 한 구석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를 빤히 바라보고 있는 한쌍의 시 선과 마주쳤다. 매우 아름다운 여자였다. 그 여자를 보자 조자건은 뜻밖인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반대로 여자는 방긋이 웃었다. 웃을 때 그녀의 아름다운 눈은 닫히면서 가느다란 선을 형성 했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어떠한 남성의 마음이라도 능히 사 로 잡을 수 있는 마력을 지니고 있었다. 조자건은 그녀를 일전에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여소쌍(여소쌍). 그녀는 사마결의 외사촌동생인 화호(화호) 여소쌍이었다. 그녀와는 장춘곡에서 별다른 인사도 없이 헤어졌는데 오늘 그녀가 이곳을 찾아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대체 무엇때문에 이곳에 온 것일까? 여소쌍은 그의 마음을 짐작한 듯 두 눈을 실처럼 접으며 입 을 열었다. "나는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서 왔어요. 당신은 조금 놀랐지 요?" "그렇소." 여소쌍은 묘한 빛이 담긴 눈으로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요즘 당신의 명성은 상당히 쟁쟁하더군요. 나는 여러 사람 들이 당신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어요." 조자건은 피식 웃었다. "그 말을 하려고 이 시간에 이곳까지 온 거요?" "물론 아니에요. 당신은 그동안 조금 심술궂어진 것 같군 요."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조자건은 쓴웃음을 머금을 수 밖에 없었다. "할 말이란게 뭐요?" 여소쌍은 피처럼 붉은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누군가 당신을 죽이려 하고 있어요." 조자건은 놀라기는 커녕 오히려 담담하게 웃었다. "나를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소." "하지만 그 사람은 틀려요. 그는 정말 무서운 사람이에요." "그가 누구요?" 여소쌍은 진지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한번에 열 여덟 개의 암기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이에 요. 천하무림에서 제일가는 독술(독술)의 대가(대가)이며 암기 의 달인(달인)이죠." 그녀는 입술을 살짝 혀로 축이며 말을 계속했다. "더구나 그는 마음씨가 편협하고 악랄해서 일단 눈밖에 난 사람은 지옥끝까지라도 쫑아가 반드시 죽이고 말아요." 조자건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말하는 사람은 혹시 천수비호(천수비호) 당력(당력) 이 아니오?" 여소쌍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 지옥(지옥)의 사신(사신)보다도 무섭다는 당력 이에요. 그가 당신을 죽이려고 이쪽으로 오고 있어요." 조자건은 아무런 표정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여소쌍은 두 눈을 반짝이며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일전에 그의 둘째아들인 당잔을 죽였죠? 그는 그 소 식을 듣고 너무나 화가 나서 펄펄 뛰었다고 해요. 그는 필시 당신을 찢어 죽이려고 할 거에요." 그녀는 무시무시한 투로 말했으나 조자건은 오히려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잘 됐군." 여소쌍은 영문을 몰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잘돼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그를 만나보고 싶었는데 그가 일부러 찾아온 다니 잘된 일 아니오?" "왜 그를 만나려고 해요?" 조자건은 씨익 웃었다. "그에게 받을 빚이 있어서요." 여소쌍은 멍청한 표정이 되었다. 그녀는 물론 조자건이 말한 빚이란게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무림인에게 있어 빚이란 곧 목숨의 빚을 말한다. 천하에 천수비호 당력에게 빚받을 것이 있어서 그를 만나려 하는 사람이 있을 줄이야... 여소쌍은 그를 요모조모 뜯어 보았다. "당신은 정말 그가 두렵지 않단 말이에요?" 의외로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두렵소. 이 세상에서 당력의 암기를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 은 없을거요." 그녀의 동그란 눈이 더욱 커졌다. "그런데 왜 그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만나려고 하는 거지 요?" 조자건은 담담한 음성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빚을 지고도 갚지 못하면 밤에 잠도 제대로 자 지 못하는 성미요. 그도 두렵지만 빚을 갚지 못하는 것이 내게 는 더 두려운 일이오." 그녀는 어이가 없어 절로 음성이 커졌다. "오래 살려면 그 성미를 뜯어 고쳐야 해요." "그렇게 죽으나 성미를 참다가 홧병이 나서 죽으나 마찬가지 아니오?" 그녀는 멍하니 그를 쳐다보다가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 다. "호호...참...당신이란 사람은...." 그녀는 한참을 깔깔거리며 웃다가 의미있는 눈으로 조자건을 바라보았다. "당신은 자신이 무척 이상한 사람이라는걸 알고 있나요?" "내가 말이오?" "그래요. 당신은 어떤 때는 무모하고 미련해 보여요. 하지만 또 어떤 때는 세심하고 누구보다도 똑똑해요." 조자건은 빙긋 웃었다. "오늘은 내가 일진이 좋은 날인가 보군." 여소쌍은 그의 아닌 밤중에 홍두깨같은 말에 의아한 듯 물었 다. "그게 무슨 말인가요?" "만나는 여자마다 나를 칭찬하니 말이오. 나는 남에게 평생 들을 칭찬을 오늘 모두 들은 것 같소."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싸늘하게 굳어졌다. "이곳에 여자가 왔었나요?" 조자건은 빙그레 웃으며 오히려 되물었다. "당신은 알고 있소?" "무얼 말이에요?" "요 며칠새 당신은 내 방을 찾아온 다섯 번째 여자요." 그녀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녀는 그를 노려보고 있다가 쏜살같이 달려들며 뺨을 후려 치려 했다. 하나 어느 새 그녀의 손은 조자건의 손안에 쥐어져 있었다. 그녀는 쓰러지듯 그의 품속으로 안겨져 왔다. 동시에 입술을 내밀며 그의 목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입술이 뜨겁게 마주쳤다. 한동안 실내에는 깊은 정적이 감돌았다. 먼저 입술을 뗀 사람은 여소쌍이었다. 그녀는 기이한 광채가 이글거리는 눈으로 조자건을 올려다보 고 있었다. 그러다가 붉은 입술을 살짝 열며 나직하게 소근거렸다. "당신은 내가 싫은가요?" "생각해 본 적이 없소." 그녀의 눈에서 이글거리는 광채가 한층 더 짙어졌다. "그 말은 싫다는 말보다 더 모욕적으로 들리는군요." "당신을 모욕할 생각은 없소." 잠시 그녀는 그를 응시하다가 그의 귓전에 뜨거운 숨결을 불 어내며 속삭였다. "당신은 집마부의 추살령에 쫑기고 있지요?"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안아주면 그 추살령에서 벗어나게 해주겠어요." 그녀의 호흡이 가빠지며 여성 특유의 향내가 진하게 풍겨나 왔다. 조자건에게 반쯤 안겨 있는 그녀의몸은 부드러워지면서 따스 했다. 그녀는 확실히 남자로서 견디어 내기 힘든 여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하나 조자건은 두 팔로 그녀의 어깨를 붙잡고 가볍게 그녀를 밀어냈다. 그녀의 얼굴이 차가워졌다. "당신은 내 말이 믿어지지 않나요?" 조자건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는 않소. 당신이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여자가 아니 라는건 알고 있소." "그런데 왜 나를 거절하지요?" "난 단지 지금 당신을 안고 싶지 않을 뿐이오." 그녀의 몸이 경직되며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녀의 입가에는 싸늘한 미소가 떠올랐고 나오는 음성도 냉 랭해졌다. "당신은 내가 몸을 함부로 굴리는 여자라고 경멸하고 있지 요?" "그런건 아니오." "거짓말하지 말아요. 당신은 지금 나를 막된 여자라고 우습 게 보고 있어요." 조자건은 씁쓸하게 웃으며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음성에는 표독스런 기운마저 감돌았다. "당신이 나를 우습게 본다면 나도 생각을 달리 하겠어요. 당 신은 진표라는 사람을 알고 있지요?" 조자건은 번쩍 눈을 빛냈다. 그는 물론 진표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어찌 그를 안 단 말인가? 조자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의 친구요." 친구라는 말은 무척 흔하다. 누구나가 몇 명, 혹은 몇 십명의 친구를 가지고 있고 하루에 도 수 백번씩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러나 지금 조자건 의 입에서 흘러나온 친구라는 단어에는 그런 것과는 다른 무언 가 독특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가 말하는 친구란 세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친구가 아니었다. 적어도 상대방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서슴없이 바칠 수 있는 그런 절대적인 신뢰와 헌신을 가진 자라야 한다. 어떤 상 황에서라도 아무런 조건없이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진 자여야 한다. 그리고 그런 친구는 절대 흔할 수가 없다. 여소쌍은 냉랭한 음성으로 물었다. "당신은 그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알고 싶지 않나요?" "알고 싶소." 조자건의 음성은 이때처럼 절실한 적이 없었다. 그토록 궁금하고 고민스럽게 생각했던 진표의 행방을 그녀가 알고 있단 말인가? 그녀는 얼음장과 같이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 "나는 원래 이곳에 오기전에 당신에게 그의 행방을 가리켜 줘야 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마음이 바뀌었어요. 나는 절대로 그가 있는 곳을 당신에게 알려주지 않을거에요." 조자건의 심정은 이상하게 담담해졌다. 조금전까지만 해도 맹렬하게 가슴이 뛰었는데 그녀의 말을 듣자 오히려 뛰던 가슴이 가라앉으며 냉정해졌다. 그녀가 그의 행방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반드시 그녀에게서 그의 행방을 알아낼 수 있 을 것이다! 설사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는 알아내고야 말 것이다. 그녀는 눈을 번쩍거리며 그를 바라보았다. "나를 안아줘요. 그런다음 사정을 한다면 어쩌면 내 마음이 변할지 몰라요." 그는 아무런 말없이 그녀를 지켜보고 서 있었다. 그녀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어서 나를 안아줘요. 그러면 당신은 친구의 행방을 알 수 있어요." 그는 여전히 미동도 않고 있었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 "아니면 당신은 나를 위협할건가요? 나를 고문하고 때릴건가 요?" 조자건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런 짓은 하지 않소." 그녀는 그의 얼굴에 바짝 자신의 얼굴을 갖다 대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거에요? 나를 안아 주지도 않고 나를 위협 하지도 않는다면 당신은 무슨 수로 친구의 행방을 알아낼 거에 요?" "그래서 지금 고민중이오." 그녀의 입술이 거의 그의 입술에 닿을 정도로 다가왔다. 그녀의 입술이 가늘게 떨렸다. "바보로군요. 당신은 정말 바보에요." 갑자기 그녀는 찬바람이 나도록 휑하니 몸을 돌렸다. "나는 가겠어요."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방문쪽으로 걸어갔다. 조자건은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녀는 방문고리를 열고 막 그것을 열려다가 그를 돌아보았 다. 그는 여전히 그 자리에 선 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과 마주치자 그녀의 몸이 가늘게 떨렸다. 그 시선속에는 절실한 그 무엇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잘근잘근 입술을 깨물다가 차가운 음성으로 말했다. "당신 친구는 집마부 총단(총단)의 지하감옥에 갇혀 있어요. 그러니 가서 구하든 말든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조자건은 눈을 빛내며 물었다. "집마부의 총단은 어디에 있소?" 그녀는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형산(형산)의 축융봉(축융봉)밑에 있어요." 갑자기 그때 조자건은 그녀가 깜짝 놀랄 행동을 했다. 그는 정중하게 그녀를 향해 포권을 했던 것이다. "고맙소." 그녀는 조자건같은 남자는 절대로 남에게 허리를 구부리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놀랍고 의외라고 생각했다. "당신은 생전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숙이지 않을 줄 알았는 데..." 조자건은 담담하게 웃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잘못 본거요." 그녀의 눈에 이채가 일렁거렸다. "제가 당신을 죽이려는 자를 지적해 주었을때도 당신은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요. 당신에게 중대한 위험을 제거해 주겠다고 했을때도 당신은 제게 고맙다는 말을 하지 않았어 요." "......." "그런데 친구의 행방을 가리켜주자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군 요." 조자건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유심한 시선으로 그를 주시하다가 몸을 돌렸다. "가겠어요." 이번에는 그녀도 몸을 돌리지 않았다. 조자건 또한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그녀가 나가자 방안은 갑자기 텅빈 것 같았다. 조자건은 한동안 그녀가 나간 방문을 바라보고 있다가 담담 한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이제 실컷 구경했으면 그만 들어와도 되오." 호탕한 웃음소리가 들리며 한 사람이 안으로 불쑥 들어왔다. "하하...이거 들켰군. 정말 당신은 못속이겠소." 웃으면서 들어오는 인물은 사마결이었다. 이, 작 전 사마결은 입맛을 쩍쩍 다셨다. "좋은 구경거리가 생길 줄 알고 아침부터 밥도 안먹고 신나 게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째 끝이 너무 싱거운 것 같소." 조자건은 빙긋 웃었다. "당신이 그렇게 부지런한 줄 몰랐소. 언제부터 엿듣고 있었 소?" 사마결은 히죽 웃으며 말했다. "당신이 그녀와 뜨거운 입김을 교환하며 서로 부둥켜 안고 있을 때였소. 정말 혼자 보기는 아까운 광경이었소." 사마결은 원래 이것을 가지고 조자건을 좀더 놀려줄 생각이 었다. 그런데 그때 조자건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그 말도 들었겠구료?" 사마결은 어리둥절하여 되물었다. "무슨 말이오?" "당력이 나를 찾아온다는 말." 사마결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미소가 씻은 듯 사라지며 긴장 된 안색이 떠올랐다. "물론이오. 그래서 지금 몹시 걱정스럽소." 그는 갑자기 조자건을 향해 물었다. "당신은 당력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소?" 조자건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 많이 알고 있지는 못하오. 듣자하니 그는 한꺼번에 열 여덟 개의 암기를 발출할 수 있다고 하더군. 또한 그의 암기솜 씨는 당문(당문)역사상 가장 뛰어난 세 사람중 하나로 꼽힌다 고 알고 있소." 사마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뿐만 아니라 아주 악독하오. 나는 일전에 우연히 그가 하삭 삼응(하삭삼응)과 싸우는 광경을 본 적이 있소." 하삭삼응은 강남의 유명한 문파인 신응문(신응문)의 최절정 고수들로 신법이 매보다도 빠르고 조공(조공)은 벼락보다 무섭 다고 알려진 인물들이었다. "당시 하삭삼응은 한창 전성기를 맞아서 강호무림의 누구도 그들을 상대하기 꺼려했었소. 그런데 당력은 단 일수에 그들을 모두 쓰러뜨렸소. 그 손이 얼마나 빨랐는지 아무도 그가 무슨 수법으로 그들을 쓰러뜨렸는지 알지 못했소." 사마결의 음성은 심각하게 굳어 있었다. "당시 그들의 시체를 목격한 사람들은 나 뿐만 아니라 누구 나가 경악과 공포를 느꼈소. 그들의 시체는 눈깜박할 새 부패 되어 허연 핏물만이 남았을 뿐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