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지]태극문 - 54편 (54/87)
그들중 많은 사람들이 그의 무공은 너무도 괴이하고 위력이 절륜(절륜)해서 그가 이번 대 회에서 우승하는 것은 불을 보듯 빤하다고 했다. 그리고 극소수의 어떤 사람들은 만약 위불군의 병기가 어떤 것인지 밝혀진다면 그의 전설(전설)은 여지없이 깨어지고 말 것이며 그렇지 못하다면 그의 전설은 언제까지고 이어질 것이 라고 말하기도 했다. 결선사차전의 두 번째는 전혀 판이한 인물들간의 대결이었 다. 구환도 철독행은 이번 무림대회 전에는 그야말로 거의 무명 (무명)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그는 비록 광동지방에서 약간의 명성이 나 있었으나 강호무림의 절정고수들에게는 도저히 비교 도 되지 않는 보잘것 없는 인물로 인식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무림대회에서 그가 보여준 무공은 가히 세인(세 인)들의 상상을 몇 십배나 뛰어 넘는 것이었다. 그는 그야말로 불패(불패)의 신화(신화)를 쌓아가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무당의 고도인은 이미 강호천지에 그 명성이 찬 란해서 어린 아이조차 모르는 사람이 없는 초절정의 고수였다. 그는 무당의 유명한 고수들인 무당사자(무당사자)의 사숙뻘 로 실질적인 무당의 제일고수였다. 그는 한 자루 장검을 차고 무림에 출도한 이후 수많은 격전 을 모두 승리로 이끌었다. 관락(관락)지방에서 악명을 자자하 게 떨치던 관중칠패(관중칠패)를 단신으로 도륙한 후 황하(황 하)일대의 패주(패주)였던 황하사웅(황하사웅)과 강남의 제일 가는 마두(마두)인 사중효(사중효) 악중신(악중신)을 제거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혁혁한 명성을 구축했다. 그는 전대(전대)의 무당제일고수였던 소요자(소요자)의 의발 을 전수받아 그 실력이나 명성이 사부를 오히려 능가하는 인물 이 되었다. 두 사람이 서로 병기를 마주 대고 서자 중인들은 흥분을 금 치 못했다. 먼저 손을 쓴 사람은 고도인이었다. 슈슈슉! 고도인의 송문고검(송문고검)은 예리한 검기(검기)를 뿌리며 철독행의 가슴팍 칠개대혈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가 사용하는 수법은 무당의 진산절예(진산절예)인 태청검 법(태청검법)중의 현단휘편(현단휘편)이라는 초식이었다. 이 초식은 이름 그대로 마치 채찍을 휘두르는 듯 검기가 회 오리쳐 들어오기 때문에 비단 방비하기가 어려울 뿐 아니라 그 위력이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과연 철독행은 반격할 기색도 없이 엉거주춤하게 뒤로 물러 났다. 고도인은 기세를 잡았다고 생각하고 맹렬히 돌진하며 태청검 법의 절초인 무극상전(무극상전)과 두전성이(두전성이)를 펼쳐 냈다. 파파팟! 철독행의 주위 사방이 온통 시퍼런 검기로 뒤덮혀 버렸다. 그것은 가히 일세(일세)의 검객다운 놀라운 솜씨였다. 그 순간 철독행은 출수(출수)를 했다. 까깡! 그가 칼을 뽑는 동작을 제대로 보지도 못했는데 예리한 쇳소 리와 함께 고도인이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어느 사이엔지 철독행의 칼이 허공을 가르며 뽑혀 나와 고도인의 송문고검을 막아냈던 것이다. 고도인의 몸이 주춤하는 순간 철독행의 칼이 무시무시한 바 람소리를 내며 날아들었다. 쐐애액! 고도인은 안색이 침중하게 굳어진 채 두 눈에 횃불같은 안광 을 번뜩였다. "이야압!" 그의 입에서 우렁찬 호통소리가 터져나오며 그의 수중에 들 린 송문고검이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파파파파.... 그것은 마치 거대한 은빛 은반이 허공을 솟구쳐 나르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은반은 천하의 어느 것으로도 막지 못할 것 같았다. 이것이 바로 태청검법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천라두마(천라두 마) 초식이었던 것이다. 철독행은 무표정한 얼굴로 주저없이 회전하는 은반속으로 뛰 어들었다. 그의 칼에서 유난히 칙칙한 도기(도기)가 뿜어나왔다. 찰나, 까까까깡! 수십, 수백 번의 격렬한 파열음이 터져나오며 그토록 가공스 럽게 회전하던 은반의 소용돌이가 급격하게 허물어졌다. 고도 인은 철독행의 도기에 닿는 순간 자신이 펼친 천라두마의 기세 가 급속도로 위축됨을 느끼고 안색이 대변했다. 그는 급히 수중의 장검을 회수했다가 거의 보이지도 않을 정 도로 빠른 속도로 되떨쳤다. 그의 얼굴에 기이한 신광(신광)이 번뜩였다. 쉬아악! 그의 송문고검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르게 우유빛 검광을 뿌리며 날아들었다. 갑자기 주위의 공기가 싸늘하게 식어지며 마구 파동치기 시작했다. 지금 그가 펼친 초식은 태청검법과는 천양지차의 위력을 지 니고 있었다. 철독행 조차도 주춤하여 뒤로 두 걸음이나 물러섰다. 중인들중 누군가가 그것을 보고 소리쳤다. "저것은 태극혜검(태극혜검)이다!" 중인들은 그 말에 경악하여 눈에 불을 켜고 장내를 주시했 다. 태극혜검은 무당파의 아홉 가지 검법중에서도 가장 위력이 뛰어난 것이었다. 이것은 원래 대대로 장문인(장문인)만이 익힐 수 있었으나 칠십 년전 화씨세가의 혈겁때 무당의 장문인이 급사(급사)를 하는 바람에 한때 실전(실전)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그 뒤로 무당에서는 장문인외에도 특히 재질이 뛰어난 두 사람에 한해 태극혜검을 익히는 것을 허용하고 있었다. 고도인이 펼친 것은 태극혜검중의 칠성회두(칠성회두)였다. 태극혜검의 위력은 과연 놀라워 고도인은 금새 열세를 만회 하고 우위를 점하게 되었다. 하나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한동안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서던 철독행이 맹수같이 눈을 번뜩이며 검세속으로 뛰어들자 엄밀하기 그지없던 검세에 커다 란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고도인은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진 채 태극혜검의 절초인 광 만육합(광만육합)과 구주풍뢰(구주풍뢰)를 연거푸 전개했다. 철독행은 이번에는 피하지 않고 같이 칼을 휘두르며 맞서갔다. 파파팍! 엄청난 검광과 도기가 폭풍처럼 일어났다. 그 격돌의 여파는 가히 놀라워 비무대의 가까운 곳에 있던 사람들은 다급한 외침을 토하며 허겁지겁 뒤로 물러서야만 했 다. 그 격돌의 와중에 고도인의 몸이 뒤로 세 걸음이나 물러서는 것이 보였다. 놀랍게도 태극혜검의 절초로도 철독행의 칼에 실 린 위세를 막지 못했던 것이다. 고도인은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문 채 두 손으로 송문고검의 손잡이를 힘차게 움켜 잡았다. 그의 눈에서 뻗어나오는 신광은 거의 횃불과도 같았다. 다음 순간, "연천섬광(연천섬광)--!" 그의 입에서 굉량한 외침이 터져나왔다. 쐐쐐쐐쐐...! 주위가 온통 눈부신 검광에 가려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되 었다. 태극혜검의 최절초가 펼쳐지자 비무대위는 가히 빛의 소 용돌이에 휘감겨 버렸다. 그 엄청난 소용돌이속에서 칼을 휘두르는 철독행의 모습은 너무도 부질없어 보였다. 그러나... 콰콰쾅! 귀청이 찢어지는 듯한 폭음이 터지며 하나의 인영이 피를 뿌 리며 뒤로 이 장이나 날라가는 것이 아닌가? "크으윽!" 중인들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뜨고 장내를 주시했다. 놀랍게도 상반신을 온통 피로 물들인 채 바닥에 나뒹굴고 있 는 인물은 가공할 위세로 공격했던 고도인이었다. 중인들은 모 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중 누구도 철독행이 어떤 수법으로 고도인의 절세적인 연천섬광 초식을 깨뜨렸는지 알지 못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철독행이 강호에 거대한 명성을 떨치고 있던 고도인을 격파한 것이다. 그것은 실로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일대사건(일대사 건)이었다. 한순간 주위에는 죽음같은 정적이 흘렀다. 정적은 오래 계속 되지 않았다. "우와아....최고다!" "멋지다....철독행!" 주위가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중인들은 너나 할 것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손바닥이 부르트도록 손뼉을 치 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우렁찬 환호성을 듣고 가슴이 뛰지 않는다면 무림인(무림 인)이 아닐 것이다. 철독행은 그 환호성을 들으며 천천히 비무대를 내려왔다. 나머지 두 개의 결전은 점심식사가 끝난 오후에 속개되었다. 오후의 첫 대결은 우내십대기문병기중의 제일인자인 천기일 환과 화산파의 대표인 일자매화검 사운평의 격전이었다. 사운평은 수십 년간 화산파의 매화검법(매화검법)만을 수련 해온 절정의 검객이었다. 하나 그는 불과 이 초만에 천기일환 의 천기환수법에 가슴이 꿰뚫려 쓰러지고 말았다. 천기일환이 사용하는 수법은 무척 특이했다. 그가 손목에 차고 있는 환(환)은 두께가 어른의 손가락 네개 를 합친 것만 했다. 그것은 모두 아흔 아홉 개의 극히 가느다 란 환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평상시에는 그 아흔 아홉개의 환들 이 하나의 팔찌처럼 서로 엉킨 채 고정되어 있었다. 하나 그것이 일단 풀려지면 실로 경천동지할 변화가 일어났 다. 도데체 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일지 모를 무수한 환(환) 들의 그림자가 사방을 온통 휘감아 버리는 것이다. 그 끝없는 환영(환영)속에서 무사히 몸을 피한 사람은 아직 없었다. 천기일환이 내려간 후 대위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다음에 출전하는 두 사람은 그야말로 당금강호의 최정상을 달리는 고수들이었다. 소림의 대표인 천룡대협은 자타가 공인하는 구파일방의 제일 고수(제일고수)였다. 또한 천기일환과 함께 이번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히고 있었다. 그에 비해 백포옥검 남궁화룡은 강남(강남)의 명문(명문)인 남궁세가의 이십 칠대 가주(가주)로서 그 위명을 천하에 날리 고 있는 절세의 검객이었다. 그는 비단 검법이 신룡(신룡)같을 뿐 아니라 인물됨이 관옥 처럼 준수하고 임풍옥수(임풍옥수)같은 기상이 있어서 풍류남 아로도 이름이 높았다. 그는 항상 눈처럼 새하얀 백포를 입고 한옥(한옥)으로 만든 검을 사용했기 때문에 백포옥검이라고 불리우게 되었다. 대위로 먼저 올라온 것은 백포옥검 남궁화룡이었다. 그의 준수한 모습이 비무대위에 나타나자 장내는 요란한 환 호성으로 뒤덮였다. "와...남궁화룡이다!" "과연 강남제일의 미공자(미공자)답다! 정말 절세의 미남자 로구나!" 환성중에는 특히 여인들의 짤랑짤랑한 교성이 유달리 많이 섞여 있어서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남궁화룡이 중인들의 함성을 받으며 대 위에 우뚝 설때 아래 에서 우람한 체구의 황의인이 천천히 걸어 올라왔다. 그의 모습을 보자 중인들은 더욱 요란한 함성을 질러댔다. "와아...천하제일대협(천하제일대협)이다!" "저 사람이 바로 소림제일인인 천룡대협이다!" 함성은 천룡대협이 남궁화룡의 앞에 몸을 멈춰설 때까지 계 속되었다. 남궁화룡은 별빛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눈앞의 천룡대협을 바 라보았다. 번우량 또한 횃불같이 강렬한 눈으로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잠시 두 사람은 서로의 시선을 응시한 채 움직일 줄을 몰랐다. 두 사람은 한 눈에 서로에게 호감을 느꼈다. 남궁화룡은 번우량의 사내다운 당당함과 묵직함이 마음에 들 었다. 번우량 또한 남궁화룡의 수려하면서도 범속(범속)하지 않은 모습과 헌앙(헌앙)한 기상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이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그들은 어쩌면 몇 마디의 말을 나눈 후 의기투합하여 술잔을 기울이게 될지도 몰 랐다. 하나 이곳은 무림대회장이며 그들은 결투를 벌이기 위해서 이곳에 오게 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그걸 잊어버릴 정도로 멍청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아무 말없이 바로 손을 쓰기 시작했다. 어차피 싸울 것이라면 상대에게 더 이상의 호감을 느끼기 전 에 손을 쓰는 것이 좋다. 괜한 감정으로 손에 사정을 두게 된 다면 자칫 천추(천추)의 한(한)을 남길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 로 비정한 무림세계의 철칙(철칙)이었다. 파팟! 남궁화룡의 옥검이 빛살같은 속도로 날아들었다. 그가 사용하고 있는 검법은 남궁세가의 독문검법(독문검법) 인 섬전십삼뢰(섬전십삼뢰)였다. 이것은 뢰검(뇌검)의 종류중 에서 가장 위력이 강한 일종이었다. 쾌검이 단순히 검의 빠르기에만 의지하는데 반해 이 뢰검은 검의 빠르기에 패도적인 위력을 가미했기 때문에 비할 바가 아 니었다. 눈깜박할 사이에 오초(오초)가 지나갔다. 그동안 번우량은 반격 한 번 하지 못한 채 이리저리 몸을 날 려 피하기에 바빴다. 그만큼 남궁화룡이 휘두르는 섬전십삼뢰는 빠르고 날카로웠 다. 파파파... 남궁화룡의 옥검은 질풍노도같은 기세로 번우량의 전신을 압 박해 들어갔다. 그때마다 번우량의 몸은 아슬아슬하게 그의 검 세(검세)를 빠져 나갔다. 남궁화룡은 짙은 검미를 꿈틀거린 채 더욱 맹렬하게 검을 휘 둘렀다. 번우량은 정확히 십 초(십초)를 기다렸다. 그것이 그가 남궁 화룡에게 베풀어 줄 수 있는 유일한 호의(호의)였다. 십 초가 지나자 그는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천천히 오른 손을 내뻗었다. 우우웅.... 그의 커다란 손이 앞으로 나감에 따라 주위의 공기가 미묘하 게 파동치기 시작했다. 남궁화룡은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안색 을 경직시킨 채 옥검을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내뻗었다. 쾌액! 섬전십삼뢰중 최절초인 어기분여전(어기분여전)이 가공할 속 도로 폭사되었다. 고오오... 옥검이 번우량에게로 다가감에 따라 기이한 압력이 소용돌이 치며 다가들었다. 그 압력의 범위와 기세는 도저히 남궁화룡으 로서는 피할 수도 없고 막을 수도 없는 것이었다. 주르르... 그의 입가로 시커먼 선혈이 흘러내렸다. 너무도 가공할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체내의 혈맥(혈맥)이 터져버린 것이다. 하나 남궁화룡은 입술을 질끈 깨문 채 사력을 다해 옥검을 뻗어갔다. 압력은 이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해졌다. 남궁화룡의 옥검은 점점 전진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천하에 서 가장 빠르다는 어기분여전의 초식이 어린 아이의 손짓마냥 느릿느릿 전진하고 있었다. 그래도 멈추지는 않았다. 남궁화룡의 코와 귀에서도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그의 옥검이 번우량의 옷깃에 도달했다. 그게 마지막이었다. 쿵! 남궁화룡은 입으로 폭포수처럼 선혈을 내뿜은 채 바닥에 쓰 러지고 말았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채 힘없는 눈길로 번우량을 올려다 보았 다. "이...이게 무슨 무공이오?" 번우량은 그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해가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무거운 탄식을 토해냈다. "반선수(반선수)요." 남궁화룡의 준수하던 얼굴은 오공(오공)에서 뿜어나오는 선 혈로 인해 제 모습을 거의 잃어가고 있었다. 하나 그의 눈빛만 은 여전히 찬연하게 반짝거렸다. "이...이것이 말로만 듣던 반선수로군....정말 멋진 무공이 었소...." 그는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숨이 끊어졌다. 번우량은 싸늘하게 식어가는 그의 시신을 내려다 본 채 한 동안 움직일 줄을 몰랐다. 그는 결단코 남궁화룡을 죽이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어쩔 수가 없었다. 그의 몸속에 내재된 내공의 힘은 그가 생각해도 가공스러운 것이었다. 그것이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번우량 자신으로서 도 제어하기가 불가능했다. 반선수같은 초절정의 내가무공을 사용할때의 그는 완전히 통 제력을 상실한 활화산(활화산)이나 마찬가지였다. 누구도 그 가공할 힘앞에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내공은 이미 입신(입신)을 지나 초인경(초인경)에 접어 들고 있었다. 하나 그 용솟음치는 내공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을 때만이 비로소 그는 화경(화경)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 다. 그리고 화경에 다다른 상태에서라만이 비로소 천하무적(천하 무적)을 논(논)할 수 있을 것이다. 사마결은 조자건이 왜 그렇게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도 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는 잘 싸워서 승리를 거두었는데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 소?" 조자건은 그를 돌아보았다. "내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다고 그러는거요?" 사마결은 퉁명스런 어조로 내뱉었다. "당신은 마치 내일이라도 당장 저승사자한테 끌려가는 사람 같단 말이오. 뭐가 그렇게 걱정되는거요?" 조자건은 한동안 묵묵히 허공을 응시하고 있다가 조용히 되 물었다. "번우량이 내일 겨루기로 한 사람은 누구요?" "천기일환이오." 조자건은 문득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걱정이오." 사마결은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표정이었다. "뭐가 말이오?" 조자건의 음성은 담담했다. 하나 그의 눈빛은 얼굴에 떠오른 표정만큼이나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번우량은 절대로 내일 그와 겨룰 수 없게 될거란 말이오." 이, 방 장 노승(노승)의 용모는 몹시 자애스러워 보였다. 백미(백미)에 하얀 수염은 턱밑까지 내려왔고, 대추빛으로 붉은 얼굴과 복스러운 코를 가지고 있었다. 심연(심연)처럼 맑 고 깊은 두 눈에서는 인자한 눈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야 말로 보기만 해도 절로 신심(신심)이 우러나오는 인자 한 노승의 모습이었다. 하나 지금 노승의 자애롭던 눈길은 살짝 찌푸려 진채 냉엄한 빛을 띄고 있었고,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 있던 입술은 굳게 다 물어져 있었다. 사대금강은 노승의 앞에 시립해 선 채 숨도 제대로 내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이 노승이야말로 당금 소림사의 방장(방장)인 혜정선사(혜정선사)였던 것이다. 혜정선사는 백결대선사의 비보(비보)를 전해듣고 이틀 밤낮 을 달려 오늘 저녁에야 무적검수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문득 혜정의 입이 열리며 나직하면서도 위엄어린 음성이 흘 러나왔다. "원법이 흉수인 것은 확실한가?" 사대금강중의 우두머리인 원령은 머리를 조아렸다. "그럴 가능성이 많습니다, 사부님." 혜정은 냉엄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단지 가능성만으로 그를 의심하는 것이냐?" "그렇지 않사옵니다. 네째의 행동에는 확실히 수상한 점들이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더구나....." 그는 말꼬리를 흐렸다. 혜정은 그를 다그쳤다. "더구나 무어란 말이냐?" 원령은 머뭇거리다가 한쪽에 앉아 있는 번우량을 힐끗 보며 입을 열었다. "그가 대사형을 모함하려 했기 때문에 꼬리가 잡힌 것입니 다." 헤정은 흠칫하는 표정이었다. "그가 천룡을 모함하다니...그건 또 무슨 말이냐?" "원법은 노조종께서 그 시간에 밀실에 가신 것은 대사형을 만나기 위해서가 아니었냐고 했습니다. 아마 그의 의도는 그럼 으로서 대사형에게 혐의가 가도록 하려고 했던 것이었겠지만 그 바람에 그 밀실이 대사형의 방과 통해 있다는 것을 자신이 알고 있음을 스스로 발설한 결과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가 밀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흉수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느냐?"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밀실을 알고 있다는 것을 도무지 시인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밀실이 있다는 것은 저도 몰랐던 사실인데 원법이 알고 있는 것 또한 의문스 러운 점입니다." "그 외에는?" "노조종의 손바닥에 새겨진 글자가 원법의 외호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혜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들었다. "원법은 지금 어디 있느냐?" "제자가 궁맹주에게 부탁하여 무적검수맹의 뇌옥(뇌옥)에 잠 시 가두어 놓았습니다." "그를 데려 오너라." "알겠습니다." 원령은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났다. 혜정은 그가 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자신의 맞은 편에 앉아 있 는 번우량을 바라보며 물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자네도 원법이 흉수라고 생각하는가?" 번우량은 솔직히 고개를 흔들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분명히 그는 의심스러운 구석이 있긴 하지만...그가 그런 짓을 해야할 동기나 명분이 없습니다. 또 그는 정말로 밀실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을 수도 있지요." 혜정의 눈에서 예리한 안광이 뿜어나왔다. "그의 말이 사실일 수도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만약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건의 해결은 다시 원점(원점) 으로 돌아가게 되네. 자네와 노조종 말고도 또 다른 누군가가 밀실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그 자의 정체를 밝혀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닐걸세." 번우량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후 원령이 원법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 원법은 혈도가 제압당한 채 원령의 손에 맥없이 끌려 오다가 중앙에 앉아 있는 혜정을 발견하고는 안색이 대변했다. "사...사백(사백)님!" 그는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원법은 혜정의 사제인 혜인의 제자였기 때문에 그를 사백이 라고 부른 것이다. 혜정은 엄격한 눈으로 원법을 내려다 보았다. "원법. 나는 너를 어려서 부터 쭉 지켜 봐왔다. 때문에 너를 잘 알고 있지. 너는 결코 남을 속일 사람이 아니다. 그렇지 않 느냐?" 원법은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사...사백...저는 죄가 없습니다. 저를 믿어 주십시오." "나도 너를 믿고 싶다. 너는 혜인사제에게는 하나 뿐인 제자 이고 내게도 귀여운 사질(사질)이었다. 그러니 사실대로 말해 라. 누가 너에게 밀실에 대해서 말했느냐?" 원법은 암담한 표정으로 그를 올려보았다. "저...저는 아무리 생각해 보았으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혜정의 눈빛이 준엄해졌다. "그럴리가 있느냐? 너의 재지와 총명은 내가 익히 알고 있거 늘 그런 중대한 일을 기억하지 못할리가 있느냐? 나에게 사실 대로 말을 하거라." 원법은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