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 무협 소설]천년백첩랑(와룡생) - 14편 (14/52)
"거패사령.... 가자. " 태궁영이 마차에 오르며 이렇게 소리치자 거웅은 급히 말채찍을 휘둘렀다. "소야금보대! 암중으로 계속 따르라----! " 거웅의 호통소리가 달리는 마차로부터 울려 나왔다. 우두두두..... 마차는 뿌연 먼지를 일으키며 사라져 갔다. 천년 고도(古都) 낙양(洛陽). 정오무렵, 정오의 낙양에 한 문사가 나타났다. 일신에 용포의 문사복을 입고 머리에는 표룡건으로 맵시있게 감쌌으며 어깨에는 피빛 혈응(血鷹)이 올라앉아 있었다. 바로 태궁영이 아닌가! 그는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은채 유유히 걸음을 옮겨사녀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산서로 가는 도중 많은 핍박을 받았다. 전장(全莊)에 경비태세를 알렸으나 아무래도 불안하다 이곳에서부터 제이단계를 시전해야 한다. ) 도대체 제이단계란 무엇인가? 그는 걸음을 옮겨 낙양성 안으로 들어갔다. 열래객잔(悅來客棧). 낙영의 성자로(城子路)에 있는 객잔으로 낙양을 대표하는 객잔이다. 태궁영은 걸음을 걷다가 무심코 객잔을 보고 걸어 들어갔다. 일층은 손님으로 가득차 도저히 발디딜 틈도 없었다. "헤헤 어서 오십시오. 손님.... 이층은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 순간, 작달만한 점원 하나가 구르다시피 달려와 넙죽 허리를 굽히며 간교한 웃음을 흘리며 참새같은 목소리를 흘려내었다. 뚜벅------ 뚜벅---- 태궁영은 이층으로 걸음을 옮겼다. 태궁영은 사거리가 훤하게 내려다 보이는 창가에 앉자 점소이가 뿔맞은 황소처럼 다가와 주문을 신청했다. "손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 "흐음! 이 객점에서 잘하는 진미로 가져오게. 화국주(花菊酒) 한 병과 구운 오리 고기부터 빨리 가져오게. " 태궁영은 품에서 황금 한 조각을 꺼내어 점소이에게 건내 주었다. "빨리 가져오게 남은 것은 자네가 가지게. " 순간, 점소이의 눈이 화등잔만해지며 입가에 주름이 잡히며 입가까지 찢어졌다. 이게 왠 횡재냐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감사합니다. " 태궁영의 표정을 살피던 점소이는 비호같이 주방쪽으로 쪼르르 달려갔다. 마치 주었던 금편을 다시 빼앗기라도 하는듯한 표정이었다. 태궁영은 점원의 행동에 고소를 금치 못하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마운살루! 놈들의 본거지는 이곳 낙양의 어디엔가 있다.... 낙양성에 황금십로(黃金十老)를 대기 시켰지만 그들의 소재를 파악해야 한다. ) 태궁영! 그는 마운살루의 소재를 파악하려고 이곳에 온 것인가? (마운살루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마운살루의 배우 조종자가 중요하다. 천기도사가 예언한 혈겁이 도래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 태궁영이 깊은 생각에 빠져있을 때였다. 우당탕탕..... 요란한 음향과 함께 한 명의 소녀가 객점의 이층 계단을 뛰어 올라왔다. 그러나 누구에게 ㅉ기는 듯한 매우 급박한 표정이었다. 나이는 열 여덟살 정도로 보이는 나이에 놀랍도록 아름다운 얼굴을 가지고 있는 이 여인은 화려한 홍의화복(紅衣華服)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지극히 불안한 신색으로 주루의 주위를 둘러보다 태궁영의 옆을 스쳐 지나가 빈 탁자에 단정하게 앉았다. 태궁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손놀림 하나는 귀신이 뺨칠 정도로군.... 내 품에서 벌써 슬쩍하다니..... ) 손놀림이라니..... 무얼 말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그녀는 태궁영의 옆을 스쳐지나가며 태궁영의 가슴에 손을 넣었다 꺼낸 것이다. 그때, "저쪽이다. " 이층계단 아래로부터 우렁찬 목소리가 울리며 두 명의 위맹한 장한이 이층으로 날쌔게 뛰어 들었다. 한결같이 위맹하게 생긴 호한(虎漢)들이었다. 일신에 검은 경장을 하고 있는 그들은 예리한 눈길로 객점안을 샅샅이 훑어보다 여인이 숨어있는 빈 탁자를 바라보며 음산한 미소를 흘렸다. "쥐새끼처럼 숨어 있어봐야 결코 우리를 속이지 못한다.... 괘씸한 것. " 그러나 여인은 발딱 일어서며 소리쳤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거예요? " "몰라서 묻느냐? 단주님의 몸을 뒤져 소매치기 하다니! " 여인은 그게 무엇이냐는 듯이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소매치기라니.... 말조심 해요.... 어엿한 숙녀에게 소매치기라니.... " 그러나 장한은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누구를 세살짜리 어린아이로 보느냐? 우리 금릉쌍흉(金陵雙兇)의 이목을 속이려 했다면 그것은 목숨을 바치는 결과가 될 것이다. " 금릉쌍흉이란 소리가 들리자. 웅성거리던 객잔의 주객(酒客)들이 슬금슬금 꽁무니를 빼었다. 문득, 여인의 안색이 핼쓱하게 굳어 버렸다. (이제보니 살성을 건드렸다. 헌데 이들이 쩔쩔매던 그 단주라는 작자의 신분이 무엇이기에 이 무지막지한 자들을 수하로 두었지. ) 그녀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잘못하면 나 때문에 비도장(飛刀莊)과 우리 할아버지 만마궁(萬魔宮)과 일전을 치루게 될지도 모르겠다. ) 아니, 비도장과 만마궁이라니.... 당금 중원을 분할한 중원십강의 무리가 아닌가? 그렇다면 이 소녀가 만마궁의 절정마종(絶頂魔宗) 갈태황(葛太皇)의 소녀라는 사갈서시(蛇蝎西施) 갈영령(葛英英)이란 말인가! 마도제일미(魔道第一美) 갈영영(葛英英). 방년 십 구세로서 만마궁의 소궁주의 신분으로 대단한 여인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강력한 마도세력인 만마궁의 소공주로서 탁월한 두뇌의 소유자로서 십만마도의 살아있는 우상이다. 십구세에 이르렀어도 그녀의 마음에 드는 남자가 없다하여 혼사를 치루지 않고 있다. 만마궁주 갈태황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말괄량이라고 전한다. 한편, 여인은 내심 생각과는 달리 두 눈에 독기를 띠면서 대드는 것이었다. 이제 이층 주루에는 금릉쌍흉과 갈영영, 그리고 태궁영까지 세명 뿐이었다. 점소이는 이내 사라진 듯 보이지 않고 있었다. "전 남의 물건을 슬쩍 한적이 없어요. 정 못믿으시면 조사를 해봐요. " 여인의 입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자신이 있다는 무언의 암시가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흥.... 괘씸한 년, 끝까지 오리발이군. 우리는 너의 품속에 단주의 물건이 있음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 금릉쌍흉중 얼굴에 칼자욱이 난 대흉의 으스스한 소성을 발했다. 쌍흉은 서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흥! 못 믿겠다면 확인을 시켜 드리지요. " 그렇게 말한 여인은 억울해 죽겠다는 듯 결연한 얼굴을 한채 자신의 홍의화복을 훌훌 벗어 버리는 것이었다. 그러자 순식간에 하얀 살결을 가진 그녀의 나신이 아낌없이 드러났다. 너무도 완숙한 익은 나신에 태궁영은 얼굴에 붉힐 수밖에 없었다. 실오라기 걸치지 않은 여인의 나신(裸身)을 보자 금릉쌍흉은 저마다 두 눈에 핏발을 세우며 침을 삼켰다. 태궁영은 아연함을 감출 수 없었다. (이토록 대담한 여인이 있다니.... 얼굴만큼이나 대단하군... 설사 동방청이라 할지라도 이처럼 당돌하지 못할 것이다. ) 태궁영은 놀람의 실소를 삼켜야 했다. 제 19 장에 계속 [2855] 제목 : [와룡생] 천년백첩랑 제 19 장 2권 끝 올린이 : 추녀 (김진호 ) 97/01/08 21:46 읽음 :1661 관련자료 없음 ------------------------------------------------------------------------------ 제 19 장 깜찍한 소매치기 여인은 창피함도 잊은 듯 자신의 벗은 옷을 훌훌 털어버리며 금릉쌍흉을 향해 바락바락 악을 쓰는 것이었다. "이젠 됐나요? 전 분명 소매치기가 아니예요! " 그녀는 재빨리 옷을 입었다. 금릉쌍흉의 안색이 급변했다. 그들은 눈치밥을 먹은 강호의 패륜아들이 아닌가. 그들은 곤혹스러운 얼굴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동안이나 말을 못하고 있다가 침음성을 터뜨렸다. "으음.... 이것은 어떻게 된것이지. 하늘이 두쪽이 나도 이럴 리가 없는데.... " 바로 그때였다. "흐흐흐.... 솜씨만큼이나 몸매도 훌륭한 년이로군. " 지극히 음산한 목소리와 함께 한 명의 인영이 바람처럼 객점으로 들어섰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도 없었건만 그는 계속 계단에 서 있었던 모양이었다. (대단하군. 나의 청각을 속이고 이곳까지 접근할 수가 있다니..... ) 태궁영은 들어선 자를 경이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창백한 안색, 스물 댓살 정도 되었을까? 그러나 강호의 노련함이 그의 몸 전체에 은연중 풍기고 있었다. 더구나 입가에 난 검상은 말을 할때마다 지렁이처럼 꿈틀거려 잔인한 인상을 풍겼으며 진한 콧털이 코에서 뻗어나와 성격이 극악함을 말해주고 있었다. 쭉 찢어진 눈은 여우의 교활함을 보고 있는 듯이 혐오스러웠다. 그러나 조금은 절륜한 얼굴에 색을 밝힐 야수같은 인상을 풍겼다. 그는 손에 기이한 통(筒)을 들고 있었는데 아마도 어떤 암기를 발출하는 무기로 보이고 있었으며 등에는 기다란 장검을 메고 있었다. (음, 저자는 장창신흉(長槍神兇).... 비도장의 무리들이군! ) 태궁영은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는 이미 금보장의 연락망으로 모든 무인들을 거의 파악하고 있었다. 금릉쌍흉은 허리를 숙이고 있다가 몹시 두려운 음색으로 말문을 열었다. "단주님! 이 여인이 아닌 모양입니다. " 장창신흉의 입에서 욕설이 흘러나왔다. "바보같은 놈들, 네놈들을 믿고 내가 어찌 일을 할 수가 있겠느냐? " 팟! 순간 장창신흉의 손이 더할수 없이 빠른 속도로 태궁영의 가슴으로 짓쳐들었다. (대단히 빠른 금나수...... ) 태궁영은 속으로 염두를 굴리며 멍청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이봐, 점소이 뭘 하나, 빨리 술이나 가져오게. 난 술을 마시려왔지 싸움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란 말이야. " 태궁영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대나무 젖가락을 들어 올렸다. 팍----- 공교롭게도 그가 들어올린 젖가락은 정확하게 그의 앞섶을 잡아오는 장창신흉의 손을 정확히 막아낸 것이 아닌가! "어.... 형씨는 왜 내 젖가락을 잡았소? " 태궁영은 의아스러운 음성으로 조금은 멍청한 시선으로 장창신흉을 바라보았다. 진정 공교로운 사건이 아닌가? 금릉쌍흉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굳어 있었다. "저 놈이 소매치기란 말입니까? 놈이 우리 근청 오지도 않았는데요.... " 그들은 태궁영을 가리키며 떠듬거렸다. "이런 멍청한 놈들, 아직도 이해를 못하겠느냐? 저 계집이 나의 물건을 훔쳐 이 자식의 품에 집어넣은 것이다. " 그러나 장창신흉은 자신의 손속이 태궁영에게 가로막힌 것을 생각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제서야 금릉쌍흉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간 것인지 알고 여인을 바라보며 두 눈에 살기를 뿜어내었다. "이 찢어죽일 년! 감히 이 금릉쌍흉을 농락하다니.... 금릉쌍흉이 낙양에 와서 별 시답지 않은 년에게 창피를 당하다니...... " 여인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할아버지도 없으니.... 달아나는 것이 상책이다! ) 파앗----- 여인은 지면을 박차고 창문을 향해 신형을 날렸다. 교묘하게도 그녀가 신형을 날린 방향은 창문가에 있던 태궁영 방향이었다. 장창신흉의 얼굴에 지독한 사기가 피어 올랐다. "흐흐..... 나 장창신흉 앞에서 달아난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 목소리가 끝났을 때 이미 장창신흉의 신형이 여인의 앞을 막고 있었다. 그러자 소녀의 긴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쏘아져갔다. 순간, 슈우우욱----- 파파팟! 그녀의 머리카락이 허공에서 토막토막 잘라지며 허공에서 암기가 되어 장창신흉의 전신을 향해 쏘아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장창신흉은 냉소를 터뜨렸다. "투발신공(投髮神功)! 절정마종 갈천황의 신공, 너는 누구냐? " 그는 말을 하는 한편 우수를 휘저어 여인의 완맥을 잡아갔다. 이것은 그야말로 한순간에 일어난 일이어서 태궁영이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짐작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여인의 얼굴이 핼쓱하게 굳어들었다. 그것은 너무나 쾌속한 출수였는지라 그녀는 도저히 그것을 피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이 갈영영이 일생일대의 실수를 저질렀어. 비도장의 오대단주 중 혼령(魂靈)도 피해간다는 지옥단주(地獄團主) 장창신흉을 건드리다니! ) 지옥단주 장창신흉, 강호에 알려진 바로는 그의 비위에 거슬린 자는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가장 처참하게 죽인다는 악명높은 인물이었다. 또한 지금은 색(色)을 밝히는 것으로 더 유명하다. 그러나 비도장의 오대단주라는 직위는 그 누구나 그의 악행을 제어할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럴수록 장창신흉의 성격은 더욱 포악해지고 만행을 일삼았다. 그런데 날아가던 여인의 몸이 태궁영의 품으로 떨어지며 장창신흉의 손은 허공에서 헛손질을 하게된 현상이 일어났다. "어엇! 낭자, 이것...... 이런 일이! " 태궁영은 어쩔 줄 모르는 신색으로 여인을 안아들었다. 장창신흉은 자신이 여인의 완맥을 잡아가는 순간 기이한 압력이 밀려와 자신의 내력을 헤집으며 퉁겨내는 것을 느껴야했다. 그의 눈이 태궁영에게 향했다. 그런데. "어.... 어멋! 치한..... 이것놔요! " 태궁영은 태연하게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에 손을 넣어 떡주무르듯 주무르며 멍청한 웃음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준미한 얼굴에 멍청한 웃음...... "갑자기 하늘에서 천사가 떨어지다니.. 이것 본 서생이 복을 받는군. " 태궁영은 바보스럽게 웃었다. 그때, "이런 괘씸한 감히 본공자의 사업에 방해를 하다니! 죽고싶어 안달을 하는 놈이 이곳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 장창신흉이 살소를 흘렸다. 그러나 태궁영은 태연하게 여인의 몸을 주무르고 있었다. 여인의 가슴과 엉덩이를 떡주무르듯 주무르는 태궁영의 눈이 바보스러운 웃음이 흐르며 여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여인은 얼굴이 붉은 홍시처럼 달아올라 있었다. 그런데 기이한 일이 아닌가. 사람들 앞에서 옷까지 벗어던진 여인이라면 이러한 정도의 수치는 그녀에게 있어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몸을 가늘게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봐 애송이, 오늘은 참겠다. 그 계집과 네놈의 품속에 있는 본좌의 물건을 주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 장창신흉의 날카로운 음성이 울렸다. 이때, "금릉일정 소야! 당신이 나를 살려준다면 당신에게 기막힌 정보를 주겠어요. 어때요? 당신의 금보장의 위기를 해소시킬 수가 있어요. " 갑자기 여인의 음성이 전음으로 태궁영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음.... 이 여인은 나를 알고 있었군. 그러면 계ㅎ적인가? ) 그러나 그의 생각은 계속 이어질 수가 없었다. "놈! 빨리 계집과 본좌의 물건을 넘기지 않는다면 난도분시를 면치 못하리라! " 그런데 태궁영의 입에서 터져나온 목소리는 그들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비도장의 개들, 잔소리말고 사라져라. 이 여자는 본인의 첩이다. " 너무도 뜻밖의 말이 아닌가. 이때 금릉쌍흉은 두 눈을 희번덕거리며 버럭 호통을 내질렀다. "놈! 감히 단주님의 비위를 건드리다니! " "으하하.... 이놈 여자를 보더니 용기가 생겼나.... 돈놈아냐? " 그러나 그들은 생각지 못한 점이 있었다. 주객들이 모두 빠져나갔건만 유독 이 아름답게 생긴 서생만이 주루에 그대로 남아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망각하고 있는 것이었다. 태궁영의 싸늘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나는 같은 말을 두 번 하지 않는다. " 그의 손은 여인의 비소까지 침범해 마구 주무르고 있으면서도 금릉쌍흉에게 마구 호통치고 있었다. "흐흐흐.... 본 쌍흉도 두 번은 참을 줄 모르는 성미이다. " 금릉쌍흉이 소리치며 동시에 검을 뽑아 태궁영을 쏘아갔다. 쐐애애액------ 파츠츠츠....... 번뜩이는 검광이 일직선으로 태궁영의 백회혈과 견정혈을 노리고 뻗어오자 갑자기 태궁영의 어깨에서 붉은 기운이 뻗어나가 검세에 부딪쳤다. 차----- 창! "억! " "이..... 이런! " 금릉쌍흉은 경악성과 함께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그들이 휘두른 검의 중간중간에 이빨이 빠져 톱니처럼 거칠어져 있었다. 어느새 태궁영의 어깨에는 붉은 매가 금릉쌍흉을 날카로운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금릉쌍흉 뿐만 아니라 장창신흉까지 놀라움의 눈빛을 흘려내고 있었다. (매가 검을 퉁겨내다니... 전설의 혈응(血鷹)이 분명하군! ) 이것은 금릉쌍흉이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무림고수라고 자처하는 그들에게 있어 이러한 사실은 씻을 수가 없는 치욕이 아닐 수가 없었다. "이, 이놈의 참새! 머리통을 부서버리겠다! "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검을 휘둘러왔다. 그러나 혈응은 조금도 당황함이 없이 이러저리 몸을 옮기며 그들의 검세(劍勢)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도 태궁영의 손은 여인을 마치 떡주무르듯 주무르고 있었다. "소야, 정말 이러면 당신과의 거래를 철회하겠어요. 소문대로 당신은 여자에게 불쾌하게 대하는군요. 당장 이 손 치워요! " 여인의 갸냘픈 전음성이 그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후후..... 그러면 당신은 아마도 장창신흉에게 잡혀가거나 죽음을 당하겠지. " 태궁영은 잔잔히 웃으며 전음을 발했다. 금릉쌍흉은 노화가 극에 이르렀다. "죽어랏! 이놈의 참새! " 두 사람이 날카로운 검풍을 일으키며 짓쳐들자 마치 장난이라도 치고 있는 듯하던 혈응이 느닷없이 날카로운 부리와 발톱으로 두 사람의 가슴을 할퀴었다. "윽! " "커억! " 금릉쌍흉이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지면을 나뒹굴었다. 그런 그들의 입에서 시뻘건 선혈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가슴에서 배까지 이르는 긴 상처가 창자 부스러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그들은 한기가 들린 사람처럼 몸을 떨다 이윽고 축 늘어져 버렸다. 과연 천년을 지나온 창천혈응은 가공 그 자체였다. 수화불침의 신체이며 산악이라도 바스러버린다는 창천혈응의 발톱, 순간 장창신흉의 전신이 흠칫 굳어졌다. (가.... 가공하다. 혹시 저 매가 전설의 창천혈응이 아닐까? ) 태궁영은 어리둥절해 경악에 물든 장창신흉의 안색을 바라보며 웃음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후후... 창천혈응의 가공한 무위를 보고 놀랐을 것이다! ) 이때 창천혈응은 화가 난 드시 무서운 속도로 장창신흉에게 덮쳐들었다. "물러가라! " 장창신흉이 소리치며 우수를 뻗어내었다. 퍼엉----- 요란한 굉음이 울리며 창천혈응이 퉁겨져 나갔다. 확실히 장창신흉은 금릉쌍흉과는 무공의 수위가 달랐다. 구우----- 우---- 우--- 창천혈응이 화가 난 듯 발톱을 세우며 무서운 속도로 다시 덮쳐 들었다. 장창신흉은 방금 장력을 격출한 후 기혈이 울렁거림을 느끼고 있던터라 이번에는 손에 들고 있던 통의 손잡이를 눌렀다. 피이이이이------ 잉! 쑤------ 아----- 아---- 아----- 갑자기 통에서 수없이 많은 암기가 뿜어져 나왔다. 암기는 미세한 갈미침( 尾針)이었으며 독이 발라진 듯 녹광(綠光)을 발하고 있었다. 꽈----- 우----- 우----- 우----- 혈으이 기음을 토하며 무서운 속도로 돌진했다. "갈미침! 혈응! 물러서라. 갈미침에는 독이 묻어 있다! " 태궁영의 다급한 목소리에 혈응이 뒤로 퉁겨져 나가며 물러서고 그틈에 태궁영의 우수가 크게 원을 그렸다. 그러자 한 줄기 강력한 흡인력이 수많은 갈미침을 모조리 소매 안으로 빨아들이는 것이 아닌가? 장창신흉의 얼굴에 경악지색이 떠올랐다. (갈미침엔 극독이 발라져 있어 조금만 스치기만해도 그 자리에서 즉사다. 도대체 이 자의 내공이 얼마나 된단 말인가? ) 태궁영에게 잠재된 내공이 천년내공임을...... 그는 은근히 두려움을 느끼며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여차하면 달아날 생각이었던 것이다. 태궁영은 그의 속셈을 간파한 듯 비릿한 웃음을 흘려내었다. "도망가는 것은 막지 않겠다. 그러나 훗일 보게 될 것이다. 의미가 담긴 말이 아닌가? 장창신흉은 내심이 들키자 얼굴이 달아 올랐다. 그는 이대로 물러났다가는 명예를 중요시 여기는 무림에 다시는 들어설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목소리를 높여 한소리 토했다. "네놈은 본좌를 아느냐? 비도장의 오대단주 중 지옥단주다. 설마 본장에 검을 들이댈 수는 있으리라 보지 않는다. " 그는 비도장의 위명으로 태궁영을 제압하려 했으나 그것은 자신의 죽음을 재촉하는 결과를 가져올 줄은 예상치 못하고 있었다. 태궁영의 눈에 살기가 스쳤다. "흐흥..... 그렇지 않아도 비도장을 접수하려고 했었다. " 그는 이어 소매속에 거두어 들였던 갈미침을 되쏘아내었다. "가져가거라! " 쐐애액------ 수십 개의 갈미침이 더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쏘아오자 장창신흉은 급박하게 장창을 뽑아 휘둘러 날아오는 갈미침을 막았다. 순간, 파----- 아------ 앗---- 앉아 있던 태궁영의 우수(右手)에서 그대로 청색의 기류가 뻗어나가며 장창신흉의 가슴으르 스치고 태궁영에게 되돌아왔다. 장창신흉은 무엇인가 번뜩이는 광채를 느낀 순간 가슴에 시원한 감촉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몸을 돌려 달아나려고 있었다. 찰라, "커흑! " 그의 입에서 신음이 터지며 양단된 채 분리되는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