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신무-神武-전권 - 75편 (75/113)
다만 나는 그것을 나 때문에 자신의 용병단의 위신이 떨어졌다고 생각 한 샴시르 용병단이 꾸민 일이라 생각했는데…. 그리고 그것은 정확 한 것 같았다. 감시병까지 보낸 것을 보니…. 하지만 마지막의 사건. 상인들이 전부 적으로 돌변해 버린 사태는 아직도 의 문이다. 그 당시 어느 정도 상황 판단을 했더라면 한 녀석이라도 잡아 족쳤을 건데…. 휘리아나가 쓰러져 버린 통에 나는 그녀에게로 온통 신경이 집중되어 있었고 샤이나르는 폭주해서 그 녀석들을 전부 걸레로 만들어 버렸으니…. 그 녀석들이 어떤 녀석들이고 왜 우리를 노렸는지는 -그 당시 쏘아진 석궁은 나에게 세발 휘리아나에게 한발 샤이나르에게 네발이었다. 결국 이것은 그들이 노렸던 것은 나와 샤이나르, 휘리아나뿐이었다는 말이다- 이제 완전히 미궁으 로 빠져버렸고 알아 낼 수 있는 방법은 전무했다. 그 녀석들의 시체라도 조사했다면 약간의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지 몰랐지만 샤이나르가 워낙 심각하게 만들어 놨냐? 이 팔이 저놈에게 떨어진 것인지 아니 면 이놈에게 떨어진 것인지도 모르고. 이 손가락은 검지인지 약지인지도 모르 는 상황이었는데…. 아무튼 그 사건 이후로 자스란 등이 샤이나르를 은근히 피하는 것만 보아도 그때 그녀가 얼마나 심각하게 변했는지 잘 알 것이다. 칫. 그들이 어떤 작자인지 고심해서 알아 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휘리아 나의 몸에 상처를 냈던 녀석들인데 -비록 고것이 일부러 맞았다고 하더라도- 쉽게 넘어가기가 힘들었다. 이미 그 짓을 한 녀석들은 저 하늘에서 염라대왕과 미팅을 하고 있겠지만 그 일을 시킨 녀석들은 버젓이 살아 있을 것이다. 흠. 뭐…. 그들이 우리를 또 노린다면 다음에 다시 도발을 해 오겠지. 그때 가서 보복을 하면 되는 것이니…. "그것보다 카인." "응?" 대충 생각을 정리 할 무렵 쉬엔이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빵을 입에 문 채로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고 쉬엔은 지금의 내 모습이 상당히 특이했는지 피 식 웃음을 흘렸다. 나는 재빨리 입 밖에 있는 빵을 때어 내고는 안에 남은 것은 삼키며 입을 열 었다. "우물. 꿀꺽. 뭐 물어볼 것이라도 있는 거야?" "아. 그게 그때 말야." "그때?" "그 코스타카스를 잡을 때." "아! 그때 왜?" "그때 손에서 갑자기 검이 나온 것 같았는데." 아아. 기살검 말이구나. 쉬엔의 질문에 다른 동료들도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긴…. 소드마스터라도 검이 있어야 검기를 쓸 수가 있는데 나는 검 도 없이 기로 이루어진 검을 그대로 만들어 내 버렸으니…. "나도 궁금한데. 손에서 갑자기 백색의 검이 튀어나오고 단 일격에 여섯인가 일곱의 코스타카스를 베어 버렸잖아." "대체 무슨 기술이야?" 나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얼굴로 닦달하는 그들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 손을 들어 올렸고 내 행동에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나는 주위를 한번 돌려보고는 피식 웃고는 오른손을 쥐었다가 그중 검지와 중지를 세웠다. 그리고는 그곳으로 기를 모으자 곧 백색의 날카로운 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것 은 하나의 검의 형태를 취해 보였다. "이. 이게…." "서. 설마 스피릿 소드인거야?" 에니리의 질문에 나는 입을 다문 채로 생각에 잠겼다. 스피릿 소드라고 해야 하나? 하긴 그렇게 부를 수도 있겠지. 스피릿 소드의 뜻은 영혼. 또는 마음의 검이고 기살검은 심검의 단계니 역시 마음의 검이라고 불러도 될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동료들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외쳤다. "정말이야?" "세상에 스피릿 소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니." "1000년 전 검왕 세이빈만이 쓸 수 있었다고 했잖아." "설마 너…." 이거 실수했네…. 그러고 보니 이 세계에서 심검을 쓸 수 있다는 사람이 하나 도 없다는 것을 잠깐 망각하고 말았다. 심검. 즉 스피릿 소드를 쓸 수 있는 단 계는 이 세계에서 그랜드 소드마스터 조차도 넘어서야 가능하다고 했는데…. 일이 귀찮아 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 천년 전까지만 해도 스피릿 소드라는 말은 존재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은 소드 마스터의 다음단계로서 검기(劍氣)를 더욱더 발전 시켜 강기(剛氣) 형태를 이 룰 수 있는 단계를 그랜드 소드마스터라고 불렀고 그것이 검술의 마지막 단계 라고 생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 것을 천년 전에 내가 쓴 기살검으로 인해 그랜드 소드마스터를 넘어선 경지가 있다는 것이 되었고 검이 없이 마음의 검을 만들 수 있는 단계로 소드 킹이라 불렀다. 하지만…. 인간으로서 그런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것이었 다. 아무리 천재라 하더라도…. 천기류 전 역사상 기살검을 쓸 수 있었던 사람 이 나 하나 뿐이라는 것을 보더라도 그것은 입증이 되는 것이다. 내공의 소비는 거의 없는 신무와는 다르게 기살검은 상상치도 못할 정도로 심 각한 내공소모를 가져오는 기술이었고 그 정도의 내공은 인간이 살아 생전에 절대로 가질 수 없는 수치였다. 게다가 내공이 있다고 하더라도 또 그 기술을 쓸 깨달음도 있어야 했다. 물론 수련을 하는 와중에 어느 정도 오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자연히 깨달음은 얻는 것이지만…. 어쨌든 나조차도 이 세계로 넘어와서 그 기술을 이룩할 수가 있었으니까. 소드마스터조차 대충 30명이 넘지 않는 이 세계에…. 게다가 그랜드 소드마스 터는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는 이 세계에. -대외적으로- 내가 스피릿 소드를 쓸 수가 있는 소드킹이 -검왕- 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다른 것은 몰라도 인간 세상을 살아가는데 힘이 들것이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서. 설마…. 거. 검왕?" "내가 괴물이냐?" 나는 황급히 첸의 말을 자르며 손을 내저었다. 어차피 기살검이 스피릿 소드 라고 말을 해 버린 지금 최대한 일을 줄여야 했던 것이다. "말해 두지만 나는 검왕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어." "그런데 어떻게 스피릿 소드를?" "검왕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더라도 스피릿 소드를 가질 수가 있어." "정말이야? 어떻게. 진짜?" 내 말에 당장이라도 덮칠 듯이 달려드는 그들을 보며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리고는 기살검을 거두어들이며 마음속으로 루나린에게 용서를 빌기 시작했 다. 미안해요. 루나린. 당신의 도움이 조금 필요하네요. 화 내지 말아요. "스피릿 소드는 두가지 종류가 있어. 하나는 마음의 검. 다른 하나는…." "영혼의 검." 조용히 듣고있던 휘린이 내 대신 말을 했고 나는 씁쓸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표정을 지어 놓아야 앞으로 말할 때 더욱더 극적인 연출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약간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자스란 등은 입을 다물고 나의 말 을 기다렸고 나는 다시금 기살검을 만들어 내며 슬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마음의 검은 자신의…. 수련을 통해서 얻어진 노력으로 만들어진 진정한 스 피릿 소드지. 검왕의 경지에 도달 한 존재만이 거머쥘 수 있는…." 다들 내 이야기에 심취를 하고있군. 그냥 지어낸 이야기인데…. 물론 지금까 지는 그다지 틀린 말은 없다. 다만 한가지 영혼의 검 따위는 존재하지도 않는 다고 할까. 하지만 이들이 그것을 알 턱이 없었고 그저 나의 가면 밖의 슬픈 얼굴과 말도 안 되는 영혼의 검을 연결 지으며 씁쓸한 얼굴을 할뿐이었다. "그럼…. 영혼의 검은?" "그것은 자신의 노력으로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검이다. 아주 가끔씩…. 어 떤 존재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장 소중한 사람의 곁에 남기를 원하는 마음이 너무도 강할 때…. 그 영혼이 소멸하지 않 고 타인의 육신에 깃들여 때가 있지. 그 영혼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그것 을 검의 형태로 만들어 내는 것도 가능한 일이지…." "서. 설마…." 물론 생 뻥이다. 그런 방법이 있었다면 루나린의 영혼도 그런 방법으로 잡아 서 나에게 머물게 만들어 버렸지. 그런데…. 이렇게 뻥까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는데. 후훗. 계속 해봐? "그. 그럼 지금 너의 스피릿 소드는?" "훗…. 내가 가장 사랑했던 사람. 나를 목숨보다도 사랑했던 사람의 영혼이 다. 나 때문에 자신의 목숨마저도 버리고…. 그것도 모자라 멍청하게 편안히 쉬지도 못하고 내 옆에 남아있는 여인이지…." 내가 슬프게 웃으며 말을 잇는 동안 자스란 등은 말조차 하지 못하고 괜한 말 을 꺼냈다는 듯이 당황하며 서로를 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다. 여기서 '뻥이야!' 라고 말한다면 어떤 표정을 지어 보일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지만 나는 씁쓸히 고개를 저어 버렸다. 어느새 나도 모르게 루나린을 떠올 리며 마음이 착잡해져 와 버린 것이다. 그냥 장난으로 시작한 일인데…. 다시 그녀를 떠올리게 되어버렸고 그녀가 너 무도 보고 싶어져 버린 것이다. 깊은 한숨을 내 쉰 나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 단으로 향했지만 그 누구도 나를 잡아 세우지 않았다. 다만 내가 계단을 밟고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을 때 착잡한 목소리로 서로 대화를 나누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을 뿐이었다. "내가 괜한 말을 꺼냈나봐…." "아냐. 그렇게 따진다면 계속해서 닦달한 나도 잘못이지." "그런데…. 설마 그 검이 인간의 영혼이었을 줄은…." "응. 나도 놀랐어. 그 말을 듣자 갑자기 등이 오싹하더라…." "그래도 사랑하는 사람 옆에 남고…." 장난이 너무 심했네…. -카인…. 괜찮아요? 누구? 루나린? 루나린이 맞는 거야? -후훗. 네. 빙그레 웃으며 나에게 기대어 오는 그녀. 어디선가 불어오는 가는 실바람이 그녀의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나의 얼굴을 간질이는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살며시 어루만져 보았다. -또 왜 그런 얼굴을 하고 있는 거예요? 루나린…. 나의 얼굴에 미소가 번져갔다. 살아 있었던 거야? 그럼. 그 동안 있었던 일은 모두 꿈인 거야? 다행이다…. 다행이야…. -카인. 울고 있네요. 내가 울고 있다고? 그럴지도. 그래. 그래도 좋아. 당신을 다시 만났는데…. 긴 악몽에서 깨어나서 당신을 다시 만나게 되었는 데…. 너무나 기뻐서 눈물이 나오는 것일 뿐이야. -카인…. 부드럽게 미소를 짓고있는 그녀를 안고 싶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나의 손은 어떤 보이지 않은 것에 묶여 있는 듯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루나린은 내 가 자신을 껴안아 주기를 바라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왜 갑자기 몸이 이러는 것이지?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의 감각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그것은 부질없는 짓으로 끝이 나고 말았다. 하지만…. 포기할 수는 없었다. -카인…. 그때 루나린이 슬픈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나의 얼굴을 한번 쓸고 지나갔고 뒤이어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나의 입을 감쌌다. 나는 나의 몸의 감각을 다시 되찾는 것도 잊은 채 그대로 눈을 감으며 그녀의 체취를 가슴깊이 들이 마셨다. 하지만…. 단 한번의 키스를 끝내고 그녀는 나에게서 떨어져 나갔고 나는 급 히 눈을 뜨며 하염없이 뒤로 물러서는 그녀를 불렀다. 하지만 어찌 된 것인지 목소리조차도 나오지 않았다. -카인…. 안 되요…. 어딜 가는 거죠? 루나린!! 제발…. 제가 당신의 이름도 불러주지 않아서…. 당신을 안아주지도 않아 저를 떠나려 는 건가요? 그렇다면 안 되요. 제발…. 제발…. 빌어먹을…. 그녀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왜 몸이 이 모양인 거야!! 루나린!! 멈춰요!! 제발!!!!! -카인…. 휘리아나를. 그 애를 잘 부탁해요. 아니! 싫어!! 당신도 내 옆에 남아 있어 줘야 해. 어떻게 다시 만났는데! 이 렇게 다시 떠나 버리려면 왜 내 앞에 다시 나타난 거야? 보낼 수 없다. 절대로! 그대는 다시 나를 떠나야 할 지도 모르지만…. 나는 내 힘으로. 강제 적으로라도 당신을 잡겠다. 절대로…. 절대로 당신을 보내지 않아!! -카인. 가지마!! 당장 그 자리에서 멈춰! 신이 당신을 데리고 간다 하더라도! 절대로 당신을 포기 할 수는 없어. 당신을 나에게서 뺏으려 하는 자는. 설사 신이라 하더라도 베어 버린다. -카인…. 순간 나의 손가락이 약간이지만 미동을 하였고 뒤이어 즉시 온 몸으로 나의 의지가 전달이 되기 시작했다. 나를 묶고있는 보이지 않는 족쇄들을 그대로 부 셔버리며 나는 빛 속으로 빨려들어 가는 루나린에게 몸을 날렸다. 하지만…. 흡사 신기루처럼 그녀의 몸은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만 갔고 나는 더욱더 빨리 그녀를 쫓아갔지만 그녀는 더욱더 나에게서 멀어져 갈 뿐이었다. -카인. 너무 상심하지 말아요. 저는…. 언제나 당신 옆에 있으니까…. 거짓말하지마!! 그렇게 나를 안심시키고 떠나면 당신은 편해? 지금이 아니라 면 또 언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이지? 당신은 죽은 존재. 이 세상에 남아서 는 안 된다는 그런 말로서 나를 위로할 것인가? 신의 섭리? 개나 줘버려!! 나 또한 육신이 존재하지 않는 영혼체. 그럼에도 뻔뻔하게 세상에 살아 남아 있다. 육신을 잃어버리고 영혼이 된다면 사랑하는 사람마저도 떠나버려야 한다는 논리. 신이 만들었나? 큭큭. 그렇다면 나는 그런 자식이 만든 논리는 거부하겠다.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루나린. 그대를 내 옆에 두고야 말겠어. -카인. 가지 말란 말야!!!! 내가 신은 모두 없애 버리겠다!! 내 옆에 있어! 왜 나에게서 멀어지려고만 하는 거지? 루나린!!! -왜. 왜 모르시는 거죠? 뭐를. 내가 뭘 모른다는 거지? -저는 언제나 당신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당신은…. 왜 저를 못 보는 거죠? 뭐? 무슨 소리야? 루나린. 루나린의 몸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그녀를 잡기 위해 다시 한 번 몸을 날렸지만 역시나 잡히는 것은 허공뿐. 비통한 절규를 내뱉는 나였지만…. 그녀는 슬픈 미소만을 지어 보이며 점점 나에게서 멀어져갔고 나는 한없이 무력한 내 자신이 너무도 저주스러울 뿐이었 다.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지도 못하고…. 그녀의 영혼마저도 붙잡지 못한 나 자신 이…. 가지 말아…. 이렇게 가 버릴 것이면…. 왜? 왜 다시 내 앞에 나타난 거야? 왜 내 앞에 모습을 들어내서 나를 더욱 슬프게 하는 거야? 루나린. -기다릴게요. 당신이…. 저를 찾아 낼 때까지. "루나린…." 눈을 뜨자마자 지금까지가 모두 꿈이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창 밖의 저 녁 노을로 붉게 물들은 여관방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손을 들어 차갑게 식어있는 이마를 쓸어 올렸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땀 이 범벅이 되어 있을 만도 하건만…. 나의 몸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을 유지 했고 이런 몸이 오히려 짜증이 날 정도였다. 보통의 인간처럼…. 피곤에 지쳐서. 온몸을 땀으로 목욕을 하고 아무 것도 취 하지 않고 그대로 눈을 다시 감아 버리면 좋으련만…. 그러면 잠시동안은 다시 그녀를 잊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사락…. 그 순간 꿈에서처럼 나의 눈 바로 앞에서 출렁이는 푸른색의 가느다란 머리카 락들이 시선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시간이 멈춰 버리는 듯한 기분. 또다시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좋았다. 이게 또 다 른 꿈이라도. 그렇더라도…. 이번에만은 그녀를 잡고 싶었다. 나는 즉시 손을 뻗어 그녀의 팔을 잡았고 그대로 나에게 끌어왔다. 꿈에서처 럼 점점 멀어지는…. 그렇게 나에게서 도망가는 루나린은 없었다. 그녀는 그대 로 나의 가슴에 머리를 기댄 채 가늘게 몸을 떨어댔고 나는 그런 그녀의 머리 를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그래…. 지금 이것이 꿈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꿈에서 깨지만 않으면 되는 것 이다. 이렇게…. 그녀를 안은 채 영원히 잠을 자도 되는 것이다. 영원토록…. "카. 카인…." "루나린…." 그녀의 목소리에 나 역시 조용히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 지 가늘게 떨던 그녀의 몸이 그 순간부터 세차게 흔들리기 시작했고 나는 눈을 뜨며 그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분노한 듯이 몸을 부르르 떠는 그녀를 보며 나는 순간적으 로 의문과 함께 등줄기로 흘러내리는 식은땀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대략적인 예상대로 그녀의 굳게 쥐어진 주먹이 나의 면상에 박혀 버리고 말았다. "꿈 깨!!" "욱!!" 순간 나는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있었고 그녀가 루나린이 아닌 휘리 아나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기겁을 해야만 했다. 장난 아니게 삐쳐 버렸는지 - 그렇겠지. 한껏 분위기를 잡고 있었는데 내가 자신을 언니로 착각하고 그랬다 는 것을 알고 자존심 안 상할 리가 있겠냐?- 그대로 나의 뺨을 두어대 더 올려 쳐 버린 휘리아나는 거센 숨을 몰아쉬며 그대로 몸을 일으켰다. "자. 잠깐 휘리아나!!" 나는 재빨리 몸을 튕기듯이 일으켜 그녀의 손목을 낙아 챘지만 다음 순간 기 다리는 것은 그녀의 기가 웅후하게 실린 주먹뿐이었다. 역시나 거센 충격을 얼굴에 당한 나는 그대로 다시 침대위로 누워 버렸고 그 런 나를 보며 휘리아나는 씩씩거리며 입을 열었다. "영원히 잠들어 버려! 바보!!!!" 그리고는 문짝이 부서질 정도로 세차게 쾅 하며 닫고는 내 방에서 나가 버렸 다. 침대에 누운 자세 그대로 한동안 천장만을 바라보던 나는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피식 웃음을 흘리며 다시 몸을 일으켰다. 내가 갈대로 가기도 했군…. 휘리아나와 루나린을 착각까지 하다니…. 아마도 낮에 스피릿 소드를 이야기하면서 루나린을 생각하며 마음이 뒤숭숭해 진 것이 원인 같았다. 이런 상태에서 잠을 잤으니 루나린을 떠올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고…. 잠이 덜 깬 상태에서 푸른 머리카락에 루나린과 상당히 닮은 -역시 동생이니 까. 하지만 성격은 딴판이다- 휘리아나를 보고 루나린으로 착각을 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아무리 자신의 언니를 좋아하는 휘리아나라 하더라도 내가 자신을 지 언니로 착각하고 안으며 분위기를 잡아내는데…. 머리로 피가 몰리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겠지. "쳇. 한동안 또 저기압이겠네…." 앞으로 며칠간은 휘리아나를 달래려면 상당히 고생 좀 할 것 같은 느낌이다. 성격이 차가운 것 같지만 의외로 속이 여린 여자라…. 한번 삐침을 해 버리면 그 강도가 높은 편이었고 풀어지는 것도 상당히 어려웠다. 뭐…. 그런 모습이 귀여우니 봐 주고 있는 것이지…. 휴. 그나저나 간만에 루나린 꿈을 꿨네. 요 근래에는 그다지 꾸지 않아서 내 가 완전히 마음이 휘리아나에게 기울어져 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을 했는데…. 쩝. 그것은 아니 것 같군. 대충 꿈속의 일을 상상해 보면…. 신이라도 죽여서 루나린을 내 옆에 두겠다는 말까지 한 것 같은데…. 갑자기 온 몸에 두드러기가 일었다. 내가 그런 말을 해 대다니…. 하지만 그 럼에도 루나린을 위해서라면 그런 말쯤은 얼마든지 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 니…. 참나…. 역시 나는 골치 아픈 녀석이야. 다음날부터 휘리아나를 달래기 위한 나의 처절한 사투가 시작되었다. 입술을 툭 내놓고 여자들의 가장 귀여운 표정을 짓는 -나는 화가 나서 뚱해있 는 여자가 이상하게 제일로 귀엽더라- 휘리아나를 보며 속으로는 껴안아 주고 싶은 충동까지 있었지만…. 그랬다가는 더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라 나는 피나 는 인내심으로 그런 생각을 묻어 버렸다. "꿈속에서 언니나 실컷 만나지 뭐 하러 아침부터 찾아 온 거죠?" "아아. 루나린이라면 어제 원 없이 만났어." 빠직. 말을 잘못한 것 같군. 표정이 더 험악해 졌어. -한마디로 더 귀여워 졌다는 말. 혹시 나는 휘리아나를 일부러 화나게 한 것일지도. 아악! 안돼!! 내가 변 태가 되다니!!!- 그래도 귀엽다. 헤헤. "왜요? 이제 언니가 지겨워 진 건가요?" 에? 여기서는 뭐라고 답해야 하지? '응'이라고 긍정을 표하면 지 언니를 모욕 했다고 길길이 날뛸 것이고. 아니라고 말하면 '그럼 왜 저에게 왔어요?' 라고 하며 또 날뛸 것인데…. 이거 고 단수 적으로 물어보네. 이제 머리 좀 쓴다는 것이냐? 후훗. 하지만 이럴 때 나로서는 비책이 있지. 말발로서 화재를 다른 곳으로 돌린다는 것. 냐하하~~! "저기…. 휘리아나." "느끼한 눈 하지 말아요. 닭살 돋아." …. 젠장. 너는 이게 느끼한 것으로 보이냐!!! 이 눈에 루나린도 뿅하고 갔다 는 것을 모르는…. 흠흠. 내가 흥분하면 안되지. 그랬다가는 일만 더 크게 만 드는 거야. 크흠. 이런 방법이 안 된다면…. "있잖아. 휘리아나." "또 뭐죠?" "내 마음 알잖아. 나는 너밖에…. 까울!!" "씩씩. 툭하면 사람을 안는 그 개 같은 버릇 좀 고쳐요!" 개 같은 버릇? 평소에는 안아주면 좋아 죽으면서!!!!! 게다가!!! 남의 얼굴을 발로 찰 필요는 없잖아!! 이게 진짜!! 귀엽다 하면서 봐 주니까 감히 누구 얼굴을 발로 차고 지랄이야!!! 내가 이렇게 계속 당하고 만 살 줄 아냐!!! "너 콱 덮쳐 버린다!" "…." 아! 이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