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신무-神武-전권 - 63편 (63/113)
다른 공주나 왕자들도 왕비와 태자의 눈치를 보며 나갈까 말까 고민하는 듯 하더니 지금은 열심히 남자나 여자를 하나씩 꼬셔서 서로간의 뜨 거운 눈빛을 쏘아보내며 춤을 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몇 년 동안 성이 날아가 버린 통에 제대로 된 파티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어 서인지 열심히 물 만난 고기처럼 파티를 즐기는 존재들을 보며 나는 피식 웃음 을 흘렸다. 과연 저들 중 이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주며 이곳에 들어선 자들이 몇이 나 될까? 아마 대부분이 오늘은 즐기는 날이다. 공주의 생일이 무슨 상관이야 하는 생각일 것이다. 높은 귀족 양반 나리들은 국왕이나 자기보다 더 높은 존 재들에게 잘 보일 기회를. 젊은 청년이나 아가씨들은 집안 좋은 반반한 상대를 꼬실 기회를. 밝고 화기 애애한 분위기지만 지금 내 눈에는 늑대 같은 존재들이 눈빛을 빛 내며 사냥감을 수색하는 모습으로 보일 뿐이었다. 파티장의 구석에서 와인 잔을 하나 든 채로 그 모습을 구경하던 나는 곧 이러 고 있기도 지겨워짐을 느끼며 손에 들고있는 와인 잔을 단숨에 비워 버렸다. 젠장…. 정말로 심심해 죽겠네…. 마땅히 할 일없이 돼지 같은 작자들이 노는 모습을 구경하는 일이 이렇게 심심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몇 분전까지만 해도 몇몇 귀족 나리들이 나에게 달라붙으며 이런 저런 아첨을 떠는 모습이 귀찮아서 쫓아 버렸는데…. 지금은 그들이라도 있으면 낳겠다는 생각이 드니 말야…. 나는 힐끔 옆으로 눈길을 돌려보았다. 나와 같이 지겹다는 표정이 역력한 얼굴로 과자 한 조각을 오물거리고 있는 휘리아나. 그러고 보니…. 휘리아나가 지금까지 먹은 과자가 상당히 될 것 같 은데…. 내가 볼 때마다 저 표정으로 뭔가를 오물거리고 있었으니까 말야. 설마…. 이 여자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스타일 아냐? "뭐죠?" "아. 아니 참 잘먹는구나 하는 생각에…." 내 시선을 느꼈는지 평소보다 더 싸늘한 목소리로 -역시 스트레스가 상당히 쌓였나 보다- 되묻는 휘리아나에게 대충 말을 얼버무리던 나는 곧 내가 한 말 을 곱씹어보고는 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미 그 말은 내 입에서 떠나 휘 리아나의 귓속으로 흡입이 된 후이고 나는 그녀의 얼굴에 핏줄이 한 가닥 돋아 나는 것을 보며 급히 몸을 돌렸다. 자리가 자리니 만큼 무슨 일을 벌이지는 않겠지만…. 오늘 집에 가서 죽을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이 팍팍 드는구나…. 그냥 입 다물고 웃음만을 지었어야 하는 건데…. 지금같이 화가 나 있는 상태 에서 어떤 말을 해도 그녀가 달갑지 않게 받아들일 것을 잘 알고있으면서도 저 런 방정맞은 소리를 해 버리다니…. "제가 잘 먹는 것에 무슨 불만이라도 있나요?" "아.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주. 죽겠네…. 뭐라고 말을 해야 하는 거야? 예쁘다고 말을 해도 화를 내는 존재가 바로 휘리아나라는 여자다. 이런 특이한 여자를 대할 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말조심. 나는 별 말 아니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것이 그녀에게 는 나에 대한 갈굴 꼬투리를 만들어줄 계기가 될 수가 있는 것이고 지금이 바 로 그런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한창 스트레스를 받아있는 상황에서 풀 곳을 열심히 찾고있는 그녀 에게 내가 자진해서 뛰어 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벗어나려면…. 다른 한 존재를 끌어들어야 한다! 싸늘한 그녀의 시선을 피하며 급하게 주위를 둘러본 나는 곧 지금의 상황에서 벗어날 구세주를 발견하게 되었고 그 구세주는 밝게 웃으며 우리에게로 다가오 고 있었다. "오빠!" 오오! 귀여운 이나야~!! 네가 이렇게 예쁘게 보일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단 다! 이런 장소가 아니었다면 깡충깡충 뛰어서 내 목에 매달렸을 녀석이지만 장소 가 장소이니 만큼 그녀도 공주의 품위를 지키며 사뿐한 발걸음으로 내 앞으로 다가와 내 앞에 섰다. "오랜만이구나." "헤헤." 내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천진하게 웃으며 몸을 비비꼬는 이나. 이런 행동 이 다른 존재들에게는 칼을 날릴 짓이었지만 나와 이나에게는 당연한 행동이었 고 또 그것을 뭐라 할 존재들도 없었다. 내가 왕비와 태자에게도 비웃음을 흘 리며 언성을 높여도 뭐라 할 존재들이 없는데 이런 일은 장난이지.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루이나느 공주님." 잠시동안 나를 무섭게 쳐다보며 내 등뒤로 식은땀을 흐리게 만든 휘리아나도 곧 이나에게 무릎을 굽히며 입을 열었다. "휘리아나 언니도 오랜만이에요. 그보다 카인 오빠." "응?" 휘리아나에게 싱긋 웃으며 입을 연 이나는 그대로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웃음 을 지었고 나는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는 말 대신 행동으로 나에 게 용건을 전달했다. 갑자기 손을 펴서 내미는 이나를 보며 나는 그녀의 행동을 해석하지 못하고 무슨 의미냐는 표정을 지어 보였고 그녀는 새초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줘요?" "뭘?" "당연히 선물이죠!" 그거였나? 하긴 오늘 같은 날 이나가 나에게 받을 것은 당연히 생일선물이겠 지. 그런데 이거 어쩌지? "없는데." "…." 헉. 이런 이나도 표정이 심각해 졌다. 그렇다고 휘리아나처럼 상심지를 켜는 것이 아니라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이 그 큰 눈이 흔들린 것이다. 잠시 장난을 쳐보려고 했지만 이나가 너무도 심각하게 반응을 보여버리자 당 황한 나는 급히 왼손을 폈고 곧 그 위로 하나의 물체가 전송이 되었다. 뭐. 살아있으니 물체라고 부르기는 뭐하지만…. "하하…. 노. 농담이었어. 자. 받아라 우리 귀여운 이나의 생일 선물이다." 금새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던 이나는 곧 내가 내민 존재를 보며 언제 그랬 냐는 듯이 활짝 미소를 터트렸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손위에 올려져있던 동물을 넘겼다. "페넬리안이라는 동물이다. 귀엽지?" "응!" 한때 아리스에게 카인이라는 엽기적인(?) 이름을 얻었던 녀석은 졸고있던 와 중에 이나의 자그마한 양손으로 옮겨졌다. 이나는 그 페넬리안을 신기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자신의 품으로 가져갔다. 주위의 몇몇 지식을 갖춘 사람들은 페넬리안이라는 말에 두 눈을 크게 뜨며 우리에게로 시선을 돌렸지만 나는 그들을 무시했고 이나도 페넬리안이 어떤 가 치를 지니는지 모르고 오로지 귀여워서 좋다는 얼굴로 그 동물을 쓰다듬었다. "너무 귀엽다." "잘 보살펴 줄 수 있겠지?" "응. 오빠 너무 고마워요. 그런데 페넬리안이라는 것이 이 애의 이름이야?" "아니 그건 그 녀석 종족의 이름이야. 이름은 네가 편하게 부르고 싶은 이름 으로 지어 주렴." 하하. 이로서 네놈의 이름이 새로이 지어지게 생겼구나. 이나야 부디 좋은 이 름으로 지어주기를 부탁한다. "음. 이름은 뭐가 좋을까…. 카인 (페넬리안 : 캬르르) 오빠가 준 선물이니 까…. 이 애에게 어울릴만한 이름 어디 없나? 카인(페넬리안 : 캬르르) 오빠. 오빠는 어떤 이름이 좋을 것 같아요? …. 근데 왜 얘는 왜 카인 (페넬리안 : 캬르르) 이라는 이름만 나오면 이렇게 기분 좋은 얼굴로 우는 거죠?" 부. 불길하다…. 저 빌어먹을 자식! 입 다물란 말이다!!! "원래 주인 이름을 알아보는 건가?" "하하…. 그. 그럴 꺼다." "그런가요? 정말이니?" 나의 말에 착하게도 고개를 끄덕인 이나는 곧 페넬리안에게 물었고 뒤이어 어 이없게도 빌어먹을 페넬리안 녀석은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 버렸다. 그와 함께 이나는 뚱한 얼굴로 이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표정이 역력했고 내 뒤쪽에 서있던 휘리아나는 쿡 하고 웃음을 터트려 버렸다. 그녀가 웃었다는 사실에 환호를 질러 마땅할 일이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급히 지금의 상황 타개를 위한 무슨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사리 그 방법을 찾기가 힘들었고 더군다나 내가 방법을 찾 기도 전이 이나가 행동일 개시했다. "아니라고? 너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도 있니?" "캬르르." "정말이니. 와 신기하다! 그런데 왜 카인이라는 이름만 나오면 좋아하는 거 야? 설마…." 아. 안돼!! 더 이상은!!!! 그러나 나의 이런 외침은 부질없는 짓일 뿐이었다. "네 이름이 카인이니?" "캬르르." "정말이야?" "캬르르." "와. 카인 오빠 얘도 카인이에요?" 황급히 나에게 묻는 이나에게 나는 그 어떤 대답도 해주지 못한 채 이마를 부 여잡으며 신음을 흘릴 뿐이었다. 저. 망할 자식…. 그냥 샤이나르가 잡아먹자고 했을 때 먹어버렸어야 했는데. 크악! 짜증나!! 신무(神武) 146. part 53. 에란 왕국의 왕자들 "카인. 잠깐 저와 이야기 좀 해요." "응?" 갑자기 등장한 시아나 공주가 이나를 거의 반강제적으로 끌고 간 후 -당연한 반응이겠지. 그 공주님. 나를 죽이고 싶도록 싫어 할 테니까- 다시 침묵만을 유지한 채 멍청히 서있던 나에게 갑자기 휘리아나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내가 말을 걸기도 전에 입을 열었다는 사실 하나에 황당함을 느끼며 멍청히 서있던 나는 뒤이어 빠르게 내 손을 낙아 채고 걸음을 내딛는 그녀로 인해 더욱더 지금의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된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서 머리를 굴 려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파티장에서 벗어나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테라스까지 나와서도 그 이유를 찾아내지를 못했고 어쩔 수 없이 휘리아나의 대답을 기다려야 했다. "…." "…." 그런데 다시 또 입을 다물어 버렸네…. 정말 상대하기 힘든 여자다. 결국 내 가 물어야 한다는 말이잖아. "갑자기 무슨 일이지?" "별로." "장난 한 거냐?" "대충 그렇다고 생각해요." 돌아 버리겠군. 뭐. 이런 대답이 나올 줄은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저 무표정한 얼굴을 쥐고 좌우로 쭈욱 늘려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날 것이니…. 비록 드레스차림에 칼 은 가지고 있지도 않다고 하지만…. 입고있는 옷이야 그녀에게는 그다지 상관 할 바 아니고 검이야 정원으로 뛰어내려가 나뭇가지라도 하나 분질러 오면 그 대로 기를 주입시켜 휘두를 수가 있으니 말이다. 별수 없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어버린 나는 대리석으로 깎여 만들어진 난 간에 등을 기대며 시선을 휘리아나에게로 돌렸다. 무표정한 얼굴로 아래쪽의 정원만을 바라보는 그녀. 참나. 이렇게 보니까 또 예뻐 보인단 말야…. 가벼운 바람에 살랑거리는 그녀의 푸른 머리카락을 보며 잠시 루나린을 떠올 리기도 했지만 나는 애써 그런 생각을 지워 버리며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위 로 손을 올렸다. 나에게 힐끔 시선을 돌리는 휘리아나였지만 곧 별말 없이 다시 정원으로 고개 를 돌리는 그녀를 보며 나는 천천히 그녀의 머리카락을 손등으로 쓸어 내렸다. 역시 보는 사람이 없으니 아무 말도 안 한다니까. 하여간 쌀쌀맞은 여자지만 하는 짓은 귀여워. "손 치워요." "싫은데." "…." 쿡쿡. 정말 귀여워 죽겠네. "설마 나와 단둘이 있고 싶어서 이런 곳으로 끌고 온 것 아냐?"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요. 그리고 손 치워요." "방금 전 행동의 의미를 말해주면." 이렇게 말하니까 내가 꼭 여자를 협박하는 불한당 같다는 생각이 드네…. 이런 약간은 뜨끔한 생각을 하면서 휘리아나의 머리카락에 입술을 가져다 댄 나는 곧 작게 한숨을 내쉬는 그녀를 보며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꼴 보기 싫은 작자를 피해서라고 말하면 답변이 된 건가요?" "꼴 보기 싫은 작자?" "직접 찾아봐요." 그녀의 목소리에는 지독한 짜증의 냄새가 물신 풍겨왔고 더 이상 그녀에게 질 문은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 나는 시선을 파티장 안으로 돌렸다. 그리고 조금 소란스러워 진 것 같은 그곳에서 어렵지 않게 소란의 주인공을 찾아내고는 그 작자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국왕에게 예의를 차리며 무슨 소린가를 지껄여대는 세 명의 사내들. 각각 20 대 중반. 20대 초반.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들은 한눈에 보기에도 귀티가 풀 풀 풍기는 것을 보니 이름이 있는 집안의 자제가 분명했다. 다만 특이한 것은 내가 한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라는 것. 그렇다는 것은 루난 쪽은 아니라는 것이 확률이 높은데…. "저 세 놈들을 말하는 거야?" "…." "처음 보는 녀석들인데…. 누구지?" "…." "궁금하잖아. 좀 알려 주라." "…." 하여간…. 그놈의 주둥아리는 접착제를 발라놨냐? 어떻게 한번 떨어질 때마다 내가 기쁨을 느껴야 하는 거냐? 조용히 내 질문을 모두 무시해 버리는 휘리아나에게 약간 기분이 나빠진 나는 뚱한 얼굴로 그녀에게 달라붙었다. 그녀의 희디흰 얼굴 피부가 내 바로 앞까지 다가와서야 그녀는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고 나는 씨익 웃음을 흘려 보냈다. 그와 함께 그녀의 눈빛이 잠깐이지만 흔들거렸다. "가. 갑자기 뭐예요?" "내 말 씹는게 그렇게 재밌냐?" "…." "어라. 또 내 질문을 먹네. 콱 뽀뽀해 버린다." 순간 그녀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 버렸다. 그것이 화가 나서인지 아니면 보통 여자처럼 부끄러워서 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허튼 짓 하면 죽여버릴 거예요." 대답을 들어보니 화가 난 쪽에 더 큰 점수를 주고 싶다. 어쨌든 그녀의 목소 리에는 상당한 살기가 휘날렸지만…. 그게 나에게 통해야 문제지. "죽일 수 있으면 죽여봐." 이 말 한마디로 휘리아나의 입을 다물게 만들어 버린 나는 웃으면서 그녀의 앞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현재 우리가 있는 곳은 테라스의 구석의 그늘진 장소. 당연히 안의 파티장에 서는 우리의 모습이 보이지도 않고 우리 또한 그쪽을 볼 수가 없다. 대화를 하 다보니 어느새 여기까지 이동을 해 버린 것이다. -당연히 내가 전진하고 휘리 아나가 물러서는 형식이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데 뭐 거리낄 것이 있겠는가. 그저 감사히 먹겠습니 다(?) 라는 생각 하나만을 가지며 -내가 예쁜 여자라면 사족을 못쓴다는 말을 할 것 같은데…. 남자라면 이 같은 반응은 당연한 것이다- 휘리아나의 볼을 부 드럽게 쓰다듬었고 동시에 그녀는 두 눈을 살포시 내리 감았다. 하여간 이럴 거면서 자꾸 튕기기는 잘도 튕겨요. 하지만 귀여우니까 애교로 봐 준다. 어쨌든 지금은 당신의 그 앵두 같은 입술! 잘 먹겠습니~~!!! 짜악!! …. 에? 어째서 잘 먹겠습니다 라는 말을 끝내지도 못한 거지? 게다가 그 시 원한 소리와 함께 내 뺨에는 왜 불꽃이 튀는 것이고 내 고개는 왜 좌로 시원스 럽게 젖혀진 거냐? 상황 결론적으로 중간에 휘리아나가 나의 뺨을 올려 쳐 버렸다는 것이 나온 다. 이런 결론을 내고 나니…. 또 이상하네…. 이런 반응은 일이 -키스- 다 끝난 후에 나오는 반응인데…. 시작 해 보지도 못하고 나온다는 것은 말도 안되잖 아. 설마…. 새로운 행동 패턴인가? "아! 미안." 그러나 그 해답은 의외로 뒤쪽에서 나왔다. 갑작스럽게 들린 메르틴의 음성에 나는 이를 악물며 고개를 돌렸고 곧 당황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재밌다는 표 정을 지으며 서있는 금발 머리카락의 청년을 보며 눈알을 부리 켰다. "메르틴!" "하하…. 미. 미안해요 형. 한창 분위기가 좋은데 깨버려서…." 어설프게 웃음을 지으며 뒷머리를 긁적이는 녀석을 보며 나는 이유 모를 분노 가 몸을 감싸는 것을 느끼면서 걸음을 내딛었다. 그것은 휘리아나도 마찬가지 인지 갑작스레 살기를 내뿜기 시작했고 그와 함께 메르틴은 조금 찔끔한 얼굴 로 뒤로 물러서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자. 잠깐! 고의가 아니었다고요." 누가 지금 고의냐 아니냐를 따지냐? 나야 아까운 순간이 깨져서 화가 났다고 하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런 모습을 동생에게 걸려버렸으니…. 당연히 휘리아나는 부끄럽겠지. 그리 고 그녀의 성격상 이 다음 반응은 그 부끄러움을 분노로서 표출하는 것이고 - 엄청 특이한 성격- 지금 그녀 앞에 있는 두 사람 중 그녀의 분노를 받을 사람 은 누가 봐도 당연히 나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지금 나는 메르틴을 밟아줘야 하는 것이다. 휘리아나 앞 에서 녀석을 어느 정도 다듬어 준 후 '지금 본 것을 누구한테 말하기라도 하면 죽음이다!' 라고 엄포를 줘 놓으면 지금의 상황을 별 무리 없이 빠져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 아아! 그 짧은 시간 동안 나의 머리에서 나온 이 탁월한 대처 법! 아라크드! 역시 너는 천재야!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며 메르틴 녀석의 목을 조르던 나는 녀석의 말 한마디 에 팔에 주던 힘을 풀어야 했다. "아악! 두 사람 아버지가 찾으시고 있어요!!" "공작님이?" …. 그 양반이 갑자기 나를 무슨 일로 찾지? 게다가 휘리아나까지 동시에 말 야…. 무슨 일이라도 있나? ========================================================================= 신무(神武) 147. 메르틴의 말을 듣고 다시 파티장 안으로 들어온 나와 휘리아나는 하스미르 공 작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어차피 높은 어르신네들은 그쪽 부류끼리. 잘난 집안의 자손들은 또 그쪽끼 리. 좀 떨어진 어른들은 그쪽끼리. 서로 끼리끼리 모여서 대화를 나누는 것이 바로 이곳의 모습이고 하니 아무리 넓은 파티장 안이라고 하지만 하스미르 공 작을 찾아내는 데에는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공작의 옆에 있는 미끈하게 생긴 청년들은 아까 장내의 시선을 모 두 받은 그 작자들이잖아. 가장 쪼그만 녀석은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지만…. 흐음…. 역시 처음 보는 녀석들이야. 이 나라에서 그렇게 오래 동안 있은 것 은 아니고 행사에도 자주 참석하지는 않았다고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공작 이라는 직위 덕에 높은 집안 사람들은 대부분 안면이 있고 그 자제들도 한번쯤 은 봐왔다고 자부를 하는 바이다. 그런데도 내가 처음 보는 작자들이라니…. 국왕과 대화까지 나눌 정도면 집안 은 빵빵 할텐데 말야…. 모르겠군. 그런데…. 휘리아나는 표정이 또 왜 이래? 약간 찌푸려진 눈살을 보니까 조금 짜증이 나 있는 것 같은데…. "아! 어서 오게나 공작." 대화 중 나를 발견한 하스미르 공작이 내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내 쪽으로 다 가오며 입을 열었고 그와 함께 근처에 있는 고위 귀족들의 시선이 나에게로 꽂 혔다. 그들의 눈빛에는 하나같이 당황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나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하는 빛이 역력히 들어 났고 그런 그들 몰래 나는 피식 웃 음을 흘렸다. 왕족에게까지 마음대로 입을 놀려버리는 나다. 저들 입장에서는 나와 손이 닿 는다면 그야말로 자신의 지위를 더욱더 확고히 다질 수 있다고 생각을 하겠지. 하지만…. 참나…. 솔직하게 말하면 나에게는 이 나라에서 그다지 권력의 힘 은 없다. 우선 나부터도 관심이 없으니까. 다만 나의 무력적인 힘을 믿고 짜증나는 왕족들에게 일침을 가해주는 것뿐인 데…. 따지고 말한다면 내가 나의 몸을 지킬 힘이라는 것이 없다면 나는 이미 숙청 이 되고도 말았을 것이다. 왕비는 나를 죽이기 위해서 이를 갈고 있는 입장이 고 그 밑의 공주나 왕자. 특히 태자까지 칼을 갈고있는 실정인데…. 아무리 국왕이 총애하는 나라고 하지만 그들의 힘이라면 사고사로 위장을 하 면서 나의 목을 벨 수도 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돌아가신 이릴루나 삼 왕자비 마마처럼 말이다. 큭…. …. 이야기가 조금 옆으로 샜군. 젠장…. "부르셨습니까?" "갑자기 찾아서 미안하네. 한창 즐거울 시간에 말야." 내가 고개를 숙이자마자 하스미르 공작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 한마디는 그대 로 나의 몸이 굳어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눈은 자연스럽게 휘리아나 쪽으로 굴러갔다. 역시나 당황한 표정을 내 비치는 그녀. 동시에 그녀의 시선은 나에게로 흘러왔고 갑자기 살기를 뿜어내 기 시작했다. 젠장…. 또 화풀이 상대는 나인가? 빌어먹을! 이게 다 저 하스미르 공작 때문이란 말이닷!! 진짜 루나린과 휘리 아나의 아버지만 아니라면!! 끄아아!! "무. 무슨 말씀이신지…." "허허허. 왜 그렇게 사색이 되어 있는 것인가? 나는 다만 오늘은 즐거운 날이 라고 말했을 뿐인데.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 아닙니다." 돌겠네 진짜!! "그보다…. 갑자기 무슨 일이십니까?" 나는 지금의 상황을 넘기려면 우선 화재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며 재빨 리 공작에게 되물었고 다행히도 공작은 별 말없이 나의 의도대로 따라주었다. "자네에게 소개를 시켜 드리고 싶은 분들이 계셔서 급하게 찾은 거라네. 자 이쪽으로 오게나. 휘리아나. 너도 따라 오 거라." "…. 네…." 아버지의 말씀을 어기지 못하며 고개를 끄덕이는 휘리아나. 하지만 상당히 마 지못해 하는 표정이 드러나 보였고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공작의 뒤를 따랐다. 소개시켜 줄 사람이라. 저 청년들인가? 그런데 공작이 분이라고 부르다니…. 역시 뭔가 있기는 있는 놈들이야. 어디 다른 나라 왕자님이라도 되는 건가? "카인 공작 예를 갖추기 바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