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신무-神武-전권 - 61편 (61/113)
그리고 그날 밤 그녀가 몸을 떨며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나는 보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 당시 나는 루나린을 잃어버린 슬픔으로 오직 아무 생각 없이 세상 위에 서 있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루나린의 동생이었던 휘리아나가 나를 죽이고 싶어한 다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그녀에게 힘이라는 것을 주어 야 한다고 생각을 해 버렸던 것이다. 너무도 강해 보이는 그녀의 겉모습에 나는 별 생각 없이 그녀에게 다른 생명 을 뺐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려주어 버렸고 그것은 그녀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던 약한 유리벽 같은 감성에 금을 내어버렸다. 그리고…. 내가 나의 잘못을 인식했을 때…. 그때의 그녀는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하나 남은 부드러움마저도 소멸시켜 버리고 만 후였다. 진심으로 미안했다. 그것이 루나린을 향한 것인지 아니면 휘리아나를 향한 것 인지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 당시 그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이 미 인간의 감성이라는 것을 모두 버려버리고 오직 힘이라는 것을 길러 나를 죽 이겠다는 생각만을 하고있는 휘리아나를 다시 막아야만 했었다. 나를 죽이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기에 그로 인해 그녀는 점점 더 인간 이라고 불릴 수 없는 존재로 변해갔고 그런 그녀에게 혹 내가 사라진다고 하더 라도 다시 인간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없었다. 살인마가 되어서 다른 인간들의 손에 처참하게 찢겨지거나 자신 스스로 파멸 을 맞이하는 것. 이것이 그녀에게 남은 미래였던 것이다. 휴. 그때에 비한다면 지금의 모습은 정말 많이 변한 것이라고 해야하나? 뭐. 정말 장족의 발전이 있었지. 지금에 와서는 도적때에 시달리는 마을을 도와주자는 말까지 하니 말야. 한때 는 악에 물들어 버렸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 근본이 되는 착한 마음씨는 그대로 인가 보다. 뭐. 루나린의 동생인데 어련하겠어. 마음 하나만은 천사 표겠지. 비록 그 표 현 방법이 조금 다르다고 하더라도 말야…. 나는 작게 웃으며 고개를 돌려 내 옆에서 무표정하니 걷고있는 휘리아나의 어 깨로 손을 올리며 그녀를 감싸 안았다. 그러자 그녀의 눈빛이 약간 싸늘한 빛 을 뿌리며 나에게 쏘아졌다. 흠. 이 정도 눈빛이야 이미 많이 받았으니 충분히 넘어간단 말야. 하지만…. "갑자기 왜 목에 칼을 대는 거야?" "당신은 갑자기 왜 나를 감싸 안는 거죠?" 하여간 무슨 짓을 못해요. 젠장. 그냥 검이라면 넘어가겠지만 그녀의 검에는 날카로운 검기가 빛을 뿌리고 있었다. 이미 소드마스터의 경지를 이룩한 그녀 의 검은 나에게도 충격이라는 것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무기인 것이다. 물론 내가 죽을 정도로 심각한 충격을 받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한번 목이 잘려봐라. 기분 더러운 건 둘째 치더라도 눈물 핑 돌 정도로 아프다. "이상한 짓 할 생각은 말아요." "안한다안해. 남은 추울 것 같아 순전히 좋은 뜻으로 한 행동이건만 사람을 변태로 몰아 붙이다니…." 뚱한 얼굴로 말한 나는 그녀의 어깨위로 올렸던 손을 거두어 들었고 잠시간 나를 바라보던 그녀 또한 검을 다시 내렸다. 안 그래도 추운 겨울인데 그녀의 얼굴은 이 서늘한 날씨보다도 더 살벌한 냉 기가 풀풀 풍겨왔고 나는 혀를 차며 다시금 걸음을 내딛었다. 젠장. 갑자기 왜 이렇게 루나린과 아리스가 생각나는 거냐? 그녀들이라면 방 금 전 휘리아나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여 줬을 터인데. 빌어먹을…. 하지만 나의 이런 꿍얼거림은 다음순간 조용히 나에게 다가와 몸을 붙이는 휘 리아나라는 존재로 인해 종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추워서 그러니 잠시 몸 좀 기댈게요." "…." 하여간 여자라는 존재는 알다가도 모를 존재라니까. 어찌 생각하니 괘씸하다 는 생각까지도 들었지만 그녀의 입가에 머물러있는 희미한 미소를 보자 나는 그녀에게 불만을 표출할 수가 없었다. 다만 조심히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애꿎은 돌멩이를 발로 밟아주는 수밖 에는…. 신무(神武) 141. 끝없이 펼쳐진 대평원.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황금빛 물결이 출렁거리며 농민들이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농작물을 채집했을 것이지만 현재는 아무 것 도 남지 않은 채 차가운 겨울 바람이 소용돌이 칠 뿐이었다. 하지만 뭐…. 이런 모습은 앞으로 몇 달 뒷면 다시 봄날의 햇살을 받으며 모 를 심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모습으로 바뀌겠지. 자연의 법칙에 따라 세상은 언제나 순환을 할 것이고 그것은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이 세계의 사람들이 과학이라는 것에 손을 대어서 세상의 모습이 한차례 변화를 가져온다면 이런 모습이 사라질지도 모르지만…. 그것은 아마도 아주 먼 훗날의 일이 될 것이다. 그때까지 이 세상에 별 무리 없이 존재한다면 말야….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그들이 너무 조용한 것이 조금 이상하기는 하지만…. 적어도 그들이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것은 아닐 것이다. 뭐…. 언젠가는 나타나겠지. 그리고 그와 함께 세상은 파멸을 맞이하게 될 것 이다. 그리고 나에게 그것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없다. 어차피 내가 그들을 막아 야 한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세이라인과 아리스가 원했기 때문이었고 그녀들이 사라져 버린 지금 내가 그들을 막아야 하는 의무 따위는 없는 것이었다. 그저…. 조용히 지금은 지금의 상황을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싶을 뿐이었 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며 무표정한 얼굴로 앞만을 바라보고 있 는 여인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덜컹거리며 달리는 짐마차 위에서 가슴에 검을 품은 채 석상처럼 미동조차 하 지 않던 그녀는 곧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나에게 고개를 돌리며 고개를 갸웃거 렸다. "무슨 일이죠?" "그냥." "그래요." 이것으로 끝이다. 다시금 앞쪽으로 시선을 돌려버리는 휘리아나를 보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하여간…. 천성이 밝은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저 쌀쌀한 성질 또한 그녀의 성격 중 하나인가 보다. 그나마 이 정도도 많이 낳아 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나이지만…. 그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루나린으로 인해 역시 씁쓸해 지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는 나였다. 루나린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기대어왔 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정말 하루가 멀다하고 골백번은 더 드는 생각이었다. 그녀는 루나린이 아닌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휘리아나를 보며 루나린을 자꾸만 떠올리는 내가 미울 뿐이다. 젠장. 루나린이 옆에 있을 때는 하연누나만 떠올리더니…. 이제 그녀가 떠나 버리고 그녀의 동생에 옆에 있자 하연누나는 안중에도 없고 루나린만을 떠올리 다니…. 내가 생각해도 나라는 녀석은 정말 신기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다. 휘리아나에게 향해있던 시선을 거두며 나는 한숨을 내쉬면서 흘러내린 머리카 락을 쓸어 올렸다. 그러면서 나의 눈은 자연스럽게 손목을 감싸고있는 두 마리 의 용에게로 향했다. 샤이닝…. 두 마리의 밝은 백색의 용과 한 개의 시리도록 푸른 여의주의 모습은 이미 사 라지고 탁한 회색 빛을 뿌려대는 모습만이 남은 그것을 보며 나는 가볍게 눈을 내리 감았다. 그 당시. 피르스의 농간에 놀아나 소멸될 뻔한 나를 구한 것은 바로 이 샤이 닝이었다. 샤이닝이 어떤 작용을 해서 나를 구했는지 자세히는 알 수가 없었지만 이미 모든 기능을 잃어버리고 하나의 장식품으로 변해버린 샤이닝이, 나를 구했다는 것을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가 있었다. 참나…. 그런데 이것을 고쳐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지만 또 막상 이렇게 생 각을 하니 고치는 방법을 모른다. 그렇다고 빼서 버릴 수도 없고…. 어찌되었 든 이것은 세이라인의 하나 남은 유품이니까. 뭐…. 그냥 이대로 놔두면 되겠지. 칫. 그러고 보니 내가 지금 이렇게 멀쩡하 니 살아있는 것도 다 세이라인 덕분이군. 정말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하고…. 하아…. 모르겠다. 그냥 지금은 아무 생각 말고 조용히 살아가기만 하면 되겠 지. 피르스가 이 세상을 어떻게 하든 말든…. 신경 쓸 필요 없이 그저 존재하 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세상이 파멸한다면…. 녀석들은 또 장난감을 쌓듯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 어 내겠지. 내가 죽고 사는 것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늦지는 않을 거야. 지금은 그저…. "도착했네요…." 그때 휘리아나가 고개를 들며 입을 열었다. 나는 복잡하게 얽힌 생각들을 접 으며 그녀의 시선을 따라 눈을 돌렸고 곧 평원 저 멀리로 보이는 거대한 성벽 이 나의 시야에 들어왔다. 루난 왕국의 수도 페알딘의 외 성벽. 그 새하얀 성벽은 가로로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뻗어 자신의 웅대함을 한껏 폼을 내고 있었다. 그 성벽을 보자 나와 휘리아나의 두 달간의 여행이 끝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 이 실감이 났다. 아직 두세 시간은 더 마차를 달려야 내 성벽을 지날 수 있고 그제야 페알딘에 도착했다고 말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천천히 손을 품속에 넣어 한 장의 두루말이 문서를 쥐어보고는 휘리아나 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무표정한 얼굴로 점점 가까워지는 페알딘의 외 성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런 휘리아나를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빙녀 같은 얼굴을 하고 있지 만 의외로 하는 짓은 상당히 귀엽단 말야…. 처음부터 이번 일은 나의 능력을 이용한다면 늦게 걸려도 이틀이면 끝이 나는 일이었다. 그런 것이 순전히 그녀 덕분에 2개월이라는 시간으로 늘어나 버린 것이다. 뭐 그녀야 이런 저런 이유를 대었지만 결국 결론은 나와 단둘이 잠깐 여행이 나 하고싶다는 의미였고…. 그것을 하스미르공작도 알고 있었을 것이지만 별 말없이 그녀의 행동을 모르는 척 해 주었을 뿐이었다. 나 또한 그녀의 이런 행동을 눈감아 주며 그녀의 뜻에 따라 주었다. 귀여운 것…. 히힛. 내가 좋다면 좋다고 말로 할 것이지…. 하여간…. "왜 그런 눈으로 보는 거죠?" "아. 아냐 그냥…." "이상한 상상한 건 아니죠?" "모르겠는걸." 표정이 더 싸늘해 졌다. 하지만 이상하게 저런 모습이 귀여워 보이는 것은 내 눈의 착시인가? 어쨌든 지금의 휘리아나는 정말 귀엽게 보인다는 것이다. 앞에서 마차를 열심 히 몰고있는 아저씨만 아니라면 그냥 껴안고 뽀뽀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그랬다가는 칼이라도 한 대 맞겠지만…. 뭐 죽을 일은 없으니까. 크크. 이거 그냥 저 아저씨 무시하고 해봐? 스릉…. 하지만 내가 이런 생각을 하자마자 그녀의 품에 놓여있던 검이 약간 뽑히며 검날이 싸늘한 빛을 뿌렸다. 그와 함께 나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하늘로 돌리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젠장할…. 무슨 놈의 부끄러움이 저리 많은지…. 단둘이만 있을 때는 입술도 장을 찍어버려도 별말 없으면서 -물론 그 후에 말없이 검이 날아온다- 주위에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내가 이상한 상상만 해도 검을 뽑아드니 원…. 대체 이 여자를 누가 데리고 살 건지…. 스물 여섯이나 먹은 여인네가 말야. 저런 성격을 가지고 있으면 대체 어쩌란 말야? 누가 백년해로를 기약할는지 모르지만 심히 걱정된다 정말. "다녀왔습니다." 공작가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하인의 말에 따라 서재로 발걸음을 옮겼고 곧 그 곳에서 몇 가지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하스미르공작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공작은 보고있던 서류에서 눈을 떼며 고개를 들고는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 다. "아! 왔는가? 그래 어땠는가?" "어려울 것도 없었습니다. 중요한 일도 아니었고." 나는 말과 함께 품속에서 두루말이 문서를 꺼내 공작에게 넘겼고 그는 그것을 받아들며 책상 위에 놓았다. 그러며 갑자기 짓궂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니 내 말은 내 딸애와 말이네. 별 일 없었나?" "꼭 있었으면 하는 말투이군요." "하하. 어차피 일을 핑계로 한 자네와 휘리아나만의 여행이 아니었나?" "칼침만 하루에 다섯 대 꼴로 맞았을 뿐입니다." 내 말에 공작은 대소를 터트려 버렸고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턱을 긁었다. 웃기려고 한 말이 아니라 진짠데…. "하여간 내 딸이지만 정말…." "뭐. 하는 짓은 귀엽잖아요." 공작의 말에 웃으면서 대꾸를 한 나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어차피 내 가 할 일은 다 끝이 난 것이고 하니 그만 쉬고 싶었던 것이다. 뭐 이런 내 행 동은 이 시대의 높은 어르신들이 보면 눈을 부라리고 욕을 해댈 싹수머리 없는 행동이었지만 공작이 나에게 뭐라 할 사람은 아니고 나 또한 이런 예절 따위를 지킬 필요 따위는 없으니까. "피곤한가 보군." "네. 그럼 먼저 들어가 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게. 아! 그보다 카인군." 막 몸을 돌려 나가려던 나는 아직 할말이 남아있는지 나를 부르는 공작의 목 소리에 고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뭐 한마디 정도 듣고 나간다고 크게 일 될 일도 없지 않은가. "또 무슨 일이 아직 남아있습니까?" "아아. 그렇게 큰 일은 아니네. 그게…. 모레가 무슨 날인지 아는가?" 모레? 무슨 날이지? 오늘이 대지의 달 23일째 날이니…. 모래는 25일이고…. 대지의 달 스물 다섯째 날은…. 아! "이나의 생일?" 신무(神武) 142. 하스미르공작에게 인사를 하고 서재를 나온 나는 약간 복잡해진 마음에 한숨 을 내쉬어야 했다. 이틀 뒤가 이나의 생일이었다니…. 이거 어쩔 수 없이 그날은 또 그 왕성이라 는 곳에 발을 들여놔야 한다는 말이다. 7년 전에 내가 거의 박살을 내 놓았던 그곳은 올해에 들어서야 겨우 본래의 모습을 되찾았고 그 동안 지체 높으신 왕 족 나으리 들은 집 떠나서 페알딘의 북쪽에 있는 가론 이라는 도시의 별궁에서 지내야 했던 것이다. 그런 상황인데…. 그들이 나를 곱게 봐줄 리가 만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가 이곳에 남아있는 이유로 말하자면 순전히 루나린 때문이었다. 나도 감성이라는 것이 있는 존재인 지라 루나린의 죽음으로 슬퍼하는 하스미르공작 에게 무슨 일이라도 해 주고 싶었고 그런 이유가 확대되면서 현재는 내 실력을 탐을 내는 국왕의 명에 의해 나라의 이런 저런 힘을 쓰는 일을 해 주고 있는 실정이었다. 대충 국왕과 계약을 맺었다고 말해야 하나? 뭐. 예전에 내가 살던 지구에서도 이런 일이 있지 않았던가?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에서 신형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것은 그 누구도 해킹을 할 수 없다 고 박장대소를 터트리고 있을 때 한 고딩인가 중딩인가 모르겠지만 아무튼 어 떤 녀석이 그것을 해킹을 해버린 일이 있었었다. 하지만 그것을 해킹 한 녀석은 오히려 그 회사에 스카우트가 되어서 앞날의 팔자를 펴버렸지 않았나? 현재 나의 상황이 바로 그런 상황이다. 어쨌든 덕분에 나라 안에서 왕족들은 대부분 나를 찢어 죽이고 싶어하는 실정 이고 귀족이라는 이름을 가진 작자들은 나의 환심을 조금이라도 사기 위해 아 양을 떨고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그것은 국왕이 나에게 마공작(魔公爵)이라는 칭호를 내려버린 일년 전 부터 더 심해져 지금은 오히려 그들 귀족들을 보는 것이 짜증이 날 정도이다. 그것 때문에 툭하면 일을 핑계로 여행을 가버렸고 페알딘에 있을 때에도 하스 미르공작 저택에 숨어서 그들을 피해왔는데…. 젠장…. 이틀 뒤에는 내가 제 발로 그들이 떼거지로 뭉쳐있는 곳으로 가야 하 다니…. 물론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빠져 버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실제로 대 부분의 왕성의 일들에는 상관 않고 참석하지 않는 나니까. 하지만 그날은 평소와는 다르게 이나의 생일이라는 것이 문제다. 내가 만약에 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울고불고 난리를 피울 것이고…. 윽…. 갑자기 두통이…. 그래 참자…. 어차피 하루면 되는 것 아니냐? 그냥 그날 하루만 참자. 만약 그날 땡땡이를 친다면 당장 그 다음날 왕성에서 호출이 올 것이고…. 나는 이 나 그것을 달래기 위해 별에 별 짓을 다 해야 할 사태가 올 지도 모른다. 그냥…. 하루만 참자. 아라크드! 넌 할 수 있어 임마!! "아! 형!" 이틀 뒤에 있을 짜증스러운 날에 대비하기 위해 잠이라도 자려고 방으로 향하 던 나는 갑자기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방금 내가 걸어온 복도의 저편에서 달려오는 한 청년. 20대 초반의 금발머리 카락을 가진 정말 한 미모 하는 그 녀석의 이름은 바로 메르틴 덴 유리샤크 이 렌드 피레시온이었다. 백색의 뻔쩍거리는 갑주를 입은 채 붉은색의 망토를 멋지게 휘날리며 철컥거 리는 갑주의 마찰음을 내며 달려오는 녀석. 아무리 바쁜 일이 있더라도 달리지 않는다는 귀족들의 법칙을 깡그리 무시해 버리며 나에게 달려오는 녀석을 보면서 나는 걸음을 멈추며 빙긋 미소를 지어 보였다. 녀석은 금새 내 앞에 와 멈추었고 약간 거칠어진 숨을 내쉬며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이구나." "언제 돌아온 거죠?" "방금 전에."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인 메르틴은 곧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래도 지 누나를 찾는 것만 같은데…. "근데 누나는?" 역시 맞군. 하긴 큰누나인 루나린을 잃어버린 지금 녀석에게 휘리아나는 너무 도 소중한 사람일 테니…. 녀석의 질문에 나는 어깨를 으쓱 이며 입을 열었다. "모르겠다. 뭐. 욕탕에서 졸고있겠지…. 그보다 너는 어디 나갔다 온 것 같은 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거냐? 그렇게 차려 입을 대로 차려입는 일은 그다지 없잖아." "그게. 오늘 기사단 회의가 있었어요. 정말 지겨워 죽는 줄 알았네."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메르틴. 하긴 지겹기는 더럽게 지겹지. 회의라고 해봤자 별 필요 없는 말들만 주고받고 몇 시간 동안 고리타분하게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끝이 없는 주제로 대화를 할뿐일 테니까. 나는 궁시렁 거리는 메르틴을 보며 빙그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또 졸았군." "엑. 오늘은 안 졸았어요! 저번 회의 때 단장님께 걸려서 아버지한테 얼마나 당했는데…. 제가 미쳤다고 또…." 기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보면서 혹시라도 누구 듣는 사람이 없나 살피는 메르 틴에게 나는 간단히 한마디를 내던졌다. "눈 밑에 눈곱 끼었다." 내 가벼운 받아치기에 급히 얼굴이 사색이 되어서 몸을 돌리며 눈 밑을 비비 는 메르틴. 그런 녀석을 보며 나는 웃음을 터트렸다. 결국 자신의 눈 밑에 눈곱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안 메르틴은 나에게 바락 악을 질렀지만 나는 웃으며 녀석의 등을 두어 번 쳐 줄 뿐이었다. "윽! 형!!" "하하. 도둑이 제발 저린다더니. 진짜 졸긴 졸았나 보구나." "그게…. 정말 전 안 졸았…." "공작님께는 말 안 할 테니 걱정 말고 사실대로 말해." "졸았어요." 좋아좋아. 처음부터 사실대로 말했으면 좋았잖아. 감히 내 앞에서까지 거짓말 을 해대다니. 하긴 메르틴이 이러는 것도 이해가 간다. 순둥이 같은 하스미르 공작도 자식 교육에서만큼은 거의 악마가 따로 없으니까. 전에 한번 메르틴이 맞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내가 오히려 등뒤로 한기가 흘러내릴 정도였다. 뭐. 몽둥이를 가지고 죽을 때까지 때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대련이라는 이름으로 하루종일 아들을 갈구는 것. 그것뿐이다. 현재 메르틴의 실력이 아무리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하스미르 공작을 따라 갈려 면 멀고도 먼 훗날의 일이었다. 내가 한달 동안 가르치기는 했다지만 그것은 검술의 기교를 약간 가르쳤을 뿐 이고 내공 면으로는 형편없는 상태이니 소드마스터에 들어서려면 앞으로도 10 년 정도는 부단히도 노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휘리아나야…. 내가 거의 일년 반 동안 검술을 가르치고 내공술에다 더해서 대자연의 기를 그녀의 몸이 견딜 수 있을 정도까지 불어넣어 줘버린 통에 지금 은 하스미르공작보다 더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고 하지만…. 메르틴 녀석은 아직 당 멀었지. "형. 나도 그 기공술이라는 것 좀 가르쳐 줘요." "배우기 싫다며. 그리고 난 분명 가르쳐 줬잖아." 난 분명 메르틴에게 기공 호흡법을 가르쳐 주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가만히 앉아서 아랫배로 호흡만 하는 것이 무슨 필요가 있냐며 그것을 무시해 버렸고 결국 나도 배우기 싫으면 말아라 라고 말하며 신경을 꺼버렸던 것이다. 그런 것이 이제 와서 가르쳐 달라니. "칫. 누나는 이상한 방법을 써서 단번에 소드마스터로 만들어 주고는…." "네 누나야 어려서부터 피나는 수련을 해서 이미 그 당시 그 정도의 기를 받 아들일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고 너는 아직도 힘들어 알아?" "거짓말…." 참나…. 이 녀석이 나를 거짓말쟁이로 모네…. 그냥 이것저것 다 무시하고 이 녀석에게도 기를 불어넣어 버릴까 보다. 하아. 젠장. 이상한 생각 말자. 그랬 다가는 자신이 수용할 수 없는 강한 힘 때문에 이 녀석의 몸은 그대로 펑하고 터져 버릴 것인데…. 이그 하여간…. 이렇게 말을 해도 알아듣지를 못하니…. 답답한 것은 나일 뿐 이다. "그렇게 소드마스터가 되고 싶으면 내가 가르쳐 준거나 열심히 하란 말이다. 지금 네 꼴을 보니 두 달 동안 전혀 진전이 없잖아." "그래도…." "정말 돌겠네. 그렇게 조급해서는 아무 것도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