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신무-神武-전권 - 111편 (111/113)
콰앙!! 검과 검이 닿으면서 생겨난 충격파. 그것은 밀려났던 바닷물이 다시 흘러 들 어오는 것을 또다시 멀찌감치 밀어버렸다. 이미 중앙대륙의 북쪽지역은 산산이 부서져 대부분이 바다에 잠겨 있었다. 넓은 숲을 만들어 주었던 수백만 그루의 나무들은 조각이 나서 바닷물에 떠다 니며 이리저리 움직였고 나와 아르카제가 충돌할 때마다 생긴 충격으로 본래의 자리를 잃어버리고 계속해서 여행을 할뿐이었다. "죽어라! 아라크드!!" "칫!!" 서로간의 힘의 차이는 거의 없다. 창조신의 힘을 가진 아르카제라 하지만 나 역시 파괴신의 힘을 가진 존재가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싸움의 승기는 확실 히 아르카제에게로 가 있었다. 우리의 힘은 비슷하지만 나는 파괴신의 힘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잘못 했다가는 이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대륙에까지 그 파급이 미칠 가능성이 있었기 에. 더군다나 대 자연의 힘. 그것들은 내가 아닌 아르카제의 편을 들어주고 있 었다. 모든 것이 어느 하나 나에게 유리한 상황은 없었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물러 설 수도 없는 입장이고 도망을 갈 수도 없는 입장이다. 모든 힘을 다해서 아르카제의 공격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공격? 애당초 불가 능한 행위다. 막기에도 박차는데 공격은 무슨. 가끔가다 아르카제를 한번씩 공 격을 할 때가 있지만 그다지 큰 타격을 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아르카제 쪽 에서 자신의 힘을 모두 쓰지 않았기에 나와 대등하게 겨루게 보이기라도 했다 지만…. 자신의 모든 힘을 완벽하게 내 뿜는 아르카제는 지금의 내가 상대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강한 존재였다. 계속해서 압박해 오는 녀석의 힘에 나의 영혼은 점차 찢어져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은 죽을 수 없다는 생각이. 나를 기다리는 이들의 곁으로 돌아가 야 한다는 믿음이 나의 영혼을 연결시키고 있었다. 그래. 아직 포기하기는 이르다. 기회는 분명 생긴다. 포기한다면 그런 기회조 차도 잡지 못할 것이다. "크아아아!!!" 아르카제의 풍령이 내 왼쪽 어깨를 찢었다. 하지만 그 잠깐의 순간 아르카제 의 움직임에 약간의 멈춤이 생겼고 나는 즉시 검을 녀석의 목을 향해 찔렀다. 그러나 그것은 허망하게 공기만을 갈라버릴 뿐이었다. 어느새 나의 아래쪽으로 이동을 한 아르카제는 가차없이 나의 복부에 팔꿈치 를 찍어 올렸고 나의 몸이 그대로 공중으로 치솟았다. "크윽!!" 통증으로 인해서 정신이 가물가물할 지경이다. 하지만 마음놓고 멍청히 서 있 을 수만도 없다. 분명 녀석의 공격은 이 정도로 끝이 나지 않을 테니까. 지금 의 녀석의 상태로 보아 어떻게든 나를 죽일 때까지 공격을 멈출 생각은 없는 것 같으니…. "죽어라!!!" 나의 예상대로 아르카제의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어느 사이에 나의 위쪽으 로 뛰어 오른 그는 그대로 나의 등으로 주먹을 내리 찍었다. 신무와 함께 펼쳐진 뇌격의 거대한 힘은 그대로 나의 몸을 다시 아래쪽으로 떨어뜨려 버렸다. "크윽!! 크아아아아!!" 밀려들어오는 바닷물에 휩쓸린 나였지만 기합과 함께 다시 바닷물을 밀어 낸 나는 재빨리 고개를 들어 아르카제의 위치를 찾았다. 녀석을 찾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이리저리 움직이지 않고 방금 전 뇌격을 펼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보며 나의 눈이 그대로 부릅떠졌다. 녀석의 양손은 하늘로 향하고 있었고 그 위쪽으로 열리는 거대한 게이트는 나 의 머리 속에 하나의 마법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빌어먹을! 미티어 레인!!" "큭. 아라크드! 신급 마법은 이젤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네!" 운석 소환 마법. 이 지상의 존재들이 사용이 가능한 마법은 10서클이 전부이 다. 그 이상의 마법은 신들의 전유물이라 하여 신급 마법이라 불린다. 그리고 저것. 우주공간에 떠돌아다니는 운석을 소환하여 떨어뜨리는 마법. 저것 역시 드래곤이라 해도 불가능한 신급의 마법인 것이다. 젠장! 이번에는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네!! "막아보아라! 아라크드!!" 완전히 열린 공간의 문. 그리고 그곳에서 떨어져 내리는 운석들. 하나같이 지 름이 100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 운석뿐이다. 저것들이 떨어져 내린다면…. 그 파급은 이 곳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상의 완벽한 멸망은 아니겠지만…. 적 어도 타 대륙에게까지 그 파급이 가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막아야 한다. 큭. 하지만 지금의 내 힘으로 가능할까? 완 벽하게 신무가 사용이 가능하다면 가능성은 있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능 하다. 그렇다면 방법은…. 딱 하나 뿐이다!! "파멸의 힘이여!!" "큭. 이젤의 힘인가?" 이젤. 그대의 힘을 빌리겠다. 쓰고 싶지 않은 힘이지만! 어쩔 수가 없겠지. 큭큭. 파멸을 주관하는 그대가 세상을 지키기 위해서 힘을 쓴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겠지만…. 이제 그대의 힘은 나의 것이니 어떤 용도로 쓰이건 그것은 나의 자유다! 아르카제!! 이거나 먹엇!!!!! "카인?" 휘리아나는 재빨리 고개를 뒤로 돌리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뒤쪽에 있는 것은 샤이나르뿐이었고 저녁을 준비하던 그녀는 그런 이상한 행동을 하는 휘리 아나를 이상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 카인의 목소리가…." "응? 나는 못 들었는데. 흐음. 휘리아나 어디 아픈 거 아냐?" 드래곤인 샤이나르는 휘리아나보다 더 뛰어난 청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다. 그 런 그녀가 듣지 못했다면 현실적인 판단에서는 샤이나르의 말이 더 신빙성이 있다. 샤이나르는 휘리아나의 머리에 손을 대며 말했다. "열은 없는데." "아. 아니에요." 결국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라고 판단을 마무리 지은 휘리아나는 고개를 저어 버렸고 앞쪽에서 걸어가던 유라가 안쓰럽다는 얼굴로 말했다. "하아. 상사병이 말기까지 치닫고 있군. 하여간 세이빈 녀석 여자가 이 지경 이 될 때까지 돌아오지 않다니. 문제가 많아. 그런 녀석은 그냥 콱!!" "쓸데없는 소리하지마. 유라." 유라가 카인을 씹자 샤이나르의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그녀가 화가 난 것 을 본 듯 만 듯 유라는 휘리아나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런 녀석보다 좀 더 현실적인 이쪽으로 눈을 돌리라고. 외모로 보나 성격으 로 보나 내가 훨~ 낫다니까." "손 치워요." "아아~! 휘리아나같이 아름다운 여자가 세이빈 같은 난봉꾼에게 마음을 주다 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야. 그러나 휘리아나. 아직 늦지 않았어. 조금 시야 를 넓게 가지라고." "착각하지 말아요. 저는 카인에게 전혀 관심 없으니." "오옷. 그래~! 그렇다면 나에게로~!" "변태 여자한테는 더욱더 관심 없어요." 입술을 내밀며 덮쳐오는 유라의 공세를 간단히 뒤로 물러서며 피해내는 휘리 아나였다. 이것은 그 동안 이들과 여행하며 터득한 삶의 교훈 중에 하나였고 휘리아나는 그 교훈을 어느새 자신의 것으로 완벽하게 만들고 난 후였다. 가볍게 유라의 공격을 피해 낸 휘리아나는 약간의 틈을 이용하여 검을 뽑아 유라에게 찔렀고 유라는 급히 몸을 날려 그 공격을 피했다. 하지만 어느새 다 가온 샤이나르가 그녀의 다리를 걸어버렸고 멋진 포즈로 착지를 하던 그녀는 마지막에 꼴사납게 바닥을 구르고 말았다. "샤이나르!! 무슨 짓이야!!!" "어머~! 미안. 하지만 나는 잘못 없어. 네가 내 다리에 와서 걸린 것뿐이잖 아. 안 그러니 휘리아나?" "정답이군요." 샤이나르와 휘리아나가 합세하여 몰아붙이자 말발에서부터 밀리는 유라는 그 대로 바닥에 쭈그려 앉아 눈물을 매달았다.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며 민트와 마이나는 실소를 머금었다. "우씨. 오늘밤 덮쳐 버릴까 보다…." 이미 저런 말을 하지만 유라가 아무런 짓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있는 일행은 그저 가볍게 웃음만을 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일행의 그런 행동을 비웃 음으로 들은 유라는 발끈하여 소리쳤다. "진짜 덮친…." 쾅!!! 그때 거대한 폭음과 함께 대지가 진동하였다. "지. 지진?" "아니에요. 저기…." 그것을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마이나였다. 그녀가 가리킨 곳으로 시선을 돌 린 일행들은 저 멀리 수평선 끝에 보이는 장관에 말문을 닿아버리고야 말았다. 수없이 떨어져 내리는 유성들. 그리고 그 유성들을 꿰뚫으며 하늘로 치솟는 붉은 색의 빛줄기…. 도저히 지사에 존재하는 자들이 만들어 내지 못하는 그 모습을 보며 샤이나르 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시. 신급 마법?" "마. 말도 안돼요. 세상에 신급 마법을 쓸 수 있는 존재는…." 마이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반박을 했지만 지금 그녀의 눈에 보이는 마법 은 분명 신급 마법이었다. 너무도 먼 곳에서 터진 마법이라 흐릿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이곳까지도 전해져 오는 거대한 마나는 그것이 10서클의 마법이라도 불 가능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대체 누가…. 꺄악!!" 순간 거대한 폭풍이 밀려왔다. 아마도 마법의 발원지에서 생긴 충격파가 이곳 까지 전해져 온 것일 것이다. 급하게 펄럭거리는 치마를 누르는 휘리아나와 샤이나르였고 민트는 그 모습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코피를 흘리고야 말았다. 물론 마이나의 주먹이 가차없 이 응징을 행한 것은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충격파가 물러나자 옷에 묻은 모래먼지를 털어 내며 샤이나르가 입을 열었다. "중앙대륙이에요." "중앙대륙. 설마 드래곤들이 단체로 패싸움이라도 하고 있는 거야?" "무식한 소리 좀 하지마 유라. 아무리 우리 드래곤이라 하더라도 신급 마법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게다가 방금 전에는 한번에 두 가지의 신급 마법이 충돌한 거란 말야. 대체 이건…." 도저히 설명을 할 수가 없는 일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세상에 둘의 신급 마 법을 쓸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말인데…. 과연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일까? 하지만 분명 방금 전의 일은 그것을 사실로 입증을 시키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카인…." 휘리아나가 멍청히 중얼거렸다. 그 말을 듣고 유라가 설마 하는 얼굴을 해 보 였지만 샤이나르는 무슨 생각이라도 난 듯 감탄사를 내뱉었다. "맞아. 세이빈님이라면…." "엑. 설마 세이빈이 신급 마법을 쓸 수 있다는 말이야?" "가능성은 있어. 그분은 굉장한 기술을 하나 가지고 계시잖아." "설마 신무?" "그래!" 확신에 찬 듯 샤이나르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말에 유라 역시 반박을 하지 못했다. 분명 그것이라면 가능 할 지도 모른다. 마나를 다루는 기술 중 가장 고위의 기술. 신무라면 대자연의 모든 마나를 끌어 모아 신급 마법 이상의 파 괴력을 내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말이 뜻하는 것은 저 곳에 카인이 있다는 말이었고 모든 이들의 시선이 방 금 전 신급 마법이 쓰여졌던 곳으로 향했다. "그럼 저기에 세이빈 녀석이 있다는 것인가? 하지만 다른 하나는?" "알 턱이 없잖아. 하지만 세이빈님과 동등할 정도로 강한 존재가 있다는 것은 확실해." "같은 지고족인가?" "그럴지도 모르지." "하여간 녀석. 이쁜이들 다 놔두고 어디로 갔나 했더니…. 저런 곳에서 싸움 질이나 하고 있었네. 대체 저런 녀석이 뭐가 좋다는 건지." 뚱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유라의 목소리를 모두들 들었을 것이지만 일행은 그 녀의 말을 무시한 채 카인이 있다는 곳에서 시선을 뗄 줄을 몰랐다. 무사할까? 상대 역시 신급 마법을 행사할 수 있는 강한 존재. 그런 자와의 싸 움 때문에 카인은 그들을 떠났을 것이다. 너무도 위험한 싸움이기에. 그가 떠났을때는 미움도 들었지만 지금은 한편으로는 고맙다는 생각도 들었 다. 그는 자신들이 다치지 않는 것을 바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자신들 을 못 믿고 혼자서만 떠난 카인을 미워할 생각도 없었다. 상대가 신급 마법을 쓰는 존재라면 그들이 있다하더라도 도움은 주지 못하고 오직 방해만 될 뿐이 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카인…." 제발. 무사해야 해요. 다쳐도 좋으니 제발 죽지만 말아요. 언제라도 좋으니 돌아와 줘요. 그러면 모든 것을 다 용서할 테니. 카인…. "이봐. 뭘 그렇게 멍청이 있는 거야. 밥 안 할거야?" 툴툴거리는 유라는 이미 신경 밖의 일이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에 화가 난 유라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얼굴에 짓궂은 미소가 어렸다. "이봐. 휘리아나. 샤이나르." "…." "…." "히힛. 둘 다 팬티 예쁘던데. 휘리아나는 레이스가 달린 고급 실크의 백색 팬 티고 샤이나르는 어울리지 않게 섹시한 검은색~!" 웃으면서 말하는 유라의 앞에 어느새 샤이나르와 휘리아나가 공포분위기를 조 성하며 서 있었다. 휘리아나의 검에서는 한번도 쓴 적이 없었던 검강(劍剛)이. 샤이나르의 양손에는 10서클의 마법인 프로미넌스가 발동 준비를 완전히 끝마 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유라는 위험파악을 하지 못했다. "둘이 바꿔 입어보면 더 어울릴 것…." "죽어!!" "이 변태 엘프!!!!" 사막의 밤은 한 엘프의 처절한 비명소리와 함께 점점 어둠으로 물들어 갔다. 큭큭. 멋지군. 파괴신의 힘이란 말야. 물론 멋지다는 것뿐이다. 나는 아르카제처럼 이 힘에 도취가 되는 멍청한 짓 은 하지 않는다. 파괴신의 힘? 사용하는 것에 따라 창조신의 힘이 될 수도 있 다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현재 창조신이라는 아르카제가 행하는 행동 자체가 파괴신이 할 일이니까. "멋지군 아라크드. 드디어 그 힘을 사용 할 마음이 생긴 것인가?" "그대를 상대할 때는 이 힘이 도움이 되겠군." "큭. 아직도 그 힘을 그저 나를 막는 데에 쓰는 힘으로 보는 것인가? 아라크 드! 너도 써 봐서 알 것이다! 그 무한한 파괴의 힘을. 멋지지 않는가?" 말했다 시피 나는 이따위 힘에 도취되지 않는다. 그리고 파괴의 힘? 내가 보 기에는 아닌 것 같은데. "이 힘이 어째서 파멸의 힘이냐?" "당연하지 않는가? 파괴신 이젤의 힘. 세상을 파멸시킬 수 있는 힘. 그것이 바로 파멸의 힘인 것이다." "이젤이 썼다하여 파멸의 힘인가? 막혔군 아르카제." "막힌 것은 아라크드 그대다. 그 힘을 가지고 할 수가 있는 일이 무엇이라 생 각하는가? 파멸뿐이 가능한 것이 없다. 그리고 보아라. 큭큭. 그대의 힘에 의 해 대륙의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이 중앙대륙의 절반이 말이다. 자네는 아니 라고 하지만 그 힘은 분명 파멸의 힘이다." "그렇겠지. 그런 면에서만 본다면 분명 파멸의 힘이다. 하지만 대륙의 절반을 날리는데 동참을 한 것은 아르카제 그대 역시 마찬가지야. 창조신의 힘이라고? 웃기지 마라. 그대의 힘이 바로 파괴신의 힘이다!" 내 말에 아르카제는 흠칫하며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것은 잠깐동안 뿐이었다. "괴변을 늘어놓지 마라 아라크드!" "그대야말로 말도 안 되는 논리를 펴고 있지 않은가? 나의 힘이 파괴신의 힘 이라고? 세상의 파멸을 원하는 자가 누구냐? 바로 너다 아르카제." "큭! 나는 창조신이다!! 그리고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 이 지금의 낡은 세상은 사라져야 하는 거다! 그리고 그 의무는 너 아라크드가 가지고 있다! 파괴신!!" "나는 파괴신 따위가 아니다. 그리고 나의 의무는 세상을 멸하는 것이 아니 다! 이 세상을 보존시키는 것! 그것이 지금 내가 추구하는 바이고 나의 의지이 다! 그리고 만약 내가 신이라면 이것이 나에게 내린 운명이다!!" "멍청한 아라크드!" "멍청한 것은 그대야 아르카제!" 신급 마법의 난발로 굳어졌던 몸이 점차 풀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은 아르카제 역시 마찬가지였던지 양손을 내뻗었고 그의 손에서 거대한 빛줄기가 뻗어왔다. 칫. 그 힘인가? 하지만 나도 있다! 나의 온 몸에서 끌어 오르는 파괴적인 힘. 하지만 비록 파괴적이라 하지만 그 힘은 안쪽으로 따뜻함을 내포하고 있었다. 겉으로는 따뜻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차가움뿐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 아르카제의 힘과는 상반된 기운. 나는 아르카제와 마찬가지로 양손을 앞으로 향했고 그런 나의 몸에서 붉은 색 의 빛이 터져 나왔다. "루나린. 루나린~!" "응? 아. 미안해요." 아리스의 부름에 루나린은 퍼뜩 정신을 차리며 하던 설거지를 마저 하기 시작 했다. 원래 이런 일은 한이 알아서 다 처리를 하지만 가만히 아라크드가 돌아 오기만을 기다리기에는 지루하다며 아리스가 이런 저런 일들을 직접 하자는 의 견을 내놓았고 루나린도 그 의견에 동의를 한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씩 불길한 마음에 하던 일을 멈추고 제발 아라크드가 무 사히 돌아오기를 기도하는 루나린이었고 그럴 때마다 아리스는 그녀를 깨웠다. "또 아빠 생각 한 거야?" "그게…." "참나. 그렇게 아빠를 못 믿어? 돌아온다고 했잖아. 그렇게 약속을 했으니 돌 아 올 거야." 저렇게까지 아라크드를 믿는 아리스가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은 아라크드를 완전하게 믿지 못하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은 그녀만의 생 각이었다. 아리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녀까지 불안해한다면 루 나린이나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다 생각하여 아리스는 애써 안정된 모습을 보 이는 것뿐이었다. 그냥 본다면 아리스와 루나린 둘 중에서 루나린이 더 성숙한 이미지를 풍긴 다. 하지만 그것은 겉모습일 뿐이었고 생각의 깊음은 루나린이 아리스를 따라 갈 수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는 행동이 애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아리스는 이미 1만년 이상을 살아 온 존재다. 이제 겨우 27년을 살아 온 루나린보다 더욱더 성숙한 자아를 가진 것 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었다. 아리스는 방긋 웃으며 루나린에게 말했다. "아빠는 이것저것 자잘한 약속은 잘 잊어버리더라도 중요하다 하는 약속은 절 대로 잊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킨다고. 그러니까 이번에도 꼭 우리랑 약 속한 대로 돌아올 거야." "후훗. 그렇네요." "그러니까 빨리 일이나 하자고. 아빠가 돌아오면 분명 밥부터 주라고 할건데. 식사 준비도 하…." -급보! 아라크드님이 상대의 공격에 무지막지하게 당하고 있습니다. 아앗! 머 리를 맞았군요. 이번에는 타격이 크겠습니다. 앗 반격하는 아라크드님. 하지만 무참하게 허공을 가를 뿐이군요. 아깝습니다. 아라크드님에게 이미 승산은 없 어 보이는 군요. 그때 갑자기 한이 방송 아나운서처럼 소리를 질렀고 한껏 루나린을 안심시킨 아리스가 무안해질 정도로 그 내용은 아라크드가 위험하다는 말 뿐이었다. 당연히 루나린의 얼굴에 근심이 묻어 났고 아리스는 한에게 소리를 질렀다. "야! 한 구경 할려면 혼자서 하란 말야!!!" -아아~! 이런 세기의 격투기를 보지 않으시겠다니. 아리나스님은 지금 실수하 시는 겁니다. 정말 멋지다니 까요. 빨리 와서 보세요. "시끄럿~~!!!!!!" 아라크드가 무사히 돌아오지 못하면 다 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아리스였 다. "아직도 생각을 바꿀 생각이 없는가? 아라크드." "물론이지." 킥킥. 정중히 부탁해도 승낙을 할까 모르겠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런 말을 한 다면 내가 따를 것이라고 생각하나? "우선 이 검이나 치우고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부탁을 해 보게나. 그렇다면 혹 시라도 나의 마음이 변할지도 모르지." 내가 비웃음을 흘리며 말하자 아르카제는 이를 부드득 갈았다. 이거 도발이 너무 심했나? 하지만 방금 한 말은 나의 솔직한 심정을 표현한 것뿐이었다. 내 성격상 이렇 게 협박 형태로 나가면 더욱더 수긍을 하기가 힘이 들거든. 인간적으로 최대한 불쌍한 얼굴을 하면서 싹싹 빌며 부탁을 하면 혹시라도 마음이 돌아설지도 모 르지만 말이다. 킥킥 "컥!!" "나는 장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아라크드!!" 녀석의 검이 나의 가슴 깊숙이 박혀 들었다. 영혼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나 의 몸을 휘감았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빌어먹을. 아프잖아! "마지막으로 묻겠다. 생각을 바꾸어라 아라크드!" "말했잖아. 싹싹 빌면서 부탁하면 들어준다고." "장난은 치지 마라!!" "누가 장난이야! 그렇게 말 길을 못 알아듣는 거냐 아르카제!! 내가 죽으면 죽었지 네놈 뜻대로는 되지 않는다!!" "고집불통 같으니라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큭. 이것을 보면 우리가 같은 존재라는 것이 실감이 가는군. 왜. 아직 한가닥의 인정이라도 남아 있는것이냐? 아르카제. 나는 알고 있다. 네가 나를 죽이겠다고 마음을 독하게 먹었더라면 나는 이미 네놈의 손에 죽었을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아직까지 살아있는 것을 보니 이것은 네놈이 봐 줬다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군. 왜 형제를 죽이는 것이 힘이 드는가?" 나의 말에 아르카제의 얼굴이 굳어져갔다. 큭. 정곡을 찔렀나 보다. 처음부터 어렴풋이 이해를 하고 있었다. 스스로 이 세상을 파멸시킬 힘을 가지고 있는 녀석이 왜 나를 설득하기 위해서 이렇게 노력을 하는 것일까? 아마도 외로움 때문이겠지. 내가 사라진다면 녀석은 또다시 혼자서 영원 속에 묻혀야 할 것이고 그것이 두려웠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