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신무-神武-전권 - 105편 (105/113)
내가 1만년 동안 묻어 두었던 분노는 겨우 이런 녀석을 죽이는 것으로 끝이 나지 않는다는 말이닷!! 피르스!! 이렇게 허약한 녀석이었나? "크아아악!!" 녀석의 입에서 괴성이 터져 나왔다. 나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전혀 물러서지 않으며 나에게 주먹을 날리는 피르스. 하지만 나는 간단하게 그 공격을 흘려내 며 녀석의 팔목을 잡고 반대편 팔꿈치로 녀석의 얼굴을 찍었다. 휘청 이는 피르스의 몸을 잡으며. 녀석의 멱살을 잡아채며 나는 녀석과 눈을 마주했다. 광기에 절어있는 피르스의 눈을 보며 나는 지금까지 쌓아두었던 분 노를 표출했다. "겨우 이런 모습이 너의 본 모습이냐!! 피르스!!" "크으윽!!" "난 기다렸다! 네 녀석에게 복수를 할 날만을! 나의 모든 힘을 다하여 네 놈 을 죽여버릴 때를! 지금이 그 때라 생각했다! 네 녀석이 모든 힘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참아 온 것이었다!! 힘이 없는 네 녀 석을 죽이는 것은 복수가 아니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의 네 모습 이 어떤가? 내가 과연 복수를 해야 하는 그 피르스의 모습인가? 자신조차 주체 못하고 광기에 절어서 날뛰기만 하는 멍청한 자식에게 복수를 해 보았자 나에 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어!!" "네. 네 녀석이 뭘 안다는 것이냐!! 아라크드!! 모든 것을 다 가지기만 한 네 녀석이 날 얼마나 알기나 한다는 것이냐?" "그래! 난 네 녀석을 모른다! 내가 알고있는 피르스는 내가 사랑하는 여인을 죽인 나의 원수라는 것 하나 뿐이다! 자신에게 해가 되는 존재는 그 싹부터 잘 라버리는 냉혈한이다! 언제나 냉정함을 잃지 않고 존재하는 자가 바로 너 피르 스가 아니었던가? 내가 그 동안 잘못 보고 있었다는 것인가?" "크윽!" 피르스의 눈에서 비치는 광기가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녀 석의 눈에서 비치는 슬픔을 보았다. 나는 녀석의 멱살을 잡고있던 손을 놓으며 뒤로 물러섰다. 피르스는 한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다 얼마 후 몸을 돌려 시선을 저 멀리 떠있는 태양으로 향하 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게 나 피르스다. 꿈을 이루기 위해 남몰래 사모했던 여인마저도 스 스로 죽인 피르스가 바로 나다. 그녀가 나를 보아주지 않더라도…. 그녀의 옆 에 다른 존재가 있다 하더라도…. 그저 지켜보기만 해도 좋아했던 여인을 스스 로 베면서까지 이루려던 꿈이었다. 하지만 그 꿈마저 깨어져 버렸다. 큭큭. 아 라크드. 아는가? 그 작자가 원하는 것은 처음부터 내가 아니라 아라크드 자네 였다는 것을. 그 작자가 신으로 인정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나약한 아라크드 네 놈이었다는 것을!! 너는 얼마나 내가 원하는 것을 빼앗아 가야 직성이 풀린다 는 것이냐!!" "그는…. 누구냐?" 궁금했다. 이 녀석이 말하는 그 존재가 대체 누구인지? 이 녀석의 말 대로라 면 피르스는 지금까지 누군가의 조종을 받아 왔다는 것이다. 대체 누가. 누가 피르스를 움직이게 했단 말인가? 이 세상에 그런 존재가 과 연 있다는 것인가? 설마 베르시레온? 아니다. 신족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불가 능하다. 적어도 그는 피르스보다 강한 존재일 것이다. 그것도 피르스로서는 손 도 써 보지 못할 강한 존재. 그런 자가 과연 이 세상에 있다는 것인가? 나의 질문에 피르스가 대답했다. "그는 신이다. 이 세계의 신." "신?" 신이 존재했다는 말인가? 설마…. 그럴 리가 없다. 신의 존재는 있을 수가 없 는 일이다. 신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나약한 이들이 만들어낸 전지전능한 존재. 그런 만들어진 자가 존재 할 리가 없다. 아마 피르스는 잘못 알고 있는 것일 것이다. 아니 어쩌면 그렇게 비유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자의 강함에 그를 신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겠지. 하지만…. 대체 피르스가 신이라고 부를 정도의 강함을 가진 자란? "그는…. 이 세상의 창조자다. 우리와 같은 존재이며 우리보다 더 띄어난 존 재이지. 그는 생명을 주관하며 세상의 모든 생명을 창조한 자이다." "사실인가?" "큭큭. 그래. 사실이다. 너로서는 믿지 못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나는 그를 보았고 그가 신이라는 것을 인정하였다. 그가 나에게 말했지. 나도 신이 될 수 가 있다고. 나도 그처럼 될 운명을 타고 난 존재라고. 그가 세상을 창조하는 창조신이라면 나는 세상을 파괴하는 파괴신이라고. 세상의 창조와 파괴. 멸망 으로 치닫는 세상을 내가 스스로 파괴하고 그가 창조해야 하는 운명이라고." 미쳤군. 그게 말이 된다는 것인가? 겨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듣고 지금 까지 그것을 꿈으로 삼고 살아 왔다는 소리인가? 피르스 녀석. 어리군. "그럼 지금껏 내가 행한 행동은 모두 그자의 의지였나?" "그렇다." "세이라인을 죽인 것도?" 내 질문에 잠깐 얼굴이 굳었던 피르스였지만 곧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큭. 그렇군. 그랬어. 이것으로 잡아 죽여야 할 존재가 하나 더 생긴 것인가? 나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피르스를 보았다. 어리석은 녀석. 그런 존재에게 현혹되어서 자신의 동료마저도 베어버린 바보 같은 자식. 네 녀석이 불쌍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용서를 할 생각은 없다. 아무리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세이라인을 죽게 한 벌은 받아야 하 는 것이다. 물론 나 역시 지은 죄가 많지. 피르스 녀석에게 놀아나 아무런 죄 가 없는 신족을 멸망시키고 또 자신을 제어하지 못하고 미쳐서 동료들을 모조 리 베어 버렸으니까. 하지만 나를 심판할 존재는 없는 반면 피르스 녀석을 심판한 존재는 있다. 바 로 나. "소환!" 나는 사신검을 소환 해 내어 천천히 검을 뽑아 들었다. 나의 행동에 피르스는 아무런 표정 없이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나는 피르스, 네 녀석을 용서할 생각이 없다." "물론 그것은 나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 또한 나는 아직 꿈을 버린 것이 아니 니까. 아라크드. 네 녀석을 죽임으로서 나는 파괴신이 될 수가 있다." 아직까지도 그런 말도 안 되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뭐 말리지는 않겠다. 적어도 그것으로 인해 피르스가 나를 상대로 모든 힘을 다 할 것이라는 것을 아니까. 싸움에 앞서 나는 피르스에게 마지막으로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묻지." "무엇인가?" "그는 대체 누구인가?" 내 질문에 피르스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감으며 무엇 인가를 정리하는 듯이 보였다. 잠시 후 모든 정리가 끝이 났는지 피르스는 다시 시선을 나에게 돌리며 말했 다. "아라크드. 자네와 나는 한가지 공통된 운명을 타고났다." "…." "큭큭. 바로 파괴신이 되어야만 하는 운명이지. 그대가 가진 생명의 파멸의 힘. 그리고 내가 가진 영혼의 파멸의 힘.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가?" 갑자기 무슨 소리지? 내가 가진 생명의 파멸의 힘? 설마. 나의 그 힘을 말하 는 것인가? 하지만 그것이 생명의 파멸의 힘이라니…. 나는 지금껏 그저 이 세 계로 넘어오며 생긴 이상한 힘이라 생각을 했는데. 이 힘에 무엇인가 다른 의 미가 있다는 것인가?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갑자기 그런 말을 꺼내는 의미가 무엇이냐?" "아니. 그대가 나를 죽인다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아라크드." "그런가? 하지만 아직 나는 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듣지 못한 것 같은데." "아아. 그렇군. 뭐 상관없네. 그것 역시 내가 죽는다면 알 수가 있을 테니. 그때가 되면 그쪽에서 스스로 자네를 찾아 올 것이라네." 피르스는 말을 마치고 오른손 주먹을 들어 올렸다. 녀석의 오른손 중지에 끼 워져 있는 다크스타에서 검붉은 색의 빛이 터져 나왔고 곧 녀석의 앞에 하나의 흑색의 날카로운 검이 어둠을 뿌리며 나타났다. 오랜만에 보는군. 녀석의 흑마령(黑魔令). "자. 그럼 시작하게나. 아라크드. 아무리 그대가 나보다 강하다 하지만 나 역 시 쉽게 죽지는 않을 것이네. 또한 나 역시 그대를 소멸시킬 힘 정도는 있다는 것을 알고 있겠지?" "그렇지." 피르스 혼자라면 나를 소멸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녀석이 다크스타 를 가지고 있을 때에는 가능하지. 아무리 내가 샤이닝을 들고 있다 하지만 샤 이닝이 나의 힘을 증폭시키는 것뿐이지 영혼의 보호력까지 증폭시키는 것은 아 니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신검을 천천히 내밀었다. 사신검으로 천천히 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고 그것을 보며 피르스 역시 자세 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그대는 특이하네. 아라크드." "그럴지도…." "우리는 강하지만 그 힘을 모두 이용 할 수가 없지. 하지만 자네는 그 힘을 다루는 법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마치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말 야. 이 세계로 넘어와서 처음으로 검이라는 것을 무기로 삼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검을 자신의 몸이나 되는 것처럼 자유자제로 다루었지." 그럴지도. 처음 검이라는 것을 잡았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마치 예 전에 잃어버렸던 그 무엇인가를 찾은 듯한 느낌. 최성빈이라는 존재의 기억을 가지지 않았음에도 나의 몸은 본능적으로 그 느낌을 찾아냈고 나의 몸이 스스 로 움직였다. "그대는 총기류를 들었을 때보다 검을 들었을 때 더 강한 힘을 내었었네." "쿡. 나의 사격실력은 빵점이었으니까." "그렇지. 하지만 검을 들었을 때는 총을 든 우리보다 더 강했었지. 지금 생각 을 해 보면 정말 이상한 일이었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해 준 존재의 선물이었으니까." 내 말에 피르스는 피식 웃음을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 자 역시 자네와 같네. 신이지만 검을 들었을 때 세상의 그 누구보다 강하 지." "뭐?" "내가 보기에는 그저 단순히 검을 들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춤이라도 추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 춤에 이끌려 세상의 모든 힘이 요동을 친다네. 그가 검을 내 리칠 때는 대지가 갈라지고 앞으로 찌르며 바다가 갈라지네. 그리고 그의 검이 위로 치켜들면 하늘마저도 갈라지더군." 뭐? 춤? 세상의 모든 힘이 요동을 친다고? 순간 나의 가슴이 요동을 치기 시 작했다. 설마 그럴 리가 없다. 그 힘은…. "그러고 보니 자네도 그렇군. 전에 한번 보았을 뿐인데. 아직도 기억에 생생 하네." 시. 신무? 믿을 수 없다. 어떻게?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서 궁금함이 솟구치게 만들어 놓고 피르스는 입을 다물 고야 말았다.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 같았지만 피르스는 나에게 쇄도해 들어오 기 시작했고 나는 재빨리 검을 들어 피르스의 공격을 막았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한번 울리고 피르스의 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나는 즉시 위쪽으로 날아올랐고 방금 전에 내가 있던 자리에 피르스의 흑마령 이 검붉은 호선을 만들어 내었다. 그래. 지금은 복잡하게 생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다. 피르스를 죽인다면 그 자를 만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모든 진실을 알 수가 있겠지. 그때가 되 면…. 그때가 되면…. "크아아앗!!!" 수십 개의 검광이 나를 향해 뻗어왔다. 나는 강하게 검을 내쳐 그 검광들을 모조리 부셔 버렸다. 하지만 그 뒤로 피르스가 왼 손을 내뻗었고 흑색의 빛줄 기가 뻗어왔다. 나는 몸을 회전시켜 기들을 끌어 모아 검을 내질렀고 나의 몸에 몰려든 기들 은 한 개의 폭풍이 되어서 피르스가 쓴 힘을 감쌌다. 그 흑색의 빛은 신무에 의해 소멸이 되어버렸고 나는 피르스에게 몸을 날렸다. "아라크드!!" 피르스는 나의 이름을 부르며 분노를 증폭시켜 힘을 올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 다. 현재 피르스가 나를 이기기 위해서는 자신의 힘의 200%를 써야 할 것이고 그것은 쉬운 방법이 아니니까. 하지만 약간은 그런 녀석의 생각이 적중을 했는지 피르스의 움직임은 내가 평 소 알고있는 녀석의 운동신경을 훨씬 넘어섰다. 그러나 그 이상은 아니다. 나의 검이 공간만을 갈라버렸고 순간 뒤쪽에서 피르스의 공격이 왔다. 하지만 나 역시 재빨리 단거리 워프를 사용하여 피르스의 위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칫!!" 피르스의 검이 호선을 그렸지만 나는 그 검을 흘리며 녀석의 품안으로 파고들 었고 나의 검이 녀석의 복부로 파고들었다. "크악!!" 기가 실려있는 검은 피르스의 영혼에게 타격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녀석은 나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내 목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다는 재빨리 검을 회수하 며 다시금 워프를 썼다. 이번에는 피르스의 뒤쪽으로 이동을 한 나는 즉각 검을 내리쳐 녀석의 몸을 갈라버렸다. 이것으로 끝이다! "아라크드!!" "끝이다! 피르스!!" 비명을 내지르는 피르스의 머리를 향해 나의 검이 떨어져 내렸다. 거대한 폭 풍을 휘감은 검이…. ========================================================================= 담편 예고... 제목 파괴신 각성~! 내용... 담편 보셈..ㅡ.ㅡ;;; 냐하하~! 아라크드 드디어 파괴신이 된답니다~! Part 81. 파괴신(破壞信) 강림(降臨) 끝났다. 너무도 쉽게…. 나와 피르스의 힘의 차이가 이 정도였다는 것인가? 분명 피르스는 자신의 힘을 초월해서까지 나를 상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힘은 그런 피르스의 힘을 훨씬 위쪽으로 웃돌 고 있었다. 피르스와는 몇 번 싸워봤지만….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내 모든 힘을 다하여 상대를 한 적은 없었다. 설마 이 정도였을 줄은…. 나는 나의 손을 들어보았다. 나의 힘. 대체 어느 정도일까? 이 세상을 파멸시키겠다는 의지를 가진다면 실행도 가능할까? 그럴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세상의 파멸. 불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 큭큭. 한번 해 볼까? 순간 나는 나의 속에서 끌어 오르는 살기를 느끼며 흠칫 놀랐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다니…. 지금까지 이런 적은 단 한번도 없 었다. 아니…. 있기는 있다. 나의 정신이 붕괴가 될 때…. 벌써 찾아오는 것인가? 그때가…. 이제 또다시 긴 잠을 자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 것인가? 나는 씁쓸한 마음에 고개를 저었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는데…. 나에게는 피르스가 말한 존재와의 결말이 남아 있다. 하지만 …. 그 자를 언제나 찾을 수 있다는 말인가? 나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얼마 없다. 그 시간동안 그를 만나서 결판을 낼 수가 있을까? 모르겠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상하다. 불안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마음만은 편안한 거지? 모르겠다. 나에게 무슨 변화라도 생기는 것인가? 피르 스의 말대로 녀석이 죽어서 내가 파괴신이 되어 가는 것인가? 쿡. 그럴 턱이 없지. 힘이 늘어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이 편해지기만 하는 것뿐인데…. 그래. 분명 오랜 시간을 끌어왔던 피르스와의 매듭을 풀어버렸다는 안도감 때문일 것이다. 나는 감았던 눈을 떴다. 저 멀리서 한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쪽도 끝이 난 것 같군. 하긴 아무리 네 척의 신함들이라 하더라도 한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무리가 있었을 것이다. 게다가 아 리스에게 맡겨 놓았었으니…. 이런 결말은 당연한 것이었을 테지…. 하지만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들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다. 설마…. 스스로 죽음을 택한 것인가? 자신이 섬기던 피르스가 죽은 마당에 살아있을 필요성을 상실하고 그런 선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아마 그럴 것이다. 나는 씁쓸히 웃으며 나에게로 다가오는 한으로 향했다. 그래. 복잡한 것들은 접어두자. 지금은 쉬고싶을 뿐이다. 한으로 가면 아리스와 루나린이 날 웃으면서 반겨 줄 것이고…. 잠시 그녀들에게 기대어 쉰다면 다시 예전의 나로 돌아 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럴 것이다. "아라크드." 루나린이 날 반겨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얼굴은 약간 어두운 기색이 느껴졌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고 그제야 그녀는 안심을 했는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의 팔로 손을 가져갔다. "다녀왔어." "어서 오세요." 기분이 편안해진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 편안함의 밑에서 자꾸만 이상한 기운이 퍼진다. 무엇일까? 이 기분은…. 불길함? 살의? 공포? 모르겠다. 너무도 미약한 기운들. 하지만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기분들. 나는 기 기운들을 애써 눌렀다. 이상하다. 내가 왜 이러는 거지? "아빠?" 아리스가 당황한 얼굴로 나에게 다가왔다. "아빠. 설마?" "아. 아냐. 괜찮아. 조금 긴장이 풀려서 그런 것 뿐이야." 나는 아리스를 안심시키기 위해서 이 알 수 없는 기분을 밀어두며 웃음을 지었다. 정신의 붕괴는 확실히 아니었다. 아직 그것이 찾아 올 시기도 아닐뿐더러 그것은 단 한순간에 나를 집어 삼켜 버린다. 그래. 이것은 그저 이상한 기분일 뿐이다. 대체 왜 이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특별히 위험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는 괜찮아. 걱정 할 필요 없어. 그보다 그들은? 다 죽었나?" "충분히 빠져 나올 수 있음에도 스스로 소멸을 택한 것 같아요. 미안해요." 후훗. 미안해 할 필요 없어. 그것은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적이었으니까. 아리스 네가 미안해 할 필요는 없지. 나는 빙긋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순간 아리스는 무엇인가 생각이 났는지 손바닥을 쳤다. "아! 다는 안 죽었을 거예요. 하나는 탈출을 한 것 같았어요." "그래? 누가?" "잘 모르겠어요. 혈신에서 반응을 보인 것을 보니 이루시아인 것으로 추측을 하기는 하는데. 아닐 수도 있어요." 그렇겠지. 한이 깨어 날 당시 네 대의 신함이 소멸을 해 버렸었으니. 그 신함들의 주인이 혈신에 탑승을 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 뭐…. 상관없다. 하나뿐이라는데…. 그 혼자서 무슨 일을 할 수도 없을 것이고. 혼자 세상을 멸망시킬 거야 뭐야? 아무리 지고 족이라 하더라도 나와 피르스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강하다고 말을 할 수가 없다. 물론 다른 존재에 비하면 강하지만…. 드래곤 다섯 정도면 충분히 다른 지고족을 상대가 가능한 것이다. 그럴 것인데 혼자 세상을 멸망시킬 거야 뭐야? 그랬다가는 드래곤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더 이상 그 쪽으로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리스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아무런 의미 없이 행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손 으로 힘이 모이기 시작했고 내가 그것을 느꼈을 때에는 이미 나의 손은 아리스의 목을 움켜쥐고 있었다. "아…. 아빠?" "아라크드!"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아리스는 신음을 흘리면서도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고 루나린은 놀라서 입을 가리며 소리쳤다. 나는 퍼뜩 놀라며 나의 손에서 힘을 풀었고 아리스의 몸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콜록. 콜록…." "아리스 괜찮아요? 아라크드. 대체 왜?" 루나린이 급히 아리스를 부축하며 나에게 물었지만 나는 멍청히 나의 손을 바라 볼 뿐 어떤 대답도 해 주지를 못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내가 왜? 순간적이었다. 나의 의지가 아니었다. 나의 몸이 내 의지를 거부하며 스스로 반응을 일으켰고…. 만약 아리스가 보통의 사람이었으면 그대로 죽고 말았을 것이다. 나의 등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파괴신! 피르스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나의 심장이 심하게 요동을 쳤고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이상하게 온 몸이 뜨거워져 갔다. "아. 아빠!" "아라크드!!" 이. 이상하다. 왜 이러는 거지? 설마 정신의 붕괴인가? 하지만…. 그럴 때에는 나의 의지는 전혀 남지 않는데. 나의 정신은 지금 말짱하다. 다만…. "아라크드!!" "다. 다가오지 마!!"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나에게 오는 루나린을 피하며 나는 뒤로 물러서면서 소리쳤다. 나의 고함소리에 아리스와 루나린은 흠칫 하며 몸을 멈춰 세웠고 나는 계속해서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이상하다. 심장 고동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온 몸이 불이라도 난 것처럼 뜨겁기만 했다. 위험하다. 이 상태로는…. 빠. 빨리 이곳을 벗어나야 한다. 루나린과 아리스…. 그녀들에게서 떨어져야 한다는 생각만 들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지체한 다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가 없었다. "아빠!!" "아라크드!!" "다가오지 말란 말야!!!" "싫어! 아빠 또? 그건 싫어!!" 아리스가 울기 시작했다. 이미 한번 내가 미쳐버린 모습을 봤던 그녀였다. 내가 미쳐서 다시 그녀도 알아보지 못할까봐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슬퍼하는 그녀를 위해서라도 나 자신을 제어해야 한다. 하지만…. 안 된다. 눈앞이 점점 핏빛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더 이상은 위험하다. 나는 재빨리 앞쪽의 공간을 열며 그 안으로 몸을 날렸다. "아빠!!!!" "아라크드!! 안돼요!!" 미안해.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뿐이다. 나.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어. 나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내 몸을 막을 수가 없다. 지 금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내 의지대로 행해지기는 하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 지 모르잖아. 걱정하지 마. 루나린. 아리스. 너희들 이 슬퍼하지 않게 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