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신무-神武-전권 - 101편 (101/113)
으악! 아리스 이것 좀 풀어 줘!! 하지만 아리스와 루나린의 신경은 온통 저쪽 결혼상담 장소로 가 있는지 오래 였고 나는 바둥거리며 혼자 피눈물만을 흘려야 했다. 그때 이레릴의 말을 듣고 카르난이 감격한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야시란 제국 제 사황자 카르난 피른 아스카 시레오느! 장인어른 장모님께 절을 올리겠습니다!" 순간 홀 안에 적막이 감돌았다. 그러나 그런 부자연스러움을 전혀 느끼지 못 하며 카르난은 기겁한 얼굴로 앉아있는 이레릴과 시드에게 큰절을 올렸다. 나 역시 움직임을 멈추고 카르난을 바라보았다. 저 녀석이 방금 뭐라고 했지? 분명 그야시란 제국 제 사황자 카르난 피른 아 스카 시레오느라고 한 것 같은데…. 그야시란은 신족의 언어로서 '푸른'이라는 뜻이다. 그것은 동대륙의 하나뿐인 나라의 이름으로서 나는 청 제국이라고 불 렀었다. 저. 저 녀석이 청 제국의 황자였단 말야? 말도 안돼!!! "어라? 다들 왜 그러십니까?" "그야시란 제국?" "황자?" "설마…!" 카르난은 무슨 잘못 된 것이라도 있냐는 얼굴로 물어왔지만 나로서는 지금 상 황에서 저런 표정을 지는 카르난이 더 어이가 없을 정도다. 그런데 청 제국의 황자라면…. 내가 알기로 그들은 핏줄 상 이마에 용안(龍 眼)이라 하는 하나의 점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 저 녀석은 그것이 없다. 나는 재빨리 팔에 힘을 주어 내 손에 묶인 줄을 끊고 입에 물린 재갈도 물어 뜯은 후 소리쳤다. 이런 행동을 하면 아리스가 또 날뛰겠지만 현재 그녀 역시 카르난의 말에 놀 라서 나를 볼 틈이 없었다. "너 장난 하냐?" "에? 사부님.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알기로는 그야시란 제국의 황족들은 이마에 용안이라는 것이 있다. 하 지만 넌 그것이 없잖아. 어디서 뻥을 까고 난리야!" 내 말에 카르난은 그제야 자신의 이마를 만져보고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 였다. 짜식 그러면 그렇지. 어디서 감히 거짓말을 하고 난리야. 그렇게 말하면 장래의 장인 장모에게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줄 알았냐? 이 녀석아. 이것으로 너는 이레릴과 시드에게 점수가 깎였어. 거짓말이나 하 는 녀석에게 딸을 주겠냐? 캬하하!! 그때 갑자기 카르난 녀석이 얼굴을 쥐어뜯었다. 나는 그것을 부끄러움으로 자 신을 학대하는 것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잠시 후 녀석의 얼굴가죽이 벗겨지 는 것을 보며 기겁을 하고 말았다. "야! 그렇다고 자살을…. 엥?" 하지만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녀석의 벗겨져 나가는 얼굴 가죽 안쪽으로 보이는 또 하나의 살결. 지금까지 녀석의 얼굴은 약간 그을린 듯한 거무칙칙한 얼굴임을 반해 점점 나타나는 얼굴은 여자라고 생각이 될 정도로 새하얀 살결 이었다. "인면피구?" 점점 찢겨져 가는 분장 사이로 드러나는 녀석의 얼굴. 혜광이 번쩍이는 맑은 눈에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약간 어려 보이는 미남형의 얼굴이었다. 아니 미 남형이 아니라 저 정도면 완전히 여자들이 보기만 해도 뿅 갈 그런 얼굴이었 다. 그리고 녀석의 이마의 정 중앙에 찍혀있는 검은색의 점 하나. 나는 그것을 보며 숨을 들이켰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부드럽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녀석에게 나는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나 뿐만이 아니라 아리스와 루나린. 이레릴과 시드 역시 지금 꿈이라도 꾸고 있다는 표정으로 멍청히 카르난을 바라 볼 뿐이었다. "휴우. 벗으니 시원하군요. 하하. 그 동안 추적자들을 피하느라 어쩔 수가 없 었습니다. 저 가출했으니 잡혀가면 죽음이거든요. 하지만 이곳은 동대륙이 아 니니 설마 이곳까지 저를 잡으러 온 사람은 없겠죠?" 세상에…. 오~! 아부지! 저런 녀석이 왕자였다니. 저런 바보 같은 녀석이 왕 자였다니. 이건…. 말도 안돼!!!!!!!! 나는 잠시 바람이라도 쐬면 정신이 돌아올까 싶어 어지러운 정신을 추스르며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밖으로 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나는 망각하고야 말았다. 분명 양팔과 입에 물린 재갈은 풀었으나 다리는 놔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 쾅!! "아! 아라크드!!" "아빠!" 나의 몸은 그대로 바닥과 충돌하며 오른쪽으로 때굴때굴 구르기 시작했고 그 소란에 정신을 차린 루나린과 아리스가 비명을 지르며 나에게 달려왔다. 하지만 나는 벽까지 굴러가 머리를 한번 더 부딪치면서 까지 제 정신을 못 차 리고 멍청한 얼굴로 천장만을 바라 볼 뿐이었다. 저 녀석이 황자였다니…. 말도 안돼!!!! ========================================================================= 카르난은 황자였습니다. 쿄쿄.. 놀라신 분들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완전히 그동안 로리콘 변태라고 하며.. 악담을 하시는 분들도 계시더군요.. 하지만 갑자기 멋진 녀석으로 보이지 않습니까? 하하하. 이 짓은 주로 주인공이 자주 써 먹는 방법인데... 그렇지 않습니까. 인면피구로 조금 못 생긴 녀석으로 변장했다가.. 중요 순간에 자신의 본 모습을 나타내는 것.. 무협지에서 주로 쓰는 주인공 띄어주기의 한 방편이죠..^^ 이런 방법 한방이면 여자들이 팍팍 꼬입니다. ㅡ.ㅡ;;;; 하하하. 어쨌든 카르난 복받았군요.. 열살이나 어린 영계라니.. 녀석이 36세가 되어서 기울어가는 중년 아저씨가 되었을때도 아리는 26세로 꽃다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을테니..;;; Part 77. 그때의 기분 "카인 이 자식!! 어디에 있어!!" 저녁때 갑자기 들이닥친 불청객들. 이제는 40대를 코앞에 두고있는 아저씨 로 이드와 예전보다 더욱더 농염한 색기(?)를 뿌리는 프레야였다. 녀석들도 현재는 결혼식까지 올리고 날라리랄라 잘 살고 있는 부부다. 시드와 이레릴이 이곳에서 여관을 운영하고 있는 반면 로이드는 왕성에서 병사들을 훈 련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들었다. 낮에 이레릴이 날 만났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 저 녀석들의 집에 갔지만 집에 없어 하인에게 말만 전해놓고 왔다 했는데…. 이제야 왔군. 나는 술을 홀짝거리며 시선을 돌렸고 곧 그들과 눈을 마주칠 수가 있었다. "여~! 오랜만이다." 나는 웃으며 손을 들었고 즉시 로이드가 쿵쿵거리며 나에게 달려왔다. 순간 나는 녀석의 얼굴이 굳어있는 것을 발견하며 불길한 생각에 휩싸였다. 그러고 보니 저 녀석 다리에 내가 구멍을 낸 적이 있다. 힉! 설마 나 때리려 고?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으악! 그럼 7년 동안 나 찾으면 보복을 할 생각 을 가지고 있었단 말야? 오 마이 갓!! 저 무식한 주먹에 맞으면 더럽게 아플 것이다! 우선 피하고 보자!! 히익! 벌써 코앞까지 왔잖아!! 으악! 잡생각 하다가 이게 무슨 꼴이냐!! 이제는 어쩔 수 없다 빌고 보자! 설마 비는 사람 죽이기야 하겠 어? 생각을 정리 한 나는 그대로 양손을 붙이며 고개를 숙였다. "로이드! 그때는 미…." "하하! 카인!! 정말 오랜만이네!!" 하지만 내 잡생각이 무안해질 정도로 로이드는 호탕하게 웃으며 나를 껴안았 다. 남자에게 안긴 것이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보다는 맞지 않았다는 것에 우선 의의를 두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하하. 아리스양과 루나린님도 오랜만이군요…. 에?" 내가 로이드의 땀 냄새에 숨이 막혀 기절까지 가 있을 때에서야 로이드는 나 를 놓아주며 아리스와 루나린을 보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그러다 무엇인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런데…. 저 루나린님. 실례가 되는지는 알겠지만…." "무슨 묻고 싶은 것이 있나보죠? 걱정하지 마시고 하세요." "아네. 고맙습니다. 그게…. 저 혹시 죽…." 아! 그 이야기이군. 루나린은 세상에 죽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냥 보통의 여인이라면 모르지만 루나린은 루난왕국의 공작가의 영애다. 게다가 나에게 납 치가 당했다는 소문까지 퍼져 대대적으로 이름을 알렸고. 마지막으로는 시체가 되어서 나의 품에 안겨 돌아왔다는 것까지 대륙 곳곳으로 퍼졌다. 그럴 지인데 이렇게 멀쩡하니 살아서 웃고 있으니…. 누가 황당해 하지 않겠 는가? 이미 시드와 이레릴에게는 대충 설명을 했지만 지금 방금 온 로이드와 프레야는 당연히 이상할 것이다. 나는 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지금은 살아 있잖아." 내 말은 과거에는 죽었었다는 말로 통한다. 그 뜻을 알아챈 로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활하신 건가요?" "네." 루나린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로이드는 그 말을 그대로 믿는 듯이 보였 다. 하지만 이것은 로이드가 마법이란 지식이 조금 있다면 다른 반응을 보일 일이었다. 숨이 끊어져 버린 생물을 다시 부활시키는 일. 그것은 드래곤이라도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리 대단한 마법이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 그런 마법은 신들만이 행할 수 있다 하여 신급 마법이라 부르고 전설에서나 나오는 말이다. 차원의 이동 또한 신급 마법에 포함이 된다. 만약 부활 마법이 그렇게 쉽다면 그 당시 루나린이 죽었을 때 어떻게든 지레 인 녀석을 닦달해서 루나린을 다시 살려 내고 말았지…. 어쨌든 그런 힘을 가진 존재는 내가 알기로 단 하나밖에 없다. 바로 세이라 인. 이 세계로 넘어오며 내가 파멸의 힘을 가진 것에 반해 그녀는 생명의 힘을 가지게 되었고 그녀가 가진 힘은 육신과 영혼을 잇는 끈을 다시 연결시키는 힘 이었다. 그것 덕분에 그녀는 죽음을 맞이하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구해 내었고 성녀 (聖女)라는 이름으로 불렸지. 그녀와 반대로 나는 마신(魔神)이라고 불렀었다. 뭐 지금은 전설로도 남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성녀와 마신이 언제나 함께 다닌다고 해서 그 당시에는 상당히 이슈가 되었었 는데…. 쩝. 이야기가 갑자기 이상한데로 흘러 버렸군. 긁적…. 졸지에 고인이 된 두 존재를 꺼내니 기분이 가라앉네. 하아. 역시 잡 생각은 좋지 않은 거야. "하하하. 그렇군요. 다행입니다." 그래 다행이지. 다행이고 말고. 잘못했으면 두 번 다시 루나린을 볼 수가 없 었을 건데. 비록 부활은 아닐지라도 그녀는 내 옆에 남아있게 되었고 이 얼마 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솔직히 영혼이 노바의 형태가 되지도 않고 존재 할 수 있다는 사실은 나로서 도 믿기가 힘이 들었다. 물론 나의 영혼 속에서 소멸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 만…. 이런 일은 정말 내 지식으로도 설명이 안 되는 일이었다. 영혼이 다른 이의 영혼에 깃든다. 이런 것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단 한번도 보지 못한 현상이었다. 뭐 덕분에 루나린을 잃지 않았으니 나로서는 고마워하고 있다. 음. 이런 일을 사랑의 힘이 이룬 기적이라 해야 하나? 하하. 말하고 나니 쑥 스럽네. 에구야. 쪽팔리다 그만 하자. 그것보다 다행인 것은 로이드가 그때의 일을 마음에 두고 있지 않는다는 거 다. 혹시라도 그 일 때문에 나를 언짢게 생각하면 어떠나 했는데 그런 기색은 전혀 없으니 우선은 안심이다. 하기야 착한열혈 청년…. 아니 이제 아저씨군. 어쨌든 그런 로이드니 이런 반 응은 당연한 것이겠지. 하지만 그것에 반해 프레야는…. 에구. 역시 눈빛이 그렇게 곱지만은 못하네. 하긴 지금의 그녀는 로이드의 안방마님. 역시 과거에 자신의 남편을 한동안 다 리병신으로 만들어 버렸던 나를 곱게 볼 턱이 없다. "오랜만이야 카인." "그렇군요." 말에 가시가 팍팍 돋친 것이 눈에 잘 보인다. 나는 그녀의 눈치를 살살 피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하아. 식은땀 나네. 설마 프레야 녀석 오늘밤 내가 자고있을 때 나를 죽이러 잠입을 한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겠지? 윽. 이렇게 생각하니 더 두려워 진다. 으악! 그럴 꺼야! 프레야 성격상 분명 내가 자고있을 때 잠입해서 그 시퍼런 세이버로…. 아니 이제 주부니 세이버 보다는 식칼로 나의 온 몸을 난도질하며…. 광기에 젖어 웃어 제치면서…. 으아아악!! 나는 이런 이야기가 싫어~!! 프레야 내가 잘못했어! 나를 한번만 봐줘~! 그때는 내가 제정신이 아니었어. 나는 절대로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아빠…." "그건 내 본심이…. 엥?" 순간 나는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모인 것을 느꼈다. 갑자기 왜 이렇게 무안해 지는 거지? 아~! 얼굴에 열난다. "풋. 하여간 아라크드 또 무슨 생각을 한 거예요?" 루나린이 물어왔다. 아! 쪽팔리다…. 어디 쥐구멍 없나? "아빠가 그러면 그렇지." 아리스다. 내가 그러면 그렇지라니? 대체 무슨 뜻이야? "카인. 괜찮나?" 역시 나를 생각해 주는 것은 루나린과 로이드뿐이다! "아까부터 술을 계속 마시더니 끝내는 술 주정을 하는군." 야! 시드! 나 겨우 맥주 네 잔밖에 안 마셨어! 술 주정은 뭔 놈의 술 주정이 야? 헛소리 말라고! "꺄하하~! 역시 카인이야! 전혀 안 변했어!" 뭐가 그렇게 웃기냐? 이게 다 프레야 너 때문이라고!! 다만 다행인 것은 좀 전에 팍팍 돋쳐있던 가시는 나 혼자 만의 착각이었다는 것이다. 하아. 그것을 위안으로 삼자고. "푸훗. 그 재미있는 행동은 여전하네요." 이제는 이레릴까지 애 엄마 됐다고 나를 갈구네. 그래 배 째라 째~! "아저씨 바보 같아." 엄마 친구라는 말을 듣고 바로 아저씨라고 호칭이 바뀐 아리. 젠장! 꼬맹이를 때릴 수도 없고. 역시 가장 만만한 녀석은! "우리 사부님 진짜 바보 같지?" 이 녀석이다!!! 카르난~!!!! 퍽! 퍼억!! "꽥!!" 나의 이단 옆차기가 그대로 카르난의 면상에 적중했고 녀석은 그대로 의자를 앉은 채로 뒤로 나자빠졌다. 하지만 여기서 끝을 낸다면 나 아라크드가 아니 지. 카르난 녀석을 눕힌 후 공중에 떠 있던 나는 그 자세 그대로 유연하게 몸 을 회전시켜 정확히 녀석의 배 위로 떨어져 내렸고 나에게 밟힌 카르난은 다시 금 비명을 내 질렀다. "꾸에엑!! 사. 사부~!" "그래. 네가 날마다 존경해 마지않는 사부다. 근데 그 사부를 바보 같다고? 오냐 오늘 너 죽어봐라." "그럼 바보 같은걸 어쩌라는 겁니까? 꽥!!" 이. 이 자식!! 빌어도 시원찮을 판국에 뭐? 바보 같은걸 어떻게 해? 물론 빌 어도 봐줄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든 넌 오늘 죽었다고 복창해라. 신룡 아르카제 와의 인연 때문에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내 최소한 식물인간까지는 만들어 주 마. "자. 잠깐 사부." "입다물고 한 대 덜 맞을래 아니면 주둥이 놀려서 한 대 더 맞을래?" 하하. 내가 한 협박이지만 정말 죽이는 협박이다. 카르난은 나의 말 한마디에 질린 얼굴을 해 보였고 나는 천천히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때 아리가 나에게 달려들어 그 작은 주먹으로 내 다리를 두드렸다. "으앙~! 오빠 때리지마! 바보 아저씨~!!" 앙앙거리며 칭얼대는 아리가 귀여워서 피식 웃음을 흘리던 나는 마지막 말을 듣고 고대로 몸이 휘청하고야 말았다. 이제는 이 꼬맹이에게까지…. 으아아악!! 열 받아!! 그렇다고 화풀이를 꼬맹이에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닌가? 당연히 그 모든 화를 받아야 하는 존재는 지금 나에게 밟혀있는 카르난이다. "각오는 돼 있냐?" "사. 사부. 저는 이렇게 보여도 황족입니다." "그게 뭐 어째서?" "하하. 그게…. 폭력은 옳지 못한 것이며. 세상에서 추방되어야 할…." "말 다 했냐?" "하하. 아직 100년 동안은 할 말이 남았는데요." 큭. 이 녀석! 이런 상황에서도 저 나불거리는 주둥아리는 높이 사 주겠다. 하 지만 짜증나! 나는 그대로 손아귀에서 불길이 치솟게 만들었고 그것을 보는 카르난은 기겁 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이 불꽃을 카르난의 면상에다가 던져버린다거나 하는 생각은 없다. 이 불꽃은 순전히 위협용이다. 전혀 쓰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렇 게 하는 것만으로도 상대에게는 충분히 공포심을 심어 줄 수가 있으니까. 그럼 카르난. 죽을 각오는 돼 있냐? 하지만 막 녀석을 무자비하게 밟으려 할 때 시드가 나에게 소리쳤다. "그만 해!! 남의 사위에게 뭐 하는 짓이냐?" "뭐? 사위?" 시드의 말에 프레야와 로이드는 황당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시드 는 그들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는 나에게 계속 입을 열었다. "남의 사위 병신 만들면 내가 가만있지 않는다." "내 제자 손 좀 본다는데 뭐가 어때서?" "어라? 분명 너는 이런 제자 없다고 하지 않았었냐?" "방금 전에 제자 삼기로 했다. 뭐 떫냐?" "전 제자 안할래요~!" 카르난 녀석이 꽥꽥거렸다. "으앙~! 오빠 괴롭히지 말란 말야~! 이 바보야~!" 아리는 여전히 앙앙거리며 나를 안마하고 있었다. 이거 어째 나만 나쁜 놈이 되는 것 같네…. 그렇다고 그냥 이대로 물러서기는 뭐하고…. 에라 모르겠다. "꾸엑!!" 나는 가볍게 카르난의 얼굴을 밟고 좌로 부비적, 우로 부비적을 한 후에 처벌 을 끝내버렸다. 하하. 이 정도로 끝 낸 것을 고맙게 생각하라고. 모두들 멍청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것을 보니 나의 이 너그러운 처사에 감 동을 한 것 같군. 하하. 그렇게 존경한다는 눈빛을 보내지 말란 말야. 쑥스러 워. "으악!! 카르난 눈 풀렸어! 이레릴 회복마법~!!" "야! 카인! 이건 너무 심하잖아!! 장난도 정도가 있지!" "꺄악! 어떻게 해. 카르난. 괜찮아요?" "으앙~! 오빠~~!" 에? 좀 심했나? 겨우 이 정도에 뻗다니…. 이 녀석 약골이잖아. 좋아! 카르난! 내일부터 특훈이다! 하하! 감사하라고…. 재빨리 여관 위층으로 달려 올라가는 나의 뒤로 루나린의 고함소리가 들려왔 다. "아라크드!!" 으아! 설마 그 정도로 뻗어버릴 줄은 몰랐단 말야~!! "정말 오랜만이군." "그래 7년 만이지?" 로이드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여자들이 모인다면 어떤 액세서리 를 보았는데 예쁘네. 요즘 물가가 너무 비싸졌네 등의 지금 현재에 대한 이야 기를 할 것이지만 남자들이 모이면 주로 과거 이야기를 한다. 특히 술자리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지구에서 술 먹을 때 대화 목록 1호가 바 로 군대이야기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남자들에게서 과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의 서로의 공통점은 바로 군대에 있을 때 어떤 일이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이고 그것은 몇 날 며칠을 지나도 끊기지가 않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 다. 나는 시드가 따라주는 포도주를 받으며 말했다. "보니까 지금 생활에 만족들을 하고 있는 것 같군. 나쁘지는 않아." "하지만 지금도 가끔씩 과거에 세상 이곳저곳을 돌아다녔을 때를 생각할 때가 있네. 아직도 그 시절이 그립다는 생각이 든 다네." 늙은이 같은 소리를 하는군. 로이드. 하지만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지 않고 나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로이드 가 계속해서 입을 열었다. "그래도 그때는 꿈이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이 없네. 그저 하루하루 를 꼭두각시처럼 살고 있을 뿐이야. 물론 과거보다는 안정적이기는 하지. 위험 도 없고. 하지만 뭔가가 빠진 느낌이란 말야…. 그런데 자네는 아직도 여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조금 부럽다는 생각도 드는군." 부럽다…. 쿡. 내가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알면 그런 소리를 하지 못 할 걸. 1000년 동안의 수면. 그리고 10년 동안의 삶. 영원히 반복되는 저주스러운 나의 인생이다. 눈을 뜨면 언제나 나는 아무 것도 기억을 못하는 존재가 된다. 성빈이라는 인 물. 아마도 아버지라고 불렀던 그 미치광이 과학자가 내 머릿속에 강제로 집어 넣은 그 어떤 기억 덕분이겠지. 나는 눈을 뜰 때마다 그가 되고 몇 년이 흐른 후 나의 모든 것을 찾게 된다. 그리고 의미 없는 방황 뒤에 찾아오는 영혼이 갈가리 찢어지는 고통. 내 정신의 붕괴. 그것을 막기 위해서 나는 다시 나를 혼돈 속에 가두어야 한 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반복되는 일상. 큭. 이것이 과연 남들이 부러워하는 인생인 것일까? 영원히 살수 있는 존재? 개나 주라지. 지금이라도 죽을 수만 있다면 당장 한줌의 흙이 되어서 사라지고 싶은 마음뿐이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남겨진 아리스에게 슬픔을 안겨 줄뿐이 다. 아니…. 이제는 루나린도 포함이 되는군. 그녀들은 나에게 쉴 수 있는 안식처를 만들어 주는 존재인 동시에 나를 옮아 매는 족쇄이다. 그녀들이 내 옆에 있는 한은 나는 내 스스로 죽을 수도 없다. 하지만 그녀들을 미워 할 수도 없다. 이것이 모두 운명. 갈아먹어도 시원찮을 신이 나에게 내린 저주스런 운명이고 그녀들에게 내린 빌어먹을 운명이다. 그녀들 역시 나 하나로 인해 쉬지 못하고 영원히 나를 기다리고 잠깐동안의 재회를 기쁨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슬픈 삶을 살아야 한다. 그래….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단 잘못이 있다면 이런 운명을 나에게…. 그 리고 그녀들에게 선사한 신이라는 작자뿐이다. 나는 씁쓸히 웃으며 천천히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세상이란 지옥이고 삶이란 그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내가 중얼거린 말에 로이드와 시드는 나를 바라보았다. 큭. 내가 너무 특이한 말을 했나. 물론 세상은 지옥이기는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