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 신무-神武-전권 - 95편 (95/113)
"언제부터 아리나스가 나 아라크드를 보고 주인님이라고 불렀지? 이거 섭하 네." 나의 말에 훌쩍거리던 아리스의 눈이 커지며 재빨리 고개가 올라갔다. 이슬이 그렁그렁하게 맺힌 얼굴로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멍청히 나를 바라보는 그 모 습이 너무도 귀여웠다. "아리스." 나는 빙긋 웃으며 양팔을 좌우로 펴 보았고 그제야 아리스는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으앙~! 아빠~!!" "그래. 이 녀석아. 난 네가 죽은 줄 알고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아냐?" 내 품에 안겨있는 너무도 연약하고 귀여운 새 한 마리.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을 지어 보였고 그에 비례하여 아리스의 울음소리는 더욱더 커 져만 갔다. 얼마나 나를 그렇게 부르고 싶었을까? 주인님이 아닌 아빠라는 말. 얼마나 참 기 힘들었을까? 나 모르게 얼마나 혼자서 울었을까? 나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루나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가에 맻힌 눈물을 쓸어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 를 지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그래…. 지금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지금은 그저 아리스가 나 의 품에 있다는 것을 기뻐하자. 지금 이 순간만은…. "장인어른!!!!" 하지만 나의 이런 기분은 나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절을 올리는 카르난 녀석 으로 인해 그대로 사라지고야 말았다. 어찌나 황당한 상황이었던지 그렇게 울던 아리스도 멍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 보았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카르난 녀석은 그런 아리스를 보며 꿈을 꾸는 듯 한 표정을 지어 보였고 나는 갑작스럽게 재발하는 두통에 신음을 흘렸다. "아빠? 누구야?" "신경 꺼. 바보니까." "무슨 소리입니까!!!" 나의 말에 발끈하는 카르난이었지만 아리스는 간단하게 녀석을 씹어 버렸다. "우움. 아빠한테 바보라고 불릴 정도면 인간도 아니겠네." 큰 충격을 받았는지 눈이 풀리며 옆으로 몸이 기울어지는 카르난. 너무도 통 쾌했다. 하지만…. 어째 아리스의 말을 들으니 이 녀석이 나까지 바보로 생각 하는 듯한 기분이…. 뭐…. 지금은 기분이 좋고. 오랜만에 만났으니 이런저런 생각하기 싫다. 그냥 웃음을 지으며 아리스의 머리를 쓰다듬는 수밖에는. "역시 아빠도 바보야." …. 넘어가자…. 넘어가. 오늘도 내가 참는다~~! ========================================================================= 출력이 끝났습니다. [Enter]를 누르십시오. Nownuri ─────────────────────────────────── SF SF & FANTASY (#20962/21962) 1/33 ─────────────────────────────────────── 제 목:[천검] 신무(神武) 72.아리스 부활 올린이:천검 (김형준 ) 01/04/25 03:15 읽음:2303 관련자료 없음 ----------------------------------------------------------------------------- 신무(神武) 180. Part 72. 아리스 부활 "아라크드!" 그때 들려 온 루나린의 목소리. 나는 고개를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온 쪽으로 돌렸다. 결계의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그녀였기에 결계가 풀리는 것을 바로 앞에서 보았을 것이고 즉시 나에게 무리가 없는지 이렇게 달려오는 것일 것이 다. ─────────────────────────────────────── 명령어안내(C) 도움말(H) 초기화면(T) 이동(GO,P,A,N,B) 종료(X) 선택> a Nownuri ─────────────────────────────────── SF SF & FANTASY (#20966/21962) 1/49 ─────────────────────────────────────── 제 목:[천검] 신무(神武) 외전 -가족- 올린이:천검 (김형준 ) 01/04/25 07:41 읽음:1989 관련자료 없음 ----------------------------------------------------------------------------- 신무(神武) -외전(外傳)- 가족 "아라크드." "응? 왜?" 세이라인의 부름에 아라크드는 보고있던 책을 내려놓고 커피 잔을 입에 댄 채 로 고개를 돌렸다. 세이라인은 그런 아라크드의 옆으로 다가와 빙긋 웃음을 지 으며 자신의 생각을 아라크드에게 말했다. "우리 애 하나 키워." ─────────────────────────────────────── 명령어안내(C) 도움말(H) 초기화면(T) 이동(GO,P,A,N,B) 종료(X) 선택> pr PRINTER/CAPTURE 가 준비되었습니까(Y/n) ? 『SF & FANTASY (go SF)』 20966번 제 목:[천검] 신무(神武) 외전 -가족- 올린이:천검 (김형준 ) 01/04/25 07:41 읽음:1989 관련자료 없음 ----------------------------------------------------------------------------- 신무(神武) -외전(外傳)- 가족 "아라크드." "응? 왜?" 세이라인의 부름에 아라크드는 보고있던 책을 내려놓고 커피 잔을 입에 댄 채 로 고개를 돌렸다. 세이라인은 그런 아라크드의 옆으로 다가와 빙긋 웃음을 지 으며 자신의 생각을 아라크드에게 말했다. "우리 애 하나 키워." "푸웃!!" 그녀의 말이 상당히 충격이었는지 아라크드는 입으로 밀어 넣던 커피를 그대 로 다시 뿜어내어 버렸고 그것으로도 모자랐는지 식도가 아닌 기도로 넘어 가 버린 커피 액을 게워내기 위해 흡사 각혈이라도 하는 사람처럼 심하게 기침을 해 대었다. 하지만 세이라인은 그런 아라크드를 보면서도 전혀 걱정스러워 하는 표정을 하지 않고 방긋 웃기만 할뿐이었다. "응? 아라크드~! 나도 애 키우고 싶어." "켁켁…. 너. 그거 의미가 대체 뭐냐?" "당연한 것을 왜 물어? 애 하나 만들어 줘~!" 꼭 투정을 부리는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세이라인을 잠시 바라보던 아라크드는 곧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애가 애를 키우겠다고?" "뭐?" 아라크드로서는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린 말이었지만 세이라인의 귀는 그런 소 리까지 놓치지 않았다. 그대로 그녀의 눈가가 치켜 올라가며 목소리가 싸늘해 지자 아라크드는 얼굴에 식은땀을 삐질 흘리며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 아냐. 그래. 애를 가지고 싶다고?" "말 돌리지 말고 방금 한 말 다시 해 봐." "아~! 오늘 날씨 죽인다!" "당신…. 정말!!" "응? 내가 어디까지 읽었더라…." "알았어! 그 좋아하는 소설이나 실컷 읽어!! 바보!!!!" 결국 토라졌는지 빽 소리를 지르며 몸을 돌려버리는 세이라인이었다. 씩씩거 리며 방에서 나가는 그녀를 보며 아라크드는 무슨 말이라도 하려 했지만 곧 고 개를 저어버렸다. 애써 말을 돌리기는 했지만…. 아라크드 역시 마음이 착잡해져 왔다. "아이라…." 솔직히 그도 아이를 가지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치를 못하는 것을 어떻게 하 라는 것인가…. 차원을 넘어 오면서 그들의 육신은 소멸을 해 버렸고 남은 것 은 영혼뿐이다. 아라크드 그나 세이라인이나…. 영혼체에 불과한 그들이 후세를 만들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진 그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일인 것이다. 그것을 세이라인 역시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갑자기 그런 소리를 하는 이유라면…. 아라크드는 씁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 불안한 것인가? 설마 둘의 마음에 금이라도 갈 까봐? 앞으로 얼마의 시간을 살아 갈 지 모르는 둘이다. 어쩌면 영원이라는 시간을…. 그 시간동안 둘 중의 하나의 마음에 변화가 있을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은 비록 서로를 그토록 사랑한다 하지만…. 미래는 모른다. 그렇기 때문 에 그녀는 둘의 사랑의 증거를 남기고 싶어하는 것일 테고…. 그것을 잘 알고있음에도 아무 것도 해 줄 수가 없는 아라크드는 세이라인에게 못내 미안했다. 시선을 책으로 돌렸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 올 턱이 없었다. 아라크드는 한숨을 내쉬며 책을 덮어 버렸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으며 고 기를 뒤로 젖힌 그는 천천히 눈을 내리 감았다. "영원이라는 시간이라…." 씁쓸하다. 원해서 얻은 힘이 아니다. 뭐…. 과거의 진시황이라는 작자는 이 힘을 얻기 위해서 그 노력을 해 대고 개 난리를 떨어 댔다고 하지만…. 그는 그런 힘을 원하였고 야망을 가지고 있었다지만 아라크드로서는 그다지 야망이 라는 것도 없고 이런 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도 않다. 그가 원하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와 죽을 때까지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것. 그것뿐이었다. 영원히 산다는 것. 그에게 있어서는 두려웠다. 아무리 현재 아라크드 자신과 세이라인이 서로 사랑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이 될지는 알지 못한다. 그라 하더라도 미래를 볼 수는 없는 일 이고 미래에 그녀와의 사이가 틀어질 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는 현재 그것이 두려웠다. "젠장…." 결국 불안을 떨쳐 버리기 위해 아라크드는 벌떡 몸을 일으켰고 그대로 방금 전 세이라인이 나갔던 문으로 걸음을 옮겼다. 거실로 나온 아라크드는 우선 세이라인을 찾았다. 처음에는 밖으로 나간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지만 곧 주방 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지자 몸을 그쪽으로 돌렸다. 주방에 들어서서 아라크드는 커다란 그릇과 주걱을 이용하여 열심히 밥을 먹 고있는 세이라인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려 버렸다. "뭐야?" "너. 그러다 살찐다." "남이사 살이 찌던 말던.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토라져도 단단히 토라졌나보다. 아라크드는 씁쓸히 웃으며 그런 샤이나르에게 다가가 주걱을 뺏어 들었다. "내 놔!" "나도 좀 먹자." "당신이 알아서 차려 먹어!" "음. 나는 이쪽을 먹고 싶은데…." "흥!" 그녀는 그대로 들고있던 그릇을 아라크드에게 던지듯이 넘기며 몸을 일으켰 다. "실컷 드셔." "어라. 같이 먹자." "됐어."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세이라인이었다. 아라크드는 주걱을 그릇으로 던 지며 급히 세이라인의 손을 잡았고 그녀는 아라크드의 손을 뿌리치려했지만 그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놔!" "우리 귀염둥이가 왜 이리 토라졌나." "누가 당신의 귀염둥이야!!" 빽 소리를 지르는 세이라인을 보며 아라크드는 말없이 웃음을 머금었다. 그의 온화한 눈동자를 보며 세이라인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버렸다. "그런 눈 한다고…." "입가에 밥풀이나 떼라. 아! 이빨에는 고춧가루까지 끼었다." 아라크드의 말에 세이라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져 버렸다. 재빨리 잡혀있 지 않은 오른손으로 입 주위를 닦아 낸 그녀는 자신의 얼굴에 아무 것도 묻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또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했는지 얼굴이 싸늘해졌 다. "당신…. 정말!!!" 하지만 아라크드는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아 버렸다. 졸지에 그의 품으로 빨려 들어가 버린 세이라인은 처음에는 몸을 비틀며 벗어나기 위해서 노력을 했지만 아라크드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리자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다. "우리…. 그냥 죽어 버릴까?" "아라크드." "그렇게 걱정된다면…. 지금 사라져 버리자. 힘들겠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가능할거야." "그. 그만해." 그녀의 목소리가 약간 울먹이기 시작했다. 아라크드의 가슴을 밀어내며 떨어 지려는 세이라인의 행동을 아라크드는 이번에는 막지 않았다. 팔에 주던 힘을 풀어버린 아라크드는 뒤로 물러서는 세이라인을 슬픈 얼굴로 바라보았다. "미안해. 아라크드."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아라크드는 손을 뻗어 그녀의 눈가를 닦아주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같이 산책이나 하고 올까? 이번에는 조금 멀리 가 보자. 북대륙이나 서대륙 으로 가서 인간들이 사는 모습을 보며…. 조금 바람이나 쐬고 오자." "응…." "그래. 이것저것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자. 지금은 같이 있잖아. 그리고 서로 기대고 있잖아. 벌써부터 서로 헤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말자. 미래에 어떻게 될 지는 모르잖아. 헤어지지 않을 수도 있잖아. 영원히 이렇게…. 이렇게 살아 간다면 좋잖아. 응? 세이라인. 그만 울고 웃어봐." "응."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활짝 웃음꽃을 피워 보였다. 아라크드는 그런 그녀 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어 주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그럼 준비하자. 그래 어디로 갈까?" "북대륙." 살랑거리며 불어 온 실바람이 아라크드의 머리카락을 휘감으며 지나갔다. 길 의 좌우에는 황금빛으로 물든 대지가 드넓게 펼쳐졌고 그곳에서 일을 하던 사 람들은 우연히 아라크드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시선을 떼지 못하고 멍청한 얼 굴로 바라볼 뿐이었다. 물론 그것이 자신이 잘 생겨서가 아니라 자신이 입고있는 의복이 상당히 고급 스러운 옷이라는 이유와 옆에서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자고있는 세이라인의 미 모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아라크드는 피식 웃으며 세이라인을 바라보았다. 불규칙적으로 위아래로 움직이게 만드는 마차의 덜컹거림 속에서도 색색거리 며 자고있는 그녀가 너무도 아름다웠다. 간간이 불어온 바람은 그녀의 짙은 흑 색의 머리카락에 율동을 만들어 주었다. 아라크드는 그녀를 보며 그녀와 처음 만났던 때를 생각했다. 세이라인…. 그녀는 아라크드가 세상에 태어나서 두 번째로 본 사람이었고 처 음으로 본 이성이었다. 자신에 대한 자각이라는 것을 한 순간. 자신의 주위에 대해 자각을 하는 순간 그의 옆에 있는 존재라고는 자신이 한때 아버지라 불렀던 피도 석이지 않은 늙 은 과학자 하나였다. 자신이 그의 실험체라는 것을 훗날 알았지만…. 그 당시에 그에게 있어 그 늙은 과학자는 자신의 단 하나뿐인 보호자였고 마 음의 안식처였다. 어두운 실험실에서…. 하루종일 시험관 안에서 멍청히 앉아만 있던 자신이었 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책들과 여러 가지 실험 재료들. 그런 곳에서 아라크드는 태어나서 자라왔고 자신이 부모라고 생각했던 늙은 과학자에게는 언제나 같은 질문만을 받으며 커 왔다.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을 하느냐?' 그 당시에는 대체 왜 그가 그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물론 지금은 그 이유를 알고 있지만…. 아라크드. 그는 그 과학자가 해저 깊은 곳에서 냉동 된 채 발견한 한 구의 수 천년 전의 시체의 유전자를 이용하여 다시 재생시킨 존재였다. 자신의 모체가 된 그가 어떤 존재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그 과학자는 자신을 만들어 낸 후 에 그 시체의 뇌파를 자신에게 주입시키기까지 했고 무엇인가를 알아내기 위해 서 부단히도 노력을 해 댔었다. 뭐…. 어차피 결국은 그 시체의 기억을 공유 할 수는 없었지만…. 그 과학자 는 끝까지 포기를 못하고 아라크드를 이용했었다. 원망을 해야 할까?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어찌 되었던 그 덕분에 자신 이 세사에 태어나게 되었고…. 또 세이라인을 만나게 되었으니…. 그녀를 만남으로서 아무생각 없이 그 과학자의 뜻에 따라 움직이기만 하던 아 라크드는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기를 희망했다. 처음 그녀를 보았을 때의 느낌. 그 느낌을 아직도 그는 잊지 못하고 있었다. 온 몸이 관통 당하는 느낌. 무엇인가 아주 애절한 느낌. 자신이 잊고있는 그 무엇인가를 다시 찾은 듯한 느낌. 대체 그 느낌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아라크드는 세이라인의 밝은 얼굴과 그 환한 미소를 보고 감정이라는 것에 눈 을 떴다. 같이 있고 싶다. 그녀의 옆에 있고 싶다. 처음에는 이런 생각들뿐이었다. 그에 따라 그저 인형에 불과했던 그는 눈을 떴다. 그에게 감정이라는 것이 생기자 처음에 당황하던 늙은 과학자도 곧 무슨 생각 에서인지 그를 시험관에서 나오게 하였고 그를 보통 아이들과 같이 학교라는 곳에도 보내었다. 물론 그때 그 과학자는 그저 실험을 위해서였지만…. 아라크드는 그것으로 좋 았다. 처음으로 실험실을 벗어나서 그의 앞에 펼쳐진 세상은 그에게 놀라움만 을 가져다주었다. 너무도 복잡해지는 머리. 그 시험관 밖의 세계에 적응을 하려하는 아라크드를 가장 많이 도와 준 것은 역시 세이라인이었다. 어떻게 본다면 그녀는 아라크드에게 있어 어머니였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알려 주었으니….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도…. 아라크드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세이라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그래…. 처음부터 그녀를 사랑하였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 그리고…. 그것 은 앞으로도 영원토록 변함이 없을 진실이 될 것이다. "고마웠습니다." "무슨. 어차피 가는 길이었는데." 인자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노인을 보며 아라크드는 미소를 지으며 다 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세이라인 역시 아라크드와 같이 고개를 숙이며 입을 열었다.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편하게 왔어요." "입가에 마른침이나 닦…. 윽!" 장난말로 하던 아라크드의 옆구리에 세이라인의 날카로운 손톱이 박혀 들어갔 다. 고통에 신음을 흘리며 몸부림을 치는 아라크드를 보며 세이라인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둘의 그런 모습이 보기 좋았는지 노인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허허허. 아름다운 색시가 손이 상당히 거칠구먼. 그래도 남편인데." "남편이 아니라 완전히 장난꾸러기 애라니 까요." "그런 누구는 주먹이 무기 자체인 폭력녀 아냐?" "말 다했어?" 물론 다 못했지. 하지만 옆구리에 다시금 박혀드는 세이라인의 손톱에 아라크 드는 뒷말을 잊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을 쳤다. 씩씩거리며 다시 손톱을 세우는 세이라인을 보며 크게 웃음을 터트린 노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이가 좋은 모습이 참 보기 좋군. 그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게나. 애도 많이 낳고." 방긋 웃어 보이던 세이라인은 노인의 마지막 말에 그대로 얼굴에 그늘이 드리 워졌다. 하지만 그것을 못 알아챈 노인은 둘에게 이별을 고하고 마차를 끌고 가 버렸고 아라크드는 조금 침울한 얼굴로 한숨을 쉬는 세이라인의 어깨 위로 손을 올렸다. "가자. 숙소부터 잡아야지." "으응…." 어떻게 또 위로를 해 줘야 하나? 뭐 그냥 놔두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있는 아라크드였다. 그럼에도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그녀를 가볍게 안아주어 마음을 편하게 해 준 아라크드였다. 그의 배려에 어느 정도 마음이 풀렸는지 세이라인은 생긋 웃으며 아라크드의 가슴에 머리를 기대었다. "저기. 아라크드?" "응? 왜?" "역시 나 애 키우고 싶어." "…." 이런 말에는 어떻게 대답을 해 주어야 하는지 난감한 아라크드였다. 그것을 세이라인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아라크드의 약간 굳은 얼굴을 보며 웃 으며 입을 열었다. "꼭 우리의 아이가 아니라도 좋아." 그녀의 말에 약간 놀란 아라크드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세이라인은 방긋 웃으며 그의 몸에 머리를 기대어 올뿐이었다. "우리 둘의 아이가 아니라…." 아라크드는 조용히 그녀가 한 말의 의미를 곱씹어보며 입맛을 다셨다. 세이라인은 시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곳의 활기찬 분위기에 휩쓸려 연신 입 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몇몇 사내들이 눈길 을 주기도 했지만 그녀는 그쪽으로 관심도 주지 않았다. 이미 사랑해마지 않는 남편이 버젓이 있는데 다른 남자가 눈에 차겠는가? 세이라인을 음흉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내들이었지만 그녀에게는 이곳 인간들 에게 없는 어떤 귀족적인 느낌이 풍겨왔고 더군다나 그녀의 옆에 있는 아라크 드의 의복이나 기질 또한 범접하지 못할 카리스마가 풍겼기에 쉽사리 덤벼 들 수는 없었다. 아라크드와 세이라인의 모습은 척 보더라도 상당히 높은 신분을 지닌 존재들 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그런 높은 신분의 사람들이 왜 이런 천민들의 시장바닥에 놀러와서 구경 을 하며 돌아다니는지 이상하다는 얼굴로 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직접 와서 묻는 멍청이는 없었다. "아라크드! 저기에 가보자." 갈곳을 정하는 이는 세이라인이었고 아라크드는 끌려가는 입장이었다. 이번에 세이라인이 흥미를 가진 곳은 사람들이 몰려있는 광장에서였다. 아라크드가 힐끔 보니 원형일 이루며 몰려있는 사람들은 중앙에 위치한 단상 에 있는 사내를 보고 있었다. "자! 이제 하이라이트입니다! 이번에 나올 아이는 상당히 고가품입니다!" 대충 들어보니 아마도 노예상인이 아닌가 싶었다. 사람을 사고 파는 일에 약 간 불쾌감을 가지고 있는 아라크드였지만 세이라인이 꼭 가고싶다 하니 어쩌겠 는가?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가 이끄는 대로 따라가는 수밖에는 없 었다. "죄송해요. 좀 들어갈게요." 몰려있는 사람들을 헤치며 세이라인이 돌격해 들어갔다. 그녀의 무식한 행보 에 사람들은 불쾌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지만 그것은 세이라인의 얼굴을 보기 전의 일이고 그녀의 얼굴에 시선이 닿자마자 그대로 헛기침을 하며 길을 비켜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