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판타지 - 신무-神武-전권 - 89편 (89/113)

2026-09-22 08:49:26 조회 32
다만 그녀가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은 저쪽에 서있는 카르난 때문일 것이다. 좋건 싫건 간에 노숙은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다. 쉬는 것이라 하지만 차가 운 바닥에서 그냥 누워 자는 것은 인간의 몸에 이것저것 무리를 줄 수가 있기 때문이다. 나는 별 수 없이 그 청년에게 다른 방법은 없냐는 듯이 조금 난감해 하는 눈 빛을 보냈고 청년은 루나린을 힐끔 바라보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촌장님 댁으로 가셔 보시죠. 그분 댁이라면 방이 몇 개 비워 있을 것입니다." "아. 네 고마워요. 그런데 촌장님 댁에 어디죠?" "이쪽 길로 쭉 따라가 보시면 가장 끝에 대나무로 둘러싸인 집이 있을 겁니 다. 바로 거기가 촌장님 댁입죠." 그 청년의 친절한 설명에 루나린은 방긋 웃으며 고개를 숙여 보였고 그 역시 잘 익은 홍시처럼 얼굴이 시뻘개지며 루나린을 향해 마주 고개를 꾸벅였다. 하긴…. 루나린이 풍기는 기품이 보통이냐? 어떨 때는 공주님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접근하기 힘든 범상치 않는 기품까지 풍겨 대는데. 저 녀석이 저렇게 굽신거리는 이유도 충분하지.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루나린이 나의 팔에 팔짱을 끼며 나를 잡아 끌었다. "가요. 카르난님도 어서요." "으응." "네네." 나와 카르난은 동시에 약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루나린이 가는 방향으로 걸음 을 내딛어야 했다. 뭐가 저리 즐거운 거야? 흠…. 모르겠네. 그 청년의 말대로 길을 따라 5분 정도 걷자 하나의 자그마한 언덕이 나타났고 그 위로 올라가자 곧 녹색의 쭉쭉 뻗은 대나무에 둘러 싸여있는 꼭 한 폭의 그 림 같아 보이는 집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2층으로 만들어진 그 집은 뒤쪽에 펼쳐져 있는 대나무 숲과 조화를 이루어 참 으로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해 내고 있었다. "아름다워요." 루나린의 가벼운 감탄사를 들으며 나는 그 집으로가 문을 두드렸다. '탕탕' 하는 소리가 두 번 정도 울리고 몇 초 정도를 기다리자 문이 열리며 50대 중반 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모습을 드러냈다. "뉘시오?" "지나가는 여행자인데 하룻밤 정도 신세를 질까 하고 찾아 왔습니다." 내 말에 그 노인은 나와 내 뒤쪽의 카르난과 루나린을 한번씩 힐끔 바라보더 니 곧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오시오." 허락이 떨어지자 나는 안으로 발을 내밀었고 곧 단아하게 꾸며진 집안의 풍경 을 감상할 수 있었다. 북대륙이나 서대륙과 다르게 집안에서는 신을 벗고 생활을 하는 동대륙의 풍 습 덕으로 나는 현관에서 신고있던 신을 벗었다. 맨발로 집안을 걸어보는 것이 얼마만 인가? 나는 이상한 즐거움을 느끼며 집 안 곳곳을 살펴보았다. 앞쪽 끝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었고 그 약간 오른쪽에는 누가 그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 상당히 잘 그린 듯이 보이는 산수화 하나가 웅장함을 뽐내며 매달려 있었다. 왼쪽에는 주방으로 향하는 듯한 문이 하나 있었고 반대편인 오른쪽에는 창문 과 함께 네 다섯 명 정도가 앉을 수 있는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었다. 중앙에는 아이들이 실컷 뒹굴라는 듯이 커다란 원형의 카펫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 외에는 사방의 벽 쪽에 가지가지의 골동품처럼 보이는 것들이 놓여있었 기에 나는 관심을 가지며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았다. 그때 카르난 녀석도 집으로 들어와 내 옆에 서서 이곳저곳을 힐끔거리며 보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루나린만은 현관에 서서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 고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왜 그래?" "저기…. 그게." 그렇게 말하며 그녀가 가리킨 부분은 자신의 신발부분이었다. 그제야 나는 그 녀가 그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알 수가 있었다. 요컨대 현재의 그녀는 자신이 입고있는 의복이나 신발 등을 자신의 의지대로 그렇게 보이도록 형성을 시킨 것뿐이다. 그런 것이니 만큼 그녀가 이 집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그 신발의 모습을 사라지게 해야 하는데 그랬다가는 또 약 간의 문제가 생긴다. 그녀의 신이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촌장이나 이 집사람들은 어떤 일에서든 약간 이상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물론 나야 그렇게 문제가 될 일은 없지만 이미 한번 귀신이라고 불려진 그녀 로서는 다시는 그렇게 불리며 사람들에게 공포를 주는 존재가 되고 싶지 않겠 지. 그 당시에도 그녀는 의연한 것처럼 행동을 했지만 아마도 상당히 심적으로 충 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는 웃으며 샤이닝을 이용하여 그녀의 바로 옆에 신발을 하나 만들어 내었고 루나린은 그제야 방긋 웃으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발은 어느새 아무 것도 신지 않은 맨발로 변해 있었다. 흠. 이거 따지고 보면 지금 루나린은 발가벗고 있다는 것이 되는 건가? 이렇 게 생각을 하자 갑자기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무슨 할 말 있어요?"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나는 오른손을 들었고 그것을 그대로 그녀 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뭉클한 기분 좋은 느낌이 나의 손을 타고 온 몸을 엄습했다. 졸지에 기습을 당한 루나린은 한동안 멍청히 내 손을 내려보다 곧 정신을 차 리며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서며 두 손을 들어 가슴 부위를 막아 보였다. "가. 갑자기 뭐예요?" "하하. 그냥." 나는 어설프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어 보였고 루나린은 그런 나를 새초롬한 눈 으로 노려보았다. "장난꾸러기." 하지만 금새 입가에 미소를 매다는 것을 보니 그렇게 화가 난 것 같지는 않아 보였다. 나는 방금 루나린의 가슴에 대었던 손을 쥐었다 폈다 해 보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벗고있는 것은 아니네. 그래도 옷이라도 한 벌 만들어 줘야겠네…. "이제 됐어요. 돌아봐도 돼요." 루나린의 목소리에 나는 그 동안 하품을 하며 둘러보던 마을의 전경에서 눈을 떼며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곧 나의 눈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루나린이 양 팔을 벌리고 나를 보며 방긋 웃고 있는 것이 비쳤다. 나는 검지 손가락을 세워 보였고 루나린은 활짝 웃음을 피웠다. 그 모습이 너 무도 예뻐 보여 당장이라도 껴안고 침대로 쓰러져 버리고 싶은 기분을 자제하 며 나는 루나린을 바라보았다. 장장 네 번의 시행착오가 있기는 했지만 결국은 그런 대로 이번에는 별 이상 한 점을 찾지 못했다. 남자용 한복이라면 평소에 많이 입어보는 터라 뭐가 이 상한지 금새 찾아 볼 수가 있을 것이지만 여자들이 한복을 입는 모습은 명절 때 누나가 입는 것과 TV에서 몇 번 본 것을 제외하고 문외한이니. 게다가 TV에 서 입는 법을 본 적은 한번도 없고 누나가 입을 때도 구경을 하다가 여자가 옷 갈아입는 것 훔쳐본다고 몰매 맞기가 십상이었던지라…. 나로서는 현재 루나린에게 나의 단편적인 지식만을 이용하여 한복을 만들어 입혔고 보기에도 나쁘지 않으니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을 하였다. "불편하지는 않아?" "그렇게 까지는…. 그런데 이게 무슨 천이에요?" "비단. 예쁘지?" "후훗. 네." 웃으며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 보는 루나린이 꼭 새 옷을 선물 받고 입어보고 는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어린아이 같아 귀엽게만 보였다. 나는 잠시 그런 루나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다가 다시 시선을 창 밖으로 돌 렸다. 그와 함께 나의 입가에 매달려 있던 미소는 점차 사라져 갔다. 무표정으 로 변한 나는 마을 안에 흐르는 심상치 않은 공기를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 처음에야 그냥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이 마을에는 이 상하게 어두운 기운이 흐르고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 모두다 무엇인가 공포 에 질려있는 듯 보였고 이곳의 촌장 역시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았다. 역시 뭔가 있는 건가? 뭐 그렇다고 내가 끼어 들만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나 로서는 제발 내가 이곳을 떠나기 전에 일을 터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괜스레 귀찮게 이런 저런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재수 없이 일이 터진다면 나로서는 그러고 싶지 않음에도 착한 루나린이 나를 설득하게 될 것이고 나는 당장 그녀의 뜻에 따라 고개를 끄덕일 것이니까. "무슨 생각해요?" 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루나린이 나의 옆자리에 앉으며 물었다. 나는 굳어있던 표정을 풀며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리면서 빙긋 웃음을 머금었 다. "그냥 이런 저런 생각." "앞으로의 일 걱정돼요?" 앞으로의 일이라…. 걱정이 안 될 턱이 없지. 아무리 그들 개개인의 힘이 나 보다 약하다 하지만 그들은 열이다. 아니 베르시레온까지 더하면 열 하나인가? 어쨌든 그들 하나 하나가 나의 영혼에 충격을 줄 실력을 가진 존재이고 특히 화신과 광마를 가진 베르시레온 같은 경우는 나의 영혼을 소멸시켜 버릴 수 있 는 힘을 가진 존재이다. 그들과의 싸움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을 잘 알기에…. 나는 한을 되 찾으려 하는 것이고. 하지만 그 한의 봉인이 너무 심각하게 되어 있으니 문제 지…. 오죽하면 그 봉인을 혼돈이 잠자고 있는 어둠 속의 빛이라고 불렀겠는 가? 물론 그때는 한의 힘과 그 안에 보관시켜 놓은 다크스타를 봉인하기 위해 서 어쩔 수 없이 한 행동이라 치지만…. 지금 생각 해 보니 너무 심하게 봉인 을 시켜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헤유. 내가 이렇게 될 지 알았냐? 지금 와서 한숨 쉬어 봤자 뭐 어쩌겠는가? 그냥 있는 힘껏 그 봉인들 다 때려 부셔 버리면 되겠지. 조금 시간이야 걸리겠 지만 그렇게 어려울 것도 없고. 샤이닝까지 있는데 못할 것도 없다. 앞날이야 닥친 그때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저렇게 생각을 해 보았자 미래가 나의 생각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미래가 나의 뜻대로 움직인다면 대체 세상을 살아가는데 어떤 재미가 있을까? 지금도 걱정이 되기는 하지만 바꿔서 말을 해 본다면 흥분이 된다고도 말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지며 나는 루나린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자자." 그녀의 다리에 머리를 대며 내가 말하자 루나린은 빙긋 웃으며 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잠시 후 나의 코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한 낮이에요." "자자." "쿡. 하여간." 으갸갸갸갸~! 졸려. 잠이나 자자고. 쳇. 쳇.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설마 했는데 역시나 하루라도 조용히 쉬게 만 들어 주지를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아직 루나린이 깨어나지 않았다는 것 이지. 그랬다가는 꼼짝없이 귀찮은 일에 말려들 것이 분명했다. 나는 색색거리며 자고있는 루나린이 깨지 않게 조심하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 다. 그리고는 몸을 벌벌 떨며 주저앉아있는 이 집의 주인 할아버지를 향해 고 개를 돌렸다. 방금 전 나의 머리를 깨부술 듯이 호선을 그리던 몽둥이 하나는 이미 그 위엄 에 찬(?) 모습과 전혀 어울리는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그와 나 사이의 공간에 누워서 자고있었다. 조금 궁금한 사항이 몇 가지 있기는 했지만 나는 되도록 일을 빨리 끝을 내고 다시 쉬고싶을 뿐이었다. 그런 이유 덕분으로 나는 중간과정은 모조리 생략을 하고 즉각 작업으로 들어갔다. 끈끈한 붉은 액체가 튄다면 치우기가 상당히 난해하고 다음날 루나린에게 의 심을 받을 염려가 있기 때문에 일은 주먹으로만 끝을 내야만 했다. 그렇다고 어려울 것은 없다. 조금 전의 일격으로 보건대 상대는 평범한 인간 의 늙은 할아버지이다. 끝장을 보는 것은 손가락 하나로도 어렵지 않은 일이 다. 나는 그대로 몸을 날려 그 영감의 목을 잡으며 벽 쪽으로 밀어 붙였다. 나로 서는 비명을 내질러 시끄러운 소리를 터트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한 행동이 었지만 그것에 더해서 노인의 호흡까지 불가능하게 만들어졌는지 그 영감은 얼 굴이 점점 시퍼래져 가며 죽음의 문턱을 향해 기어가고 있었다. 살기 위해 이리저리 몸부림을 쳐보는 모습이 어떻게 보면 애처롭게 보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나약한 인간의 늙은이가 나의 손아귀에서 나의 손아귀에서 벗 어 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나는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머금으며 노인장의 풀려 가는 눈동자를 마주보았 다. "마을의 촌장이란 직업 말고도 인신매매를 부업으로 삼고 있는 모양이군. 뭐 내가 그쪽의 직업을 가지고 이래저래 말 할 입장은 못 되지만…. 지금의 상황 은 조금 예외지?" "크윽…." "하고싶은 말이 조금 많기는 하지만 지금은 졸리니 이 정도로 끝을 내지. 그 럼 잘 가게나. 아프지 않게 단번에 끝을 내 줄 테니 그렇게 겁먹지는 마라고." 이런 말은 자고로 목소리를 낮추며 해야 상대에게 더 잘 먹혀들어 가는 것이 다. 하물며 지금은 루나린이 깨지 않게 하기 위해 나의 목소리는 점점 낮아져 가기만 했고 그것은 이 인신매매 노인장에게 더욱더 큰 공포감으로 다가갔을 것이다. 나는 공포로 얼굴이 일그러지며 금방이라도 심장마비로 내가 힘을 쓸 필요도 없이 자진해서 저 세상으로 갈 것 같은 노인네의 목을 잡고있던 손에 약간씩 힘을 주기 시작했다. 늙어서 말라비틀어져 있는 노인의 목에 점점 푸른색의 핏줄이 튀어나오는 것 을 보는 것이 그렇게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그럼 잘 가시게나…. 응?!!" 쾅!! 하지만 그 순간 이 노인이 고양이 걸음으로 들어왔던 문이 시원스럽게 산산조 각이 나며 그들의 파편을 가로지르며 섬광 한줄기가 나를 향해 뻗어왔다. 제법 매서운 기를 뿌리는 쾌검에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벽 쪽으로 밀치고 있 던 노인네를 그 검의 진로 앞으로 이동을 시켰다. 대충 이 노인의 동료로 생각 하며 한 행동이었는데 나의 생각이 맞았는지 금방이라도 노인을 꿰뚫을 것만 같던 검은 그대로 노인 바로 앞에서 멈춰서 졌고 노인은 기절을 해 버렸는지 그대로 몸이 축 늘어져 버렸다. 다행이 오줌이나 안 갈긴 것이 다행이지…. 나는 혀를 차며 손을 펴 보였고 그 노인은 그대로 바닥으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져 내렸다. 손목을 두어 번 꺾어 보인 나는 두 번째 침입자를 보며 한숨을 내 쉬었다. "뭐야? 너도 한패였냐?" 녀석은 카르난이었다. 나의 한패라는 말에 녀석의 얼굴에는 금새 어리둥절한 표정이 흘러 지나갔고 그 모습이 약간 이상하기는 했지만 나는 곧 고개를 휘휘 저어 버리고는 입맛을 다셨다. 조용히 끝을 내려고 했는데. 이 녀석이 나의 앞의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들며 그 소란을 피워버렸으니…. "무슨… 일이죠?" 루나린이 깨어나 버렸잖아! 젠장…. 혼자말로 약간 상스러운 말을 내 뱉은 나는 즉시 루나린을 향해 몸을 돌렸다. 카르난 쪽을 향해 있을 때 맥빠짐과 짜증의 혼합의 얼굴이 루나린으로 향하며 점점 미소로 바뀌어 갔음을 말하지 않아도 다들 잘 알 것이다. "별일 아냐." "상황은 그렇지 않네요." 나의 말에 루나린이 빙긋 웃으며 되받아 쳤다. 이거 설마 화 난 것은 아니겠 지? 하긴 내가 별일 아니라고 말을 한 것과 내 주위의 상황은 너무도 매치가 되지 않았다. 한 노인네가 거품을 물고 기절해 있고 문은 가루가 되어있으며 옆방에 있을 카르난이라는 작자가 검을 들고 내 목을 겨누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별일 아냐'라고 말한 놈도 이상하거니와 그 말을 듣고 '아 그래요? 그럼 저는 잘게요'라고 말을 할 루나린도 아닌 것이다. 거기다…. "할아버지!" "할아버지…. 흐윽." 등장인물이 하나… 가 아니라 둘이 더 늘어버렸다. 이번 등장인물은 약 19세 에서 20세 정도 되어 보이는 갈색 머리카락의 조금은 순해 보이는 소녀와 그보 다 세네 살 어려 보이는 갈색 머리카락의 소년이었다. 아마도 저 노인네의 손녀, 손자였는지 기절해 있는 노인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질질 짜대기 시작했다. 잠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괜히 짜증이 나 몸을 돌려 침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지만 그런 나를 카르난이 막아섰다. "상황을 설명해 주시죠." "뭘?" "저 노인을 죽이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녀석의 말에 루나린의 표정이 굳어졌다. 젠장. 진짜 귀찮아 죽겠네. 이봐요 루나린. 설마 오해를 하지는 않겠죠? 저는 결백하다고요. 쩝. 이렇게 혼자 중 얼거려봤자 변명도 되지 않나? 역시 변명을 하려면 입을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느끼며 나는 카르난을 돌아보 았다. "칫. 그것 전에 저 노인네가 몽둥이를 들고 도둑고양이처럼 숨어들어 나를 덮 친 것을 먼저 따져야 하는 것 아니냐?" "에? 그 말이 사실입니까?" "너. 바보냐? 여기가 누구 방이냐?" 나의 말에 녀석은 그제야 아! 하며 감탄사를 터트리고는 손바닥을 탁 쳤다. 나는 역시 저 녀석은 저능아라는 것을 통감하며 루나린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나를 보며 한숨을 작게 내쉬더니 곧 시선을 울고있는 두 남매에게로 돌렸다.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아요." 그거야 당연히 그러겠지. 하지만 세상에 핑계 없는 무덤이 있을까? 저들이 어떤 사정이 있건 간에 나에게는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혹 누군가가 시킨 일이라 할 지라도. 내가 그런 뒤쪽 사정까지 일일이 챙기며 그들을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생각이고 루나린의 생각이 나와 다르다는게 문제이지. 조심스럽게 두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들을 달래는 루나린을 보고있자니 괜스레 한숨이 터져 나왔다. "괜찮아요. 잠시 기절하신 것뿐이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흑흑. 죄송해요." 대체 뭐가 죄송하다는 것일까? 루나린도 약간 어리둥절한 얼굴을 해 보였지만 소녀는 울면서 연신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루나린은 그런 그녀를 미소를 지어 보이며 안심을 시켰다. "괜찮아요. 그런데 둘 이름이 어떻게 되죠?" "저는 피리엔, 제 동생은 파시우라고 해요." "후훗. 좋은 이름이네요." 루나린의 애 달래기 능력은 탁월함이 있는지 -아마 그녀의 부드러운 미소 때 문일 것이다. 나도 그 미소만 보면 마음이 차분해 지는데 다른 사람도 그렇겠 지- 두 소년, 소녀는 점차 눈물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했고 얼마 후에는 상당히 안정된 목소리로 자신의 할아버지가 그런 일을 벌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 다. "죄송해요. 다 저 때문이에요." "무슨… 소리죠?" "그게…. 한달 전쯤에 저희 마을 위쪽에 산에 한 마리의 괴물이 나타났어요. 마을의 어른들이 그 괴물은 주로 북대륙에 있다는 드래곤이라고 했어요." 응? 드래곤이라고? 아! 맞아. 이 동대륙에는 드래곤이 별로 오지 않지. 또 온 다고 하더라도 조용히 쉬러 오는 것이 대부분이고. 언제나 조용한 것을 좋아하 는 신룡족만이 느긋하게 휴식이나 취할 생각으로 이곳으로 올 뿐 그다지 사건 도 없고 조용하기만 하는 이런 동대륙으로 오기보다 그것보다 사람도 많고 일 도 많은 북대륙이나 서대륙으로 드래곤들이 놀러 나가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덕분에 이 동대륙에는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고 설혹 있 다해도 전설에만 가끔씩 등장하는 신룡이 대부분이다. 잠자는 일이 아니면 돌아다니면서 사고 피우기 좋아하는 다른 드래곤과 다르 게 신룡은 그저 조용히 낮잠이나 자는 것을 태어난 낙으로 생각하는 작자들이 니까. 어쨌든 저 아이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 드래곤이 왔다는 말인데…. 어떤 녀석 인지 참으로 특이한 녀석이네. 동대륙에 와서 신룡이라 불리고 싶었나? 에? 그런데 그 녀석이 온 것이랑 내가 밤에 저 노인네에게 습격을 당한 것이 랑 무슨 상관이지? 뭐…. 더 들어보면 되겠지. 이제 겨우 서두를 말했을 뿐인데 그 결말을 이해 할 수가 있다면 말도 안되지. 고딩 때 교과서 받아서 서문만 읽고 그 교과서 내용 몽땅 이해 할 수 있냐? 당연히 없다. "그 드래곤은 자신의 이름을 지오시온이라 했어요. 그러며 첫날부터 입김으로 산 하나를 날려 버리고는…." 대충 말을 들어보니 그 드래곤 녀석이 이곳에 터를 잡고 마을 사람들을 차츰 협박, 공갈, 갈취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마을 젊은 청년들이 불만을 토하기는 처음부터 브레스로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기선을 제압한 그 드래곤에 게 누구하나 대들 수 있는 존재는 없었고 마을을 버리고 도망을 가려고 해도 어찌된 일인지 요 근래 근처에 이상한 몬스터들이 생기면서 그것도 용이하지가 않는다나? 어쨌든 그런 막돼먹은 드래곤의 협박, 공갈, 갈취를 견뎌내며 한 달간은 잘 견뎌왔는데…. 그제 드디어 드래곤이 충격적인 선고를 내렸다는 것이다. 예쁘고 몸매 쭉쭉 빠진 여자 20명을 골라 받치라는…. 잡아먹으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용도로 -뭔지 다 알면서 묻지 마라- 쓸 려는 것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그것 때문에 마을의 모든 젊은 처녀들이 졸지 에 드래곤에게 헌납되게 생겼고 그곳에는 촌장의 손녀인 저 소녀까지 포함이 되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오늘 나와 루나린이 방문을 했고 자신의 손녀를 그런 괴물에게 넘 길 수 없다고 생각한 촌장 늙은이가 이런 짓을 벌였다니…. 에구. 기가 찬다. 물론 상대가 드래곤이니 이들 인간이 상대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을 납치할 생각까지 하다니…. 이거 절벽에 매달려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 다리 잡아 아래로 던져버리고 자신만 올 라가는 심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