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신객 - 10편 (10/36)

2026-09-22 08:27:13 조회 32
쿵---! "주육타불……, 도깨비 놀음이로군……." 얼음의 정령이라는 기이한 빛들은 이내 사라졌다. 이어, 두 사람이 통로의 한 모퉁이를 돌았을 때 이번에는 한소리 냉랭한 목소리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두 사람은 잠시 걸음을 멈추라." 말뿐 아무도 없다. 주육대사는 주위를 다급히 둘러보다가 두 눈을 부릅뜨고 말았다. 통로의 좌측 역시 얼음으로 이루어진 그 속엔 일신에 백의를 걸친 노파 하나가 화석처럼 박혀 있었던 것이다. 말은 그곳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노신은 수궁빙모(水宮氷모) 자태랑이란 사람, 두 사람은 출신을 대라." 화석이 말을 하다니, 얼떨떨한 주육대사를 대신하여 화상성니가 황망히 앞으로 나섰다. "빈니는 환상이란 법호를 지녔으며 숭산 소림 출신입니다. 이분은 빈니의 사형으로서 주육이란 법호를 지녔지요." " 소림 이라면 명문이다. 두 사람은 무슨 일로 왔는가?" 환상성니는 무류흔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의 병세가 심히 중하여 이곳 궁주님의 높으신 의법을 우러르고자……." 얼음 속의 백의노파는 냉랭하게 말을 잘랐다. "이곳에는 두 가지의 법도가 있소." 그녀의 말에는 감정이 없었다. 어떠한 원칙도 그녀의 앞에선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한 개의 문관(問關)과 하나의 유관(油關)을 통해야 비로소 궁주님을 뵈올 수 있소." "문관과 유관이란 무엇이오니까?" "그것은 겪어보면 알 것이오. 노신은 문관을 주재하는 사람이니 두 사람은 말을 듣도록 하라." 이어 노파의 입에서는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나의 그림을 그리되 그 그림이 보여선 안 되고 그 그림이 보이지 않되 내용을 납득할 수 있는 그림을 그려보라. 시간은 반 시진이다." 순간, 환상성니와 주육대사는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그림을 그리는데 보이지 않는 그림이라니? 또한 그 보이지 않는 그림이 내용을 납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니……. 주육대사는 불끈 성깔이 치밀어 올랐다. '이 미이라 같은 노파는 되지도 않는 문제로 사람을 희롱하고 있는 것이다!' 환상성니는 황급히 그런 그를 눈짓으로 제지한 후 생각에 골몰해 들었다. 하나,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묘안은 떠올라 주지 않았다. 시간은 무심히 흘러가고 있었다. 백의노파 자태랑은 우수에 하나의 모래시계를 차고 있었다. 그 모래는 순식간에 반이나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환상성니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들었다. 주육대사는 머리를 얼음벽에 처박았다. '떠올라라! 주육타불……, 그림이라니…… 빌어먹을!' 이제, 모래시계의 모래는 거의 끝을 보이고 있었다. 환상성니는 몇 알 남지 않은 그것을 바라보며 탄식을 터뜨렸다. 끝장이었다. 제 8 장 호랑이는 고기를 택한다 ------------------------------ 바로 그때다. 무심히 무류흔을 바라보던 그녀의 두 눈이 크게 흡떠졌다. 무류흔, 그의 눈은 지금 떠진 채 자신을 향해 마구 끔벅여지고 있지 않은가? '오오…… 깨어났구나…….' 그녀는 순간, 바다를 내려올 때 안전을 고려하여 무류흔의 아혈 (啞穴)과 마혈 (麻穴)을 짚었던 것을 상기해 내고는 황급히 두 줄기 지풍을 퉁겨 냈다. 팍! 팍! 모래시계의 모래가 마지막 한 알까지 떨어져 내린 것과 무류흔의 입이 열린 것은 거의 동시의 일이었다. "시간이……." "깔깔! 그 문제는 소생이 풀어도 되겠소?" 주육대사는 함성을 질렀다. "네가 정신을 차렸구나!" "콜록…… 콜록……." 느닷없이 터져 나온 기침은 격렬했다. 주육대사가 공력을 주입시켰으나 그 기침은 한참 후에야 그쳤다. 기침을 하고 난 무류흔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창백했다. "여기는…… 어디이오? 또한 두 분 스님은 누구시오?" 환상성니가 고요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밀교 (密敎)……, 그 밀교 의 탄생과 소림 이 정종 소림 과 밀교 소림 의 두 갈래로 나누어 있다는 것. 밀교 소림 은 바로 정종소리의 힘을 빌려 집제를 하였으며 지금까지의 모든 일은 바로 자신들의 안배였다는 것……, 그리고 파도 속에서 그를 구했으며 연후 그의 고질을 고치기 위해 이곳까지 왔다는 등. 함축된 얘기, 얘기를 듣고 난 무류흔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생각……. 나는 과연 소림 을 헛가지 않았소……. 그러나……." 그의 단아한 입가에 쓴웃음이 피어올랐다. "두 분 스님은 쓸데없는 짓을 하였소……. 소생의 병은 고칠 수 없는 난질이오." "알고 있네." "그렇다면……?" "이유는 한 가지, 자네는 바로 중원제일의 기재이기 때문이라오." 무류흔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연마했던 공력도 스스로 사라져 버리는 병입니다. 기재인들 소용없지요." "그럼 자네는 소림사 에는 왜 왔나?" "범상한 몸으로도 무엇인가 할 일이 있을까 싶어서였소." "그렇지. 자네는 그 훌륭한 재질로써 지상 최고의 강자가 되어 줘야 하네." "불가능합니다." "가능하지." 환상성니의 말은 단호했다. 무류흔의 얼굴에 번뜻 놀란 빛이 스쳐 지났다. "가능…… 이라고요?" 환상성니는 아름다운 얼굴에 웃음을 피워 올렸다. "자네는 의문(醫門)에 음양이가가 있다는 말을 들었나?" "들었소. 그것은 전설이라지요. 음가는 침행의 대가로서 죽어 가는 사람도 살리는 귀곡자 의 직계이며 양가는 초행의의 대가로서 화타 의 직계이오. 이 두 파벌은 거의 실전되었소." "아미타불…… 자네가 있는 이곳이 바로 음양이가의 음가이다. 무저빙궁이란 곳이지." 순간, 무류흔의 두 눈에 크게 놀란 빛이 스쳐 지났다. "이곳이 전설의 음가……?" "그렇네. 나는 의문이 양대산맥인 음양이가가 함께 힘을 기울이면 자네를 살리진 못해도 큰 힘을 안배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하네." 무류흔은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그 말씀은 수긍하오. 그러나 이미 세상에 천 년이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또 하나의 양가를 찾는다는 것은 역시 불가능한 일이 아닙니까?" 바로 그때다. 돌연, 주육대사가 대소를 터뜨렸다. "이 녀석아! 네 앞에 계신 분이 바로 화타 의 직계란 말이다!" 무류흔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는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이 환상성니를 바라보았다. 환상성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음가는 몰라도 양가는 이미 너에게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런데 너는 네 생명이 구해지지 않을지도 모를 이 일에 목숨을 바쳐 볼 용의가 있느냐?" 목숨! 무류흔은 씩 웃었다. 웃으며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바치고 말고요. 이 일은 한 장의 파화편지를 받을 때 이미 결심했던 것입니다." * * * 통로의 끝까지 이르자 주위는 돌연 엄청나게 넓어졌다. 그곳은 사방 이백여 장 정도의 정방형 빙실이었으며,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장식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다만, 역시 얼음으로 만든 높이 두 자 가량의 빙등이 하나 있을 뿐이었다. 정교하게 조각된 빙등의 안엔 작은 심지가 있었다. 그리고 한 사람, 아까 나타났던 백의노파 자태랑과 똑같은 차림새이되 나이가 좀 젊다. 그녀는 빙등의 앞에 단정히 경좌하고 있었다. 무류흔 등은 그녀와 삼 장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춰 섰다. 백의미부는 실눈을 뜨고 이들을 힐끗 바라보더니 돌연, 느닷없이 빙등의 심지에 불을 밝혔다. 이어, 앞서의 백의노파보다 열 배는 더 싸늘하고 냉혹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곳은 궁주를 뵙는 두 번째 관문 유관이오. 이 심지는 빙화라는 것으로써……." "만약 이 심지가 다 타기 전까지 뒤의 문이 열린다면 그것은 궁주께서 그대들을 뵙겠다는 뜻……. 그러나 문이 열리지 않는다면 그대들을 뵙지 않겠다는 뜻이니 그대들은 그냥 물러가도록 하시오." 무류흔,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채 그 입술을 깨물어 추위를 참고 있던 그는, 빙등 속의 새파란 불꽃 빙화를 힐끗 바라본 다음,거대한 빙실의 끝면에 있는 하나의 문을 바라보았다. 무슨 꽃일까? 얼음으로 새기었으되 그 아름다움이 사람의 혼을 뺏는 꽃 문양이 새겨진 문이었다. 파르르……. 심지는 덧없이 타오르고 이 무저빙궁의 궁주라는 자는 너무 자기위주다. 첫 번째 문제가 그렇고 이 유관이라는 것도 그랬다. 심지가 다 타건 말건 자기가 만나 보기 싫어 나오지 않는다면 이 유관이란 것은 절대로 통과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심지가 타 들어가는 시각은 놀랍도록 빨랐다. 주육대사는 이마에 콩비지 같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벌써 반이나…… 탔다…….' 환상성니는 무심히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은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도저히 모르도록 만들었다. 이때 돌연, 백의미부가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싸늘한 시선이 빙화를 향했다. 이미 다 타내려가 그 끝 부분만 조금 보이고 있는 빙화, 그녀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파르르……. 불꽃이 거의 죽어 가고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난 그녀는 냉막한 목소리로 붉은 입술을 벌렸다. "궁주께서 그대들을 만나기 원치 않으시는……." 바로 그때다. "타앗!" 주육대사의 입에서 한소리 폭갈이 터져 나오는가 싶더니, 그의 비대한 몸이 성전처럼 허공을 갈랐다. 무엇을 하자는 것일까? 사람들의 놀란 시선이 그를 향했다. 단숨에 빙등의 앞까지 이른 주육대사, 백의미부가 냉랭한 코웃음과 함께 그를 향해 가볍게 일장을 밀어냈다.가볍다라곤 하나…… 닿기도 전에 옷자락을 찢어 내는 가공할 백색의 기류! 콰쾅---! 주육대사는 황망히 솥뚜껑 같은 왼손으로 원호를 그어 맞받아침과 동시에, 우수로는 재빨리 빙등 속의 꺼져가는 빙화를 차 올렸다.이어, 그 빙화를 우수 식지손가락 위에 올려놓고 주르르 뒤로 물러나니……. 사람들의 눈에 의아함이 서렸다. 그는 도대체 무엇을 하자는 걸까? 이때, 손가락 위에 올려져 있던 빙화가 갑자기 크게 부풀어올랐다. 오오……, 그제서야 사람들은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 주육대사는 바로 본신의 삼매진화 (三昧眞火)로써 꺼져가는 빙화를 살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본래, 삼매진화 를 일으킨다는 것은 그릇에 찬 물을 스스로 엎지르는 것과 같다. 그것은 진기 를 가장 크게 손상시키며 잘못 운용하거나 과도하게 운용하면 주화입마 (走火入魔)의 위험까지 있는 것이다. 무류흔의 얼굴에 난처한 빛이 서렸다. 그는 주육대사가 이런 방법까지 쓸 줄은 몰랐다. 그러나, 이미 말릴 수도 없지 않은가……? 쥐죽은 듯한 고요……. 파르르……. 주육대사의 손가락 끝은 이미 새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하나, 그의 얼굴은 고통이라곤 일점도 찾아볼 수 없는 절대평온지색, 그 얼굴을 묵묵히 바라보던 백의미부는 문득 한 줄기 탄식을 터뜨렸다. "집념이…… 대단한 사람들이로군……." 우우웅……. 이때 돌연, 거대한 북을 두드리는 소리가 공간을 자욱하게 울려왔다. 구우우……. 이어, 꽃이 새겨진 빙문이 스르르 열리기 시작하더니, 그곳으로부터 흰 가죽옷의 미녀들이 나비처럼 걸어나왔다. 일견해 보기에도 백여 명을 헤아리는 그녀들은 순식간에 사방의 벽에 바싹 붙어 도열해 섰다. 백의미부 또한 공손히 몸을 일으켜 한쪽으로 시립했다. 스르릉……. 이어 문 안으로부터 흘러나온 것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보기만 해도 눈이 현란한 오색의 비단 채대 , 공중을 그물처럼 얽히며 날아 나온 그 채대 의 끝에는 한 사람이 장엄하게 ㅇ아 있었다. 순간, 무류흔을 비롯한 세 사람의 두 눈이 놀람으로 부릅떠졌다. '아름답다……!' 채대 위의 여인, 그녀는 너무 아름다웠다. 일신에는 극한의 추위도 아랑곳없다는 듯 얇은 백색나삼을 걸쳤는데 이마에 동인 흰 천보다도 더 흰 옥부(玉膚)에 먼 산의 능선처럼 유연하게 흰 아미, 그 아래 자리잡은 두 눈은 가을 호수처럼 깊고 신선한 광채로 조용히 일렁이고 있었다. 보석을 박은 듯 맑고 투명한 눈동자 속에 숨은 지혜와 정열의 그림자를 뉘라서 모르랴! 뿐인가? 대리석을 정성들여 세공한 듯한 코와 거문고의 현을 닮은 작고 도톰한 입술은 또 어떠한가? 미녀, 아무리 많이 보아야 십칠팔 세를 넘지 않아 보인다. 이 신선하고 우아한 미소녀가 바로 전설의 의문음가(醫門陰家)인 무저빙궁의 궁주란 말인가? 미소녀가 채대 를 너울거리며 빙등의 위에 스르르 내려앉기 무섭게 주위의 백의미녀들은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궁주님의 현신을 앙모하나이다!" 미소녀, 무저빙궁주는 가볍게 손을 저어보인 후 영롱한 시선을 무류흔쪽을 향해 던졌다. 그녀의 눈빛은 기이했다. 그 눈빛은 아름다웠으나 감정이 없었고, 감정이 있되 보는 이의 마음을 포근하게 만드는 신비로운 힘이 있었다. 환상성니와 주육대사를 거쳐 무류흔에 이르러 고정된 시선, 붉은 입술이 꿈결처럼 나풀거리며, 뭇 사람들이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던 상쾌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무림에는 잡인배들이 많기 마련……, 그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관문 따위를 만들었던 것이니 귀인들께선 용서하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삼색의 채단보가 세 방향으로부터 밀려나오더니 융단처럼 무류흔 등의 뒤로 깔렸다. 앉으라는 얘길 게다. 세 사람은 가벼운 예와 함께 마련된 자리에 앉았다. 바로 그때 애초에 이백여 장 정도였던 빙실은 차츰 그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벽들이 스르르 뒤로 밀려나고 그 사이로는 오색의 휘장들이 드리워지며 휘장과 휘장 사이에는 제각기 다른 빛깔의 보석들이 휘황하게 어울려 대니, 마치 이상한 별나라에라도 온 듯 신비로운 분위기가 사람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다. 물처럼 고요한 빙궁주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 분 중에 가운데 계신 분이 병을 보러 오신 분인 듯……." 무류흔이 무엇인가를 말하려 하자 빙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대들이 당도한 시각을 마침 본좌의 삼년폐관이 끝나던 시각……, 이것도 작은 인연일지니 이미 나는 천년수정을 통해 그대의 맥을 짐작했어요." 말을 끝낸 그녀가 우수를 가볍게 내젓자, 좌측의 휘장 뒤로부터 한 시녀가 비단보를 받쳐들고 나왔다. 그 비단보 위에는 수박만한 크기의 거대한 수정구가 하나 놓여 있었는데 기이하게도 수정구의 반은 붉은 색을 다른 반은 청색을 띄고 있었다. 시녀가 수정구를 공손히 내려놓고 가자 빙궁주의 옥수가 그 위로 사르르 내려앉았다. "그대는 황가(皇家)의 후손……, 이 유전병은 대대로 주씨황가(朱氏皇家)에 있어 왔던 것이에요." 무류흔은 어리둥절해졌다. 황가라니……? 그의 어머니는 무인이다. 또한 아버지는 십만대산의 동혈 속에 은거하고 계신 창백한 얼굴의 중년수사, 어머니 환선(花仙)은 무류흔에게 부친이 유학자라고 말했을 뿐, 자신도 그렇게 알고 있지 않은가? 무류흔의 의문에도 불구하고 빙궁주의 말은 거침없이 계속됐다. 이번의 말은 환상성니를 향하고 있었다. "저 공자의 불맥(佛脈)이 원기를 지니고 있는 것으로 보아…… 스님께선 바로 의문양가의 전인(傳人)이신 듯……." 환상성니는 고요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미타불…… 미천한 재주에 불과한 것……." "겸손의 말씀, 공자의 유전병이 음성인 탓으로 그 효과가 크게 일지 않았으나 그렇지 않았다면 이곳까지 올 필요도 없었을 것이에요." "……." "공자에게 묻나니……." 감정이 없는 신비로운 시선이 무류흔을 향했다. "음양이가의 힘은 과연 그대에게 새 생명을 줄 수 있소……." 새 생명, 무류흔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그대가 범인처럼 팔십의 생을 누리고자 한다면 역시 범인으로 생을 마쳐야 할 것이요, 하지만 주어진 시한부 생명이라면 공자는 이 땅에 일찍이 없었던 신력의 바탕을 얻을 수 있을 것이오. 선택은 공자에게 달렸어요……." 순간, 환상성니와 주육대사는 안색이 크게 변했다. 팔십의 생이되 범인이거나……, 시한부 생이되 신이거나……. 오오, 이 하늘아래 이것처럼 결론짓기 어려운 일이 또 있을까? 누구나 거인이 되고 싶어한다. 하나, 단언하건대 목숨은 하나다. 모든 시선들이 일제히 무류흔을 향했다. 심지어는,통로에 늘어선 채 무관심하던 백의미녀들까지 전부 다 무류흔을 바라보았다. 무류흔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처절한 침묵이 그의 두 어깨 위로 무겁게 내려ㅇ고 있었다. 생과 사…… 이윽고, 무류흔은 고개를 들었다. 얼굴, 그의 얼굴은 웃고 있었다.그 웃음 그대로 그의 입이 열렸다. "호랑이에게 고기를 먹을 것인가, 채소를 먹을 것인가를 물었을 때 백이면 백의 호랑이는 다 고기를 택할 것이오. 장부의 도리가 진정 그 같다 할지니…… 참된 장부란 목에 칼이 들어와도 비굴한 삶을 원치 않는 법이오. 무류흔은 후자를 택하오!" 헛허, 목숨…… 기꺼이 던지고 말고, 철이 들면서부터 생각해 온 삶의 방법이 아니었던가? 죽는 그 순간까지 푸른 나무가 되어 내 할 일 남아 있는지 무수히 반문해 보던 지난 날이 아니었던가……? 무류흔의 웃음은 맑고 어조는 담담했다. 그러나, 그 웃는 눈가에 맺힌 것은 보일 듯 말 듯한 눈물……. 환상성니와 주육대사, 백 년을 수양해 온 두 고승이 어찌 그 눈물의 의미를 모르랴! 그들은 일견하는 순간, 그들이 고른 이 희대의 기재가 지내 온 고뇌의 세월과 심중에 품고 있는 위대한 번뇌를 알아차렸고, 그 번뇌가 주는 부피를 느끼자 그런 그의 웃음이 저토록 맑음에 섬뜩한 충격을 느꼈다. 주육대사는 황망히 나오지도 않는 코를 풀며 고개를 하늘로 올렸고 환상성니는 젖어오는 두 눈을 지그시 감으며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그것은 빙궁주도 마찬가지인 듯, 그녀의 무표정한 두 눈에는 처음으로 감정이라고 일컬을 만한 이채가 피어올랐고 그런 자신에 놀란 듯 그녀는 황망히 수정구로 시선을 돌렸다. 환상성니는 조용히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무저빙궁은 환자 외의 다른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으니…… 노납은 자네가 건강한 몸으로 섬으로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네……." 이어, 두 사람은 무저빙궁주를 향해 정중하게 예를 취해 보였다. "의문음가의 이름에 삼가 무류흔을 맡기오." 유관을 지키고 있던 백의미부가 황급히 그들의 길을 인도했다. 거대한 얼음문의 틈새로 두 사람의 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무류흔은 오랫동안 시선으로 마중했다. 문득, 주육대사가 외쳤다. "이 녀석아! 너는 수련을 가장 늦게 시작하게 되는 거야! 다른놈들에게 뒤지지 않으려면 빨리 오도록 해라!" 말이 끝났을 때는 이미, 빙문은 스르르 닫히고 있었다. 무류흔은 씩 웃었다. 웃으며 그는 몸을 돌렸다. 그래……, 그러게나……. 왜 사느냐고 누가 묻거든, 까짓거, 태어났으니 산다고 말해 버리지……. 왜 우느냐고 묻거든, 빌어먹을! 그럼 울지도 못하느냐고 외쳐 버리게……. 왜 사랑하느냐고 또 묻거든, 젠장할! 별걸 다 참견한다고 욕해 줘도 좋네……. 그 어느 날…… 바람이 불던가 해가 비치던가 비가 오던가 아무튼 어떤 날씨고 될 그 어느 날…… 누군가 진심으로 이렇게 물어 오거든, "어떻게 살 건가?" 그럼 말해 버리게. 웃으며 말해 버리게. "웃음이 바로 삶일세. 그리고 우리의 삶은 그처럼 위대함을 믿으면 되네……." * * * 그것은……. 내 일생에서 가장 힘든 일이라고 해도 좋았다. 그는 맨 처음 내 앞에 시한부 생명의 몸으로 나타났다. 그의 몸의 피는 마르고 살은 굳어 가고 있었다. 그 피를 되돌리고 살을 풀어 주어야만 했다. 솔직히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그는 죽을지도 모른다. 나는 시술 도중에도…… 몇 번이고 이것을 그만 두고, 그를 오랜 삶을 향유할 평범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었었다. 그러나, 결국 나는 해야 했다. 해내야 했다. 그는 대장부…… 나는 내 삶에서 단 한 사람을 눈여겨보게 되었나니 바로 그를 위해…… 나는 내 삶을 바치기로 하였다. 그렇다. 호랑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고기였다. 방(房), 그저 방이라기에는 너무 넓고…… 그것은 마치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방불케 하는 하나의 대전(大殿)이었다. 바닥은 넓고 위로 오를수록 좁아지는 둥근 원통 모양의 대전.사방에는 얼음제단들이 수십 층씩 원을 이루며 돌려 있고, 그 제단 위에는 보기만 해도 압도당할 수천 개의 석상들이 놓여 있는 것이니, 제각기 다른 방향을 가리키며 서 있는 석상들의 모양 또한 괴이했다. 황갈빛의 색깔에 두 눈은 붉고 머리에는 곤충의 더듬이 같은 뿔이 두 개씩 솟아나 있는 것이다. 대전의 분위기는 엄숙했다. 무류흔은 그 정중앙, 가장 아래쪽에 놓인 하나의 취옥반 위에 단정히 정좌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무저빙궁주, 운명이 백유군(白柔君)이라 이름 붙은 그녀는 아득한 제단의 맨 꼭대기에 놓인 옥좌에 엄숙히 앉아 있었다. 공간에는 얼음 벽으로 인한 채광이 아롱지고 있었다. 그 채광은 무류후의 관옥 같은 얼굴을 우울하게 비추고 있었다. 빙궁주 백유군은 지그시 두 눈을 감고 있다가, 문득, 영롱한 눈빛을 빛내며 무류흔에게 시선을 던졌다. "한 번 더 물으리다. 이후의 치료는 모두 다 극심한 고통을 수반할 터…… 공자는 진정 마음을 굳혔나요?" 무류흔은 눈도 뜨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궁주는 어서 시술하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