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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23편 (23/79)

2026-09-22 08:20:08 조회 12
놈의 팔 하나쯤은 잘라도 좋다." 그러자 검기는 당장에라도 숨통을 절단시킬 듯 무시무시한 압력으 로 변화되었다. 칠 인의 칠살합검진은 폭풍 같은 공세로 연이어 금소천을 궁지로 몰았다, 금소천은 안색을 가볍게 굳혔다. '지독한! 이것은 완전 동귀어진에 가까운 검초들이 아닌가?' 그는 지금 칠 인이 펼치는 공세가 동귀어진과 흡사한 발악적인 공 세임을 느꼈다. '좋다. 어차피 이 자들을 그냥 살려둔다면 아수마궁은 중원에 혈풍 을 일으킬 것… 살인은 불가피하다.' 그는 살기를 굳혔다. 다음 순간 금소천의 살기찬 대갈호통성이 터졌다. "으핫핫! 기어코 죽고 싶다면 죽여주겠다." 동시에 수증의 백상검이 수개로 환영처럼 분리되었다. "사혼섬(邪魂閃)!" 바로 사검마존의 사검칠식 중 제 육초식 사흔섬이었다. 독비마수 늑파의 안색이 대변하였다. "사… 사검칠식?" 이어 그는 대경하여 외쳤다. "위험하다! 부딪치지 마라!" 그러나 그의 다급한 소원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았다. 번-- 쩍! 태양도 눈을 감아 버릴 정도로 가공한 한 가닥 빛줄기가 복우산을 휘감았다. 파파파팟! 일곱 줄기의 현란한 핏줄기가 눈부신 검광의 여운에 무지개같이 걸 렸다. 피의 무지개는 정확히 일곱 가닥이었다. 비명은 없었다. 그럼에도 칠 인 아수마궁의 고수들은 하나같이 심장이 두 조각난 채 즉사해 있었다. 이 모든 것들은 실로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 이었다. "으……." 독비마수 늑파는 더 이상 무심한 모습을 하지 못했다. "네, 네놈이 어찌 사검칠식을?" 금소천은 백상검을 거두며 히죽 옷었다 "그러기에 분명히 밝히지 않았더냐! 나는 검왕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으……." 독비마수 늑파는 경악에 이어 지독한 분노를 터뜨렸다. "그것은 아무래도 좋다. 그러나 네놈은 반드시 죽어야 한다." 이렇게 해서 금소천은 아수마궁과 원한 관계를 맺는 것인가? 독비마수 늑파는 오른손을 치켜들었다, 그의 오지(五指) 손톱은 핏물에 절인 듯 시뻘겋게 변해 있었다. 일순 금소천의 눈빚이 가볍게 흔들렸다. "혈궁조(血弓爪)인가?" 그의 말에 독비마수 늑파의 안색이 재차 일그러졌다. '이놈은 대체 누구이기에 모르는 것이 없단 말인가?' 그는 이제 금소천이 검왕의 제자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이름을 아니 그 위력 또한 알고 있겠구나. 가랏!" 독비마수 늑파는 냉갈과 함께 오른손을 가공할 속도로 뻗었다. 츠츠츠촛--! 강판을 칼로 긁는 듯한 듣기 거북한 파공음이 일며 독비마수 늑파 의 혈오지(血五指)가 금소천의 심장을 후벼들었다. "홍!" 그러나 금소천은 가소롭다는 듯 코방귀를 날리며 귀신같이 늑파의 공세를 피했다. 그러면서 엉뚱한 물음을 던졌다. "아수마궁의 야울노격이 중원을 노린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이 냐?" 독비마수 늑과의 눈가에 살기의 파문이 격탕을 일으켰다. "죽일 놈." 그는 퉁기듯 발악적으로 금소천을 짓쳐들었다. 혈궁조가 다섯 가닥의 핏빛 지영(指影)을 뿌렸다. 무시무시한 파공음이 주위의 모든 공기를 휘잡아 찢어발겼다. 그러나 금소천은 여전히 비아냥거리며 신형을 젖혔다. "아수마궁은 천년 전의 대참패를 되풀이할 작정인가?" 파파파팟! 금소천이 파하자 독비마수 늑파의 공세는 바닥에 잇달아 거대한 흙 구덩이를 만들었다. '으으… 잘못 건드렸다.' 독비마수 늑파는 갈수록 기가 질렸다. 그는 전력을 다했음에도 불고하고 금소천의 옷깃 하나 건드릴 수 없었다. '대체 이놈의 무학은 어디가 시작이고 어디가 끝인가?' 그때 금소천의 냉갈이 늑파의 등골에 찬물을 끼얹었다. "후후후. 아수마궁의 꿈은 이번에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 비천제황문이 건재하고 있기 때문이지!" 순간 독비마수 늑파는 충격 속에 굳어 버렸다. "비천… 제황문?" 이어 무엇인가 벼락같이 그의 머리 속을 스치는 게 있었다. "그렇다면 네. 네놈은?"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손속을 거두어야 했다. 금소천은 전신에서 장난기 등은 싹 지우고 있었다. 만악(萬嶽)이 경복할 일대영웅의 풍도가 물씬 풍겨나왔다. "내 비록 살인을 좋아하지는 않으나 네놈 같은 자에겐 결코 손끝에 인정을 두지 않는다." 그는 수중의 백상검을 천천히 우상단으로 치켜들었다. 순간 독비마수 늑파의 안색이 사색으로 변해 버렸다. "헉! 사, 사천멸(邪天滅)!" 사천멸. 이는 사검칠식 중 마지막 초식이었다. "아, 안돼!" 독비마수 늑파는 절규와 같은 절망의 외침을 터뜨렸다. 순간 금소천의 입에서 대갈성이 터져 나왔다. "사-- 천-- 멸!" 번쩍 하는 섬광이 작렬했다. 죽음을 연상키에는 너무도 눈부신 빛 이었다. "으아악--!" 독비마수 늑파의 비명은 복우산의 눈보라를 뚫고 구천(九天)에까지 솟구쳤다. 한쪽 팔이 날아가고 정확하게 심장은 반 둥강으로 잘렸다. 그러나 늑파는 임자를 제대로 만나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었다. 금소천은 백상검을 거두며 나직하게 증얼거렸다 "야율노격! 나 금소천이 있는 한 그대는 결코 옥문관(玉門關)을 넘 지 못한다." 그의 음성에는 이글거리는 비장감이 감돌았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한 소리 극히 신비한 음성이 터졌다. "나 역시 동감이오, 금형." 순간 금소천의 안색이 굳어 버렸다. '주위에 누군가 있었다.' 그러나 그는 조금의 기척도 느낄 수 언었다. 이는 상대의 저력이 그만큼 가공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하하……." 나직한 대소와 함께 한 인물이 기쾌하게 금소천의 전면에 모습을 나타냈다. 번쩍거리는 은의를 입은 청년이었다. 나이는 대략 이십오 세 가량 되었올까? 네모로 각진 얼굴에 준수한 미청년이었다. 또한 무형 중에 풍기는 굴강한 기운은 은은한 위엄에 어울려 그저 신비롭기만 했다. 특히 한 쌍의 부리부리한 호목(虎目)은 깊이 추정할 수 없는 혜지 를 담고 있었다. 금소천은 은의청년을 대한 순간 섬뜩한 마음의 전을을 느꼈다. 그 것은 표현할 수 없는 그 어떤 숙명의 예고 같은 것이었다.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가 느낀 맨 처음 기분은 바로 그것이었다. 천하에 금소천으로서는 의외였지만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은의청년. 그는 바로 당금 천마교의 교주인 천마황(天魔皇) 단금성 (段金成)이었기 때문이다. 천왕지맥을 이어받은 운명의 적수. 결국 그들이 만나고 만 것이다. 눈보라는 어느새 잠잠하게 스러지며 나풀나풀 탐스런 눈발만이 소 리 없이 내린다. 늑파 둥의 시신은 눈 속에 묻혀 눈무덤으로 변해 있었다. 금소천파 천마황 단금성은 한동안 내리고 쌓여가는 눈발 속에 묵묵 히 서 있었다. 문득 금소천이 가벼운 웃음을 흘렸다. "ㅋ. 나도 이제 무척이나 귀가 어두워졌군. 지척에 있는 고인(高 人)을 몰라보다니……." 천마황 단금성은 담담한 미소를 보였다. "후후, 금형께선 지금 야단을 치시는구려." 이어 그는 두 손을 맞잡아 흔들었다. "정식으로 사과 드리겠소이다. 그러나 결코 숨어서 지켜보려는 의 도는 아니었소이다." 금소천은 짐짓 두 눈을 크게 떴다. "오! 그러고 보니 당신은 점쟁인 것 같구려." 금소천의 느닷없는 말에 단금성은 어리둥절하고 말았다. 금소천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는 귀하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어찌 나를 아오?" 그렇다. 단금성은 금소천을 대하자마자 금형이라고 부르지 않았던가? 순간 단금성은 무슨 말인지 알다는 듯 대소를 터뜨리며 재차 포권 을 했다. "하하하. 이거 진정 실례를 범했소이다." 그는 신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실 나는 항주에서부터 금형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사 람이외다." "그렇다면 항주에서부터 나를 쫓아왔다는 말이오?" 순간 금소천은 만면 가득 환한 웃음을 피어 올렸다. "아. 그렇군! 이제 귀하가 누구인지 생각이 났소이다. 바로 천마교 의 은형삼립(隱形三笠)을 막아서 그들의 목숨을 연명케한 장본인이었 구려."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당시 항주에서 전대 천마교주인 볼사천존 냉운형은 은형삼립을 시 켜 금소천을 제거하려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단금성이 은형삼립의 행 동을 제지시키지 않았던가? 단금성은 금소천의 묘한 말에 내심 고개를 저었다. '자신을 구한 것이 아니라 은형삼럽의 목숨을 구한 것이라고?'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누구의 목숨이 아니었다. '그 당시 근처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일을 모두 알고 있었다는 말인가?' 실로 그는 눈앞의 금소천에 대해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담담한 자세로 자신을 정식으로 소개했다. "불초는 천마교주인 천마황 단금성이오." 금소천은 히죽 웃으며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나는 군자라고 하기에는 좀 뒤가 켕기고. 마인이라 하기에는 마옴 이 그다지 독하지 못하고… 해서 스스로를 마군자 금소천이라 부르 오." 단금성은 눈빛을 기이하게 반짝이며 되뇌어 보았다. "마… 군… 자?" 이어 그는 한바탕 호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과연 금형에게 어울리는 명호외다." 그의 대소에 떨어지는 눈발들이 한동안 주춤거렸다. "어쨌든 반갑소이다. 믿지 않겠지만 본인은 정말 우연히 이 복우산 에서 금형을 보게 된 것이오." 그러나 금소천은 어티까지나 태연자약했다. "아! 물론 믿소 천하에 천마교주의 말올 믿지 않으면 그 누굴 믿겠 소?" 단금성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새삼 금소천의 전신을 한차례 훑었다. "사년… 그 사이 금형께서는 몰라보게 변하셨구려?" 그것은 사실이었다. 지금 금소천의 모습은 힙주성의 소년이 아니었다. 너무도 늠름한 절세미청년으로 성장한 것이었다. 금소천은 또 다시 콧 하고 웃었다. "추수를 해도 네 번은 한 기간이니 어찌 자라지 않을 수 있겠소? 크콧! 이젠 장가도 가야 할 것 같지 않소?" 단금성은 일순 두 눈 깊은 곳에서 괴이한 신광을 암중으로 떠올렸 다. 때마침 그의 면전에서 내리는 한 송이 눈발이 그 눈빛을 가려 버 렸다. '소리장도(笑裏藏刀). 웃음 속에 칼올 품고 있는 자 만큼 천하에 무서운 자는 없지." 그는 기이하게 변한 눈빛을 지우며 생각했다. '금소천은 이제 내가 상대하기에 벅찰 만큼 컸다. 그렇다면… 지금 부터가 그대와 나의 시작이다.' 단금성은 이 순간부터가 금소천과 자신의 시작이라고 했다. 시작. 무엇을 위한 시작인가? 물론 지금은 알 수 없는 노룻이다. 그것은 단금성만의 내심이기 때 문이었다. 그는 담담한 신색으로 금소천을 주시했다. "금형, 나를 도와 한 가지 일을 해주실 수 있겠소?" 단금성은 힐끔 독수비마 늑파 둥의 시신이 묻힌 설묘 쪽에 시선을 던졌다. "과거 천마교에는 식인혈마(食人血魔)란 대마인이 있었소. 그자는 너무도 잔인하여 본교에서는 그를 파문시켜 버렸소이다." 식인혈마라는 말에 금소천은 흠칫 눈동자를 고정시켰다. 단금성은 알지 못하는 듯 말을 이어나갔다. "그 자는 저주를 퍼부으며 어디론가 사라졌었소. 헌데 오십 년이 지난 얼마 전 놈은 홀연히 나타나 본교의 하남분타를 쑥대밭으로 만 들어 버렸소이다. 본인은 바로 그 자를 추적하느라 이곳 복우산까지 오게 된 것이오." 그의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자신이 이굿에 우연히 나타났음을 합리적으로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다. 그러나 금소천은 내심 싸늘한 코방귀를 날렸다. '흥! 헛수작하고 있구만. 겨우 식인혈마 정도를 위해 천마황 단금 성이 직접 나선다? 지나가던 개도 웃을 말이다.' 물론 겉으로 내색할 수는 없었다. 금소천은 반짝 이채를 발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나보고 어찌해 달라는 말이오?" 단금성은 한자 한자 분명하게 대답했다. "놈을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시오." "흐음……." 금소천은 짐짓 인상을 찡그렸다. '도대체 저 자가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지 알 수 없군. 어차피 식인 혈마야 나도 찾아야 할 입장이니 , 어찌 생각하면 잘된 것 같기도 한 데…….' 그는 잠시 더 생각을 하다 지나가는 말투처럼 물었다. "식인혈마가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는 있소?" 일순 단금성은 입가에 신비한 미소를 머금었다. "물론이오." 그는 입술을 오므려 한 소리 기이한 소성을 발했다. 삐익--! 소성이 터진 순간, 허공에서 한 가닥 금빚 산이 날아들었다. 한 마리 황금빛의 앵무새였다. 앵무새는 빛살처럼 날아와 단금성의 머리 위에 맴돌았다. 단금성은 황앵(黃櫻)을 향해 물었다. "소화(少花)야. 그놈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보았느냐?" 흡사 사람에게 말을 묻는 듯했다. 황금빛 앵무새. 소화는 단금성의 면전 허공에서 대답했다. "알고… 있어." 기이한 음성이었다, 그 음성은 마치 대먹섯 살의 어린 여아의 그것 인 듯 귀엽기조차 했다. 소화는 계속하여 대답했다. "그 사람 고기 먹는 놈… 저쪽에 있어. 그리고 지금은… 아주 예쁜 계집애를 데리고 있어." 금소천이 매우 신기하다는 듯 탄성을 터뜨렸다. "허어… 그놈 참 영물이로군." 소화는 금소천의 말에 시선을 금소천에게 똑바로 주었다. "호오? 영물을 알아보는… 너도 똑똑해." 금소천은 소화의 말에 멍청해지고 말았다. 소화의 말투나 목소리가 자신의 그것과 너무도 같았기 때문이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단금성은 나직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소화야. 농담은 그만하고 어서 그놈이 있는 곳으로 안내 하거라." 소화는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알았어… 그놈은 가까운 곳에 있어." 단금성이 금소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그럼 가 보도록 합시다." 금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소화의 뒤를 따라 신형을 날렸다, * * * 계곡이었다. 이곳에는 기이하게도 눈이 내리지 않고 있었다. 그저 옴습하고 스산한 기운이 무형 중에 으스스한 전율을 일으키게 할 뿐이었다. 부글… 부글… 부글……. 계곡 군데군데에서 유황천이 백무를 뿜으며 잇달아 끓어오르고 있 었다. 또한 유황천은 유황 내음보다 더 고약한 악취를 뿜어내고 있었 다. 때문에 회뿌연 백무와 더불어 기피로운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 다. 쉭… 쉬쉬쉭! 계곡 안은 겨울을 잃어버린 수많은 파충류들이 우글거렸다. 독사, 독전갈, 도마뱀 등 종류를 혜아리기도 벅찰 정도였다. 한 마디로 계 곡이 아니라 괴곡(怪谷)이었다. 그 계곡의 입구에 두 개의 인영이 유성같이 날아들었다. 바로 금소천과 단금성이었다. 단금성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계곡을 돌아보았다. "식인혈마 놈은 이곳에서 백여 명의 수하들을 거느리고 있소. 놈의 수하들 역시 상종할 수 없는 천하 악인들로서 살려두어야 할 가치란 단 한푼도 없소이다." 금소천은 단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공에 머물러 있던 소화가 어느 한 곳을 가리키며 외쳤다. "서쪽이야. 그놈이 저리로 들어갔어." 소화가 가리킨 곳에는 한 동혈이 음침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동혈에는 저절로 목이 움츠러들게 하는 극히 사이로운 기운이 흐르 고 있었다. '냄새부터가 다르군.' 금소천은 눈살을 찌푸리며 단금성의 뒤를 따라 소리 없이 동혈 깊 숙이로 진입해 들었다. 그들이 막 동혈의 어느 한 구비를 돌았을 때였다. 돌연 전면에서 나직한 대갈호통성이 터졌다. "어떤 놈들이냐?" 두 명의 극히 흉측하게 생긴 흑의 대한들이었다. 단금성은 그들을 향해 차갑게 물었다. "식인혈마는 안에 있느냐?" 두 명의 대한들은 홍흥한 살광을 뿜으며 두 눈을 부릅떴다. "애송이 놈들! 네놈들은 누구기에 감히 혈마님을……?" 그러나 그들은 미처 말을 끝마칠 수가 없었다 두 명 대한들의 전신 이 그대로 피투성이 속에 두 동강 났기 때문이었다 언제 어떻게 손을 썼는지 분간조차 못할 단금성의 가공할 손속이었다. 금소천은 내심 가벼운 전율을 일으켰다. '무서울 정도로 칼날 같은 결단력과 잔인한 손속이다.' 금소천은 단금성이 일단 결정한 것은 그대로 행동에 옮기고 보는 성격인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계속 들어가 봅시다." 단금성은 두 명의 대한을 깨끗이 해치운 후 계속하여 앞으로 전진 을 했다. 잠시 후, 그들은 한굿에 이르러 전진을 멈추었다 전면에 동혈이 두 가닥으로 갈라져 있기 때문이었다. 단금성은 두 개의 동혈을 바라보며 잠시 난색을 보였다. 그는 짧은 시간 염두를 굴린 후 금소천을 돌아보았다. "금형……." 그러나 더 이상 말 할 필요가 없었다, 금소천은 히쪽 웃으며 턱으로 한 동혈을 가리켰다. "내가 이쪽을 맡겠소." 단금성은 미소를 보인 후. 나머지 동혈 쪽으로 신형을 날렸다. "흐음……." 금소천도 자신이 맡은 동혈 쪽으로 소리 없이 날아갔다. 동혈 천장에는 군데군데 백색의 야명주가 박혀 있었다. 그러나 안개처럼 음침하여 별로 유쾌치 못한 분위기를 보였다. 그 동혈 속을 연기처럼 스치고 있던 금소천은 돌연 흠칫하여 걸음 을 멈추었다. 동혈에 붙어 있는 한 석실이 눈에 뜨인 순간이었다. "저, 저럴 수가……?" 금소천은 부르르 치를 떨며 석실에서 눈을 떼지 뭇했다. 그도 그럴 만했다. 전면의 석실에는 적어도 백여 구 이상의 시신들이 즐비하니 내팽개 쳐져 있었다. 글자 그대로 지옥도(地獄圖)였다. 남녀노소를 가릴 것도 없었다. 백순 노인으로부터 핏덩이 아기까지 백여 명이 죽어 있었다. 시신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처절한 공포와 죽음의 고통을 안고 끔찍 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시신들의 심장 부분은 주먹만한 크기로 뻥 뚫려 있었다. 그리고 하 나같이 심장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 심장이 뛰었던 자리 에는 구더기가 들끓었다. 하얀 구더기들은 이미 꼬리까지 처박고 있 었다. "도, 도저히 인간 세상이 아니다." 금소천은 치를 떨었다. 이런 참상을 만든 자가 누구인지는 너무도 분명했다. "식인혈마! 이 천인공노할 악적놈!" 금소천은 전신에 세찬 분노의 전율을 일으켰다. "당장 네놈을 천참만륙(千斬萬戮)시켜 버리겠다!" 엄청난 살심이 일었다. 그는 난생 처음으로 지독한 살심을 화산같 이 폭발시키고 잇었다, 아니. 그가 아니라 누구라 할지라도 마찬가지 였다. 이 처참한 지옥도 앞에서 살심을 품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 었다. 금소천은 목불인견의 시신들을 향해 합장을 했다. "죽음은 처참하지만, 부디 극락왕생하소서 아미타불……." 그는 시신들의 명복을 빈 후 쌍장을 끌어올렸다. 그의 쌍장에서 시뻘건 화염이 쏟아졌다. 화르르르--! 태양마존의 태양신공이 발휘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백여 구의 시신들과 수천만 마리의 구더기들은 찰나지간에 한줌 재로 화해 버렸 다. 화장을 끝낸 금소천은 동혈 깊숙한 곳을 응시했다. "식인혈마… 결코 용서치 않다!" 그는 노한 바람이 되어 동혈 깊숙한 곳으로 진입을 했다. 한 석실이다. 그 안에서는 다섯 명의 대한들이 석탁을 둘러싸고 괴이한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온 정신을 마작(麻雀)에 쏟고 있다. 자고로 어떤 부류의 인간들은 자신들의 인생 자체를 도박같이 사는 법이다. 때문에 이들은 마작패가 탁자 위에 한 번씩 뒤넘어쳐질 때마 다, 눈알이 빠지는 기이한 쾌감에 들썩이게 된다. "으히히… 끝발 하나 똑 부러지는구나." 흉측한 인상의 대한이 눈알을 까뒤집으며 환호성을 터뜨렸다. 그는 연거푸 내리 열 판을 이기고 있었다. "으히히! 이제 두 손들을 드는 것이 어떠냐?" 그는 수북히 쌓인 은덩이를 쓸어 넣으며 연신 희열에 전율을 일으 켰다. 나머지 대한들은 소태 씹은 얼굴들을 했다. "빌어먹을… 순전히 개판이군." "젠장할! 더럽게 좋아하는군 칵! 지옥에나 가라." 그때였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의 뒷덜미에 차디찬 냉갈이 퍼부어졌 다. "물론 네놈들이 갈 곳은 지옥뿐이다!" 번-- 쩍! 섬광이 작렬했다. 그리고 그 한차례의 빛은 생과 사를 천하에서 가 장 깨끗하게 구분시켰다. "큭!" 똑같은 다섯 마디의 비명이 터지며 다섯 개의 수급이 허공에서 피 춤을 추었다. 투두둑! 다섯 개의 수급이 마작패 위에 내려앉았다. "네놈들이 잡은 끝발은… 개끝발이었다." 금소천은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그의 백상검이 다섯 명의 도박을 영원히 마무리 지어 준 것이다, 18장 새로운 여인을 얻다 자연적으로 형성된 사방 스무 자 정도의 아담한 지하 광장. 그곳은 괴이한 사기(邪氣)가 가득 메우고 있었다. 광장의 중앙에는 인공으로 다듬은 듯한 석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석대 위. 그곳에는 한 여인이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천하절색의 이국 미녀였다. 오관(五官)은 완벽할 정도로 뚜렷하여 저마다 빼어난 개성의 미를 보였다. 한 쌍의 봉목은 신비하도록 푸른 벽안이었고, 반면 삼단 같은 떠리채는 눈부시도록 검은 흑발이었다. 특히 초승달 같은 검은 눈썹은 너무도 짙은 윤기를 뿌려 약간 그 성정이 다급함을 느끼게 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기묘한 매력을 돋보이게 했다. 이국 여인은 전신혈도가 제압당해 있는 듯 꼼짝을 못하고 있었다. 오직 눈동자만이 전신 가득 공포를 떠올리고 있었다. 석대 앞에는 괴인 한 명이 우뚝 서 있었다. 흡사 한 덩이 극사(極邪)의 기운을 대한 듯. 그의 전신에서는 표현 못할 지독한 사기가 뿜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