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21편 (21/79)
대가. 소제는 진정 대가가 보고 싶었습니다." 그때였다. "금대숙!" 사내와 계집의 음성이 합창하듯 터지며 두 개의 인영이 화살처럼 날아들었다. 두 개의 인영은 그대로 금소천의 품에 달싹 안겼다. 금소천은 그들을 안으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일랑, 월랑." 그들은 바로 일랑과 월랑이었다. "이. 이 녀석들 이제는 모두 어른들이 되었구나." 과연 그들은 사년 전과는 달리 놀랍도록 성장해 있었다. 일랑은 훤칠한 약관의 준수미청년의 모습이었고. 월랑은 야공의 만 월이 부끄러워할 절색의 미소녀로 성장해 있었다. "금대숙." 일랑은 금소천의 품에서 빠지며 늠름한 모습으로 예를 올렸다. 금소천은 대견한 시선으로 일랑의 인사를 받았다. "흥!" 품속의 월랑이 입술을 삐죽거렸다. "금대숙은 월랑이 조금도 보고 싶지 않으셨나요?" 금소천의 월랑의 성장한 모습을 보며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왜 보고 싶지 않았겠느냐? 늘 생각하고 있었지." "정말?" "그럼. 혹 네가 그 사이 나 몰래 시집을 가지 않았나 걱정도 했었 지." 순간 월랑은 흥당무가 되어 금소천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몰라요. 벌써 시집을 가요?" "하하하! 시집을 가긴 갈 생각이구나." 금소천의 말에 좌중은 한바탕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그때 문득 어디선가 심통이 가득 찬 외침이 터졌다. "주인님, 정말 너무 하셨습니다." 이어 일단의 인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인검문주인 철삭묵도 탁무영 둥이었다. 그들은 몹시도 낭패한 모습들이었다. 백리호가 산발이 된 머리를 쓸어 넘기며 투덜거렸다. "정말 이러실 수가 있으십니까?" 탁무영이 양쪽 볼을 씰룩이며 씨씩거렸다. "만약 우리가 황천행이 되었다면 귀신이 되어서도 주인님을 욕했을 겁니다." 그들은 이가 갈린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천하의 만금성주가 금소천이었다는 사실에 몹시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문득 관천패가 자못 궁금하다는 듯 은근하게 백리호에게 시선을 던 졌타. "이봐라 예쁜 남자애야. 너는 대체 여자냐? 남자냐?" 순간 백리호의 아름다운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이, 이… 산돼지 오 대 조상 같은 위인이?" 순간 좌중은 한동안 폭소의 도가니로 변했다. "와핫핫핫……!" "으하하하! 그래. 산돼지. 정말 어울리는 말이다." 금소천은 태사의에 높이 앉아 좌중을 돌아보았다. '이들은 모두가 일세를 풍미하는 영웅들이다.' 그의 두 눈에 기이한 신광이 피었다. '때문에 이들을 내 수족처럼 부리기 위해서는 심신 모두를 굴복시 켜야 한다.' 그는 슬쩍 시선을 남궁수에게 두었다. 남궁수는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는 금소천의 눈멎만으로도 금소천의 지금 심중을 익히 짐작할 수 있었다. 금소천은 천천히 태사의에서 신형을 일으켰다. "자! 여러분들께서 본성의 일에 동참케 된 것에 본인은 충심으로 감격하는 바입니다." 그의 진중한 일성이 터졌다. 동시에 그의 기도가 판이하게 바뀌었 다. 이 순간 그의 모습에서는 조금의 장난기도 찾을 길이 없었다. 중인들은 금소천의 모습이 크게 확대되어 자신들을 압박해 드는 기 분을 느꼈다. '으음… 가히 산악의 기세로다.' 금소천. 지금 그의 신태는 천하를 질타하는 일대종사의 풍도와 천 계를 노니는 천신(天神)의 풍도가 광채처럼 빛나고 있었다. 중인들은 숨을 죽였다. '예상보다 수백 배나 더 뛰어난 분이시다.' 그들의 심장은 표현 못할 격동으로 인해 터질 것만 같았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란 곧 그 사람 특유의 기와 기의 대면을 필연 적으로 수반하는 법이다. 그리고 기(氣)란 곧 그 사람의 그릇을 의미 한다. 중인들은 지금 금소천의 기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하늘을 굴복시키고 천하를 담을 수 있다.' 중인들은 환호하는 기분으로 금소천을 경외 속에 지켜보았다. 금소천은 계속하여 말을 이었다. "나 금소천은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히겠소. 나는 나이 십세 때 천 하를 웅패(雄覇)할 결심을 했소. 천하웅패. 그것을 위해 나는 오년 전부터 본격적인 계획에 착수했소이다." 천하웅패. 이 광오한 말은 금소천의 입을 통한 순간 그것은 너무도 자연스러 운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제 나는 천하를 향해 나의 발길을 옮길 것이오. 십년, 앞으로 십년이오, 그 안에 중원은 물론 저 머나먼 세외변방까지 모조리 나 금소천의 발 밑에 둘 것이오." 금소천의 전신에서 서광이 태양처럼 멎을 뿌린다. "여러분, 나를 도와주시오 나 금소천이 얻은 천하는 곧 여러분의 천하가 될 것이오." 그는 약속했다. "나 금소천, 천왕의 이름으로 맹세하노니 십년 후 천하에는 오직 금소천만이 유아독존(唯我獨尊)할 것이오." 그는 맹세했다. 천왕 금소천의 이름으로……. 피가 끓는다. 중인들의 피는 소리내어 들끓었다. 뇌화진천 갈천후가 품속에서 한 자루 소검을 꺼내 들었다. "속하 갈천후, 이 자리에서 피로써 성주께 충정을 맹세합니다." 그는 소검으로 자신의 팔똑을 그어 끓고 있는 뜨거운 피를 가슴에 뿌렸다. "만일 이 자리에 있는 자. 그 누구라도 충정의 맹세를 이행치 않을 시엔 나 갈천후가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외다." 뇌화진천은 자신의 끓는 피로 충정의 맹세를 했다. "나 천수장공 명학초 역시 성주님과 시작과 끝을 함께 할 것을 피 로써 맹세하는 바이오." 다음 순간 그는 갈천후의 소검을 받아 피로써 맹세를 했다. 이어 차례로 중인들은 앞을 다루었다. "나 백화부인 맹세합니다." "나 천도왕 여풍… 천도의 이름으로 맹세합니다." "나 와룡성생 하후주……." 맹세, 사심(私心)이란 손톱만큼도 없이 천하영웅들은 금소천을 향 해 뜨거운 맹세를 했다. '아…….' 금소천은 격동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 그의 원대한 꿈이 바야흐로 첫번째 열매를 맺는 것이었다. 천하웅패의 시작이 되는 극히 소중한 열매. 금소천은 앞에 놓인 술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자, 우리 모두 생명과 약속의 잔을 듭시다." 중인들은 그의 말에 따라 모두들 신형을 일으켰다. 잔. 그 잔의 의미는 결코 굉범한 것이 아니었다. 한데 뒤엉킨 생명과 피로써 맺어진 약속의 의미가 담긴 잔이었다. 그들은 격동 속에서 잔을 높이 치켜들었다. 동시에 그들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만금천세(萬金千歲)!" "대위진천(大威震天)!" 외침. 그것으로 곧 그들의 오늘 일을 하늘에 고한 것이었다. 그들은 잔을 비웠다. 이제 그들은 잔을 비움으로 인해 서로의 뜨거 운 마음과 피의 약속을 나누어 가진 것이다. 쨍! 금소천은 비워 버린 빈 잔을 바닥에 던져 박살을 내버렸다. "천하패권(天下覇權)! 유아독존(唯我獨尊)!" 쨍! 쨍! 쨍! 중인들도 빈 잔을 던져 깨끗이 부숴 버렸다. "천하패권!" "유아독존!" 이제 빈 잔은 없었다. 피의 약속과 맹세는 이것으로 확고부동의 결실을 맺었다 "와아아--!" 그들은 천지가 떠나가는 뜨거운 환호성을 터뜨렷다. 만금성의 밤은 뜨거운 심합()의 절정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것이 시작이었다. 만금성의 영웅들! 장차 수년 후 천하를 웅패할 기라성 같은 영웅들이 한마음으로 합 일되었다. 그것은 아직 시작에 불과한 것이었다. >>>>> 毒心魔手 <<<<< 16장 태풍이 일기 시작하다 휘이이잉……. 한 겹 온기를 벗어버린 바람은 쌀쌀한 소슬바람이었다. 코끝에 다가선 삭풍의 흔적을 닮아가는 바람이 불며 가을은 겨울로 치닫고 있었다. 추궁산(秋宮山). 이름 그대로 가을의 궁전인 듯 산봉우리 전체가 단풍목으로 뒤덮여 있었다. 산의 한 중턱에는 단풍목에 둘러싸인 한 채 꼬옥이 자리하고 있었 다. 지은 지 오래인 듯 모옥은 가을의 잔재처럼 황량하게 낡아 있었 다. "콜록… 콜록……." 모옥에선 끊임없이 힘겨운 기침 소리가 흘러나왔다. 모옥의 방. 결과는 달리 매우 정갈한 분위기를 이루었다. 침상에는 지금 한 명의 금의중년인이 비스듬히 누운 채 잔기침을 터뜨리고 있다. 몹시 창백한 모습으로 미루어 중병을 앓고 있음이 분 명했다. "쿨룩… 쿨룩……." 금의중년인은 계속 기침을 토해내며 무엇인가 한 가지 일에 몰두하 고 있었다. 사사삭……. 그는 언제부터인지 금빛 소도(小刀)로 조각을 하고 있었다. 목각인형이었다. 소도가 스치며 목각인형은 금세 하나의 기막힌 나 녀상(裸女像)으로 변했다. "쿨룩, 쿨룩… 크억!" 중년인의 기침 소리가 다급하게 고조되었다. 고조되는 기침의 끝이 숨넘어가는 신음같이 변했다. 울컥! 한 모금 진흥빛 선혈이 수중의 나녀상에 뿜어졌다. 현란한 나신의 조각 위에 흩뿌려진 혈우(血雨). 중년인의 벵한 두 눈에 암담한 절망의 암영이 드리워졌다. 수중의 금빛 소도가 미미한 떨림을 일으켰다. "아! 나 도문원(刀文元)이 이대로… 이대로 죽어야 하는가?" 그의 전신으로 급격히 죽음의 나래가 소리 언이 내려앉았다. "이십사 년 전, 궁사(弓邪)… 그들과의 혈투 때 입은 상처가 결국 나를 죽음으로 몰고가는가?" 뒤이어 그는 또 다시 심장을 후벼파는 괴로운 기침을 토했다, 더 이상 조각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콱! 중년인. 도문원은 돌연 수중의 금빛 소도를 나녀상에 꽂았다. 퀭한 두 눈에서 광기 같은 살광이 무섭게 폭사되었다. "결코… 이대로 죽을 수 없다!" 닥쳐온 죽음을 물리치려는 듯 소도를 더욱 나녀상에 힘주어 디밀었 다. "나 금혈인(金血人) 도문원 이대로 죽을 수 없다. 사혼(邪魂), 흑 풍(黑風) 두 분 사형을 만나… 이 피 어건 한을 새겨야 한다." 금혈인 도문원. 그는 놀랍게도 궁사에 의해 이십 년 전에 한윌(寒月)과 더불어 죽 은 것으로 알려진 지옥전의 고수였다. 사년 전 재차 죽음을 당한 구 령과 마찬가지로 그는 아직껏 살아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날린 전서구… 그것이 지옥전까지 도착했올까? 그는 며칠 전 마지막으로 지옥전에 전서구를 날렸다. 지금 그의 유일한 회망은 그의 사형인 지옥전의 사혼과 흑풍을 기 다리는 것이다. 그때였다. 끼이익! 허름한 방문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러더니 방안으로 들어서는 섬세 한 인영 하나가 있었다. "문원. 조각은 몸에 해로우니 하지 말라고 않았던가요?" 몹시 달콤하며 매우 부드러운 옥음이었다, 그 목소리에 금혈인 도문원의 전신에 서렸던 원(怨)과 한(恨)의 복 잡한 기운이 일시에 가셨다. "설미(雪美)……." 나이도 대략 삼십대 증반 가량 되었을까? 절로 탄성이 터지게끔 하는 절색의 미부였다. 일신에 백설같이 새하얀 백의를 입고 가슴에는 시뻘건 핏빛의 전갈 한 마리가 정교하게 수놓여 있었다 실로 기이한 매력이 풍기는 뇌쇄 적인 절색미부였다. 그녀는 곱게 눈을 흘겼다. "문원. 날씨도 쌀쌀한데 창문을 열어 두시다니… 당신은 정말 말을 듣지 않는군요." 그녀는 금혈인 도문원의 등을 포근하게 감싸안았다. 하설미(河雪美). 이것이 그녀의 이름이었다. 또한 이십삼 년 전 궁사에 의헤 죽음 직전에 이른 금혈인 도문원을 구해준 여인이기도 하다. 도문원은 그어를 세상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했다 "문원. 창문을 닫아야겠어요." 그녀는 도문원의 귓불에 달콤하게 입을 맞추며 열려진 창문쪽으로 다가들었다, 그녀가 창문에 다가든 순간이었다. 돌연 그녀가 파르르 전을을 일 으키더니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창문에는 언제부터인지 한 장의 그림이 붙어 있었다. 검은 물결이 파문치는 강에 시커먼 다리가 그려진 그림. 웬지 으스스한 죽음의 전율이 일게 하는 그림이었다. '새. 생사교(生死橋).' 하설미의 흥조 은은하던 안색이 종잇장같이 창백하게 변하며 눈빛 이 급변을 일으켰다. 그녀의 심상치 않은 꼬습은 금혈인 도문원의 시선에도 잡혔다. "설미 무슨 일이오?" 순간 하설미는 잘끈 입술을 물며 그 어떤 결심의 멎을 보였다. 천천히 신형을 돌려 도문원을 똑바로 주시했다. 도문원은 그녀의 모습에서 팬지 모를 섬뜩한 전율을 받았다. "서, 설미……." 하설미는 딱딱하게 굳은 음성으로 기이한 말을 했다. "그분이 오셨어요." 도문월은 의아하여 눈으로 거듭 물었다. 하설미의 눈빚이 무서울 정도로 착 가라앉았다. "그분은 저의 이사형(二師兄)이에요." "이사형?" 바로 그 순간이었다. 돌연 한 소리 극히 무심(無心)한 음성이 터졌다. "바로 나일세. 도가 친구." 도문원은 대경하여 급히 음성이 인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한 명 흑삼의 중년인이었다. 한 겹 찬 서리를 전신에 깐 듯 냉막 속에 전율의 무심한 기운이 서 린 중년인. 몸에 열 자 가량의 기형장도(奇形長刀)를 매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혈궁의 이좌령인 귀문장도 막여사였다. 하섰미는 귀문장도 막여사를 향해 가볍게 예를 취했다. "이사형." 하설미. 그녀는 바로 혈궁 오좌령(五坐令) 증 제일 막내인 오좌령 천갈마회 (千蝎魔姬) 하설미였다. 귀문장도 막여사가 무심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사매. 혈궁령(血宮令)의 천일지약이 앞으로 사흘 남았다. 셋째와 넷째는 이미 황산(黃山) 천익봉(天翼峰)으로 떠났다." 천갈마회 하설미는 문득 금혈인 도문원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녀의 눈빛은 잠시 복잡한 변화를 보였다. 그러나 이내 그는 입술을 잘끈 물며 고개를 끄덕였따. "떠날 준비를… 하겠어요." 금혈인 도문원은 이 돌연한 상황에 아연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여 태껏 하설미의 신분 내력에 대해서는 그 무엇도 알고 있지 못했던 것 이다. 그는 하설미가 방올 빠져나가자 다급히 그녀를 불렀다. "설미. 대체 무슨 일……?" 그의 말을 귀문장도 막여사의 무심한 음성이 묻어 버렸다. "도가 친구. 이는 자네가 참견할 일이 아닐세." 말과 함께 밝은 섬광이 도문원 눈앞에 작렬했다. 번쩍! 귀문장도 막여사의 도가 도문원의 천돌혈에 맞땋아 있엇다. '헛!' 금혈인 도문원은 내심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그의 목줄기로 막억사의 무심한 음성이 떨어졌다. "도가 친구 이 도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일명 생사교(生 死橋)라 하네." 하설미가 증얼거렸던 생사교의 정체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게다가 이 생사교 말일세. 여태껏 한 번도 생의 기회를 준적이 없 다네." "으……." 금혈인 도문월은 그저 절망의 신음성을 흘릴 뿐이었다. 그때 천갈마회 하설미가 방안에 모습을 나타냈다. "이사형. 준비는 끝났어요." 순간 귀문장도 막여사는 도에 힘을 주었다. "자네도 사교(死橋)를 넘게나." 푸욱! 장도. 생사교는 어김없이 금혈인 도문원의 목줄기를 너무도 쉽게 꿰뚫어 버렸다. 이미 애상이 극에 달해 있던 도문원은 무기력하게 죽 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큭!" 금혈인 도문원의 두 눈이 빠져나을 듯 툭 불거졌다. "서, 설미……." 그의 불거진 두 눈이 천갈마회 하설미를 찾았다. 천갈마회 하설미는 꽈르르 눈가를 떨며 금혈인 도문원의 크게 뜨인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차갑게 고개를 돌려 버렸다. "설… 미……." 금혈인 도문원은 목에 꽂힌 생사교보다 그녀의 행동에 자신의 최후 가 더욱 고통스럽다고 느꼈다. 귀문장도 막여사의 너무 무심해 치떨리는 음성이 도문원의 마지막 의식 세계를 점령했다. "흐흐. 너회 지옥전 놈들은 무섭도록 잔인하지. 그러나 혈궁의 후 예는 수백 배나 더 무정하다." 생사교가 금혈인 도문원의 목에서 뽑혔다. 툭! 도문원의 수중에 들려 있던 나녀상이 바닥에 떨어졌다. 나녀상은 신기하게도 천갈마회 하설미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 나녀상의 가 슴에는 도문원의 금빛 소도가 깊숙이 꽂혀 있었다. 천갈마희 하설미는 어느새 담담하게 변해 있었다. "가요." 그녀 역시 혈궁의 고수답게 무정 그 자체였다. 그녀는 도문원의 시선에 눈길도 주지 않고 모윽을 떠났다 귀문장도 막먹사 역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무심한 한 줄기 바람 이 되어 모옥을 벗어났다. 금혈인 도문원. 그는 궁사의 원한 위에 이제 혈궁의 원한. 그리고 더욱 중요한 마 음의 상처까지 덧붙인 천하에서 가장 통한의 주검이 되었다. 그의 기침 소리는 이제 두 번 다시 퍼지지 않을 것이다. 하설미와 막여사가 나가고 한참 후였다. 금혈인 도문원의 주검이 싸늘히 식어갈 무렵. 돌연 가공할 한 덩이 흑풍이 모옥 방안으로 노도처럼 몰려들었다. 휘우우-- 웅! 가공할 흑풍의 회오리가 멈추어지며 두 개의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 다. 전신이 시커먼 흑멎 장포에 휩싸여 있는 흑면의 괴인과 유삼에 유 건을 쓴 매우 단아한 용모의 중년인이었다. 그들은 바로 지옥전의 고 수들인 흑풍과 사흔이었다 금혈인 도문원이 그토록 기다리고 있던 바 로 그들이었다. "이, 이럴 수가……." 흑풍의 전신이 부르르 떨렸다. 기이하게도 그의 한쪽 소매가 헐렁한 채 경악 속에 휘날렸다. 그는 외팔이이기 때문이었다. "도, 도사제." 흑풍은 채 눈도 감지 못하고 죽어 있는 금혈인 도문원의 시체를 주 시하며 넋을 놓았다. 사혼의 전신에서 숨 조이는 가공할 전율의 사기가 뻗쳤다. "으… 지옥전, 지옥전의 고수가 또 하나… 죽었다." "도사제--!" 죽음의 검은 바람. 흑풍은 처절하게 외치며 금혈인 도문원의 시신 을 부둥켜안았다. "궁사, 그놈의 지옥참마도법에 한쪽 팔이 끊기고 이제 지옥전의 고 수는 우리밖에 남지 않았다." 두 사람은 원독에 가득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문득 사혼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이르러 기광을 뿌렸다. "저, 저것은?" 금혈인 도문원의 발치에 피로 쓴 두 자의 글이 희미한 흔적을 남기 고 있었다. 혈(血)… 궁(宮)……. "혈궁?" 사혼과 흑풍은 동시에 대경의 외침을 발했다. 그들의 안색이 납덩이같이 무거워지며 신음에 가까운 경악성을 흘 렸다. "혈궁이 강호에 출현을?" "그렇다면 도사제는… 렬궁에 의해 죽음을?" 실로 인정하기 힘든 가공할 층격이었다. "으으……." 그들은 경악에 이어 분노와 절망의 복잡한 표정을 보였다. "궁사 그 하나만 해도 벅찬 상대다, 헌데 이제 혈궁까지?"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닌가? 흑풍은 부드득 이를 갈아붙이며 사혼에게 외쳤다, "사혼, 이제 방법은 없다. 우리 지옥전이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 다. 어서 결정을 해라." 흑풍의 외침은 피를 쥐어짜는 절규였다. 사혼은 괴이하게도 순간 너무도 무심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흑풍, 이미 결정은 난 일이다." 이어 그는 허공에 대고 한 소리 외침을 발했다. "혈의환사(血衣幻邪)!" 그의 음성에는 비장함이 감돌았다. 이어 사혼까지 합세하여 절규와 감은 목소리로 부르짖었다. "이제부터 지옥전은 당신을 따를 것이오! 어서 나와 지옥전을 접수 하시오!" 순간 허공에서 고막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괴소성이 터졌다. "크카카카카카……!" 귀를 틀어막아야 할 정도로 섬껏한 소리였다. 괴소성과 함께 사방에서 기이한 일이 터졌다. 모옥의 사방벽이 찰 나지간에 가슴 섬뜩한 핏멎으로 물들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새하얀 백지 위에 핏물이 번지는 것 같았다. "크흐흐흐……!" 이윽고 사방 벽이 완전하게 피칠을 끝낸 순간이었다. 핏물이 일제 히 한 곳으로 용솟음치듯 합쳐 들었다. 동시에 모옥의 모든 것이 통 째로 날아 버렸다. 콰콰쾅! 우지끈! 먼지와 나무 조각들이 분분히 날아올랐다. 이어 전신이 피로 이루 어진 혈인 하나가 지독한 요기를 뿌리며 모습을 보였다. "크크크… 사혼, 흑풍, 잘 생각했다. 이제부터 나 혈의환사가 지옥 전을 접수하겠다." 천왕지신을 타고난 십대천왕(十大天王) 중 한 명인 혈의환사. 과거 혈궁의 수좌령(首坐令)이기도 한 인물. 그가 온몸으로 괴소를 터뜨리며 서 있었다. 사혼이 한 걸음 틱서며 긴장한 어조로 물었다. "당신은… 꼭 우리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오." "카카카! 물론이고 말고! 이제 그대들은 나 혈의환사의 사랑스런 수하들이 아니냐?" 혈의환사는 연이어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약속대로 궁사를 죽여주고 혈궁 또한 멸망시켜 주겠다." 지옥전 최후의 인물 사혼과 혹퐁! 그들은 자신들의 복수와 지옥전을 맞바꾸어 버건 것이었다. "카카카, 혈궁이여! 이후 너회들은 나 혈의환사를 새롭게 인식케 될 것이다." 혈의환사는 더욱 숨 조이는 요기를 뿌렸다. "귀문장도 막여사. 섬전비풍 흔제천. 악수도부 천인사. 천갈마희 하설미… 과거 나의 사제들이여! 천하에 너희들의 치명적인 약점을 알고 있는 인물을 단 하나… 나 혈의환사뿐! 카카카… 기다려라. 나 의 사제들이여. 카카카……." 그의 괴소에는 지독한 죽음의 살기가 서릿발처려 맺혀 있었다. "사혼, 혹풍. 너회들은 지금부터 강호에 흩어져 있는 수하들을 한 굿에 모아라." 그는 사혼과 흑풍을 완전히 수하로 맞아들였다. 두 사람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카카카찻! 괴소와 함께 혈의환사의 전신이 스르르 핏물이 되어 녹아버리기 시 작했다, 이어 그 핏물조차 혼적 없이 자취를 감추었다. "으음……." 사혼과 흑풍은 그 가공할 괴경(怪景) 앞에 전율의 헛바람을 집어삼 켰다. "아! 인간이 아니다. 저 자는 바로 아 악마다." 흑풍은 특히 연이어 공포의 진저리를 일으켰다. 그러나 사혼은 약간 달랐다 그의 두 눈 깊숙한 곳에서는 일순간 태 양을 얼리고도 남을 극히 싸늘한 기광 한 줄기가 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