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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18편 (18/79)

2026-09-22 08:23:43 조회 18
마을에는 지금 폭염(暴炎)이 이글거린다. 성하(盛夏)의 햇살이 대 지를 녹일 듯 무섭게 퍼부어지고 있다. 정오 무렵. 한여름의 폭염 때문인지 행인들이 뜸했다. <고빈루(高賓樓).> 원화현 제일의 객잔이자 주루였다. 지금 고빈루는 점심때인지라 발 디딜 틈 없는 손님들로 대만원을 이루고 있다. 그 중 한쪽 외진 구석자리. 남의청년 한 명이 술과 음식을 들고 있었다. 그저 평범한 인상의 청년은 둥에 녹이 슨 고검(古劍) 한 자루를 비 스듬히 비껴 매고 있었다. 일견키에도 평범한 떠돌이 낭인 검사임이 분명했다. 남의청년은 천천히 눈을 들어 간간이 주위를 돌아보았다. 손님들 중 가장 느긋한 모습이었다. 덜컹! 객점에 새로운 인물 하나가 성큼 들어섰다. 일신에 몹시 낡은 마의(麻衣)를 걸친 중년인이었다. 움푹 들어간 두 눈과 칼날 같은 콧둥의 선, 몹시 얇은 입술 등… …. 웬지 모르게 사이한 기운이 풍기는 자였다. 특이한 것은 허리춤과 발이었다. 허리춤에는 땟국물이 조르르 흐르 는 밧줄을 매었고 발은 맨발이었다. 그 중년인 곁에는 한 마리 개가 따르고 있었다. 전신이 시커먼 윤기의 흑모(黑毛)로 뒤덮였으며 두 눈에서는 붉은 혈광이 이글거리는 송아지만한 크기의 괴견(怪犬)이었다. "여보시오. 이곳에는 짐승을 데리고 들 수 없소이다." 점소이가 쪼르르 달려와서 대뜸 소리를 질렀다. 중년인은 먹구름이 뒤엉키는 듯한 괴이한 음성으로 답했다. "여보게, 우건 식사만 하고 곧장 떠날 것이네." 그러나 점소이는 송아지만한 괴견을 보며 퉁명하게 말했다. "그렇다면 저 보기 흉측한 개는 밖에 묶어 두시오." 크르르릉! 괴견은 점소이의 말을 알아들은 듯 허연 이빨을 드러내며 낮게 으 르렁거렸다. 중년인은 괴견을 말리며 점소이에게 말했다. "이 개는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또한 제법 사나우니 자네는 말조심을 하게. 이 개는 과거 장백산(長白山)에서 호랑이를 수십 마 리나 물어 죽인 신견(神犬)일세." 순간 점소이는 흠칫 경악하고 말았다. "호, 호랑이를… 수십 마리나?" 점소이뿐만 아니라 이 순간 고빈루 안의 모든 시선은 중년인과 괴 견을 향해 있었다. 구석자리의 남의청년 역시 호기심이 동한 듯, 마의중년인과 괴견 쪽을 홍미롭게 바라보았다. '흠… 신견임에 분명하다. 결코 과장된 장담이 아니다.' 남의청년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다. 점소이는 괴견의 으르렁거림과 증년인의 말에 두려움이 치밀어올랐 다. "그, 그렇지만… 어쨌든 개를 들여보낼 순 없소이다." 마의중년인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괴견을 바라보며 말했다. "소흑아! 밖에 나가겠느냐?" 크르릉! 괴견, 소흑(少黑)은 무슨 소리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어 혈광을 번뜩이며 앞을 막아선 점소이를 노려보았다. "으……." 순간 점소이의 안색이 잿빛으로 변해 버렸다. '맹, 맹수의 눈빚이다.' 그는 전신의 털이 두려움으로 인해 쭈뻣 곤두섰다. 마의중년인은 괴소를 흘리며 소흑에게 말했다. "좋다. 소흑아. 가서 빈자리를 잡아라." 소흑은 고개를 쳐들고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섰다. 점소이는 부지중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급기야 그는 한켠으로 쫓 겨나듯 비켜 버리고 말았다. 주위의 손님들이 일제히 탄성을 터뜨렸다. "허어, 신견이라……." "놀랍군, 저토록 사람 말을 잘 알아듣다니." 소흑은 빈자리 하나를 찾아 탁자 곁에 의젓하게 자리했다. 마의중년인은 넋빠진 점소이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여보게, 미안하네. 식사가 끝나는 대로 곧 나가지." 순간 점소이는 내심 고통의 비명을 터뜨렸다. 마의중년인이 가볍게 두드리자 으스러지는 듯한 고통이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으헉! 강… 강호 고수였구나.' 점소이는 내심 가슴 철렁한 경악성도 함께 터뜨렸다. 이때 구석자리의 남의청년은 마의중년인에게 시선을 꽂고 있었다. 그는 마의중년인의 전신을 훑듯이 살펴보았다. 청년의 시선이 마익중년인의 허리에 매여 있는 밧줄에 이르러 문득 기광을 뿌렸다. '흐음… 저 밧줄은?' 그러나 남의청년의 생각은 거기까지가 끝이었다 마의중년인이 자리 에 앉았을 때 객점문이 열리며 새로운 인물 또 한 명이 모습을 나타 냈기 때문이었다. "아……!"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자마자 좌중의 모든 사람들은 혼백이 달아나 는 듯한 탄성을 터뜨렸다. 한 명의 백의서생 . 그야말로 절염(絶艶)의 용모를 지닌 절세미청년이었다. 백설 같은 피부에 초승달같이 가늘게 쭉 흐른 고운 선의 눈썹. 반짝이는 두 눈에 빼어난 콧날. 장미보다 더 화사한 윤기의 주사빛 입술. 전신 몸매는 군살 하나도 없이 유요륨다 경천지색(驚天之色)의 절 세미녀라 한들 이토록 아름다울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아름답다 뭇해 전신에 염기(艶氣)까지 흐르는 절세미청년. 백의서생의 한 쌍 옥수(玉手)에는 옥선(玉扇)이 들려 있었다. 그는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좌중을 살폈다. 순간 좌증은 아예 혼백을 놓고 말았다. 그가 살짝 미소 짓자 백설 같은 치아가 신비 속에 엿보이고, 양쪽 뺨에 얼핏 보조개까지 패이고 있었다. 남의청년은 백의서생을 주시하며 내심 중얼거렸다. '남자치곤 영 남자답지 못하군.' 백의서생은 좌증을 훌어보더니 남의청년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의 신비한 두 눈에 문득 기광이 스겼다. 이어 그는 천천히 남의 청년 쪽으로 다가섰다. "형씨, 같이 합석해도 좋겠소이까?" 새벽 안개 속을 날아 내리는 보슬비와 같이 상큼하고 달콤한 음색 이었다. 남의청년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다른 곳에도 빈자리가 있지 않소?" 명백한 거절의 뜻이었다. 그러나 백의서생은 남의청년의 퉁명한 대꾸에도 불구하고 미소를 그치지 않았다. "고맙소이다. 형씨의 숭낙에 감사드립니다." 백의서생은 남의청년의 전면에 날아 앉는 듯한 자세로 앉았다, 남의청년은 어이가 없었다. '이 친구 보기보다는 얼굴이 꽤 두껍군.' 그러나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그는 더 이상 재론하지 않았다. 백의서셍은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형씨, 이것도 인연인데 우리 퉁성명이나 합시다. 불초는 백리호 (百里浩)라 하외다. 남의청년은 여전한 목소리로 마지못한 듯 입을 열었다. "본인은 금소천이라 하오." 금소천. 그는 바로 금소천이었다. 그가 근 사년먹 만에 야은애를 떠나 이곳에 도착했던 것이다. 지금의 모습은 물론 역용 변장을 한 것이다. 백리호는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 금형이셨구려, 헌데 보아하니 금형께서는 무림인 같으신데… …." 금소천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이다." 백리호의 얼굴에 그것 보라는 듯 반색이 떠올랐다. "불초의 견식이 짧은 탓인지 금형의 귀명은 들은 적이 없군요. 혹, 이번이 강호초출(江湖初出)이신지?" "아니오. 워낙 변변치 못한 재간을 지닌 터라 아직 이름 석자를 내 세울 처지가 아니외다." 백리호는 나직하게 웃었다. "하하. 금형께선 너무 겸손하시구려. 불초가 보기에 금형의 내력은 결코 평범한 것이 아니외다." 금소천은 그저 담담하게 웃을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때 점소이가 백리호 쪽으로 다가왔다. "손님, 무엇을 드시겠습니까?" 백리호는 수중의 옥선을 꽉 펴며 웃었다. "이 고빈루에서 가장 비싼 것은 무엇인가?" '과연. 멋진 공자다.' 점소이는 신이 나서 떠들어댔다. "백년연자탕(百年蓮子湯), 상어 지느러미에. 설웅(雪熊)의 혓바닥 천일백로주(千日白露酒)……." 그가 미처 다 주절거리기도 전에 백리호가 말을 막았다. "흠. 겨우 그것들이라? 보아하니 황도(皇都)의 요리들에 비해 질이 낮군. 다 그만두고 만두나 한 개 갖다주게." 순간 점소이는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만두… 그것도 단 한 개?' 점소이는 차라리 자신의 귀를 의심하고 싶었다. 그러나 백리호는 의젓하게 말을 이었다. "만두는 너무 찌지도 말고 덜 찌지도 말고 알맞게 익혀야 하네. 가 장 맛있는 만두가 아니면 안되네." 일순 점소이의 입이 다물어지며 내심 소태 씹은 얼굴을 했다. '빌어먹을… 이거 겉만 번드르르했지. 그야말로 개털이로구나, 개 털! 에라이!' 그는 내심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였다. 괴견을 데리고 온 마의중년인이 점소이를 불렀다. "이보게 점소이, 여기는 주문을 받지 않는가?" 점소이는 퉁명하게 대답했다. "주문하시오." 마의증년인은 점소이의 통명한 태도에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주문 을 했다. "내장을 빼지 않은 오리 세 마리를 통째로 구워오게. 그러나 꼭 겉 만 살짝 익혀야 하네. 속은 결코 익히지 말게나." 점소이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속은 익히지 말라고요?" 마의중년인은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껍질만 잘 익히면 되지." "맙소사 그렇다면, 속은 피푸성이일 텐데." 점소이는 흡사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도대체 오늘 운수가 어쩌려 고 이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마의중년인의 말은 아직 끝이 아니었다. 그는 괴견을 쓰다듬으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그리고 소흑의 몫으로는 돼지고기를 날것으로 다섯 근만 갖다주 게." 한편. 백리호는 슬쩍 마의중년인을 바라보며 웃읍을 터뜨렸다. "풋. 정말 야만인 같군 " 그러자 금소천이 백리호를 주시하며 내심 실소를 날렸다. '허허, 원 사내인지 계집인지 내가 혼란을 일으킬 지경이군.'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백리호가 문득 소흑이라는 괴견을 가리키며 말했다. "금형, 저 개가 무엇인지 아시오? 저 개는 장백산에서만 서식하는 특이한 별종으로 흑오성견(黑烏星犬)이갇 것이오." 백리호는 입가에 신비한 미소를 머금었다 "흑오성견의 힘은 호랑이보다 열 배나 강하고 그 빠르기는 무려 백 배나 더 빠르다는 천하신견(天下神犬)이오. 저런 흑오성견을 부리는 것으로 미루어 저 마의중년인은 필시 보통 내력의 인물이 아닐 것이 오." "흐음……." 금소천은 짐짓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문득 백리호는 음성을 바짝 낮추었다. "게다가 금형께선 이 객점의 주인이 누군지 아시오? 후후… 이 객 점은 평범하나 그 주인은 결코 평범치가 않소이다. 이 객점의 주인은 모두 삼형제로 그들을 일컬어 일명 동심삼(同心三)……." 그 순간이었다. 꽝! 굉음과 함께 돌연 객점 문이 박살이 나 버렸다 동시에 네 개의 인 영이 벼락치듯 객점 안으로 들어섰다. 흉흉한 분위기의 네 명 중년인들이었다. 그들은 각자 둥뒤에 거대한 감산도(坎山刀)를 매고 있었으며, 두 눈에선 지독한 살광이 줄기줄기 뻗쳐나오고 있었다. 점소이는 다시 한 번 기절할 듯 놀라야 했다. "여. 여보시오. 이… 무슨?" 그러나 점소이는 더 이상 말올 잇지 못했다. 어느 틈에 한 명 중년 인이 점소이의 목에 감산도를 디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진정 육안으 로 분간치도 못할 비쾌무비의 손속이었다. "으으……." 점소이는 목에 닿는 싸늘한 감촉에 혼비백산 반쯤 죽어 버렸다. 네 명의 괴한들 중 한 명이 싸늘한 냉갈을 날렸다. "동심삼재(同心三才). 우리는 진령사살(秦嶺四煞)이다. 이 점소이 놈의 목숨이 아깝다면 어서 상판을 디밀어라." 명백한 살기가 줄기줄기 뻗어나왔다. 고빈루는 순식간에 공포의 도가니로 화하고 말았다. "피, 피해라." "아이쿠! 잘 처먹다 말고 이게 웬 날벼락이냐?" 손님들은 떨어지지 않는 다리를 애써 놀리며 썰물 빠지듯 줄행랑을 놓았다. 그러나 단 세 사람만은 꿈쩍도 하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바로 금 소천과 백리호. 그리고 마의중년인이었다. 그들은 기이한 눈빛으로 장내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점소이의 목에 도를 겨누고 있는 괴한 진령사살 중 한 명이 음산하 게 거듭 소리쳤다. "셋을 세겠다. 그래도 나오지 않는다면 이놈의 목은 허공에서 피춤 을 추게 될 줄 알아라!" 그는 수를 세기 시작했다. "하나, 두울… 세… 엣." 순간 한 소리 호통성이 터졌다. "잠깐! 멈추어라!" 극적인 순간이었다. 그러나 가엾게도 점소이는 이미 혼절을 하고 말았다. 삼 인. 언제 나타났는지 장내에는 세 명의 인물이 모습을 나타냈다. 한결같이 일신에 화복(華服)을 걸치고 있는 자들이었다. 얼굴은 단정한 오관(五官)에 청수했으며. 턱 아래 모두 짧은 턱수 염을 기른 오순 가량의 인물들. 기이하게도 그들의 얼굴이나 모습 등은 판에 박은 듯이 똑같았다. 마치 똑같은 인물들 셋이 서 있는 것 같았다. 진령사살은 점소이의 목에 겨누고 있던 감산도를 조심스럽게 거두 어들였다. 쿵! 혼절한 점소이가 무너지듯 쓰러졌다. 진령사살 증 한 명이 삼 인의 화복인들을 향해 섬뜩한 괴소를 흘렸 다. "흐흐… 동심삼재, 드디어 만났구나." 삼 인의 화복인. 그들이 바로 이 고빈루의 쭈인인 문제의 동심삼재였다. 동심삼재 중 가운데 중년인이 대답했다. "진령사살 진정 끈질긴 놈들이구나. 삼년 전 무이산(武夷山)에서 그렇게 당하고도 아직 여력이 남아 있었느냐?" "흐흐. 원소충(元小忠). 나 이살(二殺)이 삼년 전과 변함이 없다고 알고 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일순 동심삼재 중 가운데 인물이 실소를 흘렸다. "허허, 나는 원소충 형님이 아니라 원소강(元小康) 둘째다." 동심삼재의 얼굴이 너무도 똑같아 일어난 흔란이었다. 입을 열었던 진령사살 중 이살이 귀찮다는 듯 내뱉었다. "어쨌든 좋다. 원소충, 원소강. 원소평(元小平). 네놈들이 지닌 인 검패(引劍牌)와 홍옥불마상(紅玉佛魔像)을 내놓지 않으면 한 놈도 살 려두지 않겠다." 순간 그들을 지켜보던 마의중년인과 백리호의 두 눈이 기이한 광채 를 뿌렸다. 물론 금소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검패와 홍옥불마상이라고?' 그는 내심 나직한 경악성을 터뜨렸다. 인검패! 전설 속에 내려오는 천고의 무기다. 내공을 주입하면 인검패 주위에 기이한 무형의 소용돌이가 발생한 다. 바로 이 소용돌이기 무서운 흡력으로 상대의 병기를 빼앗아 뻐리 는 것이다. 설사 상대의 내력이 입신(入神)에 이르러 설사 수중의 병기를 빼앗 지 않는다 해도 결과는 별다르지 않다. 상대는 기이한 소용돌이에 의 해 진정한 내력의 반도 채 시전치 뭇하게 되는 것이다. 홍옥불마상! 손가락 크기 정도의 불상이다. 전국시대의 기 인이었던 무우신승(無憂神僧)이 남겼다. 이 불상에는 무우신숭의 비전절학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어디에 담겨 있으며 그 위력이 어떤지는 그저 신비속에 가 려 있을 뿐이다. "흐흐흐……." 진령사살 등은 살기 가득한 괴소를 흘리며 서서히 동심삼제 쪽으로 다가들었다. "동심삼재. 어떻게 할 테냐? 순순히 내놓을 것이냐? 아니면 죽음에 이를 작정이냐?" 그러나 동심삼재는 조금의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진령사살! 인검패와 흥옥불마상이 우리에게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 것이 아니다. 기실 우리 삼형제가 이 고빈루를 차린 것도 주인을 기다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들의 말과 표정에서는 조금의 가식도 찾을 길이 없었다. 그러나 진령사살들은 냉랭한 코방귀를 날렸다. "흥! 헛수작 부리지 마라." 그들은 분분히 수중의 감산도를 높이 치켜들었다. "순순히 내놓지 않는다면 피를 보는 수밖에 없지." 그러나 그들은 피를 볼 수가 없었다. 한 소리 음산한 외침이 그들 의 뒷덜미를 낚아쳤기 때문이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본인도 이번 일에 끼고 싶소이다만… 어디 허 락해 주시겠소이까?" 마의중년인이었다. 진령사살은 어이없다는 듯 차갑게 끊어 말했다. "죽고 싶어 환장한 놈이로군." 그러자 마의중년인의 움푹 꺼진 두 눈에서 으스스한 음광(陰光)이 일었다. "본인은 홍옥불마상 따위에는 홍미가 없소이다. 그러나 인검패만은 반드시 얻어야겠소이다." 진령사살이 가소롭다는 듯 물었다. "네놈은 누구냐?" 마의중년인은 천천히 자리에서 신형을 일으켰다. 본인은 장백산 인검문(引劍門)의 문주외다. 순간 진령사살은 물론 동심삼재도 경악하고 말았다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부르짖듯 말했다. "철삭묵도(鐵索墨刀) 탁무영(卓戊榮)?" 마의중년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소. 본인이 바로 철삭묵도 탁무영이오. 그리고 인검패는 이백 년 전 본문에서 잃어버린 것이오. 아시다시피 인검패는 본문의 무가 지보이자 본문의 지존영패(至尊令牌)이외다." 그의 목소리는 지극한 엄중함을 풍기고 있었다. "으음……." 뜻밖의 상황에 동심삼재는 침음성을 터뜨렸다. 그 중 하나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귀하가 진정 인검문주라면 인검패를 회수할 권리가 있소. 그러나 아무리 사실이 그렇다 해도 함부로 내어줄 수는 없소이다. 비록 우리 가 그것들을 지니고 있다 해도. 우리는 단지 지니고만 있을 뿐 마음 대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이외다." 동심삼재의 음성은 어디까지나 정중했다. 일순 탁무영의 검날 같은 코끝이 꿈틀거렸다. "후후후, 역시 당신들도 속이 시커먼 것은 마찬가지로군.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본인도 무력을 사용하는 수밖에……." 상황은 새로운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철삭묵도 탁무영은 허리춤의 밧줄을 풀었다. 밧줄에서는 기이하게도 쇳소리가 흘러나왔다 차르르르……. 밧줄은 바로 쇠로 만들어졌던 것이다. 동심삼재, 진령사살, 철삭묵도 탁무영. 세 개의 무리는 품자형으로 대치한 채 긴장을 고조시켰다. 그러나 누구도 섣불리 손올 쓰는 자는 없었다. 한편. 백리호는 나직한 목소리로 금소천을 향해 말문을 열었다. "금형 우리도 한 번 거들어 볼까요?" 그의 아름다운 두 눈에서 반짝 기이한 빛이 떠올랐다. "어떻소이까? 금형께서 원하신다면 불초가 그 두 가지 기보를 취해 드리겠소이다." 놀라운 제안이었다.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러나 금소천은 빙긋 웃었을 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백리호. 저먼 말을 손쉽게 하는 것으로 보통 신분의 인물이 아니 다. 그러나……." 그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심삼재 중 제일 맏이인 원소충이었다. 그는 엄숙히 금소천 등을 향해 말했다. "두 분 손님은 위험하니 다음 기회에 이곳을 찾아 주십시오." 그러자 백리호는 원소충을 향해 예의 보조개를 만들어 보이며 달콤 하게 웃었다. "염려 마십시오. 우리 일은 우리가 처리하겠소이다." 동심삼재들은 눈살을 찌푸리며 재차 말문을 열려 했다. 그 순간이었다. 진령사살들의 감산도가 벼락치듯 도광을 뿌렸다. "네놈 걱정이나 하거라!" 네 자루의 감산도가 동심삼재의 전신을 도광 더미 속으로 몰아넣었 다. "추잡한 놈들!" 동심삼재 역시 손발을 묶어두지는 않았다. "동심귀현(同心歸玄)" 우렁찬 고함 소리와 함께 여섯 개의 장심(掌心)이 일제히 사방으로 가공무비의 장경(掌勁)을 뿜었다. 퍼퍼펑! 굉음이 터지며 주위의 탁자들이 풍비박산이 나 버렸다. 두 무리는 거의 같은 걸음을 뒤로 물러섰다. 첫번째 격돌의 결과는 라상막하엿던 것이다. 동심삼재들은 내심 가슴 철렁한 경악성을 터뜨렸다. '놀랍다. 놈들은 지난 삼년 사이 가공할 증진을 보았다.' 그러나 진령사살들은 경악 정도가 아니라 솟구치는 분노를 금치 못 했다. '빌어먹을! 삼년 동안 피나는 고련(苦練)을 했지만, 고작 평수(平 手)라니…….' 다음 순간 그들은 재차 뒤엉켜 대혈전을 전개했다. 다시금 경력과 강기가 사방에 난무했다. 펑! 퍼펑! 콰지직! 문득 지켜보던 금소천의 입가에 기이한 미소가 스쳤다. '승부는 이미 났다. 동심삼재를 꺾기에는 진령사살의 능력이 역부 족이다, 헌데 괴이하게도 동심삼재는 지금 자신들의 진정한 내력을 전부 발휘하고 있지 않다.' 그가 내심 중얼거리고 있을 때였다. 지켜보던 철삭묵도 탁무영의 입가에 음산한 괴소가 피었다. 그는 수중의 철삭을 두어 차례 흔들어 보였다. "공연히 시간 끌 필요는 없겠지." 다음 순간 그의 철삭이 번개같이 쭉 내뻗쳤다. 촤르르르……! 순간 처절한 비명이 터지며 진령사살 중 한 명의 머리통이 정확하 게 반으로 갈라졌다. "크아악!" 그 황망한 결과에 나머지 진령사살은 대노하여 외쳤다. "이… 찢어 죽일… 암습을……." 그러나 철삭묵도 탁무영은 음산한 괴소를 홀리며 수중의 철삭을 꼬 나들었다. "흐흐. 네놈들 갈은 잡배들에게 암습이라니?" 말을 맺음과 동시에 그의 철삭이 번개치듯 진령사살 증 맨 좌측의 사살(四煞)을 노려들었다. 사살은 대경하여 황급히 신형을 젖히려 했다. 그러나 반응한 것은 그의 마음뿐이었다. "크아악!" 철삭이 여지없이 사살의 가슴을 반이나 갈라놓았다. 이를 지켜보던 백리호의 안색이 무겁게 굳어졌다. 동심삼재 역시 안색을 대변시키며 경악하고 말았다. 금소천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렸다. '과연 인검문주다운 전륜한 손속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손속이 잔인 하군.' 그가 내심 염두를 굴리고 있는 사이에도 허파 찢기우는 비명이 터 지며 또 하나가 철삭의 귀신이 되고 말았다. 이제 진령사살 중 살아 남은 인물은 대살(大煞) 한 명뿐이었다. "으으……." 대살은 공포가 극에 달해 대항할 전의를 상실해 있었다. '길은 단 하나… 도망이다.' 대살은 가장 현명한 방법을 택했다. "두고 보자." 외침과 동시에 대살은 섬전처럼 신형을 솟구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