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17편 (17/79)

2026-09-22 08:23:43 조회 14
두 사람은 한동안 가지 끝의 초승달을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돌연 야산 밑에서 천지진동의 엄청난 굉음이 터졌다. "일랑! 월랑! 이 꼬마 녀석들아. 어디에 있느냐?" 그것은 태산을 엎을 듯한 엄청난 괴음이었다. "킥!" 순간 월랑은 웃음보를 터뜨렸다. "아저씨! 아까 말한 관숙(關叔)이에요. 지금 고함은 그래도 나직하 게 외치는 것이에요." 그녀는 한쪽 눈을 찡긋하며 조르르 산 아래로 신형을 날렸다. "아저씨! 저는 이만 가 봐야 해요." 소리탑은 황급히 월랑의 등에 대고 외쳤다. "월랑! 너는 옥문관에 사느냐?" "그래요. 아저씨! 나중에 또 봐요." 월랑은 한 마리 나비같이 나풀거리며 소리탑의 시야에서 멀어져갔 다. 소리탑은 아쉬운 꿈을 깬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월… 랑……." 초승달은 어느새 고목의 가지 끝을 떠나 야천(夜天)을 따라 밤의 행로의 더듬고 있었다. "그래… 너무도 잊고 있었어! 연아를……." 소리탑은 허허로운 중얼거림을 흘렸다. "그래! 신강에 들른 후. 다시 한 번 이곳에 오는 것이다." 그는 눈빛을 번쩍인 후 야천을 향해 한차례 길게 휘파람을 불었다. 삐익! 순간 괴성과 함께 거대한 혈붕 한 마리가 소리탑의 머리 위에 모숩 을 나타냈다. "다시 오리라! 열흘 후……." 소리답은 그 말을 남기며 혈붕 쪽으로 신쾌하게 신형을 솟구쳤다. 이어 혈붕과 그는 초승달을 뚫고 동천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약속대로 열흘 후. 소리탑은 옥문관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땐 이미 월랑의 모습이 옥문관에서 사라진 후였다. 오직 추억만이 새롭게 남아 있을 뿐이었다. * * * 곤륜산(崑崙山). 청해성(靑海省) 최동단에 위치한 천하거산, 사방 수만 리에 걸쳐 광대한 맥(脈)을 거느리고 수천의 험봉(險峰) 들은 하늘을 뚫으며 솟아 있다. 또한 곤륜산은 세외의 난풍(亂風)을 막고 있는 중원 굴지의 명산이다. <야은애(野隱崖).> 곤륜산 양대거봉인 관천봉(貫天峰)과 비학봉(飛鶴峰) 사이에 자리 한 천인(天刃)의 단애(斷崖)이다. 나는 새조차 접근하기를 꺼려하는 천하비지(天下秘地) 야은애. 뭉클… 뭉클……. 소리 없이 새벽 안개가 야은애를 휘감고 스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었다. "후우……." 나직한 침음성과 함께 인영 하나가 야은애에 모습을 나타냈다. "천신만고 끝에 결국은 야은애에 도착했군." 금소천이었다. 그는 전일과는 판이하게 다른 변오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천상천하제일의 신비미청년 . 백옥수정이 무색할 신비의 흰 피부와 일월이 경배할 무형의 장엄한 신태였다. 이 모든 것이 설궁의 빙극천 령액을 복용하여 탈태환골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금소천은 신비영롱의 눈길을 들어 안개 꿈틀거리는 야은애를 살펴 보았다. '야은애 밑에 한 채 모옥이 있고, 바로 그곳에 야은초자(野隱草子) 교천승(交天勝)이 있다고 했다.' 야은초자 교천승. 이 인물은 바로 정도제일지존인 비천성존(秘天聖尊) 단리운극의 사 형이 아닌가? 지금 금소천은 비천성존 단리운극의 부탁에 의해 야은 초자 교천승을 만나고자 하는 것이다. '단리 노선배의 말에 의하면 야은초자 교 노선배는 일신에 무공을 조금도 지니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방면의 절학은 입신지 경에 이르러… 이곳 야은애에 천하절진을 안배해 타인의 접근을 막고 있다고 했다.' 금소천은 내심 염두를 굴리며 야은애를 돌아보았다. 문득 이상하다는 듯한 음성이 그의 입을 뚫고 나왔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예전보다 모든 사물이 더욱 확연하게 보여!' 그랬다. 그는 지금 꿈틀거리고 있는 새벽 안개를 꿰뚫고 야은애를 돌아보는 데 조금의 안력도 돋구지 않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안개를 뚫고 야은애의 모든 상황을 낱낱이 살펴볼 수 있었다. 안력의 증진! 이는 곧 일신내력의 모든 정화가 극의 경지에 치닫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혹… 그 빙극천령액으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기연을 얻은 것 인가?' 금소천은 그제야 자신의 내부진력이 설궁에 들기 전과 판이한 차이 가 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후후후! 그렇다면 이번 일은 냉한빙보다 하란미와 소나에게 감사 해야겠군." 그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야은애를 살펴보던 금소천의 안색이 돌연 급변을 일으켰다. "저… 저것은?" 무엇을 발견했는가? 휙! 그는 지면을 박차고 어느 한 곳올 향해 기쾌하게 신형을 날리기 시 작했다. 화원(花園). 사방 백 장 정도의 큰 규모로 된 화원이 펼쳐져 있었다. 천하의 꼬든 기화이초(奇花異草)들이 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그러나 지금 화원의 모든 꽃들은 엉망진창으로 짓밟혀 있다. 금소천. 그는 엉망이 된 화원을 돌아보며 무겁게 증얼거렸다. "이곳이 아마도 교 노선배의 처소일 것이다 헌데 누가 이곳에 침입 을 한 것일까?" 그는 상황을 침입으로 결론지었다. "야은초자 교선배는 무공을 모른다. 그렇다면?" 등골에 부지중 서늘한 찬바람이 불었다. 결과가 너무도 확연히 그 려졌기 때문이다. "아뿔싸! 불사천존 냉운형에게 당했다." 금소천은 다급성을 발하며 급히 화원 안으로 신형을 날렸다. 모옥! 망가진 화원의 중앙에 그림같이 자리하고 있었다. 금소천은 황급히 모옥 안으로 들어섰다. '늦었다!' 모옥 안으로 들며 그는 내심 한 소리 희미한 절망의 외침을 터뜨렸 다. 실내에는 피투성이가 된 한 구워 시신이 처참한 모습으로 나뒹굴어 있었다. "이럴… 수가? 금소천은 안색을 굳히며 그 자리에 못 박혀 버렸다. 한 걸음 늦은 것이었다. "냉운형! 이런 야비한 짓을 하다니……/" 그는 망연자실하게 시신을 웅시했다. 문득 그의 시선이 어느 한 곳에 이르러 반짝 벚을 뿌렸다. 시신의 오른손 부근이었다. 그곳에는 피로 쓴 몇 자의 글이 보였다. <금소천, 이곳까지 오느라 수고가 많았다. 그러나 교천승의 목숨은 본인이 가져간다. 혈선무정 천우헌.> "천… 우… 헌." 금소천은 급히 염두를 굴렸다. '분명 놈은 불사천존 냉운형의 수하 고수 중 한 명이다.' 혈선무정 천우헌. 그는 바로 천마교의 초일류급 고수 중 한 명이 아니던가! 금소천은 긴 검미를 수차례 꿈틀거렸다. "ㅉ! 어쩐지 블사천존 냉 늙은 여우가 쉽게 나를 포기한다 했더니 … 다 이유가 있었구나." 그는 고개를 저으며 싸늘히 식어 버린 야은초자 교천승의 시신을 허탈 속에 훑어보았다. 문득 그의 두 눈 깊은 곳에서 다시 한 번 반짝 이채로운 신광이 빛 을 뿌렸다. "크크ㅋ!" 그의 얇은 입술을 비집고 한 소리 웃음이 새었다. "냉운형. 그가 늙은 여우라면… 교천승, 그는 음흉한 늙은 너구리 다." 무슨 뜻인가? 금소천은 한쪽 발로 피투성이 시신의 배를 툭툭 차 보았다. "금선탈각(金禪脫脚)이라? 후후……." 연신 의미심장한 증얼거림을 흘렸다. "교천승! 예상보다 놀라운 심기다. 그러나 과연 그가 나 금소천의 능력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을까?" 이어 그는 예리한 시선으로 꼬옥의 구석구석을 살폈다. 잠시 후. 그의 두 눈이 가늘게 뜨이며 어느 한 곳을 향해 신광을 뿌렸다. "자! 지금부터 늙은 너구리를 만나볼까?" 다음 순간 금소천은 모윽의 어느 한 벽을 향해 가볍게 일장을 내뻗 었다. 꽝! 굉음과 함께 벽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분분한 먼지가 가라앉고 자그마한 한 칸의 석실이 보였다. 그 아담한 석실의 한 켠엔 침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침상 위에는 학발계피(鶴髮鷄皮)의 매우 늙은 노인 한 명이 누워 있었다. "쿨룩… 쿨룩……." 노인은 중병을 앎고 있는 듯 초췌한 안색으로 연신 괴로운 기침을 토해냈다. "아… 점점 정신은 아득해지는데… 쿨룩, 쿨룩… 단리 사제… 얼마 나 더 기다려야 하는가……. 쿨룩!" 노인은 연이어 목젖 갈라지는 괴로운 기침을 그치지 못했다. "쿨룩… 자네의 전서구를 받은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는데… 쿨룩 ……." 기침은 더욱 심해졌다. 급기야 노인은 시커맣게 죽은피를 토하기까지 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담담한 음성이 노인의 기침 소리를 묻어 버렸다. "노선배! 이제 더 이상 기다리실 필요 없소이다." 순간 노인은 대경하여 음성이 인 곳으로 시선을 주었다. 어느새 석실 안에 인영 하나가 유령같이 나타나 있었다. 금소천이었다. 노인은 경악 속에 금소천을 지켜보았다. "그, 그대는?" 금소천은 얇은 입술을 살짝 비틀며 담담하게 반문했다. "노선배께서 보시기에 내가 누군 것 같소이까?" 노인은 참았던 기침을 터뜨렸다. "쿨룩 묘한 질문… 그대는 묘한 인물이군." 금소천은 나직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 원래가 그렇소이다. 교 노선배!" 순간 노인의 안색이 대변을 일으켰다. "그, 그대는 어찌 노부가 교천승임을 알았는가?" 그렇다. 야은초자 교천승은 천마교의 고수인 혈선무정 천우헌에 의 해 죽어 있었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금소천은 눈앞의 노인을 교천숭이라 했고. 노인 역시 스 스로를 교천승이라 시인하고 있다. 금소천은 대답했다. "노선배 대신 죽은 자가 일러주었소이다. 자신은 진정한 야은초자 교천승이 아니라고 말입니다." 교천승은 금소천의 기이한 대답에 어리둥절하고 말았다. 금소천은 교천승을 직시하며 가벼운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 교 노선배. 당신은 천려일실(千慮一失)… 큰 실수를 범한 것입니다." "실수?" "그렇소. 노선배 대신 죽은 자는 완벽하게 노선배로 변용(變容)해 스스로 죽음을 택했소. 전혀 무공도 모르는 척하고. 실로 완벽하게 노선배의 역할을 해냈소. 그러나……." 그는 신비한 미소를 머금었다. "단 한 가지만은 감추지 못했소이다." 이미 야은초자 교천승은 기침을 그친 지 오래였다. 너무도 황망한 충격에 기침마저 멎은 것 같았다. "한 가지 감추지 못한 것이라니… 그것이 무엇인가?" 금소천은 히죽 그 특유의 웃음을 흘렸다. "사람에겐 누구나 본능이란 것이 있소이다. 죽은 자 역시 인간인 만큼 죽기 직전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본능적으로 일신의 내력을 끌어올리려 했소이다." 순간 교천승은 벼락맞은 듯한 충격을 보였다. 금소천의 말이 계속되었다. "때문에 그 자의 단전 부근에는 아직도 끌어올린 내공이 풀리지 않 은 채 맺혀 있었소이다." 그의 음성에는 확신이 차 있었다. 그것을 확인하느라 금소천은 죽 은 시신의 배 부분을 툭툭 차 보지 않았던가? 금소천은 교천승을 향해 기이롭게 웃었다. "이상하지 않소이까? 분명 노선배님께선 일신에 전혀 내공따위를 지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하하하하." 교천승은 탄성보다 더 진한 신음성을 흘렸다. "으음……." 금소천의 논리는 너무도 정연했고 그대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 실이었다. "무서운 관찰력이다!" 교천승은 오직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금소천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물론 그 외에도 실수는 여러 곳에서 있었소. 그 자의 손바닥을 보 니 은은하게나마 과거 한때 외문기공(外門奇功)이었던 금종조(金鐘 早)를 연성한 흔적이 있었고, 또한 태양혈이 불룩 솟아 있어 일신에 심상치 않은 내력을 지닌 고수임이 틀림없었소이다." 허점! 금소천은 그 허점들을 예리하게 파혜치고 있었다. "으음!" 교천승은 연신 신음성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금소천은 교천승의 신색을 살핀 후 계속 말을 이었다. "중요한 것은 죽은 자의 눈빛에는 원한보다 죽음을 눈앞에 둔 공포 의 기색이 깔려 있었소이다. 내가 아는 바로 진정한 야은초자라면 결 코 공포의 기색 따윈 보이지 않았을 것이외다." "아!" 교천승은 차라리 할 말을 잊어버렸다. '마, 만일… 혈선무정 천우헌의 심기가… 이 젊은이의 반이나 따랐 다면…….' 어금니 깊숙한 곳에서 엄청난 전울이 엄습해 들었다. 생각만 해도 치가 떨리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잠시 후 교천승은 경악을 추스르며 제일 궁금한 것을 물었다. "헌데… 그대는 노부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었 나?" "크ㅋ! 그건 말이외다." 금소천은 입꼬리에 신비의 미소를 담았다. 죽은 자의 두 눈이 공포와 또한 그 어떤 간절한 염원을 담은 채… 이 서실 쪽의 벽을 향해 있었소이다." 교천승은 부지중 벌떡 침상에서 신형을 일으켰다. "무… 무서운… 심기!" 교천승 그는 태어난 이래 난생 처음으로 굴복하고 말았다. 난생 처 음으로 심신양면의 굴복을 했다. "자네가 금소천인가?" 금소천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보름 전에 전서구를 받았으면 아시고 계실 것이 아니오?" "허허……." 교천승은 금소천의 괴이한 말투에 고소를 날렸다. 문득 고소 끝에 교천승은 이채로운 눈빚을 했다. "자네의 심기는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 그러나 무공은 어떨지 모 르겠군." 그의 음성 밑바닥에 의미심장한 기운이 깔렸다. 다음 순간 교천승은 침상 모서리 한 부분을 힘주어 눌렀다. 금소천은 담담하게 교천승을 향해 말했다. "그렇게 애써 수고하실 필요는 없소이다." 이때 교천승은 대경 당황하고 있었다. "기, 기관이 움직이질 않는다." 그렇다. 그는 금소천을 시험해 보기 위해 침상 모서리를 눌러 기관 장치를 발동시켰던 것이다. 그러나 기관장치는 조금의 반응도 나타내지 않고 있었다. "하하하!" 금소천은 교천숭의 당황한 모습을 지켜보며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 이 석실 안의 일곱 가지 기관은 이미 고장이 났으니 구태여 시험해 보실 필요는 없소이다." 금소천의 말 뜻은 너무도 명백했다. 그는 석실에 들기 전에 이미 모든 기관장치를 망가뜨린 것이었다. '또 당했군!' 교천승은 내심 외치며 돌연 앙천광소성을 터뜨렸다. "하하하… 과연! 과연… 단리 사제가 선택싱 기재로다!" 그의 대소성엔 만족과 희열의 기색이 충만하여 있었다. "하하하하……! 쿨룩, 쿨룩!" 대소성 끝에 그는 그켰던 괴로운 기침을 터뜨렸다. 울컥! 긴장이 풀린 탓인지 기침 끝에 시커먼 흑혈을 토했다. "자, 자네 금소천. 천하에 자네를 시험하려는 자가 있다면… 그는 천하에서 가장 어리석은 자일세." 교천승은 장담했다. 이어 그는 힘겹게 신형을 일으켰다. "노부를 따라오게." 교천승은 석실의 우측 벽으로 비틀거리며 다가들었다. 그의 손이 벽면 어느 한 곳을 가볍게 눌렀다. 그러자 굉음이 일며 석댁이 한 켠으로 밀려났다. 쿠르르르릉--! 통로 하나가 어둠 속에 입을 벌렸다. 교천승은 금소천을 안내하여 통로를 걸었다. 약 이십 장 가량 걸었을까? 또 다른 석실 하나가 나타났다. 사방 벽이 빈틈없이 빽빽한 서가로 이루어진 석실이었다. 교천승은 서가에 가득한 책자들을 가리키며 말문을 열었다. "이곳에는 모두 팔백 권의 책자가 있다네. 그것들은 모두 노부가 백사십 년에 걸쳐 저술한 것들이지." 그 말을 하는 교천승의 전신에 생기 같은 것이 떠올랐다. 금소천은 내심 감탄했다. '백사십 년간 팔백 권의 책자를 저술했다?' 교천승은 감회 어린 시선으로 책자들을 바라보았다. 구파일방의 모든 무학들이 백 권에 걸쳐 기록되어 있고. 천년 이래 명멸하듯 나타났다 사리진 백도 삼백 십사 개 문파의 비전 절학들 흑 도나 방문좌도(方門左道) 이백 팔십 방면의 비학들, 하오문(下五門) 의 육십 가지 잡술, 그리고 천축(天竺), 묘강(苗疆) 등 이역의 무학 들까지……. 그것들 모두가 낱낱이 수록되어 있다네." 집대성(集大成)! 이거야말로 천하무학의 집대성이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음! 단리 노선배께서 야은초자 교천숭을 극구 칭찬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구나." 금소천은 내심 감탄치 않을 수 없었다. 교천승은 서가의 어느 한 켠에 진중한 시선을 주었다. 아홉 권의 책자였다. "저 아홉 권의 책자가 바로 비천제황문의 비급일세." 비천제황문. 천년 전 아수라궁의 노도와 같은 중왼 침입을 물리친 전설속의 만 고기인 제황삼군(帝皇三君)의 절기. 바로 그것들이 금소천의 목전에 모습을 나타냈다. 교천승은 손을 들어 맨 좌측에 있는 책자를 가리켰다. "특히 저 비급에는 과거 본문의 개파조사(開派祖師)들이신 제황삼 군 선조들의 세 가지 천하절기들이 수록되어 있다네. 세 가지 절기… …. 그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절학들일세." 교천승의 신색은 너무도 엄숙했다. 그는 서가에서 시선을 돌려 한 켠에 놓여 있는 서탁(書卓) 쪽으로 돌렸다. "이후 자네가 해야 할 일은 저 두루마리에 적어 두었네." 서탁 위에는 제법 두틈한 두루마리 하나가 놓여 있었다. 문득 금소천은 정광을 번뜩이며 힘주어 말했다. "교 노선배. 한 가지 명심하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결코 비 천제황문의 제자는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외다." 이미 비천성존 단리운극에게도 밝힌 적이 있는 생각이었다. 교천승은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일세." 전서구를 통해 단리운극은 이미 교천승에게 이런 사정을 밝힌 적이 있었다. 때문에 그는 쉽게 금소천의 말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이 다. "쿨룩. 쿨룩!" 교천승은 문득 창백한 안색을 하며 심한 기침을 터뜨렸다. "어쨌든, 지난 백사십 년의 모든 것을 자네에게 물려주게 되었으니 기쁠 뿐일세." 인간이란 누구든 죽음에 이르기 전 자신의 모든 것을 후세에 남기 고 싶어한다. 그것은 곧 자신이 이 세상을 살아왔다는 흔적과도 같은 것이 아닌가? 더욱이 교천승은 이제 자신의 모든 것을 물려주고 또한 그것들을 더욱 멎나게 해줄 천하지재를 만났다. 지금의 그에게는 이보다 더 기 쁜 일이 있을 수 없었다. "손… 손을……." 털썩! 교천숭은 버티기 힘들다는 듯 바닥으로 무너져내렸다. 금소천은 교천승에게 손을 주었다. 교천승은 이미 메말라 있는 자신의 손으로 금소천의 두 손을 힘주 어 잡았다. "자네는… 진정 기인일세! 노부 이백 년 이상을 살아오며… 만난 숱한 사람들 중 가장 특이한 인물이야." 금소천은 교천승의 목숨이 경각에 달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노선배, 우선 치료부터……." "쿨룩. 쿨룩! 아닐세……!" 교천승은 기침을 터뜨리며 고개를 저었다. 문득 그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머금어졌다. "이제 보니 자네는 괴이한 만큼 따뜻한 정도 있군." "정……?" 금소천은 부지불식간에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교천승은 풀리는 두 눈에 반짝 신광을 떠올렸다. 죽음 직전에 잠시 생기를 되찾는 회광반조(回光反照)의 현상이었다. "자네는 군자야. 언제나 괴이하고 기이하게 행동하지만, 자네의 두 눈과 마음 깊은 곳에는 짙은 고독의 그늘이 있네 그것은 따뜻한 마음 과 만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자만이 가지는 고독의 그늘이지." 교천승은 숱한 세월을 살아온 만큼 자신의 안목에 가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차네는… 진정한 군자야." 금소천은 눈썹을 꿈틀하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오. 나는 군자가 아니오." 교천승은 빙그레 웃으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후후. 그럼 마인(魔人)인가?" "물론 그것도 아니오!" 교천숭은 문득 기이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그렇다면 자네는 마군자(魔君子)이겠군." 순간 금소천의 두 눈이 반짝 이채를 발했다. "마… 군… 자?" 마군자(魔君子)! 웬일인지 그 호칭이 금소천의 마음에 강하게 박혀 들기 시작했다. 그때 교천승의 반짝이던 눈빛이 급격이 풀려들었다. "자, 자네의 소원대로… 부디 천왕(天王) 의 지존(至尊)이 되기를 … 비네……." 툭! 교천숭의 목이 힘없이 떨구어졌다. 한 명의 절세기인이 자신의 생을 마친 것이었다. 금소천은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천왕의 지존이라……." 그는 미미하게 고개를 저었다. "ㅋ! 알고 있었던가?" 교천승은 금소천이 천왕지맥을 타고난 십대천왕 중 일 인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천천히 교천승의 손을 놓으며 신광을 번쩍였다. "그러나 야은초자 교 노선배! 당신은 분명 나에게 한 가지 숨긴 것 이 있었소이다." 그는 이미 시신이 된 교천승의 어깨를 흔들었다. "분명 나를 속인 것이 있소. 그렇지 않소?" 속였다! 무엇올 속였다는 말인가? "말해 보시오. 무엇을 속였나?" 당연히 교천승은 말이 없었다. 죽었기 때문이었다. 금소천의 입가가 회미하게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금소천은 교천승의 어깨를 혼들던 행동을 그만두었다. 그의 두 눈 깊숙한 곳에서는 짙은 그늘이 안개 퍼지듯 번지고 있었 다. 애수인지 고독인지 모를 그러한 그늘이었다. "크ㅋ!" 금소천은 한차례 괴소를 터뜨린 후 그늘을 지워 버렸다. 그리고 비천제왕문의 비급들을 들고 석실을 나섰다. * * *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 무엇인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곤륜산 야은애! 일은 그곳에서 아무도 모르지 진행되고 있었다. 천왕(天王)! 그것은 천왕 탄생의 시작이었다, 한 석부 안에서 가공할 천왕의 힘이 뻗치고 있었다. 하루… 한 달…… 일년… 이년. 그리고……. 세월이 흐르며 천왕의 힘은 더욱 가공하게 뻗친다. 세월은 소리 없이 흘러간다. 14장 재출도 하다 호북성(湖北省) 원화현(元化縣) . 중원 명산이자 중원도가 최고의 성산(聖山)인 무당산(武當山)의 발 치께에 자리한 제법 큰 고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