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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16편 (16/79)

2026-09-22 08:23:43 조회 12
빙극천령액은 천하의 그 어떤 한기도 견딜 수 있는 만고영액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 방울에 족히 십년의 내력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한 병에 적어도 백 방울이 들어 있었으니 천년 의 내력을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런데 금소천은 세 병 즉. 삼백 방울을 마셨으니 삼천 년의 내력 을 얻었단 말인가? 아니었다. 기이하게도 빙극천령썩은 열 방울 이상부터는 조금의 효 능도 더하지 못했다. 그것은 인간이 지닌 고유의 한계성 때문이었다. 때문에 금소천은 무려 세 병이나 마셨지만 내력증가는 백 년 수위에 그쳤을 뿐이다. 대신 그는 그 지나친 복용의 효과가 지금 탈태환골의 경지에 이르고 있었다. 만일 그가 이 상태에서 몇 년간 수련에 몰두한다면, 전신이 금강불 괴의 경지에까지 이를 수 있다. 그러나 금소천은 전혀 그러한 사실을 알 수 없었다. 어느 순간, 금소천의 전신에서 일고 있던 모든 변화가 멎었다. 그의 모습은 너무도 다르게 변해 있었다. 피부는 월궁의 항아라 한들 매료되고 말 빙기옥골(氷肌玉骨)의 신 비한 살결을 보인다. 게다가 전신에서는 일륜(日輪)조차 시샘을 할 눈부신 광휘가 인다. 같은 사내라 할지라도 넋을 잃어버릴 만큼 찬연한 모습이었다. 하늘과 땅이 복배(伏拜)할 신비의 기운이 무형 중에 풍겼다. 이 순간 그의 모습은 하늘과 땅. 그 모든 것의 기운을 함께 지니고 있었다. 금소천은 두 눈을 떳다. 눈동자는 표현이 감히 따르지 못할 혜광이 신비 속에 안으로 갈무 리되어 있었다. "ㅋ! 세상에 공짜는 없군. 진정 지독한 고통이었다." 금소천은 자신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았다. "크ㅋ! 이제 슬슬 냉한빙을 찾아볼까?" 그의 웃음은 여전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석실을 나서기 시작했다. * * * 한 칸의 빙실. 냉한빙은 여전히 젖무덤과 은밀한 곳만 금발로 가린 채 만년빙혈옥 (萬年氷血玉)으로 된 빙단(氷壇) 위에 암아 있었다. 지금 그녀는 기이하게도 두 눈을 뜬 채 운공조식 증에 있다. 이것 은 그녀가 세 살 때부터 이미 십사 년간이나 계속 해오고 있는 일이 었다. 뭉클… 뭉클……. 그녀의 천령혈 쪽으로부터 순백의 하얀 기류가 뿜어졌다. 이 순간 그녀의 운공은 절정으로 치닫고 있음이 분명했다. 만일 이 상태에서 자신이 운공을 멈추거나, 또는 누가 살짝만 건드 려도 주화입마에 빠지고 말 극히 위험한 순간이다. 그녀의 눈길은 전면의 빙벽에 못박히듯 고정되어 있다. 그곳에는 한 폭의 두루마리로 된 족자가 있다. 족자의 상부엔 괴이 한 문자들이 빽빽이 적혀 있다. 바로 천축문자인 범문(梵文)이었다. 범문 아래로는 한 폭의 미인화가 정교하게 그려져 있었다. 족자 속의 미인 역시 나신이었고. 지금 냉한빙이 취하고 있는 자세 와 동일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뭉클… 뭉클……. 어느덧 냉한빙의 천령혈에서 뿜어지는 기류가 더욱 많아지기 시작 했다. 바로 그때였다. 스스스슷! 빙벽의 한쪽이 소리 없이 녹아들었다. 이어 인영 하나가 모습을 나 타냈다. 금소천이었다. 냉한빙의 두 눈에 찰나지간 대경실색의 경악이 일었다. 금소천은 냉한빙을 향해 짐짓 정중하제 포권을 했다. "냉소저, 죄송하오만 불초는 그대에게 무례를 범해야 하겠소." 냉한빙의 눈길이 경악 속에 파르르 떨렸다. 그러나 그녀는 입을 열거나 약간이라도 움직일 수 없었다. 자칫 움 직였다가는 주화입마에 당해 평생의 유한을 남겨야 하기 패문이었다. "험, 험……." 금소천은 히죽 웃으며 헛기침을 터뜨렸다. "침묵은 곧 허락이라… 블초는 감히 무례를 범하겠소이다." 냉한빙의 눈길이 연이어 파르르 떨리며 가공할 살기를 담았다. 그러나 어찌할 것인가? "흠!" 금소천은 뒷짐까지 지며 주위를 훑어보았다. "응? 이것은 무엇이지?" 그의 시선이 빙벽의 족자로 향했다. 순간 냉한빙의 전신은 흠칫하고 말았다. 극도의 당황한 기색이 분 명했다. 금소천은 힐끔 그녀의 신색을 살피며 족자를 벗겼다. 그의 눈빛이 족자를 살피며 기이하게 흔들렸다. 족자는 모두 열두 장으로 되어 있었다. 매 장마다 천축의 범문이 상부에 적혀 있었고. 그 아래로 나신의 미인화가 그려져 있었다. 매 장의 미인화들은 그 자세가 각기 달랐다. 엎드려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거꾸로 서 있고, 한쪽 발을 살짝 들었는가 하면, 다른 한쪽 발올 자신의 은밀한 부위에 바싹 밀착시키 고 있었다 얼핏 보면 절로 얼굴이 뜨거워지게 만드는 춘화도(春畵圖) 같았다. 그러나 금소천의 두 눈은 서서히 경악의 기색을 보였다. '이것은 천축에서 전해 오는 죽음의 신공인 명옥빙공(冥玉氷功)이 잖아?' 그는 내심 둥골에 찬바람이 돌 정도의 신음성을 흘렸다, '으음… 이 명옥빙공은 모두 십이 단계로 되어 있고. 적어도 백년 내공이 있어야만 연마에 들 수 있다 그리고 삼백 년의 내력을 얻어야 만이 십이 단계에 이를 수 있다.' 그는 미미하게 전율을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갑자가 넘는 내력이 있다 하더라도… 천부적인 자질을 지 닌 절세기녀(絶世奇女)가 천고의 기연을 얻은 후 적어도 육십 년을 연마해야만 극성에 달할 수 있다.' 그는 경악의 시선을 냉한빙이 취하고 있는 자세에 던졌다. '저것은 분명 십이 단계의 연마에 든 자세다.' 그랬다. 지금 그녀가 취하고 있는 자세는 족자의 맨 마지막 장에 있는 자세 와 똑같았다. '냉한빙. 이제 겨우 십칠 세 정도밖에 보이지 않는데 벌써 십이단 계의 연성에 들었다니… 실로 놀라운 일이다.' 그는 전신 가득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만일 저 여인이 십이 단계를 모두 연성한다면?' 생각만 해도 차디찬 전율이 돋올 충격이었다. 금소천이 경악을 추스르며 당황하고 있는 냉한빙에게 시선을 주었 다. "쯔쯧. 여인이란 나이가 차면 시집갈 생각이나 해야지. 이따위 잡 공이나 익히고 있다니 아무래도 나는 그대를 위해 이 귀신같은 것을 태워 버려야겠다." 냉한빙은 혼비백산 경악하고 말았다. '태. 태워 버리겠다고?' 그녀는 미칠 지경이었다. '아… 안돼!' 그녀는 금소천을 향해 애원의 눈길을 보냈다. 그러나 금소천은 이미 한손에 자신의 삼매진화(三昧眞火)를 끌어올 리고 있었다. "냉소저, 이 모든 것이 그대를 위한 지극한 정성임을 절대 잊지 마 시오." 그는 족자에 불을 당겼다. 확! 화르르르르……. 순식간에 명옥신공이 수록된 열두 장의 족자는 불덩이로 변하고 말 았다. '저. 저럴 수가! 아, 안돼!' 냉한빙은 너무도 분기탱천하여 혼절할 지경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여전히 꼼짝할 수 없었다. 금소천은 족자를 다 태운 후 한쪽 눈을 찡긋하며 포권을 했다. "냉소저, 그럼 불초는 이만 사라지겠소이다. 하하핫……." 대소성과 합께 그의 신형이 연기같이 꺼져 버렸다, 냉한빙의 금빛 투명한 두 눈동자에 절망의 그늘이 노을처럼 깔렸 다. '다… 타 버렸어. 모두 다…….' 한 방울 눈물이 그녀의 눈꼬리에 금빛으로 얼어붙었다. 휘이이잉--! 대설산은 눈보라 속에 어둠의 끝을 달리고 있었다. 금소천은 부지런히 신형을 솟구쳐 어느덧 대설산을 빠져나가고 있 었다. "후후후, 냉한빙. 지금쯤은 하늘이 무너져라 팔짝팔짝 날뛰고 있겠 지?" 부딪치는 눈보라가 웬지 시원했다. "어쨌든… 제법 마음에 드는 계집이었어." 눈보라가 더욱 기숭을 부리는 가운데 금소천의 모습은 대설산을 떠 났다. 아무도 그의 앞길을 막지 못했다. "자! 어서 이 지옥 같은 곳을 벗어나야지." 그는 두 다리에 공력을 모아 박차를 가했다. 대설산의 한 고봉(高峯). 우우우웅--! 대설산을 통째로 날려 버리는 지독무비의 일대 쪽풍이 소용돌이를 일으켰다. 그 폭풍의 중앙에 설산성녀 냉한빙의 모습이 있었다. "금소천. 내 결코 네놈을 영원토록 잊지 않겠다." 그녀의 전신에서 폭풍 같은 분노의 회오리가 일었다. "네놈 때문에 나의 명옥신공 십이 단계 성취가 적어도 수년은 지체 되게 생겼다." 뽀드득! 그녀는 분기탱천하여 이빨을 갈아붙였다. "수년 후… 내 반드시 중월으로 가리라. 그리하여 금소천! 네놈을 갈아 발기발기 찢어 죽이리라." 우우우우웅! 그녀의 전신에서 뿜어지는 분노의 폭풍은 대설산을 통째로 뒤흔들 고 있었다. 금소천. 그가 스치는 곳엔 항시 폭퐁이 인다. 이번 대설산의 폭풍. 그것은 수년 후 어떤 모습으로 중원에 나타날 것인가? 13장 예정된 기연을 얻다 밤. 한 조각 신월(新月)이 야공의 동쪽에 기우뚱 걸렸다. 그 자세는 몹시 불안하여 꿴지 스산한 기운을 뿌린다. 사위는 무거운 정적 속에 잠겨 있다. 무언가 일이 벌어질 것 같다. 오늘 밤에는……. "크악!" "으악!" 돌연 두 마디 처절한 단말마의 비명이 귀신 죽은 듯한 정적을 깨뜨 렸다. 촤-- 앗! 두 가닥 선렬한 핏줄기가 허공에 솟구쳤다. 야공의 신월에 두 줄기 진흥멎 선혈이 신월에 어우러졌다. 십자(十字). 진홍빛 혈선은 신월을 십자로 가르며 그림같이 교차되었다. 이어 교차되었던 선혈은 신윌에 섬뜩한 피칠을 하며 주르르 흘러내 렸다. 스슷! 스슷! 신윌이 완전히 피칠을 한 순간 몇 개의 인영이 유령같이 어둠의 한 련에 모습을 나타냈다. 네 개의 야영(夜影). 하나같이 허연 백발의 노인들이었다. 수세미같이 어지럽게 뒤엉킨 백발은 얼굴을 가리고 있어 진면목을 분간할 수도 없었다. 백발 사이로 음산한 신광이 줄기줄기 뺄치고 있는 괴노인들. 특이하게도 그들은 일신에 한결같이 넝마에 가까운 붉은 승포를 걸 치고 있었다, 마치 머리를 기른 승인들의 오습이다. 그 중 한 흥의노숭의 품에는 어린 소동이 안겨 있었다. 나이는 대략 칠팔 세 가량 되었을까? 천상의 옥불(玉佛) 같은 귀여 운 어린 소동. 놀랍게도 소동은 바로 포달람궁의 마지막 후예이자. 천룡 달라이 대라마의 애제자인 아극이었다. 그렇다면 이들 네 명의 괴노승들은? 그렇다. 이들은 바로 포달랍궁의 마지막 후인인 아극을 아수마궁의 살수에서 구출해 중원으로 향한 천룡 대라마의 네명 사존들이었다. 네 명의 노숭들은 먼발치 쪽에 시선을 주었다. 두 구의 시신이 혈수 속에 널브러져 있었다. "아수마궁의 놈들. 갈수록 집요한 추적믈 그치지 않는군." 누군가가 씹어뱉듯 중얼거렸다. 그러자 한 노숭이 고개를 저으며 나타났다. "아니오. 놈들은 아수마궁의 고수들이 아니오." 그는 음산한 눈빛으로 시신들을 살폈다. 그러자 다른 노숭이 다급히 물었다. "아수마궁익 고수들이 아니라고?" "그렇소. 아수마궁의 고수들은 결코 신월백린도(新月白鱗刀))를 사 용치 않소이다. 지금까지 모두 일곱 번의 추적이 있었소만. 놈들은 모두들 신월백린도를 사용하는 무리들이었소." 한 노승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음… 그떻다면 답은 하나로군. 신윌백린도를 사용하는 집단은 천 하에 오직 한 곳뿐이니!" 그러자 나머지 노숭들은 일제히 나직한 침옴성을 터뜨렸다/ "신강(新疆)의 살막(殺幕)!" 그들의 음산하던 눈빛이 급변을 일으켰다. "살막! 놈들이 아수마궁에 동조를?" "으음… 빌어먹을 놈들 같으니……." 네 명의 노숭들은 잠시 무거운 침묵 속에 빠져 있었다. "심각한 일이군." 아극을 품에 안고 있는 노숭이 무서운 살광을 뿜었다. "흐흐흐! 심각할 것 없소. 살막이컨 아수마궁이건 누구든 신경 쓸 것 없소," 그는 아극의 얼굴을 한번 쳐다보고는 시선을 돌렸다. "포달랍궁의 혈한과 관련된 놈들이라면… 그 어떤 놈이든 결코 용 서치 많을 것이오." 그는 다시금 품속의 아극을 내려다보았다. "아극! 똑똑히 들어라. 그리고 기억하라 포달랍궁… 그 피의 최후 를 말이다!" 피를 토하는 노숭의 외침! 아극은 입술을 악물며 힘주어 대답했다. "소손 아극… 결코…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소동이지만 아극의 전신에서는 태산조차 경외심을 가질 하늘 같은 의지가 무지개같이 뻗치고 있었다. 주르르……. 네 명의 노숭들은 야공을 우러러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포달랍궁! 결코 이대로 무너질 수는 없다!" 그들은 결연히 외친 후 아극에게 시선을 주었다. "아극! 너는 포달랍궁의 마지막 회망이요. 생명이다." 그것은 진실이요, 최후의 희망이었다. 아극이 있는 한 포달랍궁의 뿌리는 결코 끊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가자! 계속해 가야 한다. 곤륜산을 넘었으니 이제 조금만 가면 옥 문관(玉門關)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들은 앞다투어 단호하게 외쳤다. "그렇다! 우리가 권토중래해야 할 중원이 눈앞에 있다!" 중원! 이제 중원으로 포달랍궁의 마지막 후인이 모습을 나타냈다. 신월이 피칠을 한 밤의 어둠을 타고 그가 나타났다. 아수마궁과 포달랍궁의 숙명적인 대혈전. 그 가운데 신비의 세력 살막이 끼여들었다. 신월백린도를 쓰는 살막의 고수들. 살막! 그것은 또 어떤 신비의 탈을 쓰고 나타날 것인가? 밤은 소리 없이 흐른다. 야공의 초승달은 동천(東天)에서 서천(西天)으로 옮겼다. 여전히 기우뚱 불안한 자세이다. 노승들과 아극이 사라지고 반 시진이나 지났을까? 끼아아악! 문득 밤의 정적을 휘잡아 뜯는 천지진동의 피성이 터졌다. 그러더 니 야공의 한가운데를 뚫고 거대한 붉은 물체 하나가 나타났다. 천하에 다시 보기 힘들 거대한 혈붕(血鵬)이었다. 날개 하나만 해도 작은 소(沼)만한 크기였다 휘이류르릉! 방원 백 장을 무서운 회오리 폭풍의 경력 속으로 몰아넣으며 혈붕 은 지면으로 내려앉았다. 날개를 접은 체구만 해도 작은 언덕을 방불케 하는 거붕(巨鵬). 획! 획! 획! 혈붕의 등에서 세 가닥 인영이 신쾌하게 지면으로 내려섰다. 한결같이 냉혹한 분위기의 노인들이다. 그들은 번갯불 같은 시선으로 두 구의 시신을 살폈다 이어 혈붕 쪽 을 향해 극히 공손하게 허리를 숙였다. "이들 역시 그들 사존자(四尊子)에게 당했습니다." 혈붕 위에서는 한마디 음성도 없었다. "막주님! 계속 고수들을 추적시키실 것입니까?" 막주(幕主)라는 호칭이 유달리 선명하게 들렸다. 순간 혈붕의 둥 쪽에서 매우 신비한 음성이 흘렀다. "삼노(三老)의 생각은 어떤가?" 담담한 가운데 무형의 은은한 위엄이 깃든 음성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삼노라 불린 노인들은 다소 망설이다 대답했다. "솔직히 말씀드려 본막(本幕)의 희생이 적지 않습니다. "사존자 놈들은 포달랍궁 최고의 고수들인지라, 막주님과 노신들이 직접 나서서 않는다면 결코 제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잠시 침묵이 홀렀다 이윽고 막주란 신비인의 음성이 일었다. "어쨌든 아수마궁 야율노격의 부탁은 저버릴 수 없는 일……." 그는 말꼬리를 흐린 후 모종의 결연한 힘을 이어지는 음성에 담았 다. "알겠노라. 본 막주는 친히 사존자와 마지막 승부를 옥문관에서 걸 어보겠다!" 목소리는 삼노를 혈붕의 등으로 블러들였다. "가자!" 카오오--! 혈붕은 폭풍을 일으키며 야공으로 솟구쳐올랐다. 그들은 사존자 둥이 사라진 동쪽을 향해 한 줄기 점이 되어 사라졌 다. 오늘 밤에 벌어진 일들. 하나같이 심상치 않은 일들이었다. * * * 옥문관을 빨치에 두고 있는 한 황량한 야산. 붉은 저녁 노올이 비단결같이 내려앉고 있었다. 스슷! 홀연 깔린 석양 속에서 인영 하나가 소리 없이 솟았다. 귀신이 곡할 절세신법이었다. 나타난 자는 기이한 복장을 하고 있는 한 명 청년이었다. 일신에 백의를 걸치고 머리엔 흑색의 영웅건(英雄巾)을 쓰고 있었다. 영웅건의 중앙에는 백색의 초승달--신월(新月)이 금세라도 으스름 한 월광을 뿌릴 듯 수놓여 있었다. 용모는 지극히 준수했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새하얀 눈썹을 가지고 있는 자였다. 백미청년은 눈올 들어 사위를 살폈다. 살짝 보이는 눈동자에서는 끊임없이 신비오묘한 신광이 번쩍거렸다. 문득 청년의 입가에 한 조각 고소(苦笑)가 피었다. "사존자, 아깝도다! 옥문관까지 십 리만 멀었어도 제거할 수 있었 는데……." 청년은 천천히 팔짱을 꼈다. "어쩌면 천의(天意)일지도 모르겠군! 내 발길은 결코 옥문관을 넘 어서는 안되니……." 청년의 음성은 나직하게 일그러졌다. 그러나 결코 걱정을 한다든가 하는 것은 아니었다. "야율노격! 결과적으로 그대는 큰 화근을 남긴 셈이오." 그의 입가에 신비한 미소가 스쳤다. "후후! 나 소리탑(蘇里塔)이 신경 쓸 일은 아니지만……." 스스로를 소리탑이라 밝힌 청년은 천천히 석양을 밟으며 발길을 옮 겼다. "어쨌든 재미잇겠어. 그리고… 아극이라 했던가?" 소리탑은 한차례 지그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보통 사람보다 가늘어 보이는 실눈이 더욱 가늘게 뜨였다. "그놈의 당찬 눈빛을 보니 차후 무섭게 크겠어. 하하하하." 그는 나직하게 의미심장한 대소를 터뜨렸다. 그러나 그의 대소는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으응? 저 아이는?' 극히 가늘어진 그의 두 눈 사이로 신광이 빛을 뿌렸다. '이럴 수가! 다, 닮아도 너무 닮았다!' 내심 격동의 외침을 터뜨리며 그의 눈길은 어느 한 곳에 못박혀 버 렸다. 야산의 한 고목. 작은 그림자 하나가 고목에 겹쳐져 있었다. 천상의 옥녀를 연상시킬 정도로 지극히 귀엽게 생긴 십삼 세 가량 의 어린 여아(女兒)였다. 그 여아는 바로 금소천과 함께 생활하던 월 랑(月郞)이었다. 월랑은 고목에 둥을 기댄 채 입술을 뾰루퉁하게 내밀었다. "아이 참! 일랑(日郞)은 왜 아직 오지 않는 거지?" 그녀는 잇달아 입술을 삐죽거리며 '콩' 하고 발을 굴렀다. "칫! 오늘 관숙(關叔)에게 일러 단단히 혼 좀 나게 할 거야!" 무엇이 월랑으로 하여금 약오르게 했는가? "흥! 흥!" 그녀는 땅이 패여라 잇달아 매서운 코방귀를 날렸다. "흥! 상노인(尙老人)의 딸이 뭐가 예쁘다고 온 정신을 그 계집아이 에게 뺏기고 있단 말이야? 흥! 흥" 그녀는 생각할수록 약이 오른 듯 계속 발을 굴렀다. "흥! 두고 보라지! 관숙에게 볼기를 맞을 때 누가 말려주나?" 그때 한 소리 부드러운 음성이 월랑의 등뒤에서 흘렀다. "귀여운 꼬마 아가씨! 왜 그렇게 화가 나셨나?" "어멋!" 월랑은 돌연한 음성에 대경하여 급히 음성이 인 곳으로 시선을 던 졌다. 검정색 영웅건의 백의청년. 소리탑이 그곳에 있었다. 그의 시선은 정면으로 월랑을 주시하며 전신에 격동을 보였다. '트, 틀림없다! 저 얼굴… 너무도 같다. 소리연(蘇里燕)… 그 아이 와 너무나도 닮았다.' 소리탑은 더욱 가늘어진 시선을 월랑의 얼굴에 고정시켰다. '아! 죽은 내 누이 소리연… 그 아이가 살아난 듯하구나.' 한편 월랑은 괴이한 모습의 소리탑에게 경악하여 물었다. "아, 아저씨는… 누구세요?" 그녀는 두려운 듯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녀는 아직도 여아의 티를 벗어나지 못한 터가 아닌가? 소리탑은 월랑의 두려운 표정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꼬마 아가씨! 조금도 두려워 말거라.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 란다." 그의 음성은 혈육을 대한 듯 부드럽고. 눈길은 지극히 따스한 감정 을 보였다. 그의 이런 기운은 결코 가식이 아닌 너무도 자연스럽게 우러난 것이었다. '그래… 나쁜 아저씨는 아닌 것 같아.' 월랑은 소리탑의 태도에서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안도의 기색을 보이며 부지중 빙그레 웃었다, "저는 깜짝 놀랐어요." 소리탑은 소리 없이 크게 웃어 보였다. "꼬마 아가씬 겁이 많은가 보군." 일순 월랑은 샐쭉하며 도리질을 했다. "겁이 많다고요? 홍! 천만에요 나는 천하에서 금대숙(金大叔)을 빼 곤 그 누구도 무섭지 않아요." 그 샐쭉한 모습이 깨물어주고 싶도록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소리탑은 짐짓 감탄의 표정을 지었다. "호오! 이제 보니 여장부로군?" 그의 감탄에 월랑은 발그레 예쁜 얼굴에 홍조를 보였다. "뭐,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순간 소리탑은 넋올 놓고 월랑의 흥조 띤 모습을 응시했다. '저 모습… 진정 죽은 내 누이 연아의 모습과 같다!' 지금 그는 월랑의 모습에서 자신의 죽은 누이 소리연을 연상하고 있는 것이었다. '연아…….' 소리탑의 콧등이 찡한 아픔의 떨림을 일으켰다. 가늘게 뜬 그의 눈 에 아스라히 피어 오르는 추억의 안개가 있었다. 그러자 월랑의 티없이 맑은 두 눈에 어두운 땅거미가 진주같이 자 리해 들었다. "아저씨! 무슨 슬픈 일이라도 있나요?" 소리탑은 활망히 정신을 추스르며 발둥에 기어드는 땅거미를 툭툭 털어냈다. "아… 아니야!" 그는 빙그레 웃으며 물었다. "그래. 꼬마 아가씨의 이름은 꿔지?" 월랑은 소리탑이 빙그레 웃자 마음이 놓인다는 듯 환하게 웃어 보 였다. "저는 월랑이라고 해요 그리고 음… 이것은 비밀인데……." 그녀는 귀엽게 머리를 갸웃거린 후 말문을 이었다. "전 원래 쌍둥이예요. 지금 저는 저의 반쪽인 일랑을 기다리고 있 는 중이에요." "일랑과 월랑이라?" 소리탑은 몇 차례 그 말을 되뇌인다. 문득 월랑의 흑진주 같은 눈망울이 하늘을 향했다 "어머! 아저씨 벌써 달이 떴어요." 어느새 어둠이 물밀듯이 밀려들어 있었다. 동쪽 하늘에 걸린 초승달은 고목의 가지 끝에 월화(月花) 같이 피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