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소설-내가 만드는 이야기

[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3편 (3/79)

2026-09-22 08:23:43 조회 15
"태산조차 단숨에 뽑아 버릴 수 있는 이 관천패(關天覇)의 힘이 운 다. 울어!" 거한 관천패는 고목 같은 한쪽 발을 소리나게 굴렀다. 콰앙! 그의 한쪽 발이 지면 한 자 깊이로 박혀들었다. 동시에 방원 오 장 정도의 넓이가 가벼운 지진을 만난 듯 요동을 쳤다. 관천패는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젠장! 다른 사람은 몰라도 대가 앞에선 나 관천패의 덩치가 흡사 생쥐 꼴이 된단 말이야." 딴에는 몹시 나직하게 중얼거린다는 것 같다 그러나 이 중얼거림은 보통 사람 세 명이 목돠껏 외치는 함성보다 더 컸다. "세 마디 할 말이 있으면 한마디는 삼가야 한다고?" 관천패는 몇 번이고 그 말을 되뇌어 보았다. 그러나 그 말의 뜻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젠장! 모르면 할 수 없는 노릇이지. 대가의 말이면 무조건 따를 수밖에!" 관천패. 그는 비록 볼멘 음성을 하고 있지만 그 밑바닥엔 금소천에 대한 존경심이 충만되어 있었다. 금소천, 그의 진실한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찌르르… 찌르르……. 숨죽이고 있던 풀벌레들이 기다렸다는 듯 목청을 돋구기 시작했다. 항주성의 밤이다. 3장 복수를 대신 하기로 하다 폐찰 안에는 제법 아담하게 정리된 정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흔들리는 촛불이 보이고. 그 아래 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나이는 대략 십팔 세 가량 되었을까? 남루하나 깨끗한 청의를 걸치 고 머리엔 문사건을 쓰고 있는 약관의 청년 서생이었다. 단정한 이목구비에 몹시 병약해 보이는 그는 창백한 신색을 하고 있었다. 두 눈에선 세사(世事)의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듯 찬연한 혜 광이 쉬지 않고 빛을 뿌렸다. 청년 서생은 조용히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한 인영이 들어섰다. 금소천이었다. 청년 서생은 책 속에 깊이 몰두해 있던 탓인지 금소천의 존재를 눈 치채지 못했다. 그러한 청년 서생을 바라보는 금소천의 시선은 봄바람이 일듯 부드 러웠다. 따스한 정감이 서린 눈길이었다. 잠시 청년 서생을 주시하던 금소천은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기기 시 작했다 그리고는 한 켠에 마련된 침상에 벌렁 드러누웠다. 아무것도 모르는 듯하던 청년 서생이 문득 입을 열었다. 여전히 책 에서 시선은 째지 않은 채였다. "대가! 오늘도 장대인의 장원에 가셨소?" 담담한 음성엔 청년다운 생기가 느껴졌다. 금소천은 흠칫했으나 이내 히쭉 미소를 지었다. "남궁 셋째는 책 속에 빠지면 옆에 벼락이 떨어져도 모르는데… 오 늘은 웬일로 내가 들어섰옴을 다 아느냐?" 그는 슬쩍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려 했다. 그러나 청년 서생은 쉽사리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책장을 넘기며 담담한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소제는 대가의 뜻을 잘 알고 있소이다. 허나… 아직은 때가 아닙 니다." 순간 금소천의 얼굴에서 장난기가 싹 가셨다. 그의 한 쌍 용목에서 기광이 빛을 뿌렸다. "남궁 셋째. 너의 의도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의 말을 청년 서생이 자연스럽게 가로챘다. "장노대인은 보통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무당의 속가제자로 일신 의 절기가 입신지경에 이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는 천천히 책장을 넘겼다. "게다가 그의 여식 장아영 또한 남해 해월도(海月島)의 도주인 고 죽신니(古竹神尼)의 제자로서 부친인 장노대인에 비해 결코 하수가 아닙니다." 금소천은 히쭉 웃으며 천장에 시선을 주었다. "셋째! 너는 내가 그것을 모르고 있는 줄 아느냐?" 청년 서생은 흠칫하며 책을 덮었다. 아마도 상당히 놀란 듯 했다. 그는 희미한 경악의 시선으로 금소천의 옆오습을 주시했다. "그렇다면 대가께서도 이미 아시고 계셨다는 말씀입니까? 금소천은 야룻한 미소만 보일 뿐 대답이 없었다. 한동안 청년 서생은 금소천을 주시했다. "으음……." 문득 그의 입에서 탄식 같은 침음성이 홀렀다. "소제 남궁수(南宮秀)는 세 살 때 사서오경(四書五經)을 떼고 작금 에 이르기까지 천하의 모든 학문을 모조리 섭렵했다고 자부하고 있소 이다." 금소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보였다. "하하! 그것은 나도 인정한다. 너의 학문은 하늘에 이르고. 천문지 리(天文地理). 기관잡학(機關雜學)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면에 너를 당할 자 그 누구도 없을 것이다." 그는 이어 정색을 하며 말을 맺었다. "만약 네가 모르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이겠지." 그야말로 극고의 찬사다. 그럼에도 정작 남궁수는 탄식을 하며 고개를 저었다. "후우… 허나 소제도 단 하나 모르는 것이 있소이다." 금소천은 의아해 하며 다급히 물었다. "호오? 천하의 남궁수가 모르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이지?" 남궁수는 금소천을 지고시 응시하며 대답했다. "바로… 대가의 마음이오!" 순간 금소천은 신광을 번뜩이며 진중한 기색을 했다 귀밑까지 뻗은 그의 검미가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그는 천천히 신형을 일으키며 남궁수를 똑바로 직시했다. "나의 마음이라… 하지만 셋째! 적어도 이것만큼은 분명하다. 나의 마음속에 진실이라는 본체가 있다는 것만은……." 그러자 남궁수는 창백한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렸다. 대가!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소제 역시 잘 알고 있소이다. 금소천은 침상 곁으로 다가들었다. 남궁수가 다시 정색을 하며 물었다. "대가, 지금부터라도 학문을 익히실 생각은 없소이까?" "학문을?" 남궁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가의 능력은 소제에 비해 천양지차로 높으니… 십년이면 능히 소제를 능가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금소천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필요 없어." 그는 남궁수를 향해 부드러운 시선을 주었다. "네가 평생 내 곁에 있을 터인데. 나에게 학문이 무슨 필요가 있느 냐? 그러니……." 그는 남궁수의 핏기 없는 두 손을 부드럽게 감싸 쥐었다. "너의 학문이 곧 나의 학문 아니겠느냐?" 남궁수의 입가에 희미한 격동이 머물렀다. "대가……." 문득 그의 창백한 안색이 더욱 창백하게 변했다. 이어 그는 괴로운 기침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쿨럭! 쿨럭……." 순간 금소천은 안타까운 눈빛으로 급히 남궁수를 부축했다. "셋째! 아직도 몸이 불편하구나." 남궁수는 간신히 기침을 추스르며 자조적인 웃음을 흘렸다. "후후후… 대가… 고질병이니… 지나치듯 봐주십시오……. 쿨룩! 금소천은 안타깝다는 듯 남궁수의 둥을 두드려 주었다. "셋째야……." 그때였다. 부서져라 문이 열리며 태산 하나가 힘겹게 문을 비집고 들어섰다. 관천패였다. "이런 젠장! 대가! 셋째만 동생이오? 소제 관천패는 안중에도 없소 이까?" 어린애 머리통 만한 양쪽 볼의 살집이 심통으로 꿈틀거렸다, 금소천은 히쭉 고소를 날렸다. "ㅋ! 징그럽다. 나는 너의 모습만 봐도 소름이 다 끼쳐!" 순간 관천패가 얼굴을 시뻘겋게 달구며 더운 콧김을 내뿜었다. "아니 소제의 이 날렵한 몸매 중 어디가 징그럽단 말씀이오?" 그러면서 자신의 가슴을 쾅쾅 쳤다. 그 엄청난 소리에 폐찰이 무너 질 듯 진동을 일으켰다. "설사 그렇다 해도 그것이 어디 소제의 책임이오? 다 사고를 치신 부모의 책임이지." 순간 금소천과 남궁수는 파안대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푸하하하!" 두 사람은 배꼽을 잡고 웃어댔다. 그러자 관천패의 호랑이 눈알이 남궁수에게 향했다. "대가가 웃는 것은 할 수 없지만… 이 빌어먹을 셋째야! 너는 도대 체 왜 웃느냐? 이 말라비틀어진 장작개비 같은 책벌레놈아!" 남궁수는 관천패의 노여움이 너무 크자 당황하고 말았다. "이… 이가(二哥)!" 그때, 어디선가 재미있다는 듯 맑은 웃음소리가 터졌다. "킥!" 관천패의 숯덩이 같은 눈썹이 거꾸로 여덟 팔 자를 만들었다. 지체 없이 그의 입에서 천둥 같은 고함이 터졌다. "일랑(日郎)! 월랑(月郎)!" 으르렁거림이 주위를 들썩들썩하게 만들었다. "요 꼬마 놈들아! 당장 끌어내기 전에 썩 나서지 못할까?" 그는 제대로 화풀이 상대를 만났다는 듯 길길이 날뛰었다. 그러자 문 뒤에서 두 명의 아이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천상의 옥동(玉童)과 옥녀(玉女)를 연상시킬 듯 앙증스러운 남아와 여아였다. 두 아이는 쌍등이였다 그나마 둘의 성별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복 장뿐이었다. 대략 나이 십이 세 정도. 깨믈어 주고 싶도록 귀여운 아이들은 연 신 방글거리고 있었다. 그 표정은 관천패의 노여움 같은 것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것 같았다. "으으… 요… 요… 천등벌거숭이 같은 꼬마 놈들이 감히 나 관천패 를 비웃어?" 관천패는 미치겠다는 듯 부르르 전신을 떨었다. 이어 대문짝 만한 한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그러자 일랑과 월랑은 화급히 빙글빙글 웃고 있는 금소천의 등뒤로 숨어들었다. "대… 대숙(大叔)!" "이놈들! 어디로 도망가는 게냐?" 아이들은 금소천의 둥뒤에서 빠끔히 얼굴을 내밀며 혓바닥을 쏙 내 밀었다. "헹! 관숙(關叔)! 일랑과 월랑을 진정으로 때릴 건가요?" 관천패의 두 콧구멍이 굴뚝만큼 커지며 불줄기가 뿜어졌다. "요… 요… 발칙한 것들이?" 그때 금소천이 웃으며 말했다, "둘째! 이제 그만 하거라!" 관천패는 펄펄 뛰며 외쳤다. "대가. 마… 말리지 마시오. 오늘만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겠소. 내 저놈들을 그냥……." 문득 그의 뒷말이 점점 기어들었다. 금소천의 표정이 차갑게 굳어 있기 때문이었다. 관천패의 두 눈에 분노가 가시며 은은한 두려움이 스쳤다. "대, 대가… 소제는 다만… 그냥 뭐, 쩝!" 그가 멈칫거리며 횡설수설 할 때였다. 돌연 금소천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어 그의 입에서 짤막 한 한마디가 터졌다. "그가 왔다!" 평소의 그답지 않은 격동이 느껴졌다. 순간 남궁수와 관천패는 일제히 흠칫 경악하고 말았다. 일랑과 월 랑 역시 두려운 기색으로 금소천의 등에 바짝 붙어 섰다. 꽝! 굉음과 함께 문짝이 박살나 버렸다. 기다렸다는 듯 한 줄기 강맹한 야풍이 방안으로 몰아쳤다. 그리고 인영 하나가 유령같이 모습을 나타냈다. 전신을 밤의 빛깔과 같은 혹포로 휘감고 있는 혹의인이었다. 전신 에서는 연신 괴기로운 분위기가 풍겨나왔다. 휘이잉……. 잇달아 바람이 몰아치며 그의 흑포가 스산하게 펄럭거렸다. 덕분에 그의 신체가 좀 더 확연하게 드러났다. 황망하게도 그는 양다리가 없었다. 왼쪽 팔 역시 어깨에서부터 깨 끗이 절단되어 있었다. 그는 단지 오른쪽 팔로 나무 지팡이를 짚어 전신을 지탱하고 있을 뿐이었다. 얼굴에는 검은 복면을 쓰고 있었다 때문에 진면목을 분간하기가 너 무도 힘들었다. 뚝… 뚝……. 문득 흑의인에게서 무언가가 떨어져내렷다. 피! 그것은 가슴 섬뜩한 진흥의 핏방울이었다. 휘이잉… 휘잉! 패마침 바람이 거세게 혹의괴인의 전신에 부딪켰다. 핏방울은 끊임없이 떨어져내렸다. 한동안 가슴 섬뜩한 침묵이 흘렀다 문득 금소천의 입술이 열리며 담담한 음성이 새었다. "이년 만이로군요, 노인장." 순간 흑의괴인의 입에서 스산한 음성이 새어나왔다. "아니지. 정확히 말해 일년 하고도 열 달 만일세." 스르륵! 흑의괴인은 미러지듯 금소천의 전면으로 다가들엇다. "무서워……." 일랑과 월랑이 공포에 질려 금소천의 등에 전신을 파묻었다. 관천패는 금소천을 호위하듯 슬쩍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남궁수는 여전히 담담한 신색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 흑의괴인은 금소천의 전면 석 자 거리에서 우뚝 멈추었다. "아직도… 자네는 결심을 굳히지 않았는가?" 그러자 금소천의 얇은 입술이 더욱 얇게 변화했다. 그것은 많은 의 미가 함축된 미소였다. "그보다 노인장, 상세가 심한 것 같소이다." 흑의괴인의 고개가 벌떡 일어났다. 그는 노화가 확연한 음성으로 말했다. "딴전 피우지 말게 자네는… 윽! 쿨럭. 쿨럭!" 격심한 토혈에 입 부근이 축축이 젖었다. 급기야 흑의괴인은 비틀비틀 쓰러졌다. 금소천은 고개를 저으며 흑의괴인 곁으로 다가섰다. "불초가 알기로는 천하에서 노인장에게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인물 은 단 한 명뿐이오." "쿨룩… 쿨룩……!" 흑의괴인은 연신 괴로운 기침 소리만 냈다. "자. 자네가… 쿨룩… 거기까진 신경 쓸 필요… 없고… 단지 내 말 을 들어주기만……. 쿨룩! 금소천의 두 눈에 희미한 갈등의 기색이 스켰다. "노인장. 우선 상세부터 치료해야겠소이다." 일순 흑의괴인은 황급히 한쪽 남은 팔을 내저었다. "안돼!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자. 자네가 결심을 바꾸지 않는다면 … 차라리 이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죽는 게 더 났다. 쿨룩, 쿨룩!" 파르르 금소천의 눈꼬리에 미미한 경련이 일었다. 남궁수가 힐끗 금소천의 신색을 살폈다. 그는 무어라 말을 할 듯하 다가 곧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잠시 복잡한 침묵이 있었다. 흑의괴인은 풀리는 눈으로 금소천을 안타깝게 주시했다 "노… 노부는 이번으로 네 번째 자네를… 찾았다. 허나… 이제 이 것으로 마지막… 다섯 번칩 기회는 영원히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금소천은 복잡한 눈빛을 하며 흑의괴인에게 다가섯다. 이어 흑의괴 인이 무어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번쩍 안아 들었다. 흑의괴인은 힘겹게 금소천의 행동을 제지했다. "이… 이놈… 노… 놓지 못하겠느냐?" 금소천은 흑의괴인을 지그시 응지하며 말문을 열었다. "노인장! 불초가 졌습니다." 흑의괴인의 풀리던 두 눈의 초점이 반짝 빛을 뿌렸다. "자… 자네? 진정… 인가?" 금소천은 정색을 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입니다 " "아!" 흑의괴인은 순식간에 전신 가득 생기를 피어 올렸다. "이… 이렇게 기쁠 수가? 오! 이런 일이……." 엄청난 희열의 격동이 끊임없이 흑의괴인의 전신을 휘감았다. "자네의 결심을 바꾸는 것은… 태산을 옮기는 것보다 더 힘들 것이 라… 생각했건만……." 그의 눈가에 회열의 눈물이 맺혔다. "그래. 이… 이젠 됐어. 이젠 됐어." 일이 성사되자 전신의 긴장감이 일시에 빠져나갔다. 그는 안심을 한 듯 깊은 혼절의 늪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으……." 금소천은 무거운 침음성을 터뜨렷다. 문득 그의 입술 꼬리에 묘한 비틀림이 스쳤다. "셋째!" 남궁수는 빙긋 미소부터 보였다. "내가! 살릴 수 있으니 염려 마십시오." 금소천은 고개를 저었다. "그 문제가 아니다." 금소천의 검미가 꿈틀 모종의 결연한 분위기를 풍겼다. "시제 이 폐찰을 떠나야 할 때가 되었다! 영원히……." 순간 남궁수와 관천꽤 등은 홈칫하고 말았다. 금소천은 지그시 입술을 깨문 후 천천허 신형웁 돌려 세웠다. 남궁수가 그의 뒷등을 향해 급히 물었다. "대가! 구천석부(九天石府)로 가시렵니까?" 금소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그는 신형을 멈추며 남궁수를 돌아보았다. "뒷정리를 하거라 명심할 것은 단 하나의 흔적도 남겨서는 안된다 는 점이다." 금소천의 눈에서 엄청난 기광이 폭사되었다. "분명 누군가 이 노인의 뒤를 추적해 올 터이니……." 남궁수는 이미 생각하고 있다는 듯 빙그레 웃었다. "대가! 걱정 마시고 소제에게 맡기십시오." 금소천은 고개를 끄덕였다. "너를 믿겠다." 믿는다는 말을 끝으로 그는 부서진 방문을 통해 어디론가 사라졌 다. 방문 밖은 초경(初更)의 어둠이 조심스레 깊어지고 있었다. * * * 석실. 담팜한 향연이 사방 스무 자 크기의 석실을 은은히 메우고 있었다. 중앙에는 석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석탁을 중심으로 금소천과 혼절에서 깨어난 흑의괴인이 묵묵히 대좌하고 있었다. 문득 흑의괴인은 한쪽 손을 들어 얼굴의 복면을 벗었다. 허연 백발에 붉은 혈색의 학발동안(鶴髮童顔)의 팔순 노인. 약간 네모진 얼굴이 은연중에 강팍한 인상을 엿보이게 했다. 비록 처참한 몰골이지만 무형 중에 범인을 압도하는 막대한 위엄이 발산되 었다. 백발 노인은 금소천을 주시하며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자네는 이미 노부의 정체를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네." 금소천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천년무림사의 가장 신비한 문파인 비천제황문(飛天帝皇門)의 이십 팔대 문주인 비천성존(飛天聖尊) 단리운극(段里雲克) 노선배님을 누 가 모르겠습니까?" 미리 암기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막힘이 없다. 그러나 그의 말은 엄청난 것이었다. 만일 범인들이 들었다면 소스 라치게 대경실색할 게 틀림없을 지경이었다. 천년 전. 천축 최대마교인 아수마궁(阿修魔宮)의 궁주 야율탑연(夜律塔燃)이 천축의 모든 마교를 통합하여 천축 유사 이래 최고의 세력을 정비했 다. 그리고 그 엄청난 힘올 바탕으로 천산을 넘어 중원으로 물밀 듯 이 쏟아져 들었다. 피의 대제전이 벌어졌다. 중원천하는 아수마궁에 의해 초토화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완전한 멸망이 코앞에 다가왔을 때, 홀연 휘창찬란한 중 원의 새로운 힘이 그 웅자를 드러냈다. 그들은 스스로를 비천제황문과 제황삼군(帝皇三君)이라 불렀다. 그 들은 초토화 직전에 이른 중원의 운명을 걸고 아수마궁과 건곤일척의 대격돌을 일으켰다. 결과 아수마궁은 무참하게 무너졌다. 비천제황문과 제황삼군은 중원을 평정한 후. 호호탕탕 천축으로 아 수마궁을 추적했다. 파죽지세(破竹之勢)! 그들 앞에는 무엇도 거칠 것이 없었다. 그들은 손쉽게 천축의 아수마궁을 뿌리째 괴멸시켰다. 야율탑연을 제거하여 맥조차 끊어 버렸다. 그것이 바로 천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더욱 놀라운 사실은 비천성존 단리운극이 전설상의 비천제 황문의 이십팔대 문주라는 점이었다 이러한 사실은 그 누구도 모르고 있는 일로, 그야말로 대경할 만한 일대비사(一代秘事)가 아닐 수 없 었다. 비천성존 단리운극. 그의 명성은 정도무림의 태양과 같은 존재였다. 이른바 정도제일지존 바로 그것이었다. 그는 사도제일지존인 불사천존(不死天尊) 냉운형(冷蕓亨)과 더불어 정사쌍존(正邪雙尊)이라 추앙받고 있었다. 그러한 비천성존 단리운극이 이토록 심한 중상을 당하다니 실로 믿 기지 않는 사실이었다. 금소천은 담담하게 물었다, "볼사천존 냉운형입니까?" 순간 비천성존 단리운극은 부르르 치를 떨었다. "으음… 자네는 역시 무서운 친구야. 대체 자네의 시선을 벗어나는 일이 무엇인지 모르겠군." 그는 경탄과 함께 은은한 두려움의 기운까지 엿보였다. 금소천이 예의 괴이한 미소를 홀렸다. "크ㅋ! 천하에 단리 노선배님을 상대할 적수로 불사천존 냉운형 말 고 그 누가 있겠습니까?" 그러자 비천성존 단리운극은 안면 근육을 심하게 일그러뜨렸다. 무 언가 괴로운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한 안색이었다. "그래. 예전에는 그랬었지. 하지만 지금은……." 그는 말꼬리를 흐끽며 지극히 어두운 신색을 만들었다. 패배자의 비애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금소천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불초에게 하실 부탁은 무엇입니까?" 순간 단리운극의 전신에 복잡한 갈둥의 기운이 스쳤다. "불사천존 냉운형, 바로 그를 꺾는 일이다." 금소천은 뜻밖이라는 듯 흠칫했다. 그러나 이내 그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복수를 하시려는 겁니까?" "복수라… 그렇지. 바로 복수를 하는 것일세." 단리운극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금소천은 안색을 침중히 굳히며 천천히 말했다. "냉운형… 그는 무서운 고수입니다. 이미 이백 세에 이르러 있고, 명호 그대로 블사천존… 즉 불사신입니다." 금소천의 말이 그곳에 이르자 단리운극의 눈에서 엄청난 신광이 폭 사되었다. "그렇다면… 자신이 없다는 말인가?" 금소천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불초는 자신이 없소이다. 그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불초, 비록 무공에 문외한은 아니지만 불초가 낮은 언덕이라면 냉운 형은 태산이고… 불초가 달이라면 그는 태양입니다." 단리운극은 지그시 금소천을 웅시했다. 그는 무언중에 금소천에게 서 그 무엇을 찾으려는 듯 보였다. 그러나 금소천은 담담무심했다 그 어떤 희미한 마음의 움직임조차 엿볼 수가 없었다. "으음……." 단리운극은 무거운 침음성을 흘리며 말문을 열었다. "노부는 지난 백년을 두고 냉운형과 무려 서른일곱 번을 격돌했었 네." 격동 이전에 감회의 기운이 앞섰다. "그 중 서른여섯 번은 무승부…… 마지막 서른일곱 번째에서…… 보다시피 두 다리와 한쪽 팔을 잃었지." 단리운극은 신색을 엄숙히 하며 말을 이었다. "자네가 무공을 걱정한다면. 노부가 자네에게 노부의 모든 무학을 전수하겠네." 그의 목소리는 강렬한 의지로 가득 찼다. 그러자 금소천이 히죽 미소를 지었다. "노선배께서 냉운형에게 패하셨다면… 노선배님의 무학을 익힌다 해도 그를 당할 수 없습니다." 냉엄할 정도로 단호한 말이었다. 단리운극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놈! 함부로 망언치 마라! 비록 노부가 패했다고는 하나… 결코 제황문의 무공이 놈에게 패할 만큼 약한 것은 아니다!" 그의 입에서 은은한 노갈이 잇달아 터졌다. "비천제황문의 무학은 무림사를 통틀어 최강이다. 단지 노부는 자 질이 미약하여 본문의 무학을 극성의 경지까지 연성치 못했을 뿐이 다." 무인이란 본래 자존심으로 먹고 사는 존재다. 그 중에서도 당금익 절대고수로 추앙 받는 비천성존 단리운극이라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