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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60편 (60/79)

2026-09-22 08:16:38 조회 16
* * * <제심전(帝心殿).> 그 중에서도 금소천이 있는 지하석실(地下石室). 금소천은 창백한 안색으로 심령마존을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지금쯤 당신들 오존 중 한 명인 사망마존이 오존문 고수 들을 이끌고 만금성을 치고 있겠군." 심령마존. 그는 뚫린 두 눈으로 음산한 녹광을 번뜩이며, 여전히 천왕검을 금 소천의 심장 부위에 겨누고 있었다. "흐흐…… 물론이다. 아마 지금쯤 외성(外城)이 뚫리고 있을지도 모르지. 흐흐흐흐." 그는 음산함과 자신감이 함께 하는 괴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금소천의 안색이 더욱 창백하게 질렸다. "진정 엄청나도록 치밀한 음모였군. 천마교, 아수마궁, 만금성…… 이 셋을 함께 몰아넣어 상잔(相殘)케 한 뒤. 오존문은 어부지리(漁父 之利)를 얻으려 했다니…… 으음……." 생각할수록 등골이 오싹한 음모였다. "흐흐흐흐…… 이제 알 것은 다 알았으니…… 우리 일을 진행해 볼 까?" 심령마존은 천천히 천왕검을 치켜들었다. 짙은 살기가 뚝뚝 떨어지 기 시작했다. "금소천…… 미안하지만 이제 그대는 구천(九天)의 유부(幽府)로 가야 한다." 혼백을 앗아가는 듯 으스스한 괴성이 홀러나왔다. 동시에 그는 들 고 있던 천왕검을 그대로 내리치려 했다. 그러나 그는 미처 검을 휘두를 수가 없었다. "ㅋ!" 금소천이 돌연 특유의 괴소를 터뜨리고 있었다. 어찌 들으면 삶을 포기한 자조적인 웃음 같기도 했다. 그러나 심령마존의 생각은 달랐다. 휘르르……. 심령마존의 눈구멍 속 녹광들이 미미하게 흠칫거렸다. 유리알같이 투명한 얼굴에는 한 가닥 곤흑스러운 기색이 서렸다. "금성주.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리고 그 마음속에 들어 있 는 비웃음은 무엇을 뜻하는 것이지?" 순간 금소천의 입가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그는 흠칫하여 나직하게 외쳤다. "인간의 마음올…… 읽는군." 그러자 심령마존의 안광이 더욱 으스스한 빚을 뿌렸다. "그렇다. 나 심령마존은 인간의 마음을 러는다. 금성주, 이 순간 그대가 생각하고 있는 것은……." 그의 눈빚이 가공할 빛을 뿌렸다. 이어 그 눈빛은 금소천의 두 눈 에 똑바로 꽂혔다. 금소천은 자신의 가슴이 통째로 해부되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어야 했다. 사망마존의 전신은 더욱 귀기로운 기운을 뿌렸다. 그의 입술이 벌어지며 신음성 같은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음모의 분쇄…… 금낭…… 궁사…… 오시……." 가공스럽게도 심령마존은 금소천의 지금 의중을 그대로 읽어내고 있엇다. 그때였다. "크ㅋ! 그렇게 애써 내 마음을 읽을 필요는 없다." 금소천은 예의 괴소를 터뜨리며 돌연 전신에 변화를 보였다, 창백한 안색이 싹 가시며 비틀거리던 신형이 태산같이 우뚝 자리했 다, 아무리 살펴도 내상을 입은 조금 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하늘이 경복할 본래의 위풍당당한 변모를 되찾은 것이었다. "심령마존. 그대는 나 금소천에게 보기 좋게 당한 것이다." 순간 심령마존과 지중혈마의 안색은 흙빛으로 변해 버렸다. "당…… 했다고?" 금소천은 앙천대소를 터뜨렸타. "그렇다! 크하하하!" 그는 두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며 한 자 한 자 끊어 말했다. "크하하핫! 애초부터 이 제심전 안에 천왕검은 없었다." "뭣이?" 심령마존은 대경하여 수중의 천왕검을 살폈다. "그렇다면 이 검은……?" 금소천은 피식하는 실소를 날렸다. "후후후…… 그것은 나도 모른다. 혹시 당신을 알고 있소, 명당 주?" 그는 한켠에 서 있던 천수장공 명학초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물었 다. 조금 전까지 사악한 빛을 발하던 명학초의 두 눈은 어느덧 그 기 운을 씻어내고 의연한 눈빛으로 변해 있었다. "물론이지요. 속하가 직접 만들어 바꾸어 놓았습니다." 명학초가 허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금소천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그랬구려. 정말 잘하셨소이다." 정신이 없는 것은 심령마존이었다. 그는 아연 경악하여 버럭 대갈성을 내질렀다. "네…… 네놈이 나를 속였구나." 천수장공 명학초. 그는 심령마존을 향해 야멸찬 냉갈을 터뜨렸다, "어차피 모든 것은 반전이다. 멍청한 네가 고육지계(苦肉之計)에 당한 것일 뿐이다." 남궁수가 말했듯이, 천수장공 명학초가 천심뇌옥에 갇힌 것은 한낱 연극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던가? 대반전(大反轉). 이렇게 해서 음모 속에 또 하나 안배의 대반전이 벌어졌다. 심령마존은 뻥 뚫린 눈구멍을 경련시키며 불신의 신음성을 흘려냈 다. "네, 네놈의 머리 속에는 거짓이 없었는데…… 적어도 내가 확인을 한 바로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심령마존. 그도 바보가 아닌 이상 위장 전술을 생각하지 않올 수 없었다. 때 문에 그는 당연히 명학초의 내심을 읽어보았던 터이다. 그러나 분명 명학초의 마음에는 아무런 사심이 없었다. 명학초가 조소와 비슷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심령마존! 천하제일의 장인이 되기 위해선 머릿속이 명경지수와 같아야 하는 법이다. 헌데 육십 년을 닦아온 노부의 심경을 어찌 한 낱 사술(邪術)로 엿볼 수 있겠느냐?" "으…… 믿을 수 없다." 심령마존은 등골 후들거리는 신음성을 흘렸다. 그는 수중의 천왕검을 내려다보았다. 강렬한 의혹의 눈빛이 떠올랐 다, 그는 내력을 끌어올려 천왕검에 주입시켰다. 푸스스스슷……. 천왕검은 찰나지간에 한줌 가루로 변해 버렸다. 가짜라는 사실이 여실히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이는 곧 금소천의 말이 모두 사실임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뿌드득! 심령마존은 수치와 분노로 이를 갈아붙였다. 그의 두 눈구멍에서 지독한 사광(邪光)이 폭사되었다. "놈! 잘도 나를……." 그는 분노에 찬 으르렁거림을 흘리더니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질 렀다. "네놈을 당장 갈아 마셔 버리겠다. 천중의 사신이여! 나 심령마존 의 뜻이다. 어서 일어나 금소천을 죽여라…… 금소천을 죽이거라. … …." 그의 목소리는 귀신의 호곡성처럼 음산했다. 마치 주문을 연상시키는 그의 목소리가 울리자, 석실 내에는 엄청 난 광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크르르릉…… 크르르르릉! 놀랍게도 석실 안에 있던 청룡, 주작 등 네 개 청동사신상(靑銅四 神像)이 움직이는 것이었다. 쿠르르…… 릉…… 크르릉……, 청동사신상들은 서서히 금소천을 향해 다가들었다. 그러나 금소천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크하핫핫……." 금소천은 앙천대소와 함께 품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 들었다. 검(劍). 눈부시도록 투명한 검신과 백룡(白龍)이 조각된 손잡이가 돋보이는 검이었다. 투명한 검신에는 두자 글이 용비봉무(龍飛鳳舞)의 필체로 새겨져 있었다. <천왕(天王).> 그 검을 알아본 심령마존이 대경실색하여 외쳤다. "처, 천왕검……?" 드디어 진정한 천왕검이 모습을 나타낸 것이었다. "으핫핫…… 오존의 후예여! 영원히 지상에서 사라지거라!" 대경하고 있는 심령마존과 무관하게 금소천의 낭랑한 외침이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의 신형이 도약을 일으켰다. 번-- 쩍--! 천지간의 모든 빛이 한꺼번에 발출되는 듯한 강렬한 섬광이 작렬했 다. "으헛!" 심령마존은 그 현란한 빛의 폭사에 흔비백산의 다급성을 터뜨려야 했다. 꽈르르르르…… 릉. 엄청난 폭음과 함께 금소천을 향해 공격하던 청동사신상이 천왕검 의 검기에 휩싸였다. 아니, 휩싸였다 싶은 순간에 이미 청동사신상은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천왕검의 위력이었다. "으……." 한쪽 구석으로 주춤거리며 물러서던 지중혈마 여백기는 목전의 광 경에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이대로…… 꺼지는 것이 목숨 보존책이다.' 그는 꽁지가 빠져라 그대로 땅속으로 꺼져들려 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번-- 쩍--! 한 줄기 묵광이 지중혈마의 이마를 그대로 관통하며 엄청난 피분수 를 만들어냈다.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성이 짧게 이어졌다. 지중혈마는 자신이 어떻게 죽었는 지도 모르고 즉사한 것이다. 순간 이를 지켜보던 심령마존의 안색이 돌처럼 굳어졌다. "천묵마정……." 그는 온몸의 기력이 쇠잔한 듯 신음성을 흘렸다. 과연 지중혈마의 이마에는 한 개 천묵마정이 죽음의 송곳니같이 박 혀 있었다. "오존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안목이 높구나." 싸늘한 목소리와 함께 석실 안으로 세 개의 인영이 귀신같이 자리 했다. 지옥혈도 궁사와 일지겹천 그리고 관천패였다. "으……." 심령마존은 절로 신음성을 홀렸다. "완전히 당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신형을 옮겼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그는 궁사와 일지접천을 노려보며 분노의 괴소를 홀렸다. "크흐흐…… 십대천왕 중 세 명이 모였으니…… 나에게는 도저히 승산이 없겠군." 승산이 없다는 말을 하면서도 그의 음성은 그리 절망적이지 않았 다. 마치 무언가 비장의 한 수가 있다는 듯한 음성이었다. 따각! 따각! 그때 일지겹천이 바닥을 울리며 심령마존에게 다가들었다. "그대의 동료인 사망마존의 음모는 이미 분쇄되었다. 비록 놈은 도 망쳤으나…… 그대는 도망칠 수 없다." 그러자 심령마존의 녹광이 불길처럼 이글거렸다. "크흐흐흐…… 나 심령마존 앞에서는 그 어떤 장담도 통하지 않는 다." 다음 순간 그는 사기가 가득한 음성을 발했다. "모두…… 내 눈올…… 보아라……." 순간적인 본능이었다. 꼬두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심령마존의 눈을 향했다. 두 눈구멍. 그곳에는 파르스름한 녹광들이 한없이 안으로 안으로 빨려들고 있 었다. 이 순간 심령마존의 눈구멍은 혼백을 손짓하는 끝없는 무저갱(無低 坑)이었다. 문득 가장 내력이 약한 관천패의 두 눈이 몽롱해지며 헛소리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지…… 지옥이 보인다!" 관천패의 심혼은 이미 심령마존의 눈구멍 속으로 빨려들고 있는 것 이었다. 그때 일지겁천 구유명의 입에서 칼칼한 외침이 터졌다. "마교(魔敎)의 사술인 장안술(長眼術)이다. 정신 차려라!" 동시에 일지겁천의 두 눈에서 무시무시한 녹광이 폭사되었다. 심령마존의 음사한 녹광에 대항하여 일지겁천의 패도적인 녹광이 작렬했다. 파파파 팟! 두 개의 녹광 번뜩이는 안력이 허공 중에서 무섭게 격돌했다. 그러기를 약 반각 정도나 지났을까? 문득 심령마존은 나직한 비명을 터뜨렸다. "네…… 네놈이 어찌 섭혼마공(攝魂魔功)을……?" 어느새 그의 눈구멍에서 이글거리던 녹광의 양은 현저하게 줄어 있 었다. 동시에 그의 전신에저는 부들부들 거센 경련이 일기 시작했다. "오늘은 내가…… 패배했다. 하지만 두고 보아라……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중원을 피로 물들이고…… 천지를 지옥의 아수라장으로 만들 것이다." 온통 저주투성이의 일갈이었다, "오존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노니…… 십대천왕은…… 우리 오존에 의해…… 모두 죽을 것이다." 순간 지옥혈도 궁사가 싸늘한 냉갈을 터뜨렸다. "미친놈!" 그는 이어 빠르게 자신의 애도를 휘둘렀다. "천심도(穿心濤)--!" 번-- 쩍--! 지옥참마도가 엄청난 도광을 폭사시키며 심령마존의 전신을 난자해 들었다. 파파파팍! 지옥참마도는 정확하게 심령마존의 전신을 수천 도막으로 베어 버 렸다. 피하고 어쩌고 할 틈도 없었다. 순식간에 심령마존의 전신은 토막 토막으로 변해 허공 중에 흩어졌다. "크흐흐…… 나는 심령마존이다. 심령마존의 육체는…… 있을 수 없는 것…… 더구나 심령을 죽인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 다……." 놀랍게도 심령마존은 아직도 살아 있었다. 육신이 수천 도막, 아니 가루로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심령마존은 결코 죽지 않았다. 진정 천하에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괴변이 아닐 수 없었다. 괴변은 계속되었다_ 스스스스……. 사라진다. 조각난 육신들은 먼지처럼 흩어지더니 어디론가 사라지 고 있었다. "크흐흐…… 금소천…… 너는 반드시…… 죽는다…… 십대천왕도… … 모두…… 죽는다." 금소천에 대한 저주를 마지막으로 심령마존의 목소리는 더 이상 들 려오지 않았다. 동시에 먼지 같던 그의 몸똥이도 석실에서 완전히 사 라져 버렸다. "으음……." 지옥혈도 궁사는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지독한 사술. 놈은 마교의 꼬든 진전을 터득한 것 같다." 일지겁천이 그 말을 받았다. "놈을 죽인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군…… 진정 악마…… 악마 같 은 놈이다." 한편 금소천은 무슨 염두인가를 굴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는 신광을 번쩍이며 말했다 "이렇계 되면 심령마존을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은 천하에 단 한 명 밖에 없소." 모두의 시선이 금소천에게 쏠렸다. 도저히 죽일 수 없는 가공할 사 술의 소유자를 누가 죽인다는 말인가? 금소천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이어 밝은 눈빛을 발하며 한 인물 의 이름을 떠올렸다. "혈의환사!" 순간 궁사와 일지겁천은 탄성을 터뜨렸다. "아하! 그래……." "그 자를 잊고 있었군." 혈의환사. 그 역시 육신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천하괴인이 아니던가? 두 사람이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금소천이 말을 이어 나갔 다. "혈의환사라면 심령마존의 약점을 파악하고 있을지도 모르오. 어쩌 면…… 그 약점이 자신의 약점일 수도 있지만……." 금소천의 의미심장한 중얼거림으로 결론을 맺었다. 사건이 어느 정도 일단락 되자 장내의 인물들은 긴장을 풀기 시작 했다. 먼저 금소천이 일지겁천 구유명에게 늦은 인사를 했다. "구노사. 진정 반갑소이다. 헌데…… 어떻게 이곳까지?" 일지겁천은 고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노부는 애당초 저 엉뚱한 궁사에게 발목이 잡혀서 왔네. 하지만 지금은 금성주에게 한 가지 부탁할 게 생겼어." "부탁…… 이라니요?" 소천이 다소 긴장의 기색을 떠올리며 되물었다. 그러자 일지겁천은 허허로운 눈빛을 하며 대답했다. "노부 이미 칠순의 나이…… 비록 늙은 몸이지만, 도움이 된다면 이곳 만금성에서 자리를 잡고 싶네." 순간 금소천보다 궁사와 관천패가 각기 반색의 외침을 발하고 나섰 다. "구노인! 나 궁사의 자리가 있는데. 어찌 구노인의 자리가 없겠나? 으하하하, 정말 잘 생각하시었소." 궁사는 일지겁천의 한 손을 덥석 잡았다. "구노사…… 크하하하 구노사…… 크하하하하!" 말주변이 없는 관천패는 무어라 표현을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석 실이 떠나갈 듯한 대소를 터뜨릴 뿐이었다. 격동에 차 있는 것은 금소천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흥분 어린 시선으로 일지겁천을 주시했다. "아무래도 앞으로 며칠간은 술독에 빠져야 할 것 같습니다. 구노사 ……." 금소천의 손이 일지겁천의 한 손을 잡았다. 일지겹천의 잡힌 손은 바로 일지만이 남아 있는 손이었다. 손가락이 하나뿐인 일지겁천의 손은 따뜻했다. 만금성. 이렇게 해서 네 명의 천왕들이 모였다. 마군자 금소천! 설산성녀 냉한빙! 지옥혈도 궁사! 일지겁천 구유명! 이렇게 사 인의 천왕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46장 지옥전 혈사의 내막이 밝혀지다 만금성과 혈궁의 사태가 마무리 지어지는 동안 숭산(嵩山) 소실봉 (少室峯)에서는 또 다른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천년 소림사가 뜻하지 않은 혈난을 맞고 있는 것이다. 원인은 간단했다. 적미천군 사문곡. 그가 지옥전의 고수들을 이끌고 소림을 무참히 유린하고 있었다. 한패는 자신이 몸담았던 사문. 그러나 적미천군 사문곡의 손속에는 털끝만큼의 인정도 찾아 볼 수 가 없었다. 그는 이제 공포의 지옥전주 신분일 뿐이었다. "크하하햐-- 죽어라!" "아미타불…… 크아악!" 풍비박산(風飛撲散)! 소림은 지옥전의 혈족 아래 철저히 뭉개지고 짓밟혔다. 일천 년의 장구한 역사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순간이었다. 그런데 한 가지 기이한 사실이 있었다. 정작 소림의 허자(虛字) 항 렬의 고승들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적미천군 사문곡은 미처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이미 피의 맛을 들인 혈마와 같은 단계에 들어 있기 때문이었 다. "소사숙. 대체 이것이 무슨 짓입니까? 불문의 인물로서 파계를 하 고 게다가 사문을 욕보이시다니……." 한 명의 중년화상이 피 토하듯 절규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의 전면에는 구릿멎 피부에 오관이 정연한 적미청년이 우뚝 서 있었다. 바로 적미천군 사문곡이다. 그의 핏빛 혈잠과 사악한 눈빛은 이미 과거의 그가 아님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으하하하……! 정공! 입 닥치거라. 적미천불은 이미 죽었다. 여기 있는 사람은 지옥천황 사무기의 아들인 적미천군 사문곡뿐이다." 그러자 정공이라 불린 중년화상은 대경실색하여 말을 잊고 말았다. "이, 이럴 수가……." 그는 극도로 허탈하여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사문곡은 미친 듯한 광소성을 터뜨렸다. "으하하하…… 비켜라! 내 앞을 가로막는 자…… 오직 죽음만이 있 을 것이다!" 그는 재차 앙천광소하며 사정없이 쌍장을 휘둘렀다. 펑--! 퍼-- 펑! 강맹한 장력이 회오리치며 서너 명 승인들이 피떡이 되어 달아났 다. "으아악--!" "크억!" 사문곡의 무학은 더 이상 소림의 그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오직 피 가 난무하는 악마의 무공일 뿐이엇다. "으하하하하……." 사문곡은 연이어 무서운 살수를 펼치며 소림사 깊숙이로 진입해 들 어갔다 그를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박살이 났다. 그는 무자비한 대 량 학살자일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으음…… 저곳이다." 사문곡의 눈동자가 번뜩이는 기광을 발했다. 이어 그는 돌연한 방 향을 향해 번개같이 신형을 날렸다. 휘-- 익! 그의 뒤를 지옥전의 고수 사혼이 따랐다. "전주님!" 두 사람은 살수를 펼칠 틈도 없이 빠르게 이동했다. 그러자 사문곡 을 막고 있던 소림승인들의 안색이 일제히 대변했다. "막아라! 반도가 조사동(祖師洞)으로 향한다." "조사동만은 안된다. 죽음으로 사수하라--!" 소림 최고의 성지 조사동. 몇 안되는 소립의 승려들은 그야말로 결사적으로 사문곡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누가 천하의 지옥전주 사문곡을 막는단 말인가? 소림의 승려들은 피분수를 쏟아내며 속절없이 나가떨어졌다. 사혼이 손을 쓸 사이도 없이 사문곡은 거의 무인지경으로 달려 나 아갔다. 두 사람은 반각도 채 되지 않아 조사동의 입구에 당도할 수 있었 다, "아미타불……." 소림사 조사동 앞. 아홉 명의 중년인들이 기러기 형상으로 늘어서 있었다. 형형한 안광이 일켠키에도 비범한 고승들임에 분명했다. 사문곡은 그들을 발견하고 안색을 흠칫 바꾸었다. "구나한(九羅漢)……." 소림의 수호신과도 같은 구나한. 눈앞의 아홉 승인들은 바로 구나한이었던 것이다. "소사숙!" 구나한들은 일제히 사문곡을 향해 공손한 예를 취했다. "으음……." 그들을 바라보는 사문곡의 두 눈에 얼핏 복잡미묘한 갈등이 스쳤 다. 구나한. 그들은 사문곡의 소림사 시절 가장 절친한 인물들이었다. 함께 무 학을 익히고 다듬었으며, 언제나 서로를 돕던 사이였다. "빌어먹을!" 사문곡은 신경질적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리고는 이내 눈빛을 가다듬었다. "구나한. 비켜라!" 그러나 구나한은 한치의 미동도 없엇다. 문득 그들 중 제일 중앙에 서 있는 인물이 입을 열었다. "소사숙, 그간의 소식은 모두 들었습니다." 사문곡이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중앙 승려의 목소리는 계속되었다. "소사숙께서 지옥전의 후예임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번뜩! 사문곡은 음침한 광망을 쏘아냈다. "그렇다면 내가 왜 소림에 왔는지도 알고 있겠군." 중앙의 승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이어 그가 다시 무어라 입을 열려 할 때였다. "돌연 조사동 안에서 웅혼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구나한! 적허(赤虛)를 들여 보내라." 적허는 과거 적미천불의 법호(法號)였다. 그 호칭을 듣는 순간 사문곡의 안색이 딱딱하게 굳었다. "천우(天宇)…… 사존……." 그때였다. 조사동 안에서 재차 일성이 터졌다. "적허! 안으로 들어오너라." 그것은 도저히 거역할 수 없는 위엄이 서린 음성이었다. 사문곡은 잠시 망설였으나 곧 결연한 신색을 보였다. 그는 천천히 조사동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편 그 곁을 잠시도 떠나지 않는 사혼 역시 조사동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그 순간 조사동 안에서 엄청난 대갈성이 터졌다. "갈(喝)! 외부인이 어디를 들어오려는가?" 워낙 거대한 음성이기에 사흔은 자신도 모르게 흠칫 멈추고 말았 다. 동시에 조사동 안에서는 무시무시한 경력이 화살처럼 쏘아져 나 왔다. "크윽!" 사혼은 자신을 밀어붙이는 어마어마한 반탄력에 비명을 지르며 퉁 겨났다. 그는 간신히 신형을 지탱하며 두 눈 가득 경악을 떠올렸다. '으…… 나를 이렇게 간단히 밀어내다니, 실로 어마어마한 내공이 다.' 그가 주춤거리며 서 있자, 안으로 들어서던 사문곡이 나직한 음성 으로 명을 내렸다. "사혼. 너는 여기에 있거라." 사혼은 꺼림칙한 표정으로 지었으나,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사문곡은 기광이 일렁이는 눈빛으로 다시금 걸음을 옮겼다. 동굴은 안으로 쑤욱 들어가자 하나의 석실을 이루고 있었다. 사문곡은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