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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56편 (56/79)

2026-09-22 08:16:38 조회 16
피가 내를 이루고 시신은 산을 이루었다. 비명은 구천에 솟구치고 지옥은 대만원을 이루었다. 겨울 하늘은 말없이 이 죽이고 죽어가는 아수라대혈전을 지켜보았 다. 말은 없었다. 단지 하늘만이 갈수록 서슬 시퍼런 차가움을 뿜어냈 다. 촤아아아악--! 핏줄기들이 어지럽게 하늘을 솟구쳤다. 솟구친 핏줄기들은 피눈물이 되어 퍼진다. 그래도 차가운 겨울 하늘은 결코 피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그저 이 처참한 지옥도를 지켜볼 뿐이다. 그 차가운 겨울 하늘에 인간들은 추 잡하고 더러운 피칠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늘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크아아악!" "아수마궁의 잡졸들을 남김없이 죽여라!" 압도적인 숫자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아수마궁은 쉽사리 혈로를 뚫 을 수가 없었다. 만금성과의 대전에서 너무도 많은 힘을 소모한 탓이 었다. 특히 만독노조 영호독의 활약은 차라리 가공할 지경이었다. 그는 거의 탈진한 야율노격을 정신없이 공격해 들어갔다. "으흐흐흐, 천하의 아수마궁주도 별 것 아니로군." 만독노조는 조소를 터뜨리며 여유 있는 공격을 계속해 나갔다. 반면 야율노격은 속이 시커옇게 타 들어갔다. '빌어먹을, 공력이 상하지만 않았어도…….' 우드득 이가 갈렸다 그러나 방법이 없었다. 자타가 공인하는 십대천왕 중의 하나인 만 독노조가 한가한 여유를 허락할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그는 슬쩍 시선을 돌려 자신의 왼쪽 팔을 내려다보았다. 은은한 청 광이 음산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만독노조의 독장이 스친 탓이었다. 단지 스친 정도인데도 욱신거리며 통증이 느껴졌다. 그나마 야율노 격 정도의 절대고수가 아니었더라면 벌써 한줌의 흑수가 되었을 게 뻔한 일이었다. "자! 이제 우리들의 장난도 끝을 내도록 하지?" 만독노조의 옴산한 음성이 들렸다. 이제부터야말로 본격적인 절공을 펼치려는 것 같았다. "으음……." 야율노격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삼켰다. 그는 두어 걸음을 주춥거리며 물러섰다. '할 수 없다. 차라리 동귀어진올 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는 이를 악 물었다. 무인 특유의 자존심이 온몸의 살심에 불을 놓았다. "그래…… 만독노조. 이제 끝을 내도록 하지." 그는 말을 씹어버리듯 내뱉었다. 동시에 남아 있는 전신의 잠력을 모조리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의 기세가 하도 험악하여 만독노조는 자신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저, 저놈이 흑시 동귀어진을?' 그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을 일으켰다. 눈치를 채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죽기를 각오한 자는 언제 어디에 서든 확실히 구분이 가기 때문이었다. '안되지. 저 자가 동귀어진의 수법으로 나온다면 나 역시 안심할 수는 없어.' 마음이 다급해졌다. 엉뚱한 사고를 치기 전에 어떻게든 사태를 수습해야 했다. 그 사이 야율노격의 전신은 공처럼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자신의 몸을 폭발 시켜 온몸의 살과 뼈로 상대를 공략하는 전형적인 동귀어진의 수법이 었다. "흥! 웃기지 마라! 어딜 감히……." 만독노조는 재빠르게 몸을 날렸다, 야율노격이 제대로 공력을 모으 기 전에 손을 쓰기 위해서였다. 야율노격의 안색이 홈칫하며 급변을 일으켰다. '놈이 눈치를 챘어.' 동귀어진의 수법은 전신의 공력뿐만 아니라, 잠력까지 끌어올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타. 또한 잠력을 끌어올리는 동안 에는 운기행공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만다. 때문에 약간의 외부 충격만 으로도 죽어 나자빠지기가 쉽상인 것이다. 우르르르룽! 태산 같은 장력이 밀려들었다. 온몸을 재로 만들어 버릴 듯한 시커 먼 독장이었다. 야율노격은 자신도 모르게 눈올 감고 말았다. '끝장이다!' 그러나 세상살이에는 항상 천행(天幸)이라는 것이 있다. 바로 야율노격에게 그 천행이 일어났다. "비켜라!" 커다란 대갈성과 함케 누군가가 섬전처럼 날아들었다. 이어 천지가 폭발할 듯한 거대한 굉음이 터졌다. 콰콰콰쾅! 쾅! 만독노조의 장력은 극적으로 방향을 틀었다. 급작스럽게 나타난 누 군가의 장력 때문이엇다. "어떤 놈이냐!" 만독노조는 두어 바퀴 제비를 돌며 커다땋게 소리쳤다. 야율노격도 재빨리 공력을 회수시켰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 다. 극적으로 나타난 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궁주!" 나타난 자를 찾기란 어럽지 않았다. 그는 바로 살막의 막주 소리탑이었다. "소리탑……." 야율노격은 반색을 표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은 곧 씁쓸하게 굳어졌다. 자신의 피폐한 모습이 웬지 서글퍼졌기 때문이다. "궁주. 어서 이곳을 빠져 나가시지요." 소리탑은 그를 부축하며 다급한 어조로 말했다. 야율노격은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 며칠 사이에 그는 십 년은 넘게 늙어 버린 것 같았다 소리탑이 사방을 둘러보며 소리겼타. "살막의 제자들이억! 아수마궁과 함께 이곳을 벗어나자!" 차가운 겨울 하늘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석산 생사평은 피로 물들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살막이 끼어든 이후 싸움은 급속도로 해결이 되었다. 비교 적 힘이 남아 있는 살막의 고수들로 인해 탈출로를 뚫기가 훨씬 용이 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사천여 명의 아수마궁 제자들이 회생되었지만, 야율노격은 탈 출을 할 수가 있었다. 그가 죽지 않고 탈출할 수 있었던 것은 소리탑의 처절한 용맹 때문 이었다, 그러나 소리탑은 야율노격을 구출키 위해 자신의 준수한 용 모를 잃어야 했다. 바로 만독노조 영호독의 가공할 독공에 의해서였 다. 아수마궁은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한 채 옥문관으로 돌아갈 수 있었 다. 워낙 숫자의 차이가 심한 탓에 천마교도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지 는 않았다. 이후, 삼년간 아수마궁은 중원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 제2부 제1권 끝 > 제2부 천왕지존 扁 제2권 血世蠢動 篇 42장 검문이 무너지다 뾰르릉! 한 마리 감색 비둘기였다.유난히 작은 머리와 체구가 일반 비둘기 와는 차이가 있었다. 감색 비둘기는 전서구였다. "흐음, 드디어 연락이 왔군." 불쑥 손 하나가 나타났다. 그러자 전서구는 평소의 훈련대로 그 손 위로 날아올랐다. 손은 전서구의 발목에 감긴 서한을 풀었다. 얇게 말린 종이가 툭 하고 떨어져 내렸다. <문주님 전. 혈궁은 대다수의 무사를 서진평에 집결시켰음. 풍곡 쪽에는 대량의 폭약이 묻혀 있다고 함. 추후 지시 요망.> 와락! 손은 거친 동작으로 서한을 구겼다. "후후후, 역시 예상대로군." 손이 웃었다. 아니, 손의 주인이 웃고 있었다. 손의 주인은 검문의 문주인 검마제 목철심이었다. 그는 서한을 구긴 채 비릿한 조소를 머금고 있었다. 주요 통로가 모두 봉쇄되었다는 소식에도 조소를 그치지 않았다. "귀문장도 막여사. 그대가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는 것은 인정하마. 그러나……." 그는 전서구를 다시 날렸다. 전서구는 금세 까마득한 허공으로 사라져갔다. "사람이 사는 곳에 어찌 길이 한두 개뿐이겠는가?" 그는 천천히 신형을 돌렸다. 엄청난 규모의 대군이 그의 시야에 잡혔다. 형형한 안광으로 보아 하나같이 만만치 않은 고수들이었다. 더구나 그들이 움직일 때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동정호! 군산의 뒤쪽을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길…… 흐흐, 그대는 설마 내가 수로를 택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 그의 미소는 점점 커져갔다. 단순한 미소가 아니라 여유 있는 웃음 이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일년 전부터 배를 만들고 있었다. 바로 네놈들 을 일시에 박살내기 위해서였지." 자꾸만 웃음이 나왔다. 마치 혈궁의 종말을 이미 눈앞에 받아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는 스윽 한 손을 치켜들었다. 그러자 수천 명의 검문 고수들이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동정호. 바로 혈궁의 뒤통수를 치기 위함이었다. * * * 천마교주 천마황 단금성. 그는 지금 득의양양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후후후…… 금소천. 그대는 꿈에도 생각 못할 것이다. 그대는 격 장지계(激將之計)로 본좌를 끌어들이는데는 성공했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번쩍였다. "그러나 본좌는 그것을 역이용해 이번 기회에 그대의 심장부를 두 드릴 것이다." 그는 입가를 씰룩이며 뒤를 돌아보았다. 천마황 단금성의 뒤에는 무려 삼천에 달하는 천마교 최정예 고수들 이 버티고 있었다. 지금 그들은 막 아수마궁과의 대혈전을 치른 만금성을 기습하기 위 해 진군을 하는 중이었다. "어차피 야율노격이 본좌의 적수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나의 진 정한 적수는 오직 금소천 그대뿐이다. 그러나…… 지금의 그대는 힘 이 빠질 대로 빠져 있겠지?" 정확한 판단이었다. 야율노격과의 혈전을 거친 금소천과 만금성은 이미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져 있는 것이다. 단금성은 득의 가득한 앙천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천마교 제자들아! 지금부터 만금성을 접수한다. 그리하 여 그 옛날의 패배를 설욕하리라. 으하하하……." 단금성의 대소에 화답이라도 하듯 천마교의 정예들이 가열찬 함성 소리를 토해냈다. "와아……." 단금성은 흡족한 시선으로 장내를 둘러보았다, 이어 그의 손이 허 공으로 치켜져 올라갔다. 출격 명령이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천마교 삼천 정예들은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 다. 그들의 눈동자에는 형형한 살기가 어리고 있었다. 금소천. 과연 그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 * * "아시다시피 우리는 더 이상 여력이 없소이다. 아수마궁과의 싸움 에서 손실된 전력을 보강하려면 족히 몇 개월은 걸릴 것이기 때문이 오." 남궁수는 여전히 창백한 안색이었다. 그 앞에는 신기수사 백리호가 걱정스러운 안색으로 서 있었다. "비록 아수마궁은 물리겼지만, 천마교라는 또 다른 적이 몰려오고 있는 실정…… 해서 내 백당주께 어려운 부탁을 하나 해야겠소이다." 백리호는 정색을 하며 말했다. "부탁이라니요? 당치도 않은 말씀을……." 그는 음성에는 여인처럼 잘 생긴 얼굴과 달리 강직함이 넘쳐흘렀 다. 남궁수는 회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소. 하지만 이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 될 것이오, 어쩌면…… 백당주의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오."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 그러나 백리호의 표정은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만금성 사람이 되면서 제 목숨은 만금성의 것이 되었소이다." 가슴을 쭉 펴고 대답하는 그의 음성에는 일점의 사심도 없어보였 다. 남궁수의 눈동자에 감격의 빛이 떠올랐다. 그는 거듭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좋소. 그럼 내 백당주만 믿겠소. 이리 가까이 오시오. 지금부터 백당주께서 할 일을 말씀드리겠소이다." 백리호는 자신의 귀를 가까이 갖다 댔다. 남궁수가 무어라 설명을 시작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백리호의 얼굴 은 수시로 격변을 일으키고 있었다. * * * 무심곡(無心谷). 만금성을 지척에 두고 있는 계곡으로 곧장 만금성 내성으로 통하는 요로이기도 하다. 천마황 단금성을 위시한 천마교 삼천 고수들은 소리 없이 무심곡 깊숙이 진입해 들었다. 약 백여 장 가량이나 진입했을까? 선두를 달리던 단금성이 돌연 안색을 변화시켰다. "멈추어라!" 그의 명령에 삼천 고수들은 일제히 전진을 멈추었다. 그들의 표정에는 한결같이 의흑이 떠올랐다. 단금성은 전면에 시선을 주고 있었다. "으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신음성을 발했다. 약 오십 장 거리에 한 인물 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자신의 천마교인은 결코 아니었다. 그는 안력을 돋구어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흡사 절세미녀를 대한 듯한 신비의 미남자. 나타난 인물은 바로 만 금성의 삼대두뇌 중 한 명인 신기수사 백리호였다. 신기수사 백리호. 그는 양손을 소맷자락 속에 넣은 채 팔짱을 끼고 있었다. 황당한 일이었다. 그는 무섭도록 담담한 모습으로 천마황 단금성과 삼천 고수들을 단신으로 맞이한 것이었다. 천마황 단금성은 가볍게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너는 누구냐?" 신기수사 백리호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본인은 만금성 외오당(外五堂) 중 선기당(先機堂) 당주 신기수사 백리호라 하오." 단금성은 흠칫하며 인상을 찡그렸다. '심상치 않다. 우리가 이곳으로 오는 것을 아는 인물은 하나도 없 지 않는가? 그런데…….' 그가 머리를 회전시키는 사이, 신기수사 백리호는 계속 말을 잇고 있었다. "무엇보다 본인은 성주님 대신 교주께 추풍곡과 생사평의 쾌거를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순간 천마황 단금성은 내심 경악의 신음성을 흘려야 했다. '추풍곡과 생사평의 쾌거……?' 추풍곡에서는 궁패의 세력을, 생사평에서는 도주하는 야율노격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안기지 않았던가? 그는 등줄기에 찬서리가 수겹으로 내려앉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다면 내가 두 곳으로 힘을 분산시켰다는 것은 물론…… 금소 천 그 자는 내가 이곳으로 오리라는 것까지 짐작하고 있었다는 말인 가?' 오싹하는 한기가 전신을 휘감았다, 어쩌면 만금성은 자신들을 대비 하여 또 다른 계략을 세웠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발작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설사 그가 알고 있다 해도 지금 만금 성은 지쳐 있다. 이런 좋은 기회는 앞으로 두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 다.' 그는 불안감을 떨쳐 버리며 나직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핫! 그대는 매우 용감한 자다. 감히 단신으로 본좌를 영접하 다니……." 그는 단신이라는 말에 유난히 힘을 주었다. 그러자 신기수사 백리호가 희미하게 웃었다. "교주께서는 어찌 본인이 혼자일 것이라고 장담하시오?" 순간 단금성은 내심 흠칫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역시 이곳에 매복이 있다는 말인가?' 그는 급히 천리지청술(千里之廳術)을 시전해 주위 백 장 이내의 동 정을 살폈다. '아니다, 인기척이라고는 전혀 없다. 놈은 지금 거짓말로 나를 교 란시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단금성은 짐짓 호탕한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백리호, 쓸데없는 말장난으로 본인을 희롱할 생각이 라면 일찌감치 포기하거라!" 그는 자신감에 찬 눈빛으로 백리호를 응시했다. 백리호는 가타부타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단금성은 개의치 않았다. "혼자서라도 우리를 막아 보=다는 그대의 신의는 가상하나, 본좌는 조금 전 결심을 굳혔다." 그의 눈동자가 이글거리며 불꽃을 튀겼다. "독하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라고…… 그리고 하늘이 나 단금성을 돕고 있다는 생각을 했지." 천천히 한 손을 치켜들었다. 무언의 신호였다. 그러자 몇 명 고수들이 신기수사 백리호 쪽으로 다가들었다. 명백한 살기가 그들의 전신을 에워쌌다. 그러나 신기수사 백리호는 무서우리만큼 태연자약했다. 그의 입술이 천천히 벌어졌다. "교주께서는 혹 뇌화문(雷火門)이란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소이 까?" 단금성의 검미가 꿈틀하고 치켜져 올라갔다. "뇌화문……?" 백리호는 고개를 덕였다. "그렇소이다. 뇌화문은 천하에서 제일가는 화기의 명문이외다." 여기까지 말한 백리호는 오히려 몇 걸음 더 단금성 쪽으로 다가들 었다. 단금성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기세에 절로 물러서야 했다. "지금 본인의 몸에는 모두 백 개의 벽력신화탄(霹靂神火彈)이 들어 있소이다." 순간 단금성은 나직한 대경성을 발했다. "벼…… 벽력신화탄!" 백리호는 빙그레 웃어 보였다. 매혹적이기까지 한 미소였다. "벽력신화탄 백 개의 위력이면 능히 이 무심곡을 통째로 날려 버릴 수 있다고 보는데…… 교주의 생각은 어떻소이까?" "으음……." 단금성은 침음성을 터뜨렸다. 그는 눈살을 찌푸리며 백리호의 표정을 샅샅이 살폈다. 그가 한 말 의 진위 여부를 따져보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허사였다. 백리호의 담담한 표정으로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보통 놈이 아니다. 인재임에는 틀림없어.' 그는 백리호의 표정에서 그 어떤 티끌 만한 기색도 찾을 길이 없음 을 인정해야 했다. 그는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는 전음성으로 재빨리 무언가를 지시했다. 백리호가 눈치를 챌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러운 동작이었 다. 그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뒤에 서 있던 고수들 중 하나가 벼락같이 몸을 날렸다. "헛소리하지 마라! 네놈에게 그런 것이 있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 다." 몸을 날린 천마교 고수는 무시무시한 장력을 내뻗었다. 그러나 백리호는 일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품속에 손 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 들었을 뿐이었다. "아앗!" 공격을 하던 천마교인의 입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그는 다급하게 뿜어냈던 장력의 방향을 틀어 버렸다. 콰쾅! 파파팍! 장력은 아슬아슬하게 백리호를 스쳐 땅바닥을 후려쳤다. "벼, 벽력신화탄……." 공격을 하던 자의 입에서 절규와 같은 신음성이 새어 나왔다. 과연 그의 말대로 백리호는 한 개의 검은 구슬을 들고 있었다. 모 양이나 생김새로 미루어 화탄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백리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검은 화탄을 품속에 갈무리했다. 처음부터 이 광경은 지켜보던 단금성은 탄식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벽력신화탄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백리호의 의연함에 아무것 도 알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소천…… 대체 그 자에게는 저런 수하가 몇 명이나 버티고 있단 말인가?' 단금성은 단 일인 백리호에 의해 제지당하는 자신이 답답했다. 그는 눈빛을 굳히며 물었다. "만약 그것을 터뜨리면…… 그대 역시 죽을 텐데?" 차라리 묻지 말았어야 할 질문이었다. 단금성은 말을 마치자마자 후회하기 시작했다. 백리호가 나직하나 통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불민한 나 백리호가 교주님과 같은 분과 동사한다면, 후세 만인은 입을 모아 본인을 칭송할 것이오." 단금성의 검미가 다시 한 번 꿈틀거리며 치솟아올랐다. 백리호는 여전히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나 교주께서는 영원히 천하 바보라는 낙인을 면치 못할것이 아니겠소이까?" 그야말로 정곡을 찌르는 통렬한 백리호의 화술이었다. '으으…….' 천마황 단금성은 분노하여 무서운 신광을 뿜으며 죽일 듯이 백리호 를 노려보았다. 그러나 백리호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한동안 불꽃 튀기는 눈빛의 공방전이 일었다. "좋다!" 단금성은 두 눈의 살광을 지워 버렸다. 그는 커다란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듯 말했다. "본좌는 이 근처에 그대 이외에는 그 누구도 없음을 안다. 또한 그 대 품에 진짜 일백 개의 벽력신화탄이 있으리라는 것도 의문이다." 그는 슬쩍 백리호의 표정을 살폈다. 그러나 백리호는 그저 그림같이 서 있을 뿐이었다. '지독한 놈…….' 단금성은 잠시 눈빛을 급변시켰다. "하지만…… 본좌는 물러가겠다." 백리호의 안색이 그제야 미미한 변화를 일으켰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벽력신화탄의 진위를 가려낼 수는 없는 노릇이 었다. 단금성이 장중한 음성으로 말을 잇고 있었다. "백리호! 그대가 혼자서 우리 천마교를 막고 만금성의 운명을 건진 셈이다." 백리호는 본래의 신색대로 담담하게 돌아온 상태였다. 단금성은 정색을 하며 말했다. "백리호. 그대는 훌륭한 인재다." 그의 음성에는 진심이 담겨져 있었다. 백리호는 빙긋 웃으며 가볍게 목례를 보냈다. "고맙소이다." 단금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신형을 돌렸다. 이어 도열해 있는 수하 들을 향해 외쳤다. "모두 물러간다!" 그는 다시 한 번 백리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백리호…… 사홀 후 정식으로 만금성을 방문하겠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단금성은 아무 미련도 없이 말머리를 돌렸다. 그의 뒤를 천마교인 들이 일사분란하게 뒤쫓아갔다. 두두두두둑……. 반각도 채 안되어 단금성과 천마성의 고수들은 깨끗하게 무심곡을 떠났다. 혼자 남게 된 백리호. 문득 그의 전신이 비틀거렸다. '남궁군사…… 당신의 부탁을 저버리지는 않은 것 같소.' 백리호는 긴장을 풀며 전신에서 비오듯 진땀을 흘렸다. 이어 그는 품속에서 한 개의 검은 구슬 같은 물체를 꺼내 들었다. "벽력신화탄…… 겨우 이 한 개로 천마교를 막은 셈인가?" 그의 음성에서는 허탈한 가운데 은은한 자부심이 묻어나왔다. 이유 는 너무도 간단했다. 후세 사가들에게 전설처럼 전해지게 되는 무심곡의 쾌거! 그것은 한 알의 벽력신화탄과 남궁수의 머리, 그리고 백리호의 세 치 혀가 만든 멋들어진 일대 합작이었다. 43장 천마교가 물러나다 두 사람이 뛰고 있었다. 아니, 보다 엄밀히 말하면 뛰는 게 아니라 날아가고 있었다. 실로 가공할 정도의 신법이었다. 그러나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두 사람이 다름아닌 일지 겁천 구유명과 지옥혈도 궁사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지금 어디를 가는 겐가? 야율노격을 놓쳤으면 만금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두 사람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일지겁천 구유명이었다. 그는 본래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지만, 이번만은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아수마궁 사대마신과의 싸움이 끝난 후, 궁사는 밤을 도와 어디론 가 달리기 시작했다. 무어라 가타부타 특별한 설명이 있던 것도 아니 었다. 도와주시오! 이것이 그가 한 말의 전부였다. 일지겁천 구유명은 아무런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