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34편 (34/79)
창해신마 용일범. 정사십팔대고인 중 한 명인 천살화각(天殺火角) 우문도(宇門度)의 제자임과 동시에 군산칠십이채의 총표파자. 귀문장도 막여사는 공손히 대답했다. "창해신마 용일범은 제자가 생포를 해두었습니다." 금소천은 고개를 덕이며 입을 열었다. "흐음… 데리고 나오라." 막여사는 허리를 더욱 핀숙이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는 고개를 돌리며 수하들을 향해 영을 내렸다. "형당(刑堂) 제자들은 용일범을 끌고 오너라." 창해신마 용일범. 육순 가량의 나이에 네모진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는 불안과 긴장 이 가득한 신색으로 금소천 앞에 끌려나왔다. 금소천은 불안에 떨고 있는 용일범을 지그시 주시했다, 창해신마 용일범은 내심 혼비백산을 하고 말았다. '나, 난생 처옴 대하는 무서운 눈빛이다.' 그는 전신의 모든 피가 싸늘히 식어 버리는 것을 느꼈다. 단 한차례의 눈빛. 그것만으로 창해신마 용일범은 모든 기가 꺾이고 말았다. 그런데 돌연 귀문장도 막먹사의 싸늘한 호퉁성이 터졌다. "용일범. 죽고 싶으냐? 지존의 안전에서는 나 막여사라 할지라도 뻣뻣한 자세를 취하지 못한다." 순간 창해신마 용일범은 무너지듯 털썩 무릎을 끓었다. "요, 용일범. 지존을 배알합니다." 금소천은 그가 최대의 경배인 구배(九拜)를 마치길 기다려 입을 열 었다. "네가 용일범이냐? "그, 그렇습니다." 금소천은 잠시 말을 끊은 후 엄숙한 표정으로 다시 말을 잇기 시작 했다. "군산칠십이채는 강하다. 그러나 전 중원을 두고 보면 극히 협소한 한 부분에 불과하다." 금소천은 신광을 번뜩이며 힘주어 말했다. "십년 후 너에게 동정호 일대 수권리를 관장할 수 있는 권위를 부 여하겠다." 순간. 창해신마 옹일범은 금소천의 뜻올 혜아릴 수 있었다 어쩌면 자신은 모든 걸 잃는 게 아니라 얻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 각이 들었다. 그의 전신에서 불안과 긴장의 기색이 사라지며 주체 못할 감격과 회열의 기운이 용솟음쳤다. '궁주… 저분은 신인이시다.' 쿵! 쿵! 용일범은 격동을 주체치 못하고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위대한 지존이시여! 속하 용일범. 죽음으로 지존의 뜻을 따르겠습 니다." 창해신마 용일범. 결과적으로 그는 군산칠십이채를 잃은 것이 아니라 더 큰 것을 얻 은 것이다. 한편, 귀문장도 막여사 등은 금소천에 대해 더욱 경외지심을 느끼 고 말았다. '궁주님… 진정 뛰어나신 인용술(人用術)이다. 혈궁은 유사 이래 최대의 전성기를 맞게 될 것이다.' 그들은 너무도 격동한 나머지 눈물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금소천은 태사의에서 신형을 일으켰다. 엄청난 신위가 하늘에 닿을 듯 뿜어졌다. "혈궁의 바람은 지금 이 순간을 기점으로 전 중원에 몰아친다." 드디어 혈궁은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나 혈제는 십년 안에 천하를 얻을 것이다. 혈궁 앞에서는 천하 만 인이 경배토록 해야 한다." 혈궁의 제자들은 피 끓는 격정의 함성을 터뜨렸다. "지존이시여!" 금소천은 귀문장도 막여사에게 물었다. "막여사, 혈궁집풍록(血宮集風錄)의 제자들은 모두 모였느냐?" "모두 모였습니다." "제자들의 무공 수위는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 귀문장도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절정고수가 아닌 자, 혈궁집풍록에 실을 자격도 없습니다." 금소천은 천천히 사방을 둘러보았다. 과연 이곳에 모인 혈궁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비범절륜의 신태들을 보이고 있었다. 금소천은 짧은 시간 염두를 굴린 후 거듭 물었다. "현재의 힘으로 소림과 맞부딪친다면?" 이번에도 막여사는 서슴없이 대답했다. 승부는 반반입니다. 그러나 삼년 안에 완성될 혈천마갑(血天魔甲) 의 제조가 성공하면 천하무적입니다." 혈천마갑. 그게 무엇이기에 감히 천하무적을 장담할 수 있을까? "으핫핫핫!" 금소천은 막여사의 보고를 들으며 흔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잠시 후 금소천은 제자들을 향해 엄숙한 모습으로 입을 열기 시작 했다. "지금 현 무림의 판도는 천마교와 구파일방이 뒤엉키고 있다. 그 외에 아수마궁이 사천 지방에서 웅거하며 호시탐탐 중원 침범의 기회 를 노리고 있다." 금소천은 눈빛을 기이롭게 빛내며 말을 이었다. "무림사에 있어 어쩌면 당금의 상황이 가장 불분명하고 혼란한 시 기일지도 모른다." 제자들은 숨을 죽이며 금소천의 말을 귀담아들었다. "더욱이 곧 있으면 오존의 후예들이 등장할 것이다." 순간 제자들의 눈멎은 급변을 했다. '오존의 후예들이……?' 오존(五尊)! 그 가공할 공포의 이름! 이제! 수천 년 무림사에 있어 가장 처절한 혈겁이 도래하리니. 천하는 피에 잠기고, 망자의 혼은 구천을 헤매이리라. 시신의 악취는 수십 년을 퍼져가고. 통곡의 절규는 만 리를 날아가 리라. -- 다섯 명의 마인! 오존(五尊)의 저주는 천년의 세월을 격하고, 그 마성은 사해와 오악을 뒤엎을 것이니. 오직 천왕(天王)만이 세상을 구월할 수 있으리라. 천년을 이어 내려온 전설. 이제 그 오존들이 모습을 나타낸딕는 말인가? 금소천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오존 중 이미 마안혈존(魔眼血尊)이 모습을 나타냈다." 놀라운 말이 아닐 수 없었다. 금소천은 이미 마안혈존에 대해 파악하고 있단 말인가? 실로 모를 일이었다. "혈궁은 결코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신비 속에 숨어서 때를 기다 릴 것이다." 그의 두 눈에서 가공할 신광이 폭사되었다. "때! 그것은 바로 오존이 모두 등장했을 때다." 금소천은 품속에서 한 자루 검을 꺼내 들었다. 핏빛의 작은 혈검(血劍)이었다. 그는 수중의 혈검을 높이 치켜들었다. "제자들은 들으라! 이 혈검의 뜻 아래 하나로 모이겠느냐?" 제자들은 기다렸다는 듯 일지히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지존의 뜻과 혈검의 뜻 아래 한 목숨 기꺼이 바치겠습니다!" 합일(合一)! 이로써 그들은 완벽하게 하나로 합일한 것이었다. "으하하핫!" 금소천은 하늘에 땋는 호쾌한 대소를 터뜨렸다. "이 혈검이 빛올 뿌리는 날 천하는 이 혈검 아래 있으리라." "아! 지존이시여……." 수백의 제자들은 하나가 되어 머리를 조아렸다. 장엄한 기세가 온 천지를 뒤흔들고 있었다. 이것이 군산에저 벌어진 일이었다. 그리고 군산에서 벌어진 오늘의 일은 오직 혈궁만이 알고 있는 일 이었다. 그것은 또 다른 하나의 시작이었다. 군산칠십이채에서 벌어진 이 조그만 하나의 시작. 혈궁의 바람. 아직은 숨죽이고 있는 바람. 그러나 후일 이 숨죽이고 있던 바람은 천하를 향해 엄청난 폭풍으 로 불어닥치게 될 것이다. 바로 천왕지존을 향한 금소천의 야망과 함께……. 26장 냉한빙의 사랑을 얻다 그리고 또 다시 이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 * * 무산(巫山). 산세가 웅장수려하여 유명하지만 천하절승인 무산삼협(巫山三峽)을 안고 있어 더욱 명산(名山)이다. 그 무산의 칠십이봉(七十二峯) 중 한 봉우리. 정상 부근은 항시 안 개에 가려 있는 전인미답의 절봉(絶峯)이다. 그런데 그 높디높은 절봉 위에 천하에서 가장 신비한 한 세력이 웅 거하고 있었으니……. -- 천외천부(天外天府). 이년 전 천외천부로 인해 파죽지세(破竹之勢)로 몰려들던 아수마궁 (阿修魔宮)의 예기가 일단 꺾인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후 이년 간 아수마궁과 천외천부는 무산을 사이에 두고 팽고하게 맞서 왔다. 한 계곡. 세외별경(世外別景)이 따로 없었다. 이곳이 바로 세외별경이었다. 온갖 기화이초(奇花異草)들이 다투어 빼어난 미색(美色)과 화향(花 香)을 뿌리는 눈부신 화원(花園). 그 화원의 한가운데 움직이는 꽃이 있었다. 하늘 아래 가장 화려하고, 가장 신비하고. 가장 아름다운 꽃. 화예랑(花蘂 ). 천하제일 미녀이며 전설 속의 내미지상(內美之像)을 지닌 신비의 미녀. 그녀는 또한 이곳 천외천부의 지존인 부주(府主)이기도 했다. 그녀는 지금 약간 수척한 모습이어서 그것이 더욱 고혹적인 미태를 보인다. "아……." 그녀는 간혹 나직한 탄식성을 발하며 무슨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 다. 그녀가 또 한차례 탄식성을 발했을 때 그녀의 전면에 두 사람의 인 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정사십팔대고인 중 일 인인 검왕 낙가유와 한 명의 청년이다. 청년은 안색이 병자같이 창백한 모습이지만 두 눈만큼은 가끔씩 칼 날 같은 빛을 보이는 십팔 세 가량의 황의청년이었다. 단정한 오관에 준미한 용오의 황의청년은 수중에 한 개 흰 상자를 들고 있었다. 문득 검왕 낙가유가 앞으로 나섰다. 그는 화예랑을 향해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부주님을 뵙습니다." 화예랑도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대신했다. 그녀는 신비의 눈을 들어 황의청년을 바라보았다. "엽무검(葉武劍), 사년 만이구나." 청년의 이름은 엽무검이었다. 엽무검은 미미하게 눈빛을 흔들며 화예랑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는 공손하게 무릎을 끓었다 "엽무검이 부주님을 뵙습니다." 일순 화예랑의 두 눈에 이채로운 빛이 스쳤다. "무검, 어째서 너는 옛날의 칭호를 버렸느냐?" 엽무검의 눈가에 파르르 잔 떨림이 일었다. "누님……." 분명히 그는 화예랑을 누님이리 불렀다. "하지만 누님. 엽무검은 더 이상 사년 전의 엽무검이 아니기 때문 입니다." 화예랑은 방긋 신비한 미소를 머금었다. "호호… 누님…? 옛날의 그 칭호가 훨씬 부드럽구나." 그녀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엽무검이 지니고 있는 횐 상자에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그 유골을 들고 다니는구나." 엽무검은 반사적으로 상자에 눈길을 보냈다. 쓸쓸한 회한의 빛이 그의 눈동자를 스쳤다. "무검, 언제까지 그것을 들고 다닐 작정이냐?" 엽무검은 끓었던 신형을 일으키며 대답했다. "제가 죽는 순간까지입니다." 순간 화예랑의 눈빛이 한동안 기이롭게 흔들렸다. 엽무검은 말이 없었다. 화예랑은 가벼운 한숨과 합께 시선을 검왕 낙가유에게 돌렸다. "낙노인, 무검의 무공 성취는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엽무검이 흠칫하며 미미한 경결을 일으켰다. 그는 슬쩍 시선을 낙가유에게 던졌다. 검왕 낙가유는 미소를 보이며 대답했다. "무검의 성취는 가공할 정도입니다, 이제는 저도 무검의 삼초지적 (三招之敵)이 못됩니다." 실로 경천동지할 소리였다. 천하의 검왕 낙가유가 엽무검의 삼초지적도 될 수 없다니! 화예랑은 고개를 끄덕이며 엽무검에게 말했다. "무검, 너의 성취를 직접 보고 싶구나." "……." 엽무검은 화예랑의 시선을 찾았다. 그의 두 눈 깊은 곳에서 자신만이 알 수 있는 뜨거운 불길이 피어 올랐다. '누님, 당신은 저에게 있어 하늘과 같습니다. 그러나…….' 화예랑의 눈빛은 그저 신비하고 입술 꼬리엔 부드러운 미소가 피어 있었다. 엽무검은 그녀의 눈멎에서 신비 이외의 그 어떤 기색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가까이 있으면서도 당신이란 하늘은 너무도 멀군요.' 화예랑은 그의 눈길을 결코 피하지 않았다. 엽무검의 의미 있는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무검. 너의 검법을 보여다오." "알겠습니다……." 엽무검은 화예랑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이어 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천천히 검을 쳐들었다. 마치 검이 그의 손을 끌고 올라가는 것처럼 힘겨워 보였다. 그러나 검이 중상단을 지날 때였다. 순간적으로 그의 우수와 검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번-- 쩍--! 한 가닥 눈부신 검광(劍光)이 폭사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찰나지간에 씻은 듯 사라졌다. 아니, 언제 검광이 터졌는지. 언제 검을 뽑고 펼쳤으며 거두어 들 였는지도 알 수 없었다. 쾌검(快劍)! 진정 상상도 못할 엽무검의 쾌검이었다. 우수수수……. 식은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주위 꽃송이들이 날아내렸 다. 화예랑의 봉목이 반짝 멎을 뿌렸다. "일 초에 삼백육십변(三百六十變)… 쾌(快)는 천하제일(天下第一) 이라……." 그녀는 엽무검의 손을 잡았다. 엽무검의 손은 조금 메말라 있었다. "무검, 지난 사년간 진정 수고했다." 엽무검은 고개를 숙였다. 고개 숙인 그의 눈빛은 기이할 정도로 깊이 침잠되어 있었다. 문득 그는 창백한 얼굴을 들어 화예랑을 정면으로 주시했다. "누님께서 사년 동안 저를 가르치신 것에는 분명 무슨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으음……." 화예랑은 잠시 엽무검을 주시한 후 신형을 돌려 세웠다. "따라 오너라." 엽무검은 한동안 그녀의 뒷모습만 멍하니 응시했다. 그의 눈 속에는 어떤 고독의 앙금이 깊이 깔려 있었다. 문득 그의 입가로 한 가닥 고소가 스쳤다. 그는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라 신형을 옮겼다. 옆구리에는 유골이 들었다는 횐 상자가 여전히 소중하게 끼어 있었 다. 한편, 검왕 낙가유는 자라지는 엽무검의 뒷모습을 주시하며 탄식성 을 발했다. '음… 엽무검, 너의 마음은 안다. 그러나 주모님의 마음은 이미 다 른 곳에 가 있다.' 그의 표정은 복잡 미모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푸르른 하늘이 눈을 아프게 했다. "으음… 일찍 포기할수록 좋은 것을……." 검왕 낙가유는 고개를 저으며 역시 화원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밖은 한기 서린 겨울이었다. 그러나 이곳만큼은 기화요초들이 만발해 있었다. * * * 펑펑 쏟아지는 눈은 천지를 순백의 절경(絶景)으로 만들었다. 눈이 내려 쌓이고 있는 한 야산(野山). 퍼부어지는 눈발을 뚫고 한 인영이 멎살같이 날아들었다. 마군자 금소천. 바로 그였다. 지난 이년 동안 그의 꼬습은 또 다른 변화를 이루고 있었다. 태산조차 압도할 우람한 체격에 두 용목(龍目)은 이글거리듯 빛나 고 있었다. 그야말로 일대 효웅의 모습 바로 그 자체였다. 지금 그는 자신이 성주로 있는 만금성(萬金城)으로 향하고 있는 길 이었다. '구파일방과 천마교의 대회전(大會戰)에 아수마궁과 천외천부가 뒤 엉켜 들었다.' 금소천은 입꼬리에 신비한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단금성. 기어코 너는 나의 계략에 말려들었다.' 천마황 단금성. 십대천왕의 일 인으로 금소천 자신의 오랜 적수. '어쨌든 좋다. 구파일방에 대한 미련은 바보 같은 내 아버지 천하 제일 성주가 돌아가신 순간부터 깨끗하게 버렸다.' 금소천의 눈동자에 결연한 빛이 떠올랐다. 그는 진작부터 내심 결심을 굳힌 것이 있었다. '나 금소천… 오직 이 금소천의 목적만 이루면 되는 것이다.' 그의 입술이 씰룩거리며 거센 경걸을 일으켰다. '그것은 바로 천하패권(天下覇權)이다.' 눈은 끊임없이 내린다. 금소천은 계속 신형을 날려 야산을 가로질렀다. 그때였다. 스스스슷--! 금소천의 전면을 다섯 개의 괴영들이 귀신같이 자로막았다. 한결같이 흉광이 번뜩이는 절정고수들로서 가슴에 두 자의 글이 수 놓여 있었다. -- 천마(天魔). 다섯 명 장한 중 중앙의 털보장한이 싸늘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금소천이라는 애송이냐?" 금소천의 입가에 싸늘한 조소가 피었다 "ㅋ! 또 천마교의 개(犬)들이군." 장한들은 바로 천마교의 고수들이었다. "단금성이 보냈느냐?" "흐흐… 그런 것은 알 필요 없다. 네놈만 죽으면 된다." 일순 금소천의 눈썹이 미미하게 꿈틀거렸다. "후후… 그렇다면 단금성은 아니고, 냉운형 그 늙어 죽지 뭇해 환 장한 영감청이가 보냈군." 장한들은 금소천이 정곡을 찌르자 흠칫했다. 금소천은 히죽 웃으며 물었다. "냉운형은 한 달 사이 벌써 십여 번이나 나를 암습시켰다. 그 영감 의 의도는 무엇이냐?" 그러자 중앙에 자리한 털보장한의 덥수룩한 수염들이 뻣뻣하게 일 어서며 냉갈이 터졌다. "금소천, 그것은 네놈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물음을 던진 금소천은 상대의 대답을 듣고 있지 않았 다. 그는 엉뚱하게도 고개를 돌려 어느 한쪽을 향해 힐끔 시선을 주었 다. "신안추종(神眼追踪)! 지금 숨바꼭질을 하고 있는 게냐?" 순간 신안추종 봉명소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의 눈동자는 복잡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금소천은 봉명소를 향해 의미심장한 비웃음을 홀렸다. "후후… 봉명소. 지난 이년 동안 계속 내 뒤를 쫓기에 진력도 나지 않느냐?" 봉명소는 입매를 일그러뜨렸다. "금소천. 나 신안추종의 눈에 걸린 자 치고 한 명도 벗어난 놈이 없었다." "ㅋ! 이년 전에는 황견(黃犬)과 놀았고 지난번에는 똥물 속을 헤매 고도 그런 말이 나오느냐?" 신안추종 봉명소는 음산한 표정으로 분갈을 터뜨렸다. "애송이 놈! 저번에는 나를 희롱했겠다." 이어 그는 살기를 번뜩이며 외쳤다. "놈의 숨통을 끊어 버려라!" 순간 천마교 고수들은 일제히 금소천을 에워쌌다. 그들은 수중에 각기 독특한 독문병기들을 꼬나 들었다. 만만치 않은 예기가 그들의 전신을 휘감았다. 금소천은 불식간에 긴장감이 떠오르는 것올 느꼈다. '음… 보통 놈들이 아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마군자 금소천을 없애기 위해 파견한 고수들인 만큼 천마교의 일급 고수들이었다. 순간 신안추종 봉명소가 자신의 독문병기인 백색의 채쩍을 꺼냈다. 이어 그는 채찍으로 사정없이 허공을 갈랐다. "가랏!" 츄츄츠츳……. 백편(白鞭)은 영활한 독사처럼 금소천을 휘감아 들었다. 동시에 나머지 다섯 장한들도 가공절륜의 공세를 발동시켰다. 금소천은 입술을 살짝 비틀어 말아 올렸다. '구태여 시간을 끌 것은 없겠지.' 그는 낭랑한 대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어리석은 놈들." 그는 두 다리에 공력을 일으켰다. 쿡! 그의 한쪽 발이 지면 깊숙이 박혔다. 동시에 나머지 한쪽 발이 비쾌한 회전을 일으켰다. "와선풍(臥旋風)--!" 우우우웅-- 휴르릉--! 막대한 경력의 회오리가 방원 수장을 뒤덮었다. "피… 피해라!" 신안추종 봉명소의 대경성이 터지며 급급히 신형을 뺐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다. 퍼퍼펑! 굉음이 터지며 봉명소 둥은 비명과 함께 사방으로 튕겨 버렸다. "크윽!" "꺼억." 그들은 핏줄기를 뿜으며 금세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으… 이년 동안 너무도 강해졌다." 그러나 봉명소는 금소천이 좀 전의 일격에 전력을 기울이지 않았음 을 직감했다. '놈은 이미 비천제황문의 무학을 모두 터득… 어쩌면 대종사(大宗 師)라 할지라도 적수가 되지 못할지 모른다.' 그는 급히 염두를 굴린 호 돌연 날카로운 소성을 발했다. 삐-- 익! 금소천은 히죽 웃었다. "천마교의 모든 똥개들을 다 모을 셈이냐?" 그는 아예 뒷짐까지 지며 느긋한 태도를 취했다. 봉명소는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래… 어디 실컷 웃어 보아라!"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압아 그는 당황하고 말았다. 의당 나타났어야 할 자기 편 고수들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었 다. 삐-- 익--! 그는 재차 황급히 소성을 발했다. 그러나 결과는 억전히 마찬가지였다. 돌연 한 소리 천지를 얼릴 듯한 싸늘한 교소가 터졌다. "호호… 그렇게 애써 수고할 필요 없다." 뼛골이 시릴 정도로 냉기가 풀풀 날리는 음성이었다. 동시에 처절무시한 비명이 터지며 천마교 고수들은 그대로 한 덩이 얼음덩이로 변하고 말았다. "크아아악!" "내, 내 몸이 얼고 있어… 아악!" 봉명소는 이 돌연한 광경에 혼비백산하고 말았다. '이… 이 무슨?'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다. 단지 괴이한 교소 한 번에 다섯 명이 그대로 빙인(氷人)이 되고 만 것이 아닌가? 놀란 것은 금소천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태연자약하던 그의 안색이 찰나지간에 대변하고 말았다. '냉한빙(冷寒氷)이다.' 공포스러운 이름 석 자가 그의 뇌리에 떠올랐다. 그 사이에도 무지막지하게 싸늘한 교소는 계속러고 있었다. "오호호호……." 교소에 뒤이어 주위의 공기들이 급속도로 차갑게 변해 갔다. 천지를 뒤덮는 가공할 눈보라가 폭풍처럼 휘날리며 싸늘한 교소는 더욱 드높아졌다. "으으……." 봉명소는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로 추위를 느꼈다. 그는 내력을 있는 대로 끌어올리며 추위에 대항했다. 행인지 블행인지 그가 얼어죽기 직전에 교소가 멈추었다. 동시에 눈보라도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리고 한 인물이 금소천의 전면에 모습을 나타냈다. 전신이 얼음으로 만들어진 여자(氷女). 그녀는 바로 대설산 설궁(雪宮) 궁주인 설산성녀(雪山聖女) 냉한빙 (冷寒氷)이었다. 눈의 요정인가? 비록 투명한 살결의 기이한 모습이었지만, 설산성녀 냉한빙은 더욱 아름다워진 모습이었다. 전신에는 산뜻한 백의를 걸치고 있었다. 발 아래까지 늘어진 풍성한 금발은 불면 날아갈 듯 섬세한 교구를 휘감고 있었다. 그리고 뚜렷한 선을 이룬 선명한 이목구비와 금멎 신비로운 호선 (弧線)을 그런 아미……. 숨이 막힌다. 그 동안 더욱 성숙되고 완숙한 미(美)의 경지가 엿보였다. 그러나 얼음처럼 투명한 눈멎은 여전히 뻣골 시릴 정도로 싸늘냉막 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더욱이 원수로 여기는 금소천을 눈앞에 대하고 있지 않은가. 냉한빙은 금소천을 차갑게 쏘아보며 싸늘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호… 금소천, 육년 만에야 이렇게 만나게 되었구나." 형용 못할 증오와 만감의 감정이 교차되는 음성이었다 금소천은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ㅋ! 천하가 넓은 줄 알았더니 의외로 무척이나 좁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