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31편 (31/79)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그의 검술 경지는 검의 최극 경지인 어검지 술(馭劍之術)에까지 달해 있다고 한다. 그는 장장 육십 년의 폐관수련을 마치고 반 년 전부터 모습을 나타 내고 있었다. 일지겁천은 자하진인 등을 노려보며 괴소를 흘렸다. "크크크. 무당에서 방귀 깨나 뀌는 놈들은 다 모인 셈이군." 자하진인은 수중의 불진을 가볍게 치켜들며 침중하게 말했다. "무량수불… 세 분 시주께서 이떻듯 본산에 내방하신 이유는 무엇 이오?" 무당의 지존답게 그의 음성에는 무한한 위엄이 가득 차 있었다. 그 러나 지옥혈도 궁사의 두 눈에서 극히 음산한 기운이 서릿발처럼 뻗 쳤다. "자하진인! 나는 지옥혈도 궁사다. 내가 무당에 온 이유는 단 하나 뿐! 바로 삼촌사설(三寸四舌) 여태청을 죽이기 위해서다." 그의 말은 너무도 명쾌하여 오히려 시원하게 들릴 정도였다. 순간 자하진인의 담담하던 눈멎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무량수블… 궁시주께서 찾고자 하시는 그런 인물은 이곳 무당에는 없소이다." 명쾌한 요구에 적합한 딱 부러진 대답이었다. 지옥혈도 궁사의 심장 조이는 음산한 괴소가 살기를 품었다. "흐흐흐흐, 자하진인! 그놈을 위해 변명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미 그 놈이 이곳에서 송문(松文)이란 도호로 무당에 숨어 있음을 알고 있다." 자하진인의 전신에 찰나지간이지만 허를 찔린 듯한 경악의 기색이 스쳤다. 궁사의 말이 계속되었다. "흐흐. 여태청 놈은 과거 지옥전에 몸을 담고 있을 때. 내가 지옥 참마도법을 연성한 사실을 알아냈다. 그러자 놈은 지옥전의 전주였던 지옥천황(地獄天皇) 사무기(巳無己)가 죽은 후……." 점차 궁사의 음성이 뻣골 뒤틀리게 음산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세 치의 요사한 혀를 놀려 사무기의 제자들인 사혼, 흑풍, 한월. 구령 등을 충동하여 나를 제거하려 들었다." 그의 안면근육이 불에 덴 듯이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임신증이던 나의 아내가 비명에 죽었고, 뱃속에 든 내 아 기는 세상 빛도 보지 못한 채 죽어가야 했었다." 그의 눈꼬리에서는 조금씩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떨어지는 피눈물의 고통을 대변하듯 그의 전신에서는 가공할 살기 가 피어 올랐다. "그러니 자하 말코! 여태청 놈을 내놓으라." 자하진인의 안색은 무섭게 변해 있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을 이었다, "무량수불… 천하의 악인도 모든 죄를 씻고 속세를 떠나면 용서하 는 법. 궁시주, 송문은 이십 년 전의 그 일올 진심으로 후회하고 있 으니 용서를 해주시오." 순간 지옥혈도 궁사는 앙천광소를 터뜨려 자하진인의 말을 묻어 버 렸다. "크하하하핫핫… 웃기지 마라. 여태청 놈을 어찌 용서할 수 있겠느 냐?" 그의 분노는 이미 하늘까지 솟구쳐 있었다. "크하하핫! 나 궁사가 놈을 용서하기에는 이십 년의 혈한(血恨)이 너무도 아프고 큰 일임을 알아야 한다." 그때 안광을 번뜩이고 있던 일지겁천 구유명이 극히 무심한 괴소를 흘렸다. "흐흐흐… 궁사, 말 한 번 잘했다." 그의 음성은 너무도 무심하여 더욱 소름끼치게 했다. 그는 앞으로 두어 걸음을 나서며 입을 열었다. "자하! 나는 일지겁천 구유명이다." 그의 입꼬리에 비틀린 괴소가 선명하게 맺혔다. "과거 네놈들이 그토록 경멸하던 천하의 탕부 독심사회의 남편이기 도 하다." 무심하던 그의 눈빚 깊숙한 곳에서는 조금씩 요동치는 파랑이 있었 다. "자하! 내가 왜 이곳에 왔는지는 구태여 설명하지 않아도 알고 있 겠지?" "무량수불……." 자하진인은 암울한 눈빛으로 무거운 침음성을 흘렸다. 지옥혈도 궁사와 일지겁천 구유명의 분노. 자하진인은 할 말이 없었다. 그저 도호성을 터뜨리기에도 벅찰 지경이었다. 그때였다.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무당파 최고의 검수인 신검자의 눈썹이 심하 게 꿈틀거렸다. "감히 장문사형을 핍박하다니!" 천년 무림사에 대무당(大武當)의 장문지존 앞에 이토록 뻣뻣한 헛 바닥을 놀린 자 그 누가 있었던가? 게다가 신검자는 자하진인의 명예를 자신의 명예보다 더 중하게 여 기는 터였다. 그는 한 검음 알으로 나서며 번쩍 신광을 폭사시켰다. "빈도는 신검자이오. 그대들의 일신절학들이 극히 뛰어나다는 사실 은 익히 알고 있소. 그러나 무당 또한 그대들이 만만하게 볼 상대가 아님을 알아야 할 것이오." 여차하면 당장에라도 검을 뽑을 기세였다. "더 이상 장문사형이나 무당파를 업신여긴다면 결코 손님으로서의 예의를 받지 못할 것이오." 순간 일지겁천의 조소가 터졌다. "크크크… 그렇다면 네놈들은 나 일지겁천을 손님으로 모실 작정이 었느냐? 크크… 더 이상 말장난 하기 실다. 옥청, 그놈만 내놓으면 된다." 신검자의 눈썹이 하늘을 향해 거꾸로 여텨 팔 자를 만들었다. "무량수불… 진정 어리석은 도배들이로다." 대갈노호성과 합께 그는 둥뒤의 고검을 뽑아 들었다. "무당의 신검이 얼마나 무서운지 맛을 보여 주겠다." 신검자는 그대로 무서운 살기를 뿌리며 일지겁천을 향해 미끄러 들 었다. 순간 자하진인의 입에서 무거운 외침이 터졌다. "신검사제. 멈추시오." 장문지존의 영, 그것은 하늘과 같은 것이었다. 신검자는 짓쳐들던 동작을 멈추며 의흑의 눈빛을 보냈다 "장문사형." 그러나 자하진인은 모종의 결연한 표정으로 주위의 한 제자를 향해 영을 내렸다. "송문과 옥청을 불러라." 순간 신검자 등의 안색이 대경하여 홱 변했다. "장문사형. 그… 무슨?" 자하진인의 엄중한 음성이 그들의 경악성을 묻었다. "모두들 영을 받들지 못하겠느냐?" "으……." 신검자 등은 지엄한 자하진인의 영을 받들지 않을 수 없었다. 자하진인. 그는 무겁게 두 눈을 감은 채 입 속으로 도호만 외웠다. "무량수불……." 장내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기 시작했다. 심지어 일지겁천과 궁사 조차 이 돌연한 변화에 입을 열지 못했다. 잠시 후. 장내에 두 명의 새로운 도인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청수한 모습의 중년노인과 오순 정도의 비쩍 마른 세모꼴 얼굴의 도인. 바로 문지의 옥청진인과 삼촌사설 여태청이었다. 23장 무당의 혈겁에 끼어들다 두 사람은 일지겁천과 궁사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 못박인 듯 굳어 져 버렸다. 그들은 주위를 살펴보았다. 그리 길지 않은 순간에 현재의 모든 상황을 간파할 수 있었다. 그 들의 얼굴이 달아오르며 전신에 부르르 전율을 일으켰다. 일지겁천과 궁사의 살기 찬 모습이 그들의 심장에 죽음의 차디찬 냉기를 퍼부었다. 옥청과 과거 여태청이라 불렸던 송문은 자하진인 앞에 털썩 무릎을 끓었다. "장문인. 제자 옥청 장문인께 마지막으로 부탁이 있습니다." 옥청이 결연한 음섭으로 말했다. 자하진인은 먹전히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말하라." 옥청진인은 한차례 무서운 전율을 일으킨 후 비장하게 외쳤다. "제자로 하여금 자결할 기회를 주십시오!" 자결. 그는 그 방법이 최선의 길임을 느낀 것이다. 오직 그 길만이 자신이 속한 문파와 동료들에게 누를 덜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와는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바로 신검자였다. 그는 신광을 번쩍이며 대갈을 터뜨렸다. "안된다. 그대는 무엇이 두려워 자결을 할 생각이냐? 무당이 그토 록 부족하단 말이냐?" 옥청은 이마를 땅에 찧으며 처절하게 외쳤다. "사. 사숙님! 제자는……." 그러나 신검자는 이미 노화가 충천하고 있었다. "옥청! 너는 입을 다물고 있거라. 지금부터 너의 문제는 이 사숙이 해결하겠다." 그때 일지겁천은 천천히 옥청진인 쪽으로 다가들고 있었다. 그의 입술을 뚫고 기괴한 음성이 새어 나왔다. "크크크… 옥청. 이십 년 만이다." 철커덩! 철커덩! 그의 철족이 지면에 부딪치며 심장을 잡아 뽑는 듯 으스스한 금속 성을 뿌렸다. 그러자 옥청의 안색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구, 구시주……." 일지겁천의 눈 깊숙한 곳에서는 무시무시한 화염이 타오르기 시작 했다. "크클클… 옥청. 아니 반무곡(潘茂曲)! 설마 일이 이렇게 될 줄이 야 꿈에도 몰랐겠지?" 옥청은 더욱 참담하게 안색을 변화시키며 목이 메어 외쳤다. "구시주, 빈도는 그때 일을 후회하고……." 그러나 그는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흥! 후회한다고?" 일지겁천은 통곡 같은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 네놈은 후회로 끝날 일인지 모른다. 그러나! 나는 결코 그렇게 끝낼 수 없다." 휘류르르릉--! 일지겹천의 전신 장포가 태풍을 만난 듯 세차게 펄럭였다. 피맺힌 이십 년 혈한의 거센 요동인가? 한순간 그의 신형이 연기같이 흐릿하게 변했다. 그러자 곁에 잇던 신검자의 대경다급한 외침이 터졌다. "무슨 짓을 하려는 게냐?"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일지겁천의 신형이 흐릿한 순간. 이미 그의 신형은 옥청진인을 향 해 짓쳐들고 있음을……. 일지겁천은 바로 무림사상 가장 뛰어난 경공신법인 섬광표허비(閃 光表虛飛)를 시전한 것이었다. "안돼!" 신검자가 대경하여 옥청을 보호하려 했다. 그러나 일지겁천이 한 수 먼저였다. 그는 이미 옥청의 완맥을 강철 갈고리같이 움켜들고 있었다. '어, 엄청나구나!' 진정 가공할 빠르기였다. 신검자는 채 두어 걸음도 움직여 보지 못하고 말았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옥청의 완맥을 잡음과 동시에 귀신같이 삼촌사절 여태청. 아 니 송문의 목줄기를 움켜쥐었다. 그리고는 송문을 지옥혈도 궁사 쪽으로 집어 던졌다. "궁사! 이제 그대의 한을 풀어라." 그의 외침보다 더 빨리 지옥혈도 궁사의 신형이 지면을 박차며 섬 전 같은 도약을 일으켰다. 그는 허공에서 날아드는 송문의 목줄기를 정확하게 움켜쥐었다. "흐흐흐흐… 여 태청, 실로 오랜만이로구나." 궁사의 입술이 기이하게 말려들었다. 완맥이 제압당한 여태청, 송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이 일련의 동작들은 채 눈 한 번 깜빡하기도 전에 벌어진 가공할 빠르기였다. 신검자가 정신을 수습한 것은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지고 난 후였다. 그의 눈동자가 이글거리는 광망을 토해냈다. "이 천하의 흉적놈들!" 폭갈과 함께 그의 수중의 검이 가공무비의 검세를 발동시켰다. 번쩍--! 검기는 벼락치듯 일지겁천의 하체를 휩쓸어 갔다. 그러나 일지겁천은 가공절륜의 신법으로 가볍게 피했다. "흐흐… 신검자, 어린애 장난 같은 수작이다." 비웃음이 터졌을 때 이미 그의 신형은 원래의 위치에 돌아와 있었 다. 물론 검은 허공을 갈랐을 뿐이다. 한편,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던 자하진인을 비롯한 무당의 고수들은 아예 넋을 놓았다. '귀, 귀신같은 신법이다.' 그만큼 일지겁천의 섬광표허비는 가공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금소천조차 내심 나직한 탄성을 터뜨렸다. '신검자가 채 손을 쓰지도 못한 순간에 옥청과 송문을 빼돌리다니! 과연 천하최고의 신법이다.' 그가 고개를 덕이며 감탄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분노를 일으키는 인 물이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신검자였다. 그는 극도의 수치에 치를 떨고 있었다. "으… 이. 이놈들을 당장……." 그는 수중의 검을 치켜들며 재차 덮치려 했다. 그러나 두 번째의 공격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무량수불… 사제, 손속을 멈추게." 자하진인이 미미하게 떨리는 도호성을 발하며 막아섰다. 이어 그는 일지겁천 등을 향해 침중하게 물었다. "두 분 시주들께선 옥청과 송문을 어떻게 하실 생각이시오?" 일지겁천의 대답이 망설임 없이 터졌다. "행동으로 보여주마!" 그는 수증의 옥청을 향해 나직한 괴소를 흘렸다. "옥청 기분이 어떠냐?" 그 음성은 사신(死神)의 그것이었다. 옥청은 입가에 참담한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죽이시오. 빈도는 삶에 대한 욕망은 이미 버렸소이다." 그는 허탈함과 초연함이 가득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죽음이란 괴로운 법이다. 아무리 초연하게 받아들이려 해도 그의 음성은 암중으로 무섭게 진 저리쳐지고 있었다. "그래? 크흐흐, 아직도 입이 살아 있는 것을 보니 그동안 도술을 아주 열심히 연마했던 모양이로군." 일지겁천의 쇠다리는 옥청의 심장 위에 놓여 있었다. 죽음을 결정하는 죽음의 철족이었다, 일지접천은 기이하게도 지극히 무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오히려 더욱 공포스러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옥청! 네놈은 당시 나의 아내를 발가벗기고 갈가리 찢어… 늑대밥 을 만들었다." 나직하나 농도 짙은 살기가 줄기줄기 뻗어 나왔다. 옥청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는 이미 눈앞의 죽음을 허허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구시주. 빈도는 과거의 과격했던 행동을 후회하고 있소. 그러나 독심사회의 죄악은 죽어 마땅했었소. 그녀 때문에 빈도의 누님과 매 부가 처참하게 죽었소. 빈도 역시 복수를……." 순간 일지겁천의 두 눈에서 폭죽 같은 살광이 폭사되었다. "옥청, 닥쳐라! 네놈은 지금 홍앵. 내 딸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느냐? 아무 것도 모르던 그 어린것이 지금… 으으… 이 모든 것이 바로 네놈들 때문이다." 분노가 극에 달해 그의 전신의 털이라는 털이 모두 곤두섰다. 그에게는 아무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옥청! 네놈. 네놈으로 모든 것은 끝이다." '끝이다' 라는 말은 글자 그대로 마지막이었다. 그의 쇠다리는 그대로 옥청의 가슴에 깊숙이 박혀 버렸다. 우두둑! "커억!" 이십 년 혈한을 토하는 처절한 비명인가? 옥청의 입에서는 절규하는 듯한 비명성이 터졌다, "저, 저 놈이!" 신검자의 노갈이 장내를 뒤흔들었다. 그는 지체없이 지면을 박차고 나아가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그는 자하진인의 손길에 제지당하고 말았다. "무량수블… 사제, 자중을 하라지 않았더냐!" 신검자는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장문사형! 자중이라니요? 문의 제자가 눈앞에서 죽어가는데도 자 중이라는 말씀입니까?" 자하진인은 다시금 눈올 감고 말았다. "무량수불……." 그의 눈까풀이 잔잔한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두 사람이 실랑이를 벌이는 동안 일지겹천의 의족은 거의 발목까지 옥청의 몸 속을 파고들었다. "구, 구시주. 언젠가는… 느낄 것이외다. 지, 지금 빈도의 심정을 … 언잰가는… 느낄 것……." 간신히 몇 마디를 내뱉던 옥청은 끝내 고개를 꺾고 말았다. 일지겁천 구유명은 문득 전신에 한차례 경련을 일으켰다. 무엇을 생각했음인가? 그때였다. 옥청이 죽기를 기다렸다는 듯 돌연 한쪽에서 처절히 극에 달한 진 저리쳐지는 비명이 터졌다. 옥청과 일지겁천에게 몰렸던 장내의 모든 시선이 돌아갔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참상이었다. 지옥혈도 궁사. 그가 삼촌사설 여태청. 송문의 헛바닥을 잡아 뽑고 있었다. "크아아아-- 악!" 뽑힌다. 삼촌(三寸)의 헛바닥이 한 자나 더 길게 뽑히고 있다. "흐흐, 네놈은 이 요사한 혓바닥 때문에 죽는 것이다." 궁사는 완전히 살심(殺心)의 격탕에 빠져 있었다. 화아악! 핏줄기를 뿜으며 헛바닥이 송두리째 뽑혔다. "크흐흐… 이 혓바닥이 네놈의 숨통을 끊는 것이다." 궁사는 말을 마치자마자 지옥참마도로 송문의 심장을 푹 찔러버렸 다. 비명도 온전히 지르지 못한 채 송문은 한 구의 주검이 되고 말았 다. 두 개의 주검이 피바닥 속에 처참하게 누워 있었다. 신검자의 얼굴이 무섭게 굳어졌다. 그는 두 눈을 감으며 전신에 격동을 일으켰다 "옥청, 송문이……." 자신의 사제가 자신의 눈앞에서 가장 처절하게 죽어 갔다. 그 순간 신검자는 눈에 분노의 핏발을 번뜩이며 송문 등의 시신을 가리켰다. "장문사형 송문과 옥청이 죽었소이다." 자하진인은 무서운 격동을 일으켰다. "무량수불……." 어금니 흔들리는 신음성을 홀리며 그는 운집한 제자들을 돌아보았 다. 무당의 제자들! 이 순간 그들의 눈빚은 도를 닦고 있는 도인들의 그것이 아니었다. 피를 보고자 하는 무서운 살기들을 번뜩이며 발작 직전에 이르러 있었다. 자하진인은 무거운 침음성을 터뜨렸다. 그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너무도 명백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로 시선을 주었다. "역대조사 영령들이시여… 자하의 못남을 용서하소서." 그는 장엄한 신색으로 수증의 불진을 꼿꼿이 세워 들었다. "전 무당의 제자들은 태청검진(太淸劍陳)을 포진하라!" 드디어 영이 떨어졌다. 순간 수백 명 무당도인들은 기다렸다는 듯 무당파 최고의 절진인 태청검진을 펼쳐 일지겁천과 지옥혈도 궁사를 포진했다. 동시에 신검자의 신형도 번갯불 같은 도약을 일으켰다. "이 천하의 악도들! 나 신검자의 검이 결코 용서치 않겠다." 쐐애액-- 쐐액! 가공무비의 악랄한 살초가 지옥혈도 궁사의 전신을 무자비하게 난 자해 들어갔다. 그러나 궁사 역시 두 손을 묶고 있지는 않았다. "크하하. 가소로운 놈 지옥참마도법의 뜨거운 맛을 보여주마." 번쩍! 그의 지옥혈도가 이른바 천하최강의 도법인 지옥참마도법을 시전하 기 시작했다. "쾌락성(快樂星)!" 표현이 불가능한 가공무비의 도광이 엄청난 위력으로 전후좌우로 벼락치듯 전개되었다. 꽝, 꽈르르릉……. 신검과 지옥혈도가 일대 격돌을 일으켰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크흐흐… 나 일지겁천 구유명은 무당을 피로 씻겠다." 일지겁천은 자신을 둘러싼 태청검진을 향해 쌍장을 휘두르기 시작 했다. 천왕과 태청검진의 경천동지할 대격돌이 벌어졌다. 지옥혈도 궁사와 일지겁천 구유명의 살심! 그것은 태풍과 폭풍이었다. 드디어 무당산에 천왕들의 무시무시한 대폭풍이 격탕 치기 시작했다. 마군자 금소천은 당황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황이 너무도 빨리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잘 짜 놓은 한 편의 경극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맞물려 돌 아가는 것이었다. 그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무엇인가 이상하다, 분명 훤가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 무엇이 잘못 돌아가는 것일까? 그러나 이미 퍼의 대쪽풍은 시작되고 있었으니……. * * * 폭풍이 휩쓸고 있는 천년무당의 성산, 무당산. 그 증에서도 가장 추앙 받는 성지인 해검지(海劍地). 홀연 삽여 명의 인물들이 비쾌한 신법으로 그 해검지에 모습을 나 타냈다. 한결같이 승포를 걸치고 목에 염주를 걸고 있는 승인(僧人)들로 모 두 열한 명의 인원이었다. 수중에 선장(禪杖)을 들고 있는 아홉 명 구릿빛 피부의 중년승인 들. 그들은 바로 소림파의 고수들인 구나한(九羅漢)들이었다. 구나한들은 두 명의 다른 숭인들을 호위하는 자세를 보였다. 두 명의 승인. 한 명은 칠척 장신에 유난히 깡마른 체격에 금멎의 승포를 입고 있 었다. 바로 소림파 복호전주이자 왕년의 일대흉마인 유명마승(幽冥魔僧) 이었다. 그 곁의 승인. 천상의 옥천불(玉天佛)이 인간 세상에 나타났는가? 천하절륜의 용모에 전신 가득 서기처럼 뭉쳐 있는 성불(成佛)의 기 운이 넘치는 승려였다. 특히 길게 쭉 뻗은 두 눈썹이 은은한 붉은 빚을 띠고 있는 삼십 세 가량의 청년미승. 그는 바로 십대천왕 중 한 명인 소림파의 적미천불(赤眉天佛)이었 다. 그가 나타났다. 풍운의 무당산. 이제 또 한 명의 천왕이 풍운이 난무하고 있는 무당산에 모습을 나 타낸 것이다. 적미천불과 유명마승. 그들은 사년 전 혹풍과 사혼에 의해 피살된 무량선사(無量禪師)의 복수를 하기 위해 강호를 주유했다. 그렇게 혜매기를 이년여, 복건성(福建省)과 화추산(華秋山)에서 마 침내 문제의 사혼과 흑풍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은 일대 격돌을 일으켰다. 그 결과 적미천불파 유명마승에 의해 사혼과 흑풍은 크게 부상올 면할 수 없었다. 둘은 간신히 목숨만 컨져 도주하고 말았다. 적미천블과 유명마승. 그리고 구나한들은 계속하여 그들 뒤를 추적 했다. 그러나 열흘 전, 적미천불은 무당파 장문인 자하진인으로부터 다급 한 전갈을 받았다. 그들은 일시적으로 추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는 이곳 무당산에 들르게 된 것이었다. 해검지에 도착한 적미천불 둥은 크게 놀라고 말았다. '해검비(解劍碑)가 없다.' 그렇다. 마땅히 있어야 할 해검지라 쓰여진 비석이 없어졌다. 아니, 완전히 가루가 되어 박살이 나 있었다. 천년을 무당의 얼굴이 되어 우뚝 버티고 있던 해검비의 박살.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유명마승의 금빛 숭포가 펄럭이며 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누가 감히 무당에 시비를 걸었단 말인가?" 적미천불 역시 적빚 두 눈썹을 미미하게 찌푸렸다. "사형, 산정(山頂)에서 병장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의 영활한 청력은 이미 산정의 중운을 감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이 심상치 않습니다." 적미천불은 서둘러 무당산을 오르려 했다. 순간, 유명마승은 눈빚을 번뜩이며 적미천불을 불러 세웠다. "사제. 잠깐만 기다리게." 유명마숭은 황급히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을 보아라." 적미천불은 흠칫 경악하고 말았다. 유명마승이 가리킨 곳은 한 암석이었다. 그곳에는 다섯 개의 구멍이 선명하게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다. "전설의 암기 천묵마정이 남긴 흔적이다." 천묵마정. 천하에서 가장 잔혹하고 일단 펼치기만 하면 반드시 피를 맛보고 만다는 전설 속의 암기. 적미천불의 입에서 경악에 찬 신음성이 흘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