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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30편 (30/79)

2026-09-22 08:20:08 조회 16
이 쳐죽일 것들!" 그는 철다리를 들어 중년여인의 가슴을 그대로 짓밟아 버렸다. 콱! 우드득! 철다리가 화모의 가슴을 꿰뚫고 지면을 뚫었다. "케에액!" 여인들의 몸을 미끼로 치부를 한 여인은 돼지 멱따는 비명과 함께 저승길을 떠났다. "으하하핫! 열 명… 스무 명… 홍앵… 그 아이가 사내를… 크하하 핫!" 일지겁천은 심장이 뽑히고 피를 토하는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이제 그는 딸에 대한 한 가닥 기대마저도 무참하게 박살이 나버린 것이다. 그가 중년여인을 죽이는 순간, 금소천이 나타났다. '으음…….' 금소천은 가슴 찡한 충격을 받으며 일지겁천애게 다가들었다. "노인장, 진정하십시오." 일지겁천은 전신을 부들부들 떨며 금소천을 향해 녹광을 내뿜었다. "너. 너도 그 아이를… 품었느냐?" 금소천은 무겁게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객점에서 못다한 나머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툭! 눈물이 떨어졌다. 그것은 일지겁천의 눈물이었다. 시퍼런 녹안이 홀린 눈물은 의외로 너무도 맑고 뜨거운 것이었다. 그는 발작적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크하하핫! 이 모든 것이 그 연놈들 때문이다. 이제 남은 한 명, 놈은 무당의 속가 제자였다가 다시 출가한 옥청진인(玉淸眞人), 바로 그놈이다." 지독한 살기가 지켜보는 금소천까지 움찔하게 만들었다. "놈을 찢어 죽이겠다. 그 후, 앵아를 찾겠다. 크하하핫!" 금소천의 눈빛이 몇 차례 변화를 보였다. 그는 일지겁천의 격동이 가라앉기를 기다려 말했다. "노인장, 따침 나도 무당에 볼일이 있으니 같이 갑시다." 일지겁천이 기이한 눈빛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그때였다. 돌연 극히 음산한 음성이 어느 한 귀퉁이에서 터져 나왔다. "금소천. 본인도 끼면 안되겠느냐?" 순간 금소천의 안색이 미묘하게 굳어졌다. '귀에 익은 음성인데……?' 다음 순간 그는 절규처럼 나직이 외쳤다. "궁… 사!" 스스슷! 기다렸다는 듯 한 인영이 연기같이 그의 전면에 솟았다. "후후후, 삼년 만이다." 유령처럼 나타난 인물. 일신에 너덜거리는 넝마에 가까운 짐숭 가죽을 걸치고, 머리는 수 세미같이 뒤엉켜 허직까지 자라 있었다. 게다가 귀밑머리조차 어깨 아래로 늘어져 있었고. 세모꼴 눈에 매 부리코, 매미날개같이 얇은 입술이 보였다. 그의 허리에는 한 자루 기형도(奇形刀)가 매여 있었다. 도집에는 금방이라도 전신을 떨며 마의 송곳니를 드러낼 것 같은 아수라상들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말 할 것도 없이 그는 바로 십대천왕 중 한 명인 지옥혈도(地獄血 刀) 궁사(弓邪)였다. 지옥전의 고수들이 불을 켜고 찾아다니는 문제의 궁사. 과거 천혈곡에서 한차례 대면한 적이 있기에 금소천은 어렵지 않게 그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금소천은 나직한 대소를 터뜨리며 반색을 했다. "하하하, 마음에 드는 친구! 당신은 무슨 이유로 무당산으로 향하 는 것이오?" 궁사는 음산하게 대답했다. "지옥전의 쥐새끼 한 놈이 무당에서 가면을 쓰고 숨어 있으니… 의 당 내가 찾아야 하지 않겠나?" 그의 눈동자에서는 짙은 살기가 뭉클거렸다. 누가 말리겠는가? 금소천은 내심 다급한 외침을 터뜨렸다. '허어… 일지겁천과 궁사라… 자칫하면 무당파는 끝장이 나고 말겠 구나.' 그렇다. 십대천왕 중 일지겁천과 지옥혈도 궁사가 무당산을 찾는다면 결과 는 불을 보듯 뻔한 일이 아닌가? 무당산. 이제 처절하도록 무심한 바람과 음산한 구림이 몰려온다. 바람(風)과 구름(雲)이……. 하늘은 암울한 잿빛이었다. 무당산. 그 거대무비한 응자마저도 무겁게 내려앉은 잿빛 하늘에 짓눌릴 듯 했다. 그러더니 급기야 잔뜩 찌푸린 하늘은 횐 눈송이를 마구 흩뿌리기 시작했다. 휘이잉-- 횡! 바람을 동반한 거센 눈보라였다. 그 세찬 눈보라를 뚫고 무당산을 오르는 세 인물이 있었다. 제각기 너무도 강멸한 인상과 독특한 분위기를 뿌리는 인물들이었 다. 천하절륜의 미장부와 무섭도록 무심한 흑의인 그리고 지독히 음산 무비한 기운을 풍기는 산발괴인. 마군자 금소천. 일지검천 구유명, 지옥혈도 궁사. 바로 그들이었다. 십대천왕 천하를 움직일 수 있는 열 개의 하늘. 그들 증 세 명이 함께 같은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바로 무당파를 향해……. 무당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삼대천왕을 맞이하려는가? 항차 무슨 변화를 가져을 것인가? 휘이-- 잉! 폭설을 수반한 거친 바람이 불고 있었다. 무당파의 산문. 금소천과 일지겁천, 궁사 등은 마침내 산문 입구에 다다랐다. 그들이 거침없이 산문을 붕괴하려는 순간, 나직하나 응후함이 깃들 인 한 소리 도호성이 들렸다. "무량수불… 시주님들. 잠시 걸음을 멈춰 주시오." 이어 다섯 개 인영이 차례로 금소천 등의 앞을 가로막았다. 모두 양쪽 태양혈(太陽穴)이 불룩한 중년도인들이었다. 그 중 가운데 인물이 재차 나직한 도호를 외웠다. "무량수불… 빈도들은 무당의 산문을 지키는 무당오자(武當五子)라 하오. 시주님들께선 무슨 일로 본산을 찾으셨는지요?" 음성은 정중했으나 세 사람을 훑어보는 눈빛은 날카로웠다. 금소천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들은 무당의 장문인이신 자하진인(紫霞眞人)을 뵈러 왔소이 다. 장문인께선 지금 귀파에 계시오?" "계십니다만… 대체 무슨 일로?" 중년도인은 적이 긴장을 굳히며 물었다. 삼 인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탓이었다. 그 순간 일지겁천이 무심히 말하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것은 너희들이 알 바가 아니다. 자하가 있으면 되는 것이고 우 리는 오르면 되는 것이다." 일순 무당오자들의 안색이 일제히 급변을 보였다. "오는 자 중에 선한 자 없고. 선한 자는 오지 않는다 했다. 결코 좋은 뜻을 가진 자들이 아니다." 그들의 내심을 똑같이 스친 생각이었다. 다음 순간. 그들은 재빨리 신형을 움직여 금소천 일행을 빙 둘러쌌 다. "무량수불… 시주님들의 진정한 의도를 알기 전에는 절대 올려 보 낼 수 없소이다." 일지겁천의 두 눈이 무서운 녹광을 내뿜었다. "뭣이?" 무당오자들은 가슴 섬뜩함에 흠칫 낮빛을 굳혔다. 그러나 결코 쉽사리 믈러설 기세는 아니었다. 그때 궁사가 일지겁천을 돌아보며 음산히 웃었다. "흐흐흐… 구영감. 보아하니 저들은 아직 당신의 위력을 모르는 것 갈군." 일지겁천 역시 음산히 웃어 보였다. "그렇다면 위력을 보여 줘야겠지?" 찰나 그의 소맷자락이 가볍게 치켜 들리며 벼락같이 세 가닥 묵광 (墨光)이 쏘아졌다. 도저히 육안으로는 분간하기 힘든 가공할 빠르기였다. 금소천의 안색이 일시에 굳어 버렸다. '천묵마정(天墨魔釘)!' 무림사상 가장 잔혹하며 가장 위력적인 절대암기 천묵마정. 금소천은 다급히 전음을 보냈다. (구노인, 살생은 좋지 않소.) 일지겁천 구유명의 눈빛이 미세히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천묵마정들은 그대로 무당오자들을 향해 거침없이 쏘아들었다. 쐐애애-- 액! 무당오자들은 돌연 암흑천지에 갇히게 되자 일제히 공포와 대경을 떠올렸다. 적어도 이 순간 그들이 보기에는 사위가 온통 묵광뿐이었다. 파파파-- 팍! 일순 고막을 짓부수는 날카로운 격타음이 일었다. 이어 묵광이 씻은 듯 사라진 순간, 무당오자들은 혼비백산하여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으으으……." 그들의 머리 위에 있던 도관(道冠)은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이 박 살나 있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도포자락에는 적어도 수십 개의 구멍들이 어지러이 산재해 있었다. 만일 결정적인 순간에 일지겹천이 내력을 감소치 않았다면 무당오 자는 지금쯤 구천을 혜매고 있을 것이었다. '가, 가공할 고수…….' 무당오자는 너무도 아연 경악하여 뻣골 시린 신음성을 입술 사이로 홀렸다. 예의 도인이 안색을 대변시키며 더듬더듬 물었다. "호, 혹시 시주께서는 일지겁천 구유명. 구시주가 아니시오?" 그의 공포 어린 시선은 일지겁천의 오른손에 머물러 있었다. 오른손은 중지밖에 없는 일지(一指)였다. 일지겁천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흐흐흐… 그렇다, 보기보다 대견한 놈이군." 순간 무당오자들의 안색이 아예 밀람같이 하얗게 탈색되었다. 일지겹천 구유명, 이 얼마나 가공할 이름인가? 무림에 둥장한 몇 년 사이 그의 명호는 전 중원에 공포의 대명사가 된 것이다. 일초지적(一招之敵). 필단 그의 손에 걸린 인물치고 누구도 일 초 이상을 넘겨 본 적이 없다는 것이 강호의 불문율이었다. 그때, 궁사가 무당오자들의 혼백을 아예 통째로 얼려 버렸다. "흐흐… 나는 지옥혈도 궁사라 하지. 그리고 저 친구는 마군자 금 소천이고……." 그의 세모꼴 눈은 금소천을 가리키고 있었다. 무당오자는 입을 딱 벌먼 채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지옥혈도 궁사. 마군자 금소천. 그들 역시 당금 강호를 뿌리째 진동시키고 있는 극강한 고수들이었 으니. 무당오자들이 경혼동백(驚魂動魄)할 만도 했다. 아무튼 그들은 거의 일 각의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간신히 혼백을 일깨울 수 있었다. '크, 큰일이다 보, 본 파에 이런 가공할 고수들이 모습을 나타내다 니…….' 그들은 황급히 정신을 추슬렀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미 그들 곁에는 금소천 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휘이잉--!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는 황량한 눈보라만이 날리고 있을 뿐이었 다. "아, 악몽이었다." 무당오자들은 절로 진저리를 쳤다. 도가의 성산인 무당산에는 만천하에 널리 알려진 연못이 하나 있었 다. 이름하여 해검지(解劍地). 수중에 지닌 무기를 모두 해세해야만 하는 해검지가 바로 그것이었 다. 그리고 해검지를 지나 계속 오르면 무당 본관이 있는 곳까지 거처 야 하는 관문이 있었다. 모두 열여덟 개의 관문이었다. 무당이 그 찬연한 위세를 드러낸 지 어언 천여 년. 해검지와 십팔관문은 그칸 무당뿐 아니라 전 무림의 성역으로 존재 해 왔다. 뉘라서 해검지의 뜻을 거역하겠는가? 그 누구 있어 무당의 십팔관문을 함부로 침해할 수 있단 말인가? 없었다. 아무도 무림 성역에 감히 도전하려 들지 않았다. 그러나 단 한 번 칠백 년 전에 혈궁의 구천마존 중 세 명이 십팔관 문을 침범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결국 십오관문에서 깨끗이 물러나고야 말았다. 그러나… 그러나 오늘……. -- 헤검지가 박살났다. -- 십팔관문이 순식간에 모조리 파괴되었다. 통천가공의 대이변이 발생한 것이다. 바로 세 개의 하늘(三大天王)에 의해……. 천왕의 위력. 실로 가공무비한 것임이 여실히 입끄된 것이었다. 아무튼 무당은 천년 유사이래 전혀 유래 없던 사컨으로 발칵 뒤집 혀 버렸다. 일지겁천 등이 무당을 뒤엎고 있는 것과 같은 시각, 무당산에서 그 리 멀지 않은 한 곳에서도 경악은 계속되고 있었다. 소박하게 꾸며진 한 방안. 일윌이 무색한 천상천하 제일미녀가 탁자에 턱올 괴고 있었다. 기 이하게도 보면 볼수록 심혼이 몽땅 이끌려 들어가는 듯한 기막힌 미 녀였다. 내미지상(內美之像). 바로 내미지상의 천고미인인 화예랑이 아닌가? 턱을 괸 채 깊은 상념에 빠진 듯한 그녀의 얼굴은 약간 수척해 있 었다. 또한 어딘지 모르게 수심에 잠긴 애련한 모습이었다. "호오……." 일순 다듬은 듯 고운 입술 사이로 나직한 탄식성이 홀렀다. 그때였다. 돌연 촉급한 발자국 소리가 방꾼 밖에 다가와 섰다. 이어 다급한 음성이 문 밖에서 일었다. "화소저. 매우 급한 일이 생겼소이다." 화예랑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나직한 옥음을 발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며 들어선 인물은 다름아닌 예전의 중원제일 거부 장금방 이었다. 그는 서둘러 달려온 듯 땀을 흠뻑 흘리고 있었으며 안색은 창백했 다. 그의 그런 모습은 실로 보기 드문 일이었다. 화예랑은 아름다운 봉목 가득 의흑을 떠올렸다. "무슨 일인가요?" "그, 금소협이 무당으로……." 장금방은 몹시 흥분된 어조로 무당에서 생긴 대이변에 대해 설명하 기 시작했다. 화예랑의 안색은 급변에 급변을 거듭했다. 장금방의 말이 모두 끝나자 그녀는 봉목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일지겁천과 지옥혈도까지…….?" 그녀의 안색은 창백히 핏기를 잃고 있었다. 나직한 중얼거림은 흔잣말처럼 내뱉어졌다. "어쨌든 무당의 십팔관문이 모두 깨졌으니. 이제 뇌천우사 노선배 님의 세 번째 금기도 풀린 셈이군요." 그렇다면 뇌천우사를 백년 간 상청궁에 묶어 두었던 절대금령의 마 지막 해제 방법은 바로 십팔관문의 통과였다는 말인가? 바로 그것이었다. 누구든지 천년 성역의 십팔관문을 돌파하면 뇌천우사는 금제에서 완전히 풀려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순간 화예랑의 안색은 어둡게 변하고 있었다. 바라던 대로 뇌천우사의 금제가 풀렸음에도 말이다. 그녀는 파르르 떨리는 입술을 꼬윽 깨물며 음성을 이었다.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뇌천우사와 금소협과의 충돌이 불 가피하게 될 텐데……." 금소천과 일지겁천, 그리고 궁사. 그들이 지금 결코 좋은 뜻으로 무당파를 찾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급기야 화예랑은 긴 탄식을 불어냈다. "아!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인가?" 곤혹과 안타까움 둥 복잡 미묘한 온갖 감정이 그녀의 봉목을 가득 채웠다. 장금방 역시 침중한 얼굴로 묵묵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 또한 금소천을 염려하고 있음이었다. 게다가 그만큼 무당의 일이 심각함을 뜻하는 것이기도 했다. 잠시 후, 화예랑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며 미세히 떨리는 음성을 발 했다. "마안혈존(魔眼血尊), 진정 무서운 자야……." 마안혈존. 알 수 없는 명호가 그녀의 입술을 뚫고 나왔다. "천왕 중 다섯 명이 모두 그에게 말려 들어갔으니……." 화예랑의 안색은 극히 무겁게 변해 있었다. -- 오대천왕이 모두 마안혈존에 말려들었다.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화예랑의 암울히 젖은 음성은 다시 계속되었다 "천년간이나 암흑 속에서 권토중래(捲土重來)해 온 오존(五尊)의 후예들… 정말 공포스럽군요." 그녀는 진정 무섭다는 듯 전신을 떨었다. 그러자 이제껏 말없이 듣고만 있던 장금방이 자뭇 결연히 입을 열 었다. "화소저! 아무리 오존이 강하다 해도. 절대 십대천왕을 이길수는 없소이다." 확신이 서린 음성과 표정이었다. 그러나 화예랑은 여전히 어두운 얼굴을 살래살래 흔들었다. "그렇지도 않아요. 십대천왕이 합친다면 천하의 그 무엇도 그들의 적이 되지 뭇해요. 그러나 그들은 결코 합쳐지지 않아요." 장금방은 부지증 나직한 침음성을 홀렸다. 그녀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예랑은 암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반면에 오존은 모두 굳게 뭉쳐 있어요." 장금방은 화급히 물었다. "화소저. 그러면 이제 어찌해야 하오?" "이미 손을 쓰기에는 늦었어요. 이대로 기다리는 수밖에는… 다만 그분의 능력을 믿올 뿐이에요." 문득 그녀의 눈동자에 아련한 기대감이 서렸다. "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요." 화예랑은 한숨처럼 말올 맺었다. 장금방은 한동안 침옴한 채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윽고 그는 더 이상 머물러 있올 필요가 없음을 느낀 듯 천천히 일어섰다. "노부는 이만 나가 보겠소이다." 문득 화예랑의 봉목이 똑바로 그를 향했다. "장노인. 진정… 뭐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진정이 가득한 음성이었다. 장금방은 정색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화소저, 이것은 모두 무당을 위한 일이며 동시에 천하를 위하는 길인데 어찌 이 장금방 이 몸을 아끼겠소이까?" "장… 노인……." 화예랑의 옥용에는 은은한 감격이 물결치듯 떠올랐다. 장금방은 포권을 취해 보인 다음 이내 방문을 나섰다. 문올 나서는 그의 뒷모습이 그리 유쾌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가 나서고 채 반 각이 지났을까? 스슷……. 돌연 화예랑의 전면에 한 인영이 모습을 드러냈다. 미의 화신인가? 화예랑에 버금가는 절세미녀였다. 바로 화예랑과 친 자매인 화예미인 것이다, 그녀는 품에 옥으로 만든 비파를 안고 있었다. "예미야." 화예랑은 일순 반색 어린 외침을 터뜨렸다. 그러나 화예미는 차갑고 싸늘했다. "언니. 언니는 약속을 어겼어요_ 언니는 소천에게 그 비밀을 털어 놓지 말았어야 했어요. 순간 화예랑은 얼굴 색을 창백히 급변시켰다. "예. 예미야. 그것은……." 그러나 그녀의 음성은 곧 화예미의 싸늘한 냉소에 끊겼다. "흥! 변명하지 말아요. 만약. 만약에 소천이 나까지 멀리 한다면 평생 언니를 원망하며 살 거예요." 주르르……. 두 줄기 옥루(玉淚)가 그녀의 볼을 적셨다. 그러나 화예랑을 쏘아보는 눈빛은 여전히 얼음장 같았다. "아무리 언니가 천고의 재녀로 천왕지맥을 타고났고. 천외천부(天 外天府)의 모든 무공을 연성했다 해도… 천하에 언니를 당할 자 없다 해도……." 화예미는 촉촉이 젖은 입술을 꼬옥 힘주어 깨물었다. "예미는, 예미는 언니의 모든 것을 거역하겠어요." 그녀의 두 눈이 반짝 날카로운 광채를 뿜었다. "어쩌면… 언니의 죽음을 각오하며 싸우게 될지도 몰라요. 명심하 세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의 모습은 씻은 듯 방안에서 사라졌다. "예, 예미야……." 화예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며 소리쳤다. 그러나 이미 화예미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화예랑은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무너지듯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땅이 꺼질 듯 무거운 탄식이 새었다 . "아! 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마음은 극도로 심란해졌다. 무언가 자꾸만 뒤엉키고 있었다. 밖에는 아직도 눈보라가 몰아치고 있었다. * * * 무당에 몰아닥친 천왕의 회오리. 그 가공할 위력은 실로 엄청난 것이었다. 무당의 숱한 고수들이 천왕의 회오리에 추풍낙엽(秋風落葉)을 면치 못했다. 무당의 장로들인 태허오로(太虛五老)를 비롯한 모든 고수들이 손 한 번 쓰지 못하고 무참한 패배를 당했다. 한 가지 다행한 것은. 금소천의 은근한 저지에 의당 솟구쳐야 할 피분수는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진정 불행 중 다행이랄까? 무당파의 중심지인 상청궁. 전면에 펼쳐진 방원 수백 장의 연무장에서는 무서운 긴장감이 팽배 되어 있었다. 금소천과 일지겁천. 그리고 궁사. 그들은 연무장 중앙에 태산같이 버티고 있었다. 그들 주위로 수백 명의 무당도인(武當道人)들이 겹겹이 에워싸 포 진을 이루고 있었다. "흐흐흐……." 지옥혈도 궁사는 독사눈을 번뜩이며 음산한 괴소를 흘렸다. "무림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무당이 이토록 시시한 존재였다니… 정말 실망이다." 이어 일지겁천의 녹안이 가공할 녹광을 뿜었다. 그는 무당산에 들며 연이어 분노를 폭발시키고 있었다. "옥청(玉淸)! 어서 그 잘난 상판을 내밀어라. 만일 일 각 내에 나 타나지 않을 시에는 무당산을 초토화시키리라!" 살기의 외침이 무당산 가득 전율을 불러일으켰다. 지옥혈도 궁사 역시 자신의 볼일을 잊고 않고 있었다. "구영감. 혼자 힘쓰지 마시오." 그는 일지겁천에 뒤이어 한 소리 음산한 외침을 날렸다. "삼촌사설(三寸四舌) 여태청(呂太靑)! 네놈의 숨겨진 정체를 이미 알고 있다. 나 궁사가 이곳에 온 이상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순순히 목 을 뽑고 기어 나와라." 금소천은 난색을 떠올리며 두 사람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익히 짐작하고 있었다. '지금 이들은 매우 홍분하고 있다. 자칫하다간 대혈겁을 면치 못하 겠다.' 그가 급히 염두를 굴리고 있을 때, 돌연 상청궁 쪽에서 한 소리 장 중한 도호성이 터져 나왔다. "무량수불……." 순간 금소천과 일지겁천 등은 내심 회미한 경악성을 터뜨렸다. 방 금 터진 도호성에는 도문의 지순한 내력이 담겨 있어 자신들조차 고 막에 한 가닥 통증을 느낄 정도였기 때문이었다. '무당에 이런 자가 있었던가?' 그들은 내심 경악하며 고개를 돌렸다. 포진하고 있던 수백여 도인들이 꽉 갈라지며 한 폐의 새로운 인물 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전면에는 전신에 금빛의 도의(道衣)를 걸치고 머리에 무량관(無量 冠)을 쓰고 있는 극히 청수한 모습의 노도인이었다. 전신에서 만산대해(萬山大海)가 절로 고개를 숙일 무형의 막고 있 었다. 문득 일지겁천의 입에서 나직한 음성이 새었다. "자하진인(紫霞眞人)……." 무량관을 쓰고 있는 노도인. 그가 바로 천년무당의 지존인 자하진인이었다. 자하진인의 좌측에는 한 명 낡은 도포를 입고 있는 노도인이 모습 을 보였다. 비록 낡은 도포에 장님이지만 일신에는 극히 신비한 기운이 안개처 럼 깔려 있었다. 적운자(赤雲子). 바로 무당파에서 가장 신비한 고수인 적운자. 그였다. 그는 자하진인의 사제이며, 무당 입문 이래 단 한 번도 강호에 모 습을 나타내지 않은 채 신비 속에만 가려 있는 인물이었다. 자하진인의 우측에는 한 명 청수한 꼬습의 중년도인이 등에 한 자 루 고검(古劍)을 메고 태산 같은 기운을 뿌리고 있었다. 신검자(神劍子). 그의 나이는 이미 구순을 넘어 있었다. 그러나 반노환동(返老還童)의 경지에 이른 그의 모습은 갓 사순에 이른 중년인의 모습이었다. 그는 무당파 최고의 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