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28편 (28/79)
그녀는 시선을 혼절한 금소천에게 주었다. "소천. 그녀와는 어떤 관계일까?" 천상 여인이라는 사실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 다급한 상황에서도 그 녀는 그것이 가장 궁금했다. 그 순간이었다. 그녀는 대경실색하며 소리를 질러야 했다. "소, 소천!" 금소천의 입에서 한 가닥 선혈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아사공주는 황급히 금소천을 재차 쓸어안았다. 그의 몸은 더욱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소천. 당신 결코 내 앞에서 죽어서는 안돼요. 아니. 영원히 죽지 않을 거예요." 지금 그녀에게 있어선 오직 그 일념뿐이었다. 그녀는 금소천을 꼭 껴안고 어디론지 마구 달렸다.. 그녀가 흘린 눈물이 식어가는 금소천의 얼굴에 뚝뚝 떨어졌다. "소천. 당신은 모를 거예요. 복우산에서 당신을 처음 대한 순간, 아사는 당신을 사랑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그녀는 신비의 겹을 벗어 버리고 붉은 마음으로 고백을 털어 놓은 것이었다. "소천, 이제 당신은 나 아사의 목숨보다 더 귀중한 분이에요." 밤눈(夜雪)이 내린다. 아사공주는 결사적으로 달린다. 눈이 내리는데……. < 제1부 제2권 끝 > 십대천왕 제1부 제3권 21장 운명의 여인을 만나다 초저녁부터 눈이 내렸다. 내린 눈은 밤이 이슥할 무렵엔 한 자나 넘게 쌓였다. 사방에 내리는 눈의 숨결만 꿈결같이 신비한 밤이었다. 옥문관 근처의 한 야산에도 눈은 내리고 있었다. 문득 소담하게 쏟아지는 눈발을 혜치며 한 떼의 행렬이 모습을 나 타냈다. 네 명의 장한이 떼고 있는 한 채 교자(轎子)를 중심으로 한 수십 명의 인물들이었다. 교자 위에는 태양이 무색할 정도의 멋들어진 모습을 한 미장부 한 명이 타고 있었다, 화려한 금삼에 새하얀 피부. 머리엔 영응건을 쓴 이십칠팔 세 가량 의 미청년이다. 수중에는 한 자루 학익선(鶴翼扇)을 가볍게 말아 쥐고 있었다. 아수마궁 궁주 야율노격, 바로 그였다. 야율노격은 전보다 더 뛰어난 신비의 웅위를 보이고 있었다. 교자 옆에는 초로의 청수한 노인이 팔짱을 킨 채 가까이 따르고 있 었다. 반쯤 뜬 두 눈이 흡사 여름밤 은하수를 담은 듯 혜지롭다. 바로 아수마궁 제일의 현자인 호극천(胡極天)이었다. 호극천의 바로 곁에는 그와 비슷하게 무심한 표정으로 걷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야율노격과 같은 나이의 한 청년. 순백의 백삼과는 대조적인 짙은 검은 색 초승달이 수놓아진 영웅건 을 쓰고 있다. 극히 준수한 용모에 내리는 눈이 무색할 백설 같은 안색 -- 결코 병색 어린 창백한 피부는 아니었다. 특히 새하얀 백미(白眉)에 가늘 게 뜬 두 눈이 밴지 범상치 않은 무형의 기도를 풍겨냈다. 그는 바로 신비의 세력 살막(殺幕)의 막주인 소리탑이 아닌가? 그 외에도 신태비범한 수십 명의 인물들이 그림자같이 야율노격을 따르고 있었다. 야율노격은 눈 내리는 회색의 밤하늘을 우러러 나직하게 말문을 열 었다. "내일… 한 해가 가고 새해가 된다." 그는 수중의 학익선을 '탁' 하고 소리나게 접었다. 이어 시선을 중원 쪽으로 주며 신광울 내뿜었다. "이제 중원으로 들 때가 되었도다." 그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중원… 예로부터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영웅호걸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 어떤 자도 나 야율노격의 적수는 되지 못한다!" 명백한 자부심이었다. 대장부란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때 자신의 존재감을 만끽한다고 했 던가? 야울노격은 허리를 쪽 펴며 눈부신 신위를 발했다. 눈부신 신위 속에서 그는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아사, 그 녀석이 오늘 돌아온다 전서구의 연락으로 천마산에서 만 나기로 했다." 순간 그의 두 눈에는 몹시도 따스한 혈육지정의 기운이 서려있었 다. "혹 녀석이 중원인들에게 해를 입었으면 어쩌나하고 걱정을 했는데 이제 돌아온다니 안심이다." 그의 시선이 묵묵히 걷고 있는 살막 막주 소리탑에게 향했다. "소리탑, 내일이면 살막은 옥문관의 금제가 풀린다. 기분이 어떠한 가?" 그러나 소리탑은 도무지 무심일색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그저 담담할 뿐이오." 야율노격은 문득 나직한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하… 자네는 늘 그 맛없는 표정이군. 대체 자네의 심사가 무 엇인지 종잡을 수가 없으니… 그러나 어쨌든 좋네. 아사가 돌아오면 그 즉시 그대와 아사의 혼례를 치를 예정이네." 소리탑의 표정에는 그 어떤 감흥의 기운도 엿보이지 않았다. 야율노격은 학익선을 펴며 물었다. "자네도 그것을 원하겠지?" 일순 소리탑의 눈멎이 타인으 눈치채지 못할 정도의 극히 미미한 흔들림을 보였다. 그는 눈동자를 더욱 가늘게 뜨며 시선을 밤하늘에 주었다. 눈은 소리 없이 떨어진다. 눈 속에 하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소녀의 얼굴이다. 그러나 결코 아사공주의 모습이 아니다. '단 한 번 봤을 뿐이다. 헌데 삼 년이 흐르도록 잊을 수 없는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 누가 그의 뇌리에 이토록 선명한 흔적을 남겼단 말인가? 눈은 내리고 신비의 영상은 더욱 또렷하게 변해 갔다. 야율노격은 소리탑에게서 시선을 돌려 아수마궁 제일현자인 호극천 에게 주었다. "호극천!" "예, 궁주." 호극천은 팔짱을 풀며 공손히 대답했다. 야율노격은 지그시 호극천을 응시하며 말했다. "모든 계획을 철저히 안배토록 하시오. 한치의 오차도 있어서는 아 니될 것이오." "명심봉행하겠습니다." 야율노격의 두 눈동자에는 호극천에 대한 깊은 신뢰의 기색이 역력 했다. "호극천. 그대는 아수마궁에서 가장 뛰어난 현자. 본인은 그대를 믿고 있겠소." 묘한 힘이 들어 있는 음성은 신비하리만큼 절대적인 기운을 풍기고 있었다. 호극천은 깊숙이 허리를 숙여 충성의 경복을 표했다. "궁주. 노신은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할 뿐입니다." 야율노격은 수중의 학익선을 접으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핫! 그래. 이제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 이제 나 야율노격은 중원으로 향하리라." 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넘치는 자부심이 그의 전신을 불사르듯 타올랐다. "으핫핫핫… 아수마궁, 쟈천지력 살막의 소리탑과 검문(劍門)의 목 철심(木鐵心)이 함께 하는 발길. 천하의 그 누가 우리의 발길을 막올 수 있겠는가? 으하하하--!" 가히 거칠 것이 없는 앙천대소성! 그 소리에는 야율노격, 이 가공할 힘의 사내가 이후 걸어갈 길에 대한 방향이 명백하게 제시되어 있었다. 아수마궁과 살막. 검문이 한데 합해져 내딛는 발길! 그곳에는 중원이 있었다. 야율노려은 수하들을 돌아보며 외쳤다. "자. 천마산으로 가자. 그곳에 나의 사랑하는 누이가 있다." * * * 천마산의 한 동굴. 밖으로 소담한 새해를 맞는 함박눈이 쏟아지고 있었다. 아사공주는 금소천을 조심스레 동굴의 한 펀편한 공터에 내려 놓았다. 그녀는 모닥불을 피웠다. 화르르르……. 모닥불은 타오르는 온기를 동굴 가득 전해 주었다. 아사공주는 눈물투성이의 시선으로 금소천을 바라보았다. 금소천은 더욱 차갑고 뻣뻣하게 굳은 채 빈사 상태에 빠져 있었다. "소천……." 아사공주는 계속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금소천은 그녀에게 있어 목숨보다 더 귀한 백마의 왕자가 아니던 가? 아사공주는 잘끈 입술을 물었다. -- 당신의 뜨거운 몸으로 식고 굳어 가는 저분의 혈맥(血脈)을 녹 여야 해요. 그녀는 하란미가 말한 그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분을 살려야 해." 아사공주는 비장한 신색으로 자신에게 다짐하듯 결연한 외침을 흘 렸다. 떨리는 손으로 옷을 벗긴다. 세상의 모든 일 중에서 가장 가슴 떨리게 하는 은밀한 작업. 여인은 사내의 의복을 한겹 한겹 떨리는 손끝으로 벗긴다. 겉옷이 벗겨지고 내의가 벗겨졌다. 그리고 나신(裸身)이 드러난다. 여인의 나신 또한 아름답고 눈부시지만 사내의 완벽한 나신은 성스 러울 정도다. 천하의 뭇 명공(名工)들이 수천 년 세월을 갈고 다듬은들 이토록 멋들어질 수가 있겠는가? 천하에서 가장 멋지고 눈부신 사내의 나신이다. "아……." 아사공주는 금소천의 나신을 눈부시게 바라보며 만면 가득 흥조를 피워 올렸다. 가슴이 터질 듯 부풀어오르며 숨은 자꾸만 가빠진다. 가쁜 숨만큼이나 목이 바싹 말라든다. 화르르……. 모닥불이 빨갛게 익으며 화려하게 타오른다. 그 모닥불 멎에 너무도 아름다워 처절한 아사공주의 나신이 드러났 다. 가슴 설레게 하는 유백색 현란한 두 개의 육봉이 일어섰다. 정상에 살짝 올려진 두 알의 연분홍빛 유두. 잘록한 허리와 살짝 둥골게 아름다운 아랫배의 곡선, 귀엽게 숨은 배꼽과 탁 터지며 확산 된 둔부까지……. 그리고 또 무엇이 있다. 은밀한 그 무엇이 둔덕진 곳에서 두 다리가 시작되는 교차지점으로 숨가쁘게 자리하고 있었다. 차마 보기가 눈이 시린 여인지문(女人之門)이 처녀림(處女林)에 가 려져 보일 듯 말 듯하다. 그저 숨막히도록 아름답고 깨끗한 나신이다. '처음이야.' 사내의 나신을 보는 것은 처음이다. 사내 앞에서 자신의 모든 속살을 드러낸 것도 처음이다. 아사공주는 천천히 자신의 알몸을 금소천의 나신 위에 포갰다. 문 득 어지럽다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처음이야…….' 그녀는 이성(異性)의 속살에 자신의 속살을 처음 접한 것이다. '차가와.' 그것이 금소천의 나신에서 처음 느낀 것이었다. 금소천의 몸은 흄사 만년빙과도 같이 차갑게 굳어 있었다. 아사공주는 빈틈없이 금소천의 나신에 자신을 밀착시켰다. '이 차가운 몸에 더운피가 돌도록 해야 해…….' 그것 외에는 다른 사념 따위는 없었다. 모닥불은 더욱 빨갛게 달아오르고 불꽃은 소리 없이 타오른다. 그녀의 속살이 그의 속살을 거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비비고, 쓰다듬고, 밀착시키고……. 그녀는 모든 내력을 끌어올려 이 성스러운 행위를 그치지 않았다. 그러는 가운데 점차 굳었던 금소천의 몸이 풀리며 조금씩 온기가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아……." 아사공주는 기쁨의 탄성을 날리며 더욱 금소천의 나신을 쓰다듬고 비볐다. 수치심은 없었다. 그녀의 뇌리에는 오직 금소천을 구해야 한다는 일념뿐인 숭고한 의 식이었다. 금소천은 깊은 혼절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맨 처음 그가 느낀 것은 자신을 압박하고 있는 자신이 아닌 다른 알몸의 감촉이었다. "소천." 기쁨에 떨리는 나직한 탄성이 터지며 한 방울 눈물이 그의 뺨 위로 떨어졌다. 눈물은 너무도 뜨거웠다. '아사…….' 금소천은 기쁨에 울고 있는 아사공주의 얼굴을 바로 코앞에서 느낄 수 있었다. 동시에 그는 현재의 모든 상황을 금소천답게 쉽게 깨달을 수 있었 다. 그의 가슴으로 아사공주의 숭고한 마음이 노도처럼 격탕치며 밀려 들었다. "아… 사……." 아사공주는 고개를 저어 그의 말을 막았다. 턱 밑에 달렸던 기쁨의 눈물이 꽃잊처럼 날았다. "소천, 아무 말도 말아요." 눈물 젖은 얼굴을 금소천의 얼굴에 묻었다. 금소천은 목구멍으로 뜨겁게 솟구치는 격정을 느꼈다. "아사!" 그는 아사공주의 알몸을 전신 가득 힘주어 꽉 끌어안았다. 그의 입술이 잘게 떨고 있는 그녀의 꽃잎 입술을 점령했다. 길고 뜨겁게. 서로의 표현치 않고 있던 마음들이 폭우 쏟아지듯 교 환되는 격렬한 입맞춤이었다. '아사… 좋은 여인이다.' 애정인가? 금소천은 그녀의 나신을 소중하게 어루만졌다. 티없이 맑고 깨끗한 그녀의 마음과도 같은 청백한 나신을 뜨겁게 애무했다. 그의 손길이 그녀의 봉긋한 젖가슴에 뜨겁게 머물렀다. 화려한 신비의 감촉이 손바닥 가득 가슴 떨리게 살아났다. "아… 소천." 그녀는 파르르 전신을 떨며 귓전에 뜨거운 숨결을 떨구었다. 문득. 금소천의 입가에 빙긋 기이한 미소가 피었다 "아사, 갑자기 떠오르는 것이 있다." 그의 말투는 다시금 예전의 반말로 돌아왔다. 그러나 아사공주는 조금도 어색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녀는 금소천의 손짓 하나. 눈짓 하나, 말투 하나조차 무조건 사 랑스러웠다. "뭐가요?" 금소천은 그녀의 젖가슴을 지그시 감싸 쥐며 속삭였다. "아사, 네가 갑자기 더 예쁘다고 느꼈다." 아사공주의 옥용이 강렬한 붉은 색채를 띠었다. "소, 소천……." 금소천의 손바닥 안에서 그녀의 젖가슴이 크게 부풀어 있었다. 빙글! 금소천은 그녀를 안은 채 몸을 회전시켰다. 아사공주는 위에서 느껴지는 금소천의 전신을 느끼며 가볍게 몸을 떨었다. 그녀의 두 젖무덤이 그의 탄탄한 가슴에 짓눌렸다. 금소천의 두 손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뺨을 감쌌다. "아사. 아름답다. 천하의 누구보다도……." "소천, 당신은 내 생명……." 그녀의 다음 말은 그의 입 속에 묻혀 버렸다. "아사, 너를 갖겠다." 아사공주는 눈을 감고 말았다. 몸과 몸이 만나고 마음과 마음이 만났다. 아름다운 가연(佳緣). 모닥불은 타오르고, 밖에는 눈이 내리는 동굴의 밤……. 아름다운 가연이 맺어지고 있다. 말은 없어도 좋다. 뜨거운 숨결이 여인의 원시림(原始林)을 혜치고, 생명의 깊은 골짜 기는 말없는 희열에 떨었다. 은밀하고 화려한 폭발의 연속이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기세를 더한 다. 이윽고 여인의 문이 활짝 열린다. 부드럽고 거대한 사내의 힘이 여인의 문을 보무도 당당하게 들어선 다. 순간 소녀에서 여인으로 탄생하는 원초의 고통이 일었다. "아……." 고통은 불꽃 화살이 되어 전신을 혜집었다. "소… 천……." 아사공주의 미끈한 섬섬옥수가 금소천의 등을 힘주어 안았다. 이로써 그녀는 얻은 것이었다. 목숨보다 더 귀하고 값진 영원의 사랑을……. 깊은 잠. 아사공주는 태어난 이래 가장 포근하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아사……." 금소천은 잠든 아사공주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지켜보았다. 모닥불은 꺼져 있었다. 금소천은 그녀의 나신 위에 장삼을 덮어주며 수혈을 제압했다. 그녀는 더 깊은 잠에 빠졌다. "아아…, 평생 너를 잊지 못할 것이다." 그는 뜨거운 정이 담긴 입맞춤을 했다. "아사. 너는 이제 나 금소천의 여인이다." 그녀는 행복한 미소를 보이며 여전히 잠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너무도 할 일이 많다. 모든 일을 해결하고 나면 후일 너를 꼭 찾을 것이다." 금소천은 꺼진 모닥불에 불을 붙였다. 화르르르……. 동굴 안은 금세 따뜻한 공기로 가득했다. 금소천은 그녀의 손을 잡아 주었다. 귀엽고 작은 손이었다 "너의 오빠 야율노격이 곧 이곳 천마산에 나타날 것이고. 너의 수 혈은 한 시진 후에 저절로 풀릴 것이다." 손을 꼭 잡아 준 후 그는 동굴을 떠났다. 아사공주는 달콤한 미소를 보이며 꿈올 꾸고 있었다. 무슨 꿈을 꾸는 것일까? 그녀는 착한 여인이고 사랑을 안 여인이니 틀림없이 아름다운 꿈을 꿀 것이다. 천마산에는 눈이 그쳐 있었다. 그리고 어느새 동녁 하늘에서부터 눈부신 일뭏이 시작되었다. 새해 아침이었다. * * * 무당산(武當山). 호북성(湖北省) 최대의 고산(高山)이며 중원절지의 명산이다. 특히 중원도가(中原道家)의 태두이자 천년무림워 명문거파인 무당파가 자 리하고 있는 중원도문 최대의 성산이다. 무당산의 동남쪽 기슭에 자리한 진고성(珍古城), 무당산 일대에선 가장 큰 성인 탓에 항시 성시를 이루는 곳이다. 초경 무렵. 진고성의 동문(東門)대로를 걷고 있는 한 명의 행인이 있었다.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의 청년은 바로 금소천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는 깊은 생각에 빠져 계속 걷고만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뒤를 귀신처럼 따르고 있는 그립자 하나 가 있었다. 잠시 후 금소천은 동문대로를 빠져 좁은 골목길로 접어들었다. 순간 그의 두 눈이 반짝 기광을 뿌리며 입꼬리에 신비한 미소를 머 금었다. '흠… 천마교의 강아지로군.' 금소천은 이미 미행자의 흔적을 감지하고 있었다. 다음 순간 그는 돌연 절정의 신법을 펼쳐 빛살같이 골목길을 쏘아 들었다. 약 차 한 잔 마실 시간을 달렸을까? 문득 그의 시야에 잡히는 물체가 하나 있었다. 전신에 밤기운을 묻힌 채 어슬렁거리는 한 마리 황견(黃犬)이었다. '흠… 개라…….' 금소천은 신형을 연기처럼 흐리며 괴이한 미소를 흘렸다. 그러더니 그는 품속에서 약병 하나를 꺼내 들어 그 속의 내용물을 황견의 전신에 뿌렸다. "크르르르……." 황견은 연기처럼 흩어진 금소천의 존재를 발견치 못하고 눈알만 데 구르르 굴렸다. "녀석이, 으르렁대기는……." 금소천은 황견의 엉덩이를 냅다 걷어찼다. "깨갱!" 황견은 졸지에 얻어터지고 고통의 비명을 터뜨렸다. 놈은 혼비백산하여 네 다리를 죽자살자 놀리며 어둠 속으로 꽁지 빠지게 줄행랑을 놓았다. "후후후. 잘 좀 부탁하마." 금소천은 한차례 주위를 살펴보았다. 가까운 곳에 집이 한 채 보였다. 그는 주저 없이 쑥 들어가 모습을 감추었다. 잠시 후 흑영 하나가 귀신이 곡할 신법으로 금소천이 서 있던 자리 에 날아들었다. 그는 금소천의 행방을 찾는 듯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렸다. 어둠 속에서 괴흑영을 주시하고 있던 금소천은 내심 고개를 끄덕였 다. '역시… 예측대로 신안추종(神眼追踵) 봉명소였군.' 천마교 내에서 추적술의 일인자로 불리는 신안추종 봉명소. 금소천은 야릇한 괴소를 머금었다. '단금성은 이런 구차한 짓을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필경 불사천존 냉운형. 그 자가 꾸민 일이겠지.' 그의 눈빛이 차가운 한광을 뿌렸다. '그러나 아직은 불사천존 냉운형 그 자와 수작을 같이 할 때가 아 니다.' 한편 신안추종 봉명소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이곳에서 놈의 혼적이 흐릿해졌다.' 그는 가는 눈을 더욱 가늘게 뜨며 코를 약간 씰룩거렸다. 냄새를 맡아보는 것 같은 자세였다. 그러던 어느 순간이었다. '저쪽이다.' 눈빛이 이채를 보이며 그는 어느 한 방향으로 귀신같이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곳은 바로 황견이 네 다리가 닳아빠지게 달아난 방향이 었다. 금소천은 봉명소가 사라지자 히죽 신비한 미소를 머금었다. '후후… 신안추종 봉명소, 저번에는 백골들하고 놀았으니 이번엔 똥개하고 어울리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다.' 금소천은 조금 전 황견에게 수작을 부려 신안추쫑 봉명소의 미행을 따돌린 것이다. "후후… 봉명소, 가급적 재미있는 밤이 되길 빌겠다." 그는 나직한 대소를 터뜨리며 천천히 숨었던 집올 빠져나가기 시작 했다. 그런데 그의 둥 뒤쪽에서 한 소리 교소가 터졌다. "호호… 공자께선 왜 그냥 돌아가십니까?" 금소천은 흠칫하며 신형을 돌려 교소의 임자를 찾았다. 진하게 화장을 한 한 명의 중년여인이 눈웃음을 치고 있었다. 그녀는 금소천의 얼굴을 보자 입을 찢어지게 크게 벌렸다. '나, 난생 처음 대하는 천하 미청년이구나.' 그녀는 모든 심흔을 잃어버렸다. 멍하니 금소천위 얼굴만을 뚫어져 라 쳐다보았다. 금소천은 중년여인의 넋 나간 꼬습을 보며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쥐 잡아먹은 듯한 진홍빛 입술이 홴지 퇴폐로운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이었다. 그는 물었다. "왜 그러시오?" 그제야 중년여인은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아이고! 이렇게 멋진 공자께서 이 청하루(靑河樓)를 다 찾아주시 다니… 아이고 이런 영광이 있나!" 그녀는 헛바닥이 몸살 나라 호들갑을 떨었다. '청하루?' 금소천은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중년여인은 껴안을 듯이 금소천에게 바싹 다가들었다. "호호… 공자님, 안으로 드시지요. 아름다운 미녀들이 낭군 기다리 느라 눈들이 빠져 있답니다." 그러는 동안 그녀의 하체는 자신도 모르게 후끈후끈 미친 듯 달아 오르고 있었다. '아! 이 미공자라면 홀러간 내 청춘을 다시 붙잡을 수 있겠다.' 그녀는 금소천의 멋들어진 모습을 잡아먹을 듯이 주시하며 내심으 로 연신 군침을 삼켰다. "이곳 미녀들은 모두 그 방면에 있어서는 똑 소리를 냅지요. 공자 께서 크게 만족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요." 눈알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그녀의 하체는 블발을 이루었다. '맙소사! 하필 들어온 곳이 바로 색을 파는 청루였구나.' 금소천은 황급히 중년여인에게 어색한 변명을 했다. "이, 이것 보게… 나, 나는……." 그러나 멋대로 혼자 달아오른 중년여인에겐 통하지 않았다. "호호호호… 공자님. 무슨 뜻인지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요. 네네… 염려 마세요. 설마하니 천녀 같은 늙은이를 안겨 드릴까봐서요?" 꼴에 그녀는 살짝 눈을 샐쭉거렸다. "그렇지 않아도 이 세계에 들어온 지 며칠 안되는 아이가 하나 있 는데, 천하절색이라 공자와 그 아이라면 그야말로 일월의 만남입지 요." 금소천은 이런 경우는 처음 당하는 거라 천하에서 가장 순진한 공 자가 되고 말았다. "공자께선 분명 만족하실 거예요." 그녀는 입에 거품을 보이며 마구 떠들어댔다. 도대체 하체에 붙은 불이 몽땅 입으로 향했는지 의심이 갈 지경이 었다. 'ㅉ! 고 입 정성 하나는 기막히군.' 금소천은 내심 고개를 저었다. '하는 수 없지. 어차괴 객점을 잡으려 했으니… 까짓 청루면 어떠 랴? 잠만 자면 되지.' 그는 일단 스스로에게 정당성을 부여했다. "잠만 잘 수도 있나?" 여인은 머리가 떨어져라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지요. 잠을 자야 꿈을 꾸는 법이 아닙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