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10편 (10/44)
"어쨌든 신첩은...... 그 지옥혈황이란 어린놈에게 빚을 졌어요! 그 빚은...... 호홋! 꼭 받아내겠어요!" 그녀는 이미 혈관음 빙화정을 통해 막붕비의 모든 것을 보고받은 상태였다. 그 때문에, 그녀는 탐욕으로 하복부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었다. 사망탑주, 그는 아무 말없이 그녀의 말을 듣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그는 시선을 돌리지 않고 말했다. "놈은...... 낙양쪽으로 이동했소!" "낙양?" 화화관음의 요악한 눈이 번뜩 빛났다. (그렇다! 호호...... 놈은 매음굴에 팔려간 비취여제를 찾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녀의 입가에 야릇한 회심의 미소가 어렸다. 요악한 빛으로 번뜩이는 그녀의 두 눈, 그것은 흡사 먹이를 눈 앞에 둔 암코양이의 그것과도 같았다. 화화관음은 무엇을 생각하는지 요기로운 교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호! 신첩에게 그 어린 야수를 사로잡을 기막힌 계책이 있어요! 지옥혈황을 처치하는 일을 제게 맡겨 보시지 않겠어요!" "......! 사망탑주는 힐끗 화화관음을 돌아보았다. 그는 화화관음이 젊은 막붕비에게 음욕을 품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하나, 그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좋소! 놈에게 본탑도 빚이 있지만...... 색모께 양보하리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화화관음은 뇌살적인 눈웃음을 지으며 은밀한 음성으로 말했다. "호홋! 감사해요. 그 대가로 시간이 나면...... 은밀히 탑주를 한 번 모시지요!" 이어, 스---- 윽! 그녀는 깔깔 교소를 터뜨리며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언뜻, 흩날리는 나삼 사이로 그녀의 아랫도리가 들여다 보였다. 놀랍게도 그녀는 그 안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순간적으로 여체의 비밀스러운 곳이 사망탑주의 눈에 그대로 쏘아져 들어왔다. "호호홋......!" 화화관음은 요악한 교소를 날리며 멀리 사라져 갔다. 그녀가 방향을 잡은 곳은 낙양(洛陽)이었다. 문득, "퉤! 못 볼 것을 봤군!" 사망탑주는 불쾌한 표정으로 침을 뱉았다. 이어, "야우십팔영(夜雨十八影)! 준비하랏!" 그는 문득 허공에 대고 외쳤다. 그러자, "......!" "......!" 스스...... 십 팔 개의 희뿌연 그림자가 사망탑주의 뒤로 유령같이 나타났다. 사망탑주는 그들을 향해 음산한 어조로 명했다. "저 암내 풍기는 계집에게 맡겨둘 수만은 없다! 너희들이 뒤를 친다!" "옛! 탑주!" 십 팔 인의 유령 같은 인물들은 마치 한 사람이 대답하듯 동시에 말했다. 그 음성은 음습한 비(雨)의 그것같이 칙칙한 느낌이었다. 문득, 사망탑주는 먹장구름이 뒤덮인 하늘을 올려다보며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후훗! 곧...... 비가 온다. 비가 오는 곳에서는 너희들에게 적수가 없음을 알고 있으니...... 본좌를 실망시키지는 않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탑주!" 대답을 마침과 함께, 스으...... 십 팔 인, 즉 야우십팔영은 다시 갈대 숲 사이로 사라졌다. 사망탑주, 그는 무심한 눈으로 사라지는 야우십팔영(夜雨十八影)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지옥혈황! 네 이름은 여름 날의 안개같이 나타나자마자 곧 지상에서 지워질 것이다!" 그는 음울하게 눈을 번뜩이며 중얼거렸다. "그것이...... 곧 위대한 만겁마종님의 뜻이므로......!" 이어, 스으...... 중얼거림과 함께 그의 모습은 유령처럼 시야에서 흩어졌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듯한 암천(暗天), 그것은 잔뜩 무거운 빛으로 갈대밭을 짓누르고 있었다. * * * 고도(古都) 낙양(洛陽)---- 삼경(三更). 밤은 깊을대로 깊어 있었다. 후두둑...... 후두둑......! 간간이 먹장구름을 두드리며 빗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비오는 밤,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웠다. -색상(色商) 왕탕(王蕩), 당년 오십 이 세, 키와 허리둘레가 거의 비슷할 정도로 비만한 작자였다. 그 자는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었다. 하나는 인신매매였고 다른 하나는 포주였다. 그 중 인신매매가 그 자의 주업이었다. 그는 주로 여인들을 사서 낙양일대의 매음조직에 팔아넘기는 일로 치부해 왔다. 그 여인들을 다른 조직을 통해 사기도 하지만 때로는 파락호들을 시켜 양가의 규수들을 납치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탐화루라는 기루를 세워 직접 매춘행위를 하기도 했다. 왕탕(王蕩)의 취미는 팔려온 불쌍한 여인들을 손님들보다 먼저 겁탈하는 것이었다. 탐화루에 내놓은 기녀들은 대부분 팔려온 그 날 왕탕에게 짓밟힌 경험이 있는 여인들이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 그 짐승 같은 짓은 이 밤에도 탐화루의 어느 밀실에서 자행되고 있었다. "아흐윽...... 주인님! 제발...... 그만......!" 한 명의 소녀가 몸을 비틀며 애처롭게 울부짖고 있었다. 탐화루의 밀실---- 그 중앙에는 하나의 넓은 침상이 놓여져 있었다. 침상 위, 한 명의 소녀가 실오라기 한 올 걸치지 않은 전라의 몸으로 사지가 침상의 네 기둥에 묶여져 있었다. 그녀는 이제 십 오 세 정도로 보이는 청순한 모습의 소녀였다. 소녀는 어느 몰락한 명문가의 후예였다. 그녀의 조상들이 원나라 때 벼슬을 한 죄로 가문이 몰락하여 어린 그녀는 마침내 매음굴에 팔려오는 불쌍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지금, 소녀의 가냘픈 두 다리 사이에는 하나의 비계덩어리 같은 사내의 머리가 움직이고 있었다. 바로 색상(色商) 왕탕이었다. 그는 겨우 춘초가 파릇파릇하게 돋은 소녀의 치부를 거칠게 탐닉하고 있었다. 소녀의 순백한 치부는 그의 타액으로 이미 흥건하게 젖어 있었다. "아흐흑...... 아아......!" 왕탕의 혀가 뱀처럼 움직일 때마다 그 첨예한 자극에 소녀의 가냘픈 사지가 비틀리고 경련을 일으켰다. "흐흐...... 귀여운 것!" 왕탕은 욕정에 번들거리는 징그러운 웃음을 흘렸다. 이어, 그는 소녀의 하체에서 몸을 일으켰다. 순간, "으음......" 소녀는 왕탕의 벌거벗은 하체를 보고 공포와 수치의 표정으로 사시나무 떨 듯 몸을 떨었다. "제...... 제발...... 저는 아직 어려요. 주인님...... 악!" 간절한 표정으로 애원하던 소녀의 입에서 돌연 뾰족한 비명이 터져나왔다. 그녀의 작은 몸이 왕탕의 거대한 비계덩어리에 짓눌리고 만 것이었다. 순간, "아...... 안돼요!" 소녀는 거대한 이물질이 자신의 하체에 닿음을 느끼고 필사적으로 하체를 비틀며 저항했다. 하나, 왕탕은 무자비하게 자신의 실체를 소녀의 몸에 돌입시켰다. 흉측한 이물질이 내부로 수용되는 순간, "악!" 소녀는 날카로운 단말마를 내지르며 그대로 혼절하고 말았다. "흐흐......" 왕탕은 그런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태도였다. 그는 욕정으로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혼절한 소녀를 내려다보며 서서히 하체를 흔들기 시작했다. 그의 움직임은 점차 격렬하게 변해갔다. 그에 따라, 끔찍하게도 소녀의 하체는 이내 흥건한 선혈로 물들었다. 소녀의 작은몸이 왕탕의 거대한 체구에 짓눌려 버리는 듯했다. 잠시 후, 왕탕은 한차례 짐승 같은 행위를 자행한 후 소녀의 몸에서 떨어졌다. 아! 소녀의 하체는 파괴의 증거로 처참하게 물들어 있었다. 그것을 보며 왕탕은 야릇한 희열을 느꼈다. "이 계집은...... 사람을 미치게 하는 데가 있다!" 이어, 그는 다시 불끈 욕정이 치솟음을 느끼며 재차 소녀를 덮치려 했다. 한데, 그때였다. 퍼---- 억! 돌연 한 소리 둔탁한 폭음이 일며 밀실 한쪽의 벽이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왕탕은 오만상을 찌푸리며 홱 고개를 돌렸다. "누구냥!" 그는 대갈을 내지르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순간, "네가...... 왕탕이 맞느냐?" 한줄기 얼음처럼 싸늘한 음성이 왕탕의 귓전을 때렸다. 이어, 뚜벅......! 한 명의 소년이 무너진 벽을 통해 밀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 순간, 번...... 쩍! "케---- 엑!" 왕탕은 눈앞에 한줄기 검붉은 빛이 스침과 함께 하체에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그는 일순 돼지 목따는 듯한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으아아!" 하체를 끌어안고 미친 듯이 나뒹구는 왕탕, 그의 아랫도리가 삽시에 시뻘건 피로 물들었다. 막붕비, 그가 마도 묵룡풍으로 왕탕의 죄많은 일부를 그의 몸에서 분리시켜 버린 것이었다. "더...... 꽥꽥거려 봐라! 이번에는 네 목이 잘라질 테니......" 우둑! 막붕비는 잔혹하게 말하며 왕탕의 가슴을 발로 짓눌렀다. "......!" 왕탕은 전신을 사시나무 떨 듯 와들와들 떨며 그 즉시 비명을 그쳤다. 그제서야 그는 무서운 살신(煞神)이 자신을 찾아온 것을 깨달은 것이었다. 지금, 막붕비의 심사는 아주 불편한 상태였다. 그는 철접으로 보이던 서시독후를 끝내 찾지 못했다. 게다가, 침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소녀의 처참한 모습은 막붕비를 극심한 분노에 떨게 만들었다. 그는 무섭게 눈을 부릅뜨며 왕탕을 노려 보았다. "묻는 말에...... 대답만 해라! 미리 주의를 주겠는데...... 헛소리를 해서 본인을 피로하게 만들면 네놈의 이 푸짐한 비계살을 조금씩 제거해 주겠다. 알겠느냐?" "예...... 옛! 제발...... 살려만 주십시오!" 왕탕은 막붕비의 얼음장 같은 선포에 사색이 되어 대답했다. 막붕비는 싸늘하게 굳은 안색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오 년 전에...... 혈관음교의 음나찰이란 계집에게서 한 명의 미부인을 인수받았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어디에 있느냐?" 순간, "혈관음교! 당...... 당신은 지옥혈황?" 왕탕은 경악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그도 지옥혈황의 이름을 들었던 것이다. 그 순간, 우둑! 막붕비는 발에 힘을 주어 왕탕의 가슴을 밟았다. 갈비뼈 부서지는 소리가 왕탕의 귀를 울렸다. "케엑---- 아...... 아이쿠......" 그는 목따는 비명을 내지르며 고통스럽게 발버둥쳤다. 막붕비는 그런 왕탕의 모습을 내려다 보며 잔혹한 어조로 말했다.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고 했다!" 왕탕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 계집은 비취라고...... 불리는데...... 예...... 예삿계집 같지가 않았습니다...... 소...... 소인은 자칫 그 계집에게 죽을 뻔했습니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오 년 전---- 왕탕은 혈관음교의 음나찰에게서 한 명의 미부인을 거의 공짜로 넘겨 받다시피 했다. 여인은 겉보기에 서른이 넘은 듯했으나 그때까지도 눈부시게 아름답고 고고한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당연히 음심이 발동한 왕탕, 그는 미부인을 범하기 위해 그녀를 덮쳤다. 미부인은 격렬하게 저항했었다. 그러다가 왕탕은 실수로 그녀를 놓치고 말았다. 한데, 왕탕의 손을 빠져나간 미부인은 왕탕의 장식용 보검을 빼서 그 배를 찔렀었다. 다행히 미부인은 오랫 동안 혈도가 짚여 있었기 때문에 힘이 없어 왕탕을 죽이지는 못했다. 하나, 그 때문에 왕탕은 한 달 간 누워 있는 신세가 되었었다. "그...... 비취라는 여인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막붕비는 재차 왕탕에게 다그쳐 물었다. 왕탕은 막붕비의 눈치를 살피며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저...... 저는 화가 나서 그 계집을...... 가장 하급의 창루인 화선옥이란 곳에 팔아 넘겼습죠. 헤헤...... 그곳에서 그 계집은 대단한 인기를 끈다고...... 케엑!" 열심히 주절대던 그는 막붕비의 거센 발길질에 채여 저쪽의 벽으로 붕 날아가 처박혔다. 그런 그에게 막붕비는 냉막한 어조로 잘라 말했다. "살려 주기는 한다! 하지만 네놈의 목숨은...... 빚을 진 사람이 직접와서 거두게 될 것이다!" 이어, 뚜벅......! 그는 돌아서 부서진 벽을 통해 걸어나갔다. 후둑...... 후두둑...... 빗발이 점점 거세어지고 있었다. * * * 화선옥(花仙屋)---- 낙양 북문(北門) 쪽에 자리한 빈민가의 창루. 그곳은 닥지닥지 붙은 지저분한 건물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빈민가의 사내들을 상대하는 창루인지라 그곳은 당연히 지저분하고 보잘것 없었다. 후두둑...... 후두둑...... 빗발은 거세게 빈민가의 거리를 두드리고 있었다. 밤은 이미 깊을대로 깊어 거리에는 오가는 사람하나 찾아볼 수 없었다. 방(房), 그것은 빈민가에 자리한 화선옥에 어울리지 않게 화려하게 치장되어 있었다. 온갖 골동품에 서화까지 벽에 걸어 어울리지 않게 멋을 내고 있었다. 바로 화선옥 주인의 방이었다. 한데...... "어구구......" 지금 화려한 침상 아래에서 한 명의 노인이 신음을 내지르며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음흉한 인상의 금포노인, 그는 바로 화선옥의 주인이었다. 그의 앞, "......!" 막붕비가 천신(天神)처럼 우뚝 선 채 한 권의 장부를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것은 화선옥의 영업내용을 기록한 장부였다. 장부에는 화선옥에 속한 여인들이 하루에 상대한 사내들의 수와 화대가 기록되어 있었다. 몇 장을 넘겼을까? <비취(翡翠)!> 문득, 막붕비가 찾던 기녀의 이름이 나타났다. 그 아래로, 오 년 부터의 기록이 자세하게 적혀 있었다. 그 기록을 읽어 내려가던 막붕비, "으...... 음......!" 그의 입에서 으르렁대는 듯한 낮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실로 처참한 내용이 그곳에 기록되어 있었던 것이다. -비취여제 수옥경! 한때 전무림의 추앙을 받던 여종사, 그 고귀한 여인이 어 떤 날은 빈민가의 굶주린 사내들에게 십여 차례 이상씩 당하기도 했다. 어찌 상상할 수나 있는 일이겠는가? 막붕비는 지그시 입술을 짓깨물었다. "정말...... 용서치 않겠다!" 그는 누구에게인지도 모를 분노를 터뜨렸다. 문득, 우수수......! 두터운 장부가 그의 손에 재로 바스러져 떨어졌다. * * * 음습한 어둠, 칙칙한 습기가 좁은 골방을 채우고 있었다. "으음......!" 문득, 어둠 저편에서 한줄기 가냘픈 여인의 신음성이 들려왔다. 방 한쪽의 낡은 나무침상, 더러운 이불을 끌어덮고 한 명의 여인이 신음하고 있었다. 여인, 기이하게도 그녀의 머리카락은 하얀 백발이었다. 그녀는 중년의 나이로 보였는데 처연할 정도로 바짝 마른 몸매였다. 하나, 그녀의 용모에는 아직도 옛날의 미모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문득, 스...... 한 마리의 벌레가 여인의 목 위를 타고 지나갔다. 하나 여인은 몸을 움찔했을 뿐 벌레를 쫓아내지 않았다. 아니 그녀에게는 그럴 기력조차 없었다. 비취(翡翠), 그녀의 이름이었다. 열흘 전부터 그녀는 열병에 걸려 고열에 시달리고 있었다. 문득, 주르르...... 메말랐던 그녀의 눈가로 한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때였다. 끼익! 골방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 성큼 안으로 들어섰다. 비취는 본능적으로 그에게서 아주 강한 사내의 내음을 맡았다. 하나 거부할 힘조차 그녀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정말...... 너무하는군요. 죽어가는 내게...... 사내를 받으라니......" 그녀는 사내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우울한 음성으로 탄식했다. 한때, 그녀는 자신의 참혹한 운명에 저항도 해보았다. 하나 그 결과는 무자비한 육체적 고통과 짐승 같은 사내들에게 당하는 난행 뿐이었다. 이제 그녀는 그런 어리석은 저항은 그만두기로 했다. 문득, "마음...... 대로 하세요!" 비취는 체념의 음성으로 말하며 이불을 걷고 하체를 드러냈다. 그녀는 하체에 얇은 속치마 하나만을 걸치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그 속치마를 위로 걷어 올리며 무기력하게 하체를 벌렸다. 바짝 여윈 하체...... 하나, 그래도 청결함을 유지하고 있는 뽀얀 그녀의 아랫도리가 어둠 속에 음습하게 드러났다. (저 혼자 날뛰다가 내려가겠지!) 비취는 곧 자신의 하체에 가해질 육중한 사내의 몸무게를 생각하며 눈을 꼭 감았다. "......!" 뚜벅......! 사내는 이윽고 침상으로 다가와 하체에 손을 댔다. 하나, 그는 비취의 치부를 건드리기는 커녕 오히려 치마를 내려 노출된 하체를 가려 주었다. "......!" 비취는 순간 어떤 예감으로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여제(女帝)...... 집으로 돌아가실 때입니다!" 문득 감정을 억누른 소녀의 음성이 비취의 귓전을 울렸다. 비취는 눈을 번쩍 떴다. 그녀의 옆, 막붕비의 얼굴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순간, "마...... 검(魔劍)...... 지옥혈!" 비취는 막붕비의 등에 걸려 있는 남편의 애검을 보고 절규하듯 신음성을 발했다. 늘 바라던 구원의 손길이 느닷없이 그녀를 찾아온 것이었다. 하나, 그 사실은 예상과 달리 기쁨보다는 격렬한 수치와 절망감으로 그녀를 엄습해 왔다. (죽자!) 일순, 비취는 사력을 다해 혀를 깨물었다. 하나! 핑! "학!" 막붕비의 손 끝에서 인 지력에 연마혈을 격파당해 비취는 힘없이 축 늘어지고 말았다. "휴......!" 막붕비는 무겁게 신음하며 조심스럽게 비취, 아니 비취여제의 몸을 안아들었다. 그녀의 몸은 안스럽게도 종잇장같이 가벼웠다. (명문혈에 심각한 타격이 가해졌다! 음나찰이란 계집이 이 분의 명문혈을 막아 무공을 없앤 것이다!) 막붕비는 음울하게 눈을 번뜩이며 침침한 골방을 나섰다. (어쩌면...... 이 분을 구해드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뚜벅...... 그는 한 가닥 기대감으로 그곳을 나섰다. 그때, "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난입했느냐?" "크큽......! 오늘이 네놈의 제삿날이다!" 밖으로 나서는 막붕비의 앞을 대여섯 명의 흉한들이 막아섰다. 그 자들은 손에손에 몽둥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그들은 바로 화선옥에 고용된 파락호들이었다. 기녀들이 달아나는 것을 감시하는 것이 그들의 주목적이었다. 또한, 잘못을 저지른 기녀들에게 징계를 가하는 것도 그들이었다. 도주하려 하다 잡힌 기녀들은 그들에게 번갈아가며 난행을 당해 초주검이 되곤 했다. 기녀들에게 있어 그들은 가히 공포의 대상이었다. "네놈들만은...... 살려둘 수 없다!" 막붕비는 두 눈에 무서운 살기를 폭출했다. 처음, 비취여제는 이곳으로 끌려들어와 몇 번의 탈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그녀는 그 자들에게 형언치 못할 치욕을 당했음을 막붕비도 알고 있었다. 일순, 콰---- 릉! 막붕비의 손끝에서 하늘을 무너뜨릴 듯한 시퍼런 강기의 폭풍이 쏟아졌다. 동시에, "치---- 엑!" "끄악!" 콰드득! 여섯 명의 흉한들은 처참한 비명과 함께 핏덩이가 되어 날아갔다. 저주명공강----! 금강불괴도 깨뜨린다는 그 신강지옥성의 무서운 저주마공을 한낱 파락호들이 견딜 리 없었다. 삽시에 주위는 역겨운 피비린내로 뒤덮였다. 스으...... 막붕비는 그것을 뒤로 하고 탄식하며 질풍같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막붕비가 사라진 직후, "호홋! 본녀의 생각대로인데......!" 스읏! 교활한 여인의 교소와 함께 문득 하나의 그림자가 막붕비가 사라진 곳으로 날아갔다. -화화관음! 혈관음교의 제일교주인 바로 그 요녀였다. "호홋! 이 밤이 가기 전...... 저 어린 아해는 본녀의 배 위에서 이승을 하직하게 될 것이다!" 화화관음은 요악스런 교소를 날리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한데, "......!" "......!" 내리는 빗 속, 흐릿한 십 팔 개의 인영들이 떠올라 막붕비와 화화관음이 사라진 곳을 주시하고 있었다. -야우십팔영(夜雨十八影)! 사망탑 최고의 살수들인 그 자들이었다. 문득, 야우십팔영 중 한 명이 음산한 어조로 말했다. "화화관음이...... 정말 성공할지도 모르겠는데......" "흐흣! 두고 봐야지. 만일의 경우라는 것도 있으니까......!" 다른 한 명이 스산하게 웃으며 대꾸했다. 이어, "어쨌든...... 가보자, 형제들!" "......!" 스읏! 십 팔 개의 그림자는 빗 속을 부유하듯 떠올라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밤(夜), 아직도 깊은 밤이었다. 제8장 翡翠女帝, 빗 속의 情事 -북망산(北邙山). 낙양(洛陽) 북쪽의 야트막한 야산. 본래 이름은 망산(邙山)이었으나 낙양 북쪽에 있다 하여 북망산(北邙山)이라 불려졌다. 상고시대부터 고도 낙양의 공동묘지로 쓰여진 곳, 이제 북망산은 망자들의 귀역이 되었으며 죽음의 대명사로 불려지고 있었다. 북망산 남쪽의 어느 고묘(古墓)---- 돌을 쌓아 만든 고묘 안은 제법 널찍했다. 한 쪽에는 송시대에 죽은 고관의 위패가 걸려 있었다. 위패 앞, "으...... 음!" 한 명의 여인이 가부좌를 튼 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었다. 비취여제! 바로 그녀였다. 지금 그녀는 운공 중이었다. 막붕비, 그는 비취여제의 뒤에 앉아 그녀의 명문혈에 장(掌)을 붙이고 있었다. 저주명공강이 강맹한 힘으로 부서진 비취여제의 명문혈을 치료하는 중이었다. 두 사람의 전신에는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있었다. 얇은 내의와 속치마만을 입은 비취여제, 그녀의 교구는 온통 땀으로 번질거렸으며 내의가 몸에 착 달라 붙어 그녀의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 보였다. 아직도 탄력을 잃지 않은 탐스러운 유방, 팽팽한 하복부, 잘룩한 세류요와 풍성한 둔부의 곡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