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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 大 天 王 (사대천왕) - 5편 (5/44)

2026-09-22 08:11:18 조회 19
-검정(劍精) 초하령(楚霞靈)! 초패강의 유일한 혈육, 초패강이 늘그막에 얻은 딸이었다. 그녀는 세 명의 사형과 사저의 자질을 하나로 합친 만큼 뛰어난 자질을 지녔다. 이미 그녀의 나이 십 삼 세에 초패강이 더 가르칠 것이 없다고 손을 들었을 정도였다. 그 후, 초하령은 숭산 소림사로 소림사 칠십 이 절기를 배우러 들어갔다. 그녀를 제자로 받아들인 인물은 소림사상 최고기재라는 항마천존(降魔天尊)이었다. 항마천존은 초패강과 함께 천하에서 가장 강한 십 인(十人) 중 일 인이었다. 황산의 사잠룡! 세인들은 그들 사잠룡 때문에 제왕성이 초패강 시절보다 열 배 강해지리라고 입을 모았다. 하나...... 제왕성을 파멸시킬 악령의 싹이 그들 중에 자라고 있음을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 아무도...... 막붕비, 그는 짙어가는 황혼 속에 우뚝 선 채 제왕성을 주시하고 있었다. (우선...... 어두워지길 기다리자! 어두워지면 저 동장철벽에도 스며들만한 틈 정도는 발견되겠지......!) 이윽고, 슥! 그는 몸을 돌려세웠다. 한데, 그가 막 연화봉의 뒤편으로 내려가려 할 때였다. 스---- 읏! 멀리 산봉 사이로 하나의 인영이 흐르듯 스쳐가는 것이 보였다. 막붕비는 검미를 모았다. (황산 근역에서 어떤 자가 감히 경공을 펼친단 말인가?) 그는 호기심이 발동했다. (쫓아가 볼까? 아직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있으니......!) 다음 순간, 슥...... 그는 소리없이 몸을 움직여 인영이 사라진 쪽으로 날아갔다. 그는 특별히 경공을 연마하지는 않았다. 하나 백 년 내공을 지녀 그의 발걸음은 나는 듯 빨랐다. 곧, 막붕비는 예의 인영이 사라진 곳에 이르렀다. 그곳은 하나의 은밀한 협곡이었다. 협곡의 안쪽, 촤---- 아아---- 콰르르----! 폭포의 물줄기가 기세좋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 앞, 기화이초가 가득 피어 있는 싱그러운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실로 은밀하고 아름다운 절경이었다. "......!" 막붕비, 그는 한 그루 고목 뒤에 은신한 채 협곡 안쪽을 주시했다. 폭포 앞, 한 명의 화사한 궁장여인이 바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여인은 면사로 코 아래 부분을 가리고 있어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다. 하나, 면사 사이로 드러난 두 눈이 아주 요악한 빛을 띠고 있었다. 얇은 궁장 속으로 여인의 풍염한 몸매가 선연한 굴곡을 이루며 드러나 보였다. 그것은 실로 관능적이고도 선정적인 유혹을 물씬 풍기는 모습이었다. 궁장여인, 그녀는 고혹적인 자태로 바위 위에 걸터앉아 고개를 갸웃하고 있었다. 그녀의 삼 장 앞, 한 명의 왜소한 곱추노인이 서 있었다. 그는 추괴한 용모에 두 눈이 작고 교활한 빛으로 번뜩이고 있었다. 그는 구부정한 등에 큼직한 쇠상자를 짊어지고 있었다. 궁장여인과 곱추노인, 두 사람은 무엇인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 하나 폭포소리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다. 막붕비는 청력을 돋구어서야 겨우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호호...... 귀수왕(鬼手王)! 기일에 맞추어 오다니 당신은 역시 신용이군요!" 궁장여인이 깔깔 교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끈적하고 요염한 음성이었다. 막붕비는 여인의 말에 흠칫하며 곱추노인을 주시했다. (귀수왕! 저 자가 하오문(下午門)의 맹주 귀수왕(鬼手王)이란 말인가?) 그는 내심 놀람을 금치 못했다. 삼 년의 유랑생활을 하는 동안 막붕비는 많은 무림명인들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귀수왕----! 그는 절대신검황 초패강이나 항마천존 같은 서열에는 들지 못했다. 하나, 그는 나름대로 대단한 명성을 쌓은 자였다. 그는 두 가지로 천하제일을 다툴만 했다. 모작(模作)과 경공술이 바로 그것이었다. 귀수왕은 한 번 본 것은 무엇이든 똑같이 만들어 내는 재주가 있었다. 이십여 년 전, 소림사와 하오문이 서로 충돌한 적이 있었다. 그때, 귀수왕은 그 보복으로 소림사 장문영부인 녹옥불장을 열 개나 그대로 모작하여 세상에 풀어 놓았었다. 당연히 세상은 발칵 뒤집혀졌다. 결국, 소림사 항마천존이 직접 귀수왕을 찾아가 사죄한 후에야 가짜 녹옥불장이 회수될 수 있었다. 그 만큼 귀수왕의 모방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둘째로, 그는 경공으로 가히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의 비폭탄궁(飛爆彈弓)의 경공술은 아무도 따라잡지 못했다. 특히,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 있어 비폭탄궁은 천하최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작술과 경공술로 천하를 우롱하며 사는 괴인이었다. 한데, 그 하오문의 맹주가 이 제왕성 근역에 나타난 것이었다. 막붕비는 의아한 눈으로 귀수왕을 주시했다. (하오문과 제왕성은 전혀 교류가 없는데...... 저 자가 왜 이곳에 나타난 것일까?) 그때, 귀수왕이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흐흣! 부인과 같은 미인과의 거래인데 노부가 어찌 소홀하겠소!" 그는 교활한 눈을 번뜩이며 음충하게 말했다. 그 말에 궁장여인은 깔깔거리며 요염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말재주도 좋으세요. 그보다 이번 물건도 틀림없겠죠?" "물론이오! 설사 초패강이 환생한다 해도...... 이것을 진짜라고 믿을 것이오!" 귀수왕은 고개를 끄덕이며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이어, 그는 등에 진 쇠상자를 끌러내려 그 안에서 한 가지의 물건을 꺼냈다. 순간, (저...... 저것은......!) 그 물건을 본 막붕비는 아연실색을 금치 못했다. 귀수왕이 쇠상자에서 꺼낸 것, 놀랍게도 그것은 바로 마검 지옥혈과 똑같이 생긴 장검이 아닌가? 그것은 얼마나 흡사한지 지옥혈을 지닌 막붕비조차도 구분을 못할 정도였다. 이때, 가짜 지옥혈을 받아든 궁장여인이 흡족한 표정으로 교소를 터뜨렸다. "호호! 정말 대단해요. 요전 초가 늙은이의 그 인피면구도 절묘했는데 이것도 그에 못지 않군요!" 그녀는 사악한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되었어요! 이것만 있으면 그 터무니없이 막강한 검왕(劍王)이란 놈을 수족같이 부릴 수 있어요!" 마검 지옥혈! 그것은 무서운 마력을 지닌 마검일 뿐 아니라 제왕성의 지존신물이기도 했다. 막붕비는 그제서야 그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 계집은...... 저것으로 검왕(劍王) 극천(剋天)을 이용할 작정이었군!) 그는 차가운 눈으로 궁장여인을 노려보았다. 그때, "호호! 수고했어요. 그 대가로 무엇을 갖고 싶으세요?" 궁장여인이 가짜 지옥혈을 갈무리하며 귀수왕에게 물었다. 그 말에 귀수왕은 음흉하게 웃으며 말했다. "흐흐...... 이번에는 좀 특이한 것으로 갖고 싶소!" 그는 문득 음탕한 눈빛으로 궁장여인의 아래 위를 훑어보았다. 그의 눈에 선정적인 궁장여인의 몸매가 빨려들 듯 들어왔다. 순간, 기이한 열기로 그의 눈이 충혈되었다. "......!" 궁장여인, 그녀는 귀수왕의 음침한 시선에 일순 교구를 움찔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두 눈에 번뜩 살기가 스쳤다. 하나, 그녀는 아무것도 내색지 않고 요염하게 웃었다. "호홋! 천만뜻밖이군요. 맹주께서 제몸에 관심이 있으시다니......!" 귀수왕은 욕정으로 눈을 번들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흐흣! 여제(女帝)는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몸이오! 제후와...... 한 번의 운우지락이라도 즐길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소!" 그는 충혈된 눈빛으로 궁장여인의 몸매를 쓸어보았다. 막붕비, 그는 다시 한 번 흠칫 놀랐다. (여제(女帝)! 여제라고 불릴 여인은 초패강의 부인인 비취여제(翡翠女帝) 수옥경(水玉璟) 외에는 달리 없다. 설마 저 여인이 비취여제란 말인가?) 그는 놀랍다 못해 어이없는 표정으로 궁장여인을 주시했다. 실로 뜻밖의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비취여제(翡翠女帝) 수옥경(水玉璟)---- 그녀는 누군가? 바로 절대신검황 초패강의 부인이며 검정(劍精) 초하령의 생모였다. 이십 년 전 천하제일 미인이며 천하에서 가장 존귀한 여종사(女宗師), 여제(女帝)라 불릴 여인은 천하에서 그녀 뿐이었다. 한데, 귀수왕은 궁장여인을 일컬어 여제라 하지 않는가? 실로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었다. 막붕비, 그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불신의 눈으로 궁장여인을 주시했다. (이럴 수는 없다! 설마...... 절대신검황 초패강은 부인에게까지 배신을 당했단 말인가?) 그는 격동의 표정으로 이 인(二人)을 바라보았다. 그때, 사르륵...... 바위에 걸터 앉아 있던 궁장여인, 그녀가 문득 섬섬옥수를 들어 궁장의 치맛자락을 한쪽으로 걷어 올렸다. 그러자, 치맛자락이 쫙 갈라지며 뽀얀 허벅지가 드러났다. 눈부시도록 희고 풍만한 허벅지였다. "호호...... 좋아요! 맹주께서는 충분히 제 몸을 요구하실 자격이 있어요!" 궁장여인은 고혹적인 눈웃음과 함께 간장을 녹일 듯한 교소를 터뜨렸다. 이어 그녀는 드러난 왼쪽 다리를 서서히 벌려 세웠다. 순간, 그녀의 뽀얀 허벅지 안쪽으로부터 여인의 비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놀랍게도 그녀는 치마 속에 아무것도 입고 있지 않았다. 다리를 벌려 세우자 아찔하도록 무성한 방초숲과 은밀한 분홍 속살이 그대로 노출되었다. 일순, "......!" 귀수왕의 작은 체구가 부르르 떨렸다. 그는 홀린 듯 궁장여인의 하체를 노려보며 서서히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저...... 정말 아름답소, 여제!" 그는 흥분으로 숨을 헐떡이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궁장여인이 앉은 바위 앞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떨리는 손을 궁장여인의 허벅지로 가져갔다. 만지면 묻어날 듯 뽀얀 허벅지를 조심스럽게 쓰다듬던 귀수왕, 그의 시커멓고 무딘 손은 점점 대담해져 궁장여인의 무성한 비소로 옮겨갔다. 그때, 츠---- 읏! "......!" 지금까지 녹일 듯 유혹적인 눈빛을 흘리던 궁장여인의 두 눈이 갑자기 검붉은 노을 빛으로 변해 귀수왕을 내려다 보았다. 순간, (저것은......!) 그 눈빛을 본 막붕비는 대경했다. 그의 뇌리 속에 소문으로 들은 한 가지 마공(魔功)이 떠오른 것이었다. (저것은 잔양흡정마공이란 사공(邪功)이다! 귀수왕이 위험하다!) 그는 경악의 음성으로 내심 부르짖었다. -잔양흡정마공(殘陽吸精魔功)! 사도(邪道)의 전설적 사공, 일종의 채양보음의 사술(邪術)이었다. 하나, 채양보음은 교접을 통해 상대의 정기를 흡수할 수 있는데 반해 잔양흡정마공은 그저 피부를 접하고만 있어도 상대의 정기를 갈취할 수 있었다. 막붕비는 다급한 심정이었다. "귀수왕! 잔양흡정마공을 조심하시오!" 그가 더 이상 그냥 두고볼 수 없어 대갈하며 장내로 날아들었다. 그 순간, "헉!" 귀수왕은 궁장여인의 비소를 만지던 손으로 자신의 내공이 갑자기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대경했다. 그는 황급히 궁장여인의 비소에서 손을 떼며 벌떡 몸을 일으켰다. 하나, "호홋! 늦었다, 귀수왕!" 궁장여인이 사악한 교소를 터뜨리며 귀수왕의 머리통을 손으로 벼락같이 후려쳤다. 순간, 퍼---- 억! "케엑----!" 처참한 비명과 함께 귀수왕은 두개골이 박살난 채 삼 장 밖으로 나뒹굴었다. 그것은 실로 찰나간에 벌어진 끔찍한 광경이었다. 막붕비는 대노했다. "간악한 계집!" 콰---- 작! 그는 대갈일성하며 허공에서 그대로 궁장여인을 덮쳐내렸다. 그의 손에는 어느 새 마검 지옥혈이 번뜩이며 궁장여인의 가슴을 겨냥하고 있었다. 순간, "마검...... 지옥혈!" 궁장여인은 안색이 홱 변하며 경악성을 발했다. 동시에, 쉬---- 잇! 그녀는 질풍같이 교구를 날려 뒤쪽으로 폭사되어 갔다. 위기의 순간, 콰---- 쾅! 마검 지옥혈에서 일어난 가공할 검기의 폭풍은 간일발의 차이로 궁장여인의 앉았던 바위를 박살내고 말았다. 하나, 검기의 소용돌이에 스쳐 궁장여인의 옷자락 앞부분이 갈가리 찢겨나갔다. 스읏! 궁장여인은 십 장 밖에서 공포의 눈빛으로 날아내렸다. 얼마나 놀랐는지 그녀는 자신의 저고리가 갈가리 찢어졌음도 의식하지 못할 정도였다. 찢겨진 옷자락 사이로 터질 듯 팽팽한 유방이 드러나 보였다. 한데, 그 유방의 계곡 사이, 보라! 아찔하게도 발가벗은 나녀의 모습이 새겨져 있지 않은가? 그것은 흡사 살아 움직이듯 생생한 문신이었다. 궁장여인의 두 눈은 경악으로 한껏 치떠져 있었다. "너...... 너 초패강과 어떻게 되는 사이냐?" 그녀는 떨리는 음성으로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막붕비의 안색이 싸늘하게 굳어졌다. "지옥에...... 가서 알아 봐라! 요악한 계집!" 그는 냉갈을 터뜨리며 마검 지옥혈의 손잡이를 단전에 대고 검끝을 궁장여인에게 겨누었다. 순간, "지옥...... 폭멸검강" 막붕비의 자세를 본 궁장여인은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위험하다! 저 놈은 초패강만큼 강하다!) 그녀는 공포의 음성으로 내심 부르짖었다. 그와 함께, 쐐! 그녀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벼락같이 지면을 박차고 떠올랐다. 막붕비의 짙은 눈썹이 꿈틀했다. "가랏!" 그의 입에서 한 소리 쩌렁한 폭갈이 터져나왔다. 그와 동시에, 콰드득----! 푸---- 하악! 마검 지옥혈의 끝에서 시뻘건 핏빛 광채의 덩어리가 벼락같이 폭사되었다. -지옥폭멸검강! 달리 지옥검강풍이라 불리는 지옥저주마경 상의 강력한 파천마공, 그것은 검강의 일종으로 그 속도는 빛과 같이 빠르며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박살내 버린다. 한 순간, 콰---- 콰쾅----! 거창한 굉음이 짓터져 오르며 협곡이 송두리째 진동했다. 그와 함께 이십 장 밖의 석벽이 굉음 속에 허물어져 내리는 것이 아닌가? "흐...... 윽! 두...... 두고보자! 애송이 놈!" 후드득! 그 사이로 하나의 왜영이 피를 뿌리며 떠올라 폭포 너머로 사라져갔다. 바로 예의 궁장요녀였다. "으...... 음! 놓쳤군!" 막붕비는 신형을 휘청하며 둔중한 신음성을 발했다. 그의 안색은 밀랍처럼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지옥폭멸검강! 그것은 위력이 막강한 대신 극도의 내공소모를 요구했다. 백 년 내공을 지닌 막붕비이건만 연달아 두 번을 내치지 못했다. 막붕비는 검미를 모으며 침음성을 발했다. "시끄럽게 되었군! 지옥폭멸검강을 펼치고도 그 요녀를 죽이지 못했으니......!" 이어, 그는 귀수왕의 시신을 향해 다가갔다. 그 사이 귀수왕의 모습은 처참하게 변해 있었다. 그는 머리가 완전히 박살난 채 허연 뇌수를 쏟고 있었다. 한데, 놀랍게도 그의 시체는 바람 빠진 공같이 급격하게 비쩍 말라들고 있지 않은가? 이내 그의 시체는 가죽과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그것은 궁장여인이 잔양흡정마공으로 귀수왕의 모든 정기를 순간적으로 갈취했기 때문이었다. 막붕비는 몸서리를 쳤다. "잔양흡정마공! 정말 무섭군. 지옥흡정심마결(地獄吸精心魔訣)에 결코 못지 않는 위력이다!" 그는 귀수왕의 시체를 살피며 침음했다. 잔양흡정마공---- 그것은 삼백 년 전 서역에서 발호한 하나의 여인문파의 사공(邪功)이었다. -혈관음교(血觀音敎)! 이것이 그 문파의 이름이었다. 전문도들이 여인들로 구성된 문파, 자칭 관음(觀音)의 후예를 자처하는 마녀들의 집단이었다. 하나, 그녀들은 불문(佛門)과도 전혀 관련이 없었다. 오히려 쾌락과 사술(邪術)의 숭배를 교리로 하는 사파라 할 수 있었다. 혈관음교(血觀音敎)! 비록 그것은 요악한 계집들의 집단이나 그녀들의 무공만큼은 끔찍할 정도로 음험하고 신랄했다. 특히, 사내들의 정기를 갈취하는 채양보음술은 가히 천년무적이라고 할만 했다. 그러나...... 혈관음교의 지나친 만행은 스스로 파멸을 부르고 말았다. 이백 년 전, 서역밀종의 제파들이 연수 결합하여 혈관음교를 멸망시킨 것이었다. 한데, 이백 년 만에 그 혈관음교의 마공 중 잔양흡정마공이 중원에서 재현된 것이었다. 그것도 무림의 성지(聖地)인 황산 제왕성 근역에서...... 막붕비는 귀수왕의 시체를 내려다 보며 생각에 잠겼다. "혈관음교가...... 제왕성 내에서 부활한 것일까?" 그는 검미를 모으며 내심 염두를 굴렸다. (옥면환룡! 그 자가 단순히 야망 때문에 절대신검황 초패강을 시해했나 생각 했는데...... 상황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할지도 모르겠군!) 이어, 그는 귀수왕을 묻어 주기 위해 한 쪽의 땅을 팠다. 적당한 넓이로 땅을 판 후 그는 가죽과 뼈만 남은 귀수왕의 시신을 받쳐들었다. 그때, 툭......! 하나의 피낭이 막붕비의 발끝에 떨어졌다. 막붕비는 귀수왕의 시신을 구덩이에 안치하고 바닥의 피낭을 집어들었다. "귀수왕의 유물인 듯한데...... 나중에 그의 후예를 만나면 전해 주어야겠군!" 그는 피낭을 펴보았다. 피낭 안...... 세 가지의 물건이 들어 있었다. 두 장의 양피지와 검은빛이 도는 한 자루의 단극(短戟)이 그것이었다. 단극(短戟), 그것의 표면에는 고전체로 다음과 같은 글이 쓰여져 있었다. <곤오철극(昆烏鐵戟)!> 막붕비는 한눈에 그것이 천지간에 가장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인 곤오철모(昆烏鐵母)로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곤오철극의 길이는 한 자 정도, 무기보다는 장식용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하나, 막붕비는 모르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하오문 맹주의 신물되는 것임을...... 두 장의 양피지, 그것은 다같이 누렇게 퇴색되어 있어 아주 오래 전에 만들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두 장의 양피지 모두 빽빽한 구결의 글이 대전체로 쓰여져 있었다. <비폭탄궁결(飛爆彈弓訣).> <관음섭혼심황결(觀音攝魂心荒訣).> 그것이 두 가지 구결의 제목이었다. 비폭탄궁결---- 그것은 바로 귀수왕의 성명경공절기였다. 비폭탄궁의 구결, 그것은 귀수왕이 창안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천산(天山)의 어느 빙동(氷洞)에서 그것을 얻어 천하에서 가장 빠른 자가 되었다. 하나, 그와 같은 천하최강의 경공을 지니고도 그는 여인에게 홀려 처참한 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관음섭혼심황결---- 혈관음교의 마공구결 중 하나, 귀수왕은 한 가지 물건을 궁장여인에게 만들어 준 대가로 그것을 얻었다. 일종의 섭혼미공(攝魂迷功)의 구결, 완성하면 눈빛만 가지고도 상대의 심령을 조종할 수 있다. 하나, 그것을 정신력이 약한 자가 섣불리 익히려 하다가는 오히려 주화입마에 걸려 광인이 되고 만다. 그 때문에, 삼백 년 전 혈관음교주 관음마모(觀音魔母) 이래 누구도 관음섭혼심황결을 연마하지 못했다. 막붕비는 문득 의혹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귀수왕! 이 자는 어디에 쓸려고 이 섭혼심황결을 손에 넣은 것일까?" 하나, 그를 더욱 곤혹스럽게 만드는 것은 일전에 귀수왕이 무엇을 만들어 주었기에 궁장여인이 혈관음교 최강의 마공 구결인 섭혼심황결을 귀수왕에게 주었는가 하는 점이었다. 막붕비는 알 수 없는 의혹에 사로 잡혔다. "우선...... 유폐된 검왕(劍王) 극천을 만나보자. 그를 만나보면 어떤 실마리가 풀릴지도 모른다!" 다음 순간, 슥! 그는 몸을 날려 소리없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이미 어둠이 주위를 덮고 있었다. 제왕성의 어느 밀실---- 그곳은 여인의 규방인 듯했다. 하나, 여인이 거처하는 규방 치고는 전체적으로 건조하고 삭막한 분위기였다. 규방의 한 쪽, 휘장에 가려진 욕실이 보였다. 촤아...... 지금 그 안에서 누군가 목욕을 하고 있는 듯 물소리가 들려왔다. 욕실 밖, 한 명의 면사여인이 부복해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낭패한 기색이 역력했다. 면사여인, 그녀는 바로 귀수왕을 죽이고 가짜 지옥혈을 가져간 그 요녀였다. 문득, "멍청한...... 짓을 했구나! 삼교주(三敎主)!" 욕실 안에서 한줄기 냉막한 여인의 음성이 들렸다. "죄...... 죄송합니다, 이교주님!" 삼교주라 불리운 요녀, 그녀는 땀을 흘리며 오체복지했다. 극심한 공포로 인해 그녀의 교구가 가늘게 떨림을 보이고 있었다. "꿈...... 꿈에도...... 초패강의 감춰둔 제자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녀는 떨리는 음성으로 더듬더듬 변명했다. "어쨌든...... 귀수왕이 만든 그 가짜 지옥혈검은 이제 쓸모 없는 고철덩이에 불과하다!" 욕실 안에서 다시 예의 냉막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어, 촤아...... 한줄기 물소리와 함께 욕조에서 한 명의 여인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뽀얀 김 때문에 여인의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그녀의 희고 풍만한 유방 사이, 선명한 핏빛 관음상이 그려져 있는 것이 뚜렷하게 보였을 뿐이었다. 한데, 성스러워야 할 그 관음의 문신은 발가벗은 채 극히 요염한 미소를 짓고 있는 형상이었다. 그것은 사악하고 기묘한 분위기를 물씬 자아냈다. 이윽고, 자박...... 자박......! 욕조 밖으로 나온 이교주는 작고 예쁜 발을 옮겨 삼교주의 앞을 지나갔다. "네 실수로 인해...... 십여 년을 투자한 본좌의 계획이 일거에 수포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을...... 알기나 하느냐?" 그녀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말리며 냉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죄...... 죄송합니다!" 삼교주는 완전히 사색이 되어 부르르 몸을 떨었다. "나에게 사죄하려 하지 마라! 하려면...... 위대하신 만겁마종께나 하도록......!" 이교주는 차갑고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