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천왕]서장 전설이 도래하다 - 79편 (79/79)
으-- 악--! 그는 가슴이 불에 데인 듯 화끈해지는 것을 느끼며 처절한 비명을 터뜨렸다. 이어 그의 신형은 뒤로 곤두박질치듯이 나뒹굴었다. "크으으……." 그는 비참한 신음성을 토해내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한 자루 투명한 장검이 그의 심장 부근을 관통하여 등뒤까지 삐죽 이 튀어나와 있었다. 검은 천왕마검도 천왕금검도 아니었다 바로 마안혈존 자신의 장검 이었다. 그는 몸을 비틀거리며 간신히 일으켰다. "으…… 이, 이건……." 시뻘건 핏물이 가슴을 타고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금소천은 지극히 담담한 표정으로 마안혈존을 응시하며 천천히 입 을 열었다. "마안혈존! 너는 과거 이십칠 년 전 나의 아버님의 가슴에 지금과 똑같이 그 검을 박았다. 아버님은 그 후 구년간 그 검을 가슴에 박으 신 채 고통 속에 살다 돌아가셨다." 금소천의 두 눈이 마안혈존의 경련하는 두 눈과 부딪혔다. "이제…… 네가 그 고통을 받을 차례다. 너 역시 나의 아버님처럼 구년간을 고통 속에 살다 죽을 것이다." 순간 마안혈존이 발작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나…… 나를 그냥 보내 주겠다는 뜻이냐?" 금소천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너를 편안히 죽게 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자 마안혈존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그때였다. "크-- 아악!" 처절한 비명이 울려퍼졌다. 금소천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심령마존. 그의 전신이 박살난 채 바닥을 뵘굴고 있었다. 부서진 육신조각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실로 눈뜨고 못볼 끔찍한 장면이었다. "사제……." 마안혈존의 음성이 절망적으로 터져 나왔다. 그는 상황이 최악으로 몰리고 있음을 철저하게 깨달았다. 문득 금소천이 시선 돌려 마안혈존을 응시했다. "마안혈존. 이제는…… 당신도 갈 때가 되었다." 마안혈존은 심령마존의 시신을 떨리는 눈으로 응시하며 처절하게 절규했다. "금소천. 너…… 너는 오늘 일을 후회할 것이다. 두고 보아라. 맹 세하노니…… 이십 년 안으로 나의 후예가 너를 찾아…… 가장 처참 한 방법으로 너를 죽일 것이다." 마안혈존은 월독에 가득 찬 저주를 내뿜었다. 그리고는 비틀거리는 몸을 끌고 사라져갔다. 한켠에 있던 지옥혈도 궁사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금성주, 왜 그놈을 죽이지 않았소?" 금소천은 고소를 지었다. "그는 이제 이빨 빠진 호랑이나 마찬가지요. 그리고 놈은 죽음보다 심한 고통이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 하오." "그러나…… 놈은 제자를 키울 수도 있소." 금소천은 담담하게 대꾸했다. "십대천왕이 강호에 있는 한…… 아무런 걱정은 없소." 궁사는 더 이상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저 입맛이 쓴 듯 고개 만 흔들 뿐이었다. 이윽고 금소천은 주위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모두 마혼곡을 나갑시다." * * * 휘-- 이-- 잉! 차가운 삭풍이 살을 에일 듯 불어오고 있었다. 약간의 눈발이 바람 속에서 제 마음대로 휘날렸다. 이때 바람 속에서 한 인영이 비틀거리며 몸을 드러냈다. 바로 마안혈존이었다. 그는 전신을 피로 물들인 채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금소천…… 두고 보아라. 네놈은 언젠가 나를 살려둔 것을 반드시 후회하게 될 것이다." 그는 이를 갈아붙였다. "반드시…… 복수할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원한을 갚 을 것이다." 이때 땅속에서 괴이하고 사악한 음성이 들려왔다. "원한은 지옥에나 가서 갚거라." 혈의환사 담사우의 목소리였다. "네…… 네가?" "크카카갖! 죽…… 어…… 라" 추우웃……! 혈의환사 담사우의 입에서 핏빚 기류가 무섭게 뿜어졌다. 파파팍! 핏빛 기류는 정통으로 마안혈존의 심장을 무자비하게 관통해 버렸 다. "크아아악!" 마안혈존의 비명이 구천에 달할 정도로 터져 나왔다. 오장육부가 그대로 둥 밖으로 폭죽 튀듯이 쏟아졌다. "크으…… 혀…… 혈의환사…… 으으……." 혈의환사 담사우는 고개를 젖히며 웃었다. "크카카핫! 소천은…… 영원히…… 이것을…… 모를 것이다. 어차 피…… 네놈은 두 번 다시……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 크카카캇… …." 그의 웃옴소리를 들으며 마안혈존의 전신이 천년 악업이 무너지듯 무겁게 무너졌다. "부…… 분하다." 쿵! 마침내 그의 생명이 사라졌다. 이렇게 해서 오존은 꾀의 역사에 마지막 피의 종지부를 찍은 것이 다. 혈의환사는 마안혈존의 시신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중얼거렸다. "금성주. 이것을 알아야 하오. 괜스레 화를…… 자초할 필요가 없 다는 것을 말이오." 순간 돌연 한소리 나직한 음성이 일었다. "그것은 노부도 동감이오." 지옥혈도 궁사가 유령같이 모습을 나타냈다. 혈의환사는 지옥혈도 궁사를 응시하면서 괴이하게 웃었다. "흐흐…… 노부가 공연히 온 것 같군." 궁사는 마안혈존의 시체를 걷어차면서 담담하게 대꾸했다. "어차피…… 생각은 똑같은 것이오. 조금 전 구노사와 사문곡도 왔 다갔으니까." 이어 그들은 마주보며 대소를 터뜨렸다. "하하……." "카카찻……." 대소. 그것으로 모든 막은 내렸다. 십대천왕. 이제 그들은 무룽산을 벗어나고 있었다. 문득 금소천은 의당 있어야 할 천외성녀 화예랑이 보이지 않음을 알았다. "선누님……." 그는 사방을 둘러보았다. 진정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로 갔는가?' 그는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때 단금성이 조용히 금소천을 불렀다. "금성주…… 화소저는 떠났소이다. 아마…… 다시는 만금성 천왕전 에…… 오지 않을 것 같소." 일순 금소천은 흠칫하고 말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것 같다고?" 그는 전신에 거센 벼락이 떨어짐을 느꼈다. 단금성은 금소천의 신색을 살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금성주…… 무엇을 주저하고 있소? 어서…… 그녀에게……." 순간 금소천은 외치듯 물었다. "어느 쪽이오?" 단금성은 빙긋 웃으며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저쪽이오. 그곳에도…… 하하…… 아마 눈이 내리고…… 있을 것 이오."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금소천은 내리는 눈 속으로 사라 지고 있었다. "후후……." 문득 궁사가 푸근한 웃음을 흘리며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금성주와 화소저는 과연 어떻게 될까?" 일지겁천 구유명이 대뜸 말을 받았다. "ㅉ! 궁사. 그대는 눈치도 없나? 남녀관계란…… 다 그렇고그런 것 일세. "그런가……?" 궁사가 짐짓 머리를 긁었다. 그 나이답지 않은 그의 순진한 모습에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허허……." "하하하, 궁노사도 참……." 모두들 한바탕 대소를 터뜨렸다. 잠시 후 뇌천우사가 도호성과 함께 말했다. "무량수불…… 빈도도 이런 일이 있을 땐 가끔 환속을 하고 싶어진 다오." 중인들은 또 한차례 폭소를 터뜨렸다. "으하하하! 뇌천우사께서도 농담을 다 할 줄 아시는구려." "허허허허……." 눈. 올해는 많이도 눈이 내린다. 소리 없이 내리던 눈은 어느새 그쳐 있었다. 밤이 오고 쌓인 눈 위로 훨광이 부서진다. 화예랑. 그녀는 걷고 있었다. 엄청난 상심이 그녀를 더욱 가날프게 만들었다. "소천…… 이제는 정말…… 안녕…… 이에요." 바로 그때였다, "예랑…… 당신은 안녕인지 모르나 나는 영원히 당신을 쫓을 것이 오." 화예랑의 전신이 홈칫하며 떨렸다. 그러자 그녀의 전면에 금소천이 나타났다. 달빛 속에서 흡사 꿈결처럼 그는 모습을 나타냈다. 화예랑의 눈동자에서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소천……." "예랑……." 눈이 있고…… 월광이 있고……. 그들은 깆숙하게 서로를 안았다. 눈이 있고…… 월광이 있고……. 그래서 더 황홀한 밤이었다. * * * 이제! 수천년 무림사에 있어 가장 처절한 혈겁이 도래하리니. 천하는 피에 잠기고, 망자의 흔은 구천을 혜매이리라. 시신의 악취는 수십 년을 퍼져가고, 통곡의 절규는 만 리를 날아가리라. 다섯 명의 마인! 오존(五尊)의 저주는 천년의 세월을 격하고, 그 마성은 사해와 오악을 뒤덮을 것이니. 오직 천왕(天王)만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으리라. 열 명의 초인! 천왕의 힘을 타고난 자 그 합이 열이라. 그들이 다툰다면 천하가 도탄에 빠질 것이요. 그들이 하나되면 천하의 혈퐁은 영원히 사라지리라. 수천년 무림사를 통해 전설처럼 내려오는 열 개의 하늘이 있으니 이를 일컬어 십대천왕이라 한다. < 제2부 제3권 끝 >